<1. 그 첫번째 이야기> "온새미로. 치마길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가 말했다. 그의 매끈하게 뻗은 손가락은. 무릎 위를 넘어선 내 체크무늬 치마를 가리킨다. 그러면. 그러면 나는. 그 순간 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미안' 이라고 비참한 목소리를 흘려 보낼뿐이다. "..후.. 갈아입어." 그의 낮은 한숨소리와 함께. 라이터가 딸칵. 켜지는 소리까지도. 악몽. 내겐 모두 다 악몽. 지긋지긋한 악몽. "아. 알았어. 여준아 앞으로 절대 이런 치마는 입지 않을께." "더불어 화장도." "응응.. 알겠어. 나 얼른 갈아입고 올께."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건데. 단지 그것뿐이였는데..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여준이에겐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다. 집으로 쫓기다싶이 그렇게 들어와서.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며 씽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새 없어지는 웃음.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 날 기다리고 있는 여준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금새 없어지는 웃음. 여준이가 좋아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베이지색 바지. 여준이가 좋아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하얀색니트. 여준이가 좋아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야구모자. 온통 여준이를 위한 모습으로 날 꾸미고. 허겁지겁 집앞으로 달려 나가자.. 찌푸리고 있던 여준이의 이마가 곧게 펴졌다. 그제서야. 여준이의 눈가엔 예쁜 웃음이 생겼다. "예쁘다." 엄지손가락을 내게 주왁 치켜세우고는.. 금새 화가 다 풀린듯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이 남자는. 내 남자친구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이 아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하는. 내 남자친구입니다. \영화관앞. 주말이라 그런지 영화관에 도착하자마자 난 한숨을 쉬었다. 약간의 과장을 하자면 발디듬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차있었기 때문이다. 으.... 젠장. 나는 여준이의 옆에서 잠시 인상을 찌푸려본다. "여준아. 사람들 디게 많다. 그지??" "어. 어떻하냐. 예매도 안했는데.." 팝콘을 들고 있던 여준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들고있던 팝콘을 내 품에 쥐어준다. 여준이가 1년째 변함없이 쓰고있는. 향수향이 은은히 번져왔다. "여기서 기다려봐." "어..어디가게???" "표 사야지." "여준아..매진 됐을꺼 같은데." "기다려." 막무가내로 매표소를 비집고 가는 여준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들고 있던 팝콘을 입에 집어 넣었다. 여준이가 그리 빨리 올것같진 않아서. 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영화 포스터를 구경하려는데.. "야!!!!!!!!!!!!!! 저 자식 잡아!!!!!! 잡으란말야!!!!!" "니가 잡아. 세끼야!!!!!!!!" "아 진짜 미치겠네.!!!!!!!!!" 갑자기 내또래? 많아야 한 두살 위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흥분한듯 소리치며. 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팝콘을 먹다 말고 입을 헤 하고 벌린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그 무렵. "잠깐만 우리 인질놀이하자. 알았지??" 나른한음성. 내귓가에 누군가가 듣기좋은. 아니 듣기좋다기 보다는. 그 이상. 황홀하게 만드는 그런 음성으로. 작게 속삭였다. "네...?" "아파도 참아. 예쁜이."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내 목에 자신에 팔을 감싸고 조이는 시늉을 하는 그 남자를 볼수있었다. 그 남자의 눈을. 하얀 야구모자를 푹 눌러써 자칫 못 보았을지도 모를 그 눈을. 그제서야. 정말이지. 너무 잘생겼다. 연애인같아. "누구세요..?" 내 물음에 남자는 그냥 웃어보인다. 그냥 웃어보였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씨!!! 김형광 이 써러죽일자식아" "너 지금 존나존나 개존나 유치해 형광아!!" 그순간. 내쪽으로 뛰어오던 그 두 남자가 내앞에 멈추어서서 숨을 헉헉대며 악을 바락바락. 질러왔다. 등치한번 크다. "원래 나 존나존나 개존나 유치하잖아 형들!!!" 장난을 치지못해 안달난 목소리. 개구진 그 목소리로 내 목을 어설프게 조이는 시늉을 하는 그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또 다시 반대편 등치 큰 두 남자가 질세라 되받아쳤다. "형광아. 우리좀 봐주라!! 나 이번만 서은향 그년 쪼다짓하고 이제 절대로 안할께. 맹세!!" "맞아 진짜로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니가 협조좀해주라구!!" 도대체 무슨일일까?? 등치 큰 맞은편 두 남자의 말에 내 뒤에서있는 남자는 푸하하 하고 소리내 웃더니만. "웩- 징그러. 형 미안. 미안 형. 난 사랑의 맹세만 받아주는 로맨틱가이거던" "야이 개자식아!!!!!!!!!!!" 으. 시끄럽다. 결국엔 화를 이기지 못한듯. 맞은편에 있던 등치 큰 두남자중 한 남자가 달려들었고. 주춤 주춤. 날 한쪽팔로 안은채 뒤로 물러서는 개구진 남자. 잠시 고개를 들어. 날 잡고있는 그 정체불명의 남자를 보면. 남자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그 등치 두명들을 향해 웃고있었다. "한발짜국이라도 다가와봐. 엉?? 그러면 나 얘한테 확 뽀뽀해버릴꺼야!!!!!" 웃는다. 이번엔 그녀석이 웃는게 아니라. 어느새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구경꾼들이. 그리도. 나도 그 실없는 말에 웃어버렸다. 정신이..이상한 사람인가?? 그래. 그런게 틀림없는거 같애. "에이씨. 김형광.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유치하다. 야 우리 그냥 은향이 부르자." 씩씩대며 핸드폰을 친구에게 건내는 맞은편 등치. "은향이?? 에씨파 그기집애 존나. 떽떽떽 거릴텐데.. 잠시만. 전화번호가 어디있......야!!!!!!!김형광 개자식아!!!!!!!" 그순간 날 잡고있던 손을 놓고는. 그 남자가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다. 김형광. 이라는 그 남자가. 유난히도 짙은 갈색눈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가.. "나 진짜 돌아버리겠다구요 형광아!!!!!!이 형아들좀 봐주라 응??!" "야 이러다가 우리 돈이고 뭐고 죽음나는거 아냐??" 허탈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있던 그 두 남자는 망연자실한듯 더이상 뒤따라 가지 않았다. 난. 그 남자의 옅은 향이 베인 내 목에 가만히. 손을 대어본다. 꿈을꾼것마냥.. "야. 무슨일있었어? 표정이 왜그렇게 창백하냐" 어.?? 여준이다. 표를 구하지 못한 모양인지 툴툴대며 내게 걸어오는 내 남자친구 여준이가 보이자. 나는 금새 표정을 바꾸고. 목을 만지던 그 손도 제자리로 바꾸었다. "일은 무슨. 표 없어???" "어. 아후 오늘 왜이렇게 되는일이 하나도 없냐." 신경질이 난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며 내 손을 잡아 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안는 여준이. "여준아. 괜찮아. 우리 까페라도 갈래?? 요앞에말야.." 그러면 나는. 나는 윤여준의 충실한 개가 되어. 그런 여준이의 비위를 살근살근 맞춰주며 기분을 풀어주려 애쓴다. 왜냐면... 왜냐하면.. 그건. 내 일이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해줄수 없는. 오직 나 온새미로가 해야할일이기 때문이다. 난......... 녀석의 충실한 개 이니깐. 녀석은... 내 인생을 바쳐야할 위대한 주인 이니깐.. \집 "미로야!!! 오늘 재밌었어???"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라경이가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며 묻기 바쁘다. "영화도 못보고. 하루종일 여준이는 저기압이였구. 그냥 까페에서 진득하게 아주 잘 놀았어." "별로였나보구나??" 대답대신 고개만 끄떡끄떡해주었다. 그러자 라경이는 입을 잠시 삐쭉 내밀다가. 간다는 말만 남기고는 내 방문을 쾅 닫고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다. 이라경. 나와 같이 동거를 하는 친구. 하지만 편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은 친구. 왠지 모르게 지금 라경이가 삐진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귀찮아서 그런 라경이를 그저 쳐다보다가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피곤해.." 작게 중얼거리며. 또다시 바보같은 눈물을 베게에 떨어트리는 멍청이 온새미로.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10일뒤에도 한달뒤에도 1년뒤에도. 나는 언제나 이렇게 살아야겠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사랑해야하고. 웃는법을 모른채 웃어야하며. 우는법을 알고도 참아야하겠지. 그. 그아이. 윤여준 앞에서만은..... \다음날. 학교가는길. 여준이가 늦잠을 자고있기 때문에. 외롭게 등교를 하고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혼자 학교를 가는것 같다. -여준아. 일어나면 전화해. 오늘 먼저갈께. 자고있을 여준이에게 문자를 보낸후 한숨과 함께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그런데 자꾸 기분탓일까? 왠지모르게 버스를 잘못탄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그렇다니깐. 서은향이 돼지형아 두마리를 풀어놓은거다." "세상에끔찍해 형광아!!!" "아우 이게 미쳤나. 난 니 얼굴이 더 끔찍하거든?? 아침부터 어디다가 들이대!" "이세끼가!!!!!!!!!" "입벌리지마 개자식아. 입냄새나" 처음보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대화가 낯설기 때문이다. 여준이랑 탈때는.. 항상 조용했었는데 "저..아줌마. 이거 석원고등학교가는 버스 맞아요??" 혹시나 몰라서. 앞에 있는 아줌마에게 물었고 제길스럽게도.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어버렸다. "으응? 아닌데. 이건 시청 쪽 가는 버스야." 맙소사 반대편이다. 이런. 오늘은 꼼짝없이 지각하겠구나. "아저씨!!!!!!!!!!!!세워주세요!!!!!!!!!!!" 서둘러 일어서서 버스를 세우려고 소리치는데 소리가 너무 컸던 모양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버렸다. 정말 이런건 싫어. 어서 버스에서 내려야겠어. 아저씨의 작은 욕설과 함께 버스가 급히 슬 무렵. 가방을 들고 급히 내릴려던 그 무렵. "온새.......미로.......?" 누군가가 작게 내이름을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그건 분명 내이름이였다. 아주.. 정말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똑똑히 온.새.미.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내이름이였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까부터 버스안을 시끄럽게 굴었던 두 남자아이중 한명이 창백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고있었다. 누구...지?? "누구세요?? 절...아세요??" 내려야한다는것도 잊은채. 호기심에 그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가요." 남자가 대답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라경이가 딱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둥근 눈매에. 어린애같이 귀여운 얼굴. 흐음. 분명 라경이가 이자리에 있었더라면 이랬을꺼야. '씨 존나쌔깐해!!!!!!!!!!!!!!!!!!' "방금전에 절 부르셨잖아요. 제이름을 말했잖아요" 나는 급히 쓸떼 없는 생각을 거두고 그 귀여운남자에게 말했다. 교복을 보아하니. 대승공고인것 같다. "언제요." 이사람이 시치미를 떼네. 나는 눈을 게심츠레 뜨고는 중얼거렸다. "분명히 들었는데..." "뭐래. 아 그냥 빨리 가세요." 이.런. 미친놈이다. 어이가없어서. 그 귀엽게 생긴 남자를 노려보다가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이번에는 그 옆에있던 남자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또 왜그...어..?" 모든게 멈쳐버린듯. 내 시선은 온통 내 손목을 잡은 그 녀석에게로 고정되었다. 어제.. 그 녀석이다. 극장앞. 나를 상대로 어설픈 인질극을 벌인. 애기냄새가 났던 그 녀석. 그 녀석은 정말 반갑다는듯 밝은 웃음으로 소리쳤다. "나 기억나지!! 우와 조따 반갑다!!!!!!!" 이것이. 김형광 그녀석과의 눈물나는 두번째 만남이다. <2> "아.. 네 저도 반가워요." 너무 밝게도 너무 어둡게도 아닌. 딱 적당한 웃음을 띄며 대답을 건냈다. "으. 존댓말은 거북해." 인상을 찡그리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 아이. 그러다가 풉 하고 웃어버린다. 그순간 느낀건. 내가 그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아이에게 느낀건. 웃음이 참 예쁘다는거. 근데 그 웃음이. 참... 슬프다는거. 쾅. "저기요. 안 내려요???" 그때. 옆에있는 버스안 창문을 주먹으로 치더니 신경질적으로 귀여운남자가 말했다. 씨. 초면인데 왜이렇게 막 구는거야. "내릴꺼라구요!!" 나 또한 신경질적으로 대답한뒤 어제 본 김형광이라는 그남자에게 눈인사를 건낸후 버스에 내렸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반대편으로 걸으려는데. 버스 문이 닫힐려는 찰라. 아슬아슬하게 김형광이라는 그 아이가 내렸다. ........?....... "김형광!!!!!!!!!!!!미쳤냐??????!!!!!!!!이세끼야!!!!!!" 이윽코 버스문이 닫히고. 귀여운아이의 고함소리가 점점 작아질 무렵. 내옆에 서서 버스를 향해 두손을 마구 흔드는 아이. "잘가. 빌어먹을 똥차!!!!!!!!!!!"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소리에 한쪽 눈썹을 찡그린채 날 쳐다보는 김형광이란 녀석. "아.. 미안해요 웃을려고 한건 아닌데.." "이번 한번만 봐줄게." "아..네.." 그 후. 잠시 정적.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저 그럼 가시는길 가세요. 저도 이만." 그때서야 지각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인사를 건내는데. 별안간 내 손을 확 잡아버리는 그아이. "이름이 뭐야??" 그리고 그녀석이 말했다. 그순간 녀석의 검은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그 아이만의 향기가 내 코 끝에 내려 앉았다. "제 이름은 왜요...?" "뭐냐구요." "제이름이요??" "응 니이름이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대꾸해주는 김형광이라는 아이. 나는 머뭇머뭇 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온....." "온???" "온새미로." 내 이름을 듣자마자. 그아이가 한말은 정말 그아이 다웠다. "온새미로. 와 씨발 이름 길다." "........" "나 머리도 나쁜데. 씨. 온새.. 뭐라그랬지?" 그래. 너 정말 머리 나쁜거같구나. 말한지 3초만에 까먹다니. "온새미로." 내가 다시한번 말하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듯 싶다가. 갑자기 내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는 김형광. "에에??? 이걸 왜 저한테 주세요??" "이따가. 다시 만나." 대뜸 그게 무슨소리지? 혹여 내가 잘못들은게 아닌가 싶어서 되물어보지만. "......네..?" "이따가 다시 보자구"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왜요???" "나 이제부터 무단결석 안하기로 약속했으니까. 게다가 무단결석하면 서은향이 이번엔 어떤방법으로 귀찮게 굴지 몰라. 아우씨." 내 물음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꽤나 복잡한듯.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그아이. 그러다가 머리가 터져버리겠다. 라고 소리친후 이따 만나. 라는 말만 남긴채 뒤돌아 걷는 그아이. 참으로.. 이상한 사람. 나는 멍하니.. 내 손에 들려진 낯선 핸드폰을 내려다 보았다. "저기..왜 우리가 이따 만나야 하는거죠???????? 절 아세요??? 누구세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상황이 이해가지 않아서. 그 사람의 뒷모습에 소리쳤다. 그러자. 그녀석은 브이자를 보이며 말했다. "졸라 멋쟁이. 김형광!!" 이때까지도 난 아무것도 몰랐다. \학교 "온새미로!!!!!!!!정말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이녀석아!!" "죄송합니다.." "너 임마 이제 내일모래면 고3이라구 고3" 고3이 되든. 대학생이되든. 저한텐 아무 의미없는걸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절대 지각하지 않을께요." 꾸벅. 노하시는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건낸후. 힘없이 교무실을 나와버렸다. 휴우. 이런것도 너무 싫다. "미로야!!!!!!!너 오늘 왜이렇게 늦게왔어!!!" 터덜터덜 복도를 거니는데 내가 유일하게 믿을수있는. 오래된 친구인 민경이가 저 멀리서 소리를 질렀다. 이제야. 내 입가에는 웃음. 내 눈가에도 웃음. 하루 중 내가 유일하게 웃을수 있는 시간은 바로. 민경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다. "버스를 잘못탔어. 오늘 정말 운도 드럽게 없다규!!!" 그리고..... .진짜 온새미로로 돌아가는 시간. "으구. 미친기집애. 걱정했잖아" 내 앞으로 다가온 민경이는 자연스럽게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걱정할일도 많다. 근데 민경아 오늘 너 시간있어??" "와우. 온새미로가 왠일이야???" "그냥..오늘 우리 아빠 산소나 가자구." "아버님산소?? 나야 당연히 환영이지" 흔쾌히 승락한뒤. 콧노래를 부르는 민경이. 그순간이였다. 내 걸음이 힘없이 멈쳐진건. "여준아..." 내 입에서 결코 달갑지 않은 그 이름이 나오자. 민경이의 걸음도 따라 멈추었다. 맞은편. 지금 등교를 한 모양인지 부시시한 머리로 서있는 내남자친구 여준이. "너..." 왜지. 또 무슨일인거지. 여준이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져있다. 화난거 같다. 자꾸만 내 어깨가 움츠러 든다. 그래. 난 지금 여준이를 두려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으..응??" "나좀보자." 민경이를 지나쳐. 거칠게 내 손목을 잡은채 그대로 날 학교 밖으로 이끄는 여준이. 그리고. 학교밖으로 오자마자. 여준이는 그대로 내 왼쪽뺨을 내리쳐 버렸다. "........?...여준..아......??" 뺨이 화끈거리면서 부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물고.. 난.. 고개를 떨구었다. 꼭 죄진사람처럼 말이다. "먼저 가지 말랬지." 그것때문이였구나. 아침에 먼저간것때문에.. 난 서둘러 여준이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그러자 화를 꾹꾹 참는듯했던 여준이의 목소리는. 금새 커져 학교를 떵떵 울렸다. "나보다 앞스지 말랬지. 항상 내 뒤에 서있으랬지. 항상 나 기다리랬지!!!!!!!!!!!!!!!!!!!" "미안해. 너희집에 갔는데. 니가 자고있다길래.. 깨우고싶진 않았어. 정말 미안해 여준아." "자꾸 이런식으로 나 화나게 하지마." "응..응.." 복.종. 무조건 이아이에게만은 복.종.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날 쳐다보더니. 윤여준 그녀석은 거칠게 학교로 들어가버렸다. 마지막말을 잊지 않고서 말이다. "그날 일...아직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온새미로." 그러면.. 그러면 나는. 또다시 무너지고야 만다. 치마에 흙이 잔뜩 묻는지도 모른채. 그대로 더러운 바닥에 주저앉아서. 끔찍했던. 정말이지 너무나도 끔찍했던 그날의 아픔때문에 울어버리고야 만다. 눈물. 그건.. 지금 내가 할수있는 유일한 반항이기 때문이다. ".............." 그때. 누군가가 내 눈을 큼지막한 자신의 손으로 가려버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아버리려는듯 말이다. "우는건 지긋지긋하다구. 그러니까 울지마." 이윽코. 낯익은 목소리가 내귀에 내려앉았다. 이건.. 틀림없이. 그 아이다..... "우리학교에요??" 서둘러 그 큰손을 치우고 물었다. 그러자 김형광이란 아이가 말했다. "고2지??" "아..네." "나도 똑같은 고2인데. 왜그러케 쪼다같이 존댓말써??" 윽. 쪼다..?? "모르는 사람이니깐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챙피해. 이런 모습을 이 사람이 보는게 너무 챙피하다. "왜? 우린 어제도 봤고 아까도 봤고 지금도 봤는데." "......" "그러니까 온선미랑 김형광은 이제부터 아는사람이다. 오케이?" 잘나가다가... 왠 온선미일까.. "온선미가 누구에요" "지 이름도 까먹는 바보네." 알려준지 1초만에 까먹는 바보는 당신이잖아요!!!!!!!!. 라고 말할려다가 입을 꾸욱 다무는 온새미로. 침착하게 다시한번 내이름을 말해줬다. "제 이름은 온선미가 아니라. 온새미로라구요" "너가 온선미라고 했어. 병신아" "언제요!!!!!!!!!!!!!" "빠락빠락 우기네!!!!!!이바보가!!!!!!!!!!!!" "내가 언제 우겼어!!!!!!!!!!!!!" 헉. 결국은 반말을 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허겁지겁 입을 막아보지만. 김형광은 하하하 하고 웃더니 "너 진짜 웃긴다." 알고있을까. 진짜 웃긴건 자신이라는걸. "근데 우리학교도..아닌거 같은데 여긴 왠일이야??" 한번 한뒤로부턴 술술 나오는 반말. 원래 사람이라는게 그렇지 않은가. "내가 아까 다시보자고 했으니까." 그래. 그건 알아. 하지만 그럴꺼면 핸드폰은 왜줬고. 무단결석 안한다면서 왜 무단결석을 해서 온거냐구. "왜?? 무단결석 안한다면서. 결국은 하고 우리학교까지 온거야???" "응 교복보고!!" "왜??" "나 원래 궁금한건 졸라 못참거든." "궁금해??? 뭐가..??" 내말에 김형광은 일어서서 내눈앞에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어...? 이거 어디서 났어??????!!" 예전부터 내가 하고 다니던 목걸이였다. 바보같이. 버스에서 떨어트린 모양이구나. 그러면.. 이거 전해주려고..? "고마워. 없어졌으면 정말 큰일 났을꺼야." 허겁지겁 일어서서 그녀석 손에 들린 내 목걸이를 잡으려는 순간. 목걸이를 위로 올려버리는 형광이. "뭐...뭐야..??" 당황한 내가 소리치면. 맞은편 주머니에서 또다시 무언갈 꺼낸다. 그.건...... 또다른 목걸이였다. 나를 놀라게 한건 그 목걸이가 아니였다. ... "........?......." 내목걸이와. 김형광 손에 들려진 또다른 목걸이가 만나자. 일치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내 목걸이는 네잎클로버를 잘라논 모양이였다. 그리고 녀석의 목걸이도 나와 똑같은 모양. 그 두개의 목걸이가 만나자. 완벽히 일치했다는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볼수없게....... 잘려진 문구까지도 두개의 목걸이가 만나자 완벽히 일치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그 문구. "너.. 이 목걸이 어디서 났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석에게 물었다. 그러자 녀석이 대답했다. "예전부터 하고있었어. 근데 어디서 난지는 기억안나." "..........." "넌..?" 그건... ...그건... "나도..." 녀석이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고. 나는 형광이에게서 두개의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늘 궁금했었는데. 반쪽의 주인공이 누군지. 그런데 그 주인공이 쌩뚱맞게 이런 아이였다니 "너 혹시 이거 주은건 아냐??" 두개의 목걸이를 손에 쥔채 물어보아도. 녀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댄다. 그럼 뭐지?? 난 이녀석 정말 처음보는데. "야. 너 나 알아?? 뭐 낯이 익는다던가." "아니. 절대루!!!" 답답하다는듯 머리를 긁어대는 김형광. 그러다가 또다시 내게 묻는다. "그럼. 너 생일 언제야??" "나?? 7월10일.." "쌍둥이도 아니고..." 녀석이 중얼거렸다. 말이 되냐구. 쌍둥이라니. 정말 생각하는것도 이아이는. 이아이 답다. \1시간뒤 땡땡이를 깐채 1시간째 김형광과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결국 해답을 얻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서 우연히 마주친적도없고. 가족사로 얽힌것도 아니고. 서로 처음보는사이인데. 똑같은목걸이를 가지고 있다.. 흐음... 이건 도대체 어떤 경우일지.. "야 온샘아." 난관에 걸터앉아서 다리를 떨어대는 김형광이 맞은편에 서있는 나를 불렀다. 휴. 하필이면 또 온샘이가 뭐냐 온샘이가. "온새미로!!!!!!라니까" "내머리가 나쁜게 아니라. 니이름이 존내 어려운거다" "핑계두 잘잡네. 그나저나 난 왜??" 그러자 잠시 머뭇머뭇거리던 그아이. "나 담배펴두돼?" "그걸 왜 나한테물어??" "심심해서." 할말을 잃어버린 나는 고개를 끄떡거려주었고. 그제서야 밝게 웃으며 교복 뒷주머니를 뒤적이는 형광이. 참 이상하지. 내가 유일하게 즐거운 시간은. 오랜 친구 민경이와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그게 아닌거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들어. "어?? 이게 누구야. 우리 존내 귀여운 형광이아냐??" 그녀석을 보며. 나도모르게 미소짓고 있을 무렵이였다. 어떤사람이 학교뒤로 걸어왔고. 아니. 정정하겠다. 어떤사람들이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한눈에 봐도... 참.. 할말을 잃게 만드는 스타일들. 그래. 저건 완벽한 양아치들이다. 우리학교에도 저런사람들이 있었나?? "씨. 디질랜드." 나와함께 그 무리들 봐버리고만 김형광은 당황한듯. 그자리에서 급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우리학교 시멘트 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더니 별안간 내 손을 잡고는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잠깐. 이건 무례하다구. "뭐하는거야. 나 수업받으러 들어가야한단말야." "넌 내가 저 형들한테 막 뽀뽀세례 받았으면 좋겠어??" 뜬금없어도. 이렇게 뜬금없을수 있을까. "뭐???? 저 오빠들이 너한테 뽀뽀해??" "받았으면 좋겠냐구!!!!" 이게 근데 왜 성질이냐구 "아..아니!!!" "그럼 입다물고 뛰어." 그렇게 난. 할수없이 말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뛸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등뒤가 축축해진것을 느낄 무렵. 그제서야 녀석은 내손을 놔주고는 멈쳐섰다. 거친숨을 내쉬면서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녀석 웃고있다. 그 웃음을 보자. 나도 웃어버렸다. 이녀석이 웃긴게 아니였다. 이녀석의 눈물섞인 웃음이 웃긴거였다. 형광이라했나..? 넌 참......나랑 비슷한거 같아. "근데 너 달리기 되게 잘한다." "별로못해. 100m에 5초뛰어. 그게 뭐 잘하는거야." ................. 아무런 변화없는 얼굴로 내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녀석. 정말이지 알수없다. "뻥치지마." "뻥 아닌데. 나 치타야" "그럼 난 토끼" "왜저래." 난 그저 장난에 맞장구를 쳐준것 뿐이였다. 하지만 김형광은 쪽팔린다는듯 내게서 한걸음 물러나버린다. "나..나 키위쥬스사줘. 너때문에 뛰었더니 너무 더워." 그런 형광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말. 이상하다. 김형광. 이아이와 있으면 윤여준옆에 있던 온새미로는 전혀 찾아볼수가 없다. "꽃뱀자식." 결국 생과일 쥬스집으로 가는중에. 김형광이 투덜됐다. "내가 왜 꽃뱀이야??" "남자의 지갑을 탐내니깐." "어이없는거 알지.??" "야. 우리학교에 김어이라는애 있다. 김어이는 세상에서 그말 제일 싫어해. 내가 다이른다!" 도대체. 이아이의 말중 몇프로가 구라이고 몇프로가 진짜인지. 이제 정말 구분하지 못하겠다. 잠시후. 한적한 생과일전문점집 의자에 마주보고 앉은 우리 둘. 나란히 키위쥬스를 시키고 쪽쪽 빨아대고 있는 중이다. "목걸이말야." 앞에 놓인 빵으로 생크림을 휘젓고있는 녀석을향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왜?" "그거. 그냥 신경쓰지 말자구." "나 궁금한거 존나 못참는데." "나. 너랑 얽히면 안돼. 너라서 얽히면 안되는게 아니라. 니가 남자라서." 다른남자와는 절대 눈조차 마주치지 말라는. 여준이의 말이 황급히 떠올랐다. 잊고있었다. 여준이를. 잠시동안 이아이로 하여금. 완벽히 잊고있었다. "내가 너무 잘생겨서??" 장난스러운 녀석의 물음에도 나는 그저 씽긋 웃어줄뿐이다. "그 목걸이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 뭐. 그리고 설령 너랑 나랑 무슨 인연의 고리가 있다해도 나랑은 아무상관없는거야." "아오 궁금한데 그 목걸이." 내 장담하겠는데. 김형광. 승부욕 하나는 끝내줄거다. 저 의지로 공부를 하면 아주 잘할텐데. 꼬락서니를 보니 공부와는 거리가 먼듯싶고.. "헉.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우리 이제 그만 가자." 녀석을 지긋히 응시하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다급하게 일어섰다. 생과일집을 나와 작별인사를 건내려는데. 김형광이 특유의 웃음을 짓고는. "또 볼수 있을까?" 장난스럽지만. 진지하게 말했다. "응? 뭐가??" "우리." ".....?....." "똑같은 목걸이 가지고있는 우리." "너 지금 작업거는거지이" "똑같은 눈물냄새가 나는 우리." ... 그녀석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을땐. 내게 마구 한손을 흔들어 주는 김형광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제 인연이 되면 보자. 그대신 우리 다시 보면 그때 그거는 운명적인거다 알았냐??" "어..??" "간다!!" 왜였을까.... 어쩌면 당연한걸지도 모르는데. 방금전에 서운했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망설임없이 내게 안녕을 외치는 그녀석의 모습이 너무나도 서운했다. 시내 한가운데에 서서 멍하니 녀석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어제와 같이 꿈을꾼것마냥 픽 하고 웃어버렸다. 잠시후 나는 손에 들린 목걸이를 내 목에 걸었고. 그제서야 목걸이의 주인을 찾아주었다. 그리고는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였다. ♬쪼포쪼포쪼포 허이짜허이짜 다 죽여버리겠다♬ ..... 낯선 벨소리가 울렸다. 아주 가까이서 나는 소리인듯.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안가서 그 소리가 내 주변에서 나는소리라는걸 깨달았고. 그것이 아까 김형광이 내게 준 핸드폰소리라는걸 아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윽. 아까 돌려준다는걸 깜빡 잊은모양이다. 나는 허겁지겁 녀석의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 내 다급한 목소리에 상대편에선 특유의 옅은 웃음소리가 번져 들려왔다. 이건... "김형광...?" -이거 졸라 골떼리는 운명이다. 안그러냐?? "미안해. 핸드폰 주는걸 깜빡했다." -내일 줘!! 핸드폰 너머로 떵떵 울리는 김형광의 밝은 목소리. "오늘 주면 안될까?" -응 안돼 "알았어. 그럼 내일줄께." -데이트신청 고마워!!! "뭐.뭐???" 달칵. 매너없이 끈겨버린 전화. 어이가 없어서 핸드폰을 한참을 응시하다가 웃어버렸다. 처음본 사람일뿐인데. 단지 그뿐인데.. \학교 허겁지겁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마침 쉬는시간이였고.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로 부산한 복도를 지나 교실문을 열었다. "온새미로. 너 정말 미친거야??" 교실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내게 대뜸 소리치는 민경이. 나는 그런 민경이에게 달려가 물었다. "여준이는?? 여준이가 우리반 혹시 왔었어????" "그건 아냐." 휴. 다행이다. 여준이가 왔었더라면 정말 큰일났을거야. 내가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땡땡이를 깐걸 알게될테니까.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는 그제서야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자 쪼르르 옆자리에 앉아버리는 민경이. "어디갔다온거야. 또 윤여준이랑 한판했어??" "내가 잘못한일이였는걸 뭐. 다음시간 뭐야??" "그러니까 니가 뭘 잘못한거냐구" "그냥 여러 잘못. 다음시간 뭐냐니까" "수학이다 개세키야!!!" 결국은 삐져버린 민경이가 뚱한 목소리로 내게 말할 그 무렵. 쪼포쪼포쪼포 허이짜 허이짜.♬ 교실안을 가득 메워버린 형광이의 벨소리. 이런. 김형광. 전화 끈은지 얼마나 됬다구. "이 핸드폰 누구꺼야??? 니껀 아니잖아!" "그냥 좀 아는애꺼야." "얼른 받아봐. 끈기겠다" "어?? 응 그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은향이가 얼른 전화를 받길 제촉했다. 나는 할수없이 급하게 전화를 받아버렸다. 그리고 그건 내 첫번째 실수였다. "김형광. 또 왜!!" -뭐야. 자신있게 김형광이라고 생각했건만. 뜻밖에도 건너편에선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김형광핸드폰입니다. 누구세요??" -너 누구야?? 너 거기어디야!!!!!!!!!!! 윽. 고막터지겠다구. "여긴 학교에요. 저 지금 김형광핸드폰을 제가." -이씨발@#*#($#$*너 형광이한테 새로 생겼다는 그 년이야?? 김형광 정말이지 넌 알수없는 아이야. 고작 2일밖에 보지 않았지만. 이 결론만은 확실해. "네???" -너 거기어디야. 어디냐구 이년아!!!!!!!!!!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차마 담기도 험한 욕짓거리에 내가 잠시 멍해져있을때 옆에서 잠잠코 듣던 민경이에게 핸드폰을 뺏겨버린것은 내 두번째 실수였다. "어디냐구?? 별나라다. 개년아. 너 누군데 내친구한테 욕하냐!!!!" "으악. 민경아 그만해!!응?? 나 이 핸드폰 주인이랑 잘 알지도 못한단말야!!!" 급히 뺏으려고 했지만. 나보다 키가 좀더 큰 민경이가 일어섬으로서 그건 역부족이였다. "넌 가만히 있어봐. 그래!!!!!어!!!씨발년. 너같은거 하나도 안무섭다구 푸하하하. 욕 아주 잘한다. 계속해봐 이언니가 들어줄께. 응. 뭐? 김형광?? 그래!!!!!개?? 내친구 애인이다 약오르냐????!!!엿이나쳐먹어" 달칵....... ....... "씩씩씩. 죽일년. 야 너 이핸드폰 당장 버려!!!" 굉장히 화가 난듯 콧바람을 씩씩 불어대던 민경이. 이내 민경이가 자신에 손에 들린 핸드폰을 그대로 칠판에 던져버리는걸 말리지 못한것은. 내 세번째 실수였다. 쾅. 제 매를 맞듯 초록색 칠판에 부딪힌후 떨어진 그아이의 핸드폰. "아아아악!!!!!강민경!!!!!!!" 그리고 내 눈물섞인 절규.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바닥으로 떨어진 핸드폰은 그대로 두동강 나버렸다. "어떻해. 이거 어떻하면 좋아!!" 쭈구리고 앉아서 두동강난 핸드폰을 집어든 내가 소리치자. 태평하게도 민경이는 느긋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어차피 니핸드폰도 아니잖아. 그 핸드폰주인이랑 쌩까면 되지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될것도 없지요!! 아 오랜만에 열냈더니 배고프다. 매점가자!!" "강민경!!!!!!" "그럼 나 혼자라도 갑니다요!!" 내게 손을 흔들며 재빨리 교실을 나가버리는 민경이.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정말이지. 어떻하냐구우!!!! 그날저녁. 김형광의 두동강 난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무렵. "미로야!!!!! 온새미로!!!" 노크도 없이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나와 동거중인 라경이가 허겁지겁 소리쳤다. "라경아 왜??" "밖에.." "응??" "윤여준와있어.!!!" 그말을 듣는순간 정말 두려움으로 몸이 벌벌 떨리더라. 황급히 형광이의 핸드폰을 서랍에다가 넣고는 거울앞에 섰다. 여준이가 싫어하는 옷인지. 머리인지. 악세사리인지 모든걸 확인하고는 집앞으로 나가자 담벼락에 비스듬히 기대 서있는 ....여준이가 보였다. 학교에서의 일이 떠올라 멈칫거리는 나를 짙은 눈으로 응시하는 그녀석. 심장이 뛴다. 두근두근 설레여서 뛰는게 아니라 두렵고 무서워서. 쿵쾅쿵쾅 우습게도 심장이 뛰었다. "여준아..." 용기를 내어 그녀석의 이름을 부르면.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여준은 나를 품에 안아버렸다. "병신." 여준이 특유의 알싸한 담배향과 향수냄새가 섞여 신기한 향이 났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잠자코 녀석에게 안겨있었고. 그런 나에게 여준이가 말했다. "아까 미안해. 자꾸 니 아픔 꺼내서 미안하다." "......." "근데..그러지 않으면 니가 도망가버릴것만 같아서" "......." "나도 미치겠다구" 짙은 녀석의 한숨소리에. 그러면. 그러면 온새미로는 언제나 그렇듯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아냐 여준아. 나 너 안떠날꺼야." 여준아. 그거 알고있어.? 우린. 죽어도. 사랑하는 사이는 될수 없다는거. 애인은 될수있어도. 서로 사귀는사람은 될수있어도. 죽어도.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이는 될수 없다는거. .. ........ 여준이와 꽤 깊은 얘기를 하고 집으로 들어오자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가 잠든 라경이가 보였다. 그런 라경이에게 이불을 덮어준뒤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휴 피곤해.." 그나저나. 두동강난 이 핸드폰은 어쩌냐구. \다음날. 할수없이. 두동강난 핸드폰을 들고 찾아온 대승공고. 물론. 학교가 끝난후 말이다. 청소까지 띵까고 허겁지겁 이곳에 온 이유는. 그아이에게 싹싹 빌어야하기때문이다. 왜냐면. 난 핸드폰을 사줄 돈이 없으니깐. 다행히도 여준이는 오늘 친구들과 서울에 갔다 "그나저나. 왜이렇게 안오는거야."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대승공고 정문앞에서 외롭게 홀로 서있는 온새미로. 눈을 크게 뜨고 따가울때까지 하교를 하는 회색교복들 사이에서 그아이를 열심히 찾아보지만. 그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후우. 대뜸 화부터 내면 어떻하지. 불안한 마음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중 그아이를 열심히 찾는데 그때. 누군가가 내게로 다가와서 다소 시니컬한 음성으로 물었다. "학생. 대승공고 교복이 아닌데..누구 찾으러왔어??" "네??? 아..네." "혹시 학생이 형광이 여자친구야??" "네???" 이건 또 무슨 소리냐구요. "김형광을 찾으러 온건 맞는데. 김형광 여자친구는 아닌에요" 정중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아무말없이 씩하고 웃더니 날 학교안으로 무작정 끌구가는게 아닌가. 정말. 김형광. 너 주변사람들은 다 왜이러는거야!!!! "저..저기요!!!!절 왜끌구 가시는거에요??!!" "하하. 겁먹지마. 난 여기 대승공고 학생주임이야" 그 말에 그제서야 안심이 된 나는 어색히 웃어보였다. "아 근데..전 왜요??" "김형광녀석이. 교내봉사를 하고있는데 대뜸 밖에 여자친구가 기다린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나가본다고해서. 뻥인줄 알고 확인하러 왔지." "김형광이요..?" "응. 그놈에 자식 또 뻥치는줄 알았는데. 진짜네.허허" "아..." 그런데 어쩌죠 선생님. 선생님이 완벽히 속아 넘어가신거 같은데요. "아씨 학주 저깄네" "난 분명히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뻥쳤는데.씨" "개자식아 이제 어떻할꺼야!!!!!!" 학생주임선생님과 얘기하는 도중 내 눈에는 바로 뒷편에서 수근거리는..김형광네 무리가 보였다. 하하 김형광. 너 정말 거짓말 잘 치나보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학주선생님까지 속이고.. "저 선생님. 저 정말 형광이여자친구 아니구요. 선생님이 속으신거 같아요. 김형광은 저기 뒤에서 튈려고 준비하네요." 속삭이듯. 그러나 크게 학주선생님한테 말했다. 내말에 얼굴이 굳어버린채 그대로 학주샘이 뒤돌아서면. 김형광을 포함한 네명의 녀석들이 기겁을 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 이놈의 개자식들!!!!!!당장일루안와???!!!!!" 그리하여. 배불뚝이 학주선생님과. 건장한 네명의 사내녀석들의 치열한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30분뒤. 학교정문앞에서 나란히 무릎꿇고 손을 들고있는 형광이네 무리들. 본의아니게 이일에 끼어들게 된 나 온새미로는. 벌써 30분째 뻘쭘하게 학주샘 옆에 서있는중이다. 핸드폰일만 사과하고 가려했지만 선생님을 속이는걸 보고도 도저히 넘어갈수가 없었다. 그래도 후회가 되긴 한다. 왜냐면.. 왜냐하면.. 간간히 날 째려보는 김형광의 친구들이 무섭기 때문이다. "이 정신나간것들아. 도대체 뭐가 될려구 그러냐?? 뭐??? 여자친구가 정문에 서있어??!!" 학주선생님의 호통에 저마다 고개를 숙이는 김형광네 무리들. 유독 김형광만이 삐딱히 학주샘을 노려보고 있다. "온새미로. 제 여자친구 맞는데요!!!" "뭐.뭐??" 김형광 저 죽일놈. 난 학주샘과 눈이 마주치자 손을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형광. 정말 너 못말리는 아이구나. "물론 제가 선생님한테 공갈친거지만. 개는 진짜 제 여자친구 맞아요" "아니 그래도 이놈이!!!!" "그래서!!!!" "뭐??" ... "난 지금 선생님이 제 여자친구 옆에있는게 열받는다구요!!!!" 학주샘을 향해 꽥 소리를 질러버리는 김형광. 옆에있던 친구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낸다. 그러자 꽤나 민망하셨는지 얼굴이 벌개진 채로 학주선생님이 소리치셨다. "니들 똑바로 손 안들어?!!!!!" \1시간뒤. 대승공고 운동장 김형광의 친구들이 담너머로 훔쳐보는것이 눈에 걸리긴 하지만. 어쨋든 녀석과 나는 스텐드에 앉아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하교를 해서 텅빈 운동장이 쓸쓸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둥근 눈매로 자꾸만 웃는 그아이 "아까 왜 거짓말쳤어??" 나는 대뜸 물었다. "뭐가?" "아까말야. 여자친구라고 거짓말쳤잖아." 내 말에 풉하고 웃어버리더니 기지개를 펴는 김형광. "여자친구는 거짓말이였지만. 학주옆에 있으니까 열받는건 진짜였어" "너 혹시 나 좋아해??" 푼.수. 온새미로 지금 이건 완전 푼수짓이였다. 바보같이. 왜 자꾸 뜬금없는 말이 자꾸 입에서 나오는거냐구. 하지만 바보처럼 아주 당연하게 나오는 녀석의 대답을 기다리기까지 그 짧은순간 두근거렸다. "아니. 내가 왜??" 아무리 그렇다지만 꼭 그렇게 딱잘라서 말할필요까진 없다구. "그럼 왜 열받았는데!!!" ... ....... 그러자 옅게웃으며 그아이가 말했다. "학주랑 너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제기랄. "나 간다." "응 잘가!!" "으응" "야.온샘아" "온새미로라구 했지!!!!!" "근데 여긴 왜온거냐??" 아. 맞다. 하마터면 여기 온 이유를 잊어버릴뻔했네. 나는 빙그르르 다시 김형광에게로 돌아서서 주머니에 고히 모셔둔 두동강 난 녀석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 핸드폰이 점점 가까워지자. 녀석에 얼굴은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럴줄.. 알았어 나 한대 맞는거 아냐?? 그래. 내가 이 비싼 핸드폰을 부셨으니. 맞아도 싸. "저 있잖아.." 맞을 각오를 하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김형광이 먼저 내 말을 막아버렸다. "이 핸드폰이 내꺼라는 얘기만 아니면 다 들어준다." "니꺼맞아." "이거 몰래카메라냐??" 갑자기 일어서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찾는.. 황당한 김형광녀석. 후우. 저게 더 미안하게 왜 저러는거야. "몰래카메라 아니구.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아.씨발!!!!!" "윽. 미안해 정말 미안해. 거기 핸드폰에 중요한거라도 있던거야???" 정말로 화가난걸까. 처음보는 모습으로 거칠게 욕을 뱉더니 삐딱히 날 노려본다. 후. 강민경 죽일년 너때문에 내가 무슨고생이냐구. 두손을 모으고 싹싹 빌었다. 그러자 녀석이 짜증난다는듯 내게 소리쳤다. "거기 나 졸라 얼짱처럼 나온 사진 있었는데.씨" 뭐라구.. "그게다야?" "응.왜" "아냐. 거참 죽을만큼 미안하게 됐구나." 내 비아냥에 다시 웃는 김형광.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뺏더니 두동강 난 그것을 운동장으로 던져버린다. "뭐.뭐하는거야 너." 남자긴 남자인가보다. 힘이 얼마나 센지 저 끝까지 날라가버렸다. 난 순간 저 단단한 주먹에 내가 맞았더라면. 하는 끔찍한 상상에 휩싸였다. 으 소름끼쳐. "가자." 그때 별안간 날 일으키는 녀석 "어..어딜??" 엉거주츰 따라가며 물었다. "목걸이 해답찾으러!!" 또 그놈에 목걸이냐. 그냥 잊기로 했잖아. 라고 하려다가. 내가 지은죄가 있으므로 조용히 녀석을 따라 나섰다. "김형광!!!!!!우리 하울이 알바하는데서 술먹기로 했잖아!!!!!" "맞어. 야 어디가!!!!" 뒤에서 형광이 친구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지만. 김형광은 일제히 씹은채 날 어디론가 이끌었고 나는 바보처럼 끌려갈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내 마지막 실수였다. .. ..... 김형광과 온곳은 다름아닌 목걸이 전문점이였다. 이리저리 예쁜 목걸이들을 둘러보는 나와는 대조되게 형광이는 심각한 얼굴로 주인언니와 무언가를 아까부터 얘기중이다. 흐음 이목걸이 진짜 이쁘다. "야 일루와바." 이게. 명령이네. (그러면서 쫄래쫄래 가는중) "김형광. 왜??" "이 누나가 그러는데 이 목걸이 같이 파는거 맞대" "그래?? 그러면 우연인가보지~!!" 녀석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넘길려는 찰라. 심각한목소리로 다음말을 이어가는 김형광. "근데. 이 문구는 이런데서 파주는거래." "뭐..?" "야 나 무서워." 인상을 찡그리며 내게 자신의 목걸이를 던져버린다. 그 바람에 김형광의 목걸이는 내 코에 달랑달랑 걸려버렸다. "너 죽을래요??" (코에 목걸이가 걸린채 말하고있음) 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풉하고 비웃는 목걸이가게언니를 한번 쳐다본후. 김형광의 손을 잡고 무작정 나와버렸다. "나 아무하고나 손 안잡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내손을 헹가레치는 빌어먹을 김형광. 무안하고 뻘쭘해진 나는 괜시레 소리를 버럭 지러버렸다. "그래. 미안하게됬다. 나 갈께. 우리 왠만하면말야 다신 마주치지 말자구!!!!!!!!." 자꾸만. 이상하게 자꾸만 이아이에게 막 굴게 된다는걸 느꼈다. 여준이 앞에선 상상도 할수없는 말투들이. 형광이 앞에서는 술술 나와버린다. 코에 걸린 목걸이를 형광이에게 쥐어주고는 뒤돌아 가려는데. 김형광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핸드폰." "으윽." "내 얼짱사진 들어있는 핸드폰." 난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수밖에 없었다. "우리 이제 뭐할까??" "뭐야. 왜 친한척해" 웃으며 달려드는 내가 부담스럽다는듯 한걸음 물러서는 김형광. 참자. 난 부자가 아니니깐. "(부글부글)그래 미안하게 됬다" "술먹을줄 아냐?" 자연스럽게 걷게된 우리 둘 "못먹을줄은 몰라." "뭐래. 따라와!" "너 지금 누구흉내낸거냐" "나랑 똑같이 생긴형." "그러니까 누구." "원빈형" "자 갑시다.얼른" 실없는 녀석의 말에 웃으며 이번엔 내가 녀석을 이끌었다. 영양가없는 장난을 치며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형광이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내 옷자락을 잡고는 그대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또 뛰는거야???!!!! "야. 야 너 또 왜그래!!!" "서은향이봤어. 난 세상에서 당근보다 서은향이 더싫어" 기겁을 하며 속도를 더욱 내는 김형광. 서은향이라면. 어제부터 줄곧 들었던 그이름이다. 가끔씩 쌩뚱맞게 형광이 입에서도 튀어나오고. 그래. 어제 내친구 민경이를 열받게 만든 그아이도 서은향이였다. 그 아이라면 나 또한 마주치고 싶지 않은터라 열심히 형광이를 따라 뛰었고. 결국은 삥 돌아서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술집 앞. 난 숨을 고르면서 녀석에게 물었다지. "넌 왜그렇게 사방에 적들이 깔려있는거야??" "잘생겨서" 그래요. 어련하시겠나요. "그래 너 잘생겼다. 인정할께" "너 보라구 잘생긴건 아냐. 아싸 술이 나를 부른다" 금방이라도 술집을 통째로 먹어 삼킬껏같은 눈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형광이. 그런 형광이를 허겁지겁 붙잡은건 다름아닌 나 온새미로였다. "야 잠깐만. 너 교복이야." 그제서야. 정말이지 그제서야 이 단순한 녀석은 울상을 지으며 아차. 라고 내뱉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빠르게 내게 무언가를 턱 하니 내밀며 히죽히죽 웃는 녀석. "복학생이라고 뻥까자" 녀석이 내민건 다름아닌 신분증. 요즘 이런거 불법으로 만드는 애들 많다고 하던데.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될줄이야. "야.야 잠깐. 그렇게 뻥까기엔 내가 너무 어리게 생겼잖아!!" 내딴엔 정말 심각하게 말한 말이였건만 형광이는 빙긋웃으며 반발했다. "장난하지마" "나 어리게 생겼다구 하든데." 내말에 김형광은 고개를 비스듬히 놓고는 푸하하 하고 웃으며 물었다. "누가??" "헬렌켈러가." 내 대답에 말없이 주먹을 만지작 거리는 형광이. "혹시 나 아까 원빈이라고 할때 죽이고 싶었냐??" "응" "그럼 너도 한번 참았으니까. 나도 특별히 한번 참는다." "무슨뜻이야. 방금 나 죽이고싶었다는거야??" "가자. 스네이크!" 맙소사. 이젠 스네이크야??? \술집안 금방 뺀찌를 먹을꺼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한치의 오해없이 들어오게된 술집안. 우와 이리저리 요란한 무늬가 벽에 그려져있다. 신기하서 요리조리 둘러보면서 형광이에게 끌려간 곳은 구석진 테이블. "김형광. 개자식아 존나 늦게와" 형광이를 보자마자. 김형광 친구들은 녀석에게 오징어며 땅콩이며 던져대기 시작했다. "그대신 내가 여자 데려왔어" 그런 친구들에게 날 자신의 뒤로 숨기고는 키득대며 녀석이 내뱉은말 "예뻐??" "야호 나 소개시켜줘!!!!" 그 말에 탄력받은듯 환호성을 지르며 몇몇아이들은 일어서기까지 했다. 내가 정말. 이녀석때문에 못산다. "짜잔. 우리 꽃뱀을 소개시켜주지!!" 그리고 형광이가 옆으로 물러서자마자. 보인 내 등장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우우우우우우우!~~~~"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다가 야유를 보내는 아이들. 얼굴이 화끈 올라왔다. 나에게 이런 쪽팔림을 주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지 함꼐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치는 김형광. "뭐.왜" "앉으라구요. 아 씨 개세끼들. 과일안주시켜라? 좋은말할때" 앉지 않으면 내가 더욱 이상하게 되는 상황이라서 슬그머니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후 아직까지도 얼굴이 화끈거려. "돈 안낼려고 맨날 취한척하는주제에" 그래. 김형광 너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야. 형광이친구의 말에 형광이는 잠시 기분이 상한듯 가만히 있다가 괜히 옆에 가만히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어댔다. "웃지마 정들어" "그래.." "뭐래" 내 대답이 시원치않으니까 괜히 앞에 놓인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대는 녀석. "안녕하세요. 초면인데 아까 장난이 좀 심했죠??" 형광이 친구들은 그제서야 내게 사과를 하며 자기소개를 친절하게도 해주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렴한 센스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친구들은 닮는다더니.. "아 네" "어?? 하울이다!!!" 그무렵 별안간 한아이가 테이블에서 튕겨져나가 한남자를 반겼다. 그리고 그 남자를 본순간 나는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저아인. 버스에서 그 귀여운싸가지다. 저아이 정말루 싫은데 "형광아. 내가 과일안주가져왔어. 존나이쁘냐??" "아니." 뾰루퉁하게 대답하는 형광이. 아직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듯 내 맞은편에 앉아버리는 그 귀여운싸가지. "김형광. 왜 또 삐졌냐??" "응" "왜?" "아무도 나의 개그에 웃어주지 않아서. 죽여버려" ... 일제히 웃는 그녀석의 친구들. 무표정으로 과일을 집어먹는 그녀석. 그리고. 결국은 날 발견해버린 귀여운싸가지. "아..씹." 이럴줄 알았다. 나를 보자마자 그 해맑던 얼굴을 벌레씹은얼굴로 만들어버리는 귀여운싸가지였다. "정하울. 너 왜그래" 그 옆에있는 친구가 귀여운싸가지에게 걱정스럽다는듯 물으면. 그아이는 날 보며 말했다. "누가 얘 데려온거야??" 상당히 신경질적인 그 목소리. "새깐한 김형광이요" 그 목소리에 대답한건 서서히 술기운이 올른듯 잠겨버린 형광이의 목소리였다. 김형광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광이를 데리고 뒷문으로 나가는 귀여운싸가지. 도대체 나한테 왜그러는걸까. 순식간에 뻘쭘해진 나는 어색히 웃으며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곤 정말 가려고했다. 이런 분위기와 이런 시선이 너무너무 싫어서 형광이에게 인사를 해야한다는것도 잊은채 정말 집으로 가려했는데 그런 날 붙잡은건 뒷문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김형광. 나 니 친구지." "어. 왜이렇게 저기압이야 내친구" "그럼 저기집애 만나지마." "누구??" "아까 개." 엿듣는건 나쁜일이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게 확실해진 지금. 듣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해할수없다는듯한 표정에 김형광이 보이고. 얼핏 귀여운싸가지의 모습이 보였다. 난 좀더 뒷문으로 다가가 그 소리에 집중했다. "아 그여자애?? 야 개말야. 존나 신기하다 나랑 똑같은목걸.." "개 걸레야." "뭐??진짜?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이순간은 정말이지 걸레라는 말도 황당했고. 아무렇지 않은 김형광의 태도도 황당했다. "개 완전 걸레야. 쓰레기. 시궁창에서 빌빌대는 창녀 그년이랑은 절대 놀면 안돼. 알았지? 다신 마주치지도 마. 정말 더러운년이니까. 이제 절대 보면 안돼." 하... 날 알지도 못하는애가. 저런식으로 말도안돼는 내 험담을 늘어놓는데. 그 누가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떨리는 몸을 이끌고 뒷문을 열어재꼈다. 역시나 내 등장에 놀란듯 보이는 두 녀석. 난 귀여운싸가지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나 알아..?" "........" 아무말없이 날 노려보는 그아이 "나 아냐구. 모른다면서. 어떻게 나에 대해 그렇게 잘아는거야. 창녀. 그래 내가 창녀라고 치자. 설령 창녀든 말든 니가 무슨상관이냐구." 바보처럼. 눈물이 나왔다. 서러워서였을까. 내 눈물에도 아무런 표정없이 날 응시하는 귀여운싸가지 정하울이라는 낯선 그 남자 "지긋지긋하게 싫어." "뭐.?" 무슨말이야. 지긋지긋하게 싫다니. 내게 그 한마디만 남긴채 다시 술집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정하울. 그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 하고 웃어버렸다. "저녀석 그런놈아냐. 오늘은 왜그러지? 여친이랑 깨졌나??" 나와 같이 정하울이라는 그아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울고있는 날보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게 다가오는 형광이. 나는 재빨리 눈물을 훔치며 한걸음 물러섰다. "똑같아. 너희같은애들 다 똑같아. 양아치들. 심심하면 사람 하나 바보만드는게 니네들 일이잖아." 심한말이라는걸 충분히 느꼈지만. 지금 받은 치욕이 너무나도 커서. 그냥 뒤돌아 서서 걸었다. "야 온새미로." 뒷편에서 형광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넌 안그래??" 지금까지 봐온것중에서 가장 진지한 녀석의 목소리.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하.. 정말.. 멍청이가 된 기분이다. 이런 아이들과 어울리는게 아니였다. 아니. 적어도 저아이와는 얽히는게 아니였다. "넌 나랑 가까워지고싶지 않냐" 아까 마신 술기운때문에 조금은 잠겨있는 그아이의 목소리가. 절대 멈추지 않을꺼 같던 내 걸음을 서서히 멈추고있다. 조금씩 느려진 걸음이..... ......이내 멈추어버리면. 그아이는 특유의 개구진 그 목소리로 내게 크게 소리쳐버린다. "온새미로. 난 너랑 가까워지고 싶다!!!!!!" 그건.... 아주 더운 여름 어느날이였다. 모든것이 탁하고 검게 변해버린 내 심장에 하늘이 한줄기 빛을 내려준 그 어느날이였다. \다음날 학교. 김형광. 김형광. "미로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 "어..? 아냐. 아냐아냐." 걱정스럽다는듯한 민경이의 얼굴도 모른척하며 책상에 고개를 묻어버리는 온새미로. 정말 바보 천치같은 온새미로. 어쩌지. 자꾸만 생각나. "온새미로. 뭐하냐." 그때. 당당히 우리반 문을 열고 들어온 여준이.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텅 비어버린 교실로 당당히 들어와서는. 내 책상 앞 의자에 앉아버린다. "어? 여준아." 민경이가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더니 자리를 비켜주었고. 여준이는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 날 보더니. 턱을 괴고는 녀석이 말했다. "무슨생각해." "아무생각두 안해." "딴 놈 생각하면 뒤진다." "응. 안해요"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여준이는 귀엽다는듯 내머리를 한쪽손으로 헝클어 놓았다. 그때. 또 다시 봐버리고야 말았다. 여준이의 하얀 팔목에 생긴 그날의 상처를... 난 반사적으로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야. 너 왜그래." 걱정스럽다는듯 내 얼굴을 움켜쥐는 여준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웃어주었다. 끔찍하다. 정말이지 이건 너무 끔찍한일이다. "여준아. 내일 오랜만에 데이트할래??" "니가 왠일이냐." "그냥. 놀이공원가자." "어. 알았다." 흔쾌히 승락해준 여준이를 보며 난 옅게 웃었다. 늘 그래왔다. 녀석의 상처를 본 날이면. 늘.. 나는 무언가에 쫒기듯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을 다시 사랑하려고... 사랑해보려고... 그렇게 슬프고 비참한 노력을 하게된다. * 방과후. "응. 여준아 잘가!!!" "문자 씹지말고. 전화 씹지말고." "응응 알겠어요!" 친구들과 사라지는 여준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민경이와 함께 학교를 나섰다. 으. 벌써부터 땀 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터라. 교복에 땀도 차고. 긴 머리카락때문에 목뒤가 답답하다. "오늘 너희집가서 놀까?" 결국은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머리를 묶고있는 나에게 민경이가 아스크림을 쪽쪽 빨아대며 말했다. 정말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뜯은지 얼마 안된 민경이의 아스크림이 벌써 반이나 녹아 없어졌다. "너 라경이 싫어하잖아." "아. 그 기집애있지. 그럼 시내나 가자." "시내??" "우웅. 노래방이나 가자구~" 결국은 다 녹아버린 아스크림을 버리고는 날 시내로 이끄는 민경이였다. 노래방?? 왠지 별로 내키지가 않는데.. "민경아. 우리 날씨도 더운데 과일빙수집이나 가자!!" 에어콘 하나 없는 우리동네 노래방에서 땀을 쫙 뺄껏만 같아서 싫다는 민경이를 억지로 과일빙수집으로 이끄는데. 갑자기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왔다. 그리고. 내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확실한거야?" 등 뒤에서 들리는 이야기소리. 듣기 싫어도 듣게되는 사람의 심리가 아닌가. "그렇다니깐. 내가 어제 확실히 봤어. 황다나랑 쿨나인 지나가는데. 쿨나인 앞에서 쟤랑 형광이랑 있더라니깐." 그때 형광이라는 낯설지 않은 이름에 내 걸음이 멈추어버렸고. 그와 동시에 등 뒤로 누군가가 내게 소리쳤다. 그건 아주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야 너 거기서봐." 낯이 익은 목소리라고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였다. 그건 민경이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같은 생각인지 민경이가 먼저 빙그르르 뒤로 돌았고. 그 다음에서야 내가 뒤돌아 섰다. "누구? 우리말하는거냐?" 가시 돋힌 목소리로 그 여자아이에게 소리치는 민경이. 여자아이는 코웃음을 치더니 우리에게 친구들과 다가왔다. 난 그 여자아이를 가까이서 볼수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예뻣다.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샘나고 부러울정도로. 정말 예쁜아이였다. "너 말고. 너." 툭툭. 매끈한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두어번 두드리는 여자. 그래. 여자의 직감이 맞다면 이아이는 분명. 김형광이 당근보다 싫어한다는. '서은향'이다. 내 예상대로 회색교복 주머니 위에는 '서은향'이라는 이름표가 삐뚤게 달아져있었다. "이게 어따대고 삿댓질이야!!!!!!!!!!!!!!!!!!!!!!!!!!!!!" 윽. 꽤나 다혈질인 민경이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그아이 손을 내동댕이 쳐버렸고. 그아이는 그대로 망설임없이 내 머리를 내리쳐버렸다. 파악.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내 귀에 아픔과 함께 전해져 오는 순간에서야. 비로서 많은 구경꾼들이 우리를 둘러싸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짐과 동시에 억울해져왔다. 젠장. 정말 장담하건데. 내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세게 맞아본건 처음이다. 정말.. 엄청 세다. "돌았어??????????????????너 어떤년이야!!!!!!!!!" 그대로 그여자아이에게 달려드려는 민경이를 겨우 말리고는.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날 때린이유. 말해봐요" 내 차근차근한 말에 풉 하고 비웃음을 짓는 그아이. 옆에 보이는 친구들또한 나를 향해 비웃는다. 씨. 정말.. 열받아. "난 또 뭐라고. 별것도아닌게... 야. 내가 정말 경고하겠는데 김형광이랑 다신 얽히지마." 김형광. 또 김형광. "내가 그아이랑 얽히던 말던 무슨 상관이야." "뭐? 아..이 씨발년 봐라." 기가 차다는듯 날 노려보던 서은향은 다시 한쪽 손을 올리려고 했고. 반사적으로 내 손은 그아이 손을 막았다. 정말이지. 서은향 김형광이 널 당근보다 더 싫어하는 이유를 알것같아. "싸움났나봐. 완전 두근두근씨발이다!" "아 진짜 됐어 김형광. 신경끄고 하울이 알바하는데나 갑시다요" "조금만 구경하다 가자. 나 정의감 와따잖아 또." "닥쳐 개자식아." 후..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주 가까운곳에서 김형광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저리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흥분한듯 들떠있는 어린애같은 목소리. 그리고 정확히 23초후.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온 형광이와 형광이 친구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할말을 잃어버린듯 쳐다봤다. 최악이다. 정말 짜증이 솟구쳐. "민경아. 가자" 서은향의 손을 놓아버리는 대신 민경이 손을 붙잡고는 뒤돌아섰다. 그러자 많이 열받은듯 민경이는 내손을 놓고 먼저 그곳을 빠져나가는게 아닌가. 정말. 오늘 민경이 폭팔하기 일보직전이구나. "민경아!!!!!!!!!같이가!!!!!!!!!!!!!!!!!!!" 허겁지겁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껏 받으면서 그곳을 겨우 빠져 나오려는데 맞은편. 차갑고 하얀 손이 내 또 다른 손을 잡아버렸다. "온샘아. 어디가" 하..하. 기가차서...말이 안나온다. 오늘 역시 해맑게 웃고있는 김형광. 눈썹에 동그란 피어씽을 한것 빼고는 어제와 다를게 없는 김형광. "야!!!!!!!!!김형광 너 지금 누구 손 붙잡는거야?!!!" 서은향이 울듯한 얼굴로 갈갈히 날뛰어도. 김형광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채 날보며 웃고있다. 그게. 나는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왜 이 아이 때문에 어제와 오늘. 한번도 아니라 두번씩이나 그런 모욕을 당해야 하는지 납득가질 않았다. "너..대체 뭐야" "멋쟁이 오토바이 끌고온 김형광. 태워줄까?" "하.." 한순간이라도 진지한적이 없어. 어린애같아. 철없는 어린애 같다구. 그런 녀석의 모습에 어이없는 실소만 연달아 터져나왔다. 그러다가 나는 결국 폭팔해버렸다. "너때문에......도대체 내가 왜!!!!!!!!!!!!!!!!!!!!! 내가 왜 이런 모욕을 당해야하는거야!!!!!!!!!!!!! 너랑 얽히는게 정말 짜증나!!!!!!!!!!!!!!!!!!!내가 왜 너때문에.. 난 안그래도 슬프고 비참한앤데!!!!!!!!!!!!!!! 하..." 그리고.. 운다. 또 다시 바보처럼 눈물을 보이고야 만다. 눈물같은건 정말 넌절머리가 나는데. 이 아이. 김형광앞에서 또다시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 입술을 꾹 깨물고는 울어대는 나를 내려다 보는 형광이. 잠시후.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듯 나를 어디론가 끌구가기 시작한다. "놔!!!!!!노란말야 이자식아!!!!" 눈물콧물 모두 범벅이가 된 나의 외침은 싸그리 삼켜버린채. 형광이는 아까 말한 자신의 오토바이로 날 데려갔고. 억지로 날 태워버렸다. 하.. 정말 어떻게 개념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난 지금 오토바이 탈기분도 아니고. 자신때문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나있는데말야. 어이를 상실한 나는 멍하니 녀석의 행동을 지켜봤다. 아무말없이 자신의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시동을 거는 녀석. "김형광!!!!!!!!!그여자애랑 무슨사이야??정말 사귀는 사이인거냐구!!" 이번엔 서은향이 울어댄다. 그러자 으 시끄럽다 라고 중얼거리면서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서은향에게 꽥 소리를 지르는 김형광이였다. "넌 아무리 울어도 안태워줘!!!!!!!!. 꿈깨라!!!!" .. 황당한 녀석에말에 나는 픽하고 웃어버렸고. "김형광 너 임마. 하울이네 안가? 지금 뭐하는거야 이자식아!!!!!" 서은향의 울음소리와 섞여 들려온 친구의 목소리에 김형광은 오토바이를 출발시킴과 동시에. 신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 .......... "못난이 납치." "너 정말..뭐하는거야?" 쌩쌩 속력을 내서 달리는 바람에 아무말도 할수없었던 나는 신호로 형광이의 오토바이가 멈춰지자 서둘러 말했다. 그러나 녀석은 대답대신 알수없는 노래를 흥얼거릴뿐이다. 후 "어디가는지나 알자.응?" 계속 화를 내면 김형광이 대답은 커녕 아무 목적지 없이 달릴것같아서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투로 다시한번 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녀석이 대답했다. "어디갈까?" 이럴줄 알았어. 이렇게 무작정일줄 알았다구. "그냥 내려줘." "응 싫어." "너 지금 이러는거 엄청 웃긴거 알아? 우린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다가.." "울었잖아" 별안간 녀석이 내말을 끊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어.나 울었어 그게 뭐." "나때문에 울었잖아." "서은향도 너때문에 울었잖아. 안그래??" "서은향은." "어." "나랑 같은 목걸이도 없고. 학주랑 닮지도 않았어. 이름도 네글자가 아니야" 내가 졌다졌어. 정말이지 너의 엉뚱함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구. "갈데없으면. 수원역이나 가." 결국은 녀석의 허리를 살짝 붙잡았다. 움찔거리는 형광이. "수원?" "응. 우리아빠 산소." 부릉부릉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호가 바뀌었고 김형광의 멋쟁이 오토바이는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나도 참..웃기지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랑 아빠 산소를 가다니. 온새미로..... 방금 너 정말 오바였어. \수원역 아부지 산소를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기때문에. 부득이 하게도 김형광의 오토바이 질주는 수원역에서 멈춰야했다. 김형광이 표를 끈는 동안 오토바이를 이곳에 놓을수 없기에. 김형광의 후배녀석이 잠시 왔었다. 그리고 그 후배녀석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누나 계란드실래요? 누나랑 닮았어요!!" 어떻게 후배도 이렇게 똑같은거야. "아니요. 괜찮아요" "그럼 이거 형광이형 주세요. 기차 탄다구 해서 가지구왔다구" "네네. 그럼 안녕히가세요!" 깜찍하게도 계란 세개가 든 봉다리를 내게 내밀고는 오토바이를 끌고 사라지는 형광이 후배녀석. 덕분에 아주 고맙게도... 형광이가 계란 세개를 다 헤치워 먹을때까진 나불나불 거리는 녀석의 입을 막을수 있었다. "기차. 완전 오랜만이다" 푹신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김형광. "김형광. 좀 조용히 말해. 쪽팔리잖아" "음료수 사주면." "너 나한테 이러고싶니?" "나 목말러" "어쩌라구요" "음료수 사달라구요" 내 말투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말한다. 윽 얄미워. 정말이지 얄미워 죽겠다니깐. 후 결국은 녀석에게 음료수를 사줄수밖에 없었고. 약속대로 형광이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고맙게도 조용히 앉아있어주었다. 그런 형광이를 보며 창문에 기대 있을 무렵 드르륵 드르륵 내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윤여준. "응 여준아." -어디야? "기차안" -뭐? "기차라구. 우리 아빠 산소 갈려구.." -누구랑. "......." 선뜻 내가 대답을 못하자 아까보다 더 낮아진 목소리로 여준이가 되물었다. -누구랑 가냐고 물었다. "친구랑.." -친구 누구 "......" -친구 누구!!!!!!!!!! 여준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맞은편에서 열심히 문자를 보내고 있던 형광이가 꽤나 놀란듯 나를 쳐다봤다. 이 순간에도 녀석에 새 핸드폰에 시선이 가는 푼수 온새미로. -온새미로. 너 지금 거기 어디야. 김형광의 모습에 시선을 뺏겨 잠시 여준이를 잊어버린 나는 들려오는 위협적인 여준이의 목소리에 서둘러 정신을 되찾고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미안해 여준아. 그냥 아는 친구랑 가고있어. 걱정할일은 아니야" -이름. "....." -친구 이름 말하라고. "어..그러니까.응 김..형숙" .. ..... 맞은편 기가막히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김형광. 하지만 어쩔수 없다구. 남자 이름을 말한다면.. 그건 생각만해도 끔찍 그 자체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여전히 의심스럽다는듯 여준이가 중얼거렸다. "아냐 여준아. 형숙이는..음.그래 초등학교동창이야. 오랜만에 만났어" -알았어. 집에오면 전화해. 달칵. 일방적으로 전화가 끈기고서야 형광이의 눈치를 살펴보지만. 녀석은 아무말없이 나를 노려볼뿐이다. "야 너 핸드폰 샀어?? 나 때문에 괜히 미안하네.하하" 어설프게 웃었지만 돌아오는건 무반응. "야 너 왜그래. 사람 뻘쭘하게" 발로 툭 녀석의 교복을 건들여 보지만 여전히 무반응이다. 제기랄. "남자친구한테 엄청 쪼네" 잠시후 한심하다는듯 형광이가 말했다. 으..죽일넘. "그래. 인정할께 형광아." "뭐래. 나 형숙이야." ^ 그것때문에 삐진모양인가보다. "너의 이름을 맘대로 바꾼건 정말 미안하단다." "남자친구한테 왜그렇게 쫄아? 내가 패줄까?" 뜬금없는건 정말 니가 최고야. 나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바람에... 잠시 침묵이 오갔지만 얼마뒤 형숙이 사건은 말끔히 잊어버린듯 형광이는 줄곳 내게 장난을 쳐댔다. "너 눈꼬리가 축 쳐졌어. 완전불쌍해." 자신의 큰 눈을 별안간 두 손가락으로 축 눌어트리는 형광이. 이걸 기뻐해야하는거니. 슬퍼해야하는거니? "응 눈꼬리 처져서 미안하구나" "야 나 수학시험 23점 맞아서 낙담했었는데 니눈보고 이제 용기를 얻었어" "그거 무슨말인지 물어봐도 되지?" "희망을 잃지마. 언젠가 눈꼬리가 올라가겠지요" 개뿔. 18년동안 1센치도 안올라갔다!!!! 똥씹은 표정을 하고는 자신을 노려보는 내가 보이지 않는건지 놈은 계속해서 내 눈을 보고 웃어댔다. 난 도끼눈을 뜨고 녀석의 단점을 찾았지만. 정말 열받게도. 그런것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김형광. 그녀석은 정말이지 완벽 그자체였다. 아.. 한가지만 빼구. 성.격. \정확히 1시간 23분뒤. 기차에서 내린 나와 형광이.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이리저리 구경하기 바쁜 녀석. "여기 지대로 촌티난다. 여자애들은 예뻐?" 이게 진짜 죽을라구. 가볍게 형광이 말을 씹고는. 녀석의 가방끈을(신기하게도 가방은 메구 있더라^) 잡아당기며 아부지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산소에 도착하자마자 앞에서 꽃한송이를 샀다. 신기하게도 산소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김형광의 입은 저절로 닫혀졌다. "아빠. 나왔어요. 오랜만이죠." 풀이 무성하게 자란 아버지 산소옆에다가 꽃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이내 뻘쭘하게 서있던 형광이가 내옆에 털썩 앉아버렸고 나는 그런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려 아부지 산소 옆 풀을 뜯기 시작했다. 많이 자랐다.아빠 이 못난딸 정말 늦게왔지? 이기적이지. 이곳에오면 매번 눈물이 심장에 온통 번져버려서. 그게 너무 싫어서... .....정말 싫어서.. 올수 있어도 말도 안돼는 이유를 핑계삼아 자주 못왔던거 같아. 미안해 아빠. 많이..외로웠지.? "언제 하늘로 가셨어?" 눈물이 가득 고인 내 모습에 형광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풀 뜯는걸 멈추고는 김형광 옆에 털썩 앉았다. "한 1년전쯤.? 아. 약간 안됬다." "......" 아무말없이 울 아부지 산소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뜯어내는 형광이. "하지마. 너 교복 더러워져." "뒤돌아." "엥?? 왜. 너 쉬라도 쌀라 그러냐?" 이런 분위기가 너무 싫어서 농담좀 했더니. 아무런 동요없이 날 뒤 돌아 세우는 그아이. "뒤돌아서 울어." "........" "니네 아빠한테 눈물 안보이게 울라구." "........" "심장속에 있는 눈물. 까짓꺼 다 뱉어버려" 우스꽝스러운 녀석에 말에 입술을 꾹 깨물며 참던 나는 그제서야. "흑.....흡..흑.." 정말 그제서야 엉엉 울어댔다. 참고 참았던 눈물을. 심장속을 꽉 채웠던 그 눈물을 김형광의 말처럼. 다 뱉어버렸다. 정말.. 엉뚱한 녀석... "실컷울었냐? 아 여자애들 우는건 진짜 언제봐도 무서워" 산소를 나오는길. 내 머리를 툭툭치며 옅게 웃는 형광이. 할튼간 잠시나마 멋있다고 느낀 내가 병신이지 난 그런 형광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김형광" "왜 온새미로" "나 배고파." 내말에 정말 대단하다는듯 박수를 치는 형광이. 하지만 어째. 한참을 울었더니 정말 배고픈걸! 잠시후 녀석과 나는 산소옆에 있는 작은 수제비집에 들어갔다. 의자에 엉덩이가 닿기가 무섭게 나는 아주머니에게 외쳤다. "수제비 삼인분이요!!!" "야 그걸 누가 다 먹어. 아줌마 이인분 주세요" "콱.아줌마 그냥 삼인분주세요!!! 야 김형광 내실력을 보여줄꼐. 너 내가 얼마나 잘먹는지 모르지?" 어렸을때말야 핫도그먹기대회를 나갔었는데 거기서 2등했다구!!!! "아니 알아" "엥? 어떻게?? 언제 먹는거 본적있어?" "아니!!" "그럼?" "니 몸매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죽구싶다는거지요.?" "자." 우씨. 내말을 간단하게 먹고는 내게 핸드폰을 내미는 녀석. "이건 왜?" "번호 입력시켜." "싫어.내가 왜그래야해" "이인분 시킨다." "공일공에. 이이사에. 육칠팔구. 오케이?" 내말에 형광이는 하하하 하고 웃으며 그대로 받아 저장시킨다. 그때. 반찬을 가져온 아주머니가 테이블을 행주로 닦다가 우릴 보며 반가운 목소리로 말하셨다. "둘이. 정말 오랜만이네!!!!" ......?..... "저. 아줌마. 여기 우리 처음오는데요." 이상하다는듯 내가 말하자 아줌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하셨다. "그럴리가 없는데. 작년에도 둘이 왔잖아!! 그때도 수제비 2인분시키니 3인분시키니로 싸웠으면서 왜그려~" ... 이건 또 무슨소리야. 맞은편 나와 함께 완전히 굳어버린 형광이. "뭔가 착각하신거 같아요." "그런가.??? 그럴리가 없는디.." 중얼거리며 알았다는 말만 남긴채 아주머니가 음식을 하러 가시면. 김형광과 나는 알수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누구하나 먼저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뭐지..?.. "............" 그 때. 내 머리에 스치는 그것. 목.걸.이. 순간.. 난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이아이와 나 사이에 어떤일이 있었을거라는 어이없는 생각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집.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나는 서랍속 앨범들을 모두 꺼내 놓았다. 혹시.. 김형광과 나는 아는 사이가 아닐까.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에서였다. 한장. 두장. 졸업앨범을 뒤져보지만. 녀석에 개구진 얼굴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수 없었다. ... ........... 그럼.. ....그렇다면.. "이 엄청난 우연의 연속은 도대체 뭐란 말이지." 침대에 벌렁 누워서 한숨을 푹 쉬는 온새미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냥. 그것이 다였다. 머리가 복잡했을 뿐이였다. 그날저녁. 라경이가 해준 맛있는 된장찌개를 밥 한공기 반으로 말끔이 해치우고는. 티비를 보고있던 중이였다. 별안간 울리는 핸드폰소리에 반가운듯 허겁지겁 받는 라경이. "응. 정말?? 올꺼야?? 니 친구들하구?? 아잉 나야 좋지. 웅 알았어. 울집에서 술먹자.!!" 전화가 끈기자마자. 라경이는 부산을 떨어대며 방?청소하기 시작했다. 쇼파에 누워있는 나의 존재는 이미 잊은듯. "라경아. 무슨일이야??" 쿠션을 한움큼 안고는 느긋하게 물었다. 라경이는 그제서야 내게 눈웃음을 살랑살랑 치며. "미로야. 너 잠깐만 나갔다오면 안될까?" 윽. 할말을 잃어버린 나는 멍하니 그녀를 응시했고 그녀는 이 밤중에 나가라는게 미안하긴 했는지.. 내손에 배춧잎 두장을 쥐어주었다. "미안. 정말 미안. 나 새로 사귄다는 남자친구 있지? 개가 울집에 친구들이랑 놀러온다구 해서." "내가 꼭 나가야 하는일이야???" "난 괜찮은데. 솔직히 너 불편할꺼 같애서...응??" ... 결국은 쫓겨나다싶이 집을 나와버렸다. 젠장.. 갈데도 없는데.. 민경이나 부를까.? 라는 생각으로 핸드폰 폴더를 막 열려는데. 드르륵. 때 마침 굿타이밍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놀이터로 나와. -윤여준-] .. ........ 놀이터. 도착하자마자 등나무 밑 벤치에 누워있는 여준이가 내 시야에 포착. 쫄래쫄래 녀석에게 다가갔다. "여준아. 언제 와있었어??" 여준이가 누워있는 맞은편 벤치에 앉아서 멀.뚱.멀.뚱. 여준이를 쳐다보고 있으면. "온새미로." 내 이름을 나즈막하게 부르는 여준이. "응..?" "넌 나 얼만큼 사랑하냐..?" 별안간 툭 튀져나온 여준이의 말에 아무말없이. 땅바닥으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리는.. 나만큼이나 슬픈 여준이. "질문을 바꿀께." "............" "넌.. 나 사랑하냐.?" 미안.. ...미안해 여준아. 아무말없이. 미안함에 눈물을 떨구었다. 내가 이아이에게 해줄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나때문에 죽음까지 결심했던. 이아이에게 해줄수있는건. 단지 옆에 있는것. 함께 있어주는것밖에 없다. 그래서..우린. 매번 슬프다. "여준아.." 결국 무거워진 분위기를 깨며 녀석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러보지만. 이마에 손등을 얹은채 아무말이 없는 윤여준. "기억할께. 내가 기억하도록 노력할께. 니사랑. 너랑 있었던 추억. 빠짐없이 기억하도록." "........." "노력할께... 다 기억나면. 그땐 자신있게 너 사랑한다고 말할께." .. 그러니까. 기달려줘. 지금은.. 죽도록 노력해도 너에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 너만 보면. 그 끔찍한 사고가 매번 떠올라서. 그게.. .....너무 괴로울뿐이야.. "야." 벤치에 일어서서 여준이가 날 불렀다. 또 때리려하는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눈 떠.병신아" "어...? 응.." 아무말없이 내게 다가와서 따듯한손으로 내 차가운손을 붙잡는 녀석. 여준이 특유의 쉬원한 향이 코끝에 멤돌았다. "가자." "응. 근데 어디가?" "술먹으러." 내 차림이 비록 거지같았지만. 스타일 좋은 여준이 덕분에 무사히 술집 도착했다. 잠시후. 소주와 맥주 각각 3병씩이 테이블에 놓여졌다. 안주로 나온 땅콩과 오징어를 주섬주섬 주어먹고 있을때. "자." 여준이가 내게 잔을 건냈다. 윽. 소맥(소주+맥주 섞은것)이다. "여준아. 이거 끔찍하게 잘취해." "먹어." 말을 마치고 한번에 그 많은 소맥을 입에 털어넣는 여준이. 나도 망설이다가 녀석을 따라 술을 마셨다. 으... 쓰다. "나 오늘 존나 많이 마실꺼니까. 취하면 3번 눌러서 성현이녀석불러." 두번째 잔을 말끔히 비우고는. 내게 자신에 핸드폰을 건내는 여준이. 나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두어번 끄떡인후 두번째 잔에 든 술을 반정도 비웠다. "여준아." 남은 술을 마저 입에 넣는 온새미로. 동시에 세번째 잔을 비워버린 윤여준. 여준이는 내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네번째 잔을 술로 채웠다. "미안해." "......." 녀석은 피식하고 웃으며 네번째 잔을 또 다시 비운다. "너만 잊어버려서..." "....." 아무말없이 다섯번째 잔을 채우는 여준이. 나도 질세라 세번째 잔을 남김없이 입에 털어 넣었다. "너만 기억하지 못해서..." \1시간후. 결국 테이블위에 완전히 뻗어버린 여준이를 녀석의 친구 성현이가 데릴러 왔다. 나는 성현이가 데려다준다는걸 한사코 거절하고는. 먼저 술집을 나와버렸다. 터덜.터덜. 외롭게 혼자 집으로 가는 온새미로. ..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비틀비틀 아슬하게 몸을 지탱하며. 헤롱한 정신으로 겨우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루에 널부러진 술병이며. 이리저리 뻗어있는 아이들을 눈에 들어왔다. 휴. "라경아. 이라경!!!!!!!!!" 나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황급히 라경이를 찾았지만. 라경이는 보이지 않았다. 속이 울렁울렁 거려 토할것만같고. 머리도 이리저리 치인것처럼 깨질것만같아서 나는 결국 라경이를 찾는것을 포기해버리고는 내방을 찾았다. 그리고는 벌컥. 문을 열었다. ... 내 방은 이리저리 어질러져있었다. 뿐만 아니라 분명 꺼놓고 갔건만 불이 켜있었다. 불이 켜있던 덕분에. 나는 얼마 안돼 키스를 하고있는 남녀를 발견했다. 남에... ......방에서..뭐하는거야!!!!!!!!!!! 꽥 하고 소리를 지르려던 찰라. 낯익은 남자의 모습에. 나는 흐릿한 눈을 꿈뻑였다. 잠시후. "김형광......?" 믿을수 없다는듯 내입에선 작은 실소가 터져나왔다.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키스하던 두 남녀는 동시에 떨어졌다. "어?? 온새미로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날 발견한 형광이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게 다가왔고. "누구야?" 그 옆에 있던 여자도 나에게 다가와 기분나쁘다는 눈초리로 말했다. "아는애. 우리 학주랑 닮았지!!!" 기가막혀. 말이 안나왔다. 김형광의 말에 자지러지게 웃는 여자아이. 지금 뭐하는거냐구 김형광. 내 앞에서. 내 방에서 도대체..너란자식은. "나가..여기 내방이거든요" "우리가 왜 나가야하는데? 싫거든~?" 아직까지도 멈추지 않는 웃음을 터트리며 옆에있는 여자아이가 대꾸했다. 화장한 꼬락서니 봐. "나가라구!!!!!나가!!얼른 꺼져버려!!!!!!" 얼굴이 온통 벌개질만큼 꽥 소리를 지르자 둥근 눈을 크게 떠보이는 녀석. 옆에 있던 그 여자아이가 쌍욕을 내뱉으며 내게 다가오려는 순간. "화났어?" 인상을 찌푸리는 시늉을하며 그 여자아이를 막는 김형광. "하.."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고는 나는 내방문을 크게 닫고 누구한테 쫓기듯 아주 재빠르게 집을 나왔다. 황당해. 정말 너무 어이없어. 기가 차. "야!!!!! 온새미로!!!!!!!미로야!!!" 빠르게 비탈길을 내려 무작정 걷는데 따라 나온 모양인지 뒷편에서 김형광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하자. 무시해버리자. 난 걸음에 좀 더 속도를 붙였지만. 뛰어 온 녀석에게 얼마안가 붙잡히고 말았다. "김형광. 나 지금 너 말장난에 맞장구 쳐줄 기분아냐. 좋은말할때 놔." 나를 빤히 쳐다보는 형광이에게 한치의 시선조차 주지 않은채 말했다. 그러나 내 위협적인 경고에도 내 팔목을 잡은 손을 도무지 놓으려 하지 않는 녀석. "왜 화난건데." "몰라서 물어?? 너 지금 몰라서 물어??" "응. 그러니까 말해줘." 이해 안간다는듯한 녀석의 물음에 나는. 자신있게. "그야!!!!!!!!"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나. 김형광 말대로 지금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거지? "남에 방에서 키스했으니까."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니 방인줄 몰랐다. 죄송요!!" 능글스럽게 웃으며 크게 소리치는 김형광. 날 화나게 만든것도 김형광. 결국 화난 날 웃게 만드는것도 또 김형광. "사귀는애야??" 내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그 아이. 이런 미친놈. "사귀는 애도 아닌데 그렇게 맘대로 키스해????" 괜히 내가 더 열받아서 또 다시 소리를 질렀다. "난 그냥 하면 가만히 있는것 뿐인데." 하. 이놈봐라?? (소매를 걷어붙이고 녀석을 노려보고있음^) "너 그거 그 아이한테도 상처주는거야. 왜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를해. 그건 사랑하고있는데 이별하는것만큼 나쁜거라구!!" 김형광은 내 말이 귀찮은건지 바닥에 침을 찍찍 뱉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응" "정말 아까 그 여자아이가 불쌍하다. 불쌍해." "니 눈이 더 불쌍해." "죽을래???????" 달려드는 나를 가볍게 한손으로 잡아버리는 형광이. 그때 뒤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분노에 찬 목소리. "김형광. 너 자꾸 내말 무시할래? 내가 만나지 말랬잖아 개자식아!!!" 정하울. 그 개자식이다. 저 귀여운얼굴로 지금 뭐하는거냐고. "씹. 우리 도망갈까?" 조금씩 가까워지는 정하울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무렵. 녀석이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야. 너 내 대답도 안듣고!!! 그리고 넌 맨날 뛰냐??어???!!!" 내 외침에도 묵묵히 신난 얼굴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그 아이. 녀석의 달리기는 놀이터에서 멈추었고. 그때서야 알았다. 놈의 차가운손이 내 손을 꼭 붙잡고 있는걸. "아무하고나 손 안잡는다면서." 말을 마치고는 손을 빼려했지만 "이제 넌 아무하고가 아니잖아" 형광이는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뭐?? 그럼 난 뭔데?? 니네 학주랑 닮은애??? 목걸이 똑같은거 가지고. 성질드세고. 이름이 네글자인애??" 여전히 헉헉 거친숨을 내쉬며 놈에게 물었다. 그러자. 녀석이 대답했다. "눈물 닦아주고싶은 애." 잠시후. 나란히 놀이터 벤치에 앉은 형광이와 나. 녀석이 익숙히 담배를 물더니 후우 하고 내 얼굴에 연기를 뱉었다. 켁.켁. 평소 담배연기를 심하게 싫어하는지라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며 놈을 노려보자 형광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아아악!!!너 머리 안치워??" 별안간 내 무릎위에 머리를 대고 누워버렸다.. "너 그러다가 애써 손댄 머리모양 다 망가진다?!!" 내 경고 아닌 경고에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 뭐라 할 틈도없이 그대로 눈을 감는다. 후아. 이게 자꾸 신경쓰이게 왜이러는거냐구. 녀석의 머리가 자꾸만 다리를 간지럽히는 통에 푸풉하고 웃음이 났다. "야 나 진짜 못참겠어. 간지러워 죽겠다." "맞다. 나 아까" "머리 얼른 안치우지????!!!" 이때까지도 상황파악못하고 나는 소리만 꽤액 질러댔다. "큰일쳤어." 뭐지.. 갑작스럽게 드는 이 불안감은. "뭔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일어서서는 마구 두손으로 비는 시늉을 하는 김형광. "용서해준다고 약속하면." "알았어. 알았으니까 얼른 말해봐 궁금하잖아!!" "아까. 서은향이 막 너 누구냐고 묻길래." "서은향.?" ... 끔찍하게 예뻣던 그 서은향? 끔찍하게 성깔 드셌던 그 서은향? 끔찍하게 울어댔던 그 서은향???! 순간 내 머리속은 온통 궁금증으로 녀석이 말을 기다렸고 잠시후 머뭇거리다가 나온 대단한 김형광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니가 내 애인이라고 했어." .... ................. "안녕.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그때 망설임없이 뒤돌아 섰어야했다. 뒤에서 들리는 녀석의 개소리 따위에 절대 걸음을 멈추어선 안됐다 "다 말한다." "뭘!!!!!!!!" 뒤돌아서 꽥 소리치자. 형광이는 빙긋웃으며. "너 나랑 손잡은거." "뭐..뭐? 누구한테!!(떨리는 목소리)" "니 남자친구한테요." 비열한...놈. 그런 끔찍한 일 따윈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나는 할수없이 옮겼던 걸음을 다시 돌려 녀석에게 다가갔다. "알았어. 알았다구!!!! 내가 개 앞에서 여자친구인척 하라 이거지?" "응" 옅게 웃으며 내 머리에 자신의 큰손을 뚜욱 하고 얹는 아이. "야비한놈. 근데 손 잡은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귀엽다." 씩씩대는 내 머리를 부비부비해서 헝크러 놓는 형광이놈. 순간 귀엽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내 얼굴은 확 달아올라버렸다. 그런 날 눈치챈건지 녀석이 개구진목소리로 "너말고 이 머리띠" "알아!!!!!!!!!이자식아" 괜히 민망하서 갈갈히 날뛰는 날 보며 픽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내일 문자할께" 라고 말한후 내게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 "그래. 잘가" 나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건 또 다른 시작이였다..... 11. \다음날 아침. "여준아!!!" "일찍도 온다. 씨발" 아침부터 우리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준이가. 허겁지겁 달려 나오는 내모습을 보자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미안.미안 많이 기다렸어..?" "조금." "미안..일찍 일어난다는게 그만." 조금씩 작아지는 내 목소리에 아무말없이 내 손을 붙잡는 여준이였다. 어제 형광이와 잡았을때와는 정말 다른 느낌. 김형광 손이 차갑다면 여준이 손은 따듯하다. "오늘 학교끝나고 6시에 프라나 까페로 와." "거긴 갑자기 왜?" "오라고" "으응 알겠어." 내 대답에 여준이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그런 여준이를 따라가는 나였다. 으음 그나저나. 김형광은 문자 보낸다더니 왜 안보내는거냐구. 학교를 가는 도중. 갑자기 형광이가 문득 생각나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핸드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핸드폰 놓고왔나봐.." 내 중얼거림을 그새 들은 여준이. "다시 집에 갈까." "아냐. 나때문에 지각한다. 얼른 버스나 타자." 자신을 이끄는 날 빤히 쳐다보다가 여준이놈은 뜬금없이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3초 정도 포개어 놓았다. "......." "후. 그런 표정 하지마." "아...미안." 한숨을 푹 쉬며 버스에 올라타는 녀석. ...아직도... 따듯한 느낌이 멤도는 입술에다가 손등을 댄채 나도 뒤따라 버스에 탔다. 어떻해. 아무느낌이 없어. 정말 어떻하면 좋아. 가벼운 입맞춤을 한 뒤 내 표정때문에 여준이의 기분이 적지 않게 상한 모양이다. 여준이는 학교에 도착해서도 아무말없이 자신의 반으로 올라가버렸고. 나는 오늘도 좋지 않은 기분으로 반에 들어갔다. "야 온새미로. 죽을래?? 왜 전화 안받아" 반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민경이가 불쑥 튀어올라 내게 소리쳤다. "핸드폰 오늘 안가져 왔습니다." "정말? 아씨 오는길에 과자하고 음료수좀 사오라고 시킬랬더니." "너 그렇게 먹으면 정말 몸 금방 불어버릴껄" 이라고 말했지만. 샘나게도 민경이는 모델 뺨치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지. "걱정마셔. 아 싯팔 오늘 1교시부터 수학이다" 수학을 유난히도 싫어하는 민경이의 절규가 끝나자마자 수업을 알리는 종이 쳤고. 간단히 조회를 한후 1교시가 시작됐다. 언제나 그렇듯 수학은 너무 지겨운 과목이다 처음엔 집중을 할려 했지만.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어느새 나는 꾸벅꾸벅 잠이 들은 모양이다. 어제 유난히 피곤했던터라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그런 나를 깨운건 친구도. 선생님도 아니였다. "온새미로. 씨발 너 왜 내 전화 씹어!!!!!!!!!!!" .. 그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버린 온새미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선생님과. 꺅꺅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들을 뒤로한채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건 남의 반 창문을 벌컥 열고는 얼굴을 쏙 내민채 나를 쳐다보며 해맑게 웃고있는. 그아이. 김형광이였다. 미..미쳤어. 정말 김형광 돌았어!!!!!!!!! "김형광!!!!너 진짜 미친거야????" 선생님이 날 무서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는것도 잊은채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소리쳤다. 그런 나에게 "와 형광아. 조따 무섭다. 아주 최고다 최고." 대단하다는듯 옆에 있던 녀석의 친구가 말했다. 둘이 쌍으로 논다 쌍으로. 세상에..게다가 저것들...교복이 아니라 사복이다. 학교도 안가고 뭐하는거냐구. "뭐..뭐하는거죠??" 이제야 정신을 차리신듯 수학선생님께서 소프라노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소리치셨고. 형광이는 당당하게 수학선생님께 대답했다. "선생님!" "네??" 당황하신 수학샘 "제 여자친구가요.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막 씹어요" "아..(어느새 동요되어버린듯)" "어떻게 혼내줄까요??" 창턱에 턱을 괴고는 녀석이 말했다. "미친놈. 키스하면 되지~~~~~~" 누구겠는가. 말할것도 없이 김형광 옆에 있던 친구놈이였다. "아..그럼 학교앞에서 기다렸다가. 이따 쉬는시간때 오는게 어때요. 지금은 아무래도 수업중이니까" "네. 알겠어요. 선생님 예쁘시네요 야 김형광 가자"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듯 김형광 친구놈이 재빠르게 형광이를 이끌었고. 형광이는 잠자코 끌려가는듯 싶다가. "온새미로. 저번에 거길루 나와" 그러면 그렇지. 마지막 말을 잊지 않은채 다시한번 놈이 창문에다가 소리치면. 꺅꺅대는 우리반 여자아이들이였다. 잠시후. 녀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복도에서 더이상 안들릴 무렵. 그 끔찍한 소동이 끝남을 알린 그때. 민경이는 말없이 나를 무섭게 쳐다보고 있었고. 선생님은 마지막 예쁘다는 말때문인지 내게 뭐라 하시진 않았다. 문제는 김형광과. 친구놈의 등장으로 잔뜩 흥분해 버린 우리반 아이들이였다. "봤냐?? 봤어??? 완전 잘생겼어. 스타일 봤냐구!!!!스타일 진짜 쌔깐해" "너 쟤네 처음봐? 유명한애들이잖아. 김형광하구 도원석이였나???" "아아아악!!!!진짜 멋있다. 온새미로 쟤는 저런애들을 어떻게 알게됬대?" "몰라.야 근데 왜 사복을 입구 있는거지?" "저런애들이 뻔하지. 학교안가고 노는거겠지." .......... 결국 1교시 수업은 진행되지 못한채 끝나버렸다. 종이 울리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버린 나는 죽일 김형광이 있는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런 내 머리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미..민경아." "온새미로. 뭐야. 여자친구라니?? 쟤가 왜 너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거냐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지만. 배신감이 밀려온다며 그대로 교실을 나가버리는 민경이였다. "민경아!!!민경아!!!!" 그런 민경이를 붙잡으러 따라갈려 했지만 우리반 나불이 삼총사가 나를 그대로 붙잡아 버렸다. "미로야. 너 그 애들 어떻게 안거야?" "너 여준이랑은 깨진거야??응??" "개네 전화번호 혹시알아???나좀 알려줘. 내 친구가 그 모자쓰고 푸마티셔츠 입은애 좋아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정신없이 나불거리는 세명의 여자아이들. 무슨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워낙 말이 빠른지라. "으아아악 얘들아 미안!!! 다음에 물어봐!!!" 나는 겨우 그애들에게로 도망쳐 김형광 죽일놈이 있는곳으로 뛰어갔다. 후.. 후으. 김형광. 이 온새미로 지금 너 때문에 정말 인내심 폭팔하기 일보 직전이라구!!!!!! "야!!!김형광!!!!" 학교 뒤편. 난관에 걸터앉아서 담배를 피고있는 형광이와 놈의 친구놈이 내 눈에 보이자마자 나는 분노에 찬 소리를 꽥 질렀다. 그. 런. 데. "왜 온새미로!!!!" 어라? 녀석도 지지않고 크게 맞받아 소리를 치는게 아닌가. 지금 화내야 할 사람이 누군데 큰소리 치는거냐구!! "너..너.(결국 할말을 잃음)" 폴짝. 난관에서 내려와 나를 무섭게 야리는 녀석. 분명 내가 잘못한건 없는데 괜히 주늑드는 순간이였다. "전화안받고. 문자 왜 씹어" "핸폰 놓고왔다. 왜!! 그래서 학교까지 찾아와서 망신을 주냐??!" "엿먹어. 완전 하마세끼" 아..아.. 혈압..... 형광이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나를 훌터보더니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단단히 삐지신듯. 그녀석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는 나는 기가막히다는듯 허리춤에 두 손을 얹고는 놈을 쳐다볼 뿐이였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광이 아침부터 계속 걱정했다구요" 그때 별안간 담배를 주구장창 피워대던 형광이 친구놈이 담배를 퉁겨버리고 내게 말했다. .. 연락안돼서 걱정했다구? 그 말에 조금 누그러진 나였지만. "미친놈아 내가 언제. 말지어내지마" 갈갈히 날뛰며 소리를 지르는 형광이 녀석의 모습에 그럼 그렇지 라고 중얼거렸다. "답장 안온다고 핸드폰 던졌잖아. 이 성질 드러운 놈아" "야 온새미로 믿지마. 이세끼 원래 소설 혼자 잘써" "할튼간 미친놈." "두고보자. 도원석. 학교에서 똥쌌다고 싸이에 퍼트린다." 풉. . 형광이의 말에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웃어버렸고. 도원석이라는 아이는 형광이를 한참을 노려보다가 삐진듯 뒤돌아걸었다. 놈의 친구들은...모두 이럴까.? 인정하긴 싫지만 생긴건 정말 하나같이 뛰어난데...성격은 왜 다 저런걸까. 나는 실없는 생각에 빠졌다. "웃지마. 하나도 안예뻐" 또 다시 태클을 거는 김형광군. 난 그런녀석을 떠밀며 "좀 닥쳐라. 니친구 삐졌잖아. 얼른 가" "응. 아. 야 이따 여섯시에 쿨나인으로 와" 순식간에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툭 치고는 도원석이라는 아이에게 뛰어가는 형광이였다. "또또야(도원석 별명인듯) 왜그래. 삐졌어?" "꺼져." "쪼잔한세끼. 그래도 저번에 나뭇잎으로 닦은건 말 안했잖아!!!" ... ...푸...하..하... 들려오는 형광이의 목소리에 나는 자지러지게 웃었고. 그런 내 웃음소리를 들어버린듯 도원석이라는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형광이에게 소리쳤다. "야이 개자식아!!!!씨발 나 오늘 너랑 맞짱뜬다" "나한테 맨날 지면서.메롱" "아아아아악!!!!!!!!개자식아. 너 정하울한테 다일를꺼야. 거기안서?? 좋은말할때 서라??!!" 티격티격 싸우는 두 놈들을 보며 나는 한참을 웃을수밖에 없었다. 그래. 확실해. 저 둘은 미친거라구. 그나저나. 잠깐. 6시 쿨나인?? 그때 여준이랑 약속있는데.. "야 김형광!!!!!나 그때 약속있다구!!!!!!" 서둘러 녀석이 사라진 자리에다가 소리쳐보지만. 이미 사라진 형광이가 들었을리가 만무하다. 이런. 정말 미치겠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다시 학교로 들어올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끝난후. 나한테 삐져버린 민경이가 말도 없이 먼저 집에 가고 나는 야자를 빼먹는걸 선생님한테 혹시나 들킬까 허겁지겁 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나는 학교를 나오자마자 더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않은채 운동장 스텐드에 앉을수밖에 없었다. 6시. 프라나까페. 윤여준 6시. 쿨나인. 김형광 어떻게 보면 생각하고 말고 선택은 정해진거겠지만. 그땐 이상하게 고민이 됐다. 어차피 내 선택권은 없을텐데 말이다. \6시. 프라나까페 "여준아. 일찍 와있었네" 집에 들려 옷을 갈아입고 출발해 가까스로 6시에 프라나 까페에 도착할수 있었다. 프라나까페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와서 날 기다리는 여준이를 볼수 있었다. 어색히 웃으며 여준이 맞은편에 앉자. 여준이는 턱끝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르켰다. "응? 뭐. 옆에 앉으라구??" 고개를 끄떡이는 여준이. 나는 쪼르르 놈의 옆자리에 앉았고. 여준이는 아무말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아침에 일이 아직까지도 걸리는듯. "여준아." "어." "아침일때문에 아직도 화난거야??" "아니." ".....그럼..?" "그냥. " 여준이는 내게 짧게 대답하고는 먼저 시킨 키위쥬스를 마셨다. 딱히 할말도 없는 터라 나도 묵묵히 앉아있을뿐이였다. 흐음. 그나저나 김형광 어떻하지?? "너도 먹어." 그때 여준이가 자신이 마시던 키위쥬스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웃으며 키위쥬스를 말끔이 헤치웠다. "할튼간. 존나 잘먹어" "헤헤." 빨대가지구 콕콕 내 머리를 찔러대는 놈. 형광이였다면 당장 이빨로 머리를 뜯어먹었을지도 모른다. ...아... 정말 왜 자꾸 김형광 생각하는거야 온새미로. "여준아. 밥먹었어?? 나 배고프다." 서둘러 생각을 접고는 여준이에게 말했다. 그래 온새미로. 윤여준한테만 집중하자. 여준이랑 있을땐 여준이한테만.. 잠시후. 내가 시킨 볶음밥한개가 외로이 나왔고. 나는 정말 배가 고픈지라 허겁지겁 달려들어 볶음밥을 먹었다. 그때 문득 창문을 보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억수로 많이. "여준아. 우산 가져왔어? 비 엄청 많이 오네." 오늘 날씨 정말 맑았는데. 왜 이렇게 뚱단지같게 갑자기 비가 내리는걸까. 나와 같은생각인듯 여준이도 창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졸라 젠장 맞는 날씨다." 놈의 말에 풉하고 웃으며 앞에 놓인 볶음밥을 다시 먹으려던 순간.. 하필이면 그때. 하필이면 그제서야 생각나버린건. 김형광 이라는 이름 세글자. "여..여준아. 정말 미안한데 나 가봐야겠어!!미안해!!!!" "야!!!!온새미로!!!!!" 맹세하겠는데 정말 이번이 처음이다. 여준이와 있을때.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건 말이다. 뺨한대 맞을 각오로 녀석이 붙잡지 못하게 빠른 속도로 까페를 빠져나왔다. 설마. 아직까지도 기다리는건 아니겠지?? 비가 내리고 있다는것도 잊은채 나는 전속력으로 쿨나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쿨나인에 막 도착했을때는 나는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녀석처럼... "병신...아직까지도 기다리고 있냐." 쿨나인 앞에서 쪼구리고 앉아있는 그아이를 발견한 순간 나는 픽하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바보아냐.. 황급히 시계를 보니 벌써 시계바늘은 야속하게도 8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얼마나 기달렸길래. 옷이 다 젖어버린 형광이. 너무 미안해서 녀석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형광이는 자꾸만 시계를 돌리고 있었다. "온새미로!!!" 잠시후. 결국은 날 발견해버린 형광이가 내게 다가왔다. 홀딱 비에 젖은 내 모습을 보며 한쪽 눈썹을 찡그리는 아이. "미안.미안해..형광아.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지금 몇신데." "8시.."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진짜? 내 시계는 6시인데요!" "미안해." "씨발. 내 시계 고장났었나봐. 나 진짜 존나 쫌밖에 안기달렸어. 1분기달렸나" 녀석은.... 내가 미안하지 않게 밝게 웃으며 거짓말을 치고 있다. 정말 바보자식. "아까 시계 돌리는거 다 봤어 김형광." 내말에 쪽팔린듯 고개를 돌린채 날 쿨나인으로 이끄는 김형광. 들릴듯 말듯 작은소리로 내게 말했다. "누가 나 기다리게한거." ".응?..." "천하의 김형광이. 누구 기다린거." 천하의 말이 좀 걸렸지만. 다 맞는말이므로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떡였다. "응응." "온새미로 니가 처음이다." "그래. 눈물나게 고마워." 그러자 잠시 조용해지는듯 싶더니. 평소 개구진 목소리가 아닌 낯선 진지한 목소리로 그아이. 짙은 갈색눈을 가진 그아이가 말했다. ... .. ..... ............ "그래서.. 지금 기분이 이상해." \쿨나인. 저번에도 녀석의 손에 이끌려 한번 왔던 곳이건만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쿨나인안. 인테리어가 바뀐것도. 조명이 바뀐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쿨나인은 다른곳같았다. 그 이유는... 쿨나인을 통째로 빌린 모양인지. 김형광의 친구들이 꽉 차있었기 때문이다. 윽. 이런곳인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꺼야. 시내를 휘젓고 다니던 아이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 "허억. 김형광. 너 왜 그렇게 쫄딱 비 맞은거냐????!" "세상에." 쫄딱 비를 맞은 우리를 보자마자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모두 조용해졌다. 꺅꺅 소리를 질러대며 수건을 가져온다며 화장실로 들어간 여자아이빼곤 모두다 멍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그리고 정확히 32초후였다. "씹. 김형광!!!!!!!!!!!!!!!" 맨 처음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건 귀여운 정하울이였고. "형광아!!!!!!!너 이 죽일년!!!" 그 다음으로 일어선건 야시한 옷차림의 서은향이였다. 나는 김형광을 야리며 녀석만 들을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형광..너.정말 죽고싶은거지.??" 그러자. 그러자 이 장난꾸러기놈은 둥근 눈매로 옅게 웃으며 "개세끼들아 하이. 얘는 내 여자친구." 자기 친구들에게 멋진 첫인사를 건낸다. 정말 대책없는 놈. "아 정말이냐? 안녕하세요~!!!!" 하나 둘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내는 아이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적응 되지 않았다. 왠만한 애들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는 이아이들이. 내게 관심을 갖아주고. 인사를 건내다니. 기쁘다기보다는 새삼 신기했다. "형수니임늦게두오셨네요~~~" 살짝 술한잔 한듯 벌개진 볼로 아까 형광이와 우리학교에 같이 온 또또(도원석)도 나를 환영해주었다. "나가!!!!!!나가라구.이씨발아!!" 그때 좋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으니. 벌써부터 울듯한 얼굴로 꽥 소리를 지르는 서은향이였다. 내게 달려들려는 서은향을 말린건 정하울이였다. 서은향을 제지하고는 뚜벅뚜벅 무표정으로 내게 걸어오는 그아이. 내 앞에 다가와서는 금방이라도 날 칠것같은 얼굴로. "애송아. 꺼져." 한자한자 내뱉었다. 기가막히다. 정말 기가막혀. "어. 그래 꺼져줄께" 화가났다. 아무이유없이 날 창녀라 그러지 않나. 이번엔 대뜸 꺼지라 그러질 않나. 기분이 나빠서 더이상 일분 일초라도 이곳에 있고싶지 않았기에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정하울 그 아이를 노려본후 뒤돌아서 가려는데. 누군가가 내 손을 급하게 탁 하고 붙잡았다. "온새미로. 그럴땐." 처음듣는 낯은 목소리에 형광이. 반사적으로 뒤 돌아 형광이를 쳐다보면. 녀석이 땅바닥을 응시했던 시선을 조용히 정하울에게로 옮기는걸 볼수있었다. 침묵. 일순간 단 하나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20명이 넘는 아이들 모두가 형광이와 정하울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였다. "그럴땐. 너나꺼져 라고 하는거야. 알았지" 처음듣는다. 이런목소리. 화가 난 목소리. 형광이 말에 정하울은 기가막히다는듯한 얼굴로 쿨나인을 나가버렸다. "김형광. 너 미쳤냐?? 왜 정하울한테 그래?? 너 지금 여자하나땜에 뭐하는거냐구!!!!!!!!"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서은향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쫘악. 내 뺨 한쪽을 내리치는 서은향. 누가 뭐라 할새도없이 내 머리를 그대로 잡아버리고는. 바닥에 곤두박질 친다. 하..... 인내심 한계다. "씹. 서은향!!!!!!!!!!!!!!!!!!!" 씩씩대며 나를 발로 밟으려는 서은향을 형광이가 재빨리 잡아버리고는. "내가 여자 안때리는거 하늘에 대고 감사해. 씨발아." 그대로 내동댕이 쳐버렸다. 곧바로 아수라장이 되버린 쿨나인. 엉엉 울어대며 소리지르는 서은향과 그 주위를 둘러싼 서은향의 친구들은 주저앉아 있는 나를 무섭게 쳐다봤다. "가자." 아까 서은향이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주저앉아 있는 나를 일으키며 녀석이 내뱉은 말. 할말을 잃어버린 나는 거칠게 녀석의 손을 뿌리쳤다. "마지막이야..김형광." "가자고." "이런치욕. 마지막으로 참는거라구. 그리고 너랑 나랑도 이게 마지막이야" "......." "두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다. 아니 절대 마주치지 않을꺼야. 이날. 이사건. 이시간으로서 너랑 나 바이바이라구." 바보같이 이때 왜 울었는지 모른다. 울면서 소리치는 날 가만히 갈색눈동자로 담아내는 그아이. 이내 알았다는듯 고개를 두어번 끄떡인후 고개를 바닥으로 조용히 떨군다. 그런 형광이를 보다가 재빠르게 쿨나인을 나왔을땐 비도 그쳐 있었다. 그래. 꿈을 꾼거라고 생각하자. 미친개에 물린거라고 생각하자구. "나쁜놈.. 정말 나쁜놈." 그래. 그러면 되는데. 그런데...왜... ..온새미로 왜. 계속 울고있는거야. -그날저녁- "얼른 나와!!!얼르은!!!" 집에서 하루종일 우울해 하는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와버린 라경이 별안간 노래방을 가자며 내 손을 마구 이끌었다. "라경아. 나 정말 괜찮다니깐!!!" "괜찮긴. 하루종일 우울해했으면서. 노래방가서 신나게 놀자♬" ...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라경이의 성의를 생각해서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오랜만에 노래방가서 스트레스를 다 풀어버리는거야~~!! "참. 라경아." 두손을 꼭 잡고 노래방을 가는 도중 라경이를 불렀다. "웅?? 왜??" "어제부터 궁금했는데.. 도대체 너의 새로사귄 남자친구가 누구야??" 내말에 풉하고 웃는 라경이.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구. 음.. 김형광의 친구들중 하나일테니깐.. 제발 정하울만 되지 마라. 제발 정하울만. "도원석이라구. 진짜 귀엽게 생긴애 있어!!" "뭐?? 또또???" "으응???또또??" 이해할수 없다는듯 또또가 뭐냐며 달려드는 라경이에게 나는. 자지러지게 웃어줄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또또군. 당신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나뭇잎사건은 고이 묻어두겠어요. "또또가 뭐냐구!!ㅜ0ㅜ우리 원석이 너 아는거야???" 라경이의 물음에 나는 말없이 걸음을 옮길뿐이였다. 다행이다.정말 정하울 그세끼가 아니라서. \노래방. 노래방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눈을 질끔 감을수밖에 없었다. "어머!!!!!여보!!!!!!!!여보여보!!!!" 그 이유는... 노래방 대기 쇼파에 또또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라경이를 보더니 폴짝폴짝 뛰며 반가워하는 도원석이란 아이. 라경이도 나 따윈 이미 잊은듯 도원석에게 달려들었다. "원석아!!!!>_<여긴 어쩐일이야?? 너 왜 내 문자씹냐구!!!!엉엉." "나 알이 끈겼어!!! 근데 옆에 누구야? 친구야??" ... 또또는... 뒤돌아서 있는 내게 아주 고맙게도 관심을 보여주었다. 아직 내 얼굴을 보지 못한듯.. "응응!!나랑 동거한다는 그애야!!! 미로야!!! 얘가 우리 원석이야!!!" "미로?? 낯익은 이름이다.!!!" 당연하지. 아까도 들었잔니...또또자식아. 도원석은 안녕하세요 라면서 내 얼굴을 보기위해 내앞에 섰고.. 잠시후. 놈은 놀라긴 많이 놀란듯 한걸음 물러나는 시츄레이션까지 보여주었다. "헉." 헉?? 헉이라구??? 정말 가지가지 한다. 또또야. "후우..여기서 또 뵙네요. 라경아 나 이만 집에 간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여준후 뒤돌아 섰다. 정말.. 두번 다시 보기 싫었다구!!!!!!!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알리 없는 라경이는 나를 붙잡았고 도원석과 내가 경악할만한 말을 내뱉었다. "미로야 어디가!!! 원석아 니네방 어디야?? 미로야!!우리 원석이네방에서 놀자!!!" 후우..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도원석도 당황한듯 말을 버벅거리며 라경이를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라경아!!!아냐 지금 내친구들 기분이 너무 안좋아서..." "왜???" 말없이 내 눈치를 힐끔 보는 또또. 그래. 나때문인거 안다. 알아!! "그..그러니깐.." "어???! 저기 형광이 보인다!!! 얼른 들어가자!!!" .. 결국.. 눈치없는 라경이 덕분에 나는 형광이가 있는 노래방룸으로 들어갈수밖에 없었다. 아.. 몰라. 될대로 되라지요. ..타악.. 똥씹은표정의 온새미로와. 난처한표정의 또또와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쁜 라경이. 이렇게. 우리 셋이 들어오자마자. 악을 지르며 부르던 가슴아파도의 노래가 ...뚜욱.. 멈추었다. "얘들아 안녕!! 그때 보고 첨이지??" 오직 라경이 만이 그 아이들 옆에 앉아서 재잘 댈뿐.. 도원석은 무슨 죄라도 진 마냥 푸욱 고개를 숙이는데... 내가 정말 대단한 불청객이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젠장... 그나마 다행인건 정하울과 서은향이 없었다는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는 구석쪽에 엉덩이를 붙였고. 도원석은 어색히 웃으며 자신을 노려보고있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콱. 뒤질래. 노래 빨리 불러라..." 그아이의 협박 아닌 협박에 다시 시작된 노래. 후.. 정말 미치겠다. 노래방 시간을 보니 아직도 45분이나 남았다. 애꿎은 라경이를 노려보지만. 라경이는 호호 거리며 어느새 도원석과 재잘대고 있었다. 그냥 들어오지 말껄.. 하는 후회가 물밀려오듯 밀려왔다.. 잠시후.. 가슴아파도의 노래가 빵빠라 소리와 함께 끝났고. 잠시 침묵이 멤돌았다. "한곡 하실래요???" 그때 뻘쭘히 혼자 앉아있는 나에게 마이크를 건내는 갈색머리. 나는 어색히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야 마이크줘" 다음곡의 주인공은.. 김형광이였다. 계속해서 옆에있는 여자와 떠들던 형광이녀석은. 자신의 노래가 나오자 아주 들떠있는듯 보였다. 나 따윈 이제 신경쓰지 않는듯. 휴... 니가 그러자고 했으면서.. 왜이렇게 서운해 하는거냐 온새미로. 형광이의 곡 반주가 시작될때.. 나는 도저히 이곳에 있을수 없어서 일어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분이 이상했기 때문에... "미로야!!!!!어디가!!!!!!!!!응??" "라경아. 미안미안. 나 가봐야 될꺼같아." 라경이가 붙잡기 전에 나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재빨리 노래방 문고리를 잡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그제서야...느껴져왔다. 시선이 느껴지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형광이가 노래를 하지 않은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눈을 돌려버리는 그아이. 웃으며 노래를 시작한다.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노래방을 빠져 나왔다. 김형광. 도대체 너말야... 어떤애야.......??..... \다음날. 그날아침. 나는 정말 아팠다. 어제 비를 맞은 모양인지 지독한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으구 미친년. 어떻하냐. 내가 학교가지 말고 병간호할까??" 내방 침대에 누워있는 내게 죽을 건내들며 말하는 라경이. 나는 말할힘도 없어서 고개를 좌우로 저어주었다. "괜찮겠어??" 끄덕끄덕. "휴우. 그래 알았다-나 오늘 빨리올께. 푹 자구있어" "으응 고마워 라경아." 힘없는 내 목소리에 아무래도 걱정된다는듯 몇번이고 뒤돌아보던 라경이가 이내 학교로 나서고. 홀로 집에 남겨진 나는 뜨거운 몸을 이불속에 숨기고는 끙끙 앓기 시작했다. 휴 아파죽겠다.정말. "이게 모두 빌어먹을 김형광때문이야.콜록." 괜시리 김형광을 원망하며 핸드폰을 꺼내드는 온새미로. 핸드폰 번호를 누를힘도 없지만(오바하구있음) 간신히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긴 신호음이 가고 잠시후 지금 일어난듯한 여준이의 졸음이 묻어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준아..나야 미로.." 달칵. 아무말없이 끈겨버린 전화. 멍하니 핸드폰을 보다가 다시한번 윤여준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핸드폰을 아예 꺼버린 여준이였다. 어제일때문에 또 화가난건가. 분위기를 보아 여준이는 오늘 학교를 가지 않은채 하루종일 잠만 잘듯 싶다. 어제밤에 또 술을 먹은게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해보지만. 미안하게도.. 정말 너무 미안하게도 내 머리는 여준이생각을 금새 지워버렸다. 여준이 다음으로는 민경이에게 전화를 하려했지만. 이미 수업이 시작한지라 멀티메일로 문자를 보낼수밖에 없었다. -민경아. 나 미로야. 어제 많이 화났지?? 미안하구. 내일 다 얘기해줄께. 참 오늘 나 아파서 학교 못갈꺼같아. 감기걸렸나봐. 라경이가 담임선생님한테 말해준다고 했으니깐 그건 걱정하지마. 휴 정말 머리가 깨질꺼같다 공부열심히해- 나는 그렇게 민경이에게 비몽사몽으로 문자를 보낸후 핸드폰 밧데리를 분리시켜 놓았다. 그리고는 라경이가 끓여준 죽을 몇숫갈 떠 먹다가 이제 좀 자야지.. 라는 생각으로 다시 침대에 눈을 감고 누우려는데. 탕탕탕탕--+++ 누군가가 아주 다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씨. 아픈데 도대체 또 누구야. 민경인가? 여준인가?? 탕탕탕탕---+++++ 얼마 안가서 또 다시 들려오는 소리 후 갑니다. 가요. 깨질듯한 머리에 손을 올린채 겨우 일어서서 현관문 쪽으로 한걸음 두걸음 옮겼다. 탕탕탕탕탕탕---+++++ 바로 옆에 초인종이 있건만 문이 부서져라 두들기는 통에 아주 급한 모양이다. 나는 아픈몸을 이끌고 허겁지겁 현관문을 열었고. 확인하고 열지 않은점에 곧바로 후회할수밖에 없었다. "온새미로!!!" 맙소사. 문이 열리자마자 멋대로 우리집에 들어와서는 내 머리에 별안간 손을 뚜욱 얹는 이아이. 김형광이다. 노래방에선 한마디도 안하더니... 갑작스런 녀석의 방문의 무엇보다 놀란 나였다. "손떼. 너 빨리나가. 여긴 왜온거야?" "문자 나한테 왔다. 아 숨차 존나 뛰어왔네 진짜" "잠깐만. 무슨문자??" "민경이어쩌구 그 문자. 너 많이 아퍼?" 젠장. 비몽사몽으로 김형광의 번호를 누른모양이다. 확인하고 보낼껄.씨 "안아프니까.신경쓰지말고 얼른 가줄래??" 녀석을 마구 떠미는데. 지도 남자긴한지 꿈쩍도 안한다. 뜬금없이 내게 약봉지를 내밀고는 "이거 먹는거 보고 갈께" 참나. 기가막혀서.. "니가 왜? 너 어제부로 나랑 쌩까지 않았냐? 노래방에선 암말도 없이 쌩까더니 왜그래??" 놈은 가시돋힌 내말에 입술을 꾹 깨문채 날 노려보다가. 갑자기 빠른속도로 신발을 벗고는 우리집에 들어왔다. 미치겠다 정말!!! 이순간에도 녀석이 벗은 나이키신발이 참 이쁘다 라고 생각하는 바보같은 온새미로였다. 흠흠 어쨋든. "김형광. 너 이거 주거침입인거 알아??" 소리를 꽥 지르며 녀석에게 다가가려는순간. 빌어먹게도 휘청거리며 주저앉고야말았다. 윽. 정말 머리가 어지럽다. 할수없이 나는 내 침대에 누울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바보천치같게도 녀석이 가져온 약과 물을 입에 넣을수밖에 없었다. "김형광 경고하겠는데 너 얼른 나가. 내가 지금 힘이 없어서 이런거다 알겠어??" "네!" 빙긋 웃으며 대답은 잘하는 그아이. 아우 혈압. 결국은 녀석이 가져온 약을 삼켜버렸다는것에 괜한 자존심이 상해서 뒤돌아 누웠다. "너 자는거 보고 간다!!"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따듯한 형광이의 목소리. "아깐 약먹는것만 보고 간다면서요." "내 매력이다!!이 하마야" 형광이는 그렇게 개구지게 소리친후 내 방을 조용히 나간다. 나는 그제서야 뒤돌아 녀석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교복이 참 잘어울리는 아이. 그아이는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다는것도 모른채 많이 피곤한지 쓰러지듯 쇼파에 누웠다. 왜그렇게도 뒷모습은 슬퍼보이는거지. 앞모습은 누구보다도 밝은 아이가. 왜 뒷모습은 젖어있는거지..? "온새미로. 신경끄자. 꺼." 쓸떼없는 참견이라고 생각한 나는 이불을 좀 더 끌어올린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좀처럼 잠은 오지 않았다. 녀석이 신경쓰였기 때문일까. 평소 형광이같았으면 티비를 보거나 노래를 부르며 핸드폰 문자를 즐기차게 하고 있을텐데 놈은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했다. "...그래. 뭐하고있는지 잠깐만 보자. 불안하잖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결국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형광이가 누워있는 쇼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후 쇼파에 누워있는 녀석을 본 순간 나는 그자리에서 얼어붙고야 말았다. "김형광....? 형광아!!!!!"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있는 형광이. 바보처럼.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어제 형광이는 나보다 훨씬 많이 비를 맞았다는걸.... 하...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바보.." 그랬다. 놈은...아픈몸을 이끌고 내게 온것이였다. "김형광. 일어날수 있겠어??" 이지경이 될때까지.. 도대체 나는. 온새미로는 도대체.. "아씨. 쪽팔려." 내말에 천천히 일어나는 형광이. 나는 걱정스럽게 녀석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았다. 역시나 펄펄 열이 끓어오르는듯 이마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못살아. 정말. 김형광 너 정말 못말린다구. "지도 아프면서. 너 지금까지 뭐한거야." "더워서 그러는건데.." 이게 끝까지 정말. "이러면 고마워 할줄 알았어????? 나보다 더 아프면서 왜 그렇게 바보같은거야. 너랑 나 아무사이도 아니야..이렇게까지 하지마." ...왜냐면.... 자꾸 이러면.. 무섭게도 시작될꺼 같아서. 그래서 그래 형광아.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밀어내고 있는 중이야. 내말에.. 가만히 날 쳐다보는 형광이. 뭐가 그렇게 우스웠던건지 픽하고 웃으며 아픈몸으로 일어선다. "온새미로. 나 이래뵈도 김형광이야." "..........." 아무말없이 바닥을 응시하는 날 보더니 허리를 굽혀 내게 눈을 맞추는 그녀석. "간다." 기분좋은 웃음을 지어주고는 뒤돌아서 걷는 형광이. 아까 많이 아파보였는데.. 내가 좀 심했던걸까.. "저..형광아." "바이바이요" 뒷모습에 대고 소리치는 내게 그저 손을 흔들어주는 형광이. "조금 누웠다가..너 많이 아파보이니깐." 그런 녀석을 차마 그대로 보낼순없었다. 내말에 형광이는 대답없이 고개를 저었고. 나는 그런 형광이에게 재빨리 다가가서 녀석의 옷자락을 한손으로 붙잡았다. .. "한시간만이라도 누워있어. 응??" 결국 끈질긴 내 부탁에 내 침대에 누운 형광이 머가 그렇게 신기한지 아픈녀석이 이리저리 내방을 둘러본다. 후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짓이야. "그땐 몰랐는데. 니방 되게 더럽다" "죽 가져올까?? 아까 좀 남았는데." 비참하기도 하구나. 아픈주제에 병간호를 하다니. "야 온새미로." 한숨을 푹 쉬며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무렵. 형광이가 날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응??" "나 여자방 처음와봐." "저번에도 왔었잖냐. 자꾸 지랄할래요" "야호. 이거 존나 신난다. 자랑해야지" ...............그래...... 널 다시 붙잡은건....역시 미친짓이였어.. 형광이 놈은.. 정말 아픈게 맞는가 의심스러울정도로 해맑게 웃어댔고. 나는 그런녀석을 보며 한숨을 푸우 하고 셨다. "형광아. 얼른 누워서 잠자." 형광이에게 이불을 끌어 덮어주자. "온새미로. 나" "응." "떨려." 이싸이코놈아!!!!!!!!!!!!!!! 대체 여기서 그말이 왜나오냐구!!!!!!!!!!!!!!!!!!!! "왜냐고 물어봐도 되지?" "여자랑 단둘이 있어서. 자제하지 못하면 어떻하지??" ... 녀석은 정말 진지했다. 장담하건데. 이상황을 즐기는듯 싶었다. 주먹이 부들부들떨렸지만. 아픈놈을 차마 때릴순 없어서. 참고 참는 온새미로. "김형광. 나도 지금 머리에 열이나. 그러니까 우리 서로 조용하자 응??" "그럼 너도 누워." "너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됬냐!!!!!!!!!!!!!!!!!!!!!" .. 하지만 결국은 씩씩대며 소리를 크게 질러버렸다. 놈은 여유있게 웃으며 이불을 덮었고. 잠시후 내 속을 다시 긁어놓는다. "야." "또 왜!!!!!왜!!!!!!!" "이불에서 이상한 냄새 나." ...... ... 결국 난 기가막혀 웃어버렸고... 정확히 1분후. 사건은 터졌다. 띵동.띵동.띵동. 집안에 울려퍼지는 초인종소리. "누구지..?" 형광이를 한번 노려봐주고는. 거실로 달려가 인터폰을 확인했을땐.. 뭐랄까... 정말 큰 돌덩이 하나가 내 머리위로 떨어지는 느낌이였다. "여준아...여..여긴 어쩐일이야..?" 당황한 내목소리에 특유 중저음의 여준이의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들려왔다. "너 아프다며. 하. 장난해? 누구 미치는꼴 보고싶냐고" "...아..아까 말하려했는데.." "문 열어." "어...?" "열어. 문" 최악이다. 최악이야!!!!!!!!!!!! "으응. 알았어 여준아. 잠깐만" .. 인터폰을 끄고는 허겁지겁 형광이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그새 눈을감고 자고있는 어린애 같은 녀석. 정말 미안해서 깨우긴 싫었지만. 어쩔수없다. 김형광. 지금 시간이 없다구!!!!! "형광아. 형광아 일어나봐!!!!!!!" "아.씹." 자신의 달콤한 잠을 깨워서 그런지. 신경질적으로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는 그아이에게 나는 두손을 대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제발.." "야. 너 왜그래. 정신이 돌았어??" 콱.... "형광아. 제발.제발.." "뭐!!!왜!!!!!!!!!!!!어떤세끼가 지랄하냐? 내가 까줄까??" "제발...........장롱속으로 들어가죠.." .. .. 내말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 형광이는 뻥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농담이지?" "이렇게 빌께. 제발 응???지금 남자친구 왔는데... 개가 너 죽일지도 몰라.." .. 남자친구란 말에 형광이 눈이. 웃고있던 눈이 굳어진건 내 착각이였을까. "난 아무한테도 안져." "알았으니깐. 제발 부탁할께 응? 형광아 제발." 띵동띵동. 다시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거의 울듯한 얼굴로 녀석을 쳐다보자. 작은 욕을 내뱉으며.. 내 장롱속문을 열어재끼는 형광이. "들어가면. 뭐해줄껀데요?" 윽.. 죽일놈. "알았어. 해달라는거 다 해줄테니까. 제발!!!" 오케이 싸인을 하고 장롱속으로 들어가려던 찰라. 놈은 뭔가 생각난듯 다시 나와 내게 말했다. "너 이거 애들한테 말하면 확 키스해버린다!!"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저만 믿으라구요!!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떡여 주었고. 아우씨 쪽팔려. 라고 소리친후 장롱속에 쏙 들어간 쌔깐한 김형광군. "김형광. 절대 아무말도 하면 안돼. 알았지??" "꺼져"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또또에게 말해버리는수가 있다구 김형광. 띵동 띵동. "으응. 여준아 잠깐 기달려!!!!!!!" 세번째다. 세번째로 들려오는 초인종소리에 나는 허겁지겁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인 무표정의 여준이. "여준아 늦게 문 열어서 정말 미안해." "후. 또 어디가 아픈거야" 내말을 가볍게 씹고는. 작은 한숨과 함께 내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지는 녀석. "화..풀린거야??" "아니. 더 화났어 병신아." "....미안. 근데 나 아픈거 어떻게 알았어?" "이라경이 알려줬어. 약은 먹었냐?" "으응 먹었어." 잠시 서서 나를 쳐다보던 여준이는 나를 그대로 내방으로 이끌었고. 김형광때문에 엄청 긴장한 나를 억지로 침대에 눞혔다. "여준아. 나 정말 괜찮은데... 우리 거실에있자.응??" "온새미로." "응..??" "아프지마." 조용하고 진지한 여준이의 목소리. 놈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오랜만에...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여..여준아." 이런 분위기가 적응도 안될뿐아니라. 장롱속에서 김형광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말을 더듬을수밖에 없었다. "야." 별안간 나를 보며 웃는 윤여준. "어..??" "입....다물어." "응???그게무슨..................." 더이상 말을 이을순 없었다. 왜냐하면.. 여준이의 촉촉한 입술이..내 말라버린 입술에 닿았기 때문이다.. "..........." 내가. 조금씩 내게 다가오는 여준이를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을 무렵이였다. 파악.!!!!!!!! 김형광... 이 쳐죽일놈... 장롱속에 형광이가. 주먹으로 친건지. 발로 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무언가로 장롱을 친듯 둔탁한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그소리에 기분나쁘다는듯 여준이가 입술을 떼었고.. "여준아!!!!!!!!" 내 외침에도 불구하고.. 놈은 장롱쪽으로 한발작. 두발작 내딛기 시작했다... 후우... 나는... 모든걸 체념한듯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여준이가 마악 장롱앞에 멈쳐설 무렵이였다. 드르르륵.드르르륵. 녀석의 핸드폰이 아주 고맙게도 울려주었다. 여준이는 핸드폰을 먼저 받을까. 장롱문을 먼저 열어볼까 고민하는것 같았지만. 이내 핸드폰을 먼저 받아버렸다. "어. 누구야" 휴. ...휴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긴장으로 딱딱히 굳어졌던 몸을 그제서야 느슨히 풀었다. 하마터면 정말 큰일날뻔했어. 할튼간 김형광. 여준이 가기만해봐. 두고보자구!!! "뭐...?" 여준이에게 다가가자 녀석은 아주 심각하게 전화를 받고있었다. 감히 내가 다가서지 못할정도로 무섭게 놈의 얼굴은 굳어져갔다. ...또..무슨일이있는걸까..? "알았어..어." 달칵. 잠시후 여준이가 긴한숨과 동시에 전화를 끈었다. "여..여준아 왜??" "간다." "어..어딜??" 내 물음에 가만히 날 내려다보다가 내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내 방을 나가버리는 녀석. "...친구놈들 싸운대서..이따 전화하면 받아라"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현관까지 여준이를 따랐지만 콰앙. 여준이는 내게 단 하나의 시선도 주지 않은채 우리집을 나가버렸다. 이상황에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당장 형광이에게 달려가야 했지만. 스치듯 녀석의 중얼거림을 들어버린 온새미로는 그자리에 버엉 서있어야만 했다. 여준이가 중얼거린말... 무슨말이였지..? 분명... '..이번엔.윤여준이 너 죽여.' 로 끝났는데...?.. 앞에말은 자세히 듣지 못했다. 제길스럽게도. 이번엔. 윤여준이 너 죽여..? .....이번엔 윤여준이 너 죽여... 타악.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을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강한힘으로 쳐버렸다. 그 주인공이 김형광이라는 사실은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 아리라 믿겠다. "김형광!!!!!!아프잖아." 녀석은 내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신발을 빠른속도로 신었고. 무표정으로 우리집을 그렇게 나가버렸다. 콰앙. 하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걸 잊지 않고선.. 뭐..뭐야 쟤. "야!!!!!김형광!!뭐야. 너 왜그래!!!" 허겁지겁 쓰레빠를 질질끌고 나와 녀석을 불렀지만. 형광이는 가운데 손가락을 내게 펼쳐준채 빠른속도로 비탈길을 내려갔다. "학교가게??! 오늘 고마웠다 김형광아!!" 놈이 비탈길을 다 내려갈때까지 나는 녀석에게 큰소리로 소리를쳤고 그런 형광이에게서 연락이 온건 3시간뒤였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드르륵 울렸다. [소원]-김형광 그래. 니가 왠일로 그런얘기 안하나했다. 그나저나 아까 삐진거같던데 다풀린건가?? 참..김형광 너도 단세포다. 문자를보며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이내 빠른속도로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근데 너 이제 괜찮아? 약먹었어? 근데 뭐해줄까?] [데이트]-김형광 1분도 채 안되서 곧바로 온 답장에 나는 픽하고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오케이] 나또한 곧바로 녀석에게 문자를 보냈고 결국 놈이 학교가 끝난후 중앙공원 호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데이트.. 김형광하고 데이트? "풉.." 핸드폰을 손에 쥔채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체못하고 계속해서 웃었다. 잠깐.. "온새미로 미쳤어??? 나 지금 왜웃는거야??" 단지 난 녀석에게 빚진게 있기 때문에 하루동안 어쩔수없이. 그래 어쩔수없이 데이트를 해주는것 뿐이라고!!! "하하하.풉..푸하하." 근데... 왜 이렇게 웃음이 터져나오는거냐구우!!!!! \중앙공원 호수. 약속시간보다 5분더 일찍 도착한 탓에. 호수 옆 벤츠에 오두커니 앉아서 놈을 기다렸다. "온새미로!!!!" 잠시후 놈이 밝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자리에 일어서서 "벌써 1점감점. 여자를 기다리게 하다니. 매너 꽝이구만??" 한마디로 깝을 쳤다. "여기 여자가 어딨어" 그런 나에게 준 녀석의 결정타. 잠시 멍해진 정신을 되찾고는 "죽을래? 아픈건 괜찮어? 넌 아픈사람 이렇게 불러내니까 좋지 아주" "아픈사람 장롱에 쳐 넣은건 누군데." 한마디도 안지지. 한마디도. "참 너 말 잘했다. 멀쩡한 장롱을 치긴 왜 쳐?? 너땜에 십년 감수했잖아!!!" "가자. 못난이"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며 먼저 앞으로 걸어가는 형광이. "야!! 형광아. 같이가!!!!" 그런 형광이를 뒤따라가는 온새미로였다. "근데 우리 어디가는거야? 또 대책없이 가는거야??" "온샘아 우리 밥먹으러 가자" "온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난 스파게티 존나 좋아한다. 뭐먹을래??" "볶음밥." "그래 스파게티." "볶음밥이라구 했잖아 이자식아!!!!" "응 스파게티 나도 졸라 좋아" 후우. 후우우. 그래. 오늘은 김형광 말대로 하자. 빚진게 있으니까....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그대로 진정시키고는 조용히 놈을 따랐다. 하지만 의외로 놈이 날 데려간곳은 스파게띠오가 아닌 라이스(볶음밥전문점)였다. 딸랑. 문을 열자마자 예쁜 종소리가 내 귀에 스치듯 들려왔다. 저번에도 여준이와 한번 왔었지만. 그때와 인테리어가 많이 바껴서 그럴까? 라이스 안은 너무 낯설었다. 어쨋든 형광이와 나는 구석진곳에 자리를 잡았고 나란히 새우볶음밥을 시켰다. "김형광. 스파게티 먹는다더니 왠일이야??" "여기가 스파게티집인줄 알았다." "뻥까지마." "진짜야!!!!!!!!!!!!" 악. 깜짝이야. 라이스 안이 떠나가라 큰 소리를 지르는 형광이. "아. 알았어.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새우볶음밥 두개 나왔습니다."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질무렵. 새우볶음밥 두개가 고맙게도 나왔고. 배가 고팠던지라 허겁지겁 수저로 퍼먹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 비해 볶음밥에 손도 대지 않은채 맞은편에서 턱을 괴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형광이녀석. "여기 새우볶음밥 진짜 맛있어. 너도 얼른먹어라" "온새미로. 나 궁금한거 있는데." "응?? 뭐??(여전히 먹고있음)" "너 니 남자친구 많이 좋아하냐? 사랑두 해??" 가만히 들려오는 형광이의 진지한 물음에 나는 그만 밥이 먹에 걸려 한참을 켁켁 대버렸고. 목에 물을 두컵이나 넣은 후에야 말할수 있었다. "당연히 좋아하지." 그래. 좋아하는데. 사랑은 안해. 꾸역꾸역 뒤엣말을 삼켜버리곤 형광이에게 대답하자 형광이는 이해할수 없다는듯 내게 말했다. "근데....왜 한번도 안웃어?" "뭐.뭐??" "나랑 있을땐 잘 웃으면서. 니 남자친구랑 있을땐 왜 한번도 안웃냐고.." 형광이 말에 내 몸은 그야말로 딱딱히 굳어졌다. 무언가를 크게 들킨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랬다. 여준이랑 있을때 웃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거 같다. 또다시 가슴이 욱신 거리며 윤여준에 대한 미안함이 심장에 조금씩 조금씩 차올랐다. "너 장롱안에 있을때 다 봤냐?? 이거 나쁜놈이구만!!!" 난 아무렇지도 않게 새우볶음밥을 퍼먹으며 형광이에게 말했다. 하지만.. 도저히 떨리는 목소리는 숨길수가 없더라. "응 너 키스도 더럽게 못해." 고맙게도. 형광이는 화제를 돌려주었다. 아마도. 내 눈에 고여있는 눈물을 본 모양이다. "뭐..뭐래. 이놈이! 밥이나 먹어라" "나 키스 존나 잘하는데.." 중얼거리듯 녀석이 말했다. "자랑이다. 자랑. 근데 형광아 우리 밥먹구 뭐할꺼야??" "영화볼래?" "아니 영화보지말구. 우리 거기가자. 거기!!" "어디." "간다고 약속하면 말해줄게." "어딘데!!" "약속한거다?? 밥먹고 거기 가자!!!" ....결국..... 밥을 다 먹은후 온새미로에게 '거기'로 끌려온 김형광은 그곳앞에서. 그곳만큼은 절대 못들어 간다고 소리를 빽 지르고 있는중이다. "왜 못가겠다는건데!!" 허리춤에 두손을 얹고는 형광이에게 말했다. "찜질방을 내가 왜가!!!!!!미쳤냐??" 도대체 이렇게 찜질방을 질색하는 이유가 뭐냐구. 들어가보면 얼마나 좋은데.. "찜질방 가는게 뭐 어때서. 너야말루 미쳤냐!!" "쪽팔려. 여기 우리학교 여자애들 쫙 깔렸어. 개네 맨날 심심하면 여기와" 녀석이 계속 이렇게 완강하게 나온다면. 그래 좋아 최후의 방법이다. "좋아 김형광. 가지마!!하지만!!" "..?..." "니가 안가면 니 친구 또또에게 말해버릴꺼야. 장롱사건!!!." "씨발!!!!!!" 그리하여 또또협박사건으로 김형광을 찜질방 안으로 들여오기 성공.!! 또또협박사건으로 잠자코 들어온 형광이지만 녀석은 계속 찜질방 옷이 찝찝하다며 투덜대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조용히 한손으로 놈을 응징해주었다. "온새미로. 근데 여기 얼만큼 뜨거워?" 그리고 지금은 불가마에 들어가기 직전. 보기에도 뜨거워보이는 불가마안을 보며 지레 겁먹은듯 녀석이 물었다. "뭐. 오징어가 익다못해 그대로 타버릴정도??" 내 대답에 입술을 꾹 깨물며 잠시 날 노려보던 형광이. "어?? 원빈이다!!!!!!" 매끈하게 뻗은 손가락으로 내 옆을 가리키며 놈이 개구진목소리로 소리쳤다. "뭐?? 어디?? 꺄아!!어디?!!!!" 원빈이란 말에 초절정으로 흥분하여 소리치며 옆을 바라봤지만. 당연히 원빈은 없었다. "하..하하." .....조용...... 그런 나를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는 아줌마들. 후다다닥. 이미 형광이는 반대편으로 도망간 후였다. 순식간에 가만히 있다가 폴짝폴짝 뛰는 미친년이 되버린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주체 하지 못한채 도망가는 놈을 따라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김형광!!!너 거기 안스냐??어???!!!" "서라고 진짜 서는 미친놈이 어딨냐" 개구진웃음으로 요리조리 잘도..피하는 녀석 "지금 스면 계란사줄께!!!" "이제부터 김형광 미친놈~" 내말에 하하하 하고 웃으며 끼이익 서버린 형광이.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놈에게 달려들었는데.. ...달려들었는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는지.. 놈과 나는 그대로 쿠당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녀석에 몸을 내가 깔아누운 므흣한 상태가 되버렸고. 일순간 놈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쳐버렸다. 잠시동안 죽기보다 싫은 정말 어색한~~침묵이 흘렀고. 당황한 내 모습에 또다시 웃음보를 터트리는 녀석. "온새미로." "왜..왜.!!!!" 그제서야 놈의 몸에서 재빨리 일어섰다. 형광이는 반쯤 몸을 일으키고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내게 말했다. "너.." "...나 뭐.뭐?" "50kg 넘지?" "웃기지마!!!!!이 변태자식아!!!!!!" 아니라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강한 부정을 하며 소리쳤다. 난.. 난!!!! ..49.5키로라구.. (조용해진 독자분들.) 이..이봐들!!! 하지만 뚱뚱한거 아니라구우!!!! 난 키가 크잖아!! (돌..던지는 독자들...) 윽. 어쨋든. 김형광과 나는 그렇게 찜질방에서 대소동을 무사히(?)치루고는 찜질방 마루에 앉아서 계란을 까먹기로 했다. 약속대로 계란은 내가 사주었다. (나머지 모든 비용은 형광이가 지불했지만..) 잠자코 앉아서 계란을 깔려는데 자신의 손에 들린 맥반석 계란을 별안간 내 머리에 타악 하고 내리치는 형광이. "뭐야!!김형광!!!" "돌과 계란이 부딪혔습니다. 불쌍하게도 계란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너 내가 돌이란 소리야?.." "어? 계란에 비듬 묻었다." "뭐?? 진짜?? 나 머리 깜았는데!!" "구라." 우드득.. 이빨을 갈아대며 복수를 다짐하는 온새미로. "어?? 형광아!!저기 김태희다!!!" "넌 내가 또라인줄 아냐" 여유롭게 계란을 한입 베어 먹는 녀석 오호. 안속는다 이거지?? "세상에. 서은향이다." "안속아." "왠일이야!!이쪽으로 다가오고있어. 나..나는 먼저 간다!!!!" 실감나는 연기로 살짝 일어서는 시늉까지 하자 이 단순한놈은 완벽히 속아버린듯 작게 욕을 내뱉더니 내손을 잡고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씨 짜증나. 서은향이 우리 봤어?" "아니! 야 저기에 우리 계란있어. 다시 저쪽으로 가자" "싫어. 서은향보면 진짜 한대 까버릴꺼 같아" 무서운 목소리로 형광이가 말했다. 김형광. 너 가끔씩 이럴땐 정말 무섭다구. "형광아." "어?" "뻥이야." "......" "내가 뻥친거지롱~~~~~~~얼렁 계란먹으러 가자!!!" 기가막히다는듯 서서 나를 쳐다보는 형광이였다. 나는 통쾌하다는듯 계속해서 웃으며 아까 우리가 있던 자리로 놈을 이끌었다. 그리고는 앉아서 남은 계란을 계속 까먹으려는데. 형광이가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는게 아닌가. "김형광!!너도 뻥쳤잖아. 왜 그렇게 무섭게 쳐다봐!!!" "온새미로" "왜왜!!!!" "게임하자. 가위바위보해서 지는사람 맞기 게임" "나 그렇게 때리고 싶어?" "응." 너무나도 당연하게 대답하는 형광이를 보며 부드득 부드득 이를 가고 있을때. 내 눈에는 아주 낯익은 커플 한쌍이 눈에 들어왔다. ... ....혹여나 잘못본것이 아닐까 하며 두 눈을 한손으로 비벼보지만 내눈에 확실하게 들어오는 한 커플. "라경아. 우리 나가면 안될까? 나 지금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어" "원석아 자꾸 이러면 나 삐질꺼야." 라경이와. 또또였다. 아까의 김형광과 마찬가지로 찜질방에 들어온 그 자체가 쪽팔린듯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또또와. 아까의 나와 마찬가지로 또또를 질질 끌고오는 라경이. "야!!!도원석!!!" 그런 라경이와 또또를 보며 형광이가 믿을수 없다는듯 소리쳤고. 또또. 그러니까 도원석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김형광...??" "어머. 미로야!!!!!" 꺄악거리며 라경이가 내게 달려왔고. 나는 라경이에게 먹다 남은 계란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맞은편 자리에 앉게된 라경이와 또또. 분노에 찬듯한 얼굴로 도원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개자식. 뭐? 숨도못쉴만큼 아파??!!! 그런자식이 이런데서 계란이나 까먹구있냐??!!" "지는!! 할아버지가 아프다면서!!" 아무래도 이 둘. 거짓말 치다 딱걸린듯 싶다. 라경이도 나와 마찬가지인 생각인듯 풉하고 웃으며 도원석에게 기대 누웠다. "원석아 그만해. 너두 얼른 계란먹어." 라경이의 말에 원석이는 고개를 끄떡이며 라경이가 까논 계란을 입에 넣으려 했지만. "우리 계란이다. 또또. 넌 먹지마" 형광이가 계란을 뺏어 자신의 입에 쏙 넣어버렸다. "와 존나 치사해 김형광!!!!" "땡큐" "으아아악!!!열받아!!!!" 발광하는 도원석을 보자니 동지애가 새삼 느껴져왔다. 이기지도 못할꺼면서 왜 그렇게 매일 덤비냐고 할지 몰라도. 정말 형광이 놈과 말하면 홧병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그래서 놈을 이기려고 발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매번 결과는 뼈저린 패배... "라경아 김형광 존나 짜증나지" 괜히 옆에 있는 라경이를 툭툭 치며 묻는 또또 "아니. 형광이 진짜 잘생겼어" 눈치없는 라경이의 대답에 형광이는 기분이 좋은듯 히죽히죽 웃어댔다. "김형광 좋냐??좋아? 남의 여자친구한테 그런말 들으니까 좋아 죽냐구!!!" "응!!" "나쁜자식!!!!" "도원석. 나 방금 욕먹었더니 입이 근질근질해" "형광이형 음료수 사다드릴까요??" 형광이 말에 금새 꼬리를 내리는 도원석이 웃겨서 한참을 웃고 대고 있을 그때. 주머니에 넣어 논 핸드폰 진동이 느껴져왔고.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들고 일어서서 녀석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온새미로.. 수화기 너머로 안쓰러울만큼 젖어있는 여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여준아 목소리가 왜그래??" -...미로야... "어..?" -나 죽고싶다. "여준아...??? 여준아!!!!!!!!!!" -죽을래. 빠르게 뛰는 내 심장. 그래. 정확히 말하면 그때의 그 기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내 심장. "여준아 너 거기 어디야!!!!!! 왜그래 무슨일이야!!!!또 나때문인거야..?? 어디냐구 윤여준!!!!" -니네집앞. "조금만 기달려. 여준아 조금만..제발.." 달칵. 서둘러 전화를 끈고 덜덜 떨리는 몸으로 뒤돌아 서는데. 누군가가. ..내옷깃을 꽈악.. 꽈악 잡고는 놓아주지 않는다. "뭐야. 김형광 놔. 나 지금 진짜 급해." "가지마." "나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야!!!!" "나도 장난 아니다." "후..놔. 나 가야한다구." "너..오늘 나랑 있기로 했잖아. 니 남자친구가 아니라 김형광이랑 같이 있기로 했잖아!!!! 가지마. 나랑 있어." 녀석의 말에 잠시 흔들렸지만. "미안..안돼." 고개를 저어주고는 그대로 찜질방을 뛰어 나왔다. 찜질방 옷을 미처 갈아입지도 않은채 말이다. 그만큼 난 정말 급했다. 또다시 떠오르려는 그때의 영상을 지우고 또 지우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것도 느끼지 못한채 전속력으로 달려온 우리집앞. 벽에 기댄채 여준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달려가 여준이를 꽈악 안아버렸다. "여준아 무슨일이야..응??.도대체 왜그러는건데..." 녀석에게서 알싸한 알콜향이 느껴져왔다. 가만히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채 중얼거리듯 말하는 녀석. "나좀봐줘. 이제 제발 나좀 사랑해줘." "...여준아..." "온새미로. 병신같이 난...언제까지 울어야하는거야." "..........." "언제까지 혼자만 이렇게 발광해야하는거냐고..." "미안해..미안해." "떠날까봐 무서워. 난 너 정말 사랑하는데. 넌 아니니깐. 그래서 다시 떠날까봐...죽고싶어." 미쳐버리겠다. 그래 이표현이 딱이다. 갑자기 여준이가 왜 이런 생각을 다시 하는지도 모르겠고. 단 하나도 녀석과 사랑했던 기억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답답해 미쳐버릴것 같았다. "여준아..나 너 떠나지 않을꺼야. 그러니까 제발 이런 생각 하지마..기억하도록 노력하고 있어." "....가지마." 형광이가 했던 똑같은말에 잠시 주춤해버린 바보같은 온새미로. "응 안갈께. 절대 가지 않을께." "하 되게 쪽팔리네." 한손으로 술을 깨려는듯 얼굴을 비비며 내게서 떨어지는 여준이. 풀린눈으로 씩하고 웃더니 간다 라면서 뒤돌아선다. 난 그제서야 풀려버린 다리로 몸을 겨우 지탱하며 놈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윤여준. 무슨일이야. 아까 오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잖아. 누가 또 너의 상처를 건들어버린거야...? \다음날 학교. 아침부터 민경이와 말한마디 안하며 어색히 있다가. 1교시가 끝난후 내게 괜찮냐며 먼저 말을 걸어준 민경이 덕분에 우린 감격적인(?)화해를 할수 있었다. "그나저나 김형광이라는애 이야기좀 해봐" "아냐 민경아. 갠 그냥 친구야." "정말??"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의심간다는듯 민경이가 말했다. 나는 그런 민경이에게 초코우유를 주면서 "응 정말" 이라고 대답했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형광이. 어제 많이 화난거 같던데. 괜찮을까? 사실 라경이가 집에 들어오면 물어보려 했지만 라경이는 어제 외박을 했기때문에 물어볼수가 없었다. 2교시가 시작되고.. 나는 형광이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오늘 만날래? 내가 쏠께. 어제 미안해서.] 음..이건 좀 웃긴거 같은데... 스스슥.(지우는소리) [음 뭐해??] 씹을가능성이 다분해. 이것도 별루다....스스슥(지우는소리) [형광아 어제 잘 들어갔어??] 그래 이게 좋겠다. 많은 고민 끝에 형광이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3시간이 지나도. 학교가 끝날때까지도 녀석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때. "온새미로 가자!!" 청소를 하고있는 우리반 앞문에서 여준이가 소리쳤다. 나는 여전히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교복주머니에 쑤셔 놓고는 빙긋웃으며 여준이에게 갔다. "여준아. 어제 많이 마신거 같은데 괜찮아??" "아니. 그래서 마누라네집에서 해장국좀 얻어먹으라고." "우리집??" "어." "응 알았어!!! 가자 우리집."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준이는 날 뒤에서 안아버렸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얼굴을 푹 묻고는. "난 북어국 아니면 안먹는다." "알겠다구요!!얼른가자!!!" 놈의 손을 끌며 학교를 막 나오려던 무렵이였다. 쭈삣쭈삣 우리에게 다가오는 1학년아이들. 여준이는 아무 관심없다는듯 내 머리를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다. "저..기 여준오빠." 그때. 가운데에 있던 귀여운 웨이브 파마가 여준이의 옷자락을 깡 좋게도 잡아버렸고. 내게 장난을 놀던 여준이는 그제서야 귀여운 웨이브 파마에게 시선을 옮겼다. "뭐." "이거..받아주세요. 저 기억 안나세요? 신입생 환영회때..윤미소라구.." 붉어진 얼굴로 편지를 여준이에게 내미는 그 아이. 여준이는 피식하고 웃더니만. "꼬마야" "...네??" "편지 고맙다. 근데 여기 보다 싶이 이쁜 내 애인이 있어서. 편지는 못받겠다." "사귀는..사이세요??"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눈으로 안나오는 목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내듯. 그 여자아이가 말하자 여준이는 약간은 슬픈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응. 나 혼자 제일 사랑하는애야." 나 혼자. 나 혼자 혼자.. 혼자.. "온새미로 가자." 멍하니 서있는 내 어깨를 한쪽팔로 감싸고는 그대로 학교를 나와버리는 여준이. "여준아.." "어." "아니야.가자 우리집.북어국 맛있게 해줄께!!!" 라고.. 큰소리는 뻥뻥 쳐놨건만.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만든 북어국은 그야말로 최악이였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는것이. 설탕을 너버린 모양인지. 달짝지근하게 변한 북어국은... 날 절망으로 이끌기 충분했다. "여준아 미안해.." 하지만 내 사과가 무색할정도로 여준이는 아까부터 맛있게 북어국을 떠 먹는중이다. 정말이지 안쓰러울정도로... 몇번이고 놈을 말렸지만. 여준이는 완강히 설탕북어국 한그릇을 모두 헤치워버렸다. 후우 미안해라. "여준아..정말 맛있어서 먹었던거야??" 설거지를 하며 여준이에게 묻자 놈은 이미 화장실로 가서 오바이트를 하고 있던 중이였다. 그러게 먹지 말라니깐... "맛없어." 얼마뒤 화장실에서 나온 여준이가 중얼거리듯 내게 말했다. "응..소금대신 설탕을 넣었나봐. 그러게 왜먹었어." "니가 해준거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는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메는 놈 "여준아 벌써 가게?? 우리 같이 비디오라두 빌려볼래??" "아니. 피곤해." "응. 그래 집에서 푹 쉬고. 오늘은 술 마시지 말구..알았지??" 여준이는 나에게 오케이 싸인을 해주고는 가버렸다. 나는.. 설거지를 마저 끝내고. 텅 비어버린 마루에 앉아서 티비를 보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문자 0통.] 생각 날때마다 핸드폰 플립을 열어보지만 형광이에게서 답문자가 오지 않아있었다. 정말 많이 화가난걸까?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긴 한숨과 함께 플립을 막 닫으려고 할때. 김형광 이라는 발신자가 떳다. 나는 반가운마음에 허겁지겁 전화를 받아들었다. "김형광!!!!!!!너 어떻게된거야. 왜 문자 씹어!!!" 하지만 전화기에선 녀석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대신 시끄러운소리들이 엉켜 들려오다가 ...이내 조용해졌고...... 형광이 목소리가 아닌 도원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온새미로 핸드폰 맞죠. "아..네 맞는데요." -나 도원석이거든요. 알죠 어제 찜질방에서 봤던. "네. 알아요." 알다마다요. 제가 감히 모를리가 있겠나요 내 대답에 또또가 말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쿨나인이요 지금 당장요 "네.? 왜요...??" -형광이놈이..계속 온새미로만 찾아요.1시간째 계속요." 전화를 끈고는. 가디간 하나만 걸친채 쿨나인으로 향했다. 불안함에 발걸음은 자꾸만 빨라졌고 조금뒤 나는 쿨나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형광아. 무슨일있는거야?? 응?? 쿨나인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그곳에 성큼성큼 들어간 온새미로. 들어가자마자 보인건 테이블에 엎어져있는 형광이였다. 그런 형광이옆엔 걱정스러운듯 놈을 계속 쳐다보고있는 도원석이 있었다. 도원석은 나를 보자마자 그자리에서 일어서서 내게 다가왔다. "둘이 얘기해요. 앞에서 담배한대 피우고 있을테니까. 다 얘기하면 말하구요" "아..네." 내 대답에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내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도원석. 나는 테이블에 누워서 술에 쩔어있는 형광이 옆에 엉덩이를 붙였다. "형광아. 나야." 꿈쩍도 안하던 형광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조금 들어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푸우우... 하고 한숨을 쉬며 다시 테이블로 고개를 묻는 그아이. "무슨일 있는거야???? 김형광. 그때 내가 먼저 가서 그런거야..?응..?" "온새미로." 무겁게 입을 뗀 녀석의 말은 아주 많이 꼬여있고 잠겨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수많은 술병으로 보아. 엄청 먹은듯 싶다. 어제 내가 그렇게 잘못했던거야?? "응응. 왜 김형광" "일곱번째난장이 이야기 알지." 여전히 테이블에 누운채 놈이 말했다. 일곱번째 난장이 이야기..? 모..모르는데.;; "백설공주알지?? 백설공주한테는 왕자님이 있었잖아. 그런 백설공주를 좋아해버린 병신같은 난장이가 있었는데. 그게 일곱번째 난장이야." 말을 마치고는 푸우우 하고 또다시 한숨을 쉬는 형광이. 나는 잠자코 앞에 놓인 오징어를 주워먹으며 녀석의 말에 귀기울였다. "응응" "일곱번째 난장이는 조금씩 백설공주를 좋아하게 됐어. 공주님한테는 왕자님이 있는걸 알면서도. 자기 마음을 어떻게 할수 없었던거야." ".........." "그래서 공주님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혼자 사랑을 시작한거지." "부..불쌍하네." "응 불쌍하지." "응.." 그때 천천히 형광이가 고개를 들었고 나를 자신의 갈색눈동자에 담아냈다. "야.." "어??" ..... "이제부터 김형광이 온새미로한테 일곱번째 난쟁이야." ....?..... 알수없는 놈에 말에 나는 두 눈을 꿈뻑여 댔다. ".....무슨..말이야???" "니가..." "....." .. . "좋아졌다는 말." ......니가 좋아졌다는 말... 두근두근. 심장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 녀석에게 그말을 들었을때부터. 내 심장은 계속해서 부지런하게 뛰기 시작했다. 아주 빠른속도로. "뭐.뭐야. 김형광.."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놈에게 소리쳐보면. 형광이는 씩 하고 웃더니만.. 웃더니만.. 털푸덕. 하고 테이블에 쓰러져 누워버린다. "야!!김형광 일어나!!!!후으.완전히 꼴았네." 꿈쩍도 안하는 형광이. 술때문에 깊은 잠에 든 모양이다. 아니. 근데 하필이면 왜 그런말을 하고 꼴아버리냐구요. 사람 돌아버리게. 나는 가만히 놈을 쳐다봤다. 나랑 똑같은 목걸이를 오늘도 여전히 하고있는 그 아이. 날..좋아한다구? 근데 어쩌냐 형광아. 난 널 좋아할수 없어. "왜냐면. 좋아해선 안되니깐." 작게 중얼거리듯 내뱉고는 스르륵 일어섰다. 쿨나인을 나오자 쪼구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고있는 도원석이 보였다. 나는 쭈삣쭈삣 또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형광이요 술에 완전히 꼴아서 잠들었어요." 뭐니 또또야. 왜 아무반응하지 않는거니. "저기요. 도원석씨.." "이봐요." 오오 이제 반응이 오는구나.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퉁겨버리고는 일어서서 나를 쳐다보는 도원석. "네..?" "도대체 누구에요?" "...예?" "누구길래.. 정하울이 그렇게 싫어하는거에요." ... 후우.... "저기요. 전 정하울이란 사람 처음봐요. 그사람이 저한테 그러는 이유는 저야 모르죠. 이야기 끝나셨으면 이만 가볼께요." 정말로 싫은 정하울이야기가 달갑지 않은 나는 도원석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기분나빠. 정하울이란 사람 이야기.. 씨. 저 또또자식. 라경이한테 그냥 확 나뭇잎사건을 말해버릴까보다. 다음날. 주5일제이기 때문에 오늘은 학교를 가지 않는다. 아침부터 데이트가 있다며 부산을 떨어대며 집을 나간 라경이와는 달리 나는 친구들과 서울을 간 여준이때문에 데이트가 없어 해가 중천에 뜰때가지 잠을 잤다. 그리하여 내가 일어난 시각은 오후 2시경이였다. "으아아아악!!" 잠기운이 아직 달아나지 않은 얼굴로 거울을 본 나는 경악을 할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정말!!! 얼굴이. 퉁퉁 불어 터졌잖아!!!! 내 얼굴은 정말 상상할수 없을정도로 부어있었다. 오늘은 밖에 나가기 다 글러먹었구나. 어차피 특별한 약속도 없던 나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너가 좋아졌다는말..' 어젯밤 내 머리속을 한시라도 떠나지 않았던 말. 어제도 이말때문에 잠을 잘 못잤는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또 생각나 버렸다..... 제기랄. 그녀석.. ..진심이였을까..? 분명한건 그 고백을 듣고 난 온새미로의 심장은 미치도록 빠르게 뛰었다는것. 그녀석의 고백이 싫진 않았다는것. 드르르륵.드르르륵 그때 내 핸드폰 진동이 책상에서 느껴져왔다. 문자 1통. 우스운건 핸드폰을 펴보기전까지 혹시 형광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쉽게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던 나였다. 하지만 다행히 문자의 주인공은 민경이였다. [헤이 걸. 지금 퐁퐁(아스크림전문점)앞으루 와. 언니랑 오늘 데이트하자 -민경]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채로 민경이에게 답문자를 보냈다. [오늘? 나 지금일어났어] 그러자 1분도 채 안되서 온 무서운 민경이의 답문자. [이 언니 오늘 남친한테 차였다. 좋은말할때 스피드하게 컴온 -민경] ... 에구.. 민경이의 문자에 나는 알았다고 답문자를 보낸후 엉금엉금 기어서 화장실로 몸뚱이를 옮겼다. 이 얼굴로 시내에 나가긴 정말 싫지만. 친구가 남친한테 차였다는데 가만히 있을순 없지 않는가. 결국 20분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퉁퉁 불어터진 얼굴로 시내로 향하는 온새미로였다. 그렇게 캡모자를 푸욱 눌러쓰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은채 총총 재빨리 걸으며 퐁퐁으로 가던중이였다. "안녕하세요~~~~mbs 깜짝 이벤트. '신데렐라가 되어야..'에 정현경입니다!!" 뭐.뭐야..?? 당황한 날 비추는 카메라. 정현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내게 마이크를 불쑥 내밀었다. 정현경??? 정현경??!! 연예인을 눈앞에서 본 나는 믿을수 없다는듯 눈을 꿈벅였다. 왠일이야..진짜 예쁘다. "예..예...?" "'신데렐라가 되어야..'에 주인공으로 뽑히신 소감이 어떠세요??" "예..??" "'신데렐라가 되어야'에 주인공으로 뽑히셨다구요!!!" 씽긋웃는 정현경의 말에 이제서야 조금씩 감을 잡은 나. 이 프로 라경이가 즐겨보는 프로중 하나다. 그래 확실해. 시내에서 후질근해보이는 여자 한명 뽑아서 예쁘게 꾸며주는 프로그램. 잠깐. 그럼 내가..후질근해보이다는거야?? 기가막힌듯 나는 입을 쩌억벌린채 카메라를 노려봤고 티비에서 본것 보다 훨씬!!정말 훨씬 예쁜 정현경은 히죽히죽 웃으며 내게 하나하나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많이 당황하셨나본데요 저희 프로 안보셨어요? 그냥 예쁘게 변신시켜 주시는거니깐. 부담갖지 마세요.!!" 이건 부담이 아니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구요!!!!!!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서 아우성침을 느꼇다. "이름이 뭐에요???" "오..온새미로요." "아 온새미로. 이름 정말 예쁘다나이는요?" "고2요.." 정현경에 말에 나는 정중히 대답해주었다. 그때 카메라가 정현경쪽에서 내 퉁퉁부어버린 얼굴쪽으로 돌아갔고. "자!!!이름이 참 예쁜 온새미로씨. 신데렐라로 변신하시겠습니까!!!" 티비속에서 매번 했던 똑같은 레파토리로 정현경이 크게 말했다. "저기.." 거절해야해. 온새미로 이건 미친짓이라구 어서 딱잘라서 거절하란말야!!!!! "네..??" "저..그게.." "...?....." "하..할께요!!!!" ....미쳤어... 내가 뱉은말에 내가 놀라며 입을 허겁지겁 막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정확히 30분후.. 퉁퉁부어버린 얼굴의 후질근한여자 온새미로는 수원 시내 한가운데에 마련된 세트 무대위에 서있는중이다. "어? 야 이거 신데렐라가 되어야. 방송하나보다!!!우리 구경하자" "와~~정현경 저거 진짜 예쁘네." 그런 세트무대앞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는 사람들.. 나는 그 끔찍한 모습에 눈을 질끔 감았다. "야!!온새미로!!너 거기서 뭐해 이년아!!!" 퐁퐁앞에서 앉아서 날 기다리던 민경이가 낯선 무대위에 서있는 내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하며 달려오기 전까진. 감았던 눈을 뜨지 않았다. 꿈이라고..믿고싶었기 때문이다. 무대앞에는 인기있는 프로답게. 눈 깜짝할사이에 발디딜 틈도없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은 시작됬다. "자~~~안녕하세요!! '신데렐라가 되어야..'에 정현경입니다!!! 여러분 반가워요!!" 빠바밤. 하는 효과 음악과 함께 정현경이 본격적으로 무대로 등장하자 사람들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수원사람들 목소리 하난 정말 크다. 엄청난 함성에 이쁜 정현경도 당황한듯 콜록 하고 헛기침을 하다가 "다들 아시겠지만. 저희 프로 방식을 알려드릴께요. 일단은 저희가 뽑은 예비 신데렐라가 여기 있습니다. 이분은 이제 정말 예쁜 신데렐라로 변신하실건데요. 그전에. 시민분들중 딱 한분이 신데렐라에게 도전하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신데렐라팀vs시민 으로 변신대결을 펼치는거에요." 정현경에 말에 또다시 환호성을 지르는 수원 시민들. 정현경도 이번엔 적응이 된듯 빙긋 웃으며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신데렐라팀은 여러분도 아실듯이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김현서님을 비롯해서 김지선님등으로 이루어진 막강팀이죠?? 그분들이 여기 계신 온새미로씨를 꾸며주실거구요. 시민대표로 나오신 분은 말그대로 혼자 변신을해서 신데렐라에게 도전하시면 됩니다." "아.......그렇구나..." (괜히 옆에서 고개를 끄떡이는 온새미로) "시민분이 이기셨을경우. 저희 신데렐라팀에서 최신형 컴퓨터를 선물로 드린다죠!!!! 또한 변신에 사용했던 모든 옷을 드려요. 물론 신데렐라두요. 저번주는 신데렐라가 이겼지요? 이번엔 승패가 어떻게 날지 저도 참 궁금하네요!!!" 날 보며 웃는 정현경언니(언제부터. 언니?) 아 정말 너무 예쁘다!!!!. 톱스타가 나를 향해 웃어줬다는 사실 하나에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입을 가리고 웃어댔는데. 그때. 아주 낯익은 무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서..설마.. "와!!야 우리 이거 보고가자. 정현경 조따 이뻐." "정하울 존나 까불어대!하하하 어..? 야 형광아 저기 서있는애 그때..개 아냐??' "아...씨발. 야 우리 딴데가자." "정하울 왜그러냐.너정말. 야 김형광 그때 개 맞지???" 웃고 떠들며 무대앞쪽에 자리를 잡은 새끈한 남자들.. 제길스럽게도 김형광무리였다. 그 무리속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정하울도 있었다. 이런.. 이건 정말 최악이라구!!!!!!! 무대에 서있는 나를 개구진얼굴로 가만히 쳐다보는 형광이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허겁지겁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이게뭐냐구. 어제 고백사건으로도 충분히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왜 하필이면 이런곳에서 마주치는거야 그것도 이런꼴로... 김형광은. 사복을 입으니까 정말 끝났다. 새끈한 정도가 아니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놈은 얼굴도 잘생긴게 옷도 정말 죽여주게 잘 입었다. 그에 비해 퉁퉁 부어버린 얼굴로 후질근한 여자가 되버린 내가 정말 암담하게 싫어지는 순간이였다. "자!!!그럼 신데렐라에 도전할 시민분 주저없이 딱 한분만 나와주세요!!!!!!" 이어 소리치는 정현경에 멘트에 처음엔 아무도 나오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히 13초후. 망살임없이 누군가가 무대로 올라왔다. "야 김형광 너 돌았어???!!!!!!!클럽 안가? 늦었다고 세끼야!!!!!" 나는 정하울이 무대를 향해 갈갈히 날뛰는걸 보고서야 그 누군가가 형광이란 사실을 알수 있었다. 형광이의 모습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간간히. "공고 김형광아냐?? 야 형광아!!!!나야!!!수원고 진성이!!!!" "저자식 존내 멋져졌내. 김형광!!!!!니 거서 뭐하냐!!!" 김형광의 다른학교 친구들의 소리도 들려왔고. "맞지? 형광오빠 맞지??!!! 나 어떻게!!!너무 멋있어서 미칠꺼같아!!" "꺄아아악!!!!꺄아아아악!!!오빠 멋있어요!!!" "야 얼른 진숙이한테 전화해!!!다미한테두우!!ㅜ0ㅜ" 놈의..열성팬들의 목소리도 들려왔고.. "김형광..? 야 이미진 내가 잘못본거 아니지..? 우리 형광이가 저기 왜올라갔어!!! 저 죽일년은 또 왜 저기있는거야!!!" "몰라..야 근데 쟤 진짜 거지꼴이다 푸하하하." ..끔찍한 서은향과 서은향친구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김형광의 등장으로 시내는 발칵 뒤집어질껏만 같았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 혼자만의 오바적인 생각.) 무대에 올라서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브이를 보내주고 있는 형광이를 보며 천하의 정현경 또한 할말을 잃은듯 멍하니 서있었다. 그래요. 정현경언니. 그놈이...대단하게 잘생기긴 했죠..... 그런 놈이 말이죠... 후질근한 여자로 뽑힌 온새미로를 좋아한다는게 믿겨지시나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놈이.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는 온새미로가 좋아졌다고 말하는게. 믿어지시냐구요. "아.안녕하세요. 우와 대단히 잘생기셨는데요. 간단히 자기 소개좀요" "18살. 김형광이요" 뭐.뭐야 김형광 미친거아냐? 왜 계속 나를 쳐다보며 말하냐구!!!! 옆에있는 정현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듯. 놈은 연신 나를 보며 말했다. "아.네 신데렐라에게 도전한 특별한 이유는요??!" "온새미로 때문에요." 놈에 말에 우우우~~~라고 소리쳐주는... 녀석의 친구들(물론 정하울은 제외) "어머 둘이 아는 사이신가봐요. 무슨사이세요?? " 정현경에 말에 곳곳에서 애인사이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분명 촐싹대는 김형광의 친구들일것이다. 하지만.... 김형광은 김형광답게 대답했다. "제 꼬붕이에요." .. 그래. 누가 널 당해내겠니. 정현경은 형광이말에 하하하 하고 크게 웃다가. "참 재밌는 학생이에요!!자 그럼 이제 20분을 드리겠습니다. 20분동안 누가 더 멋지게 변신하는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자 그럼 변신. 시작하겠습니다!!!" 함성과 함께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옷을 사러 가는 형광이 (변신에 필요한 모든비용은 프로그램에서 준다고 한다) 그런 형광이를 카메라아저씨가 카메라를 들고 허겁지겁 따라가며 촬영을 하기 시작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색한 카메라가 줄곧 나와 디자이너 언니들을 비췄고 우리또한 옷을 사러 반대편 옷가게로 들어갔다. 무대에선 20분동안 계속 될 가수들의 공연이 시작된건지 노래소리와 함께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렸다. 으 아 악 나도 보고싶다구!!! "아까 그 남자애봤어? 정피디님이 아주 눈여겨보시더라구. 진짜 잘생겼더라." "응 봤어. 끝내주더라.하하하" 뭐.뭐야 이여자들. 카메라가 잠시 꺼진사이. 지들끼리 하하호호 웃어댄다. "자. 시작합니다. 큐." 잠시후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언제그랬냐는듯 가식적인 웃음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그 여자들. 방송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수 있는 계기였다. "지선씨. 온새미로씨한테는 어떤 컨셉이 좋을까요??" "음..온새미로씨가 참 다리가 예뻐요. 볼륨도 있구요. 제 생각엔 섹시가 어울릴거 같은데.. 현서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구요. 호호호 어때요 온새미로씨?!!" 카메라를 의식하며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떡였다. 섹시같은것은 정말 싫었지만. 고개를 끄떡거린 이유는 다리가 예쁘고 볼륨이 있다는말에 혹했던것같다. 으윽. 온새미로 윱?정말 일한번 크게 친다. 어쨋든 그리하여 시작된 변신. 이것저것 입어보라고 시키는데 정말 죽는줄 알았다. 지들끼리 이옷은 뭐 옆라인이 잘들어갔다니 볼륨감이 심플하게 돗보인다니 뭐래니..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결국 골라준 옷은. 카키색에 약간은 섹시한 느낌이 있는 원피스였다. 그들은 5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빠른속도로 내 모자를 벗기더니 하얀색 밴드를 하게 씌어주었다. 또 하이힐을 무자비로 신겨놓았다. 그리고 허리춤에 심플한 하얀색 허리띠를 둘러주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내게 옅은 화장까지 해주었다. "1부운!!1분남았어요!!!" 한 스텝의 외침에 현서?? 아무튼 그 여자가 들고있던 구찌가방을 내 손에 쥐어줌으로써 끝이 난 변신. "우와..진짜 예쁘다." 지선이라는 여자가 입을 쩌억 벌린채 중얼거리듯 내게 말했다. 거울 앞에 서있는 어색한 내모습에 나는 쑥스러워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웃어주었다. 와우 정말 공주가 된 기분이야. "다리선이 진짜 예뻐요. 미로씨. 자자 그럼 우리 이제 나갈까요??!!" 쭈삣쭈삣 적응되지 않은 하이힐로 또각또각 걸으며 가게를 나왔다. 마침 가수들의 공연이 다 끝났는지 정현경 혼자서만 무대를 지키고있었다. 내 모습이 무대 옆에 놓여진 큰 스크린에 비춰지자 정현경은 흥분한 목소리로 "저기 완벽히 변신한 온새미로씨가 드디어 와요!!. 정말 섹시하고 예뻐요!!왠지 오늘 신데렐라팀이 이길것같은 확신이 드는데요?!!" 라고 소란을 떨어댔다. 그 바람에 나는 엄청난 시선과 박수를 들을수 있었다. 하이힐이 익숙하지 않은탓에 조심스럽게 무대로 올라갔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대며 환호해주었다. ...와... 진짜 장담하건데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시선을 받아본적 맹세코 처음이다. 내가 정말 스타가 된것같은 기분에 절로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마구 터져나왔다. "온새미로씨!!이게 왠일이에요. 정말 너무 예뻐요. 현서씨!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이쁘죠?? 카키색은 원래 캐주얼한 옷에 강하게 쓰이는데. 이렇게 섹시한 원피스에도 참 잘어울리죠 이 하얀색 밸트와 머리의 하얀밴드에 포인트를 주어서. 섹시하면서 깜찍함과 청순함이 돗보이도록 했어요. 여기 예쁜 가방은 당연히 센스죠!!!" "너무너무 예뻐요. 지선씨 오늘 자신있나요??" "그럼요. 오늘은 더욱 그런걸요!!! 이 하이힐 너무 이쁘죠?? 섹시함을 강조하는 아이템이에요. 이렇게 원피스와 맞춰서 함께 신으니까 정말 너무 섹시해요. 특히 온새미로씨가 다리선이 예뻐서 더욱 잘어울려서 정말 보고 만족했답니다" 내 패션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디자이너들이였다. 설명을 듣고나니 왠지 더욱 맘에 드는거 같아서 무대 옆에 서있는 민경이에게 브이를 해주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때. 또 다시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와 함께 무대로 올라오는 형광이. 이번엔 나 때보다 더 심하다. 엄청난 환호와 박수. 그리고 사진찍는소리가 마구 뒤엉켜 들려왔다. 무대 앞에 달라붙어서 환호를 지르는 형광이 친구들이 보인다. 정하울은 열받아서 먼저 가버린걸까? 다행히도 정하울은 보이지 않았다. "야!!!우리 컴퓨터 받으면 뭐할까??" "니가 받는거냐??이 미친세끼. 야 근데 저여자애 존나 예뻐졌다.진짜 방송의 힘이야" "그러게. 야!!!!박종현 이 또라이세끼야 근데 너 저 여자애 치마 밑은 왜 보는건데!!" "그러는 지는 아까부터 다리만 봤으면서." "아니거든!!!!!!!!!!!!내가 넌줄아냐?!!!" 으..시끄러워. 결국엔 지들끼리 헤드락을 하며 싸워대는 형광이 친구들이였다. 그런 놈의 친구들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무렵. 정현경은 믿을수 없다는듯한 얼굴로 방송을 다시 진행해 갔다. "여러분 믿겨지세요?? 정말 너무 멋있어요. 김형광군 정말 옷 잘입으시네요!!" 아까도 멋있었지만 더 멋있었져진 형광이를 보며 디자이너들 까지도 탄성을 내질렀다. 거기서 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대단한시선을 받고있는데도. 형광이는 친구들을 향해 브이를 하며 웃고만 있을뿐이였다. 놈의 당당한 모습에 내가 웃어버린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 여러분 준비 되셨나요?? 섹시하게 변신한 신데렐라 온새미로양 멋있고 귀엽게 변신한 김형광군. 당신은 누굴 선택하시겠습니까!!!!!" 잠시후 무대 아래를 향해 소리치는 정현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대 아래는 하얀색 끈으로 두 곳으로 나뉘어졌고. "선택 해주세요!!!" 흥겨운 노래소리와 함께 선택이 시작됬다. 사람들이 움직이며 한창 시끄러워졌을때. 내 옆에 조용히 다가온 형광이. 놈 특유의 기분좋은 향기가 코끝에 내려 앉았다. 하지만 놈은 내게 아무말도 건내지 않았다. 잠시후 나온 결과는 당연히 김형광쪽의 승리였다. 놈의 친구들은 컴퓨터를 받는다며 노래를 불러댔다. 쳇. 그래도 40%는 내 쪽에 서줬기에 만족한다구!!! "와 김형광군이 이기셨어요.축하드립니다!! 김형광군 소감좀 말씀해주세요!!" 사회자 정현경의 말에...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형광이 "소감같은건 없구요." "......" "온새미로!!!!!!!! 오늘 너 진짜 예쁘다!!!!!!!" 당당한 놈의 외침에 조용해진 이곳. 당황한 나에게 카메라가 비추어졌고. 난 그대로 무대를 뛰쳐나올수밖에 없었다. 왜냐구? 그순간 정말이지.... ...심장이..터져버리는줄 알았으니까. "저기!!!온새미로씨!!!!!!" 당황한 정현경이 소리쳤지만 난 달리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온새미로!!!!!!야!!!!" 그런 날 뒤따라 오는 형광이. 김형광. 우리때문에 방송 다 망쳤다. 니가 뭐 그렇지. "김형광!!따라오지마 왜 따라오고 그러.....악!!!!!!" 이럴줄 알았다.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을 신고 달려서 발을 삐끗하며 바닥에 넘어지고야 만 바보같은 온새미로. 형광이는 하하하 하고 웃어대며 넘어져있는 내게 달려왔다. 나는 그런 김형광을 말없이 노려봤다가 일어서려는데. 젠장..굽이 나가버렸다. "야 너 괜찮어?" 그런 내게 걱정스럽다는듯 놈이 말했다. 도대체 정신이 어떻게 된게 아닐까.. 어제 내게 그런말을 해놓고도 어찌 이렇게 아무렇지도않게 대할수 있는거지? 이해가 가질 않아. 난 놈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며 하이힐을 벗고는 일어서서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내앞에 타악 하고 서버리는 형광이. "뭐야 김형광. 비켜." 내 차가운 목소리에 아무말없이 자신이 신발을 벗은채 그대로 한쪽무릎을 굽혀 땅바닥에 앉는다. "기..김형광 너 뭐하는거야." 당황한 내 말에도 꿈쩍하지 않은채 자신의 큰 신발을 내 발에 신겨주는 형광이. 순간.. ..발이 따듯해져왔다.. 놈은 신발을 내게 다 신기고는 일어서서 웃더니 "가자!!" 라며 내 손을 이끌었다. "...." 날 위해서.... 신발을 벗어준 형광이. 날 위해서.. 맨발로 시내를 걷고 있는 형광이. 그런 놈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만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 어느새 어둑해진 거리. 네온싸인만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어둠을 밝히고 있는 거리. 그 거리 한가운데에서서 조금의 거리를 두고 걷고있는 두사람. 한명은 어울리지도 않는 맨발차림. 또 한명은 자신의 발 크기보다 훨씬 큰 운동화를 신고있는 우스꽝스러운 차림. 그래. 이건. 틀림없이... "미친짓이야.!!!!!" "뭐가??" 별안간 소리를 꽥 지르는 나를 이해할수 없다는듯 내려다보는 형광이. 나는 그런 놈의 옆으로 우적우적 걸어가서 "우리 정말 우스꽝스러운거 같아. 쪽팔리잖아" "누가 너 갈궈?? 어떤 세끼야!!!!!" 가끔보면 이놈도 참 다혈질인거 같다. 쪽팔린걸 도대체 모르는건지 시내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아이들을 노려보는 녀석. 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나는 놈을 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또 뭐!!뭐!!!" "손잡았다." "뭐..?" "온새미로가 김형광 손 잡았다." 놈의 시선을 ....쭈욱.... 따라가 보니 무의식적으로 끌고올때 잡아버린모양인지 형광이 손을 꽉 잡고있는 나를 볼수 있었다.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놈의 손을 놓으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형광이는 내 손을 더욱 꽈악 하고 잡았다. "김형광. 아퍼 손 놔" "왕년에 내 별명 똥깨야" "똥깨..?" "한번 물면 안놓는다!!!!" "..그거 칭찬아냐 바보야." "우리 공원가자" 놈 특유의 해맑은웃음을 짓고는 나를 공원쪽으로 이끄는 형광이였다. 대책없는놈. 하여간 정말 못말린다니깐. \공원 저번에도 한번 와본적 있는 중앙공원 호수. 벤츠에 형광이와 나란히 앉아서 불빛과 함께 왈칵 쏟아지는 분수를 보고있는 중이다. "형광아. 분수말야. 밤에 보니까 더 멋있다 그치?" "야 여기 동네에는 꼬마들 없냐?" 뭐야. 뜬금없이. "없긴 왜 없어. 우리앞에도 지나가잖니." 내말에 별안간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우리앞에서 소꿉장난을 놀고있는 어린아이 2명에게로 다가가는 형광이. 그때 무언가를 서로 이야기 하다가 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김형광!!너 왜 애를 울리고 그래??!!" 화들짝 놀란 나는 허겁지겁 울고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서럽게 우는 여자아이. "꼬마야 울지마. 왜 우는거야??" "이 오빠가 자꾸 언니 콧구멍이랑 나랑 닮았다구 하잖아요. 흐엉엉." ..뭐.. 뭐? "애기야 울지말구. 이거 먹어" 경악을 하며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내가 보이지 않는건지 형광이는 어린아이에게 주머니에 있던 막대사탕 하나씩을 나란히 준다. 울고있던 여자아이는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고는 방긋방긋 웃어대며 사탕을 빨아 먹었다. 후우 열받아. 다시 벤츠에 엉덩이를 붙인 나는 괜히 열을 받아 손부채질을 해댔다. "더워?" 그런 나에게 다소 걱정스럽다는듯 놈이 말했다. 병주고 약주는거냐.. 이 죽일놈아. "신경끄셔." "음료수 사온다." 붙잡을 틈도없이 슈퍼로 향하는 그 아이. 그때 형광이의 주머니에서 둘둘 접힌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재빨리 쪽지를 주워들고는 놈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지만. "야!!!김형광 너이거 떨어트리고갔..!!" 벌써 슈퍼로 쏙 들어가버린 형광이였다. 나는 할수없이 녀석이 오면 전해주기로 마음먹고는 다시 벤츠에 앉았다. 그나저나 이거 뭘까? 사람의 본능이 원래 그렇지 않는가. 접어져있으면 피고 싶고 글이 있으면 몰래 읽고싶고.. 난 괜한 호기심으로 인해 주위 눈치를 보다가 접어져있는 그 쪽지를 조심스레 폈다. "음...여자를 감동시키는법..?" 이..이게 뭐야?? 삐뚤삐뚤한 검정 글씨로 쪽지에 써져있는말은 과히 기가막혔다. 여자를 감동시키는법. 1.울고있는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주어라. 당신의 세심한모습에 여자는 작은 감동을 한다. 2.여자는 작은 배려에도 감동한다. 일단 음료수를 사라. 단 돈이 아깝더라도 10개 이상의 종류를 산다. 여자는 분명 '왜 이렇게 많이 사왔어?'라고 할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쑥스럽다는듯 이말만 하면 된다.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 쪽지에는 대충 이런식으로 쭈욱 5번까지 써져있었다. 나는 쪽지를 다 읽자마자 조용히 찢어 버렸다. 도대체 이런건 어디서 난걸까. 현재 1번은 김형광이 써먹었고. (아까 그래서 꼬마아이를 찾고. 멀쩡한 아이를 울린거 같음.) 이제 2번을 수행하러 슈퍼로 간듯싶다. 아까부터 무언가를 계속 훔쳐본다 하더니.. 하하..정말.. "너무 귀엽잖아 김형광.." 예상대로 슈퍼에서 나온 놈의 손에 들린 봉지는 두둑했다. 모든걸 알아버린 나로서는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놈이 올때까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이내 형광이가 내 앞까지 걸어왔고 나를 보며 웃더니 털썩. 하고 내 옆에 앉아버린 형광이. 역시 비닐봉지 안에는 탄산음료. 이온음료 등 여러가지 음료수가 담겨져있었다.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놈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많이 사왔어?" 그러자 형광이는 역시 쑥스럽다는듯 대답했다. "니가 좋아하잖아" "뭐.....?" 기가막혀. 야 이 미친놈아 분명 쪽지에는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였잖어!!!! 설마... 그걸 벌써 까먹은거냐??!! 자기 자신도 뭔가 이상한걸 느꼈는지 주머니를 뒤적뒤적거리며 쪽지를 찾는 형광이였다. 하지만 어째. 그 쪽지는 아까 내 손에서 갈기갈기 찢겨졌는걸. "야 내가 뭘 좋아하냐고!!!" 나는 틀림없이 놈을 도와줄 의도로 소리를 지르며 정중히 힌트를 준것이였다. "아 그러니까.." 하지만 바보같은 김형광군은 잔뜩 당황하며 "그러니까 뭐" "아 몰라!!!!!그냥 먹으면 되지. 되게 지랄한다!!!!!!!" 도리어 나에게 화를 냈다. 어처구니가 없는 나는 결국 푸하하 하고 웃음보를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런 나를 기분나쁜듯 한쪽 눈썹을 찡그린채 노려보는 녀석. "왜 웃어" "웃기니깐." "니 얼굴?" 이게 진짜 죽을라구.. 난 눈이 찢어져 없어지도록..(80년대 개그) 형광이 놈을 노려보다가 벤츠에서 일어섰다. "암튼 난 간다 너무 늦었어." 그러자 따라 일어나는 형광이.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까딱 거린다. "뭐야 김형광. 니앞으로 오라고??" 내말에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떡이는 형광이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걸음 두걸음 놈에게 다가갔고 그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느껴 다시 물러설려 할때였다 별안간 심각한 목소리로 놈이 말했다. "아까부터 말해주고 싶었는데. 너 등뒤에 껌 묻었어." "아 진짜??? 어디??" 형광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피함에 등으로 손을 이리저리 대보지만 껌은 찾을수 없었다. "내가 떼줄께" 그랬기에 형광이의 제안에 망설임없이 승락한거다. 내가 고개를 끄떡이자 조심스럽게 날 품안에 안는 녀석. 순간 온몸에 힘이 풀려버릴것 같았다. "뭐.뭐야!!!!!껌이나 떼랬지 누가 안기래?!!" 아무말없이 날 꽉 안고는 놓아주지 않는 형광이. 이제서야 껌따윈 놈의 계략의 일종이였다는걸 알아차린 온새미로는 있는 힘을 다해 놈을 밀었다. "변태!!!" 형광이가 떨어지자 마자 갈갈히 날뛰며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런 내가 우스워 죽겠다는듯 크게 웃어버리는 그 아이 "너 콧구멍 진짜 졸라 크다" 그래. 그게 그렇게 신나 죽겠니??! .. "콧구멍 큰 애를 왜 좋아하냐??!" 헉. 미쳤어. 돌았어 나도 모르게 나온말에 당황해서 내 몸이 바짝바짝 굳어졌다. 어쩌자고. 갑자기 그런말이 툭 튀어나온걸까 "콧구멍만 빼고 다 예뻐서." 그때 히죽히죽 웃으며 놈이 대답했다. 그런 놈을 당해낼 제간이 없어서 나는 또한번 소리없이 웃음지었다. 드르르륵.드르르륵. 일순간 흐르던 작은 침묵을 깨는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나였고 내게 전화를 건 주인공은 다름아닌 여준이였다. "여보세요." -온새미로. 낮고 시린 여준이의 목소리. "응..?" -돌아. "어..??무슨말이야 여준아." -뒤..돌으라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그대로 뒤돌아 섰고. 핸드폰을 한손에 들고 픽 하고 웃으며 나를 응시하고있는... 여준이와 마주쳤다. "....." 아니다. 정정하겠다. 내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왜그러냐며 웃고있는 형광이를 노려보고있는.. 여준이와 마주쳤다. 뚜욱. 하고 핸드폰이 이내 끈겼고. 여준이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걸음. 한걸음 뒷걸음질 쳐댔고 그런 나를 붙잡은건 다름아닌 형광이였다. "야 너 왜그래?" "형광아 미안해." "뭐?" "이제 넌 죽을지도 몰라. 아니. 그전에 내가 먼저 맞을꺼야." "..뭐야.." 기분나쁘다는듯 잔뜩 낮아진 형광이의 말은 횡설수설하는 나에게 하는것이 아니였다. 어느새 우리앞에 서버린 여준이에게 하는것이였다. 단순하고 무식한 형광이도 여준이가 내 애인이라는건 기억했는지 내게 눈치를 주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 여준아..근데 정말 니가 생각하는거 아니..." 순간 눈을 질끔감았다. 공중으로 올라간 여준이의 손. 하지만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은채 3초가 지났고. 의외로 여준이의 손은 따듯하게 내 머리를 감싸 자신의 품으로 넣어버렸다. 그건 정말 의외였다. 나는 여준이에게 어정쩡하게 안긴채로 맞은편에 서있는 형광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말없이 나를 응시하다가 피식하고 허탈하게 웃어버리는 형광이. 미안. 형광아. 정말 미안 하지만 지금 이게 현실이야. 난 이렇게 여준이 옆에 있어야해 니 옆은 죽어도 있지못하니까 지금같은 작은 호감일때 접는게 좋을꺼야. 나... ...좋아하지마 형광아. 형광이는 경계어린 눈으로 여준이를 훌터보다가 뒤돌아 서서 맞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형광이의 걸음을 여준이가 멈추게 했다. "원수는......" "......." ... ......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는말이 ......이럴때를 말하는거지.? 김.형.광." .....?....... 무슨말이야. 원수라니. 여준이는 형광이를 알고있었던거야? 여준이와 형광이는 서로 아는사이였던거야? 내 머리는 여준이의 말로 인해 이것저것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형광이가 뒤 돌아 서기 전까진 . 여러가지의 추측들의 혼란속에서 나는 괴로워 해야만 했다. "뭐. 너 나 알아?" 뒤돌아서서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내뱉은 형광이의 말은 의외였다. 형광이의 말에 픽하고 웃더니 더욱더 낮아진 목소리로 여준이가 말했다. "어. 알지. 존나 잘알지. 이번엔 내가 너 죽일거거든." 어...? ...이 말.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다. 여준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상당이 낯이 익었다. '..이번엔.윤여준이 너 죽여.' 문득 스치듯 떠올른 말. 장롱에 형광이가 숨어있을때 전화를 받고 나가던 여준이가 작게 내뱉었던 그말. 지금 분명히 알수 있는건. 그때 그말과 지금 이말이 연관이 있다는것. "뭔 개소리야. 너 뒤지고싶어? 아 씨발...이분이 또.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네." 허...억. 경악. 그래 지금 난 경악 그 자체였다. 믿을수 없다는듯 입을 쩌억 벌리고는 멍하니 형광이를 바라보았다. 굉장이 열받은듯 처음 듣는 목소리로 욕짓꺼리를 내뱉으며 터벅터벅 무서운걸음으로 여준이에게 다가오는 형광이. 믿을수없어!!!!!!!!!!!!김형광. 너한테 이런면이 있었단말야??!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소름까지 끼쳤다. 매번 해맑게 웃던 그 아이가.... "어. 뒤지고싶어 환장했다." 이번엔 여준이다. 나를 자신 뒤에다가 세우고는 형광이에게 무섭게 소리치는 녀석. 바보천치가 아닌 이상 1분뒤에는 형광이와 여준이가 싸우리라는것을 예상할수 있을것이다. 나는 끔찍한 불안감에 여준이 앞을 처억 막아섰다. 그런 나를 기분나쁘게 내려다보는 형광이. "온샘아. 비켜" "너나 비켜. 여준이한테 그러지말구 가." "하." 기가막히다는듯 형광이가 웃어보였다. "여준아 가자. 신경쓰지말구. 제발 싸우지 말자.응??" 난 재빨리 무표정의 여준이를 영차영차 뒤로 이끌기 시작했고. 여준이는 처음엔 완강히 버티며 형광이를 노려보다가 내 눈물섞인 애원에(?) 고맙게도 걸음을 옮겨주었다. ...어떻하지.. ...형광이... 반대편으로 무작정 여준이와 걷기 시작한 온새미로. 뒤편에선 형광이가 그런 나를 보고있다. 나는 자꾸만 안떨어지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겼다. \커피숍. 자꾸만 창밖만 쳐다보는 여준이를 벌써 30분째 끈질기게 추궁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고 애원도 해보고 있지만. 다물린 놈의 입은 도무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준아..말해봐. 형광이가.." 윽. 내 입에서 형광이 라는 다정한 애칭이 흘러나오자 창밖에 두었던 시선을 무섭게 내쪽으로 돌리는 윤여준녀석. 나는 입을 막고 허겁지겁 정정했다. "아니. 김형광이. 왜 니 원수야??!! 김형광은 너 모른데잖아.응??" "온새미로" 터졌다. 으아아. 드디어 여준이 말문이 터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연달아 끄떡끄떡. "응응!!" "그자식 이름. 니 입에서 왜 나와." "어..?" "......그 개자식 이름..니 입에서 왜....나온냐고 물었다." 한참만에 녀석이 한 말은 고작 저거뿐이였다. 30분동안 쉬지않고 물은 내 질문을 철저히 무시해버리고서는 말이다. 김이 포로로 하고 빠져버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씨. 윤여준 너무해!! "그냥 아는사이야. 아무사이도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이상한 목걸이. 그리고 연달아 이어진 만남으로 친해진 사이일뿐인걸. 정말 그랬다. 놈과 나는 허무하게도 아무사이도 아니였다. "1년전 기억하지." "......응....." 끔찍한 악몽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는듯한 여준이의 모습에 나는 작아진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또 다시 떠오르려는 아버지의 끔찍한 죽음과 여준이의 자살시도가 나를 짖누르는 탓에 눈물이 금방이라도 나올것 같았기 때문이다. 할수만 있다면. 제발 그 이야기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끔찍했던 그날. 그리고 정확히 한달후 내 자살시도." ".......어..." "그때 어땟냐." "끔찍했어. 아주 많이." "그럼..." "응." "그 개자식.. 만나지마."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이유도 묻지 않고 복종의 의미로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놈의 사랑에 보답. 그건 내게 곧 복종이였으니깐. "간다." 잠시후 여준이가 짧은 인사만 남긴채 커피숍을 나가버렸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푸욱 숙이며 눈물을 한방울 두방울 무릎위로 떨어트려 놓았다. 형광아.. 어떻하지.? 나 지금 니가 너무 보고싶은거 같아.. ...아니. 보고싶어. 아까 그렇게 못나게 굴었으면서 따듯하게 나를 감싸주던 형광이가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난 이렇게나 자기밖에 생각 못하는 이기적인 아이인 모양이다. 다음날. 어제와 연달아 휴일인 일요일 아침. 어제 완벽히 나에게 바람 맞은 민경이는 아침부터 우리집에 쳐들어와 행패를 부려댔다. "온새미로!!!니가 그렇게 잘났냐??응?으응??" "씨댕!!!!!!!!!시끄러 이냔아!!!!!!!!!!!!" 평소 사이가 안좋은 라경이는 그런 민경이의 방문이 확실히 달갑지 않은듯 두 귀를 막은채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저게 아침 댓바람부터 폭탄을 맞을라고 용을쓰네!!!!!!!!!!!" 그런 라경이에게 헐크처럼 달려드는 민경이. 으아악. 나는 재빨리 민경이를 막아섰다. "민경아 제발 진정해!!그리고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 손을 싹싹 빌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나를 천천히 내려다보는 민경이. "너..지금 내가 진정할꺼라고 생각하는거냐...진심으로...?" "그건...아냐." "씨퐐!!!!!!!!!!!!!!!!!!!!이죽일년아!!! 어제 전화도 안받고.어???!! 너가 그러고도 친구냐!!!!!" 이 외에도 차마 담기에도 험학한 욕이 줄줄이 쏟아져나왔지만 생략하겠다. 여하튼 그렇게 한바탕 집을 왈칵 뒤집어 논 민경이는 내방으로 침입해와서는 어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화는 이미 다 풀린듯..) "그나저나 너 어제 진짜 대박이였어." "응??뭐가요" "아주 김형광인가 뭔가가 너 쫒아갈때 애들 소리 꽥꽥 지르고.!!" "아....." 맞다 형광이. 어떻하지. 사과라도 해야될까? 하지만 여준이는 이제 더이상 만나지 말라고 했는걸... "사회자 당황하구. 진짜 졸 웃겼다니깐??!" 그때일이 생각난다면서 주책스럽게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 뒹굴어대는 민경이. 나는 그런 민경이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민경아." "왜? 아 하두 웃었더니 배고파. 니네집에 뭐 먹을꺼있냐??좀 먹는다!!" 배를 연신 쓰다듬으며 슬그머니 부엌으로 향하는 민경이였다. 나는 그런 민경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지. "...나..자꾸만 그녀석이 생각나." 침대에 벌렁 누워서 놈의 갈색눈을 떠올렸다. 어젠 유난히 짙었다. 유난히 짙었고. 매서웠다. "뭐라..? 어디서 굴러 나온 다리미같은게 지금 뭐라고했냐!!!!" "우리 여보야 소세지 뺏어먹지 말라고했다!!!!!" "참나..기가막혀서.!!!!!!!" "어우 하마같아." "야!!!!!!!!!!!!!!!!!!!너 이 개방울같은세끼야!!!!!!!!" 으응..? 갑자기 부엌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나는 생각에 나래를 접고는 부엌으로 달려 나갔고.. 금방이라도 식칼을 들고 달려들껏만같은 민경이와. 그런 민경이를 여유롭게 쳐다보고있는 또또가 보였다. ....잠깐.. 뭐?? 또또????? "여기서 뭐하는거야!!!!!!!" 흥분하다보니 반말이 툭 나와버렸음. 그런 나를 보며 믿을수없다는듯 또또가 말했다. "왜 반말?????????!!!" 그러는 너도 반말하구 있잔냐 "내친구가 반말하든말든 무슨상관이냐??!! 아주 똑같은것들이 사겨요!!!"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 하는 날 민경이가 거들어 주었다. "똑같은것들??!! 이게 진짜 말이면 단줄아나!!! 지들도 똑같이 못생겼으면서!!!!요거나 먹어라!!!" 세....... 상..... 에...... 자랑스럽게 민경이와 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이며 웃어대는 도원석. 푹 눌러쓴 모자사이로 웃고있는 눈이 보였다. 제길스러웠지만. 그 눈 하나 참 예쁘더라. "아우 혈압!!!!!야 온새미로. 나가자.나가 이라경 쟤는 지 혼자만 사는것도 아니면서 남자를 끌어들이고 저래?? 가자.가!!" "어?? 어어." 거의 끌구 가다싶이 민경이는 나를 거실까지 이끌었고. 도원석의 친구들 사이에서 호호호 하고 웃고있는 라경이를 발견하자 젠장맞을 민경이년은 퉤 하고 침을 뱉고는 먼저 집을 나가버렸다. "어???? 어제 그!!!!!!!!!" 졸지에 혼자 남겨진 나는 덕분에 거실에서 웃고 떠들고 있던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버렸고.. "미로야!!!!너두 일루와!!같이 놀자!!!" 라경이의 제안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거절했다. 간단한 눈인사를 한후 민경이를 뒤따라 나가려고 현관문으로 다가가는 순간. 벌컥. 하고 별안간 문이 열렸다. 그리고.....보인 짙은 갈색 눈.. 그래. 형광이였다. 무척이나 피곤한지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우리집으로 들어온 형광이. "야!!!!!!!!!!또또!!! 김형광왔다. 우리 빨리 판치기하자!!!" "김형광 개세끼야 왜 이렇케 늦게와!!!" "미친세끼. 영현이형이랑 야동봤지?????" 그런 형광이를 보며 아이들은 저마다 들떠 한마디씩 소리쳤다. 언제나 그렇듯 형광이가 웃으며 인사할려는 찰라. 가만히 서있는 날 발견해버린 녀석. 잠시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온새미로. 꿀릴건 없어. 평소처럼 구는거야. 평소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겻고. 이내 형광이 앞에 서자 떼어지지 않는 입을 천천히 열었다. "형광아..어젠.." 내말에 아무 대답없이 무표정으로 ...타악... 하고 소리나게 내 어깨를 치고는 나를 지나쳐 가는 형광이. 도저히 믿을수 없는 현실에 나는 재빨리 뒤 돌아 녀석을 향해 시선을 두었지만. "미친놈들 하이. 형아가 오셨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형광이 모습에 집을 나와버릴수밖에 없었다. "야 너 왜이렇게 늦게 나오냐!!" 내가 나오자마자 대문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민경이가 일어섰다. 멍한 내 표정을 보더니 경악을하며 소리치는 민경이. "야 너 왜그래!!!이라경년이 뭐라 그러디??응??" "민경아..." "어???응!!!왜!!왜그랴!!!" 그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털푸덕 주저앉고야 말았다. "나.....어제 잘못한건가봐. 화 많이 났나봐. 어떻하지?" "뭔일이야.응??" "여준이는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경고했는데. 나는 바보처럼 말을 걸어버렸어. 대답이 듣고싶어서..목소리가 듣고싶어서.근데..... 화났나봐... 아무말도 안하고...... 차갑게 지나가버렸어." "이년아 무슨소리 하는거야 대체 너!!!!" "모르겠어. 나도 아무것도 모르겠어.." ..... ... 긴 한숨과 함께 혼란스러운 머리를 무릎팍에 그대로 묻어버린 나였다. 정말 이상해. 복잡하고 이해 안가는것들 투성이야. 내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어. 한마디로 전에 놈이 내게 말했던것처럼. 기분이 이상해. "민경아. 나 오늘 너희집에서 잘께." "얼씨구우??" "너희집가자!!가자가자 응??" 솔직히 말하면..그건 도망가는것이였다. 나는 그날 하루종일 민경이네 집에서 머물렀고. 그 다음날 학교도 민경이네 집에서 등교했다.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그렇게 민경이네 집에서 생활한지 일주일이나 지났다. 눈 깜짝할새에.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일주일동안 나는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 외에 나머지 시간은 모두 여준이와 지냈고. 더불어 말하자면 형광이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건 내가 시내를 단 한번도 나간적이 없음과. 일주일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것 때문일수도 있다. 어쨋든 나는 놈을 스치듯 지나쳐 본적조차 없다. 물론 녀석에게선 그 흔한 문자 한통 오지 않았다. 마치 그날이 마지막인것처럼.. "응응 알았어" -정말이야!!약속했어!!오늘은 꼭 집에 들어와야해!!! 일주일째 되던 그날. 방과후가 되기 무섭게 라경이에게 전화가 왔다. "응~~~알았다니깐!!" -힝. 꼭꼭 들어가는거다!!!!! 내가 스파게티 해줄께!!!! "응~!!!!알았어!!!" -내가 지금 니네반으로 내려갈께!!! 라경이와 통화를 마치고는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들었다. 벌써 일주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은탓에 라경이는 오늘 우리 교실까지 찾아온다고 저렇게 난리를 쳐대는 모양이다. 민경이는 일찍이 내게 집열쇠를 복사해 맞겨두고 새로운 남친과 데이트를 떠났다. "미로야!!!!!!!" "빠르다!!!" 전화를 끈은지 얼마나 됐다구 교실 앞문에서 손을 흔들어대는 라경이. 나는 빙긋 웃으며 그런 라경이에게 달려갔다. 별안간 나를 보며 껴안고 방방 뛰어 대는 이라경.- "으윽 숨막혀 라경아!!!" "오늘은 꼭 집에 가는거다!!!! 나랑같이!!!앞으로 원석이 친구들 함부로 안들일께!!!" 니가 이렇게 나오니까 내가 무슨 투쟁이라도 한것 같구나. "그래그래." "스파게티 재료사러 할인마트 들렸다 가자!!!" "응응!!!"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나를 이끄는 라경이였다. "아니다!!" 그때. 무언가 생각난듯 라경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응? 왜??" "우리 일단 술부터 먹자." "에?? 술?? 우리 교복이야." "집에 들렸다 가면 되지!!!" "으흥...근데 왠 술이야?? 난 별루 생각 없는데..." "니 얼굴에 나 걱정있어요라고 써져있는데??!!얼른가자구!!!" 어디? 그런말따윈 결코 써져있지 않다구!!! 순 엉터리 이라경!! \조아조아. 결국 집에 들려 옷을 갈아입고 부랴부랴 온 술집 한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우리 둘. 요번달 술집은 많이 왔지만 제대로 마셔본 기억이 없던 나는 술이 세팅되자마자 컵에 가득 담아 마셔댔다. 그런 나를 역시 그러면 그렇지. 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라경이. "미로야. 역시 너 힘든일 있구나..?" "힘든일은 무슨.." 나는 꼭 라경이에게만은 잘 솔직해지지 못한다. 민경이에게는 줄줄 고민을 말하는 스타일이건만.. 라경이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라경이는 민경이보다 편하진 않는것 같다. 내말에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라경이. "말 안해두되. 그냥 술 실컷먹구 실컷 울어. 힘들땐." "고마워." 라경이는 내 대답에 말없이 웃으며 금새 비어버린 내 잔을 가득 채워주었고 그렇게 1시간이 족히 흘른거 같다. 완벽히 취해버린 나는. 내 술버릇 답게 테이블에 털푸덕 엎드려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 맞은편, 같이 울어대는 라경이 유일히 술버릇이 같은 친구는 라경이다. "으헝헝.원석아..웅.나 술먹었쪄...... 엉엉.....여기? 조아조아야. 웅...흐엉엉.." 또또에게 울어대며 전화를 한 라경이 덕분에 나는 5분뒤에 헐레벌떡 뛰어 온 또또를 볼수 있었다. 한마디로. 젠장. 맞았다. 또또를 보며 눈물을 그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뭐가 그렇게 서러운건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왜..울어..응??" 또또는 테이블에 엎어져 울고있는 나 따윈 보이지 않는듯 라경이를 조심스럽게 부축했고. 울어대는 라경이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빴다. 비러머글........ ...이 나뿐 또또같으니.. "흐엉엉.............엉엉...흑흑..." 나는 더욱더 서럽게 울어댔다. 그제서야 또또는 나를 보며 경악적인 한마디를 내뱉고는 라경이를 부축하며 조아조아안을 나가버렸다. "술값은 내가 냈다!!!!!!!!곧 형광이 올꺼야" (소세지사건이후로 반말하기로 작정한듯싶다) 형광이..? 일주일동안 연락한번없던 형광이가 이쪽으로 온다구?? 나는 비틀비틀대며 얼른 일어섰다. "형광이...보고싶지 않아. 안볼꺼야. 보기싫어." 비틀비틀대며 술주정을 하는데... 정확히 그때였다. 내 귀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건.. "존나 서운하다. 나는 너 보고싶었는데.." 그건...형광이였다. 술기운이였는데도 나는 단박에 형광이인걸 알아차렸다. 뛰어온모양인지 이리저리 흐트러져있는 모습이였지만. 분명..형광이였다. 나는 비틀대며 놈에게 다가가다가 그만 쿵 하고 쓰러지고야 말았다. 씨. "아야..아퍼라.." 주저앉은채로 까져버린 무릎팍을 마구 비비고 있을 무렵. 형광이는 쪼그리고 앉아서 그런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왜 울어." "김형광...너 뭐야..일주일동안 연락한번도 안하고. 그때는 차갑게 나 지나치구.. 너진짜 미워. 꺼져버려!!!!!!!!!!!!!!!!!!!!!!!!가버리라구!!!!!!!!!!!!!!!" "으 시끄러워. 이 못난이 목소리는 하여간 엄청 커" 귀를 파는 시늉을 하며 웃는 형광이. 나쁜놈.. ...정말 나쁜놈.. 나는 괜한 오기로 형광이를 노려보다가 비틀비틀 걸으며 술집을 나오는데까지 성공했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또 다시 넘어져버렸다. "내려놔!!!!!!!!내려노란말야!!!!!!!" 결국 김형광한테 강제로 업혀가는중. "나...." "내려놔!!!!!!!!!!!!!!!난 너한테 엎히기싫어!!!!!너보기싫다구!!!" ... ... "너 보고싶었어." .....순간 굳어버린 내 몸... 술냄새 폴폴 풍기며 나불대던 내 입도 꾸욱 다물어졌다. "그럼.....왜그런건데. 왜 그렇게 아는체도 안했고. 일주일동안 연락도...안했던건데." "마음 정리중이였어." 조용해진 형광이의 목소리였다. 심장박동이 조금씩 빨라졌다. "마음..정리중..?" "응. 이제 너 안좋아할라고..근데 그거 더럽게 힘들더라." "............" "너 울고있다는 소리에 돌아버리게 뛰어온거 보면." "............" "김형광 이 병신자식..하나도 못했어." 자신도 자신이 우스운듯 피식 하고 웃는 형광이를 보며 나는 말없이 놈의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었다. 심장이 쉬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형광아..고마워." "뭐가?" "....그냥......." 어떻하지....... 나.....이 바보같이 단순한자식... ...좋아하는거 같아...... 여준아... 나 어떻게.. 정말 어떻하면 좋아.....? "김형광!!!!!이제 내려놔. 나 괜찮아 졌으니깐!! 넌 이만 너희 집으로 가. 오케이??" .. 이렇게 소리쳐보지만 아무말없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걷는 형광이였다. 엉덩이에 땀나는거 같은데. 이 미친놈은 왜이렇게 고집을 피우냐구. 후우. "내가 힘들어서 그래!!완전 불편하구 그리구 또!!!!!!" "또??" 장난스럽게 놈이 대꾸했다. ...또... 너한테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지 벌써 30분이 지났다구. 그래서 지금 가슴이 터져버릴것 같아. "아 몰라몰라!!!여기 우리집 다왔으니까!! 얼른 내려줘!!얼른!!!" "온샘아" "너 얼른 그 호칭 안고치냐. 온새미로라고" "너 무거워." ".........그니까 내려놓으라구.." "그러니까 이제 그만 쉿." 말하기도 힘드니 이제 닥치라 이거냐..... 민망해진 나는 어쩔수없이 입을 합 다물었고. 녀석은 조용한 밤거리를 조용히 걸었다. "............" 놈의 등이 너무 편안해서 나는 그러다가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눈을 떳을땐 이미 아침이였고 내방 침대였다. "인제 일어났어?? 미로야 나 지금 머리가 깨질꺼 같아" 잠기운이 채 달아나지 못해서 눈을 연신 꿈뻑여대는 내게 라경이가 말했다. 나는 침대에서 엉금엉금 기어 방을 나왔다. "라경아. 어제 형광이 봤어??" "응. 나두 잘 기억은 안나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냉장고를 뒤적이는 라경이. 나는 그런 라경이에게 성큼 다가가 다시 물었다. "안나는데..?" "원석이랑 같이 가더라. 아 참 미로야 근데.." "응??" "너가 형광이 등에다가 토했어." "아~~~그렇구......." .........응.....? 뭐라고... "뭐?????!!!!!!!!!" 믿을수 없다는듯 크게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며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찡그리는 라경이. "말해보라구. 이라경!!!내가 뭘했다고??" 나는 그런 라경이를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그러자 빙긋웃으며 라경이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토.했.다.구.요 이아가씨야." 세상에.. 믿을수없어. 말도안돼. "확실해? 확실한거냐구." "응..나 필름 잘 안끈기잖어. 아 맞다 형광이가 너한테 쪽지쓴거 같은데. 방에서 잘 찾아봐바." 후다다닥!!! 라경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내 방으로 달려갔다. 이것저것 뒤척이며 놈이 남겼다던 노란색 쪽지를 찾아낸건 그 후로 정확히 10분뒤였다. [11시 13분 26초 온새미로가 김형광 새로산 티셔츠에 오바이트했음.] 삐뚤삐뚤한 글씨. 분명.. 저번에도 한번 봤던 형광이의 글씨체였다. 쪽지를 확인 해버린 나는 망연자실한채 침대에 털푸덕 엎어지고야 말았다. 최악이야.. 온새미로 너 하필이면. 하필이면 김형광등에 오바이트를 해버린거니 도대체 왜??!!! 드르르륵.드르르륵. 절규아닌 절규를 하고 있을 그무렵. 핸드폰이 울렸고. 나는 발신번호를 확인하지도 않고는 울상을 진채 받았다. "여보세요." -왜 안나와. "어..? 여준이야??" -어. 가라앉은 여준이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시계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온새미로. 시계는 정확히 8: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윽. 지각이다. "여준아.. 나 지금 일어났는데..학교먼저가." -........ 내말에 달카악. 하고 아무말없이 끈겨버린 전화. 나는 핸드폰을 접고는 침대에서 통 튀어올라 창문으로 향했다. 역시.. 여준이는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빨리 준비해야 겠는걸. 작은 한숨과 함께.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어푸.어푸. 허겁지겁 세수를 하고 거울의 비친 나를 보았다. 웃고있는 온새미로. 억지 웃음이 아니라 즐거워 죽겠다는듯 계속해서 웃고있는 온새미로 그 웃음을 참지못하고 또다시 웃어버리는 온새미로. 거울속에는... 그런 낯선 온새미로가 보였다. "미로야!!! 바압!!밥 안먹구가??" "응응 미안미안. 나 먼저 학교갈께!!바바이!!" 그렇게 재빨리 준비를 해서 20분도 채 안되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끝까지 밥을 먹고가라는 라경이의 외침을 미안하게도 무시해버리고는. 나는 담벼락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준이에게 달려갔다. "여준아!!!!!!!" 내 큰 소리에 감고있던 눈을 뜨고는 내게 눈을 마주치는 여준이. 뭐..지? 여준이와 눈을 2초도 채 마주치지 못하고는 곧바로 피해버렸다. 왜.. 여준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는걸까. "눈.." "......" "왜 안마주쳐." 여준이도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인지. 내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보지만. 나는 또 다시 놈의 눈을 피해버렸다. 못마주치겠어. 여준이 눈을 못보겠어. "여..여준아 미안." "무슨일 있는거냐.?" "어? 아니 그냥...좀 피곤해서 그런가봐.." 결국 말도 안돼는 변명을 해버렸다. 내말에 조용히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여준이가 하얀 담배를 입에 물었고 순식간에 알싸한 특유의 담배향이 내 주변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가자." 여전히 입에 담배를 문채 내손을 잡는 여준이. 나는 고개를 끄떡거리며 그런 여준이를 말없이 따랐다. "여준아.." 내가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연건. 학교에 거의 다 다라서였다. "어. 왜?" "오늘 기분 안좋은일 있어?" "아니." "......아..." 왠지 모를 어색함에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대화를 끝냈고. 그때 여준이 친구들이 무자비로 달려왔다. 교문앞에서 여준이를 여태껏 기다린듯. "형수님. 축하해요" 에에?? 대뜸 세준이가 내게 소리쳤다. "뭐.??세준아 너 왜그래." "에이 알면서. 윤여준. 온새미로 너무 내숭이다.안그냐?" 능글스럽게 웃으며 저기압인 여준이를 툭 하고 찌르는 세준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아이들이 크게 웃어댄다. 으하하하하 하고. 너희들은 보이지 않는거니. 아까부터.. 여준이의 꾹 다물린 입이. "홍세준." 그때 여준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어?? 왜 임마." "입..다물어 병신아." "뭐?? 나 지금 푼수짓한거야??" "어." 놈의 대답에 조용히 굳어지는 세준이의 얼굴. 어리둥절한 날 내버려 둔채 여준이는 나머지 친구들고 학교로 들어가버렸다. 난처한듯 홀로 남겨진 나를 쳐다보는 세준이. "미로야. 왠만하면 알아주지 그랬냐." "어?? 뭐가??"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거냐구!!!!!!!!! 답답해 하는 날 보며 세준이는 긴 한숨을 쉬더니. "무심한여자." 라고 말하며. 내 어깨를 탁탁 하고 두어번 두드리다가 여준이를 따라 학교로 들어갔다. 뭐지..? 순식간에 일어난 이 혼란스러운 일에. 나는 바보같이 눈만 꿈뻑여댈뿐. \학교. "그래서 미로야. 그 미친놈이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딱 얹더니!!!!" "어?? 응응." "우리 키스나 할까? 라고 하는거있지? 아우 완전..느끼해서. 그대로 죽빵 날려주고 왔어" "어..그렇구나." .. 민경이의 42번째 남자친구와 깨진 이유를 듣고있는 동안에도. 나는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였다. 김형광..뭐야.. 어제 등에 오바이트해서 화라도 난걸까? 왜 연락이 하나도 없는거냐구. "야!!!!!온새미로 너 내말 듣고있는거야???!!" "어??? 으응.." "이기집애가 정말!!!!!돌았나!!!!!!!!!" .. 내 태도에 흥분한듯 민경이가 내 머리를 잡아 뜯으려 할때. 띵동.♬ 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드디어 문자가 왔다. "아싸!!!!!!!!!문자다!!!!!!!!!!!" .... 내 외침에 민경이는 왕따짓한다며 웃어댔지만. 그런건 아무 문제가 되질 않는다구♬ 당연히 형광이 일거라는 생각에 신이 날때로 난 나는 재빨리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하지만... 문자를 확인 한 나는 실망감과 황당함에 이맛살을 곧 찌푸리고야 말았다. [나 서은향이거든.지금 니네학교 앞이니깐. 좋은말할때 나와. 안그러면 너희반으로 찾아간다] 기가막혀. 얘 미친거아닐까. 내번호는 또 어떻게 안거야. [댁은 학교도 안가세요? 저희 이제 곧 수업시간이거든요.] 띵동댕동~~~~~댕동띵동~~~~~~ 답장을 보내기가 무섭게 수업종이 쳤다. 나는 서은향 그아이를 무신해 버릴 심신으로. 핸드폰을 꺼버리려 했지만. 곧이어 엄청난 속도로 온 문자때문에 양호실을 간다고 거짓말을 치고는 교실을 나올수밖에 없었다. [하하.말존나예쁘게한다.딱 1분기다리고 안오면 니네반 다 엎어놓는다] 그래 서은향.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구. 허겁지겁 달려나간 학교앞에는. 역시 예상대로 서은향네 무리가 진을 치고 있었다. 서은향. 교복입은 주제에. 남의 학교앞에서 담배를 뻑뻑 잘도 피워대는구나? "날 왜 부르신건데요?" 웃고 떠들며 담배를 뻑뻑 피워대던 그 아이들은 내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서은향. 김형광이 언젠가 그랬다. 이아이를 당근보다 싫어한다고. 그래. 김형광이 당근보다 싫어하는 그 아이는.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퉁 튕기더니. "안녕. 존나 당당하다. 너" 내쪽으로 한걸음 두걸음 다가오는 그아이. 이내 걸음을 멈추더니 낄낄대던 친구들에게 뒤돌아서서 말한다. "어떻게할까. 현아야. 너 남친한테 까여서 열받는다며. 우리 얘 존나게 밟을까??" 서은향에 말에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는 일어서서 현아라고 추정대는 갈색머리의 여자아이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으아. 이기집애 몸매한번 예쁘네 "야. 너 이름이 뭐라그랬지?" .. 그 여자아이는 들고있던 담배를 한모금 쭈욱 빨아들이더니 내 얼굴에 후우 하고 불어대며 말했다. 켁.켁. "온새미로라고 하는데.?" 담배연기가 목에걸려 연신 켁켁대며 내가 대답했다. 니들이 반말로 나오면 나도 반말로 나갈수밖에 없다구!! "형광이가 너한테 요즘 관심 보이고 있다고 해서. 기세 존나 등등하다? 근데 상식적으로. 천하의 김형광이 너 거들떠 보고있다구 생각해??" "그렇게 생각한적 없어." "경고하겠는데. 말투 예쁘게해라?!" 다시한번 내 얼굴을 향해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내뱉는 현아라는 아이. 잔뜩 찡그러진 내 얼굴을 보며 옆에있던 서은향이 우스워 죽겠다는듯 웃어댔다. 뭐야...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거야. "내가 왜..? 남의 학교까지 찾아와서. 늬들 뭐하는건데. 담배나 뻐끔뻐끔 피우면. 무서워 보일줄 아냐." ...사실....... 무섭긴 했다. 그때였다. 내말에 망설임없이. 현아라는 아이가 피고있던 담배를 내 이마에 지져버린건. 지이익. 하는 기분나쁜소리와 함께. 내 입에선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아아악!!!!!!!!!!!!!!!!!!!!" 뜨거워!!!!!뜨겁다구!!!! 나는 재빨리 빠른 동작으로 이마에 묻은 담배재를 털어냈고. 아이들은 내 모습에 크게 웃는다. 뭐하는거야 정말... ...정말 뭐하는거냐구... 인내심이 이미 바닥나버린 나는. 참을성 또한 바닥나버린 나는. 결국 서은향의 머리를 잡아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그건... ...정말이지 순식간이였다.. 하지만..... 가엽게도.. 정말 가엽게도.. 내가 잡은 서현아의 머리는 훌러덩 벗겨져나와버렸고 애처롭게도 내 손에는 서현아의 가발이 달랑달랑.. 들려져있었다. ".....아하..하하하......" 젠장맞을.. 그랬다. 서현아는 가발을 쓰고 있었던것이다. 긴 생머리의 가발이 벗겨지면서 질끈묶은 서현아의 곱슬한 머리가 보였다. "아 썅년. 진짜 뒤지게 맞아야겠다.넌." .. 거친 욕을 내뱉으며 서현아는 내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냐구..? .... ....... 나는 정말. 비오는날 먼지나듯 맞았다. 다섯명의 여자아이들이 쉬지않고 나를 때려대기 시작했으니깐 말이다. 야속하게도. 우리 학교앞이였건만.. 선생님 한분 지나가시지 않았기에. (체육인 반이 단 한반도 없었다.) 나는 장장 30분동안 엄청난 고통에서 비명을 질러야됐다. 정확히 31분후. 현아라는 아이가 내 머리를 들고있던 우산 끝으로 내리치는것으로. 길고 긴 다구리는 끝났다.. 제기랄. 정말 비참해도 이렇게 비참할수가 없구나. 온몸이 쑤시고 쑤신다는말. 이제야 실감이 난다.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이리저리 멍든것같이 움직이기가 힘들다. "온새미로라구 했나.." 거친숨을 쉬며 주저앉아 버린 내앞에 쪼구리고 앉아서 서은향이 말했다. 나는 말없이 서은향을 노려보았고 그아이는 픽하고 웃으며. 내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 기분나쁘게 건들여 댔다. .. "마지막 경고야. 어울리는게 있고. 어울리지 않는게 있어. 형광이한테. 장미가 어울리겠냐. 아니면 쓰레기 냄새나는 생쥐가 어울리겠냐." "..........." 그럼 니가 장미고. 내가 생쥐라는거냐?? 네 이냔을 그냥!!!!!!!!!!! ... .......... 한번만 봐주겠다. "그러니깐. 자꾸 앞에 나타나서 껄떡이지 마. 나도 유치한거 알거든?? 근데... 김형광. 내가 정말 좋아해. 아니. 사랑하거든?? 개가 내 옆에 없으면. 다른애 옆에도 없어야해. 난. 개 위해서 죽을수도 있어. 진심이야." 사뭇 진지하게 서은향이 말했다. '난 개 위해서 죽을수도 있어.' '난 개 위해서 죽을수도 있어.' 진지한 서은향에 말에. 나는 그만 작은 실소를 터트렸다. 입술이 찢어졌는지. 말하기가 참 버거웠지만.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집착이야." "뭐?" 기가막히다는듯 나를 보는 그아이. "그건 집착이지 사랑이 아니야. 혹 사랑한다고 해도.. 그사람만 아프게 해. 니가 자꾸만 붙잡을수록 그사람은 자꾸만 멀어져가는거야." "하하하. 니가 지금 날 가르치려하는거냐?" "그건... 너도... 그 아이도. 모두 울게 만들어." 여준이하고 나처럼. 나하고 여준이처럼. 이렇게 엿같이 슬퍼진단 말야. 사랑을 강요하는 사랑은. 집착으로 똘똘 뭉친 사랑은. 결국 눈물뿐이 없다구... 왠지 모르게 서은향이 측은해져왔다. 내말이 우습다는듯 마구 비웃어 대는 서은향을 보다가.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으윽. 그러나 한난가 현안가 하는 애가. 아까 집중적으로 다리를 밟아대서 그런지 강력한 통증이 느껴져와 금새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몇대맞았다고 엄살이야. 존나 쇼해." 그런 나를 보며 내 발밑에 침을 퉤 하고 뱉는 서은향. 내 다리를 꾸욱 하고 밟으며 친구들과 자리를 떠났다. 그제서야 나는.. 펑펑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아프다. 진짜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맞아본적도. 이렇게 세게 맞아본적도 처음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서러웠는지. 나는 종이 치는것도 모른채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김형광. 니가 뭐가 대단하길래 자꾸만 이런 놀라운 경험을 연달아 시켜주는거냐. .. 그래도... ..나도 참 병신이지..? 이순간에도..니가 보고싶은걸 보면.. 띵동♬ 그때. 비참하게도 학교앞 교문에 주저앉아 있는 내게 문자가 왔다. 그리고 그 문자의 주인공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형광이였다. [티셔츠 물어주세요 -김형광] "..아!!!" 입술이 찢어진 주제에 웃으니까 아픔이 느껴져왔다. 그래도 어떻하니. 계속해서 이렇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걸. [형광아.] [내 티셔츠-김형광] ...놈의 답장에 나는 머뭇거리다가 문자를 보냈다. [보고싶어..] 그러자 답장은 오지 않았다. 오분뒤. [씹. 문자 잘못왔어.] [형광아 보고싶어..] 다시 한번 용기내 보낸 문자에. 1분도 채 안되서 드르륵. 드르르륵 하고 핸드폰이 울려댔다. "여보세요." -온새미로!!! 아주 밝은 놈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고. 순간 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에. 입을 손으로 막은채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 -온새미로!!!!!!뭐야.전화 끈겼나?? "아니.." -목소리.....왜그래.. 그제서야 나는 핸드폰을 막고.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녀석에게 말했다. "저번에 감기걸렸잖어. 그래서 그런가.??하하." -어디야? "학교지. 어디긴. 넌??" -니네학교 가는중. "아아...잠깐.뭐라구?????????" ... 으악. 너무 크게 입을 벌린 모양이다. 찢어진곳에서 통증이 느껴져왔다. -보고싶다며. 그때 소근소근말하듯 작게 중얼거리는 형광이. 그것때문에.. 학교에서 망설임없이 나왔단말야?? 누가 널 당해내겠니. 김형광. "야!!!그..그건 장난이지!!! 넌 맨날 학교를 그렇게 밥먹듯이 빠..빠지냐?? 얼른 들어가!!장난이였어!!" -싫어 "뭐?" -난 장난아냐. 온새미로 보고싶어. "........." 두근두근.. 심장이 또 뛰기 시작했다. 혹여나 심장소리가 들릴까. 아무말도 못한채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신이 난 형광이의 개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앞으로 나와서!!!100초만 세고있어. 오빠가 간다!!!!!!!!!!!!!!!!!!!! 엉금엉금.. 일어날려고 몇번이고 시도를 했지만. 계속해서 넘어지는 탓에. 나는 어쩔수 없이 엉긍엉금 기어서. 학교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녀석이 오기전에 얼른 이곳을 달아나야해. 이 추한 꼴을 보여줄수 없다구우!!! "온새미로. 너 왜 거북이가 됬어." 헉.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김형광이였다. 미친놈 전화끈은지 얼마나 됬다구 벌써 도착한거야..? "저기요. 사람 잘못보셨거던요. 그럼 안녕히.." 녀석을 보지도 않은채. 엄청난 속도로 놈에게서 도망치듯 엉금엉금 비참하게도 기어갔고. 형광이는 그런 내앞에 터억하고 스더니. 쭈그리고 앉았다. "얼굴 보여주세요." 으흐응.. 죽일놈. "시.싫어요. 저리 가세요. 왠 행패에요!!!" 나는 필사적으로. 만신창이가 되버린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일순간.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 놈.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얼굴들어." 뭐야 이세끼. 왜 갑자기 또 화가난거냐 "저기요!!전 정말 님 모른다니깐요!!!" "난 모르는 사람한테 키스하는 웃긴 취미가 있는데.." 오호라아. 유도작전을 쓰겠다?? "저는 그런사람 때려주는 웃긴취미가 있는... ......아악!!!!!" 그순간이였다. 악 소리도 채 질러보기도 전에 무자비하게 녀석이 내 얼굴을 들어 올린건 말이다. 결국 엉망진창이 된 내 얼굴을 보고야 만 형광이. 민망해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얼굴을 급속도로 굳히는 녀석. 알아.. 안다구. 비위 상하는거.^ "누구야.?" "뭐??? 뭐가" "누가 이쁜얼굴 이래놨냐고!!!!!!!!!!!!!!!!!!!!!!!!!!!!!!" 악 깜짝이야. 학교가 떠나가라 버럭 소리를 지르는 형광이때문에. 깜짝 놀라버린 나는 두 눈을 끔뻑였다. 잠깐. 근데...뭔얼굴?? "형광군. 근데 방금 저보고 예쁘다구 하셨죠?" 능글스럽게 웃으며 형광이를 콕 찔렀다.(사실 이건 미친짓이였음) 내 깐죽거림에 아무말없이. 쑥스러운건지 땅바닥쪽을 향해 고개를 푸욱 숙이는 형광이. "내가 언제." 미친놈... 얼굴 빨개졌단말야. 제발 날 좀 웃기지 말라구!!! "방금 이쁜얼굴이라구 했잔아~~~" "반대로 말하기 놀이 하고있었는데." 이게 죽을라구.. "에이 거짓말." "말돌리지말고 누가 이렇게 해놨냐고!!!!!!!" "너도 지금 말 막 돌리네." "아오!!!!!!씨!!!!!!!" 으아악. 그 순간 한쪽 손으로 장난스럽게 때리는 시늉을 하는 형광이였다. 우씨. "나 때릴라구?ㅇ.ㅇ~~~ 때려봐 때려봐. 못때리면서" 타악. . 결국 그러다가 형광이에게 한대 맞고야 말았다. 물론 아주 살살이였지만.. 억울하다!!억울해! 원래 소설같은데서 보면 남자주인공이 꼬옥 하고 안아주던데.. 정말 온새미로 신세한번 고약하구나. 나는 형광이에게 맞은 머리를 문지르며 인상을 화악 쓰고는 말했다. "야!김형광. 때리라고 했다고 진짜 때리냐??" "응." 당연하다는듯 놈이 대답했다. "아우 진짜 얄미워. 아 그리구..나 계단에서 굴러서 이래." "지랄한다." "진짜야 내가 어디서 맞구 다닐 얼굴로 보이니?" "몰라서 묻는거냐?" "말을말자. 말을!!!!!!!!!" 그래 맞았다. 니가 당근보다 싫어하는 그 아이 서은향한테 이렇게 죽도록 얻어 터졌다!!!!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꾸역꾸역 참고는. 일어섰다. 물론 형광이의 부축으로 간신히 일어설수 있었다지. "계단에서 몇번을 구른거야." .. 어느새 내말을 철썩 같이 믿어버린 단순한 그아이가 말했다. 나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와서. 고개를 숙인채 3번 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내말에 작은 한숨을 쉬며. 나를 부축해주는 그아이. "형광아 어디가? 나 수업해야되는디." "이꼴로.?" "아.맞다." 형광이는. 머리를 긁적이는 나를 학교 근처 공원에 있는 벤츠에 앉혔다. 그리고는.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어디론가 쌔앵하고 사라져버렸다. 후우.. 아까 머리를 잘못맞은걸까. 머리까지 어질어질하네. 벤츠에 벌러덩 누워서 형광이가 오기를 기다린지 얼마나 됬을까. 약봉지를 들고는 내게 다가오는 녀석. "약사러 갔다 온거야?? 눈물나게 고맙다!!!" 스르륵 일어서서 녀석에게 장난을 쳐보지만. 형광이는 아무말없이. 봉지를 뒤적이더니. 후시딘을 꺼내고는 말없이 상처난 내 얼굴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으음... 그 기분을 굳이 표현하자면. 행복했다. 소중히 쓰담듯 행여 아플까 조심조심하게 약을 발라주는데..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고.. 무엇보다. 아 이사람이 날 소중히 대하는구나. 라고 느낄수 있었다. 스윽. 약을 바른후 밴드까지 이리저리 얼굴에 온통 붙여주는 형광이. 덕분에 나는. 얼굴에 밴드 6개를 붙인 엽기소녀가 되고야 말았다. "형광아. 이건 좀 오바야. 밴드를 왜이렇게 많이 붙여." "안그러면 흉터나. 니 얼굴 흉터나면 더 흉해." "...그거 욕이지....." "칭찬은 아냐." 픽 하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엉거주춤 나도 따라 일어났다. "그럼..이제 학교로 가야겠지?? 안녀엉. 고마웠어.바이바이!!" 어느정도 다리도 괜찮아져서. 나는 놈에게 인사를 건낸후 절뚝거리며 뒤돌아 섰다. 그런 내 교복자락을 뒤에서 잡아버리는 그녀석. 뭐여.. "왜??" "놀자." "뭐?? 돌았어?? 우리 지금 수업중이야!!! 우린 학생이라구요." "일번. 키스하기. 이번. 키스하기 삼번. 키스하기. 사번. 김형광이랑 놀기.. 골라" "미쳤냐." 말도안돼는 놈의 말에 나는 경악을하며 소리쳤지만. 여유롭게 형광이는 초를 세기 시작했다. "십." "......" "구우." "" "파알.치일육오사삼이일." "야!!그렇게 빨리 세는게 어딨어" "일에 반에반에반." "사번!!!!!!!그래 사번이다 이자식아!!!!" "가자!" 젠장. 또 당했어. 또 당해버렸다구. 밝게 웃으며 내어깨에 한쪽손을 올리고는. 앞장서서 걷는 녀석. 그렇게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땡땡이 아닌 땡땡이가 시작되었다. \아스크림집. 이른 오전이라 한적하기만 한 아스크림집. 형광이와 나는 아까부터 아스크림 하나씩 시켜놓고 낼름낼름 먹어대고 있는 중이다. "근데 형광아. 나 물어보고싶은거 있는데." "응." 아구. 귀여워. 아스크림먹는모습이 뻑이가게 귀엽다. "넌 왜이렇게 학교를 자주 빼먹어??" "원래 엄마랑 약속했는데. 앞으로 학교 안빼먹기로 근데 너 만난 다음부터 벌써 네번이나 넘게 빼먹었어." "꼭 내 탓처럼 말한다 너." "응. 니탓맞으니까." 부글부글. 왠지 본전도 못찾은 느낌에 나는 말없이 우적우적. 아스크림을 퍼먹었고 벌써 자신의 아스크림을 다먹은 형광이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문자를 보냈다. "누구랑 그렇게 보내냐??" 꽤나 집중있게 문자를 보내는 그 모습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놈에게 물었다. 그러자 얄밉게도 "여자누나들." 이라고 녀석이 대답했고. 괜한 질투심에. 유치한짓인걸 알면서도 빠른속도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스크림을 먹다말고 슥슥슥 보낼때도 딱히 없으면서 핸드폰 문자를 보내는 시늉을 하는 온새미로. 후우 어쩌다가 이렇게 됬냐. 너. 어쨋든 그렇게 열심히 문자 보내는 척을 했건만 형광이는 힐끔힐끔 쳐다볼뿐 무반응이였다. 제기랄. "넌 누구한테 보내." 오호오호!!오호!!!!!!!! (주책..) 드디어 반응이 왔다. 관심없는듯 형광이가 툭 내뱉듯 내게 말했고. 나는 도도한척하며 대답했다. "나도 남자오빠들!!!!!!" "엉" 뭐.뭐야 이 심심한(?)반응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대답하고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는 형광이였다. 나는 괜히 서운해서 탁 하고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닫고는 아스크림을 마구 퍼먹었는데. "씹. 숫가락 모양이 왜 이따구야." 그때. 별안간 입에 물고있던 숫가락을 내팽겨치는 어이없는 형광이자식. 기가막힌 나는 멀뚱히 놈을 쳐다봤다. "야. 너 왜 갑자기 신경질내." "숫가락 모양이 불쌍하게 생겨서." "어이없다 너." "짜증나." 뭐가 또 그렇게 짜증이 난건지.. 테이블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아버린다. 뭐야 김형광. 너 지금 질투라도 내는거야???!! 풉.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어버렸고. 한참을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있던 형광이는. 벌떠억 일어서더니. "그래서. 남자형아들이랑 문자하니까 좋냐??"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참나.. 기가막혀라.. "뭐야 너도 여자누나들이랑 한다면서!!!" "즐." "뭐? 뭐??!!!어버..버" 뻥져있는 내게 메롱을 하고는 아스크림 가게를 나가버리는 형광이. 나는 재빨리 따라 나가서 녀석의 손목을 붙잡았다. "뭐야. 김형광. 장난이야 화난거야?" 잘못본걸까. 장난이란말에 놈이 살짝 웃은건. "온새미로." "왜애." "가자." "어딜.??" "오빠만 따라와." 씽긋 예쁘게도 웃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형광이. 나는 같이가 라면서 놈을 따라 나섰다. 근데.. 저게 왜 아까부터 오빠오빠 거리는거야!! 죽을라구.. "우와. 여기가 어디야??" "아는형이 일하는 클럽." 형광이가 날 데려온곳은 반지하에 있는 아주 멋진 클럽이였다. "근데 맘대로 들어와두 되??" "오후부터 문열어서 오전에 여기서 자주 놀아" "자랑이구나.흠 어쨋든 진짜 멋지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런곳 처음와봤는데. 진짜 멋진걸!!!! 나는 클럽에 마련되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이것저것 만져보며 신기해하고있을때. 어디선가 노래반주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라 무대를 쳐다봤더니 글쎄. 개구진 웃음으로 형광이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김형광. 너 거기서 뭐하는거야??" "단 한사람을 위한 노래에요." 형광이의 사뭇 진지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려왔다. 나는 풉하고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채 웃었고. 그렇게.. 단 한사람만을 위한 멋진 그놈의 노래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눈이 더 나빠 졌나봐요 얼핏 그대 같아 겨우 달려가 세우면 낯선 얼굴만 있죠" .. 이건 테이의 그리움을 사랑한 가시나무이다!!! 감미로운 놈의 목소리에 어느새 나는 눈을 감았다. "잘라도 잘라도 움트는 가시나무 처럼 밟을수록 자라나는 그리움을 어쩌죠" 김형광..노래 진짜 잘부른다. 꼭 키크고 잘생긴놈들이 노래까지 잘 부르더라. "알아요 아는데 자꾸 욕심이 나요 누군가를 사랑 하는게 이렇게도 힘든 건가요" 자꾸만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형광이의 사뭇 다른 목소리. 부드러운 녀석의 노래소리였다. "뻑갔네. 온새미로." 잠시후. 놈의 완벽한 노래가 끝났고. 마이크로 장난스럽게 소리치는 형광이였다.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는 콧방귀를 뿡 뀌었다. "아니!!전혀! 너 노래 되게 못부른다." .. 아냐 형광아. 황홀할정도로 잘불러 "지는." "너 내가 얼마나 노래 잘부르는지 몰라서 그러냐?? 불러볼까??응??" "아니요" 무대에서 폴짝 내려와 내 맞은편에 앉는 녀석.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무안하게 아니요가 뭐야 아니요가. "부르라해도 안부를꺼다 뭐," 괜한 민망함에 나는 투덜댔다. 그러자 형광이는 하하 하고 웃어대며 술 2병을 가져왔다. "이런거 맘대로 먹어도 되?" "응 내가 이겨." 뭐여..이놈 틈만나면 지가 이긴대네. 저번에도 아무한테도 안진다더니..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내가 느껴지지 않는건지 형광이는 말없이 술잔 두개에 술을 가득 채워넣었다. 그리고는 술잔 하나를 내게 터억 하고 내미는 녀석. 이 아침에..마시라는건가?? 어제도 술 엄청 먹어서 속쓰린데.. "꼭 먹어야하는거야??" "아니." 짧게 대답하고는 놈이 한잔을 먼저 비웠다. 에라 모르겠다. 머뭇거리다가 나도 따라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온새미로." "응. 안주없냐? 안주빨도 안세우고 먹는건 힘든데." "너..니 남자친구 정말 좋아하는거냐?" 으억. 뜬금없이 툭 튀져나온 놈의 말. "응 좋아한다구 했잖아." "사랑두해?" ...그건... "아니..." 처음이였다. 내 감정을 다른사람한테 솔직히 말한건.. 내 폭탄선언에 놀라긴 많이 놀란듯. 둥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 나는 무작정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말하고싶었다. 아주 충동적인 일이였고. 분위기에 의한 일이였지만. 술기운을 빌려. 민경이에게도 조차 말하지 않은 내 오랜 고민을.. 이녀석에게만큼은 말하고싶었다. "형광아.." "어." 어서 말해보라는듯 턱을 괴고 녀석이 대답했다. 나는 다시한번 남아있는 술을 말끔히 비우고는..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이야기를 천천히.. 놈에게 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나도 평범한 가정의 딸이였어. 비록 엄마가 집을 나가셨지만. 아빠와 둘이 사는 시간도 너무 행복했거든. 그런데 1년전. 아빠가 돌아가셨어.. 개같은일에 휘말리셨던거야." "응." 가만히.. 놈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 녀석은 벌써부터 눈물이 한가득 고여버린 온새미로의 말을.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들어주었다. "회사 일급비밀서류를 아빠가 맡게 되신거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경쟁회사가. 조폭들을 시켜서 집으로 쳐들어 오려했지만." "........" "경비가 워낙 심한지라 매번 헛수고였지. 그런데. 어느날. 어떤사람이 우리집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갔어. 이 상처 보이지?? 그때 난 상처야." 난. 오랫동안 숨겨왔던 어깨에 있는 화상자국을 형광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때 그 사고로..아빠께서 돌아가셨어. 끔찍하지? 더 끔찍한건.. 그 어떤사람을 집에 들인건...바로 나였어.. ...날 더 괴롭게 만든건 뭔지 알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그때 충격으로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린거야. 두 사람을 잃어버렸는데... 한사람은.....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사람은 우리집에 불을 지른 그 어떤사람이야." "......" 으아아.. 눈물이 넘쳐 흐를것같이 주르륵 쏟아졌다. 이번엔 주르륵이다. ..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형광이의 갈색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정하는 눈도 아닌. 측은해 하는 눈도 아닌 조용하고 고요한 동공으로. 나를 응시하는 그아이. "여준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였어. 난 여준이의 대한 모든걸 잊어버렸고." "응..." "여준인.... 그런 나를 보며 아파하다가 사고가 난 한달뒤 손목을 그었어." "...." "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어. 그래서 결국 그 범인도 잡지 못했구.. 여준이도 죽을뻔했어. 그때부터 난.." "......" "사랑해야했어. 사랑하는척을 해야했어. 그녀석을 기억하려 노력했고. 잃어버린 추억들을 보상해주려 노력했어... 눈물나는 노력이였지.. 죽도록 아픈 악몽속에서 정말 미치도록 슬픈 몸부림이였어.." 내 엿같은 이야기가 그제서야 끝이났다. 나는 쓰러지듯 테이블에 고개를 묻었고. 그날의 아픔때문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병신." "그치..?나도 그렇게 생각해." "왜 울고 그러냐. 울지마." "그러게..눈물은 정말 싫은데.." 형광이가 내 눈물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듯 닦아주었다. 그 바람에 난 정말 펑펑 울수있었다. 그동안 참아왔던만큼. 견뎌왔던만큼. 형광이에게.. 1년만에 꺼낸 이 이야기를 한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게 편안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숨죽여 운 날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렇게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며 펑펑 울어버리니. 가슴 한구석이 쉬원했다. 술기운 탓일까. 아니면 울어댄 탓일까. 잠기운이 밀려왔고. 테이블에 기댄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평온한 잠에 들수있었다. "온새미로.. 이제부터 김형광이 제일 싫어하는건. 서은향이 아니라." "......." ... ... "니가 우는거야." 기분좋은 형광이의 중얼거림을 자장가 삼아서.. 그렇게 잠이 들고는. 3시간이나 지나서야 나는 겨우 일어났다. "얘 누구야? 귀엽게 생겼네." 사실. 더 잘수 있었지만. 이소리에 본능적으로 잠이 깬것같다. 어쨋던간에. 낯선목소리에 나는 게슴츠레 눈을 뜨었고 노란머리의 한 사내를 볼수있었다. 음... 많아야 22살? 정도 되보이는 남자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담배를 찍찍 펴대고 있었다. 나는 잠은 다 깻지만.. 왠지 일어나면 민망할것만 같은 상황인지라. 조용히 다시 눈을 감았다. "아 형!!!!자는 애 앞에서 왜 담배를 피냐고요." .. 으. 시끄러 노란머리에게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김형광. "어쭈. 김형광. 이제 막 개겨??" "개기는거 말고 제 매력이 뭐가 있어요. 아 씨 담배냄새." "야 이 미친놈아 너두 소문난 골초면서 깝칠래??" "자는애 앞에선 안펴요. 아 진짜 빨리 끄라고요!!" 이들의 대화를 듣고 느낀점?? 이들은.. ...소리 크면 다 이기는줄 안다 라는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소리로. 자기 주장을 펼쳐나갔고. 나는 도무지 참을수 없어서. 벌떡 일어났다. "씨발. 형때문에 깻잖아요!!!!!!!"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어난 나를 보자마자. 노란머리에게 투덜대는 형광이. 이 개놈아.. 니목소리가 더 컸다!!! "아 정말? 아구 미안미안 반창고 아가씨!!미안해" 노란머리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나저나 반창고아가씨?? 이런 제길. 깜빡잊었구나. 내 얼굴에 반창고압박 6개란 사실을. "아..아니에요." "반갑다. 난 요기 클럽에서 일하는 놈!!형광이 두다리 선배" "아아. 네 반가워요" 난 자다 일어난 초췌한 얼굴로 노란머리의 남자에게 꾸벅 하고 인사를했고. 그남자는 빙긋 웃으주며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아주었다. "괜찮아?" 그때 형광이가 의자에서 일어서서 물었다. 나도 따라 일어서서. "응. 우리 이만 가는게 좋겠다. 저. 감사했어요" 노란머리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형광이놈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알았다는듯 노란머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형광이. "형 나갈께요." "응. 언제 한번 도원석놈이랑 하울이랑 와라. 영광이가 우리 애기들 보고싶댄다." 애.. 애기들..? 왠지 닭살이 돗아서 팔을 마구 비벼댔고 형광이도 나랑 같은생각인듯 토하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우엑. 그럼 진짜가요." 꾸벅 다시한번 인사를 하고는 형광이와 나는. 그곳을 나왔다 딸랑. "거기 반창고 아가씨." 엥..?? 막 계단을 올라가려는 찰라에. 노란머리가 클럽 문을 빼꼼히 연채 우리를 쳐다보며 입을열었다. "네?? 저.저요??" 나에게 하는말인가 싶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묻자. 고개를 끄떡이는 노란머리. "아 형 왜요. 또 뭔말을 할라고." 불안한듯 형광이가 노란머리에게 다가갔고. 노란머리오빠는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까 너 잘때. 형광이가 입에 몰래 뽀뽀했다!!! 나한테 딱걸렸잖아. 그럼 건방진후배님하고 반창고아가씨 담에 또 놀러와!!!" ...콰앙... 얄밉게 클럽문이 닫혔고.. 순간 정적이 조심스럽게 흘렀다. "씨발..." 클럽을 향해 작게 중얼거리는 형광이. "....김형광.." "개소리야. 월월 개소리.알지?" 형광이는 하하하.하고 어색히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술에 손을 대어 보았다. 몰래.. 뽀뽀를 했다구..? 어떻게. 또 떨려. "지랄하지마. 너 했어 안했어." 미친듯이 심장이 뛰었지만. 애써 태어난척 무표정으로 말했다. "안했어. 맹세." "구라까면 진짜 평생 안본다." "..........." 내 딱딱한 말에. 머뭇머뭇거리며 고민하는 녀석. 이 개자식. 했구만. "김형광씨. 뽀뽀 몰래 했어요. 안했어요??" "했어.." 결국 꼬리를 내리고는 작게 말하는 놈이였다. 내가 미친걸까?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워보였다. "휴. 정말 실망이다" 사실.... 화나진 않았다. 그치만 나는 일부로 화난척을 하며 쿵쾅쿵쾅. 계단을 올라갔다. 건물에서 나왔을때는 이미 학교가 끝난모양인지. 여러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휴우. 끔찍하구나. 무단결석을 하다니. "온샘아 화났어??" 학교쪽으로 걸어가는데 등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형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말없이 앞으로 계속 걸어나갔지만. "야!!!!!!나 진짜 1초. 아니 2초밖에 안했어!!!!!! 제기랄. 그래 4초했다!!!!!!" 시내가 떠나가라 크게 소리치는 형광이때문에. 결국 쪽팔려서 마구 뛰기 시작했다. 김형광... 널 정말 누가 말리겠니. \학교앞. [배신자-김형광] [소심쟁이-김형광] [삐순이-김형광] [잘못했어요-김형광] 아까부터 불이나게 오고있는 형광이의 문자를 모조리 씹은채 도착한 학교앞. 역시나 예상대로 많은 아이들이 귀가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 남은건 몇몇 야자하는 아이들뿐이였다. 학교에 가방이 있는지라. 나는 터덜터덜 외롭게 운동장을 지나. 학교안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담임선생님한텐 뭐라고 말해 "어?? 형수!!!!!!찾았다." 그때. 타악. 하고 내 얼굴을 향해서 무언가가 날라왔다. 이건.. 내 가방이다. 재빨리 던져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여준이의 단짝친구 세준이놈이 보였다. .. "세준아. 우리반에서 가방 가져왔어??" "(고개를 끄떡이며)응. 근데 형수 어디갔다온거야." "아..그냥 좀. 참!!여준이는??" 그제서야 여준이를 찾는 온새미로였다. 그걸 이제야 물어보냐는식으로 나를 쳐다보던 세준이가 이내 놈 특유의 건조한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여준이놈 니네반에 있을껄" "아..응 고마워.." 가방을 메고는 뒤돌아서려는데. 세준이놈이 날 허겁지겁 붙잡았다. "왜?" "정말 몰라? 오늘이 무슨날인지." 으흥?? 오늘이 무슨날이지? 내 생일두 아니구. 여준이 생일두 아닌데. "오늘 무슨날이야??" 내 무신경한 말에 혀를 끌끌차는 세준이녀석이였다. "오늘 니네 1주년이잖아. 여준이가 얼마나 기대하고있었는줄 아냐. 어제 저녁부터. 은근히 오늘 아침에 니가 말해주길 바랬을텐데." .........뭐......? 전혀 생각치 못했던 세준이의 말에 나는 당연지사 멍해졌다. 윤여준. 온새미로. 1주년. 그래서 아침에... 여준이가 그랬던구나. 그래서 세준이는 나한테 무심한 여자라고 한거고.. 휴... 정말 온새미로 너 왜그러는거야.. "나..가볼께." 세준이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학교로 뛰어 들어갔다. 미안.. ...미안 여준아.. 하나뿐인.. 못난 여자친구는 1주년이 된 날도 모르고 다른 놈하고 놀고있었으니.. 정말 미안해. 진짜 죽도록 뛰었던거 같다. 5분도 채 안되서 3층으로 도착했으니 말이다. 야자가 시작했는지. 복도는 조용했다. 후와후와.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는 우리반으로 한걸음 두걸음 걸음을 옮기는데. 스윽. 갑자기 무언가가 발에 밟혔다. "쪽지..?.." 작게 접혀져있는 노란색 쪽지 하나. 조심스럽게 주워들어 펼치자 [온새미로] 라구 적혀있었다. 으잉? 이건 내이름인데.. 또 다시 한걸음을 옮기자. 이번엔 분홍색쪽지다. [웃는게 예쁜여자.] 또 한걸음. 이번엔 흰색쪽지 [뭐든지 잘먹는 여자] 또 한걸음. 이번엔 하늘색쪽지 [눈물이 많은여자] 또 한걸음. 이번엔 연두색쪽지. [강해보이지만 약한여자] 또 한걸음... 이번엔 주황색쪽지. [가끔씩 날 슬프게 바라보는 여자] 또 한걸음. 이번엔 파란색쪽지. [술을 꽤 잘먹는 여자] 또 한걸음... 이번엔 은색쪽지 [덜렁거리고 조심성 없는 여자] 또 다시...... 한걸음..이번엔 보라색쪽지 [하는짓이 너무 귀여운 여자] 정체 불명의 쪽지를 9개나 주우자. 벌써 우리반 앞이였다. 우리반 앞문 밑에 떨어져있는 쪽지를 발견함으로써 10번째 쪽지가 내손에 쥐어졌다.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의아한 마음에 드르륵 교실문을 열었고. ... ... ............... ...... "윤여준이...... 목숨보다...사랑하는 여자.." 교실 한가운데에서. 꽃다발을 들고있는 여준이가 내게 말했다. ......하...... 교실안은 의자와 책상이 모두 뒤로 밀어져있었고. 천장에는 예쁜 풍선들이 가득 달려있었다. 칠판은... 아이들에 1주년 축하인사가 다양한 글씨로 삐뚤삐뚤 채워져있었고. 앞에 놓인 책상 하나에는 예쁜 케익과 각종 선물이 가득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놈은... 한손에 꽃다발을 든채.. 날 향해 웃고있었다. 이 대단한 이벤트를 준비한 여준이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채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준아 정말 미안해. 너는 이렇게나 날 사랑해주는데. 나는 1주년을 기억하지 못한것도 모잘라 다른남자랑 노닥거리기나 했어. 그것도 그 남자를 좋아해버리기까지 했어. “온새미로. 감동먹었냐?” 꽤나 머쓱한듯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여준이. 손에 들고있던 꽃다발을 울고있는 내게 불쑥 내민다. “고..고마워.” 어설프게 그 꽃다발을 받아들었고. 그런 날 물끄러미 쳐다보던 여준이는 별안간 자신에 품에 나를 넣어버렸다. 그렇게 꽈악 놈이 날 안아주었다. “이제부터 무조건 ‘응’이라고 대답해.” “어?” “‘응’이라고 대답하라고.” 윤여준 뭔소리야. 계속 응이라고 대답하라는거니? “응.” 나는 조그만한 목소리로 여준이가 원하는데로 ‘응’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이벤트 멋집니까.” “응.” “감동 많이 먹었습니까.” “응.” “기쁩니까.” “응.” “행복합니까” 글쎄요. 이게 행복한걸까요. “응.” “윤여준을 사랑합니까.” 조용해진 여준이의 목소리. 나 또한 조용해졌다. 아무말도 못한채 가만히 안겨있는 나를 그제서야 놓아주는 여준이. 놈은 픽하고 웃으며 내 머리를 잔뜩 헝클어 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1주년도 모르냐. 병신.”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인채 사과를 하자. 괜찮다는듯 손을 저어대는 녀석. “............” 내가 아무말이 없자 여준이는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였는지 케잌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온새미로. 니가 좋아하는 고구마 엄청 많다.” 고구마? 와우! 여준이의 말에 허겁지겁 케잌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고. 여준이는 그런 내가 우습다는듯 웃다가. 갑자기. 정말이지 너무나도 갑자기. “으악!” 내 얼굴에 크림을 묻혀놓는다. 달콤한 크림향이 코끝에서 느껴져오자 나는 비명을 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 반응에 재미를 붙인 모양인지 이번에는 고구마를 크림에 잔뜩 묻혀 내 볼에다가 던지는 녀석. (참고있는중) “여준아. 그만하자. 이러다가 교복 다 버리겠다” 조심스럽게 놈을 타일렀다. 하지만 내말에도 불구하고 여준이는 오랜만에 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크림을 한움큼 손에 담았다. 그리고선 한걸음 물러나더니. “반격안하면. 이거 한꺼번에 던진다.” “뭐?? 윤여준!!!!!!!!그래 후회하지마!” 결국 갈갈히 날뛰면서 상대가 여준이라는 생각도 잊은채 나는 크림을 손에 잔뜩 묻혀 도망가는 여준이를 쫓아갔다. 이리저리 피하다가.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전력질주하는 녀석. 좋아. 윤여준 해보자 이거지! “윤여준!!!!!!너 거기 안서??!!” 야자하던 아이들이 창문으로 빼꼼히 훔쳐보던 말던. 나는 크림을 한손에 묻힌채 뛰어가다가. 이내 털푸덕. 하고 엎어지고야 말았다. 그제서야 여준이의 달리기도 멈추었다. 재빨리 내게 다가오는 녀석. 나는 여준이가 내 앞에 다가오자 그때를 놓치지 않고 크림을 놈에 얼굴에 쭈우욱 하고 묻혀버렸다. 그리고는 “방심은 금물!” 라고 소리친후 얄밉게 혀를 내밀고는 일어서서 반대편으로 도망가기 위해 뛰었다. 여준이는 작게 욕을 내뱉더니 그런 나를 따라왔다. “달리기. 진짜 못한다.” 하지만 1분후. 날렵한 놈에게 잡혀버리고야 말았음 내 손목을 잡고는 계속해서 웃으며 나를 벽에 밀어버리는 윤여준. 으아악. 벽과 부딪힌 나는 괴상한 숨소리를 내면서 놈을 쳐다봤다. “난 여자잖아. 아 진짜 힘들다.” “오랜만이다.” “응? 뭐가.” “너가 나 이렇게 편하게 대해주는거.” 감정을 잘 감추지 못하는 여준이답게. 여준이는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웃고있었다. 난 그런 여준이를 보며 풉 하고 웃었다. “너도 이렇게 웃는거 오랜만이야.”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녀석의 입술.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차가운 놈의 입술이 내 입술에 살며시 닿자. 달콤한 크림맛이 느껴졌다. “우우우~~~~~~~!” “윤여준 풍기문란죄로 초콜렛 100개의 벌을 내리노라!” 이리저리 웅성대는 소리에 아이들이 우리를 둘러싸 있다는걸 깨닫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레시소리와 함성소리에 나는 여준이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썻지만. 놈은 그러면 그럴수록 부드럽게 나를 리드해가는 키스에 열중. 또 열중할 뿐이였다.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나는 놈과의 찐한 키스를 야자하는 아이들에게 생방송으로 보여줄수밖에 없었다. 으윽. 여준아. 제바알!!!! \공원. “여준아. 내일 학교 어떻게 가?” 30분뒤. 학교에서 도망 나오다싶이 놈을 끌고 와 공원 한 벤치에 앉아있는 온새미로다. 아까의 일을 생각하니 또 다시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미칠 지경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미친짓이였어. “평소대로.” 그 엄청난(?)일을 벌여놓았건만 여준이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우씨 “평소대로 어떻게 가. 난 아직도 생각만하면” “온새미로 너 크림 머리에 아직도 묻어있어.” “정말??” “어” 아까 분명히 씻었는데. 이상하네 나는 재빨리 머리카락에 묻은 크림을 찾았지만 크림따위는 묻어있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아까 분명 씻었다니깐. “여준아 안묻어있는데?!” “병신이냐. 여기 묻어있잖아” “어?! 없었는데.. 이상하다.” 내 머리에서 친절하게도 크림을 떼어주는 형광이. 으악. 형광이? 아니아니 여준이. 빌어먹을. 온새미로 이순간에도 김형광 생각이냐.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연락이 없다. 문자 씹어서 삐진건가.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릴때 여준이가 벤치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자.” “으응. 어디?” “영화 예약해놨어.” 표 두장을 들고는 놈이 웃어보였다. 언제나 이렇게 계획적인 여준이다. 모든걸 철저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성격. 덕분에 나는 여준이와의 데이트때 몸만 나가도 된다. 형광이는 늘 무작정인데 말이다. 휴. 또 김형광 생각. “정말? 무슨영화!” 김형광. 이라는 세글자를 머리에서 재빨리 지우고는 오랜만에 영화 볼 생각에 잔뜩 들떠 놈을 따라 일어섰다. “멜로영화.” “와! 제목이 뭔....” 제목이 뭐냐고 물어볼 참이였다. 하지만 내 말은 가엽게도 싹뚝 끈겨버렸다. 이건 꼭 말만 끈겨버린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던 온갖 잡생각까지 싹뚝 끈겨버린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김형광 약속한거다. 오늘 밤새도록 폭주 뛰기로. 아싸!! 들었지!!영광이형!” “아싸 들었지? 너 지금 반말한거냐..” “형 사랑해요” “또또 이 미친세끼.” 다양한 연령대가 휴식하고있는 공원에서.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아무렇게나 욕을 할수있는 무리는 형광이네 무리 뿐이라고 믿는다. 그래. 맞은편 형광이네 무리가 낄낄대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의 무리들이 뭐라고 떠들던 말던 핸드폰을 손에 꽉 쥔채 멀뚱히 바라보며 걷고있는 형광이. 혹시 내 연락을 기다리는걸까? “......” 여준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온새미로.” 녀석의 낮은 목소리가 내 귀에 파고들자 그제서야 놓았던 정신을 다시 잡았다. “으응? 어어 여준아.” “후.” 알수없는 여준이놈의 한숨소리와 동시에 터억. 하고 멈춘 형광이의 발걸음 소리. 여준이와 나를 봐버린 모양이다. 순간 두근두근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뭐야 정말. 꼭 바람피다 걸린 사람처럼. 우스워 온새미로. “어? 우리 여보 친구다.” 걸음을 멈춘 형광이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도원석 또한 나를 발견한 모양인지 걸음을 멈추고는 소리쳤다. “여준아. 얼른 가자.” 말없이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형광이가 부담스러웠던걸까? 아니면 여준이가 이상황에서 폭팔할것만 같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형광이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걸까... 어쨌든간에 나는 여준이를 영차영차. 있는힘을 다해 이끌었고. 여준이는 무표정으로 조용히 따라와주었다. 형광이와의 거리가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고. 이내 가만히 서있는 놈을 지나칠때 쯤. 타악. 하고 형광이녀석이 별안간 내 손목을 잡아버렸다. 으윽. 이 미친놈아. 넌 지금 상황파악이 안되는거냐. 여기서 내 손목을 잡아버리면 어떻하자는 거냐구. “저기. 혀.형광아” 젠장 목소리까지 떨리잖아. “온샘아.” “어.??” “나 지금 존나 화나는데 어떻하지.” 형광이가 항상 웃는모습만 봐오다가 가끔씩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을때면 정말 2배이상 더 무서워진다. 잔뜩 기죽어서 아무말도 못한채 서있는데. “손 떼.” 결국은. 여준이의 인내심이 뻐엉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린모양이다. 화를 꾹꾹 참는듯한 그 목소리로 형광이를 향해 ‘손 떼.’ 라고 조용히 녀석이 말했다. 안돼. 여준아! 지금 싸우면 수적으로 너무 불리해! 형광이 무리는 자그마치. 하나.둘.셋.넷.다섯.여..여섯이나 된다구! “뭐야. 너 돌았냐? 어디서 굴러왔길래 이렇게 씨발황당스럽냐?” 이런. 또또가 여준이에게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고 나는 재빨리 여준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눈을 꼭 감은채 맞을 각오를 하고는 소리쳤다. “라경이한테 나뭇잎사건 말할꺼야!!!!!!!!!!!!!!!” 휴우. 다행이도 또또는 여준이에게 달려드는것을 멈춘채 뻥져있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뭇잎사건을 아는 아이들은 저마다 푸하하 하면서 자지러지게 웃어댔고. 또또가 얼굴이 붉어진채 내게 소리치려는 찰라. “오토바이 타러 안가?” 짜증난다는 투로 형광이가 말했다. 그러자 운좋은줄 알라면서 내앞에서 깐쭉대던 또또는 형광이 무리와 함께 고맙게도 사라져주었다. 김형광. 뭐야 너 화난거야? “온새미로.” 형광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무렵이였다. 여준이가 무섭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어..?” 그제서야 여준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보는 알수없는 표정을 짓고있는 여준이. “만나지 말랬잖아.” 놈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준아. 그게 아니라. 그러니깐. 지금은 우연이야 순전히 우연. 그리고 아까 그 또또라는 애는 나랑 동거하는애있지? 라경이 애인이라서 몇 번본거뿐이고. 음 또. 그래 개 김형광은 사귀는 사람도 있어.” 나도 모르게 여준이에게 거짓말과 변명을 줄줄 늘어놓고 있었다. 이렇게서라도 형광이를 만나고 싶었던거 같다. 항상 고맙고 미안한 여준이를 속여서라도. “개가. 왜 니 손을 잡고 있었던건데.” “개. 원래 손같은거 잘잡아. 내손을 잘 잡았다는건아니구. 서..성격이 그래 성격이 좀 싸이콘가봐” 미안. 미안해 형광아 널 싸이코로 타락시키고야 말았구나. “...........” “안만나!! 여준아 안 만날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응??” 내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여준이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익숙히 하얀 담배를 입술에 비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이내 담뱃불이 빨갛게 타올르면. 언젠가도 들었던 그 슬픈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만나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말도하지마. 마주치지도 마. 안그러면.” “....어..?” “너 또 울어. 병신아. 살기 싫어진다고...” “.....무슨..말이야..?” “후. 영화나 보러가자.” 담배연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알싸한 향이 느껴질때. 여준이는 한모금밖에 피지 않은 그 담배를 퉁겨 버리고는 내 손을 잡았다. 도대체 무슨말이야. 윤여준. 왜그렇게 날 혼란스럽게 만들어. ........ ....... ... 영화는 하나도 재미없었다. 영화를 보기보다는 순전히 ‘형광이’ 생각만 했으니. 이것도 참 중증이다. 중증. 어디선가 지독한 짝사랑 이라는 글을 읽었었는데. 내꼴이 꼭 그 꼴이랑 다를바가 없는것 같다. 후우. “영화 괜찮았지.”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여준이가 입을열었다. “어? 으응.” 나는 조금 남은 팝콘을 입에 다 털어넣고는 대답했다. 팝콘만 다 먹었네. 영화도 못보구 정말 이게 뭐야 엉엉. “이제 뭐할래?” “흐응 그러게.” 아까까지만해도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형광이의 등장으로 팍 다운대버린 느낌이다. 나도 여준이도 온통 형광이 생각밖에 안하는것 같다. 나는. 화난 형광이의 모습. 여준이는. 형광이를 어떻게 죽일까. “온새미로.” “어???” 급작. 내 어깨를 한손으로 잡는 여준이. “딴생각 그만해. 화날라 그러니깐.” “응.”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때 핸드폰이 쉬지않고 울려대기 시작했다. “누구야?” “모르는 번호야.” 여준이에게 대답해주고는 핸드폰을 받을려하는데 끈겨버렸다. 에에? 뭐야 잘못온건가. “오랜만에 노래방이나 가자.” “응응. 그래 알았어!!!” 정말 잘못왔던건가.?? 한참을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놓았다. 그리고는 앞서가는 여준이를 따라나섰다. “윤여준 같이가!!!!!!” “병신. 빨리와.” 토닥토닥. 녀석에게 달려가자 익숙히 내 허리를 감싸는 놈의 따듯한 손길이 느껴졌다. 흐음. 그나저나 자꾸만 그 전화 신경쓰이네. 기분탓이겠지 뭐. 노래방. 쾌쾌한 지하 노래방에 도착해서 “방 하나 주세요.” 라고 말하자. “어쩌죠. 방이 다 꽉 차버렸어요.” 노래방 언니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분명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도대체 어떻게 꼬셨길래. 남자가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거아냐?’ 라고.빌어먹을. “가자.” 여준이도 확실히 그 노래방언니의 표정이 맘에 안들었는지. 내 손을 이끌었고. 으응 이라고 대답한후 노래방을 나오려는데. “은향아. 그만울어. 괜찮을꺼야 응??” 별안간 파악 하고 노래방문이 열리더니. 아주 낯익은 여자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31. 4명이서 엉엉 울어대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그 아이들은 분명. 끔찍한 서은향네 무리였다. 그중 탈진할정도로 울어대는 서은향을 보자 나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세상에. 마스카라 번진것좀봐. “나 정말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죽어버릴꺼야!!” “서은향. 니가 말이 꽃이 된다는말 몰라??!!!” 풉. 꽃이래. 나 미치겠다 꽃이래 푸하하하. “미친년들.” 여준이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그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나는 웃음을 참느라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아무리 무식해도 그렇지. 어떻게 ‘말이 씨앗이 된다’ 라는말을 꽃이라고 바꿔 쓸수 있는걸까? 그것도 이렇게나 심각한 상황에서 말야 “나 정말 어떻하지? 진짜 다리에 힘이 쫙 풀리고. 하아 정말 어떻하..” 친구들에게서 부축을 받으며 나오던 서은향은 이내 날 발견해버렸다. 뭐. 인사하기도 안하기도 뭐해서 그냥 슬며시 웃어주자 마스카라가 온통 번진 얼굴로 나와 여준이를 번갈아 보던 서은향은 하 하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뭐래냐. 얘는 또 “뭐가?” 카랑카랑한 그녀의 목소리에 대답하자. 여준이가 내앞에 서서 서은향을 내려다 보았다. “뭐야. 너. 지랄하지말고 꺼져.” “여준아 하지마.” 행여나 여준이의 손이 망설임없이 서은향에게 나갈까봐 놈의 두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 그때 서은향 친구가 귓속말로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자 서은향은 여준이를 한번 보더니 “온새미로. 너 참 능력 좋다.” 라고 비꼬우며 내게 말한후 지나쳐 갔다. 상대를 말자. 온새미로 상대하지 말자구 “여준아 신경쓰지마. 이제 방 비었죠? 저방 들어갈께요. 여준아 들어가자.” 열받은 여준이 등을 떠밀며 서은향이 있었던 방에 들어갔다. 정말 과간이다 과간. 그녀들이 있었던 방은 온통 담배연기로 가득차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바닥에 침 뱉은 꼬락서니하고는. 쯧쯧 “야 딴데 가자.” 기분나쁘다는듯 여준이가 나를 잡고는 그곳을 나오려할 때. 그래 바로 그때였다. 드르륵. 드르륵. 다시 모르는번호가 핸드폰에 떳다. 아까와 같은 낯선번호. “여준아 잠깐만. 여보세요.” -온새미로 핸드폰 맞아요? 흐으응. 번호는 낯설지만 목소리는 낯설지가 않다. 이건 분명 아까 본 또또의 목소리인데. “도원석?” -야. 너 빨리 삼성병원으로와. “뭐.뭐야 갑자기 뜬금없이.” -전화 존나 안받아. 빨리와 203호다. “뭐...?” -김형광. 오토바이 사고났다고. 달칵. 전화가 끈겼지만. 나는 핸드폰 플립을 닫지 못한채 멍하니 서있을뿐이다. 침착. 온새미로 침착하자. 침착해. 그러니까. 형광이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는거. 그래서 아까 서은향이 울면서 그렇게 쌩 난리를 친모양이다. 삼성병원. 203호. 삼성병원. 203호. “여..여준아. 나. 나 잠깐?병원좀 갔다올게. 병원좀.” “너 못가.” 전화내용을 다 들은 모양인지 여준이가 내 손목을 잡고는 놓아주질 않았다. 어떻하지. 형광이. 형광이 어떻해 “여준아 제발!!!!!!!!!!!!제발. 제발 나좀 살려줘.” “뭐?” “여준아. 제기랄. 나좀 나줘. 형광이 보러가야해. 여준아 제발.” 어처구니 없다는듯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여준이였다. 이렇게 돼서 아까 거짓말이 다 들통난 셈이지만. 내겐 그런것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형광이. 오직 머릿속을 가득 메운건 야속하게도 그놈의 김형광. 스르륵. 천천히 꽉 잡은 여준이의 손에서 힘이 풀렸고.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노래방을 나와 뛰기 시작했다. 여준이에게는 정말 죽도록 미안하지만. 벌써 심장에 이만큼이나 차버렸어. 그놈이. \삼성병원 쉴틈도 없이 굳세게 달려 삼성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병원냄새를 맡을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2층 계단을 우왁스럽게 올라갔다. “203호. 203호.” 정신없이 혼이 나간사람마냥 중얼거리며 203호를 찾았다. “원. 참 오늘 병원이 왜이렇게 떠들썩한거야. 뭔 대단한사람이라도 입원한겨?” “그러게 말입니다. 쯧쯧” 나를 보며 지들끼리 수다를 떠는 간호사 언니들을 한번 쳐다봐준후. 나는 다시 203호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203호. 찾았다.!!! 벌커억. 난 숨돌릴 새도없이 문을 세게 열었다. “형광아!!!!!!!!!!!!!!!!!!!!!!” 내 눈물섞인 외침에 조용해진 병실. 젠장 1인실이다. 웃고 떠들고 있던 아이들은 내 등장에 일순간 조용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런것따위는 무시해버리고는 (날 노려보고있는 정하울과 서은향네 패거리도 자연스럽게 무시했음) 형광이를 찾았지만. 형광이는 보이지 않았다. “도원석. 형광이 벌써 수술하러 간거야?? 아니면 죽기라도 한거야??” 할수없이. 빵을 먹고있는 도원석에게 물었다. 도원석은 우물우물거리며 입에 있던 빵을 다 씹어 먹고는 내게 말했다. “아니. 니 뒤에 멀쩡히 살아있어.” 빙그르르 또또의 말에 따가운 시선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뒤돌아서자 무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하얀 병원복차림의 형광이가 보였다. 이리저리 하얀 반창고로 도배되 있는 녀석의 팔과 얼굴. 그리고 기부스를 하고있는 다리. 예상과는 달리 다소 멀쩡한(?) 형광이의 모습을 보고는 그제서야 안심이 돼서 후우 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김형광. 정말 엄청 걱정했다구. 여준이에게 거짓말한걸 금새 들켜버린것 따윈 중요하지 않을정도로 걱정했다구. “형광아 괜찮아?” “도원석. 니가 전화했냐?” 윽. 글쎄 이놈이 내말은 씹고선 대뜸 도원석에게 소리친다. 뭐야. 이놈 아까 그일 때문에 화난건가. “응. 내가 전화했어!!” 빵 부스러기를 입가에 이리저리 묻힌채 도원석이 자랑스럽다는듯 소리치면 “짜증나는거 알지. 왜 전화해.” 놈은 나를 지나쳐 절뚝거리며 도원석에게 말했다. 형광이 말에 살짝 입가를 올리는 서은향. 꼬셈이다는듯 나를보며 웃어댄다. 분하기보다는 억울하다. 얼마나 걱정했는데. 놀라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것도 모를정도로 뛰어왔는데. 차가운 형광이의 모습에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왜! 너 오토바이 사고 난것도. 온새미로 남자친구 때문에 열받아서 속도 높이다가 사고 난거잖아” 연이어 들려오는 도원석의 목소리에 그런 감정은 눈녹듯 빠르게 사라져 주었다. 결국 나 때문에 사고 난거야? “형광아.” 조심스럽게 놈을 부르자 못들은척 침대에 누워버리는 하얀 병원복의 형광이. “야. 너 보기 싫대잖아. 니 남자친구랑 잘 노닥거리지 왜 왔냐?” 이런 죽일. 서은향이 꽥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서는 나를 문쪽으로 거세게 밀었다. 하지만 나는 끄떡도 안한채 형광이에게 소리쳤다. “나 정말 보기싫어? 가줬으면 좋겠어??” “어.” 어. ‘응’도 아닌 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의 짧은 대답. 나는 잠시 멍해지고야 말았다. 할말을 잃었기 때문이랄까. “김형광. 너 정말 소심하다. 아니! 쪼잔해 그런거 가지고 삐지냐? 그래서 기껏 병문 온 사람한테 하는 소리가 고작 그거야?” “.......” 아무말 없이 핸드폰을 돌리며 노는 녀석. 기가 막힌다. 갑작스럽게 나오려는 눈물을 재빨리 막고는 “그래. 내가 너에 대해 정말 많이 착각한거같다. 고마워. 일찍 깨닫게 해줘서 말야.” 비참한 한마디를 남기고는 병실을 나왔다. 남자세끼가 되가지고 말야. 정말 뭐하는거야. 내가 얼마나 걱정하면서 왔는데.. 혹시나 붙잡아 줄까. 붙잡진 않을까 하는 기대로 평소보다 훨씬 느린 걸음으로 병원을 나왔지만. 병원 앞에 도착할때까지 형광이는 날 붙잡지 안았다. 뭐가 그렇게 화난걸까. 문병안 온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내쫒을 정도로. 그냥 돌아가기가 뭐해서 병원 앞에 마련된 벤츠에 홀로 앉았다. 젠장 김형광 나쁜놈. 32. -------------- “쿠우울쩍. 아 맞다!!” 여준이! 여준이한테 그렇게 하고 왔으니. 내일 난 죽은목숨이겠구나. 핸드폰을 꺼내 봐도 여준이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전화라도 해볼까. 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이유는 왠지 지금 전화하면 악효과가 날껏 같았기 때문이랄까. “하울아 오늘 니네집가서 자면 안돼?” “응? 왜” “엄마한테 오토바이 산거 걸렸어.” “나 오늘 영광이네형 집에서 놀껀데” “진짜?!! 아싸!!나도 같이가자!!!” “싫어 또또. 넌 저리가” “잉잉 왜!! 나도 같이놀아 알았지??” 그때. 갑자기 병원앞이 시끄러워졌다. 역시나 길낄대며 함께 걸어오는건 형광이네 무리와 서은향네 무리였다. 사이가 조금 안좋은건지 형광이네 무리가 앞에가고 서은향네 무리가 조용히 뒤를 따라가고 있다. 저놈의 도원석은 왜그렇게 어디서든지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거야? 정말 동내 챙피하다니깐. “어! 영광이형. 네저희 지금 나왔어요. 형광이가 혼자있고 싶다구해서요. 근데 저 오늘 형네 집 가도 되요??!네!!” 멀뚱히 전화를 하는 또또를 비롯한 형광이 친구들이 병원 정문을 나설때까지 그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나는 조심스럽게 병원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호라. 그럼 이제 김형광 병실에 너 혼자만 있다 이거지. 타악. 벤치에서 일어서서 나는 용감하게 다시 놈에 병실로 향했다. 뭐. 내쫓으면 다시 들어갈 심신으로 말이다. 병원에서 계속 죽치고 기다릴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똑똑. 병실앞에서 몇분간을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한번! 똑똑. “.................” 하지만 돌아오는건 묵묵부답이였다. 좀 우스운가? 그렇게 소리를 꽥 질러놓고 말야. 별안간 갑자기 찾아오는거 많이 우스운건가. 그래. 솔직히 말하면 조금 많이 우스운거 같다. 온새미로 많이 우습다! 흐응!. 결국 놈을 보는걸 포기하고는 픽 하고 웃으며 돌아설려는 찰라. 벌커억. 하고 문이 별안간 열렸다. 제기랄.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구나. 왜 문을 두드렸냐는듯 뻘쭘해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형광이. “아 그러니깐. 너말야!!!!!” “응.” 정말 짜증나게도. 놈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그러니까 너!!!!!!!!!!!!!왜!!!!!!!!” “빨리말해.” “........왜 화가 난거냐구..” 아까 소리를 빽빽 지르던 온새미로는 어디간건지.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녀석. 왼쪽뺨에 붙여진 큰 반창고 하나가 인상적이구나. “너 같으면..” 낮아진 형광이의 목소리에 움찔하는 온새미로. “응?” ....... ........... “너 같으면 좋아하는 여자애가 어떤놈이랑 있는데 화 안나겠어?” 일순간 얼굴이 화끈. 하고 달아올라버렸다. 무표정으로 저런말을 하고는 고개를 훽 돌려버리는 놈을 보다가 나는 벌개진 얼굴을 감추지 못해서 고개를 푸욱 하고 숙였다. 뭐야 정말. 이놈이 또 사람 감동먹게 만드네. “그. 그래!! 미안하게 됬다!!!병원복 참 예쁘다!” 윽. 이게 아닌데. 엉뚱한 말을 내던지고는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정말 멍청한 바보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단 한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이유? 하얀 병원복에 갈색눈을 가진 그 사내가 내 뒷덜미를 콱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야 하필이면 뒷덜미를 잡냐? 쪽팔리게. 팔목을 잡던가!!” “너 좋아해.” 이. 이게 정말 미쳤나! 아까부터 왜그렇게 심장 터질 얘기만 늘어놓는거야. “그. 그래 알아.” 온새미로의 대답은 고작 이거였다. 그럴줄 알았다는듯 내 뒷덜미를 친절하게도 놓아주고는 병실로 들어가버리는 그아이. 나는 놈이 문을 잠궈버리기 전에 병원냄새보다는 녀석의 특유의 시원한 냄새가 가득한 병실에 따라 들어왔다. “뭐야. 나가” 침대에 누워서 삐딱하게 녀석이 나를 향해 소리쳤지만. 나는 정말 아랑곳하지 않고는 가운데 손가락을 놈에게 치켜세웠다. 이왕 이렇게 된거. 밤새도록 찐하게 간호나 해주자. 그래.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말야. “내일까지 내가 간호해줄게.” “뭐? 너 미쳤냐?” 짜식. 기겁하기는. 나는 멋대로 놈의 침대 밑에 작은 침대를 꺼내고는 누워버렸다. “온새미로 너 짜증날라 그래” “나도 가끔씩 내가 짜증날 때 있어.” “가. 너랑 같이 있기 싫어.” 깁스한 발로 나를 툭툭 치는 싸가지 김형광. 이렇게 상처를 주시겠다? 으으 참자. 참아. 나는 이불을 머리위까지 올리고는 뒤돌아 누웠다. “옆에 있어준다구!!!쿨쿨. 이제 나 잘꺼다. 말걸지마. 쿨쿠우울!!!” 아무리 그래도. 쿨쿨 이라고 소리낸건 미친짓이였지만 그래도 놈 옆에 누워있을 수 있다는게 기뻣다. 지금 내게는 일정하지 않은 속도로 자꾸만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도 마냥 기분 좋은 음악이였다. ".........." 그렇게 형광이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자정을 향해가는 시간이 였기 때문에 나는 누운지 5분도 안돼서 잠이 들었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통화를 하는 형광이 때문에.. 잠에서 깬건 그로부터 1시간후였다. “오지마!!!!!그냥 오지마!” 나는 녀석 덕분에 잠에서 깻지만. 통화를 방해할것만 같아서. 통화가 끝날때까진 잠자코 누워있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누구랑 전화하길래 저렇게 다급한걸까. [왜 형광아. 엄마가 가서 병간호한다니깐.] 하지만 내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조용한 병실이라 상대편의 목소리가 떵떵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뭐야 김형광. 엄마랑 친하잖아? 부럽다. “싫어. 오토바이타서 이런거 알면 아빠한테 나 죽어” [아빠한테는 엄마가 잘 말할테니깐. 엄마 지금 죽쒀서 갈테니깐.] “아 싫다고. 나 지금 같이 있는 사람 있어” [누구. 친구??] “아 몰라. 그냥 계속 같이 있고싶어. 끈는다.” 달칵. 전화가 끈기고는 또다시 울려대는 핸드폰을 말없이 꺼버리는 녀석.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나는 푸풉 하고 웃어버렸다. “가라면서. 같이 있기 싫다면서요.” 내말에 놈은 아무말없이 뒤돌아 누웠다. 나는 그런 형광이의 등을 보면서 한참을 키득댔던걸로 기억한다. 주책이였지 뭐. “형광아. 자?” 잠시후 잠이 싹 달아나 버린 나는 괜히 형광이의 등을 쿡쿡 찔러대며 놈을 건들였다. “응.” “자는데 어떻게 말을해?” 내말에 인상을 팩 찡그리고는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는 형광이. 으아. 무섭기도해라 “건들지마. 잘꺼다.” “너 계속 나한테 이렇게 대할꺼야?? 언제까지 화낼꺼냐구요” “야.” “왜애?” 깐죽거리며 놈에게 얼굴을 들이대자. 그제서야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는 형광이였다. 내 머리를 쭈욱 하고 잡아당기는 녀석 “으아악. 놔라? 왜 갑자기 머리를 잡고 그러냐고!!” 33. 늦은 밤인줄도 잊은채 소리를 꽥 질러댔다. “너 아까.” 그런 나를 보며 형광이가 입을 열었다. 조금은.. 무겁게. “나 아까 뭐?” “힘들어보였어.” “뭐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 옆에있는거.” 그래. 형광이는 모든 사실을 알고있지. 잠시 깜빡 잊고있었던 모양이다. 내 눈가가 젖어가는것을 느끼자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나저나 너 화 풀린거야??” “아니.” “자꾸 지랄할래?!!!” “온샘아.” 오예! 예전에 그 따듯한 음성이다. 이제 드디어! 니가 화를 푼 모양이구나 김형광! “응! 응응!” 오바스럽게 고개를 끄떡이자. 형광이는 이제야! 밝게 웃으며. 놈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나 배고파.” 라고 뭐같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여 댔다. 부글부글. 감격적인 화해를 꼭 이렇게 해야겠니? 사실 화해라고 할것까지도 없었지만. “그래서 어쩌라구!” “나 화도 다 풀었는데.” “어쩌라구요?!” “배고파.” 맙소사. 나는 결국 못말리는 이 녀석에게 두손으로 싹싹 빌기 시작했다. “야 제발 부탁이야. 지금 세벽 1시가 다되가. 도대체 먹을걸 어디서 구하라는거야? 그리고 이봐! 김형광. 뭘 잊었나본대! 나 여자야.!” “응.” “으응? 응?? 응이라니!! 여자가 이 야심한 밤에 나가서 먹을껄 꼭 구해야 겠니??” “응.” 휴우. 내가 졌다 졌어. 그래. 화도 풀었으니 먹을거나 사다주자. 게다가 아프대잖아. 스스로 내 자신이 비참해지지 않게 합리화 시키며. 지갑을 들고 일어섰다. “뭐 먹구 싶어? 뭐 그냥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사올께!!” 자신있게 소리치고 나왔건만. 역시나 밤거리는 무섭다. 어두운 밤하늘에 잔뜩 쫄아서는 선뜻 병원을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뭐해?”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형광. 뭐야 너 혼자 내려온거야?” “얼른 가자. 나 배고파.” 내게 자연스럽게 어깨 동무를 하고는 절뚝이며 병원문을 여는 녀석. 이녀석 다리 삔거 맞긴 맞는걸까? 목발도 없이 잘 걷는다. 타악. 그럼 그렇지. 결국 형광이는 중심을 잃고는 병원 앞에서 넘어질뻔 했다. “형광아 나 비웃어도 되? 푸하하하하” “야 온새미로!!!!!!!” 허업. 꽤나 쪽팔렸는지 이 밤에 크게 소리치는 형광이 녀석. 나는 웃음을 겨우 참고는 그런 형광이를 부축했다. “알았어. 안웃을께!!” “눈도 축 쳐진게.” “야 너 미친거 아냐? 그게 뜬금없이 왜 튀어나와?? 메에!” 혀를 얄밉게 내밀자 분하긴 분했는지 입술을 꾹 깨물던 녀석의 결정타. “나 다리 나으면. 너한테 발차기한다.” 미친놈. 결국 삐져버린 나는 잔뜩 토라져서 편의점에 도착할때까지 놈의 장난을 모두 씹어버렸다. 그리고는 말없이 편의점에 들어가서 초코우유 한 개와. 요구르트 샌드 한개. 삼각깁밥 하나. 감자칩 한 개. 소세지 한 개를 사들고는 놈에게 타악 하고 내밀었다. “자 먹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존나 감사.” 전혀 감사하지 않는 투로 봉투를 받아 들고는 근처 의자에 앉아서 초코우유부터 마시는 형광이. 나는 쭈삣쭈삣 다가가 놈의 옆자리에 앉았다. 제기랄. 먹는것도 어쩜 저렇게 귀여운거냐고. “너도 먹어” 요구르트 샌드 빵봉지를 부욱 하고 찢음과 동시에 형광이가 말했다. 배 많이 고팠던 모양인지 뜯자마자 허겁지겁 한입 베어무는 녀석. “됐다. 난 안 먹어” 내말에 해맑게 웃으며 다시 한입 베어 먹는다. 휴우. 김형광. 이제야 서은향이 왜 그렇게 죽고 못사는지 조금은 알거 같다. 10분후. 내가 사온 모든걸 먹어치운 녀석은 배부르다면서 무작정 내 무릎에 누워버렸다. 처음엔 완강히 머리를 치우려 하다가 지금은 결국 놈의 푸석푸석해진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고 있는 중이다. “형광아 오토바이 타지마.” 조금의 침묵후. 나는 정말 용기를 내서 놈에게 입을 열었다. “왜?” 그냥 오토바이 타는거 싫어. 정확히 말하면 니가 이렇게 다치는거 싫으니깐. “주제 넘는 말일지도 모르는데. 그냥 안탔으면 좋겠어.” “오케이.” 정말 걱정했지만. 형광이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리고는 별안간 빠른 속도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시작했다. “또또. 나 김형광이다. 내일부터 니가 내 오토바이 가져. 이유는 묻지마. 몰라 병신아. 니가 가져.” 헐. 전화를 뚝 끈고는 내게 브이를 해보이는 녀석. 나는 망설임없이 놈의 넓은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김형광 미쳤어? 그렇다고 오토바이를 주면 어떻해!! 이 개념없는 자식아!!” “응. 나도 지금 막 후회하고 있는 중이야.” 울상을 짓는 무뇌아 김형광군. 하하. 정말 기가막혀서 할말을 잃어버렸다. “빨리 전화해. 뻥이였다고. 그래! 만우절 재방송이였다고!!” “싫어.” 이게!!!!!!!! “빨리 못해? 나중에 후회해서 괜히 내탓하지 말고!!” “더 좋아.” “뭐??” ...... ......... .... “오토바이보다 니가 더 좋다구” 결국 못말리는 김형광 때문에 오늘도 그만 웃어버리는 온새미로였다. \다음날. 간호를 핑계로 놈 옆에서 무사히 하룻밤을 지낸 나는 아침에 형광이보다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는 학교갈 준비를 했다. 다행히도 교복을 입고 온터라 집에는 안 들려도 된다!흐흐. “학교 끝나고 와.” 침대에서 잠이 덜깬 귀여운 얼굴로 형광이가 말했다. 나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지 “안돼. 난 니 친구들 싫단말야.” “내 친구들도 너 싫어해.” “알거던??” “안오면 내가 간다.” “얼씨구” 켕 하고 비웃으며 병실을 나서려는데 형광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웠다. “온새미로 잠깐만!” “응? 왜?” 조심스럽게 일어서더니 별안간 내게로 한쪽발을 절뚝이며 다가오는 녀석. 뭐.뭐야 “야 김형광 너 왜그래!!” 당황한 내말을 모조리 무시한채 놈은 그순간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뺨에다가 뽀뽀를 해버렸다. 세상에나!!!! “잘가.” “잘가라니?? 김형광!!!너 정말 죽을래?” 사실은 좋아 미치겠으면서. 갈기갈기 날뛰며 놈에게 달려들자. 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한발자국 물러스고는 “나 환자.” 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소리치는 형광이였다. 으구. 나는 할수없이 그런 놈을 흘겨본후. 병실을 나왔다. “풉..” 터져나오는 웃음을 한쪽손으로 막고는 기분 좋게 등교를 하려하는데 아주 낯익고도 정말로 싫은 누군가가 내 손을 타악 하고 잡았다. “정하울...?” 그랬다. 정하울이였다. 학교가기전 잠깐 들린건지 녀석은 교복차림이였다. 이젠 여전히 귀엽게 생긴 외모가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성격은 저렇게 파탄자면서 귀엽게 생기면 뭐하냐구. “너가 왜 여기서 나오는지 물어봐도 되냐?” 남이사! 무슨상관이래! “말하기 싫은데.” 딱 부러지게 말하고는 손을 뿌리치려는데 이놈 힘이 보통 쎈게 아닌지 좀처럼 놓아주질 않는다. 휴우. 아침부터 정말 재수없게 뭐야. “야. 너 나좀보자.” 예전같았으면 말이다. 예전에 온새미로 같았으면 당장에 싫다고 싹뚝 자르고는 뒤돌아 섰을텐데. 지금만큼은 다르다. “응 그래 좋아. 그전에 손 좀 놔줄래?” 정하울. 해볼테면 해보자구. 34. \병원옥상 휘리리릭. 이건 무슨 액션영화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서늘하게 부는 바람까지 우리앞을 지나가니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구려. 그래. 놈이 날 이끈곳은 병원앞도 아닌. 병원 뒤도 아닌 바로 병원 위 옥상이였다. 예쁜 정원에 서서 나는 짜증나게도 새깐한 정하울놈을 노려보았다. “할말있으면 빨리 해줄래?” 이렇게 사람을 옥상위까지 데려와놓고 무게만 잡으면 다냐? 정말 정하울 이놈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이다. “도대체 왜. 너 자꾸 형광이 앞에 알짱거리는거야.” 하. 기가막혀. 내 발밑에 침을 찌익 뱉고는 무서운 눈으로.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내게 함부로 손찌검할때의 화난 여준이 눈 같은 그런 눈으로. 녀석은 나를 흘겨봤다. “그러는 넌 왜 자꾸 내 앞에 알짱거리는건데.” 지지않고 맞받아쳤다. 내말에 픽 하고 우습다는듯 작은 실소를 터트리는 정하울 그 녀석. 정말 너무나도 싫은 그 녀석. “니가 싫으니깐.” 놈은 당연하다는듯 내게 대답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는거 잊지 말아줘.” “경고하겠는데. 김형광 앞에 나타나지마.” “니가 무슨권리로?” 난 김형광을 좋아해! 뻔뻔하다는거 알지만 자꾸만 보고싶어. 녀석이 너무 좋아! 입안에서 수없이 멤도는 말을 꾸역꾸역 삼켜놓고는 말하자. 정하울은 정원 옆 의자에 앉더니 익숙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귀엽게 생겼다. 이건 뭐 도원석은 저리가라잖아? “친구니까.” 하얀 담배연기를 두 번씩이나 뿜어대던 놈이 이내 말했다. ....... ....... 친구니까. 왜였을까. 나는 그순간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올것 같았다. 그만큼 놈의 목소리는 애절했다. 당당했던 내가 아무말도 못할정도로. 짜증날만큼. “한가지만 물을게.” 떽떽대던 목소리는 어디간건지. 나는 어느새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다. “어.” “혹시. 너 나 알았어?” “............” 떨리는 내 목소리에 놈은 조용히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말해봐. 나 알았던거야? 예전에 온새미로를 알고있는거냐구..” “아니.” 개자식 단호하기는. “그럼 왜 그렇게 날 싫어하는건데.” “정하울은 김형광 친구니까.” “뭐?” 내 물음에 녀석은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지말고. 일찍 마음 접어라.” 그리고는 옥상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어쩌지.? 나는 들어버리고야 말았다. “막아야 하니까..” 라는 놈의 중얼거림을. 도대체 뭘?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움에 나는 주저앉고야 말았다. 분명한건 정하울이 무언가를 알고있다는건데... “........” 혹시 정하울. 김형광. 이녀석들이 내가 잃어버린 또 다른 기억일까? 아니야. 그건 말이 안돼. 앞뒤가 안맞잖아. 그렇다면 김형광이 날 모를 리가 없으니까. \학교. 정하울 개놈의 자식 때문에 1시간이나 늦어버린 등교. 저번에 무단결석으로도 모잘라 오늘은 또 지각이라니. 선생님은 혀를 끌끌 차시며 내게 호통을 치셨다. “온새미로!! 선생님이 정말 널 포기해야 하는거니??” 라고. 젠장을. 역시 정하울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에 오늘 일진이 사나운거 같다. “요즘 얼굴 보기 힘든 온새미로! 안녕?”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민경이가 말을 상당히 비꼬우며 나를 반겼다. “흐흐. 그래 정말 오랜만인거 같구나.” “정말 오랜만인거 같구나아?? 온새미로 그것차암. 말 한번 잘한다.응?” 알구있어. 민경아. 하지만 그렇게나 부담스럽게 얼굴까지 들이 댈 필요는 없다구 본다!! “이번시간은 뭐야?? 요즘 통 정신이 없어.” “니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이거덩?”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민경이.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난듯 손뼉을 딱 치며 “참 온새미로. 나 너한테 할말있었어.” “응? 뭔데??” 나는 수학책을 꺼내며 울상을 지었다. 수학은 정말 싫다. 필요도 없는 수학! 왜 이렇게 어렵게 공부하냐구. 그냥 돈계산만 잘 하면 되는거지! 쳇. “나 배고파. 매점가서 빵하구 소세지하고 우유사줘” .... 가끔씩 나는 민경이의 저런 배짱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민경아 너는 하나뿐인 친구를 그렇게 아구작 뜯어 먹구 싶어?” “하나뿐이 없는 친구니까 더더욱이지!! 사줄꺼지? 아싸. 가자가자!” 교실에 들어온지 얼마나 됬다고 다시 나를 마구 일으키는 민경이. 나는 할수없이 그녀를 따라서 매점으로 향할수밖에 없었다. 엉엉 장담하건데 이런식으로 얼렁뚱땅 내 용돈의 30%는 민경이 배로 쏘옥 들어간다. “너 무단결석한날. 담임이 한숨을 푸욱 쉬는데 얼마나 웃겼는줄 아냐? 낄낄.” 매점으로 가는 길. 복도엔 온통 민경이의 깔깔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할튼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목소리가 큰건지 모르겠단말야. “그럴일이 좀 있었어. 근데 나 방과후에 학교 왔어.” “진짜? 나는 남친이랑 데이트를 했지.” “뭐어?? 너 또 남친생겼어??” 민경이의 폭탄선고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리를 꽥 질렀다. 너무 크게 지른 탓인지 귀를 막으며 눈을 찡그리던 민경이가 이내 조잘대면서 입을 열었다. “응응 이번엔 말야!!!” 그렇게 한참을 민경이의 새 남자친구 이야기를 듣고있을 무렵이였다. “아씨. 존내 아퍼. 야 나 한 30대는 넘게 맞은거 같아.” “응. 나도. 맷돼지한테 하필이면 담배 걸릴게 뭐냐.” “여준아 괜찮냐? 세준아 이세끼는 개겨서 50대 넘게 맞았잖아. 푸하하” 교무실에서 저마다 엉덩이를 비비며 나오는 무리 하나로 인하여 복도가 시끄러워 졌다. 그중 무표정으로 걸어오는 한사람을 보자 나는 걸음을 뚝 멈춘채 굳었다. 여준이다. “윤여준이네...? 야 너 표정이 왜그래 또. 싸웠어?” 내 굳어진 얼굴을 보며 걱정스럽다는듯 민경이가 말했다.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놈과 나는 싸운건가?? 그렇게 손 놓고 형광이 병실로 뛰어갔으니. 여준이는 많이 화났을게 분명하다. “어? 형수님~~” 그때 여준이 친구들중 나랑 그나마 친한 세준이가 굳어있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냈다. 그와 동시에 무표정의 건조한 여준이의 눈이 내게로 향했다. 으으 정말 미치겠다. “여준아.” 용기를 내서 이름을 부르자 여전히 무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여준이. “야 너 왜그래?? 형수랑 뭔일 있냐?” 세준이도 이상함을 느꼇는지 여준이를 거들어보지만 여준이는 끄떡도 안한채 나를 쳐다보고 있다. 상처받은 눈으로.. 나는 두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보기싫어 여준아. 그런 눈 정말 두 번 다시 보지 않을줄 알았는데. “온새미로” 이윽코 놈의 입이 열렸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떡 끄떡. “변명 해.” 뭐? “여준아. 뭐라구.?” “여기서. 변명 해. 어제 있었던일. 내 머리가 이해할수 있도록 변명해봐.” 아이들이 삥 둘러싸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준이는 여전히 무섭고 차가운 말투로 나를 원망하며 말했다. 하. 변명을 해야할텐데. 그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예전같았으면. 분명 나는 말도안돼는 변명을 늘어놨을텐데. 지금만큼은 픽 하고 웃어보였다. “변명할거 없어..” 여준아 내 마음. 니가 본 그대로야. 개구지고 항상 제멋대로인 김형광 그녀석에게. 벌써 이만큼이나 기울었어. 정말 끔찍하게도 그녀석을 좋아해버렸어. “너....” “........” “말 다했냐?” 뚜벅 뚜벅. 갑자기 놈이 내게로 걸어오는걸 세준이가 급하게 말렸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아버렸다. 항상 이런식이야. 윤여준. 넌 날 장난감으로밖에 생각하지 안잖아. 난 너의 충실한 개야. 니가 웃으라면 웃어야하고. 니가 어딜 가자 그러면 따라 가야해. 니 앞에선........ ...온새미로는 죽었다구. “미로야. 울지마 왜울어. 윤여준 그만해” 토닥토닥. 민경이가 내 등을 두들겨주었다. 어느새 구경꾼들은 겉잡을수 없이 많아졌고 간간히 ‘어제는 키스하고 난리치더니 오늘은 또 왜이래?’ ‘잘된거지. 차라리 깨져라. 재수없었는데!’ 라는 말들도 내 귀에 들려왔다. “온새미로. 어쩌라고. 그래서 지금 어쩌자고.” 그때 삐딱하게 여준이가 버럭 소리쳤다. “야 윤여준!!!!!! 그만 안해?? 너 정말 제정신이냐? 미로는 니 여자친구야!!! 니가 화날 때 화풀이 하는 대상이 아니라구!!! 미로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야. 왜 그렇게 구속해?? 너 정말 온새미로를 사랑하긴 하는거냐? 내가 너라면 절대 이렇게 굴지 않아! 적어도 사랑한다면 말야!!!” 결국 폭팔해버린 민경이가 핏대까지 세우며 여준이에게 소리를 쳤고. 그말을 듣자 열받은 여준이 친구 세준이가 민경이에게 “야. 넌 끼어들지마. 니가 뭔데 끼어들어? 얘네 둘 일이야. 가만히 빠지라고.” 라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이들의 수근거림이 더욱 커져갈 때. 띵동댕동. 하고 때마침 수업을 알리는 종이 쳤다. 모든게 엉망진창이다. 모든게. 정말 모든게. 타악. 멈추지 않는 눈물을 그렇게 하염없이 닦고 있을때. 여준이가 빠르게 내 손목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일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 여준이는 내게 이런존재이기도 했다. “야!!!!!윤여준!!!!!!!!!미로 냅두란말야!!!!!!” “아 미친. 야 너 진짜 가만히 못있냐?” “하. 너야 말로 가만히 못있겠냐? 홍세준.?” “그만해라. 열받는다 나. 이러다가.” 내가 여준이에게 끌려가는 동안에도 민경이와 세준이의 싸움은 끈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준아 수업 종쳤는데..” 나는 재빨리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둔후 날 거칠게 끌고 가는 여준이를 불러 세웠다. 하지만 단박에 무시 당하고 말았다. 아무말없이 나를 학교 뒷 공원까지 끌고 가는 녀석. 휴 이번 이번 교시도 듣기 글러먹었구나. 35. 여준이가 내 손을 놔준건 뒷공원에 도착하자 마자였다. 벌겋게 부어오른 손을 메만지며 여준이를 쳐다보자 놈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여준아..” 난 아려오는 손목에 통증을 느끼며 여준이를 불렀다. 그러자 여준이는 하. 하고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더니. 눈물섞인 목소리를 내게 토해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안쓰럽게. “언제쯤 기억할껀데. 너 언제쯤 나 기억해줄건데!!!!!!!!!!! 내가 얼마나 기다리고. 얼마나 불안해 해야 기억해줄건데!!!!. 윤여준을 얼만큼 무너트려야. 얼만큼 병신을 만들어야 기억할꺼냐고!!!!!!!!!!!” 그럼 어떻게. 아무리 해도 기억이 안나는데. 노력해봐도. 기억하려고 노력해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여준아 그럼 난 어떡하라구.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제발 그 소리 좀 그만해!!!!!!!!!!!!!!” 눈물고인 눈으로 놈은 그렇게 소리쳤다. “여준아...” “김형광 만나지마. 한번만 더 만나면 나도 어떻게 변할지 몰라.” 윤여준. 니가 형광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저번에 들었나? “............” “대답.” “.......” 여준이의 말에 선뜻 대답을 못한채 나는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내 모습에 놈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대.답.해” 할수없이 나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다 할게. 니가 하라는거 다 할게 여준아. 니가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키스하자면 키스하고. 원하는건 다 할게. 그러니까 형광이는 만나게 해줘.” ...... ... 정말 큰 용기를 낸 말이였다. 여준이를 속여서라도. 여준이에게 빌어서라도 형광이를 만나고 싶었다. 형광이와 웃으며 얘기하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유일하게 웃을수 있는 시간은 민경이와 있을때라고 했던적이 있는데 지금은 형광이. 형광이와 있을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형광이가 좋다. 솔직히 아직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사랑까지 하고 싶다. 그녀석이랑은. 그녀석을 사랑하고 싶다. “온새미로. 경고할게. 아프기 싫으면 그쯤에서 그만둬.” 아까의 거친음성과는 달리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여준이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무슨 깡이였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미안해 여준아. 형광이. 친구로라도 만나게 해줘. 욕심 안부릴게. 친구만 할게. 응?” “하하.” 기가막히다는듯 놈이 웃어보였다. “............”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서있는 나를 툭 치고는 학교로 들어가 버리는 녀석. 어떡하라구 여준아.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구. "여준아.." 간절한 내 목소리를 무시한채 여준이의 뒷모습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놈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지칠때로 지쳐버린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대며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채 무작정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온 곳은 형광이 병실 앞이였다. 벌컥. 난 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재꼈다. 티비를 보며 핸드폰 문자에 열중인 형광이. “김형광.” 떨리는 내 목소리에 그제서야 내쪽으로 시선을 옮긴 녀석의 동공이 일순간 커졌다. “온샘아 너 울어?” 형광이의 따듯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놈에게 달려가 다친 녀석의 몸에 안겨버렸다. 그리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서럽고 서러운 눈물을 녀석의 품에서 한껏 쏟아내기 시작했다. “형광아. 나 어떡하지? 힘들어서 견딜수가 없어. 너무 힘들어.” 어쩔줄 몰라 하다가. 곧 울고 있는 내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는 녀석. 이유도 묻지 않은채 그렇게 형광이는 1시간동안이나 날 꽉 안아주었고. 결국 울다가 탈진해 버린 나는 본의 아니게 녀석의 침대에 누워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결국 다리 다친 형광이는 일어서있음. 젠장 이게 아닌데. 하지만 너무 울어댄 탓인지 일어날 힘도 없다. 뭐! 가만히 누워있자 의자에 걸터앉은 형광이가 조심스럽게 내 앞머리를 쓸어 내렸다. “환자 침대 뺏은 비열한놈” 개자식. 싫다는거 억지로 눞혀 놓고 저러내! “‘환자 침대 뺏은’ 까지는 인정하겠는데 여자보고 비열한 놈이 뭐냐.” “멋쟁이 김형광 맘.” 말은 저렇게 해도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형광이의 손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정말 소중하다는듯. 쓰담는 녀석의 손길은 정말 부드러웠다. “근데 왜 안물어봐? 우는 이유.” 조심스럽게 놈의 손을 치우고는 물었다. “별로 안 궁금해서.” 웃기시네! 흥! 안절부절 못했으면서! “그으래? 잘났어 김형광 정말.” “온샘아. 나 미쳤나봐.” 엑? 뜬금없이 소리치는 형광이. 침대에 턱을 괴고는 누워있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래 너 잘생긴거 안다니깐??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그러냐 “니가 왜 미쳤냐.?” 실실 웃으며 대답하자마자 불쑥 튀어나온 경악적인 형광이의 말이 날 충격의 도가니탕으로 끌구 갔다. “자꾸 너한테 뽀뽀하고 싶어.” 이런 세상에!! 이놈이 정말 저번부터 미친거 아냐? “변태.” 놈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소리쳤다. 그러자 고개를 마구 끄떡이며 푹신한 침대에 그 하얗고 뽀얀 얼굴을 푸욱 하고 묻는 녀석 “응. 나도 이런 내가 존나 짜증나.” “미친놈.” “인정한다. 김형광 미친놈 됬으니깐 이제 내앞에서 입 가리고있어” 어린아이처럼 중얼거리는 형광이. 괜한 장난기가 발동해서 나는 정말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알았어. 자 가렸어 봐바!” 그러자 침대에 묻었던 고개를 들진 않고 살짝 비틀어 입을 가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픽 하고 웃는 놈.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로 다시 내게 말했다. “코도 가려” “응.” “눈도 가려.” 얼씨구우??! “죽는다?” “쪽팔려.” “뭐?” “존나 쪽팔린다고” 사실 이때 나는. 어느 소설에서 나오는것처럼. ‘너만 보면 심장이 터질꺼 같아서’ 라던가 아니면 ‘두근대는 심장이 쪽팔려’ 라던가. 또 아니면 ‘니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내 얼굴 빨개졌어’ 라던가 등등. 이런 대답이 나오길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현실은 냉정하고도 참혹했다. “뭐. 뭐가? 뭐가 쪽팔려!” “니 얼굴” .................... 역시 김형광은. 김형광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흐응. 무슨말이냐고? 한마디로 개싸가지라 이거지! “그래. 쪽팔리게 생겨서 저엉말 미안하다.?” 괜히 툴툴대며 이제야 진정이 된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교복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지만. 전화나 문자 그 아무것도 와있지 않았다. 여준아. 어떡하지. 너랑 나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걸까. “갈라고?” 일어서는 나를 보며 형광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어대며 “형광아. 하루만..” “응.” “너 하루만 우리아빠 해줄래?” 내말에 무슨말이냐는듯 고개를 삐딱히 한 채 나를 바라보는 형광이 “하늘로 간 우리아빠말야. 니가 하루만 우리아빠처럼 웃어주고. 말해주고 나 예뻐해주고. 오늘 하루만. 딱 하루만 그래줄래?” 픽하고 놈이 웃었다. 그리고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오케이 싸인을 보내주는 녀석. 짜식 귀엽기는?. 그런 형광이를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럼 도망가자.” 뭐래는거야. 이자식이 엉뚱한 말을 마친후. 급작 몸을 일으켜 뒤에있는 하얀색 투명으로 된 목발을 집는 그아이. “어딜 도망가.?? 형광아 갑자기 미친거야?” 엉거주춤 일어서서 신이 나버린 녀석에게 꽤액 소리를 질러보지만. 무대뽀 김형광군은 아랑곳하지 않고는 목발을 이리저리 휘둘르며 말했다. “이거 처음해보는데. 또 졸라 호기심 생기게 재밌네.” 말같지도 않은말은 이제 그만 하시고! “형광아 어딜 도망가자는건데. 너 설마 지금 목발집고 가겠다는거야?” “응.” 당연하다는듯 놈이 대답했다. 이미 목발을 집고 나갈 생각이 머리에 꽉 차버린 듯한 형광이는 나 따윈 이미 잊은듯 즐거워 보였다. 이런 매친. 이제 드디어 목발한테 밀리는 순간이야? 그런거냐고! “야 너 사고 난지 얼마나 됬다구 이러는거냐? 내가 말한 아빠 노릇은 이게 아니라.” “응 알겠으니까 이제 가자.” 제기랄. 이녀석 내말은 다 무시하고 있음. “이런 미친놈아!!정신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도대체!” “온샘아” “왜!!” ...... ... “목발로 때리면 아플까?” 순간. 진지하게 말하는 녀석. 위협적으로 붕붕 목발가지고 장난을 친다. 뭐야. 저거가지고 날 때리겠다는거야. 뭐야 “너. 너 그거가지고 나 때리겠다는거냐?” “가자.” 서툴게 목발질을 해대며 병실 문을 화악 하고 열어재끼는 형광이였다. 할수없이 나는 조용히 놈을 따랐다. 하루동안 내 아빠가 되어달라는 말은 역시 말실수였을까 “형광아 근데 우리 어디가는건데??” 연신 목발을 신기해하며 걸어가는 형광이에게 나는 소리쳤다. 그러자 놈은 별안간 뒤돌아서 자신의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된 니 얼굴.” “” 기가막혀하는 날 보며 인상을 풀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녀석. “이렇게 바꾸러.” 하하. 김형광 역시 멋진놈. 나는 자꾸만 번지는 웃음을 애써 가린채 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미친놈. 웃지마라. 토 쏠리니까!” “반사.” “너 죽을래?? 목발 집고 있어서 불리 하다는걸 모르나 본데! 그래! 너 오늘 나랑 죽어보자!! 거기 서라?? 앙??!!!” 오열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나를 보며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툰 목발질로 도망치는 그 아이. 나는 그런 형광이를 간호사 언니가 조용히 하라며 소리칠만큼 빠르게 쫓아갔다. 그렇게 놈과 나는 어린애마냥 놀기 위해서 병원에서 도망 아닌 도망을 쳤다. 그리고 그건...... 정말.....본의 아니게도. 끔찍한 악몽이 되풀이 되는 시작점이 되고야 말았다. 36. "형광아. 너 또 대책없이 가는거지?? 어디가!!!! 병원을 무사히 빠져나와. 목발가지고 연신 장난을 치며 서툴게 앞서 걸어가는 녀석에게 소리쳤다. " 바다." 빨리 오라는듯 목발을 흔들며 말하는 형광이. 아아. 우리 지금 바다가는구... =0=..나가 아니잖아. 뭐라고??!! " 김형광. 바다?? 바다라고 그랬어 너 지금??!" 그래 잘못들었을거다. 발이 저런데 바다라니!? 아무리 천하의 김형광이라지만 그건 정말 너무해. 내가 잘못들었을꺼야. 김형광은 그렇게 생각없는애가 아니... " 응." 젠장.-_- 망설임없이 들려오는 녀석의 대답. 나는 재빨리 형광이에게 다가가서 놈의 단단한 팔을 부여잡고는 소리쳤다. " 미쳤어!!" " 누구 너?" " 아니 너!! 지금 너 병원복 차림에다가. 목발까지 짚고있는 환자야! 그런애가 뭐라구? 바다??" " 아 맞다. 나 병원복이였지. 잠깐만 온샘아. 금방 갈아입고 올께." 내말의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 이 바보 멍청아!!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형광이를 서둘러 붙잡았다. " 그냥 우리 병원에서 놀자. 바다는 솔직히 무리야." " 응 싫어. 바다가자. 걱정마 수영복 입으라고는 안할께" " 그 말. 좀 묘한 뉘앙스가 풍긴다? 잘못들으면 내 욕하는거 같다!!" " 니 욕하는건데." " 너 진짜 죽을래?." " 빨리 갈아입고 올게. 새깐하게!" 한껏 약이 올라있는 내 머리를 부비부비 하며 헝크러논뒤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형광이. 나는 멍하니 그런 녀석을 쳐다봤다. 정말 생각이라는게 있는 놈일까. 저렇게 대책없고 충동적이니. 속수무책이다 정말! 그렇게 형광이를 마구 씹어댄지 정확히 13분후. 병원복 대신 정말 쌔끈하게 옷을 갈아입고온 형광이가 병원에서 나왔다. 뭐 집고있는 목발이 상당히 언벨런스하다만. 역시 멋있다. " 그새 머리모양 바꿧냐??" 괜한 심통에 웃으며 내게 다가오는 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내게 자랑스럽게 브이를 내보이는 녀석. " 뻑갔냐?" 허! 김형광. 웃긴다 정말! " 전혀요. 근데 형광아 정말 우리 바다 갈꺼야?" " 응. 얼른 가자." 아쉽게도 목발을 집고있는 탓에 손도 잡지 않고는 형광이와 나는 기차역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야야 잠깐만. 이것만 알고가자. 갑자기 바다는 왜 가자는거야? 정말 뜬금없잖아!!" " 그냥." " 그냥??" " 수영복 입은 누나들 졸라 보고싶어서." -_-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말을 내뱉는 김형광을 한참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 야림따위는 별 신경쓰지 않은채 웃고있는 형광이였다. 할튼간. 재수똥! \ 수원역 자신의 왼쪽 눈 옆에 떡 하니 붙여져있는 반창고 때문인지 반투명 선글라스를 끼고있던 형광이는 수원역에 도착하자 빼꼼히 선글라스를 내렸다. " 답답해." 이내 선글라스를 빼고는 한쪽손에 올려 놓은채 나를 보며 말하는 형광이-0-. " 그러게 왜 선글라스를 끼고 그래.!" 내말에 인상을 쓰며 자신의 눈 옆 반창고를 가르키는 녀석. 역시 그랬군. 역시 그놈의 반창고때문에.-_- " 어? 야 너 근데 볼에 붙여있던 반창고는 또 어따가 뗏어!!?" 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무렵 그제서야 형광이 볼에 붙여져있던 큰 반창고가 없어진걸 알아챘다. " 아까 뗏는데." 몰랐냐는듯 심드렁한 말투로 대답하는 형광이. " 왜!!!!!!!! 김형광. 너 거기 아직 안아물었어!!!" " 응 알아." " 근데 왜 띠어 이놈아!!!!!!" 잘생긴 얼굴에 상처 나면 안돼는데ㅠ_ㅠ 갈갈히 날뛰며 약을 사온다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는 못말리는 형광이의 말에 멈춰버렸다. " 뒤에 서은향있다." " 뭐?? 정말로??" 말도안돼. 서은향이 여기에 왜있어?! " 응 정말로." 정말 이해할수 없었지만. 형광이의 말투가 진지했기에 고지곧대로 믿어버리고는 시선을 바닥으로 옮겼다. 서은향이 우리 둘을 본다면 분명 지랄을 하실테고 그러면 또 뭔가...아주 많이 복잡해 질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 형광아. 서은향 갔어??!" 잠시후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는 형광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하하하 웃으며 놈이 대답했다. " 완전 바보 . 서은향이 여기 왜 와. 병신~~" 어이없게도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놀려대는 형광이. 후우. 그래 니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걸 또 장난을 쳐!!! 기분이 팍 상해버린 나는 기차에 들어와서도. 자리에 앉아서서도. 기차가 출발할때까지도 형광이에게 아무말하지 않은채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툭툭. 그러자 불어 터질때로 불어 터진 내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는 녀석. 아무말 하지 않으니까 심심하긴 한가보지?!! 나는 인상을 확 찡그리고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아버렸다. " 김형광. 건들지마. 나 지금 삐졌다.!!" 라는 유치한 말을 잊지 않은채.-_- 그러자 형광이는 그런 날 보며 지도 기분이 나빴는지 내 볼을 툭툭 건드는것을 멈추고는 자신의 의자에 기대버렸다. 뭐.뭐야 요거 분위기가 또 이상하게 흐르네?!! 아직 바다도 안갔는데 말야!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아무말이 없자.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떳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건 무표정으로 핸드폰 문자에 죽어라 메달리고 있는 형광이. 도대체 쟤는 맨날 누구랑 저렇게 문자를 하는거야.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옆에있는 형광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 어이. 김형광 화났어?- 드르르륵. 그렇게 문자를 보낸지 1분도 채 안되서 온 답장은 가히 기가 막힐 내용이였다. - 계란사줘-김형광 " 풉. 알았어."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그제서야 옆에 있는 형광이에게 말했다. 형광이도 그제서야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웃었다. 드르륵. 드르륵 하고 놈에 핸드폰에선 끈임없이 문자가 왔지만. 우리의 자랑스런 형광이는 나를위해(?) 모두 무시해주고는 조용히 핸드폰 종료 버튼을 눌러주었다. 하하. 귀여운놈. 그렇게 단순한 형광이와 그의 못지 않게 더욱더 단순한 온새미로는 1 5분만에 길고 긴 싸움을 끝내고 화해를 했다. 라고. 하고 싶지만서도... " 야!!!!!김형광. 너 계란 빨리 놔라!! 벌써 2개나 먹었잖아!!!!!!!!!" " 돼지." " 뭐?? 우..어어. 뭐라고?!!돼지??!!!" " 계란 하나가지고 너무 치사한거 아니냐?" " 어쭈!!!!!넌 그런 계란 하나도 포기못해?!!" " 응." " 야 개자식아!!!!!!!!!!!" 보이는것처럼 계란을 사먹은지 2분이 채 안돼서 형광이와 나는 또 싸웠다. 결국 옆에 있는 아줌마가 조용히 하라고 소리쳐서 끝이 나버렸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분하다. 계란 하나가지고!!!!! 정말 남자가 되가지고!!! 결국 마지막 계란은 형광이의 뱃속으로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형광이를 노려보고있는 중이다. " 온샘아. 눈 아프겠다" 그래. 아프긴 아프구나. " 뭔 상관이야!!!!!!!!!" " 앉아." " 뭐래." " 여기 앉아. 온샘아." ......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치는 형광이. 그제서야 난 형광이가 자기 무릎에 앉으라는 소리를 하고있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었다. " 싫어. 내가 왜?!" " 거긴 풍경 잘 안보이잖아. 여긴 끝내주게 잘보인다." 팔락팔락(귀 얇음) 창가쪽에 앉은 형광이는 창문에 얼굴을 기댄채 내게 말했다. 뭐 기차를 탈땐 창문으로 풍경을 보는게 묘미이긴 하지. 그래도. 형광이 무릎에 앉는건 좀 그런데.. " 그. 그럼 자리 바꾸자!!" " 나 그럼 멀미하는데." 쳇. 할튼간 도련님이라니까! " 아. 알았어. 그럼 잠깐만 앉아서 구경한다!!!" 결국 나는 쭈삣쭈삣 놈에게로 다가갔지만. 차마 앉을 염두가 나지 않아서 어설프게 앞에 서서 창문을 보며 구경을 했다. 이야. 풍경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진짜 예쁘다. 역시 기차 탈땐 이게 묘미야. 스윽. 그때 별안간 내 허리를 감싸 안고는 자신의 무릎에 날 앉히는 형광이. " 으아악 김형광. 너 뭐하는거야!!!" 너무 놀란 나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설려 했지만. " 아 진짜. 거기 조용히 좀 합시다." " 정말 아까부터 뭐하는거야? 젊은애들이!!" 짜증섞인 말투로 다그치는 아줌마들때문에 입을 합 다물수밖에 없었다. " 김형광. 좋은말할때 놔라."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있는 형광이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는걸까? 난 지금 이순간 심장이 벌렁버럴 뛰어대서 정말 미칠지경인데 말야. " 졸려." 으에엑?! 형광이는 내말을 가볍게 씹고는 내 등에 어린아이마냥 고개를 묻어버렸다. 내가 정말 너때문에 미친다 미쳐!! 나는 할수없이 체념한채 내 허리를 감싸고 있는 형광이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뱃살 맛져지는거 아냐..? 정말 신경쓰여 죽겠다. " 형광아..정말 자는거야??" " 온샘아." 이 개세끼. 자는척 하는거였구만??! 나는 고개를 살짝 비틀어 놈에게 대답했다. " 응..?" " 들려?" " 뭐가 이놈아.너 다리 아프지 않아? 어서 이손을 푸르는게..좋을거 같.." ... ..... .. " 내 심장 뛰는 소리." "............" 내 등에 여전히 얼굴을 기댄채 중얼거리듯 말하는 형광이. 허리를 감싼 손에 더욱더 힘을 주더니. 조금은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간다. " 니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어떡하지...? 나 많이 힘들꺼 같다....." 그건...... .. ............나도 마찬가지거든. 이 바보야. 37. \ 해운대 해운대에 도착한건 땅꺼미가 질 무렵이였다. " 바다야. 잘있었냐? 형아가 왔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첫인사를 건내는 형광이. 목발을 집고 있어서 그런지 다짜고짜 바다에 뛰어 들진 않았다. 뭐 다리만 건강했다면 아마도 놈은 흥분해서 금방 바다로 뛰어 들었을 테지요. 흐흐 " 바닷가. 정말 오랜만이다." 형광이 옆에 선 나도 흥분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채 소리쳤다. 첨벙첨벙.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은 파도 소리와 쉬원한 바람이 기분을 한결 나아지게 만들어 주었다. " 형광아. 고마워. 바다 보니깐. 정말 좋다. 가슴이 뻥 뚤린것 같이 시원해." 숨을 들이 내쉬며 좋아라 하는 내 말에 대답 대신 모래사장에 털썩 앉아버리는 형광이. 목발을 자신 옆에다가 놓고는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친다. 앉으라는 소리구나? 털썩. 하는 소리를 내며 놈의 주문(?)대로 나는 옆자리에 앉았다. 으아. 정말 좋다. 아까 기차에서 본 풍경보다 열배. 아니 백배 더 멋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바다를 보니까 정말 너무 좋았다. " 들어가고싶다." 볼멘소리로 내게 중얼거리는 형광이. 나는 뭐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기겁을 하며 놈을 말렸다지. " 안돼!!!!!!!!!너 다리 다쳤어. 게다가 깁스까지 하고 목발신세라구. 온몸에는 상처 투성!! 바다 들어가는건 정말 오바야." 하지만. 형광이는 내말을 단박에 무시하고는 별안간 벌떡 일어섰다. 이놈의 개자식. " 바다에 놀러왔는데 물에 안들어가는건 뭔지 알아?" 허리를 굽혀 신발을 벗으며 녀석이 말했다. 할수없이 나는 따라 일어서며. " 뭔데?" " 온새미로가 김형광 좋아하는거." 허억.. 이. 이녀석 내가 자기 좋아하는거 알아버린거야? 이 뜬금없는말은 도대체 뭐지?!! 쌩뚱맞은 녀석에 말에 나는 놀라서 뛰고 있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물었다. " 뭐..???무..무슨말이야!!" "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가자!" 으악. 무방비로 서있던 내 손목을 잡고는 바다를 향해 이끄는 형광이. 다친 한쪽 발때문에 익숙치 않은 걸음이였지만.. 어 쨋든 놈은 나를 바다 앞까지 끌고 갔다. 우리는 늦은 밤이라 바닷물이 하도 많이 불어 있었던 터라 살짝 발만 담궜다. 으으. 차갑다!!!헤헤 " 바닷물이 의외로 많이 차다. 그치 형광아!" " 별로." 뭐가 별로라는 거냐. 아주 차가워 죽겠구만. 한발짝. 두발짝.. 그렇게 걸음을 옮길때마다 쉬지않고 첨벙이는 파도가 발을 간지럽혀주었다. 두둑. 두둑. 모래를 밟는 느낌도 아주 좋다. 한마디로 최고야. 최고. " 멋있다. 바다도. 하늘도." 그리고 너도... 마지막 말은 애써 목구멍으로 삼키고는 어두운 하늘색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촤아악. 하고 내 얼굴에 바닷물이 잔뜩 뿌려졌다. 내가 어쩐지 너무 가만히 있는다 싶었다. 김형광!!!!! " 야!!!김형광. 으. 더럽게 짜네. 교복에 다 묻었잖아!!!!" " 메롱." 허...메롱??? 그대 지금 분명 메롱이라 하였는가. 그것도 얄밉게 혓바닥을 쏘옥 내밀고는 다시 촤아악 하고 바닷물을 뿌리는 형광이였다. 어디 덤빌테면 덤벼보라는듯 손가락 하나를 까딱 까딱 거리며 내 속을 긁어대는 녀석. 이왕 젖은거 억울하지나 말자. 라는 마음으로 형광이를 노려보던 나는 지지앉겠다는듯 바닷물을 손에 가득 담아 녀석에게로 뿌렸다. 젠장.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구나. " 김형광. 죽었어!!!!!!!" " 나 살았는데." " 재미 없거든요?!! 쌍팔년대 개그 사절." " 쌍팔년대 개그? 얼굴도 웃긴게 말도 웃기게 하네." "...... 어디 오늘 우리 비에 젖은 새앙쥐가 대어보자꾸나." " 응. 너 혼자만!" 촤아악. 또 다시 바닷물을 뿌리는 형광이. 이를 부드득 갈면서 나 또한 놈에게 바닷물을 뿌렸다. " 아아악!!!!!!!!김형광. 너 거기 안서??!" 그렇게 광팔놈. 광팔년이 된지 정확히 30분후. 아까 내가 예고 했던 대로 비에 쫄딱 젖은 새앙쥐 꼴이 되버린 형광이와 나는 지칠대로 지쳐서 서로에게 항복을 했다. " 근데 이거 어떡하지? 완전 다 젖어버렸다." 거친 숨을 내쉬며 조금 떨어져 물장구를 쳐대던 형광이에게 다가가 울상을 지었다. 정말 교복이 다 젖어버렸다. 축축해. 얼른 샤워하고 싶다!!! " 형광아. 우리 어디가서 말리자.!!! 이러곤 집 절대 못가." 녀석을 대신해서 목발을 가져와서 형광이를 끌고는 그렇게 추하디 추한 몰골로 바닷가를 나온 온새미로. .....그런데.. 왜지? 사람들의 시선에 자꾸만 내가 불쌍해지는 느낌은; 왜 자꾸 쳐다보는거야!!!!!!!! 이사람들이!!!! "..... 아씨..." 그때. 갑자기 별안간 걸음을 멈추더니 짜증난다는듯 작게 욕을 중얼거리는 형광이. " 뭐야 김형광 미쳤어??!" " 내가 앞에서 걸을래." 나참.. 이게 이젠 별거같다가 생때를 부리네. " 그러시던지요~~" 나는 갑자기 뭐가 마음에 안드는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녀석 뒤에 섰고. 그렇게 걸으려는데 자꾸만 김형광 녀석이 앞에서 시야를 딱 가리고는 걷는 바람에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했다. " 김형광!!!!!!뭐야 진짜. 왜 자꾸 날 가려!!!" " 지랄한다. 내가 언제!!!!" " 왜 화를 내고 그러냐?!! 나 따듯한거 먹고싶어. 편의점 들어가자." 옆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앞서 들어가려는데 또 다시 편의점에 들어갈때까지 내앞에 스는 김형광이였다. 이 개자식이 정말!!!!!!!!!!!!!! ..... .. 잘생겨서 봐준다!!!.... 어쨋든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따듯한 캔커피 두개를 집고는 계산대에 섰다. "2000 원입니다." 편의점 오빠의 말에 지갑을 꺼내려고 할 무렵. " 뭘봐요!!!!!!!!!!!" ........ 갑자기 형광이가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내 앞에 서서 무섭게 편의점 오빠를 노려봤다. " 뭐. 뭐야 김형광. 너 미친거 아냐??!!" 허..기가막혀 하는 내 손목을 별안간 잡더니 나를 끌고 캔커피를 계산하지도 않은채 편의점을 나와버리는 형광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김형광.. " 야. 너 진짜 왜그래??!" 놈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던 나는 거칠게 내 손을 잡은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는 소리쳤다. 그러자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채 눈동자를 바닥에 응시하며 대답하는 형광이. " 다 보여 병신아." " 뭐..?" " 아 몰라." 형광이는 얼굴이 빨개진채. 뒤돌아 섰다. 쟤 정말 왜저러는거야? 의아한 마음에 나는 잠시동안 놈의 시선이 머문곳으로 쭈욱..시선을 옮겼고. 10초후. 나는 비명 아닌 비명을 질러댔다. " 으아아악!!!!!!!!!!!!!!!!!"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정도로 아주 크게 말이다. 이게 뭐야. 정말!! 이게 정말 뭐야!!!! " 김형광 이 변태!!!!!!!" 그랬다. 내가 경악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물에 흠뻑 젖은 교복 탓에. 안에 있던 속옷이 그대로 비춰있던것. 그걸 그제서야 안 나는 엑스자로 가슴을 가린채 여전히 뒤돌아서있는 형광이를 향해 다시한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왜 이걸 이제야 말해줘!!!!!너 이거 무슨 심보야?!!!" " 말할 기회를 놓쳤어." 이.이봐. 그게 변명 축에라도 낀다고 생각하냐구.. " 휴. 정말 어떡하지?? 옷 어디서 말려." 대책없는 이아이에게 휩쓸려. 이런 수습하지 못할 사태를 만들어 버리다니. 온새미로 정말 너답지 않다. 니가 적극 말렸어야 할일을.. " 온샘아. 그럼 우리 저기 갈래??" 휴 하고 한숨을 쉬어대는데 여전히 내게 등을 보인채 서있던 형광이가 손가락을 펴서 여..여관을 가리켰고. 결국 녀석은. 퍼억;;; 하고 온새미로한테 등짝을 힘껏 맞고야 말았다. " 왜 때려." " 맞을 짓을 하니까 때린다. 왜!!!!!" " 누가 너 잡아 먹는댔냐.? 생각하는 꼬라지 한번 예쁘다." " 너도 참 말하는 꼬라지 한번 멋지다." 타악. 던지듯 형광이에게 목발을 건내고는 다시 바닷가로 걸어갔다. 그런 나를 따라오는 형광이자식. " 온샘아. 어디가게." " 옷 말리러." " 여관??? 오빠 믿어주는거야?!!응?" 스으.....윽... 앞서 가던 내 발걸음이 계속해서 장난을 쳐대는 형광이의 말로 하여금 멈추어버렸고. 형광이는 실실 웃어대고는 내게 비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 알았어. 죄송요!" " 형광아. 너 혹시 평소에 젤 잘듣는말이. 뭐야? 뺀질이지." 녀석을 노려보며 소리치자 하하하 하며 호탕하게 웃는 녀석이였다. 그리고선 젖어있는 내머리에 손을 얹고는 " 까불긴." 어쭈우!!!! " 알았어. 나도 죄송요." 아까의 형광이 말투를 똑같이 따라하며 웃자. 형광이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 옆에 섰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도착하자. 나는 여기저기서 불을 피울것을 마련했다. 신문지. 나뭇가지. 종이컵.등등 을 잔뜩 한곳에 모았다. 형광이는 멀찌감치 앉아서 그런 나를 멀뚱히 쳐다볼뿐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지. " 형광아. 라이터." 대충 준비를 마친 나는 위와 같이 말하며 형광이에게 다가갔고. " 근데 너 뭐해." 라는 말과 동시에 녀석은 순순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나한테 건내주었다. " 뭐하긴. 옷 말릴려구 그러지" 라이터를 건내 받은 나는 손으로 옅게 부는 바람을 가리며 라이터를 켰고. 어설픈 장작에선 금새 불이 활활 타올랐다. 아싸!!!!! 따듯하다!!!! 나는 형광이에게 오라는 소리도 잊은채. 따듯함에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 털푸덕 앉았다. 그런 나를 보며 픽 하고 웃다가 금새 내옆에 앉아버리는 형광이. " 니 머리도 꽤 쓸만하다." " 그치?? 아 따듯하니깐 졸리다." 몸이 조금씩 따듯해 지니까 금새 졸음이 밀려왔다. 형광이는 그런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 " 자. 이따가 깨워줄께." " 정말?? 정말 그래두 되??" " 응." 나는 형광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을 감아버렸다. 다닥다닥 불이 피어오르는 소리. 그리고 약간은 서늘한 바람. 코끝에서 전해져오는 시원한 바다냄새. 그리고 형광이의 냄새. 넓은 형광이의 어깨. 그 어깨에 기대서 잠을 청하는 나. 모든것 하나하나가 정말이지 너무 낭만적이고 영화같다. 이녀석......김형광이랑 있으면. 정말 내가 영화속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이다. 38. 그렇게 형광이의 단단한 어깨에 기대있을 무렵 형광이가 날 불렀다. " 온샘아..." " 응.." 나긋나긋한 형광이의 목소리에 잠이 잔뜩 묻어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손으로 조용히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형광이. " 그때 내가 그랬지." ".. 응??" " 니 눈물 닦아 준다고." ".........." 밀려오는 잠을 참지 못하고 나는 결국 잠이 들어버렸다. 형광이의 기분 좋은 고백은 미처 듣지 못한채 말이다. " 이제.....널 위해 울어줄수도 있을거 같다." ..... 그렇게 따듯함에 취해 잠이 들어 일어 난 시각은 다음날 세벽 5시. 바닷가라 세벽부터 뜬 따사로운 햇볕 때문에 나는 평소보다 아주 일찍 일어날수 있었다. 어느새 모닥불은 다 꺼져있는 상태였고. 형광이는 내 머리에 기대 곤히 잠이 들어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녀석을 깨웠다. " 형광아. 일어나. 벌써 5시야. 하루가 지났다구!!" " 으음.." 내가 자신을 흔들자 일어나는듯 싶던 형광이는 갑자기 날 껴안고는 모래바닥에 누워버렸다. " 야!!!!!김형광!!!!!!!!!!" " 조금만..." 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형광이. 어쩔수없이 나는 그 후 20분동안 조금만을 외치는 형광이에게 잡혀있을수밖에 없었다. \ 기차역. 아직도 졸음을 못깼는지 기차역에 도착해서까지 나한테 푹 기대서 잠을 자는 형광이. 정말 잠이 많은가보구나. " 형광아. 밥 안먹어도 되겠어?? 기차 올때까지 아직 시간 있는데. 우리 밥이라도 먹을까??" 내말에 고개를 저어대는 형광이였다. " 그렇게 졸려??!" " 응 죽겠어." 풉. 정말로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녀석이 말했다. 계속 목발 집고 다녔더니 피곤하긴 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침부터 빈속에 기차를 타는건 아니다 싶어서. (사실은 형광이의 멀미가 걱정됬다) 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서 김밥 두줄을 사왔다. 하지만. 김밥을 사들고 가서 " 형광아 김밥먹어. 응? 하나라도 먹어라!!!" 나의 완고한 부탁에도 형광이는 김밥을 먹지 않고 잠만 잤다. 결국 김밥 2줄은 모두 내 뱃속으로 고이 들어가 주었음. 그렇게 새우잠을 자던 형광이는 결국 기차에 타자마자 곤한 잠에 빠졌고. 나는 그런 형광이의 핸드폰을 몰래 빼서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내껀 어제부터 밧데리가 나갔음) 그나저나. 녀석의 핸드폰을 키자마자 문자가 수도없이 날라왔다. 그 중 서은향의 문자가 50통이 넘는 다는 사실을 모두 믿겠는가. 서은향의 문자는. 아주 낯간지러웠다. 뭐 사랑한다는 둥. 너밖에 없다는둥 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형광이의 병원탈출(?)소식을 접한 모양인지 대부분 어딨냐며 협박내용이였다. 그 외에도 친구가 참 많은지 여러 아이들에게서 문자가 쏟아졌다. [ 너때문에 병원 발칵 뒤집어졌어. 핸드폰도 꺼놓고 정신이 있는거냐 개세끼야-또또] [ 김형광. 어디로 날랐냐-하울] [ 강이형이다. 세꺄. 또 반항이냐?!-깡형] [ 형광아 뭐해?!!!-구렁이] [ 우리 형광이 누나 말 씹눈고야??-구렁이] 등등.... 녀석의 특이한 성격에도 인간관계가 이렇게 좋은걸 보니 역시 형광이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걸 느꼈다. 풉. 그나저나 구렁이라고 저장 되 있는 사람. 너무 불쌍하다.. 헉 나도 막 구렁이2라고 저장되있는거 아냐??! 불길한예감에 내 번호를 얼른 검색해 보았고. 다행히도 나는... ( 첫번째) 라고 저장되있었다. 뭐. 뜻은 모르겠지만. 어찌됬든 구렁이2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구려. 문자 훔쳐보는것에 질린 나는 다음으로 사진 폴더를 봤지만. 여자들로 도배가 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녀석의 사진첩을 보자 괜한 심통에 핸드폰을 자고 있는 형광이에게 타악 하고 던지고는 뒤돌아 누웠다. 젠장. 다들 왜이렇게 예쁜거야? 1 시간뒤 수원에 도착하자마자. 기차에서 내려서는 잘잤다라는 표정으로 기지개를 피는 형광이. 나는 투덜대며 그런 형광이 옆을 쫄래쫄래 따라갔다. " 김형광. 이제 우리 여기서 헤어지자. 나 오늘도 학교 샘한테 죽었어. 학교가야해." 역을 나오자. 나는 형광이에게 인사를 건내고는 망설임없이 뒤돌아서서 택시를 잡았다. " 야. 너 왜그래." 왠지 모르게 틱틱대는 내 모습에 형광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는 그런 놈의 물음따위는 무시해버리고는 택시에 냉큼 타버렸다. 바람둥이. 그렇게 여자 사진이 많으면서. 내사진은 어떡게 하나도 없냐. 나빳어 정말. 괜히 형광이에게 섭섭해서 툴툴대는데. 빽미러로 보인 형광이 모습에 나는 또다시 웃어버렸다. " 정말..바보." 내가 탄 택시번호를 열심히 중얼거리는 형광이의 모습. 머리도 나쁜게. 혹시 걱정되서 그러는거냐?!! 정말 귀엽기도 하구나. 결국 금새 화를 풀어버린 단순한 나였다. 히히. 학교로 곧바로 갈까 하다가. 핸드폰 밧데리도 갈아야하고. 가방정리도 해야하고 교복도 갈아입어야해서 집으로 갔다. 잔뜩 더러워진 교복을 털어대며 택시에서 내린 나는 콧바람을 불며 집으로 향했다. " 어..? 문 열려있네." 라경이가 아직 학교를 가지 않은걸까? 집문은 열려져 있었다. 금새 민망해진 열쇠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집에 들어갔다. 분명 집에 들어 가기전에는 너무나도 즐거웠지만. " 라경아!!!아직 학교 안갔..." 집에 들어선 난 신발도 채 벗지 못한채 굳어버릴수밖에 없었다. 쇼파에 앉아 있는 여준이.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을 무섭도록 쳐다보고 있는 여준이를 봤기 때문이랄까. " 여. 여준아 언제 와있었어?? 라경이는? 너 학교 안갔어??" 황급히 신발을 벗고는 여준이에게 다가가자. 타악 하고 일어서는 그아이. " 넌. 어디 갔다 온건데.?" 차갑게 식어있다. 녀석의 눈은. 무섭게 식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어...그게 그게 말야." " 김형광이랑...있었지.." " 어...??" " 솔직히 말해. 개랑 밤새...같이 있었던거지." .......아 그게... ......그게... "....... 응......." 조용한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곤 ...응...이라며 작게 중얼거리는듯한 내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나를 노려보는 여준이. " 여준아..미안해. 근데 나는. 나는 말야" 한발짝. 여준이에게 내딛었을때. 여준이는 별안간 내가 거칠게 소리쳤다. " 김형광. 만날래. 안만날래." "........어..??..." " 만날래..?" "..................."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상처받은 여준이에게. 불안해하고있는 이녀석에게 내가 도대체 무슨말을 하겠는가. 미안하다고? 죽도록 미안한데 나는 형광이가 좋다고.? 나한텐 이렇게 말할 용기는 없다. 도저히. " 이래도............?" "...??............. 윤여준!!!!!!!!!!!!!!!!!" 그때였다. 놈이 주머니에서 꺼낸 무언가를 손목위에 올린건. 깜짝 놀라서 놈의 이름을 부르며 악을 질렀다. 여준이가 들고있는건. 믿을수 없지만. 끔찍하고 아프게도. 칼..이였다. 1년전 여준이의 자살시도가 빠르게 눈앞에 아른거렸다. 안돼. 안돼 윤여준 제발. 제발 그때의 악몽은 안돼. " 이래도.....만날래.." 지익.- 상당히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녀석은 팔목에 칼을 조금씩 그어갔다. 어느새 살집이 벌어져 피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 여준아......여준아!!!!!!!!!!!!!!! 제발. 제발 하지마. 하지마 제발. 여준아!!!!!!!!!!!!!!!!!!!여준아..부탁할께. 제발 그러지마. 여준아...........여준아.."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그렇게 울음을 토해냈다. 그런 내 모습에 피식 하고 웃는 여준이.. "....... 이래도......만날래요...." 조금씩.. 조금씩 손목을 칼로 긋는 녀석. 도저히 참을수 없던 나는 빠르게 여준이에게 다가가서 놈을 꽈악 안아버렸다. 타악. 손에 들린 칼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어린아이처럼 내 허리를 꽉 안아버리는 여준이. " 미안해..여준아...내가 내가 잘못했어. 안만날께. 절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만나지 않을께. 연락끈고 내 기억속에서 그아이 지울께. 여준아. 니가 하란데로 할께. 제발 제발 이러지마." ... ... 울어대며 놈을 향해 절규했다. 그래. 내가 할수있는건 이것뿐이니까. 나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 한 녀석에게 할수있는건 고작 이런것뿐이니깐. " 미안해........." 그때. 여준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 아냐..내가 미안해..여준아......미안해. 미안해 여준아.." "....... 미안해......" 그순간 어깨가 따듯해져왔다. 이녀석. 울고있다. 매일 강한척해왔던 여준이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는듯 자신보다 훨씬 작은 온새미로한테 기대서 울고있었다. 가슴 아프게도. 너무 간절하고 슬프게 말이다. " 여준아...." " 미안해...죽도록 미안해.. 너 아프게 하고 있다는거 아는데. 힘들게 하고있다는것도 다 아는데.." " 아니야..아니야 여준아." " 사랑해서...그랬어. 사랑해서.." "................." " 이제 좀.........봐줘.. 온새미로. 이 윤여준 좀 제발 봐달란말야....." 지독히도 슬픈 놈의 중얼거림이 이곳을 모두 울려버렸다. 난 여준이를 꽉 안은채 계속해서 울어댈뿐이였다. 도대체 언제야. 이 빌어먹을 이야기의 정답. 도대체 언제쯤 알려줄꺼에요. 도대체....... .... 얼마나...도대체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가 얼마나 울어야. 그 해답이 나오는 겁니까?? " 미안해 여준아.. 이제 다신 니 옆 떠나지 않을께. 형광이 정말 다신 만나지 않을께." 스르륵. 여준이를 놓아주고는 고개를 떨군채 말했다. 픽 하고 웃으며 벽에 기대는 녀석.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 내가..형광이를 잊을수 있을까.? 웃는게 참 예쁜 그녀석을 잊을수 있을까.?? 참 웃기게도.. 너무나 비참하게도 내 심장은 그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절대....... 잊지 못할꺼라고............. 1년에 비하면 매우 짧았던 시간이지만. 온새미로를 가장 많이 웃고 즐거워하게 만들어준 그녀석을. 절대 잊지 못할꺼라고......... 결국. 온새미로 넌 울어야 겠다고..... 39. \그날 저녁. 도원석과 데이트를 마치고 저녁 아홉시경에서야 집에 도착한 라경이는 아까부터 방에 틀어박혀서 울고있는 나를 보며 계속 안절부절이다. "미로야. 내가 너 말도없이 외박했다구 화내서 그러는거야??! 왜 그렇게 서럽게 울어. 응? 문좀 열어봐!!" 문너머로 들리는 라경이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말없이 베게에 얼굴을 더욱 깊숙히 묻어버릴 뿐이였다. 신기하게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왔다. 덕분에 나는 1시간 30분동안을 계속해서 울어대는 대기록을 세울수 있었다. 어떡해야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여준이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내마음 더 깊어지기 전에 끝내자. 라고 마음먹어도 그게 안되니까. 도대체 어떡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 덕분에 [내일 병원 올꺼지 -김형광] 라고 8시 20분이 좀 넘어갈때 온 형광이의 문자에 40분이 넘어가도록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로야!! 밥먹을래? 내가 초밥이라도 사올까??!" 여전히 방문을 쾅쾅 두드리며 걱정스럽게 말하는 라경이. 계속 이렇게 걱정스럽게 구는건 좀 아니다 싶어서 나는 그제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후 방문을 열었다. 벌컥. 방문이 열리자마자 얼굴에 지저분하게 눈물이 묻어있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라경이 "미..미로야. 무슨일 있는거야??" "라경아..." "어...??" 당황한채 자신의 옷 소매로 내 눈물을 닦아주기 여념이 없던 라경이는 쉬어버린 내 목소리에 약간은 놀란듯한 기색으로 대답해주었다. 나는 그런 라경이를 보며 웃어지지 않는 얼굴을 억지로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처있는곳에 한번 더 상처주는게 나쁜거야. 아니면 아무 상처도 없는 곳에 처음으로 상처주는게 나쁜거야.?" "어..? 무. 무슨말이야 미로야." 알수없는 내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 라경이. 나는 정신 나간 사람마냥 중얼거리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당연히. 첫번째겠지.. 상처있는곳에 한번 더 상처 주는거." "그..러겠지?? 근데 그말을 왜 하는거야." "나 잘하는거 맞겠지..?" "어??" "나 잠깐 좀 나갔다 올께." 어리둥절해있는 라경이를 지나쳐 그대로 집을 나와버렸다. 그래. 잘하고 있는걸꺼야. 여준이를 다시 아프게 할수 없어. 깊어지기전에. 이 마음 깨끗히 끝내자. 그래. 그래버리자. 집을 나와서 놀이터까지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비탈길을 내려올때도 슈퍼를 지날때도. 머리가 텅텅 빈 사람마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놀이터에 도착하자 마자 그네에 앉아서 몇번을 망설인 끝에 형광이에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긴 신호음이 가고 이윽코 형광이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밝게 들려온 순간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았다. -온새미로!!!! 친구들이랑 있는지 주위가 시끌시끌했지만 귀에 콕 박혀 들려오는 형광이 목소리였다. "형광아.." -응.? 아씨 또또 그거 내놔. 병신아 목발 부러지면 니가 사가지고와. "병원이야??" -도원석 개세끼야. 너 진짜 맞는다!!!!!!!! "형광아..." -어?? 뭐라고? 정신이없다. 수화기너머로 웃어대는 형광이 친구들 목소리와 형광이 목소리가 엉켜서 나는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나 니 병원 못가." -왜.? 아씨 그거 건들지 말라고!! 휴. 김형광. 아마 이 통화가 마지막일텐데 너 정말 계속 이렇게 건성건성 대답할래? 난 지금 너한테 아주 중요한 말을 할려고 전화 건 거란말야. 그것도 1시간 30분이나 우는 준비과정을 거쳐서!! "이제 너 안만날꺼거든. 앞으루 연락하지말자." 연습도 한번 안했던 그말은 의외로 쉽게 나와버렸다. 그와 동시에 눈물샘도 또 터져버렸지만말이다. -뭐? 그제서야 형광이가 통화에 집중을 한 모양이다. 무슨 개소리냐는듯한 말투로 말하는 형광이에게 나는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고는 침착. 침착하게 다음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사귀는것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이런거 너무 불편해졌어. 게다가 너가 나 좋아하는것도 부담스럽고.. 그냥 나 잊어줘. 난 너 안좋아하잖아. 여러모로 우리 만나지 않는게 좋을꺼 같아서." -........... "...왜 말이 없어?? 잘 안들려..?" -너 어디야. 일순간 낮게 가라앉아버린 형광이의 목소리. 이때만큼은 형광이에게 왜 갑자기 그러냐며 웅성대는 녀석의 친구들 목소리 보다도. 놈의 조용한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알아서 뭐하게. 그리고 나 갑자기 이러는거 아니야. 예전부터 생각했어. 나 남자친구도 있는데 자꾸 이러는건 좀 아니다 싶어. 쿨하게 김형광. 온새미로. 지금 이순간부터 모르는사이 하자. 오케이??" 젠장. 목소리 더럽게 떨리네. 이제 모든게 끝났다. 여준아 니가 원하는데로 됐어. 이제 됐니..? 이제 만족해..?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핸드폰 플립을 닫으려는데. 그순간 아주 열받은 형광이의 목소리가 내 귀를 따갑도록 크게 들려왔다. -씨발. 너 어디냐고!!!!!!!!!!!!!!!!!!!!!!!! ".............." -(야 김형광. 너 또 어디가!!!!!하울아 저 싸이코놈 좀 잡아) 결국 병실을 멋대로 나와버린 모양인지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도원석의 외침이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달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전화는 끈겨버렸다. 으 심장떨린다. 풉. 형광아. 생각보다 내가 널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야. 스윽. 손에 들린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그네에서 일어서려다가 나는 다시 앉아버렸다. 핸드폰 번호를 지우는걸 깜빡 잊었기 때문이였다. [김형광] 흙을 발로 밀어 자연스럽게 그네를 조금씩 흔들며 나는 익숙히 형광이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금방 지우면 되는거였지만 전화번호부. 52번에 저장되있는 형광이의 전화번호를 지우기까지는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지우면 뭐해. 다 외워버렸는걸. 번호를 지워도. 머리속에 남아있는 흔적 때문에 왠지 부질없는 짓이였다고 생각한 나는 픽 하고 웃으며 집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까는 머리를 텅 비우고는 아무생각없이 비탈길을 내려왔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로 온갖 생각이 내 머리를 짓눌르듯 많아졌다. 물론 그 생각의 주인공은 모두 '김형광' 이였다. 정말 젠장맞네. "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집앞에 거의 다 다랐음을 느낄때였다. 벽에 기대 서있던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음으로써 내 걸음이 멈쳐졌다. 꽤 어둑어둑했지만 집앞에 있는 가로등 덕분에 나는 그사람이 누군지 단박에 알아차릴수 있었고. 금새 집앞에 가로등이 있다는걸 원망해야만 했다. 차라리 누군지 몰랐더라면 소리를 꽥 지르며 도망갈수 있었을텐데.. "병원에서..뛰쳐 나온거야??" 그래. 내 손목을 잡은건 다름 아닌 형광이였다. 하얀 병원복 차림의 형광이. 날 무서운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은 ..날 이렇게나 힘들게 하는 그녀석이였다. "아까 그거 무슨말이야." 눈이 마주치자 대뜸 녀석이 소리쳤다. 난 형광이의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너 이러다가 다리 악화되면 어떡할라구 그래." "무슨말이냐고. 나한테 뭐 화난거 있어?" 흔들리는 갈색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그놈. 이러다간 정말 금새 울어서 거짓인 내 마음을 들켜버릴것 같아서 나는 차갑게 뒤돌아섰다. "아니. 없어. 아까 전화로 한말이 맞아. 너무 늦었다. 나 가볼께. 너도 가봐." 형광이가 잡은 손목을 놓고는 집쪽으로 걸어가려는데 다시 내 손목을 잡아버린다. "나 지금 이 상황 진짜 이해안가." 어떡해서든 잡힌 손목을 빼려했지만 절대 빼주지 않는 형광이. 결국 나는 다시 한번 잔인한 말을 내뱉기 위해 녀석을 불렀다. "형광아." "응." "저번에..니가 나한테 그랬지. 니가 내 일곱번째 난쟁이라고.. 그 책 읽어봤는데. 결국 이루어지지 않더라. " "..........." "..형광아..이게 결말이야..우리 결말도 이거야. 이제 연락하지 말아줘. 부탁할께." 뒤돌아섰다. 눈물이 자꾸만 목구멍까지 꾸역꾸역 올라오는걸 가까스러 삼켜넣고는. 한걸음 두걸음 형광이에게서 멀어지기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아무말이 없던 형광이는 우리집 대문을 열려할때 신고 들어오면 어쩔라고 온동네가 떠나가라 크게 소리를 질렀다. "온새미로." "..........." ..... ....... "웃기지마. 그딴 결말 개나 줘 버려." \다음날 예상대로 눈이 퉁퉁 부어올라버린 내 모습. 거울에 비춰진 한 괴물의 형태에 나는 한숨을 쉬며 절망할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여준이가 이런 내모습을 보면 분명 속상해할텐데... "미로야 밥먹.....너.너!!눈이!!!!" 노크도 없이 들어온 교복에 앞치마를 귀엽게 두른 라경이는 퉁퉁 부어오른 내 눈을 보며 믿을수 없다는듯 소리쳤다. "그렇게 심각하니?" "누.눈이 없어졌어.!!!!" 꼭 그렇게 절망적으로 말할필요는 없다구 본다. 이라경! "휴. 나 먼저 등교할께. 밥은 별 생각없다." "응?? 그럴래?! 참!!!!!미로야. 밖에!!!!" 갑자기 별안간 현관까지 따라와 내 옷자락을 급히 잡아버리는 라경이. 나는 신발을 신다 말고 그런 라경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 밖에 뭐?? 아 여준이있다구? 알아. 나 늦었다!!갈께 라경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뭐래는거야. 이기집애가. 나는 미처 라경이의 마지막말을 듣지 못한채 빠른속도로 집을 나와 대문문을 열어재꼈는데. 열어 재꼇는데.. 40. "악. 뭐야 메주가 튀어 나오는줄 알았네!!!" 대문앞에있던 도원석과 하마터면 아주 제대로 이마 박치기를 할뻔 했다. 낯이 익은 오토바이에 앉아서 나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또또. 나는 순간적으로 여준이가 있나 없나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여준이가 아직 와있지 않다는걸 알자 그제서야 도원석을 맘놓고 쳐다보았다. 흐음..그나저나. 이 오토바이는 형광이의 최신형 오토바이가 아니더냐. 결국 니 손에 들어온거냐? "왠만하면 갈길 가시지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훠이훠이 거리며 손사래를 쳐대는 도원석세끼 쳇 그래 간다 가! 또또를 한번 노려봐주고는 뒤돌아 설려 하다가 나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는 콧노래를 부르는 또또에게로 다가갔다. 뭐냐는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그아이. "저..있잖아." "왜?" "어제 형광이..병원 잘 들어갔어..? 몇시쯤.??" 내말에 별안간 오토바이에서 폴짝 내려와 얼굴을 들이 내민다. "너야??" "뭐. 뭐가?" "어제 형광이랑 밤에 같이 있었던게 너였냐고요!!!" ..음... 대답하기가 좀 에메모하네. 아주 짧은시간이여서 밤에 같이 있었다고 하기는 좀 그런데.. "그냥 아주 잠깐 만났어. 왜..?" "김형광 어제 밤새도록..어?? 야 니 남자친구아냐??" 무언갈 말할려다가. 비탈길을 올라오고있는 여준이의 모습을 가리키는 도원석. 으악. 나는 재빨리 여준이를 향해 뛰었다. "여준아!!!!! 안녀엉~" 어제의 일을 의식해서였을까. 여준이앞에 서자마자 평소보다 조금 오바스럽게 인사를 건냈다. 픽하고 웃으며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는 윤여준. 으흐. 그래.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온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잠시 꿈을 꾼거라고!!! "여준아. 너 손목은 괜찮아??" "어." "어디 봐바. 너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러면 나 정말 혀깨물구 죽을꺼야." "온새미로. 오늘 왜그러냐?" 내 밝은목소리가 적응이 안된다는듯 여준이가 말했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그런 여준이 앞을 떡 하니 막아버리고는 "여준아. 깨끗하게 끝냈어. 형광. 아니 김형광이랑 이제 연락 안할꺼야.안하기로 했어." "그래." 의외로 덤덤한 여준이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 이제 정말 노력할꺼야." "병신. 적응 안된다. 그만해." 라고 말하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여준이였지만. 녀석의 입가에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웃음이 걸려져있었다. "학교 끝나고. 우리 뭐할까? 여준아! 우리 오랜만에 신당동 떡볶이집 갈래?! 사진도 찍구!!" "그래." "응응.!!재밌겠다. 그치??" 신이 난 내 물음에 그저 픽 하고 웃어보이는 그녀석. 그래. 이게 정답이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것. 그게 바로 정답이였을꺼야. "가방." 그때. 별안간 내 등에 메고있는 가방을 가져가버리는 윤여준군. "악? 괘. 괜찮아 여준아!!" "배고파." 놈은 민망하니깐 금새 말을 돌려버렸다. 결국 내 조그만한 가방은 여준이가 든채. 버스를탔고 여준이와 나는 버스에서도. 학교 정문을 통과하면서도 서로 각자의 반으로 가면서도 반의 도착해서도 오랜만에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 "여준아. 잘가!! 수업시간에 자지말구. 이따 쉬는시간에 보자!!" 교실앞에서 자신의 교실로 가려는 여준이를 붙잡고 소리쳤다. 그러자 여준이의 발걸음은 뚝 하고 멈춘채 빙그르르 내게로 뒤돌아섰다. "온새미로." "응???" "고마워." "뭐가." "....이젠 아무데도 가지마." 놈의 말에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떡끄떡 해주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준이가 교실로 들어가는걸 보고서야 나는 터덜터덜 외롭게 교실에 들어갔다. 조금 일찍 도착한 모양인지 유일하게 노는 민경이는 아직 학교에 오질 않은터라 나는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서 얼굴을 묻었다. 휴우. 웃는거 되게 힘드네 정말. [학교앞이야. -김형광-] 그때 책상에 엎드려있던 내게 진동이 느껴져왔다. 형광이의 문자를 확인한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교실밖으로 나올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아직 수업이 시작하지 않은터라 수월하게 나올수 있었다. 어쨋든 허겁지겁 학교앞으로 나가니 병원복 대신 멋진 사복으로 서있는 형광이를 얼마 안가 보게되었다. 정말 김형광. 너 다리는 어떡할라구 이렇게 돌아다니는거냐구. 옷차림과는 다시 엉뚱하게 조금 큰 상자를 들고있는 형광이. 내 모습을 보자마자 웃으며 소리친다. "온새미로!!!!!" 하.. 정말 돌아버리겠구나. "김형광..너 도대체.." "야 나 너 선물 가져왔어." 어제의 일은 몽땅 잊어버린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는 이 아이. 기가막혔다. “왜 왔어. 내가 잊으라구 했잖아. 너 진짜 왜그러는거야. 나 잊어달라구했잖아. 제발 연락하지 말라구 했잖아.. 부탁할게. 이렇게 부탁할게. 다신 오지마” 눈물을 들킬까봐 고개를 푹 숙인채 중얼거리듯 형광이에게 소리쳤다. "온샘아.“ 이 바보야. 너 머리 나쁜줄 알았는데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내가 심한말 한거 하나도 기억 안나는거야? 왜 그렇게..... 따듯하게 내 이름 불러.. 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상처 줘야. 잊어줄련지.. 작은 한숨과 함께 형광이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고는 결국 또 다시 독설을 퍼부어버렸다. "니가 정말 싫다구!!!!!!!!!!!!!!! 너때문에. 너 같은애 때문에 내 남자친구랑 멀어지는거 지긋지긋하게 싫어. 나 기억 다 돌아왔거든?! 그래서 내 남자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거든?! 제발 끼어들지마. 너 때문에!!!!!!!!!!!! 내남자친구 상처받으면 용서안할꺼야. 너같은거 때문에!!!!!!!!!!! 제발 나좀 잊어주면 안될까??어??" ........정말...엿같다. 하하. 진짜 온새미로 너 안쓰럽다. 눈물겹다. 정말 최고야. 최고로... ........불쌍하다.. 차마 상처받은 형광이의 눈을 볼수가 없었던 나는 고개를 푹숙였다. 스르륵. 손에 들고있던 정체모를 상자를 힘없이 떨어트려버리는 형광이.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피식피식. 자꾸만 작은 실소를 터트리는 형광이. 지금은.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슬퍼진 형광이. 놈은 여지껏 들은거 다 합쳐서 제일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 도저히 안잊혀지는데 어떡하라고. 온새미로가 눈에 꽉 차서. 아무것도 할수 없어. 자꾸만 보고싶어서 짜증나. 그런 나한테 넌 잊으라고 하잖아." "..............." " 그렇게 예쁘게 웃어줘놓고. 자꾸만 보고싶게 만들어 버려놓고 넌.. 잊으라고만 하잖아. 등신아." 그럼 어떡할까. 내가 어떡할까 형광아.. “형광아. 내가 힘들어서 그래. 너 때문에 이 온새미로가 너무 힘들어.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제발 우리 그만하자. 그냥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것 뿐이잖아. 우린 아무사이도 아니였잖아.” 픽하고 웃다가 이내 고개를 끄떡이는 형광이. 난 정말 싸이코가 틀림없다. 그순간 형광이에게 너무 섭섭하고 녀석이 미웠으니깐.. “온샘아.” “어.” ... “진정으로 사랑한사람은 가슴 전체로 안녕이라고 말할수 있어야 한 대” 녀석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는 형광이. 살짝 고인 내 눈물을 어루만지듯 닦아주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한다. "........." "안녕..온새미로." "....하...." ..... ...... . ... "온새미로..안녕.." 보내준다. 모진말로 상처준 온새미로 앞에서 끝까지 웃으며 이녀석 날 보내준다. 천천히 뒤돌아서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하는 형광이였다. 그제서야. 정말 그제서야 나는 주저앉아서 울었다. 그 눈물은 형광이의 손에서 떨어진 상자속을 본 순간 더욱더 짙어졌다 아까 도원석이 김형광이 밤새도록 했다는게 이건가보다. 상자속에 나온 쪽지 하나. [아 쪽팔려. 이런거 처음인데. 또또가 이거 하면 소원 이루워진다고 꼬셔서. 밤새서 접었다. ] 그리고 그 상자속을 꽉 채우고있는 아주 못생긴 수십. 아니 수백개는 되어보이는 종이학들. 그 밑 또 다시 날 울리게 만드는 쪽지 하나. [하느님. 온샘이 입 꼬메주세요.] 병신. 어제 연락하지 말라는 내 말 때문이였냐? 근데 어쩌냐. 하느님은 니 소원 들어주지 않으셨네. 그래서 이 바보야. 이걸 밤새도록 했어? 어쩐지 피곤해 보이더라. "..........바보...멍청이...김형광. 이 바보 멍청아....." 나는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형광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왈칵 쏟아지는 눈물들. 그렇게 난 진심으로 그녀석을 좋아하는 가여운 내 마음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좋아해...형광아. 나도 널 좋아해. 좋아해. 지금 이렇게 가슴이 죽어날 정도로 많이 좋아해....이 멍청아." 절대 전하지 못할 간절한 고백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지금쯤 아파하고 있을 형광이를 위해.. 심장 하나가 눈물에 젖어서 뭉개질만큼. 딱 그만큼 울어버렸다. ... 그렇게. 나는 조심스럽게 내 심장에 세겨졌던 녀석의 이름을 이별로 세게 지워버렸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자국은 고스란히 상처가 되버렸다. 그건........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무작정 해버린 사랑의 대가였다. 41. ★ "아줌마 저희 진짜 오랜만이죠!!!!!" "으구 요즘 왜 이렇게 뜸했어-" "좀 바빠서요. 많이 주셔야 해요!!!!" 평소 여준이와 자주 오던 떡볶이집. 방과후가 되자 녀석과 나는 무섭게 이곳부터 왔다. 아줌마와 정겨운 인사를 마치고는 여준이가 앉아 있는 맞은편 의자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자 픽 하고 놈이 웃으며 말했다. "주책." 이. 이놈이!!! "피. 반가워서 그렇지. 아줌마 여기 떡볶이 2인분이요!!" 입을 대빨 내미는 시늉을 하던 나는 곧 활짝 웃으며 주문을 시켰다. "다 먹고. 사진이나 찍자." "응!! 우리 저번달에 찍었었던 곳에는 가지 말자!!! 나 완전 얼큰이로 나와!!" 형광이랑 그렇게 웃기지도 않게 헤어지고는. 1시간동안 난 수업을 받지 않은 채 그자리에서 울고 또 울었다. 결국 형광이가 밤새 접었다는 어설픈 학들을 모두 버리고서야 나는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그 후로 계속 이렇게 말이 많아진 수다쟁이가 되버렸다. 모든지 생각하려 애쓰고 있는 웃긴 수다쟁이. 웃기다기보단.. 비참한쪽이 더 맞겠다. "으아. 진짜 맛있겠다. 여준아 나 이거 진짜 좋아하잖아!!" 이내 지글지글 대며 떡볶이가 나왔고 나는 떡볶이가 담긴 팬까지 금방이라도 먹어버릴 태세로 포크로 떡과 면들을 휘저었다. 그런 나를 입을 쩌억 벌린채 멍하니 쳐다보는 윤여준. "온새미로. 배고파?" 뭐. 꼭 그런것만은 아니지만.. "그냥. 아무거나 다 먹어치우고 싶어." "............." 빤히. 날 빤히 쳐다보는 여준이. 또 다시 금새 표정이 굳어버린 녀석 때문에 나는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말을 바꿔야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마!! 여준아 음. 그래! 여자들은 원래 그래! 가끔씩 막 먹고싶을때가 있어." 슬플때. 아플때. 꼭 지금 같은 때. 난 식욕이 왕성해지더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신의 눈치를 보는 내가 짜증났는지. 떡볶이는 손도 안댄채 주머니를 뒤적이는 여준이. "담배핀다." "으응." 날카로워져있구나. 우리 둘다. 그놈의 김형광때문에. 나는 여준이의 입을 비집고 흰 담배가 입술사이로 물려지자 지글지글 맛있게 쫄아가고 있는 떡볶이 하나를 포크로 콕 찝어 입에 넣었다. 무슨맛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저. 여준아!! 나 많이 먹지말까? 살찌면 보기 흉하겠지??!" 결국 떡을 2개정도 먹다가 어색해진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할것 같아서 포크를 입에 문채 나는 담배 연기를 연신 내뿜어 대는 여준이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그제서야 표정을 조금 풀고는 픽 하고 웃어버리는 여준이. 담배를 손가락에 턱 걸치고는 "살쪄도. 볼꺼야" 라는 난감한 말을 하는 녀석이였으니.. 이녀석아. 도대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줘야 백점짜리 답이 되겠니? 할말을 잃어버린 나는 그냥 베시시 하고 웃어대며 다시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었고 여준이는 그런 나를 보다가 다시 담배를 한모금 깊게 빨아 들였다. "병신되도." "어??!(우물우물)" "못생겨져도" 날 놀리고 있는게 분명해 이녀석! "너어 나 놀리는거지!" "늙어도" "..........." ..... "난 계속 온새미로만 봐. 이건 죽어도 난 변함없어.." 확고한 여준이의 말. 왠지 숨이 막히는것 같다. 아무말없이 계속 떡볶이를 입에 넣어버린 탓에 결국 나는 켁켁 대며 물을 마셔댔고 이내 담배를 끄고는 여준이가 내게 물었다. "넌." 라고. "어??" "난 그런데 넌." "아마. 너처럼. 나도.." 조심스러운 내 대답에 픽 하고 기분 좋게 웃는 여준이.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온새미로. 거짓말도 칠줄 아네." "..............." "가자." "여. 여준아!! 안먹어??! 너 하나도 안먹었잖아!!! 아직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걸." "별로 안배고파." "으응. 그래그래. 알았어. 잠깐만!!" 아직 너무 많이 남은 떡볶이가 아까워서 허겁지겁 두개를 입에 넣어버리고는 여준이를 따라 나섰다. (사실 이때 좀 많이 추잡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는 떡볶이집을 나와서 앞에 서있는 여준이에게 머뭇머뭇 거리다가 팔짱을 꼈다. "오바한다. 병신." "오바아냐. 그 다음 우리 사진찍기로 했지?? 근데 나 지금 추하지 않아??" "어 추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여준이. 에씨. 여준아 망설이는 기색이라도 좀 보여주지 그랬니!! 사람 민망하고 뻘쭘하게 만드는데는 윤여준 니가 최고야!! 대빵먹어라! 난 괜한 서운함에 눈이 빠져라 여준이를 노려보는 시늉을 했다. "많이 변했다." "어..?" "장난도 늘고. 밝아지고. 내가 그자식한테 고마워 해야 하는건가?" 옅게 웃는 여준이녀석. 그런가.? 내가 정말 장난도 늘고 밝아졌어? 느끼지 못했던 사실에 많이 놀랐다. 그리고 한층 형광이가 보고싶어졌다. 정말 이제 마지막인걸까. 괜스레 한숨이 터져나왔다. "여준아 우리 얼른 사진찍으러 갑시다!!네?"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쓰며 녀석의 팔을 마구 이끄려는 순간. "퇴원한기념으루 우리 여자애들 불러서 놀래??!" 일순간 멈칫 해버린 내 발걸음. 귀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도원석의 목소리에 나는 그렇게 멈칫 해버렸다. "도원석 니 애인 라라한테 이른다." 연달아 들려오는 형광이의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더이상 걸음을 욺직이지 못했다. 바로 앞에서 히히덕 대며 웃고있는 그 아이들. "누가 라라야!!!!어?? 온새미로!!!!!!!!" 제길.=_=. 자신의 한마디가 얼마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는지 알리가 없는 도원석. 나를 보며 소리친다. 푼수처럼. "야. 너 왜 라경이 연락 안돼는줄 알아??" 내가 그걸 어떡게 알겠습니까.? 또또 이 푼수자식아. 넌 정말 보이지 않는거냐!! 여준이의 차가워진 눈. 더불어 아주 종이처럼 구겨진 정하울의 얼굴!!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어..몰라."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있는 아디다스티를 입은 아이에게 장난을 치고있는 형광이. 이쪽으론 시선 하나 주지 않는 형광이. 허. 그래. 우리 이제 모르는사이지. "몰라??. 짜증나. 왜 연락이 안되는거야. 개 방과후에 어디갔어??" "몰라!!!!!왜 그걸 나한테 물어??" 이크. 화를 내버리고야 말았다. 결국은. 황당하다는듯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도원석. 이내 정하울이 짜증난다면서 도원석을 재촉했고. 괜한 또또는 나를 원망스럽다는듯 노려보다가 자신의 무리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때 가만히 있던 여준이가 알수없는 한숨을 쉬며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린건 아주 갑작스러운 일이였다. "어?? 여준...." 하나 더 플러스 하자면. 여준이가 내게 키스를 한것도 아주 갑작스러운 일이였다. 10초정도 여준이 입술이 내 입술에 조용히 머물었고. 키스가 끝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내가 시선을 옮긴건 형광이. "..........." 그리고 놈의 눈과 내눈이 마주친 순간. 굳어진 표정으로 픽 하고 웃어버리는 형광이.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형광이는 친구들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려 장난스럽게 웃는다. "보지마." 어느새 그런 형광이를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준이는 낮아진 목소리로 나를 뒤돌아 세웠고. 나는 그제서야 여준이에게 눈을 돌렸다. "어?? 응.." "가자. 사진 찍으러" "응..응!!" 그래 애초부터 서로를 잘 알던 사이가. 한순간 서로를 모르는 사이로 변한다는것 그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어. 지나온 추억까지 한순간에 잊을 순 없으니깐. 그래서 이렇게 아픈가봐. \집. 여준이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좀 쉬려했는데. 집에선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져 있는 상태였다. 반 시체가 되어 울고있는 라경이. "=_=이번엔 너야??" 쇼파에 널부러져 울고있는 라경이의 퉁퉁 부어버린 눈을 보자 나는 위와 같이 말하며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섰다. 휴우 깨끗히 정돈 되어 있는 거실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탁자 위에 우뚝 올려져있는 소주 한병. . 나는 재빨리 치우고는 라경이에게 말했다. "어제는 내가 울고. 오늘은 니가 울고. 우리 정말 왜그러냐 라경아." "흑!!!!!!!!!!!흐엉엉...미로야 나 너무 슬퍼." "왜 그래 무슨일이야 응??" 토닥토닥. 그녀의 등을 두들겨 주고 있을 무렵. 내 귀를 파고 드는 충격적인 라경이의 말. "나..원석이랑 헤어졌어." 두. 둥. 두. 둥. 충격적인 라경이 말에 나는 잠시 멍해질수밖에 없었다. 친구를 위로 해주지 못할 망정 왜 멍해지냐구? 당연하지 않는가! 아까까지만 해도 도원석은 내게 라경이의 행방을 물었을뿐 아니라. 평소 그렇게 닭살을 떨어대며 다정했던 그 커플이 헤어졌다니. 적어도 그들을 잘 알고있는 나로는 이해 불가능이였다. 도저히! "..언제?" "한 2시간전쯤." 흐응 3시간전쯤엔 도원석이 널 애타게 찾았다구!!!! "왜..왜??" 아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나는 목소리를 더듬으면서 라경이에게 물었고. "원석이는 나랑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대단한애랑 나같은애랑. 사귀는 자체가 웃겼어.-. 미로 너도 알지? 원석이 여기서 유명한거. 난 원석이에 비하면 너무 못생겼잖아." 라고 친히 라경이는 내게 대답해주었다. 왠지 공감이 형성되는 라경이의 말에. 나는 그녀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래서 연락 피하구 깨지자고 한거야??" "연락 피한거 어떡게 알았어..?" "아까 도원석이 너 막 찾더라구. 연락 안된다구"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글썽 거리는 라경이 악. 온새미로 지금 푼수떤거야? 그런거야??! "미로야 나 정말. 원석이 좋아하는데. 이런 내가 진짜 싫어..초라한 내가." 이내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가여워진 그녀. "니가 왜 초라해..그동안 잘 사겨왔잖아. 니들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거야??" "헷. 오늘 어떤 언니들이 찾아와서 그러더라. 나 진짜 재수업다구. 원석이랑 깨지라고" 허..참내. 서은향 같이 유치한 애들이 한두명이 아니구만. "....언니들??그래서!!!!!!그런 애들 땜에???" "꼭 그런건 아냐. 나도 항상 원석이 옆에 있으면 작아지는거 같았구.." "지금 너 정말 바보같은거 알아??" 결국 답답한 라경이의 모습에 열이 뻗쳐버린 나는 두손을 걷어 버리곤 라경이에게 어서 붙잡으라며 소리칠려는 찰라.. 탕탕탕 "나와!!!!!!!!!!!!!나오라고!!!!!!!이라경..너 안나와??!!" 나 정말..미치겠다구요.. 누군가가 우리집 대문을 마구 두들기던 소리가 들리더니 잔뜩 취해버린 또또의 거친 음성이 연달아 들려왔다. 정말 우리 이러다가 소음죄로 이 동내에서 쫓겨나는거 아닐까.=_= "미..미로야 나 없다구해. 알았지??!" "야 이라경!!!!!!!!" "정말 절대 없다구해!!!!" 타악 그때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라경이는 뭐라 할 틈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이라경!!!!!!!!문열어. 이거 부숴버린다." 행패. 행패. 이런 행패는 또 처음이다. 정말로 문을 부셔버릴 태새로 쾅쾅 두들기는 우리의 또또. 결국 문을 열어주려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야!! 또또 좀 잡아. 얘 진짜 돌은거 같아!!!!!!!!!" "몰라. 너 아까 쟤 우는거 못봤냐? 그냥 냅둬." "문 진짜 부숴지겠는데?!!" "그럼 니가 물어주던가아하하하" ...주접스러운 형광이 무리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니들은 왜 따라온거니.. 정말. 암담하다. 다행인건 형광이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는 것. "라경아. 문 좀 열어줘. 얘기 좀 하자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가는 도원석의 술주정 후와. 후와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 한 나는 심호흡을 깊게 내쉬고는 문을 벌컥 열어버렸다. "야. 도원석 너 지금 이거 행패야!!!" "비켜..이라경 지금 있지.?" "아니 없어! 절대루 없....야!!!!!!!!주거 침입이야 이거!!!!!" 슥. 하고 나를 아주 가볍게 밀친 채 빠르게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또또. 내말은 아주 개똥으로 듣는다 이거니. 쩝. 그래도 멋있다. 나는 슬며시 나가 주어야 하는건가?? 라고 하기엔.. "어?? 이분 정말 자주 만나네!!!" 나를 빤히들 쳐다보고 있는 이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긴 하구나. 집앞에는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었고. 낯익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툭툭 내던지더니 "야 우리도 들어가자." 이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짓껄여 댔다. "우리가 들어가서 뭐해??" "뭐하긴. 훔쳐봐야지. 동영상 찍어서 놀릴까??" 이. 이봐요!! 당신들 미쳤어요?? "그럴까?!!야!!!존나 재밌겠다. 얘들아 들어가자!!!" "정하울 존내 불쌍해. 알바해서 이런것도 못보고.!!" "김형광은 어떻고??! 그새낀 완전 꼴아서..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내 눈치를 보는 형광이 친구. 아까 봤던 그 아디다스 티다!!! "야 빨리 들어가자!!" 잠깐. 잠깐. 방금 얼핏 김형광 이야기를 들은거 같은데... "저. 잠깐 실례좀!!!" 문을 지키고 있던 나를 도원석처럼 가볍게 떠밀고는 우르르 우리집으로 키득대며 들어가는 저 철없는. 김형광 친구들을 보며 나는 할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왔다. 뭐지?? 분명 김형광 이야기를 들은거 같은데. 개자식 너무 작게 말했어. 그나저나 나 어디가. 완전 난감한 상황이구려. "놀이터나 갈...악. 깜짝이야!!!!!!" 라경이가 화를 내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며 놀이터로 가려던 때.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한 남자아이가 내 발에 걸려버렸다. 김..형광..? 어쩐지. 안보인다 했더니 여기 있었구나 형광아. 인기척을 느꼇는지. 고개를 드는 그아이. 술..먹었나? 확 풍겨져 오는 술냄새부터. 풀려버린 동공까지. 전체적으로 흐트러져 보이는 형광이였다. "술..많이 마셨어??" 나도 모르게 나온 말에 형광이는 대답하지 않은채 다시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차갑구나. 왠지 모르게. 따듯했던 니 눈이. 차가워진 느낌이야. 아주..아주 많이. "오늘 퇴원한거 같던데.. 술 너무 많이 마시지마. 그럼 나 갈께." 꼭 저말은 할 필요가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후회가 되는 마음에 애써 놀이터 쪽으로 빠르게 걸으려는데. 탁.. 알싸한 술냄새가 코끝에 내려앉더니 일순간 갑작스럽게 내 옷자락을 잡아버린 형광이. ... .. "필요없어. 그런말." 녀석은 말을 마치고는 스르륵. 내 옷자락을 놓아주었다. 그건 언제나 툭툭 건내던 기분 좋은 장난도 아니였고. 가끔 달콤하게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사랑의 말도 아니였다. "...응..그래." 차갑고. 차가운 그 한마디에 왈칵 쏟아져 버릴 것 같은 눈물을 재빨리 막고는 뒤돌아 서 걸었다. 혹시나 녀석이 날 보고 있지 않을까. 뒤돌아 보았지만. 형광이는 여전히 대문앞에 앉은 채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결국 낯선 형광이 모습에 놀이터로 가는 내내 나는 울었던거 같다. 슬픈 중얼거림과 함께. "왜 울어 온새미로. 앞으로 어떡할라구 우는건데...... ....벌써부터 울면 어쩌자는 건데...." \다음날 "그래서. 원석이가 가지말라면서 막 그러는데..눈물이 막 나와서!!" 도대체 저 말만 몇번째 하고 있는거야. "응응. 그래그래. 어? 토스트 다 됬다." 감격적인 재회를 내게 무려 4번이나 줄줄 말하고 있는 라경이가 귀찮게 느껴져서 나는 토스트기에서 나온 식빵 하나를 잽싸게 물고는 일어섰다. 그래. 무대뽀 또또와 답답한 라라는 어제밤 찐한 화해를 했댄다. "미로야!! 어디가!!내 얘기 마저 듣구가야지!!" "나 선생님들한테 찍힌거 알지??! 지각하면 안된단다. 갈께!!!학교서 보자!!바이바이!" "힝!!!!!미로야아!!!!!"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불러대는 라경이를 모른척 하며 부엌을 나가려던 나는 잠시 멈칫. "이라경!! 도원석 오늘도 앞에 있어???!!" "아니!!!오늘은 없어." 휴 다행이다. 도원석이 또 앞에서 얼굴 들이대고 있으면 어쩌나 했네. "응!! 그럼 나 진짜 간다간다!!바이바이!" 그렇게 집을 나와서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준이와 함께 등교가 내 계획이였지만. 먼저 가라는 여준이의 문자 때문에 나는 외롭게 혼자서 조금 이른 등교를 하는중이다.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어차피 시간도 많은거 생각 하며 걷자 라는 생각으로 학교로 걸어가는데. 그게 사단이였다. "정말?? 하하하 진짜 웃기다. 누나 너무 웃겨 형광아!!" 사거리로 내려오자. 별로 보고싶지 않은 장면이 내 시야에 들어섰다. 터질거 같은 교복을 입고는 형광이 옆에 쫙 달라붙어있는 여자. 웃고있는 형광이. .....뭐지..새로운 애인인가..? "뭐. 신경쓰지 말자." ... 라고 해보지만.. ....어떻게 신경을 안쓸수 있어..;;휴우. 결국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는 핸드폰을 괜히 못살게 굴며 앞으로 걸었고 이내 무사히 형광이를 지나칠수 있었다. 얼핏 눈이 마주쳤지만... 내가 금새 고개를 돌려버렸기 때문에.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보진 못했다. 바람둥이.. 그새 여자를 옆에 끼구있네.. 뭐 내가 상관할일은 아니지만서도 "형광아. 쟤 누구야??!왜 빤히 쳐다봐?!!" 그때. 등뒤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빤히 쳐다보고 있다구...? 뭐.뭐야 그럼 지금 내 뒤에서 늬네 둘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야??!! 여자의 말에 나는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그러나 "잊어야 하는 사람." 중얼거리듯 작게 말하는 형광이의 말에 굳어버린 바보 같은 온새미로. "뭐.??" "근데..안 잊혀지는 사람." 날 쳐다보고 있을 녀석의 그 한마디에 그동안의 차가운 형광이 모습에 대한 서운함과. 슬픔. 아픔이 눈 녹듯 사라졌다. 참으로 지랄맞게도... 나는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좋아하는 애야?....." 좋아하는군요. 당신도. 저 개구진 아이를.... 착 가라앉은 목소리의 주인공인 여자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광이는 쌩뚱 맞은 목소리를 내뱉는다. "누나 나 배고파." 무개념의 김형광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구려. "배고파??! 우리 형광이 배고파?!! 뭐 먹을래?!!아침 안 먹고 온거야??" 도대체 저여자 어떡게 생겨먹은거야?!!!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슬며시 건물 옆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기 시작함 "너 구렁이같아." 여자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웃어대는 형광이. 헉 구렁이라면. 혹시 저번에 봤던 문자의 구렁이?! 하하 실제로 보게 될줄야. "이게! 또 누나한테 너라니!!!" "볶음밥 먹으러 가자." "어??니가 왠일이야? 너 볶음밥 싫어하잔냐. 스파게티만 맨날 먹으면서." "그냥. 좋아졌어." "왜????왜?!!" "구렁이한텐 말 안해." 형광인 분명 진심이였을텐데. 장난으로 받아들인듯한 구렁이 언니는 형광이가 귀엽다는듯 마구 웃었다. "에이. 말해봐. 왜 볶음밥이 좋아졌.... 어라.? 근데 쟤 왜 안가고 저러고 있지??" 헙!!!!!!!!!! 그때 구렁이와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날 발견해버린 구렁이는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쪼.쪽팔려. 쪽팔려 죽겠네 정말!!!!!!!!! 대화를 몰래 엿듣다가 결국 이런 꼴이 나다니. 진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내 큰 몸을 꾸역꾸역 넣어서 숨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채 경보를 하다 싶이 앞으로 걸어갔고. "어??!!!어어?!!으악!!!!!!비켜요!!!!" 한껏 당황한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오자. 난 그제서야 내가 도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됬다. 더불어 오토바이가 나를 금방이라도 칠듯 내쪽으로 거침없이 달려오는 모습도 볼수 있었다. 세상에. 미치겠구나 정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피할 시간도 없다. 결국 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게 될것이다. ☜5초만에 떠오른 많은 생각들. "꺄아아악.!!!!!!!!!"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며 눈을 꼭 감았을 그때. 화악. 하고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당겨 자신의 품에 안아버렸다.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면. 낯익은 향기가 확 풍겼다. .. ..형광이였다. 뻥져있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건지. 별안간 쌔앵. 지나가는 오토바이에다가 거칠게 소리를 지르는 형광이. ...... ........ ... "개자식아. 뒤질래!!!!!!!!!!!!!!!!!!!!!!!!" "................" 이내 오토바이가 달아나 버리자. 형광이의 욕짓거리는 조용해졌다. 그래.. 이제서야 망각한거겠지. 날 안아버린 사실을. 잠시동안 민망한 침묵이 흘렀다. 풉. 죽다 살아난 이 상황에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차갑게 모른척 하더니.. 뒷감당..어떡게할래 김형광.? 할튼간... 단순해. 이 바보. ★43 "..........." 잠시동안의 침묵. 이건 뭐 맘대로 풀지도 못하겠고. 가만히 있자니 더 더욱 웃긴 상황이 되고.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흐른 그 침묵을 깬 사람은 다름 아닌 구렁이였다. "꺅!! 형광아 괜찮아?? 다친데 없어??!!" '정말 이여자 호들갑 한번 대단하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구렁이는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우왁볜눗? 형광이와 나를 떼어 놓는다. 꼭 이런 아이들이 힘은 더럽게 쎄더라. "형광아. 괜찮냐구!!!응??!!" 허걱. 구렁이 뭐야. 울먹이는거야??!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는 형광이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달랑달랑 메달리는 구렁이. "응." 그런 구렁이에게 형광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아.. 그래. 여기선 내가 빠져 주어야 할 상황이구나. "가. 감사합니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꾸벅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섰다. 그나저나 나 존댓말 왜 쓴거야. 꼭 바보 같잖아. 아직도 온 몸에서 기분 좋게 풍기는 형광이 특유의 시원한 냄새. 음. 언젠가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향수를 쓰는거냐고. 너한텐 참 좋은 향기가 난다구. 이젠 이것도 그리워 해야 할 것에 일부분이 되버렸구나. 뚜벅뚜벅. 웃기지도 않은 발걸음 소리를 괜시리 크게 내보며 뒤돌아서 걷는데. 그들에게서 멀어지려고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구렁이와 개구쟁이의 대화. "왜!!!도대체 왜 그렇게 무모하게 뛰어 든거야. 너 바보야??" "밥사줘." "이 개자식!!!!!!!!" "구렁아 밥사줘." 김형광. 넌 언제나 그렇게 웃으며 여자들의 지갑을 거덜내는거냐. 정말 웃기지도 않는 자식. 잠시 농담식의 대화를 몇번 주고 받던 구렁이와 개구쟁이는 이내 밥을 먹으려 가는건지 반대편 골목으로 슝 사라졌다. 흐음. 조금..서운하긴 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떡게 단 한마디도 안하냐.. 망설임없이 도로로 뛰쳐 든 주제에. \학교. 지겹도록 반복하는 생활. 집->학교->집->학교.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왔다. 어김없이 민경이와 수다를 떨고. 어김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 수업도 들어야만 했다. 모든건 변하지 않은채 그대로 흘러갔고. 민경이와의 수다도 지루하다고 느낄때 즈음. 라경이가 우리반에 불쑥 찾아왔다. "미로야!!!!!" 쪽팔리지도 않는 건지 밥을 먹고 있는 우리반 문을 벌컥 열고는 말이다. "씹. 야 이년아. 너 저 기집애랑 절교 안하냐??! 나 진짜 짜증나는거 알지??" 그런 라경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민경이가 아니지. 민경이는 당연스럽게 라경이를 보며 짜증을 부렸다. "민경아. 라경이 착해." "너 지금 내 앞에서 저년 편 들어주는거야??????" 강민경;;흥분하지말고. 릴렉스. 릴렉스 "미로야!!온새미로!!!" "응??" 이내 우리 앞까지 온 라경이는 민경이를 살짝 야리더니 (예전에 한번 말했지만 라경이와 민경이는 사이가 좋지 않다.) 나를 별안간 흔들었다. "방금 원석이한테 문자 왔는데!! 내일말야 내일!! 대승공고 축제래!!!!알구있어??" "아니 몰랐어." 대성공고라면 일단 내가 싫어하는 아이들의 집합소이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정하울. 서은향 등등)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너 몰랐냐?? 홍보 포스터 쫙 붙었는데. 공원에" 옆에있던 윤아가 흥분한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뭔 상관이래." 그런 민경이를 보며 입을 삐쭉 내민채 중얼거리는 라경이. 결국 우려했던 대로 그녀들의 유치한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선방을 먹인건 강민경. "니 말에는 상관한적 없거든?!!! 그리고 혹시나 그 축제 온새미로랑 갈 생각이면 꿈 깨! 나랑 미로랑 가기로 했으니깐!" "웃기지마. 넌 친구가 미로밖에 없냐??" "너야말로?" "난 미로가 제일 좋거든? 편하고! 우린 같이 동거하는 사이니깐. 강민경 너야말로 꿈깨라." "씨발. 해보자는거냐??? 난 무조건 미로랑 갈꺼니깐 그렇게 알아." "내가 미로랑 갈꺼거든??무.조.건." 세상에. 이사람들 드디어 미친거야?? 소리를 꽥 지르며 반에서 소란을 피우는걸로도 모잘라서 이제 양쪽에서 나를 잡아 당기기까지 한다. "미로야 나랑 갈꺼지??" "온새미로!!!!!!!너 나랑 안가면 죽음이야 진짜. 끽.!!" 선자는 라경이. 후자는 민경이였다. "저.저기 경씨자매들.=_=.." ☜나름대로 웃기려고 한거임. "뭐?? 누가 자매야??! 이름에 같이 '경'자가 들어가는거 기분나빠." "누가 할소리??!" "야 니들 진짜 싸우지마!!!!!!!!!!!" 또다시 싸움을 시작하려는 그녀들 때문에 난 결국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를 꽥 질렀다. 젠장. 내 신비주의 이미지는 이제 깨져버렸구나(뭐래.?) "나 안가!!! 나 간다구 말한적 없어. 거기 싫어!! 갈려면 니네 둘이 가!!!" "어버..버..이 개냔이 뭐라고 짓껄인거야??" 내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꽤나 충격을 받은듯 말까지 더듬는 민경이.. 나는 다시 한번 안간다고 확고하게 말해주려고 했지만. "미로야. 여준이왔어." 라는 라경이의 말에 그 입을 합 다문채 창문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과연. 라경이 말대로 열어진 창문에 살짝 기대 열받아 있는 나를 우습다는듯 쳐다보는 여준이가 보였다. 세상에. 보고야 말아버린건가. 핏대까지 세우며 흥분한 나의 모습을. "여준아!!! 왠일이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창문에 있는 여준이에게 말하자 여준이는 대답 대신 손에 든 음료수캔을 살짝 흔들어 보인다. "쳇. 멋있는 척은." 나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듯 중얼거리는 민경이를 살짝 무시해주고는 재빨리 복도로 나갔다. "여준아. 언제왔어?? 오늘 먼저 가라 그래서 혼자 왔는데.." "목소리 크더라." 비러머글. 역시 보고야 만거구나. "하하. 그래그래. 내가 좀...." "병신. 음료수 먹어." 내 머리를 헝크러 놓고는 손에 든 음료수를 내미는 여준이. 나는 멍하니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 머리 헝크러 놓는거.. 형광이가 잘하던 건데.. "고마워 여준아." 다시 형광이가 생각나서 애써 밝은 목소리로 여준이에게 소리쳤다. 나 정말 이기적이다. 이렇게 여준이 너랑 있는 시간 속에서 끈임없이 형광이를 생각하다니. 정말 이기적이야. "뭘." "어?? 아니. 그냥 음료수!!" "싱겁긴." 특유의 무뚝뚝한 대답과 함께. 그순간 여준이가 나를 안아버렸다. "여준아.. 아무리 그래도 여긴 학굔데." 녀석만 들을수 있도록 작게 중얼거려보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랑곳 하지 않은채 놈은 계속해서 날 꽉 안는다. 이렇게..들리는데. 여준이 니 심장소리 이렇게나 크게 느껴지는데. 내 심장은 언제쯤... "선생님!!!!윤여준 좀 봐요. 학교에서 막 애정행각해요!!" 악..그때였다.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복도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것은. "씨발.." 여준이의 입에서 낮은 욕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은채 우리 둘을 떼어 놓는 아이. 여준이의 굳어진 표정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 다시 한번 큰소리로 "선생님!!!!!!!선생님들!!!윤여준 좀 혼내주세요!!" 세상에.. "미.민경아!!그만해!!!!!" 그랬다. 그녀는 다름 아닌 나랑 가장 친한 친구. 강민경이였다..=_=.. 여준이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민경이의 입을 막는데까진 성공... 이라고 생각한지 2초도 안돼서 민경이는 내 손을 꽉 깨물어 버렸다. "악!!!!!!강민경 아프잖아!!!!!!!!!" 별안간 비명을 지르며 울상을 짓는 온새미로. 여준이는 그런 나를 아무말없이 자신의 등 뒤로 세우더니만. 갈갈히 날뛰는 민경이에게 말했다. "너 진짜 죽을래." 라고.. 그러자 민경이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아니!!!!! 윤여준!! 너 때문에 우리들의 시간이 매번 방해되고 있어!!" 라고.. 이순간에도 여준이의 손은 쉬지 않고 내 손을 감싸 만져주고 있다. 아무래도 민경이가 내 손을 깨문 것이 계속 걱정되는듯.. "아 짜증나. 너 진짜 때린다." 그때. 결국 지 성질을 이기지 못한 윤여준군은 내 손을 감싸고 있던 자신의 한쪽 손을 장난스럽게 민경이에게 들었고. 민경이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듯 여준이에게 메롱을 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마구 치켜 세웠다. 정말 이럴때보면. 민경이가 대단하기를 넘어서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어..? 잠깐." 으응?? 뭐가?? 갑자기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여준이의 손을 낚아 채는 민경이. "뭐." "잠깐만.. 윤여준 너 손목 왜이래??" ★44 "............" 민경이는 하얀 녀석의 팔목 위로 칼로 몇번 그은 상처를 가리켰다. 이번에 그은 곳은 더더욱 선명히 상처가 나 있었다. 하... ..정말..미치겠다. "맘대로 내 몸 건들지마." 거칠게 민경이의 손을 뿌리치고는 내게로 뒤돌아 서는 여준이였다. 두 눈에 잔뜩 고인 내 눈물을 이내 발견한 모양인지 그녀석은 말없이 살짝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말했다. "미안. 밴드 붙이고 오는걸 깜빡했다." "....미안해..미안해 여준아." "사랑해. 사랑해 온새미로." "............." 놈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울고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보았고. 여준이는 픽 하고 웃으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간다. 울보 마누라." 내 눈물을 다 닦아주고는 뒤돌아 서서 민경이를 노려보다가. 이내 신경 쓰인 다는듯 연신 손목을 만지며 자기 반으로 걸어가는 여준이. 고마워..여준아.. 정말 너무 고마워. "온새미로. 너 왜울어?? 저 팔목 칼로 그은거 맞지??" 할튼간...강민경 푼수. 여준이가 가자마자 내 얼굴을 잡고는 묻는거냐. 이럴땐 한번쯤 모른척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구요! "몰라.." 귀찮다는듯 민경이의 팔을 치우고는 반으로 걸어가려는데 갑자기 민경이가 내 손을 잡더니만 "그나저나. 갈꺼지?? 내일. 나랑!!!" 앗. 그러고보니 잊고있었구나. 나 그 얘기 하다가 나왔지?? "안간다니깐?!" "미로야!!!!!나랑 갈꺼지?? 그치??" 아직 안간거니. 라경아.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 라경이가 불쑥 튀어 나와서 내 손을 잡고 흔들어 댄다. "야 이라경. 너 진짜 유치하다. 친구가 그렇게 없어??" "그러는 지는.?? 미로는 나랑 갈꺼니까 그렇게 알아라." 이봐들. 난 안간다구요!!!!!!!!!!!!!!!!!!!!!!!!!!!!!!!!!! . . . . . 라고 소리쳤건만. 다음날. 방과후 "니들. 안간다니깐. 진짜 왜그러냐구!!!!!!!" "야. 이라경 너 그 손 안놔???" "너야말로!!" 유치한 고래들 싸움에 낑겨서 새우등 한번 제대로 터지고 있는 나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무작정 서로 나와 가겠다면서 나를 끌어대는데. 결국 여자처자 시끌벅적한 대승공고 앞까지 와버렸다. 결국 셋이서 와버렸다 이거지요. [대승공고 축제. 다함께 빠져~~봅시다~] 언젠가 한번 와본적 있는 교문에는 학생회에서 마련한건지 큰 현수막이 걸려져있었고. 학교안은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는 축제가 한창이였다. 7시까지 하는 축제여서 그런지. 방과후가 끝난 지금 대승공고 축제는 그야말로 인기폭팔이였다. 수원. 곳곳에서 놀러온듯한 아이들이 장을 이루었고. 간간히 호기심 많은 중딩애들도 보였다. "미로야!!강당가자. 강당에서 지금 공연하고있대!!!" 학교를 서성이는 아이들을 차근차근 구경하고 있을 그때 핸드폰으로 한참을 또또와 문자를 보내던 라경이는 별안간 나를 강당쪽으로 이끌었다. "어???뭔 공연?" "뭐 장기자랑 이런거겠지??? 쫌 이따가 원석이도 나온대!!" "어..?" 그말을 들으니까 강당에 갑자기 가기 싫어지는구나. "그래. 온새미로. 강당가서 구경하자. 운동장엔 죄다 먹을꺼 팔구 뭐 그런것밖에 없다." 옆에 있는 민경이가 날 거들었지만. 나는 싫다는듯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왠지 그곳에 가면.. 형광이와 마주칠것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어쨋든 강당안은 가기 싫었다. "미안..얘들아. 니네 둘이 가." 그래서 난 한걸음 물러나서. 라경이와 민경이를 강당쪽으로 마구 밀었다. "내가 미쳤어?? 얘랑 가게??" "누가 할소리야. 온새미로 나랑 강당가. 가자구!!!!!!!" 으.. 시끄러워. "그럼 나랑 여기서 놀던가. 난 강당 죽어도 안갈꺼니까. 니들 알아서 결정해." 확고한 내말에 잠시 골똘이 고민하는듯한 그녀들. 가고싶겠지. 축제의 하일라이트일텐데. 이런 운동장에서 음식냄새만 폴폴 맡으며 그림이며. 공예며 전시된걸 보며 시간을 낭비하긴 싫겠지 "그..그래. 내가 그럼 특별히 같이 가준다."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건 라경이였다. 민경이도 라경이의 제안이 싫진 않았는지 그런 라경이를 따라가며 소리쳤다. "웃기지마. 내가 같이 가주는거지. 말은 바로해!!!" 그래.그래 둘이 손 잡고 강당에서 재밌게들 놀려므나. 이 기회에 사과도 좀 하구. 둘의 모습이 강당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완벽히 보이지 않자. 나는 포로로 한숨을 쉬며 그제서야 스텐드에 앉았다. 음료수병이며. 햄버거 봉지며. 과자봉지. 휴지. 등등 이리저리 어지럽혀져있는 스텐드.=_= 휴우 역시 축제 한번 하면 골치 아프단 말야. "흠..이제 혼자 뭐하지??" 그러고보니. 딱히 할게 없다. 혼자서 음식을 사먹기도 그렇고. 운동장 끝에 마련된 전시회나 구경할까?? 그전에.. "저기. 화장실이요. 어딨어요?" 화장실좀 가야겠다-,.-. 스텐드에서 벌떡 일어서서 한 학생을 다짜고짜 잡고 물으니. 그 여자아이는 똥 씹은 표정으로 친히 대답해주었다. "학교 안에 있지. 어딨겠어. 미친." ............. 이.이!!!!!!!!!!!!!!!!!!!!! 주길!!!!!!!! ... .. "아 네. 고맙습니다." 비굴하지만 꾸벅 인사까지 하고는 학교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여긴 대승공고야. 문제아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무서운 대승공고. 이런곳에서 내가 굳이 튈 필요는 없다고 봐!!.(비굴.비굴) 흐음. 그나저나 화장실이 어딨는거야.(말 돌리기) "왜?? 왜 나는 안돼는건데.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데..왜??왜!!!!!!!!!!!!" 그때였다. 화장실을 열심히 찾고 있는 나에게 서은향 목소리가 들려온건.. "옷 잡지마. 늘어나." 그리고 연달아 내가 그렇게 피하던 형광이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바로 그때였다.. 참..너랑 나 왜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거냐. 짜증나게. 사람이라는게 늘 그렇듯. 이런 작은 우연에 부딪히면 생각하는 레파토리는 '인연'. 나도 지금 이순간 녀석과 내가 '인연' 이라고 느꼈다. 지긋지긋한 '인연' 난 그 지긋지긋한 인연을 저주하며 터질듯한 교복을 입고 있는 서은향과는 달리 사복을 입고 있는 형광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자. 티셔츠. 쪼끼. 청바지. 죄다 처음 보는 옷들이구나. 젠장. 돈 많은 자식.=_= "형광아. 사랑해. 사랑해" 짜증난다는듯 얼굴을 한껏 구기며 서은향의 손을 자꾸만 놓으려는 형광이에게 서은향은 눈물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이상하지. 그렇게 싫어했던 아인데. 이 순간 만큼은 동정심에서였을까. 너무나도 측은해 보였다. "난 너 안사랑해." "난 사랑한다구 이자식아!!!!!!!!!!!!!" 눈물섞인 그녀의 고함소리. 짜증섞인 한숨을 푹 쉬는 형광이. 그 순간. 서은향이 김형광의 얼굴을 잡더니 그대로 키.. ...키... "키스..." 그래..키스. 키스를 하더라. 피할줄 알았던 형광이는 피하지 않았다. 기가막힌 난 그자리에서 그야말로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뭐야. 김형광. 또 안피하네. 저번엔 피한다면서. 이제부터 맘대로 키스하게 안납둔다면서. 짜증난다. 정말 짜증나. 이렇게 갑자기 열받는 나도 짜증나고. 가만히 있는 김형광도 짜증나고. 무작정 키스한 서은향도 짜증나. "..실망이야...정말......"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중얼거리자. 그제서야 키스를 멈춘후 나를 쳐다보는 서은향. 그리고 김형광.. "뭐야 너..여기 왜있어???"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내가 본걸 눈치 챈 서은향은 조금은 즐겁다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바람둥이..." "뭐???? 너 지금 우리 형광이한테 그런거냐???!"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왜이래. 왜 자꾸 눈물이 나오려 하는거지. 픽 하고 웃으며 뒤돌아 섰는데 서은향의 웃음소리만 들릴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날 붙잡으려 걸어오는 형광이의 발걸음소리도. 오해라며 소리치는 형광이의 변명소리도. 예전같았으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릴 그 소리들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말그대로 녀석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듯.. 가만히 서있을 뿐. 날 붙잡으러 오지도. 내게 변명하러 오지도 않는다. 잊지 못했을꺼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녀석은 날 잊지 못했을꺼라고 믿었다. 아니 적어도 '잊고 있는 중' 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날 차갑게 대하고 있는거라고.. 하지만 그건 단순히 내 믿음이 만들어 낸 생각일뿐.. 녀석은 나랑 있었던 일을 잊는다. 그 추억을 잊었다. 온새미로를. 좋아한다는 그 온새미로를 너무나도 쉽게 잊었다. ★45 \강당. 민경이와 라경이가 하도 오라고 난리 치는 바람에 형광이의 키스사건을 목격한지 10분만에 난 강당으로 들어왔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밖에서 형광이와 또다시 마주칠까봐. 두려워서 라고 말해야 100점짜리 답이겠지. "야야 대승공고 애들 너무 멋있어." "맞아!!!!!!아까 어떤 여자애들 출산드라 따라하는데 진짜 웃겨." "푸하하하. 라경아 난 쫄바지 애들이 더웃겼어!!" =_=어느새 상당히 친해진듯 보이는 경씨자매가 나를 억지로 의자에 앉히며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하. 이것들 아주 흥분 최고 상태구만! 강당안은 매우 더웠다. 그이유는 대승공고 아이들과 곳곳에서 찾아 온 아이들의 수가 어마어마 하게 강당을 메워서였고. 열기 또한 최고조로 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악!!!!!!민경아. 미로야 이제 원석이야!!!!!원석이!!!!!꺅" 이런 활기찬 분위기에 적응해갈라고 노력할때 즈음. 라경이의 흥분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경이가 가리키는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과연. 정하울. 도원석. 김형광. 이름은 모르지만 그때 그 아디다스 티셔츠. 네명이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깐. 김형광?? 미치겠네. 쟤는 왜 맨날 이렇게 마주치는거야!!!!!!!!!!!! 사복은 입은 이유가 공연 때문이였나..? "원석이?? 니 애인이야?? 누구야?!!!!무슨옷 입은애야??" "저기 까만옷 입은애!!!! 꺄아악!!원석아 너무 멋있어!!!!!!!!" 인상을 확 찡그린채 무대를 바라보는 내가 보이지 않는 건지 라경이와 민경이는 호들갑을 떨어댔다. "쟤야?? 어디선가 많이 본거 같은데.." 중얼거리는 민경이. 그래 저번에도 한번 봤잖니. "꺄아아아악!!!!!!!!오빠들!!!!!!!사랑해요!!!!!!!!!!!!!!" 흐음..예전에도 예상했지만. 정말 대단한 인기다. 아직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대기중인 그들을 보며 지르는 소리가 이렇게 큰걸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은것 같다. 잠시후. "마지막 순서는 밴드부죠? 활동 안하기로 소문난 밴드부 'Lie'의 무대입니다. 아주 많이 기다리셨어요!!!다들!!- 우리 Lie의 무대로 빠져~~보아요!!!" 사회자의 장난스러운 멘트와 함께 브이를 마구 날리며 올라오는 그들. 그순간 난 정말 귀를 틀어 막아야 했다. 엄청난 함성소리 때문에.. 근데 니네 밴드부였니.??? 어쩐지 클럽에서 학교 빼먹고 놀때부터 알아봤어. "민경아. 나 어떡하지??! 심장이 터져버릴것 같아!!!!!너무 멋있어!!" "멋있긴 한데. 쟤네 왜 이렇게 낯이 익지??" 흥분한 라경이와 붕어기억력 민경이의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시작된 빠른 비트의 음악소리. 정하울은 베이스. 도원석은 마이크. 아디다스티는 키보드. 마지막으로 형광이는 드럼. 인정하긴 싫지만. 정하울부터 시작해서 모두 대단하게 멋있었다. 도원석의 노래가 시작되면서 천천히 리듬을 타며 드럼을 치기 시작하는 형광이. 누군가 그랬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그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내 눈엔 형광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귀엔 점점 빨라지는 형광이의 드럼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많은 아이들 속에서도. 그 대단한 함성소리속에서도. ...녀석밖에는.. 녀석의 소리밖에는. "진짜 멋있다." "맞아..최고다 진짜." 곳곳에선 그들의 멋진 연주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대단한 녀석을.. 이렇게나 멋진 녀석을 내가 결국 좋아해버렸구나. 라고 다시 한번 느낄수 있게 된 시간이였다. 넋이 나가 있는 라경이와 민경이에게 간다는 말도 없이 나는 일어서서. 강당 뒤로 향했다. 더이상은 볼수 없을것 같기 때문이다. 흥분해서 소리치는 아이들을 비집고 나와 닫혀진 강당문을 열려는 순간. 두둥. 두둥. 하고 일정하게 박자를 따라가던 드럼 소리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베이스. 키보드. 노래소리 모두를 무시한 형광이의 드럼 소리에 연주가 중단 되었고. 함성소리도 차츰 작아지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도원석도. 정하울도. 그 아디다스티도. 이곳에 있는 아이들도. 그리고 온새미로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형광이는 드럼 스틱을 내려 놓고는 마이크를 자기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나 바람둥이 아니에요." 라고 말했다. 녀석의 눈이 날 쳐다보고 있는건 그제서야..알았던 사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날 찾아 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혹시 이녀석도..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만 보였던게 아닐까..? 라는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풉..." 결국 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픽 하고 웃어버렸다. "꺄!!!!!!!!!!!!!알아요. 오빠!!!!!!나만봐요!!!!" "꺅!!!!!!!!!오빠 사랑해요!!!!" "눈웃음!!!!!!눈웃음. 나 쓰러져!!!!!!" 엉뚱한 놈의 말에 의미를 알지도 못한 아이들이지만. 반응은 과히 폭팔적이였다. 김형광의 멋진 드럼실력에 반 미친 아이들은 녀석의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에 거의 쓰러질 수준이였다. (절대 오바가 아님) 도원석과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녀석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마이크를 들고 일어서는 형광이. 열광하는 아이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노래는...." "..............." "한 남자의 마음을 쾅 짖밟은 그녀에게." 장난스러운 형광이 목소리에 저마다 웃어대는 아이들. 녀석의 동공은 나를 향한다. 조금씩 작아지는 놈의 목소리. "한 남자를 울게 만든 그녀에게." "하........." ... ....... "한 남자가......사랑하는 그녀에게.." 형광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식 하고 웃으며 연주를 시작하는 아디다스티와 어느새 뒤로 들어가 드럼에 앉은 도원석. 마지 못해 똥씹은 표정으로 정하울 또한 연주를 시작했다. 이번엔 발라드다. 감미로운 발라드. 형광이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자 마자 나는 울어버렸다. 진짜 멋진놈. 사랑할수밖에 없는 녀석.. 1절이 끝나고 반주가 흐르자. 나는 그때서야 도망치듯 강당안을 빠져 나올수 있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구나 형광아. 날 잊었다고 원망했는데 그게 아니였어. 넌 여전히 날 좋아해주고 있어.. 근데 더 웃긴건. 내가 안심하고 있다는 거야. 너에게 잊어달라고 애원 했으면서 바보같이 난 안심하고 있어. "...미로야...." "야 온새미로!!!!!!그렇게 나가면 어떡게." 나를 보고 뛰쳐 나온 모양인지 라경이와 민경이가 가던 나의 손을 붙잡았다. 무작정 날 안아버리는 민경이. 조용히 내 눈물을 닦아주는 라경이. "무슨일이야. 저 노래에 감동이라도 먹은거야? 아니면... 그녀가 혹시 너. 온새미로야??" 날 꽉 안아주며 민경이가 물었고.. 나는 처음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감정을 그녀들에게 털어 놓았다. 그건 정말 처음이였다. "민경아...라경아..나 이러면 안돼는거 알아. 여준이가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돼는거 알아." 이해 한다는듯. 다 이해해 주겠다는 듯. 내 등을 토닥여 주는 민경이. 그리고 라경이.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만 주저 앉으려는 날 바쳐주는 민경이 때문에 다행히 주저 앉진 않았다. "좋아해..형광이. 좋아해. 정말 좋아해... ..라경아. 민경아..나 정말 어떡하면 좋지.. 잊어야 되는데.. 여준이 위해서라면 잊어야 하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도저히 안돼. 쉽지 않....." 눈물섞인 서러움을 그렇게 토해낼때. 내 이야기는 뚝 하고 멈추어졌다. 왜냐구..?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연주를 마치고 곧바로 나온듯한 도원석과 김형광이... 날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김형광이.. ...날 보고 있었기 때문에. "워..원석아." 놀란듯한 라경이가. 말까지 더듬으며 소리쳤고. 민경이는 어떡하면 좋냐며 내게 작게 중얼거렸다. 하.....젠장...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도원석을 지나쳐. 형광이가 내게로 다가 왔다. 미치겠네. 정말 미쳐버리겠어. 타악. 무작정 내 손목을 잡고 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김형광. 이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 나는 웃기지도 않게 소리쳤다. "놔. 김형광 노으라구!!!!!!!!!!!!" 그것도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말이다. 픽 하고 웃으며 날 기어코 그들이(민경.라경.원석) 안보이는 곳 까지 끌더니 그제서야 내 손을 놓아 준다. 두근두근. 그야말로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 "온새미로." 웃는다. 갈색 눈이 둥그래지도록 웃고 있는 형광이. 좋아하면서 잊어달라고 쇼했던 ..그야말로 한순간에 바보가 되어 감정을 들켜버렸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어." 그순간. 화악 하고 나를 자기 품에 안아버리는 녀석. 따듯하다. 놈 특유의 시원한 냄새가 알싸한 담배향과 마구 뒤엉켜 잘 나진 않았지만. 어쨋든 기분 좋은 향이 코 끝에 내려 앉는 순간이였다. 계속 이러고 있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녀석에 허리를 감싸버렸고 이내 녀석이 내게 말했다. "감정을 속이는건.." "..........." "사랑에 대한 반칙이야." "..........." "온새미로. 너 지금 반칙했어." ..... ........ ....... .............................. ..... ........... "그래.... .....니말이 맞아.." 터벅. 터벅. 자꾸만 뒤에서 신경쓰이는 걸음소리에 나는 인상을 훽 찡그리며 뒤돌아선다. 그러면 웃으며 날 줄곧 따라오는 김형광이 보인지 벌써 20분째. 졸지에 우습게 고백해버린 나는. 그자리에서 녀석을 밀치고는 학교에서 도망쳤지만. 놈은 그런 나를 집요하게 따라오고있다. 내 얼굴이 홍당무가 되있는게 정녕 보이지 않는것인가.=_= "김형광. 왜 자꾸 따라오는건데???" 내가 이렇게 쪽팔려하고 있는데. 한번쯤 모른척하고 지나갈수 있는거 아니냐?? 결국 참을성이 바닥난 나는 그에게 소리쳤다. "좋아서." 하지만 나와는 달리 형광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따라오지마." "아스크림 먹으러 갈래?" "아니!!!!!!!!!따라오면 죽어!!!!!!!" "싫지롱." 켁.- 싫지롱? 김형광 너 지금 애교 부린거냐? 그런거야?? "따라오지 말라니깐!!!!!!!!" 씩씩대며 결국 소리를 꽥 지르고는 다시 뒤돌아 서서 걸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는 다시 녀석의 걸음소리가 들려온다. 후우. 미쳤지. 미쳤어. 온새미로. 너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떡게 수습할려구 그러냐.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복잡해서 뻥 터져버릴 것만 같다. 좋아한다고 울며 소리침 ->놈이 들어버림->서로의 감정을 확인함(?) 그다음은? 도대체 그다음은.?? 타악-. 그때였다. 녀석이 내 손목을 멋대로 잡아버린건. "뭐야." "문제가 뭐야." "뭐?" "서로 좋아하는데 문제될게 뭐냐고." 하..이거 진짜 바보아냐. 나는 탁 하고 녀석의 손을 뿌리친후 놈을 올려다 보았다. 내 태도 때문이였을까. 줄곳 예쁘게 웃고있던 눈이 굳어져있다. "문제 될게 뭐냐구?" "어."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여준이. 내 남자친구 여준이를 벌써 잊어먹은거야. 뭐야. 서로 좋아하는데 문제 될게 없다고. 그럼 여준이는. 내가 평생을 사죄 해야 해도 안될 정도로 상처 받은 그녀석은.? "........." 아무말이 없는 형광이. "형광아. 나한텐...여준이가 있잖아.." 결국 용기 내서 녀석에게 입을 열었다. 순간 확 굳어져 버린 형광이 얼굴. "너한텐 나도 있어." "김형광!!!!!!!!!!!!!!!!!!" "온새미로." "어..." "나 두번째 싫다." 알수없는 표정으로 위 같이 말하고는 픽 하고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잡는다. 난 결국 녀석을 당해내지 못하고는 따라서 픽 하고 웃어버렸다. 결국 1분만에 화해를 하고는 두손을 꼭 잡은채 아스크림 집으로 향하는 김형광과 온새미로였다. 나는 정말 염치없고. 짜증나고. 너무너무 나쁘게도. 머리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여준이의 이름을 지우고 또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자리에 형광이의 이름을 세겨 놓았다. 정말 정말 이기적이게도.. \아스크림집. 결국 아스크림집에 왔다. 5분전에 아스크림 큰통 하나 시켜서 퍼먹고 있는 중. "근데 너 드럼은 언제 배운거야?" 수저를 물고는 핸드폰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는 형광이에게 말했다. "중학교때." 날 쳐다보지도 않은채 대답하는 녀석. 이거 은근히 기분 나쁘네. 핸드폰한테 진 기분이잖아. 이거. "야!!!!!" "응." "핸드폰 꺼. 사람 말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매너냐??" "응" 녀석이 핸드폰을 끄는걸 별 기대 하지 않은채 한 말이건만 의외로 형광이는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핸드폰 플립을 탁 하고 닫아버렸다. "니가 왠일이야. 김형광!!!" 내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채 소리치자 놈이 대답한다. "나 원래 매너남이거든." 라고........ 휴우. 정말 맨날 이렇게 장난을 못쳐 안달이 난 놈이. 아까 그 눈은 정말 무서웠다. "비웃고 싶다. 왠지 모르게." 표정을 확 구기고는 수저로 아스크림 통을 마구 휘저어 대는데 "온샘아." "응??" "손줘봐." 별안간 수저를 잡고 있는 내 손을 가져가 버리는 형광이였다. 영문을 모르는 나는 두눈을 꿈뻑이며 그런 놈에게 시선을 두었다. "왜??" "내가 또 손금 하나는 존나 잘보거든. 봐줄께." 형광아. 내가 도대체 널 어디까지 안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냐??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는 너무 뻔하다구. "너 손잡고 싶어져서 뻥 치는거지. 흔한 레파토리다." "야. 내가 그런 찌질인줄 아냐?" "응.." "콱. 때린다." 내 손을 유심히 살펴보던 형광이가 소리쳤다. 나는 그런 놈이 마냥 귀여워서 다음과 같이 깐죽 되었다. "하하. 때리지도 못하는게. 때려봐. 때려봐아!!" 그다음은 어떡게 되었냐구? 탁. 하고 결국 분홍색 수저로 머리를 맞았지. "야!!!!!때리라고 진짜 때리냐????" "골떼리게 남자 운 좋다." 으응..? 잔뜩 흥분해 있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은채. 내 손을 유심히 보던 녀석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귀가 솔깃..솔깃.=_= "정말???????" "응. 졸라 멋진 남자가 니 인생에 꼬여 들어." "진짜?????우와 신기하다." 그럴듯한(뭐가 그럴듯 한건데?;;) 녀석의 말을 고지 곧대로 믿어버린 바보같은 온새미로는 신기하다는듯 이리저리 그어져 있는 손금을 보며 즐거워 했고. 형광이는 그런 나를 보더니 아스크림을 입에 쏙 넣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 그게 누군지 아는데." "손금으로 그런것도 알수 있나?? 그게 누군데!??" 나..이래뵈도 조금 순진한 구석이 있다. 저런 말도 안돼는 말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분위기에 휩쓸려 놈의 말을 믿어버렸다. 내말에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 ...... ............ ........ "....뭐??..." "김형광." 이런..미친.. "김형광. 나 간다. 너랑 더이상 토킹이 되지 않아." 어처구니가 없던 나는 토라진 시늉을 하며 아스크림을 먹다 말고 가게를 먼저 나왔다. 그런 나를 따라 나와서는. 내 옷깃을 잡는 형광이. "............."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두근두근. 이렇게 마주 보는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이런 분위기에선 분명 보통 남자들 같은 경우 '알았어, 미안해 장난친거. 용서해줘!!!!' 라고 사과를 하던가. 아니면 '내가 니 옆에 계속 있겠다는 말이였어' 라고 애교를 떨던가 하겠지. 그것도 아니면 '나 니 인생에서 소중한 일부분 되고싶어' 라면서 심각하게 무드를 떨어대겠지만... 매번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형광이는 다르다. 뭐 녀석도 심각하게 입을 열었지만... 그건 실로 기가막힌 말이였다. "야" "어..?왜...?? (순간 긴장. 심장박동 최고수. 어떤 달콤한 말이 나올까 기대기대.)" ..... ......... ... .................... ..... "토킹이 뭐야." ........................와르르... (모든 기대가 무너지는 소리.) 기가막혀. 진짜 기가 막힌다구!! "너 영어 몇점이냐??" 나는 심각하게 물었다. "백점." 너무나도 당당하게 *뻥*을 치는 녀석. "오호. 그래?? 그럼 이거 해석해봐. Under the terms of the proposed acquisition submitted to creditors, Bluestar said it would guarantee job security for current Ssangyong managers and workers and invest $700 million to upgrade the Korean carmaker`s local capacity." ☜되는데로 짓껄이고 있음. 어쨋든 간에 내 유창한 영어실력(?)에 형광이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내 놈은 실실 웃으며 내게 말했다. "빼기 구십이점." 라고... 그럼 그렇지. 잠깐 그럼 8점이란말야????? 후우 정말 미치겠군.(공부잘하는척..) "세상에 8점???!!" "아니." "뭐가 아니야. 백점 빼기 구십이점 이라며!!" "어? 유에포다." "어디???????어디?!!" ;; 순간 정적이 흐르고.. 반사적으로 놈이 가르키는 하늘을 보며 꺅 소리를 질러대는 우스운 여자가 되버린 나는 마구 웃어대는 형광이의 등을 내리쳤다. 순간 전세는 역전... 쳇. 원래 8점이 더 웃긴 대박이였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 결국 토라져 버린 나는 녀석을 노려보았고 형광이가 실실 웃으며 그런 나를 쿡쿡 찔러 대고 있을 무렵.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누구냐고? 윤.여.준. "..............." 핸드폰을 받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고 있을 그때. 옆에서 날 유심히 쳐다보던 형광이가 이내 발신자를 확인한후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뺏어서는. "여보세요." 하고 받아버렸다. 그건. 정말... 눈 깜짝 할 새에 일어난 일이였다.. ★47 "여보세요." 형광이가 악 하고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전화를 받아 버렸을땐 난 모든걸 체념한체 두 눈을 감아야만 했다. 모든 일에 이렇게 무작정인 녀석이 조금 화나기 까지 했다. -너.누구야.. 여기까지 들려오는 여준이의 목소리. 그런 목소리에 씩 하고 웃는 형광이. "니 라이벌." 그건 조금 의외였다.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 댈줄 알았건만. 형광이는 장난스럽게 따듯하진 않지만 날카롭진 않은 말투였기 때문이다. -뭐? "앞으로. 페어 플레이 하자구. ok?" -온새미로 바꿔!!!!!!!!!!!!!!!!!!!!!!.씨발 세끼야 헉. 그때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준이의 무시무시한 욕. "나도 욕할줄 아는데.." 욕을 먹었다는 사실이 형광이를 열받게 한 모양이다. 내 눈치를 힐끔 보더니 금방이라도 줄줄 욕을 내뱉을 태새로 핸드폰을 다시 귀에다가 가져가는 녀석. 여기까지. 여기까지-. 타악. 나는 형광이가 뭐라 하기 전에 핸드폰을 급히 뺏어 들어 닫아버렸다. 그러자 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형광이; "뭐. 뭐!!!!!(당황하면 목소리부터 커짐.)" "너 지금 내 자존심을 건들였어." "뭐? 내가 언제!!!!!!! 뭔 쌩뚱맞은 소리야. 남의 전화는 왜받냐!!!!!!!!!!!!" "이건 페어 플레이가 아니야. 병신아." "뭐라는거야!!!!!!!!!" "그세끼 편 들어줘서 화났다는 거." 형광이는 그렇게 날 한참을 노려보다가 훽- 가만히 서있는 나를 괜시레 툭 치고는 뒤돌아 서서 걷는다. 편 들어준거 아니라는거 잘 알면서 김형광 왜그러냐 정말. "화난게 아니라. 삐진거겠지요." 결국 난 놈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서 장난스럽게 팔을 툭툭 건들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지랄." "지랄??!! 너 지금 삐진거 맞잖아" "남자는 원래 안삐진다. " 뭐? 김형광 너 지금 한껏 후까시 잡으면서 뭐라고 짓껄인거야? "헉 형광아..." "어." "너 그럼..수술한거야??.남자 아니겠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그러자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날 향해 동공을 고정 시키는 우리 이쁜 형광이. "너 진짜 죽어." "뭐가?? 얼레리 꼴레리. 김형광은 여자래요~~♬" 사실..이건 오바의 극치를 넘어서 미친짓이였다. 형광이는 시내가 떠나가라 노래를 불러대는 날 보며 어쩔줄 몰라 했다. 그런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다음과 같이 쁠라스 백만개의 오바를 떨어댔다. "맨날 삐지구요. 소심해서요. 얼레리 꼴레리 완전 여자야!!!!!!!!!!!" "아 씹." "얼레리 꼴........" 그때 놈을 이리저리 피해 노래를 줄 곧 불러오던 나는 결국 형광이에게 잡혀버렸고. 그 순간 갑작스럽게 녀석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한참 동안을 놓아주지 않는 형광이. 언젠가 놈이 말했던 것처럼 형광이는 키스를 아주 잘했다. "..............." 참 이상하지.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 여준이 앞에선 절대 반응하지 않는 내 심장이. 이녀석 앞에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뛰어. 한참후. 날 놓아준 형광이가 빨개진 내 얼굴을 보며 고작 하는말은. "남자 맞지?" 바로 이거였다. 황당하게도.. -집에 가는길. 키스 후. 영화도 보고. 밥도 먹었지만. 분위기는 좀 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싫다는걸 기어코 데려다 준다는 놈 때문에 집에 같이 가는 길이지만. 난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중이다. "야. 야-" 그럼 형광이는 무얼 하냐고? 아까부터 그런 나를 계속 툭툭 건들여 대고 있는 중이지. "..........." "왜 그래" 답답하긴 답답했는지 별안간 내 앞에 턱 하고 서서 어깨를 부여 잡는 녀석.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아..아니야." "...." "아..그..그냥. 나 먼저 들어갈께. 여기서 좀만 가면 되니깐. 먼저 가!!!" 어떡해.... 눈도 못마주치겠어. "온샘아." 고개를 푹 숙이고 녀석을 지나쳐 가려는 날 급작 부르는 형광이. "어..??" 반사적으로 뒤돌아서 형광이를 보았다. 머뭇머뭇 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그아이. "....랑해." "어??뭐라구??" ".........사....해" 도대체 뭔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건지 얼굴이 빨개진채.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는 자꾸만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사해???;;" 나는 답답하다는듯 되물었고. ...... ........................ ................... ... "병신아. 사랑한다고!!!!!!!!!!!!!!!!!!!!!!!!!!!!!!!" 이내. 늦은 밤. 우리 동내에선 형광이의 쑥스러운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다음날. "여준이 아직도 안왔는데.." "아..으응 알겠어-." 지금까지 합쳐서. 총 12번이나 여준이 반에 왔는데. 여준이가 아직도 학교에 오질 않았다는 말을 12번이나 들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녀석은 학교 등교를 하지 않는것. "휴.." 작은 한숨과 함께 터덜터덜 내려왔다.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씹고. 도대체 뭐하는거야. "아직도 안왔어??" "아직이야?" 반으로 들어서는 힘없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어느새 나만큼이나 서로 친해진 경씨 자매가 저마다 한마디 했다. 나는 고개를 끄떡여 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정확히 여준이에게 42번째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준아..왜 연락이 없는거야. 집에도 없고. 학교도 안오고..] 전송이 완료 되자 쓰러지듯 책상에 고개를 묻는 온새미로. 병신 온새미로. 이기적인 온새미로. 나쁜 온새미로. 사실. 정말 사실대로 말하면 말야. 솔직히 어떡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여준이. 형광이. 둘중 하나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거니깐... 하지만 고민할 겨를도 없이 이미 난 여준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그녀석 또...상처 받은 걸까.. 상처 받은 거..겠지? "민경아 나갈께. 미로야 힘내.-" 종이 치자 내 등을 툭툭 두들기고는 다른반인 라경이가 나갔고. 힘내라며 빠이팅을 외치는 민경이의 우렁찬 목소리와 거의 동시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빠이팅? 강민경 너 오늘은 또 왜그런다냐??" "선생님은 맨날 저만 미워해요!!!" 민경이와 지리샘이 티격티격 거리는 걸로 시작된 5교시. 나는 아까부터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자꾸만 만져댄다. 그러길 20분이 될때 드르륵 하고 조심스럽게 울리는 핸드폰. [뭐해? -김형광-] 당연히 여준이 문자라고 생각했던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열었고. 뜻밖의 수확(?)에 살짝 웃으며 형광이에게 답문을 보냈다. [수업듣지요. 넌?] 진짜 못 된거 아는데. 지금은 여준일 걱정해야 할때 라는것도 아는데. 형광이 문자 보며 웃을 때가 아니라는것도 너무너무 잘 아는데 ...좋은걸 어떡해. [너 생각해 -김형광-] [내 생각? 하하 너 느끼해] [목걸이 아직두 해? -김형광-] [맨날맨날 해. 뺀적 없어.] [목걸이가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목걸이 땜에 만났으니까. 나 이 목걸이 예뻐해 -김형광] 픽. 하고 놈의 문자를 보며 웃고 있는 온새미로. 김형광. 혹시 너도 나처럼 계속 이렇게 웃고 있는거야? ★48 [그래. 많이 많이 예뻐해.] [보고싶어 돌겠다. -김형광-] 마지막 형광이의 문자. 나는 조용히 핸드폰 플립을 닫았다. 차마 답장은 보내지 못한채로 말이다. 나도... 나도 보고싶어 형광아. +방과후 "짜증나!!!!!!왜 맨날 나만 청소 시켜!!!!!" 7교시까지 4시 30분에 끝났지만. 종례를 하고 청소를 한 탓에 40분이나 더 늦게 끝난 민경이와 나는 나란히 교실을 나왔다. 또또와 데이트가 있다며 슝. 날라버린 라경이 때문에 민경이와 나는 오랜만에 같이 학교를 나왔다. "민경아. 청소는 돌아가면서 하는걸." "넌 조용히해. 으아악 열받아 죽겠다." "윽. 알겠어. 입 다물께-" "그런 말이 아니잖아 기집애야. 아 열받는데 아스크림이나 열나게 사먹을까?" "그럴까????." ..... "아니!!!!!!!!!!" 헉.. "너!!!!!!!!!!!!!!!!!??"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채 우뚝 서버렸다. 내 앞을 가로 막고 '아니'라고 소리친 사람은 민경이가 아니였다. 물론 나도 아니였고. 그 주인공은 자랑스럽게 교문에 있는 형광이였다. "온샘아 나 더워." 자기를 쳐다 보는 이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건지 당당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다가오는 형광이. "뭐야. 김형광. 말도 없이" "놀자." 잠깐. 잠깐 이봐 뭐하는 짓이야. 별안간 내 손을 잡고는 끌어대는 놈. "야야. 왜그래 나 민경이랑 아스크림 먹으러 가야.." "온새미로. 나 간다잉~~~~" 켁.- 끌려가는 내꼴을 보며 픽 하고 웃더니 손을 크게 흔들어 주다가.. 뒷문으로 토끼는 민경이년.. 세상에. 다른 때 같았으면 분명 온샘이는 나랑 선약이 있다면서 소리를 꽥꽥 질러 댔겠지만. 축제 사건 이후로 내 마음을 다 알아버린 민경이는 꼴에 눈치 있다고 저렇게 도망가 버린듯 싶다. 역시 강민경 그녀는 못말리는 푼수다. "우와 존나 빨라." 그런 민경이를 보며 대단 하다는듯 놈이 중얼거렸다. 나는 그제서야 민경이에게 한참을 두고 있었던 시선을 형광이에게로 돌렸다. "김형광. 너 진짜 대책없고 너무 막무가내야." "너 내 매력을 어떡게 그렇게 잘 알아??" 이 미친세끼.- "여자들은 그런 남자 싫어해"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형광이같이 둥글둥글하게 귀여운 아이는 모든게 용서가 된다.; 여자들은 의외로 남자들의 애교에도 약하고. 남자들의 충동적인 모습에도 아주~아주 가끔! 터프한 매력을 느끼곤 한다. (너무 충동적인게 심해지면 밥맛.) "괜찮아. 넌 나 좋아하잖아."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녀석이 내게 말했다. 도대체 저런 당당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엄마야. 이게 누구야 우리 귀여운 후배 아냐??" 그때... 건들건들 대며 우리학교 3학년 선배들 무리가 와르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형광이 쪽으로. "안녕하세요." 꾸벅. 그쪽을 향해 고개를 잠시 까딱 해보이는 형광이. 그리고는 관심 없다는듯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린후 말한다. "우리 오늘 뭐할까?" 라고....; 형광아 너 정말 미친거니.; 정말 날 민망하게 만들 셈이야?? 난 많은 시선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구!!!!! "누구야 얘는? 우리 학교네." 그때 한 오빠가 나를 가리키며 물었고. 형광이는 뭔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그 오빠에게 금새 다가갔다. 그러더니 나를 가리키고 있던 한 오빠의 손가락을 살짝 접어 놓는 녀석. "삿댓질은 나빠요. 선배" "하하. 여전하네. 우리 이쁜 후배. 형한테 뽀뽀 한번 해봐" ...=_=..보아 하니 형광이 중학교때 선배 같은데.. 흠.. 형광아. 정말 심각하게 물어 보는건데. 니 주위에는 이런 분들 밖에 존재하지 않는거니.. 왠지 나와 같은 생각인듯 결코 좋지 않은 표정으로 그 오빠를 쳐다보는 형광이였다. "선배님 그럼 안녕히 잘가세요" 결국 그 선배라는 분의 말을 무시 한채.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내 손을 잡고 뒤돌아서 걷는 형광이. "건방진 자식. 하하하" 뒤에선 깔깔깔 대며 3학년 선배들이 웃는다. 후우. 저 분들 정말 무서우신데. 괜히 나한테 불통 터지는건 아니겠지?? "형광아. 니 주윗사람들은 다 웃긴거 같아." 난 엉거주춤 형광이를 따라가며 즐거운 목소리로 놀려댔다. "니 얼굴이 더 웃겨." 으윽. 주길놈. "근데 우리 어디....잠깐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그때. 기다리던 전화가 드디어 왔다. 시각은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여준아!!!!!!!!!!!!!!너 도대체 어디야!!!!!!!!!!!!!!"" 행여 어제처럼 형광이가 들어 사고를 칠까 노심초사하며 녀석이 안보이는 곳 까지 와서는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쳤다. -아 시끄러. 미로야 나야. 세준이.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여준이가 아닌 세준이였다. "세준이..? 니가 왜 여준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거야??" -몰래 빼왔어. 지금쯤 학교 끝났겠네?? 어디야? "응. 학교 앞이야. 오늘 너두 학교 안갔어?" -응 뭐 그렇지.. 미로야. 지금 우리 집으로 와. 여준이 이녀석. 아침부터 계속 빈속에 술마시다가 지금 막 우리집 와서 뻗었거든? "......." -계속 니 이름 중얼거리고.. 나 지금 애들 만나러 갈테니깐. 니가 와서 여준이좀 돌봐. 둘이 할얘기 있는거 같던데. 내가 빠져줄께. "...응..지금 금방 갈께." -오케이. 열쇠는 신문통에다가 넣어 논다!! 그렇게 전화가 끈기고는 나는 형광이에게 간다는 인사 조차 하지 않은채 세준이 집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야!!!너 어디가!!!!" 뒷편에서 들려오는 형광이의 목소리를 지우고 지운채.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는 나는 그렇게 세준이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 되버렸다. "하아..하아." 거친숨을 내쉬며 302호 앞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자꾸만 떨리는 손으로 신문통에서 겨우 열쇠를 꺼냈고. 달칵. 하고 이내 문이 열리자.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여준이를 찾았다. "여준아!!!!!!!!!!!!하아.윤여준!!!!!!!!!" 벌컥. 방문을 하나 둘 열때마다 초조함은 더해갔고. 이내 마지막방을 열자. 세준이 침대에 누워있는 여준이를 볼수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여준이의 모습을 보자 나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잠이 들어 있는 여준이. "...." 곤히 잠들어 있는 여준이를 깨우기 싫어서 방문을 닫고 나가려는데. "하나만 물을께." 그때, 자고 있을 줄만 알았던 여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준아. 안자고 있었어??" "솔직히 말해." "..어??.." "좋아해...?" "...응..?" "김형광..좋아진거냐구." 떨리는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가만히 서있기만 할뿐 이였다. 그래 여준아. 좋아해. 형광이가 좋아졌어... "여준아.." "대답해." "...미안해..." ★49 고개를 푹 숙인채 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냈다. 너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려서 미안하고. 널 결국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버려서.. 미안해. 내말에 픽 하고 웃는 그녀석. "난 너한테 대체 뭐야." "......." "그만두라고 경고했지. 니 앞에서 손목 그면서 까지 애원했지. 그게 왜였겠냐. 단순히 너에 대한 내 집착이라고 생각한거냐.?" "......어...?" 묻는 내 말에 픽 하고 웃으며 흐트러진 모습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여준이.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움찔 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런 나를 보며 여준이가 말한다. "때론 진실을 숨겨야 할때가 있지. 왜냐고? 아프니까. 견디기가 죽기보다 힘드니까.. 진실이 때론 거짓이 되어야해. 우리가 그랬어." "..무슨 말이야.." "아파하고 우는거. 거짓으로 가려서 혼자 발버둥 치는거. 이제 안할꺼다. 그러니까 나 원망하지 마. 난 분명히 경고 했으니까." "여준아..."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거니. 무슨말이길래 내가 이렇게 불안해 하는거야. 고개를 들고 흔들리는 동공으로 놈을 쳐다보는 나에게 여준이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 그건 사진 한장이였다. "...이게...뭐야.." 사진 한장이였다. 김형광. 온새미로. 윤여준. 셋이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담겨져있는. ..어이없는 사진 한장이였다. "이게.....뭐냐구. 묻잖아!!!!!!!!!!!!!!!!!!" 이게 뭐야..윤여준 ..도대체 이게 뭐냐고. "그녀석이야." "...." "니가 나말고 잊은 한사람. 그녀석이라고...김형광.." 차분한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이해 할수 없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너무 똑같았던 목걸이. 언젠가 산소 앞에서 한 식당 아줌마가 했던 어이없던 착각으로 인해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분명 아니였어. 형광이는 날 알지 못했다구. "그럼 형광이는 왜 날 모르는건데..?" "개도 널 잊었으니깐." "뭐...?" "아직도 모르겠냐? 니 아빠를 죽인거. 니네 집에 불을 지른거. 김형광이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뭐라고..." "열쇠가 필요 했던거야. 일종의 미끼. 일급비밀을 태워버리기 위해선 너희 집에 있는 금고를 어떡게든 없애야 했지만. 엄청난 경비 때문에 매번 실패했던 대한그룹은. 히든카드. 열쇠를 내민거다. 그 열쇠는.... ........ ................... ........... ... .....온새미로의 가장 친한 친구. 김형광." "......" "그래. 너하고 나. 그리고 김형광 셋다 둘도 없는 친구였어. 너랑 나랑은 애인이였고.. 아직도 기억 안나?" 여준이의 슬픈 목소리에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자리에서 주저 앉고야 말았다. "....말도 안돼.." "왜 잊었냐고?!!!!!!! 넌 지금 서로가 서로를 어떡게 잊을수 있냐고 생각하겠지." "........" "서로 아픈 기억이였을테니깐. 한사람은.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서 어린나이에. 하나뿐인 친구를 짖밟아야 했고. 한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배신을 당했지. 그건 분명 아픈 기억이였을테니까. 결국.. 서로가... ..... 서로를. 잊은거다." 거짓말... ............거짓말... "하.........." "끝까지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수원까지 온건데. 우리가 도대체 무슨 운명인지. 그자식도 하필 수원으로 온게 뭐야..." "...." "빌어먹을..참 개같은 시나리오지? 사랑하는 사람을 잊었다. 아빠를 죽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픽 하고 웃어버리는 여준이였다. 하지만 여준이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 말도안돼. 여준아 이건 정말 말도 안돼. 니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 꺼야. 그래. 분명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라고. . . . 그날 이후. 난 정말 반 폐인이 되어서 아프다는 명목으로 학교도 나가지 않은채 집에만 쳐박혀 있었다. 그런지 정확히 3일째 되는 날. 연락 없는 나때문에 형광이는 폭팔해버렸고. [온새미로. 나한테 뭐 화난거 있어?-김형광-] [아씨발. 말을 해보라고.-김형광-] [너 못본지 2일 되는 날 -김형광-] [누나. 나 울라그래. 걱정되서 -김형광-] [전화해. -김형광-] [나 지금 니네 학교 간다. 거기에도 너 없으면 다 뒤집고 온다. -김형광-] 마지막 문자. 결국 찾아온다고 협박을 해대는 놈에게 나는 결국 아프다는 답장을 시작으로 놈과 문자를 하고 있다. [전복죽 끓이는데 손 데었어. 담배빵 한거같아. 존나 뜨거 -김형광] 아프다니까 기어코 죽을 싸오겠다며. 호들갑 떨어 대는 형광이와 문자를 주고 받으며. 침대에서 뒹굴 뒹굴. 그로부터 1시간뒤. 죽이 다됐다며 5분내로 달려온다는 놈의 말에 나는 핸드폰 플립을 조용히 닫았다. 여준이에게는 몇일째 연락이 없다. 문자를 보내봐도. 모조리 씹고 있을 뿐. "............" 또 다시 눈물이 나올려고 하는걸. 급하게 막아버렸다. 나를 아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여준이의 말이 또다시 고스란히 머리속에서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직도 모르겠냐? 니 아빠를 죽인거. 니네 집에 불을 지른거. 김형광이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형광이가 정말 그랬을까? 그 사람이 정말 형광이였을까? 서로 같았던 목걸이. 결국. 우연이라며 웃어 넘겼던 그 목걸이가. 이 이야기의 해답이였을까. 하하.. 그럴리가 없잖아. 형광이가 그런 엄청난짓을..? 그건 정말 믿을수 없다. 아니. 절대 믿고 싶지 않다. 쾅쾅쾅-. "어? 문 열려있다. 온새미로!!!!!!!!!!!나 들어간다." 그때. 정말 5분만에 달려온 형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 온건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만. "여자 혼자 있는데 누가 문 열어두래. 병신아." 정확히 3일만에 보는 형광이의 반가운 얼굴이 위엣말과 함께 불쑥 방에 보였다. 이내 침대에 누워있는 내 옆에 살짝 걸터 앉는 그아이. 손에 들려있는 정체모를 보온병이 우스꽝스럽다. "잠그는걸 깜빡 했나봐." "많이 아파?" 불쑥 튀어 나온 녀석의 걱정스런 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웃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냥 꾀병이지 뭐." "죽는줄 알았잖아." "니가 왜?" "죽 먹어."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채. 보온병을 서툴게 꺼내드는 형광이. "죽은 또 왜싸왔어. 진짜 김형광 오바다~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키스한사이." 켁-.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말을 내뱉는 형광이의 모습이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다른때는 얼굴 잘만 벌개지더니. 가끔씩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저러는거 보면. 진짜 무섭단말야. "너 진짜 그런말좀 하지마. 징그럽단말야." "감사." "으으." "신음소리 왜 내." "내가 신음소리 낸거냐??!울분을 토한거지!!!!!!" "빨리 먹어." "싫은데???" 놈과 말을 몇번 주고 받다가 결국 또 온새미로는 지 성질에 못이겨서 픽 하고 토라진 시늉으로 놈이 내민 하얀 수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입으로 먹여주는거 나 존나 잘해." "예예 먹겠습니다아~" 잠시후 들려오는 형광이의 무서운 협박에 얼른 형광이가 호호~ 불어준 죽을 입에 쏙 넣어버렸다. 쩝쩝-. 근데.... "형광아. 이거 정말 니가 만든거 맞아??" "왜?" 슈퍼에서 파는 모모 전복죽이랑 맛이 너무 똑같아서 그런다..이놈아.; "묻는말에 대답해. 니가 진짜 만든거야??" "어." "진짜로?? 너 맹세할수 있냐??" "니." ";뭐?" "어니. 아니~" 그럼 그렇지. 내 황홀한 미각에 대고 어디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뭐야 완전 사기꾼. 1시간동안 손 데면서 했다며??" "만들긴 했었는데. 맛이 병신같아서 버렸어." "그말도 좀 수상해." "진짜야!!!!!!!!!!!!!!!" 이번엔 정말이라는듯 소리를 버럭 지르는 이 단순한놈. 나는 알았다는듯 손을 마구 흔들었다. "알았으니까. 소리 좀 지르지마. 나 환자야." "응." 순순히 대답하는 형광이. 하하 이거 좋은방법인데??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지. "형광아..." "먹어. 식는다." "너 아니지...?" "뭐가?" 너 아니지. 정말 너 아니지..? 너 일리..없지.? "아냐.. 근데 만약에 말야. 너 내가 정말 나쁜짓을 했대. 그래. 온새미로가 니가 소중한 사람을 뺏었다고. 누군가가 너한테 그런말을 하면. .. 형광이 넌 어떡게 할꺼야..?" "난 첫번째만 믿어." "뭐..?" "가장 소중한 사람말만 믿는다고. 너 빠딱 입에 안 쳐넣지?" 건성건성 내게 대답해주고는. 다시한번 죽을 내미는 형광이였다. 나는 어쩔수 없이 뽀얀 죽을 입에 받아 넣고는. 우물우물 거리며 형광이에게 말했다. "가장..소중한사람.?" "응." 망설임 없이 놈이 대답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 말만 믿는다구.. ... ............. 형광아. 그럼 나.....너 믿어도 되는거지? 뭔가 잘못되어 간거라고. 오해가 있었을꺼라고. 여준이가 착각한거라고. 무작정 믿어봐도 되는거지....? \그날밤. 오늘은. 내덕에 학교 좀 빠져보자는 형광이 학교도 보내고. 학교 끝나고 삐져있는 녀석과 공원에서 잠깐 만나 놈과 수다도 떨었다. 그리고 저녁. 10:30. 나는 여준이네 집앞이다. 엄청 크진 않지만. 우리집보다 대략 2배는 족히 커보이는 여준이네 집. 한번도 들어가 보진 못했던 여준이 집을 기웃기웃 거려 본다. "온새미로." 기다린지 한 30분정도 됐을때. 여준이의 모습이 골목길 사이로 보였다. 자신의 집앞에 쪼구리고 앉아있는 내 모습에 곧바로 달려오는 여준이. "좀 늦었네.- 친구들하고 놀다왔어??" "해. 할말." "어..?" "할말있어서 온거 아냐?" 3일만에 봤는데. 잘지냈냐는 인사 할라고 했지만.. 여준이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놈의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떡였고. 여준이는 어서 해보라는듯 고개를 까딱인다. "아...그러니까. 여준아...." 눈물섞인 조용한 내말에 그아이의 눈이 당연하게 내게로 향한다. "미안해..." "무슨..말인데..?" ... 니말...믿지 못해서. 미안하단 말.. "그러니까.. 이말을 하고싶었어. 그게 뭐냐면.." "..........." "나..그녀석 믿어. 나 형광이 믿어. 뭔가 오해가 있는거야. 니가 다른사람으로 착각한걸꺼야. 지금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는것 뿐일꺼야." 침착한 내 목소리에 어이없다는듯 여준이가 날 바라보았다. 픽 하고 실소를 터트리는 여준이. 그래도.. 믿을수 없어. 믿을수 없어... 아니. 믿지 않을꺼야. 믿으니까. 나도 첫번째를 믿으니까. 여준이 니말..믿지 않기로 했어. 미안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참지 못하겠는지 나를 향해 소리치는 그아이. "감싸주지마!!!!!!!!!!!!!!!!!!!!!!!!!!!! 언제부터 김형광이 너한테 그렇게 큰 존재가 됬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이는 우리야. 우리였어. 니가 아무리 그렇게 엿같이 발버둥 쳐도 우리였다고...." "알아.." "그말하기까지. 수천번은 고민했는데.. 넌 그런 날 너무나도 우습게 만든다." "그런게 아냐. 여준아.. 정말 그런건 아냐." 사실 불안해했어. 혹시 정말 형광이가 그랬으면 어쩌지. 하고 너무 많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했어. "니 맘대로해. 더이상 나도 울기싫다." 지친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날 지나쳐 가는 녀석의 젖은 뒷모습이 보였지만. 난 끝내 여준이를 잡지 않았다.. "여준아. 뭐가 잘못된건지 내가 찾아낼께. 형광이가 아니라는 증거. 내 손으로 직접 찾아서 너한테 보여줄께.. 나한테 시간을 줘. 응??" .. ........ 집 쪽으로 걷던 여준이 발걸음이 멈춘건. 다급하게 놈을 붙잡은 내 간절한말. 그런 나를 무너트린건. 녀석의 차가운 목소리. "끝까지 넌... 윤여준 대신 김형광을 믿어. 너때문에 반미친 윤여준 대신... 살인자 김형광." "여준아.." "미로야." ......?..... 온새미로. 라고 부르던 여준이의 호칭이. 미로라고 바뀌자 나는 깜짝 놀라 여준이를 바라보았다. "나도 지금 하고 있어서 아는데.. 그런 엿같은 사랑. 그쯤에서 그만둬. 안그러면.. 너 나처럼 미쳐." 눈물.......나던 그말. 여준이의 비참했던 그말. 기어코 날 울게 만들었던 그말. 하지만 정말 야속하게도..나는 그렇게 간절한 놈에게. 상처를 준다. "미안해.. 내가 믿는게 윤여준이 아니라 김형광이라서..." 윤여준이 아니라 김형광이 첫번째라서........ '제발 그만 아프자. 우리.' 그날밤. 여준이는 정말 지친 목소리로 내게 위엣말과 같이 말한후 집에 들어갔다. 제발 그만 아프자. 우리. ... ........ "제발 그만 아프자..." 놈이 했던 말을 다시 해본다. 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아프다. 시간은 너무나도 당연스럽고 자연스럽게 흘렀고. 어느덧 평온한 주말이 왔다. 하지만 내겐 결코 평온하지 않은 주말. "........." 여준이에게 문자 한통도 오지 않은 핸드폰을 들고는 한참을 책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던거 같다. .... '나..그녀석 믿어. 나 형광이 믿어. 뭔가 오해가 있는거야. 니가 다른사람으로 착각한걸꺼야. 지금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는것 뿐일꺼야.' .. '여준아. 뭐가 잘못된건지 내가 찾아낼께. 형광이가 아니라는 증거. 내 손으로 직접 찾아서 너한테 보여줄께.. 나한테 시간을 줘. 응??' .. '미안해.. 내가 믿는게 윤여준이 아니라 김형광이라서...' 윤여준. 그렇게 강해보이더니. 내게만은 눈물을 보이던 남자. 날 사랑하는 남자. 날 믿는다는 남자. 결국.. 나는 또다시 그아이에게 모질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 "라경아. 나 좀 나갔다 올께." 30분후. 이래선 안돼겠다고 생각한 나는 거실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있는 라경이에게 말하고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왔다. "미로야 어디가!!!!!" 대문을 열고 나가는 나를 보며 창문을 통해 소리치는 라경이의 얼굴. "라경아. 도원석이 친구들하고 자주가는 곳..어디야?" 그런 라경이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그건 왜?" "빨리." "시내. 오락실. 좁은골목. 노래방. 호프겠지?? 왜그러는건데!!!!!!" "라경아. 나 좀..늦을지 몰라. 아니 늦을꺼야. 기다리지마!!" 라경이의 잔소리가 이어지기 전에 재빨리 비탈길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찾아야해. 정하울. 그래. 매번 이상했던 그아이는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 형광이를 의심하는게 아니야. 정확히 해두고 싶어서야. 이제 더이상 숨고 싶지 않으니까. 여준이에게 잘못되었다는걸 말해야해. 오해라는걸 밝혀야해. 그래... 그래야해.. \시내. 정말 정신없이 뛰어 온거 같다. 이 넓은 곳에서 무작정 정하울을 찾는게. 정말 부질없는짓 이라는걸 알지만. 나는 오락실. 노래방을 하나하나 뒤지며. 그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딨는거야.. 1번째 노래방에 도착한 나. "저..그러니까. 정하울이라는애 왔나요??" "손님 이름을 외우진 않는답니다." 2번째 노래방에 도착한 나. "저..키가 요만하고. 고등학생이고. 머리가 약간 갈색빛이고..또." "나가요.나가!" 젠장을. 그렇게 터무니 없게 정하울 놈의 모습을 찾은지 1시간째, 시내 귀퉁이 지하에 마련된 23번째 노래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라. 그 옆 골목길에서 정확히 1시간만에 정하울. 그아이를 찾아냈다. 더불어. 그 옆에서 담배를 피고있는 형광이도.. "...찾았다.." 내 입에선 반갑다는듯한 말투가 불쑥 튀어 나왔다. 정하울의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투가 나올정도면. 정말 엄청 찾아 해맸다는 뜻. 그나저나. 김형광 쟤는 어딜 가나 왜 저렇게 튀는거야?? "아 형광아. 우리 팔팔할까? 졸라 심심한데." "응. 만원빵" "아자. 하울아 니가 심판봐." 그때. 그 작은 귀퉁이 골목길에 기대있던 아이들이 저마나 신이나서 일어섰다. 88?? 왠지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라서. 잠자코 서있을 그때. 갑자기 도원석과 김형광이 하얀 담배를 물더니. 하늘을 향해 위로 세우는게 아닌가. "시간 잰다. 시.작." 정하울의 외침과 동시에 그들의 담배에는 빨간 불이 붙여졌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채 담배를 피는 형광이와 원석. ....참..... 기가막히는구나.. ; 보아하니 담배재 떨어트리지 않기 게임같은데. 그걸 팔팔이라고 하는거야?? "어??? 온샘아." 그때였다. 담배에 온갖 집중을 하고 있던 형광이와 그 꼴을 우습게 지켜보던 내 눈이 마주친건. "아싸. 김형광. 내가 이겼어~~" 당연스럽게 형광이의 담배재가 땅으로 떨어졌고. 또또의 즐거운 외침이 함께 들려왔다. 하지만 형광이는 게임에 진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은지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내게로 달려왔다. "시내 놀러왔어?" 나를 보며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해서 웃는 형광이. 할튼간 바보. "응." 녀석에게 고개를 끄떡여주었다. 하지만 내 눈은 형광이에게로 향해 있지 않는다.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무는 정하울. 오직 그아이에게만 시선이 향했다. ... "온샘아 어디봐." 그런 내가 못마땅 했는지. 형광이가 조심스럽게 내얼굴을 감싸쥐었고. 나는 그제서야 형광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아. 미안미안." "밥 먹었어?" "아니..아직." "가자."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 어깨를 감싸고는 나를 이끄는 형광이. 형광이 옷에서 알싸한 담배향이 났다. "와. 존나 배신자네. 김형광 너. 씨발 어금니 꽉 깨물어!!!!!" 그때 별안간 또또가 장난스럽게 소리를 꽥 질렀다. "아 쪽팔려. 도원석" 작게 중얼거리는 형광이. 이내 또또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나를 이끈다. 잠깐. 잠깐만 형광아. "형광아. 나 안갈래." "왜??" 우뚝 멈추어 선 날 이상하게 쳐다보던 형광이가 말했다. "나.. 정하울이랑 할말있어." 내 폭탄선언과도 같은 말에. 형광이 동공이 커졌다. 또또의 입이 쩌억 벌려졌다. 정하울의 시선이 그제서야 내게로 향했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안돼." 그 이상한 분위기를 깬건. 형광이의 낮아진 목소리. 안됀다니...? "뭐??" "니네 또 싸울꺼잖아." "안싸워. 할말 있어서 그래." 내말에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잠시 고민하는듯 보이던 형광이가 이내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귀여운놈. "난 너랑 할말 같은거 없는데??" 그때. 벽에 기대있던 정하울이. 담배를 튕겨 버리고는 정말 싸가지없게 말했다.....; 씨발. "난 있어." "그럼 혼자하던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도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나를 지나쳐 가려는 정하울. 난 허겁지겁. 그런 정하울의 팔을 잡아버렸다. "...죽을래...?" 살벌도 하네. "아 씹. 정하울." 정하울의 개무시 하는 태도에 결국 참견쟁이 김형광군이 열이 뻗치섰는지. 아까보다 더더더 낮아진 목소리로.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한대 칠꺼 같은 목소리로. 정하울을 불렀다. "아 진짜 하지마." 그런 형광이를 원석이가 다급히 말렸다. "놔 씨발아."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는 이 분위기 속에서도. 정하울의 차가운 눈동자는 정확히 날 담아내고 있었다. 난 그런 녀석에게. 말했다. .. "윤여준..알지." "...뭐..?" 착각이였을까? 일순간 가라 앉아 있던 정하울의 눈동자가 커진건. "대답해. 윤여준 알지. 너도 뭔가 알고 있지." "........" "무슨일이 일어 났던 건지.. 알고 있는거지!!!!!!!!!!!!!!!!!!!!!!!!!" 흔들리는 정하울의 눈동자. 그래. 그래 정하울. 너 뭔가 알고 있는게 맞아. 그런거지. 그래서 내게 그동안 이해할수 없던 태도를 보였던게 아닐까? "뭔 개소리야. 그세끼가 누군데? 니네집 개 이름이냐?" 하지만. 정하울은 잠시후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고는 위와 같이 내게 말했다. 하... "몰라.....? 정말 몰라??" "어. 모르거든." 니가 마지막 열쇠라고 생각했는데. 이 오해를 풀어줄 열쇠를 쥐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가 잘못 생각 했던 걸까?? "왜그래. 무슨일이야" 형광이의 짜증섞인 물음. 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가만히 서있는 온새미로. "형광아..나 갈께." 잠시후 멍하니 서있던 나는 형광이에게 살짝 인사를 건내고는. 뒤돌아 섰다. 형광이는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그런 내 팔을 잡아버렸다. "이제 안아파?" "응.." "얼굴색이 안좋아." "응" "정말 무슨일 있는거 아니지?" "응." "후" 줄곧 '응' 이라고만 대답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작은 한숨을 쉬는 그아이. 힘이 쭉 빠져버린 나는. 그런 형광이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고는 뒤돌아 섰다. ... .....머리가.. 정말 깨질꺼 같다. 산산조각 나버릴꺼 같다. 형광이가 아니라는 증거? 무작정 찾는다는 내가 우스울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여준이 말이 진실이 되버릴까봐. 미쳐버릴꺼 같은걸.. 한걸음. 두걸음. 그렇게 그아이들에게서 멀어지는데 등 뒤에서 "김형광!!!!!!!어디가 세끼야!!!!!!!" 라고 도원석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더니. 누군가의 빠른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날 뒤돌아 세워. 그 누군가가 꽉 안아버렸다. 그 누군가가.. 형광이가.. 김형광이. "울지마." 그리고 그아이는 조용히 말한다. 내가 믿는 그아이는.. "형광아. 나 안울어.-" "병신..울지말라구요." "안운다구요." 정말 울고 있지 않았는데.. 빌어먹을 김형광 때문에. 그순간.. 참아왔던 서러움이 폭팔해버렸는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숨도 쉬지 못할정도로 꺼이꺼이 울어대는 나를. 어느새 몰려든 많은 사람 앞에서. 더욱 꽈악. 안아주는 형광이. 이렇게 바보같은 울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듯. 그렇게 꽈악.. 놓아주지 않는 형광이. "우흑...미안해. 미안해 형광아.." 이런 널.. 잠시동안이라도. 믿지 못한거. 정말 미안해. 지금 이순간까지도.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 정말 미안해... "완전 울보." 눈물로 번진 내 얼굴을 따듯하게 감싸쥐며 형광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미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때. 별안간 내귓가에 놈 특유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말. ... ............ "울보야. 사랑해." "......" "사랑해서 미안한데. 너 힘들게 하는것도 아는데. 그래도. 사랑해." 멈추기 힘드니까. 이제 더이상 되돌릴순 없을만큼 깊어졌으니까. 내자신이 견디지 못할정도로..니가 좋으니까. 그래서.. 사랑해. 형광아. 나도 그렇게 사랑해. 니 마음하고 똑같이. 널 사랑해. "나도.." "뭐.....?" 내 갑작스러운 말에 많이 놀란듯 형광이가 되물었고. 나는 눈물번진 얼굴로 씩 웃으며 그아이에게 다시 말했다. "나도..사랑한다고." 제발 아니게 해주세요. 무언가 잘못된거라고. 여준이가 착각한거라고. 아니면 오해가 있었던거라고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내가 평생 미워해야 할사람이. 형광이가 아니게 해주세요. 그러면 나 다신 흔들리지 않을께요. 내 마음에 솔직해질께요. 이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 다 줄께요. 그러니까..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누가 뭐래도. 온새미로는 김형광 믿을꺼니까. 그 믿음.. 헛되지 않게.... \다음날. 모든게 그대로인 아침. 어제 한바탕 큰일(?)을 치루고 맞는 아침은. 예전과 다를바가 없었다. 라경이가 해준 따듯한 된장찌게도. 등교준비로 분지하게 움직이는 온새미로도. 모든게 그대로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8:10분 집에서 나온 나는 그제서야. 무언가 달라짐을 느꼈다. 집앞에 서있는 가로등도. 등교준비로 바쁜 아이들의 모습도. 모든게 그대로였지만. 여준이의 모습은 그대로가 아니였다. 매일. 담벼락에 기대 서서 날 기다리던 여준이의 모습은. 그대로가 아니였다.. .. 10분. 20분. 오지 않을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가는 시계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놈을 20분이나 기다렸지만. 여준이는 나타나질 않았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 결국.. 놈을 기다리는걸 포기해버리고. 터덜터덜. 혼자 외롭게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을 그때. [오늘 우리집 가자. 엄마가 너 보고싶대-김형광-] 형광이에 신이 난 문자가 도착했다. 예전같았으면 좋아 어쩔줄 몰라 금새 답장을 보냈겠지만. 오늘만큼은.. 이기적인 내가 되고싶지 않았다. 형광이와 웃고 떠드는것보다. 여준이가 더 걱정 되었으니까. .. 버스정류장에서도. 버스를 타면서도. 버스에서 내리면서도. 나는 여준이의 모습을 찾고 찾았지만. 여준이는 끝내 보이질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기전. 나는 정말 용기를 내서 여준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준아. 어디야?? 오늘 연락이 하나도 없네.] .. 그렇게 전송버튼을 누르기까지. 정말 너무 많이 망설였던것 같다. \학교 점심시간. "우리 요번에 오랜만에 셋이서 뭉치자 어때? 좋은생각이지? 다들 시간있어?"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라경이와 민경이. 그리고 나. 예전같았으면 정말 꿈도 꾸지 못했을테지만. 이젠 이렇게 셋이서 웃고 떠드는데 마냥 즐겁기만하다. 요즘 우리는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에 이렇게 수다를 떠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모른다. "오예. 오늘 원석이랑 데이트도 없는데 진짜 잘됬다.- 아싸!!!! 우리 어디갈까??" 라경이의 물음에. 민경이가 물만난 고기마냥 환호성을 지르며 떠들어댔다. 하지만 난 그순간까지도. 핸드폰에만 시선을 둘뿐이다. 핸드폰에만.. 여준이에게 단 한통의 전화, 아니 심지어 그 흔한 문자 한통 안온 핸드폰에만.. "미로야. 무슨일 있어??" 그런 내모습에 민경이가 나를 툭 건들여대며 장난을 쳤다. 나는 그제서야 표정을 풀었다. 그것도 아주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일은 무슨아무일도 없어." "어머. 그 어색한 웃음은 뭐래?? 그나저나 오늘은 윤여준이 한번도 안보인다. 왠일이야??" 그때. 무언가 대단한걸 발견한듯 소리치는 민경이. 난 조용히 울리지 않는 핸드폰으로 다시 시선을 쏟았다. 정말.. 문자한통없어. 윤여준..너무 한거 아니야? 난 핸드폰 플립을 거칠게 닫고는 입술을 꾹 깨물어 본다. "........"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내말이 상처를 준걸까?? 아니면 내게 화가 난걸까? 핸드폰이 꺼져 있는건 아닐까? 내 머리속에선 갖가지 생각들이 떠올라 날 괴롭혔다. "미로야!! 오늘 우리 뭐하고 노냐고!!!" .. 아..음.. 그러니까. 그러니까.. 벌떡-. "이따가 얘기하자. 나 잠깐 여준이네 반좀 갔다올께." 아직 점심시간이 20분이나 남은걸 확인한 나는. 용기를 내서 자리에 일어났고.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떡이는 라경이와 민경이를 두고. 급하게 교실에서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 그리고는 무작정. 정말 무작정 여준이네 반으로 뛰었다. 하지만 여준이는 반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놈이 없다는걸 알아챈 나는. 순간 불길한 예감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뿔테안경을 쓴 여자아이 한명을 잡아챘다. 의외로 이런데는 숫기가 없는 나로선 아주 대단한 행동이였다. ... "저. 윤여준 학교 안나왔어??" 무슨 일이 냐는듯. 나를 위아래로 훓터보는 아이. 제발. 제발 빨리 말하란말야. "아니. 나왔어." 휴.. 그아이의 대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럼..어디갔는지 혹시 알아??" "글쎄..옥상에 갔을껄? 담배피러." "아...고마워." 같은학년인데. 나는 꾸벅 인사까지 해버리고는. 진로를 옥상으로 바꾸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지금은 온통 여준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곧바로 후회할수밖에 없었다. . . 벌컥- 옥상문을 열고. 아이들속에 서있는 여준이와 눈이 마주쳤을땐. 정말 무슨말을 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올라올껄. 대책없이 올라온게 후회까지 들었다. .. "어?? 형수!!!" 바보처럼 멍하니 서있는 나를 먼저 반겨준건 여준이의 오랜친구 세준이였다. "아..세준아 안녕.." 으으. 어색한 이 인사는 뭐냐구요. "응. 근데 여긴 왠일이야?. 어이 윤여준 니 마누라 왔잖아." 물고있던 하얀담배를 뱉고는 여준이를 툭툭 치는 세준이. 입에 남아 있는 담배연기가 세준이가 말할때마다 입을통해 이리저리 흩어졌다. "입 다물어.." 그순간이였다. 여준이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내뱉어진건.. 혹시.. 내가 잘못들은게 아닐까 라고 의심해보아도. 분명. 여준이는 세준이를 향해. 낮게 읆조렸다.. "뭐?? 입 다물라고? 내가 뭐 잘못한거야??" 도무지 뭐가 문제냐는듯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세준이. ... 난.. 그런 세준이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여준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준이의 눈동자는 날 향해 있지 않았다. 단 한치의 시선도 허락해 주지 않겠다는듯. 바닥에 있던 차갑게 식어버린 눈동자는.. 세준이에게로 조심스럽게 옮겨졌다. "홍세준." 낮고 낮은 목소리. 이건 여준이가 화났을때와는 또 다른 목소리. "어?? 왜 임마??" "윤여준 죽었다." "뭐??" "어제부로. 윤여준 죽었다고." "무슨말이야.??" 하..... 벌써부터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내가 보이지 않는건지. 그아이는.. 세준이의 물음에 그렇게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죽도록 사랑했던 여자. 이제 지운다는말." "...뭐?" "그여자 때문에 이제 아파하고 슬퍼하는거 없을거란말." "........" 이제서야. 무언가 심각성을 느낀듯. 세준이가 나와 여준이를 번갈아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런 세준이의 모습에도 아무런 동요없이 손에 들린 담배를 깊게 한모금 빨아 들이는 여준이. 그렇게 두어번을 반복하면서 담배를 피던 여준이가. 이내 눈물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 "끝. 디엔드." 말을 마치고는. 어느새 빨갛게 타오른 담배를 바닥에 튕겨 버리는 그아이. 상처받은 눈으로. 지쳐버린 그 눈으로. 날 끝까지 쳐다보지 않은채. 내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순간.. 여준이와 내 거리가 점점 가까워 지는 순간. 여준이와 웃었던 추억. 같이 울었던 시간. 힘들어하고 아파했던 날들.. 모든게 빠짐없이 필름마냥 지나가더라... 스윽. 이윽코 여준이의 옷깃이 내게 스쳤지만.. 여준이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옥상문을 열고 나갔다. 콰앙-. 하는 잔인한 소리와 함께. 나는 멍하니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일이냐고 심각하게 묻는 여준이의 친구들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못한채 나는 여준이를 따라 옥상을 나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무작정. 여준이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잠깐만. 잠깐만 여준아." .. 하지만 여준이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 여준이의 앞을 막아서야만 했다. 하아.. 그순간 보인건. 녀석의 한쪽눈에 고여있는 눈물. 아파하면서... 이렇게 힘들어할꺼면서.. "여준아.. 우리......이게 마지막이야..??"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듯 그렇게 한자한자 힘겹게 내뱉자.. 여준이는 여전히 날 쳐다보지 않은채. 대답했다. "어." 라고... "갑자기..왜.?" 뻔뻔하다고 욕해도 좋다. 지금 내가 봐도 난 무지 뻔뻔하니깐.. 하지만... 물어봐야만 할꺼 같았다. 이 아이를 이렇게 보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픽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 여준이.. .. "어제. 니가 김형광한테 안겨서.. 사랑한다고 말하는걸 봤으니깐." "........." 여준이의 말이 한자한자 내 귀에 파고 드는 순간. 나는 정말 가슴이 턱턱 막혀옴을 느꼈다. "5년동안 쉬지않고 사랑했어. 근데 남은건 하나도 없어." "........." 그아이의 진심어린 말. 나로 인해 상처받고. 나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진 여준이의..진심어린 말. 다... 내잘못이야. 널 이렇게 만든건 모두 나야.. 여준아.. 정말.....미안해.. "미안해..." .. 고개를 푹 숙인채. 미안하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그제서야.. 조용히 그아이의 동공이 나에게 향했다. "친구도. 사랑도. 다 잃은세끼가 남은건...뭔줄 알아??" "........." "병신. 그것도 모르냐?? ... 하나는. 죽을때까지 우는거 또 하나는.. 무너트리는거." ... ............. 작은 목소리로 여준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알아들을수 없는 말에 나는 여준이를 보았고. 여준이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내게 한마디만 남긴채 나를 지나쳐갔다. "이제 사랑같은거 더러워서 안해." 조금씩..멀어진다. "..........." 여준아....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아서. 너만 보면 너무 괴로웠어. 그때의 아픔들.. 계속해서 기억나서. 너무 힘들었어. 널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니 아픈 뒷모습 알면서도 붙잡지 못해서.. 미안해. "............" 그때였다. "하.....씨발!!!!!!!!!!!!!!!!!!!!!! 씨발...............씨발......" 여준이의 반에서 눈물섞인 고함소리가 들려온건... 너무나도 가슴아픈. 그 간절함이 들려온건.. 울고있었다. 여준인..내가 보이지 않는곳까지 눈물을 참다가. 결국 참고 참은 눈물을 힘겹게 토해내고 있었다. 이제 날 잊겠다던 그아이는. 나때문에 더이상 아프고 힘들어 하지 않겠다던 그아이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결국 다른 남자를 사랑해버린 온새미로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어 하고 있었다. ".............." 나또한 주저 앉아서 참아왔던 눈물을 힘겹게. 쏟아냈다. 넌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여준이 넌 정말 날 많이 사랑해준것밖에 없는데... 나때문에... 울고야 마는구나. 도대체 진실이 뭐고 거짓이 뭐길래.. 우리가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거야....응.....? '끝. 디엔드' 이제 녀석의 말처럼 모든게 끝났다. 예전같았으면. 이제 더이상 기억나지도 않는 추억에 얽메이지 않아도 된다고. 여준이를 사랑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 아픈 상처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난 분명 웃고 있었을테지만.. 난... 울고있다. 정말 짜증나게도.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것처럼. 아파하고 있다.. '끝. 디엔드' 이때 난... 이것이 길고 길었던 악몽의 마침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악몽의 시작점일 뿐이였다. 또다른 악몽의 시작점.. 이일이 그저.. 그악몽의 짤막한 예고편이였다는걸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날 방과후, 대승공고앞. 뻔뻔하게도 나는 지금 대승공고앞에서 형광이를 기다리는중이다. "........" 그아이가 울었다. 나때문에 여준이는 울고있었고. 그 눈물은 누구도 다가서지 못하도록 아주 철저히. 여준이를 젖게 만들었다. 나때문. 이기적인 온새미로 때문. 하지만 그 온새미로는 이렇게 뻔뻔하게도. 다른남자네 집에 갈려고 그남자를 기다리고 있는중. 알아. 아주 잘 알아. 나 뻔뻔한거. 웃긴거 "온샘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때. 등뒤에서 신이 난 형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난 자꾸만 없어지려는 웃음을 영차영차 끌구와. 억지 웃음을 지어본다. "왔어?" "응." "그래" 내 어색한 웃음에 잠시 뚱한 표정을 짓는 형광이. "너 오늘 이상해." "뭐가?? 평소랑 똑같은데.."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픽 하고 웃어버린다. "울 엄마가 너 보고싶다고 완전 개난리야." 잠시 어색해지자. 화제를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밝은목소리로 형광이가 위와 같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놈아. 개난리라니..; "김형광. 말버릇좀 고쳐. 맨날 존나. 씨발 거리면서. 쌍스러운말투 싫어." 내 조용한 목소리에. 내앞에 탁 하고 서는 이녀석. 쳇.. 엄청 귀엽네. 교복 위에 검은색 후드티 입으니깐. "그럼 뽀뽀해줘." .......... 한동안 잠~잠 해졌다 싶었는데.. 또다시 이렇게 눈웃음을 살살치며. 애교를 부리는 형광이. 나는 기가막히다는 눈으로 형광이를 노려보았고. 형광이는 기다리기라도 한다는듯 베시시 하고 예쁘게 웃었다. "........." 나는 그모습에 한동안 멍해있었다. 이렇게 웃는게 예쁜앤데.. 여준이는 어째서. 이아이를 범인이라고 내게 말한걸까. 젠장. 또 머리가 복잡해져와. 나는 머리를 강하게 짓누르고는 앞에서 어린애마냥 입을 쭈욱 내밀고 있는 형광이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어버렸다. "웃긴다. 김형광. 너는 맨날 생각하는게 그런거지??" "18세의 건강한 남자니까." 툴툴거리며 그아이가 대답했다. "둘러대는건 1등이야. 하여간." "온샘아 니 얼굴 구려." "너 뜬금없이 그딴말 자꾸 내뱉을래!!!!!!!!!!!!!!!!!" 엉뚱한 소리를 내뱉는 그아이 때문에. 내가 소리를 꽥 지를 무렵이였다. ... "김형광..." 오호. 결코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운동장쪽에서 들려왔고. 형광이는 인상을 찌푸린채 그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찬가지로. 나도.. 서은향. 정말 넌 언제나 이때쯤이면 나타나곤했지. "응. 왜" 형광이의 대답에. 친구들에게 뭐라고 중얼거리던 서은향은. 혼자서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이윽코 우리앞에 서서 나를 큰 눈으로 노려보는 그아이. 눈썹 한번. 진짜 매섭다. 너 "니네 둘이 사겨?" 그녀의 위로 치켜 올라간 눈썹을 신기하게 보고있을때. 갑작스러운 서은향의 말. 그 말에 형광이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럴만도 하지. 우린 정말 뭐라 설명할수 없는 사이니까. 서로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아니." 잠시후. 머뭇거리던 녀석이. 서은향을 향해 당당히 입을 열었다. 그녀석의 붉은 입술이 달싹이며 '아니'라는 말을 내뱉은 순간. 괜한 서운함이 밀려왔다. 뭐. 사실은 사실이니깐. "근데 왜 그래.? 니네 둘. 완전 사귀는거같거든?? 온새미로. 너 남자친구는 어떡하고?? 하. 진짜. 기가막힌다." 가늘게 뜬 속눈썹을 파닥거리며. 따다다닥. 정말 따발총같이 쉬지 않고 내게 소리치다가 주머니에서 하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익숙히 불을 붙이는 서은향. ... "깨졌어-" 하지만 그녀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는. 조용한 내말로 인하여. 가엾게도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뭐...?" 믿을수 없다는듯 그녀가 되물으면.. "헤어졌다고." 나는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그 시간을 대신할수 있는 유일한말을 다시한번 내뱉는다. "........." 내 폭탄선언과 같은 말에. 아무말없이 날 쳐다보는 형광이. 이럴려고 했던건 아닌데.. 여준이와의 이별을. 이렇게 쉽게 말하려고 한건 아닌데. 알수없는 적막감에. 금새 후회를 해보는 온새미로였다. \형광이집 가는길. 다짜고짜 욕을 내뱉는 서은향과 헤어진지 벌써 10분. 녀석과 손을 꼭 잡고는 형광이 집으로 걸어가고는 있지만. 이건 뭐. 가시밭길을 걸어가는것 같다. "왜 말 안했어." .. 처음으로 입을 연건 형광이- 앞에만 시선을 고정한채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형광이- "오늘 헤어졌으니깐." "......." "말할려고 했어. 서은향이 타이밍을 막은거야." "괜찮아.?" .. 뭐라고 할줄 알았는데. 나같아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그 모습이 조금은 야속하고. 조금은 서운했을텐데. 형광이는 도리어 나를 걱정해주었다. 나는 괜찮다는듯 고개를 끄떡끄떡.. "응.." 짧은 내 대답에 형광이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래서 그 걸음을 따라가던 내 걸음이 멈춰진건 당연한일. "그럼 와." "뭐가." "김형광한테 와." 제법 쑥스러운지. 앞만 쳐다보며 놈이 말했다. 자신에게 오라고.. ... ........ 해피엔딩. 이게 해피엔딩일까.? "형광아..난. 그러니까 난." 아직은.. 너한테 못가. "지금 오라고 말안해. 난 무조건 기다릴꺼니까." 내 마음을 읽은걸까? 이아이. 특유의 웃음으로 또 다시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형광이. 난 픽하고 웃어버렸다. "고마워." "응 나도." "근데 형광아. 니네엄마가 왜 갑자기 날 보고싶다고 하신거야?" 그걸 그제서야 물어보냐는듯 나를 흘깃 쳐다보는 녀석. .. 하하. 정말 그렇네. 이걸 이제서야 물어보다니. 오늘 내가 정신이 없긴 없었나봐.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했거든." "아아...뭐??????" 뭐라고? 뭐라고했어 지금 너?? "내가 잘못 들은거지? 그치 형광아??" "아니." "너 미쳤어!!!!!!!!!!!!!!!?" "응. 그럴지도. 가자 좀만 가면 되." 대충대충. 내 큰소리가 정말 듣기 싫다는듯 대충대충 대답하고는. 형광이는 자신의 큰손으로 내 손을 끌어당기며 걷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심장이 뛴다. 결국 뭐야. 날 소개시키는 자리라는거잖아. 초등학교때. 전교생 앞에서 상을 탔었을때보다. 한 10배는 더 떨렸다. 무작정인거. 그게 형광이 매력이긴 하지만. 가끔씩 이럴때면 정말 곤란해. "여기야..?" 얼만큼 걸었을까. 형광이가 멈추어 슨 곳은. 정말 내가 잘못보았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 그래 딱 어마어마 하게 큰 집앞이였다. .. 흔하디 흔한 레파토리지. 잘생긴놈들. 돈도 많은거, 하지만 정말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느낄정도였다. 이런집. 티비에서나 볼줄 알았는데. "입 진짜 크다." 벌어질때로 벌어진 내 입을 친절하게도 다물어주며 녀석이 말했다. 입 진짜 크다고?? 내 입이 큰게 아니라. 니네집이 큰거야 임마. .. 띵동. 잠시후. 형광이가 내손을 꼭 잡은채. 초인종을 눌렀고. 으리으리한 대문이 띡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하. 정말 미치겠네. 대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마치 공원같이 넓은 정원에. 나는 정말 할말을 잃었다. 그래. 그뿐이였다. "가자." "잠깐만. 김형광 나 안가면 안돼??" 왜그러냐는듯 내게로 고개를 돌리는 형광이. "우리. 그래 우리 솔직히 아무사이도 아니잖아. 이거 정말 오바야!!!!!그래 오..." 한참을. 녀석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열변을 토해낼때였다. 그래 정확히 그때였다. "아들!!!오늘 일찍왔네?? 그 친구는?!!" .. ......요란한 목소리와 함께. 한여자가 나타난건. 허.. 형광이를 아들이라고 부르는걸 보아하나 형광이 엄마같은데.. 역시 빛이 나는구나. 빛이나. "쪽팔려. 목소리좀 낮춰." "어머 얘는 뭐가 쪽팔린다구??" 형광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호들값을 떨어대는 형광이 어머님; 왠지.. 이 으리으리한 집과는.. 상당히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계신듯. "아. 안녕하세요." 그래. 내가 생각했던만큼 어려우신분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정말 용기를 내서.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는 형광이 뒤에 가려졌던 내 존재를 알렸다. 그제서야. 형광이 아주머니의 눈이. 내게로 조심스럽게 향했고. 그순간. 그 눈은.. 차갑게 식어져갔다. "너... ...미로구나.." 형광이 어머님의 말에. 조용해진 이곳. 단 한사람만이 들뜰대로 들떠서 입을 열뿐이였다. "우와. 엄마 온샘이 알아??" 그래. 다들 알겠지만. 눈치라곤. 개코도 없는 형광이였다. "니가 말한 아이가..이아이였어?"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시고는 형광이를 향해 말하시는 아주머니. 왠지... 어감이 좋지 않다. "응. 예뻐. 엄마보다" 장난스럽게 내머리에 큰 손을 올려놓고 부비적부비적 거리는 형광이. 그순간에도. 난 날 알아본 아주머니만. 계속 쳐다볼뿐이였다. 분명. '미로'라는 내 이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내뱉으셨어. "......." 이런. 그러다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금새 고개를 숙여보지만. 그 따가운 시선이 그대로 느껴져왔다. "너무 쳐다보지마 이제 내꺼." 장난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려 놓는 형광이. 그때. 그손을 별안간 내려버리는. 아주머니. "일단 들어가자."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뒤돌아서서 대문을 열고 들어가신다. 순식간에 어색해져버린 분위기였지만. 금새 아무렇지도 않게 내손을 잡고는 나를 그 으리으리한 궁전과 맞먹는 집으로 이끄는 형광이였다. "엄마 질투한다. 유치해 그지?" 라는 철없는 말을 빼놓지 않고는 말이다. 나는 그런 형광이에게 어색히 웃어주며 놈을 따라 걸었다. ... 후..뭐지 정말 '너..미로구나.' 날 어떡게 아시는거냐구. \집. 역시 끝내주게 크다. 고급 가구와 장식품들을 구경하며 우리집 전체와 맞먹는 마루에 앉아서. 일하시는 아줌마가 가져다준 생강차와 과자를 홀짝홀짝 먹는 온새미로. 왠지 모르게. 언밸런스해. "근데 엄마가 온샘이 어떻게 알아?" 생강차 맛없다면서 단 한입도 대지 않던 형광이가. 쇼파에 편안하게 기댄채 먼저 입을열었다. "그냥..우리 예전에 같은 동내 살던 아이. 잘 알진 못했고. 그냥 인사만 하는정도였으니깐 형광이 넌 몰랐을꺼야." 왠지 둘러대는듯한 느낌이 드는 아주머니의 말들. 같은 동내 살던 아이..? 난 형광이 어머님께 입에 이리저리 남아있는 과자를 생강차로 말끔히 없애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절..아셨어요.??" "내 정신좀봐. 회사에 다녀온다는걸 깜빡했네. 그럼 둘이 놀다가." 어... ...이거 뭐지.. 이건 아니라는듯한 표정으로 급하게 일어서는 형광이네 어머님. 지금 내가 확실히 알수있는건. 아줌마가.. 알고있다는거. 날 알고 계셨다는거. 기억을 잃기전. 온새미로를.. \형광이네방. "이거 완전 인연아니냐?? 조따 신기하다. 울엄마가 너 아는거." 아줌마가 급히 자리를 뜨신 바람에. 어쩔수 없이 들어온 형광이방. 놈은 침대에 앉아서 어색히 서있는 내게 손짓했다. "아...그래." 어설픈 대답과 함께. 형광이 옆 침대에 앉았다. 뭐지.. 진짜 도대체 뭐지. 이거 뭐지. '히든카드. 열쇠를 내민거다. 그 열쇠는.... ...온새미로의 가장 친한 친구. 김형광.' '그래. 너하고 나. 그리고 김형광 셋다 둘도 없는 친구였어. ' 불현듯 스치는 여준이의 말들. 아니라고 믿어왔는데. 그래 분명 아닌데. 아닐텐데. 점점 더 불안해왔다. 혹시. 그럴리는 없지만. 여준이의 말대로 형광이가 범인..? 하지만. 분명 여준이는 형광이가 '수술비'때문에 그런짓을 저질렀다고 했어. 형광이네집은 매우 부자인걸. "졸려." 불안한 생각에 잠긴 내가 아무말이 없자. 별안간 침대에 누워서 내 허리를 감싸는 형광이. 그제서야 나는 생각에 나래를 접은채 형광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미안..뭐좀 생각했어." "응." "근데 왠만하면 이손좀 풀지요??" 가만보면말야. 김형광. 정말 선수야. 여자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짙은 스퀸쉽도 그렇고. "응 싫어." "형광아. 너 솔직히 말해봐. 도대체 얼만큼 여자를 후리고 다녔냐??" 놈을 억지로 밀치고는 내가 말하자 픽하고 웃어버리는 형광이. 이내 씩웃으며 브이자를 펼치더니. "일등. 고등학교와서 일등먹었어." "뭘??" "갖고싶은 남자." ....휴... 내가 정말 이런녀석 좋아해도 되는건가요?? "너 그걸 자랑이라고 하는거야??" 기가막힌 나는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내게 불쑥 얼굴을 내밀더니 놈이 말했다. "그런 놈이. 너 갖고싶어 안달났다구요." 헉.. 형광이는 낯간지러운 말을 끝내기 무섭게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놈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내 입술에 다가왔을때. 나는 눈을 꼭 감고는 형광이를 밀쳐버렸다. "미안.나갈께." 왜였을까. 그순간 여준이가 생각났던건. "응." 짧게 대답해주고는 침대에 드러 눕는 형광이. 갑작스럽게 피한 나때문에. 기분이 상했던걸까. "으응." 달칵. 그렇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려할때. "여자. 질리도록 만나본건 사실인데. 이렇게 바보될만큼 좋아한건 처음이야." 들려오는 형광이의 잔잔한 목소리. 놈을 처음 봤을때와 같은 톤의 그 목소리. "그냥 좋아. 너 다 좋아. 그러니까.. 그런눈 하지 말라구." 천장을 향해 있던 녀석의 눈이 그순간 내게로 조심스럽게 돌려졌고. 웃는다. 눈가가 패일정도로 예쁘게 웃는다. "연애는 셋이 하는게 아니라 둘이 하는거잖아. 바보 온샘이." 그래. 연애는 셋이 하는게 아니야.. "미안..솔직히 말할께. 여준이 생각나. 그래서 힘들고 괴로워. 너때문에 잠시 잊어도.. 너랑 여준이랑 겹쳐보일때도 있어.." 미안해.. 나 이렇게 이기적인 애야. 조용한 목소리로 그래. 그렇게 차분하게 솔직한 내 심정을 형광이에게 털어 놓았다. 하지만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은채. 다 알고 있었다는듯 그냥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는 형광이. 고맙다. 고마워 형광아. "형광아. 그럼 나 진짜 갈께." "데려다줄께." 으응? 그럴필요까진 없는데.. 별안간 몸을 일으키더니 걸어와서 내옆에 서는 형광이. 이렇게 보니까. 키 무지 크다. "형광아. 내가 뭐 어린앤가?? 괜찮아. 그냥 혼자갈께. 생각할것두 많구.." "앞까지만 데려다줄께." 녀석의 고집을 아는터라. 나는 고개를 끄떡여주었고. 형광이와 나란히 그 큰집에서 나왔다. .. .....으악. 막상 나왔지만. 이거 드럽게 어색하구나.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줄 기센데. 시간아 제발 빨리가라. 빨리가. ... "고개 푹 숙이고 있는거. 병신같아." 땅만보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길무렵. 형광이가 위와같이 말했다. 나는 그의말에 어색히 웃어주었고. 그때. 형광이가 갑작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내얼굴을 자기쪽으로 끌어 안았다. "으악. 김형광!!!!!!!!!!!!!!" 깜짝 놀라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는 괴성을 질러대는 온새미로. 그런 온새미로 눈앞에 자신의 핸드폰을 불쑥 들어 올리는 형광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핸드폰에 달린 인형을 내 눈앞에 들어 올렸다. ... .....?.... "안녕하세요. 존나게 쌔깐한 김형광 인형입니다." 형광이의 개구진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입을 막고 풉 하고 웃어버렸다. 마치 인형이 말하는듯 계속해서 내 눈앞에 인형을 흔들어 대는 이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모를 녀석. "인형이 말도 하냐??;" 기가막히다는듯 놈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러자 기분좋은 스킨냄새가 나는 손으로 내얼굴을 다시 인형쪽으로 돌리는 형광이. "온새미로는 웃는게 젤 예뻐" 인형을 계속 흔들어대며. 어이없는 인형극을 펼치는 형광이때문에. 나는 또다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는 크게 웃어버렸다. 이윽코 작은 다람쥐 인형이. 내게 건내는 말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 ........ ......... ..... ... "그러니까. 힘내라네요. 형광이가." 응.. 응 그래 힘낼께. 힘낼께 형광아. 울컥한 탓인지 도무지 말이 안나와서. 마음속으로나마 녀석에게 대답하고는 빙그레 웃었다. "웃었다." 그러자. 뭔가 대단한걸 발견한것처럼 웃어보이는 형광이. "갈께." 그런 놈에 차가워진 손을 놓고는. 어설프게 흔들며 인사를 건냈다. 그러자 형광이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떡끄떡. "응. 잘가" 이라는 짧은 형광이의 대답을 뒤로한채 뒤돌아서서 걸었다. 결국 행복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데로 여준이와 헤어지고. 형광이 곁에 남았는데. 이거봐.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여준이가 나와 형광이를 떼어 놓기 위해서 했다고 단정지은 그 말들도. 오늘처럼 끈임없이 나를 시험하잖아.. .. "휴.."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흘러나오는 한숨이였다. 그때. 드르르륵.드르르륵. 내 핸드폰 진동소리가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 [민경] "여보세요..?" 전화를 건 사람이 민경이임을 확인한 나는. 망설임없이 핸드폰 플립을 열었고. 이윽코 민경이의 흥분한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나야!!!!!!!!!!!!!!!!!! 알아. 니가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안다구;; "응. 왜??" -오늘 셋이서 뭉치기로 했으면서 혼자만 쌩하냐??? "피곤하다고 했잖아." 사실.. 피곤하다고 하고는 형광이를 만나러 갔지. -어쨋든!!!!!!!!!!!! 으악. 오늘 이기집애가 정말 왜이러는거야. 고막 터지겠네. 소리만 크면 장땡이다 이거냐. "어쨋든 뭐요." 팔팔 날라다닐정도로 쌩쌩한 민경이와는 달리. 지금은 너무 힘이 없는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평소같으면 그런 내 모습에. 꽥꽥 소리를 질러대고도 남을 민경이는. 잠시 조용한 침묵을 지켰다. 흐음.. "여보세요?? 민경아 끈긴거야??" -이라경. 내가 지금 잘못본거 아니지. 저 씨발세끼가..-!!!!!!!! "지금 라경이랑 같이있어???" -야 온새미로. 씨발랭. 너 지금 당장 타임 앞으로 와. 당장 와!. 빨리!!!!!!! 달칵. 뭐야 강민경. 왜 갑자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짓껄이는 게냐. 어이없이 끈긴 전화를 노려보다가 플립을 탁 하고 닫아버렸다. 그나저나 어디로 오라고 했지?? \타임.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서 결국 민경이가 오라던 타임 앞에 도착한 온새미로. 도착하자마자 보인 진풍경에. 정말 기가 막히더라. 한마디로. 이 푼수 강민경. 이말밖에 안떠오르더라. "야- 못알아 먹었냐??? 윤여준 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사람말이 뭐같이 들리니??" "여준아. 니가 뭐라고좀해봐. 우리 오늘이 1일인거 니 입으로 말해 나 얘네 짜증날라 그래." "뭐??? 야 이 씹!!!!!!!!!!!!" 후우... "민경아. 그만해." 작은 한숨과 함께 눈을 꼭 감은채. 체념하듯 내뱉은 내말에. 요란한 그들의 싸움은 순간 일시정지. 라경이. 민경이. 그리고 어떤 여자애의 눈이 모조리 내게로 향했다. 웃기게도. 벽에 기대서있는 여준이의 눈은. 내게로 향하지 않았지만.. "어?? 미로야. 너 잘왔다-" 정말 마침 잘왔다는듯한 표정으로 내게로 망설임없이 다가오는 라경이. 바보같은 온새미로는.. 그 순간에도 힐끔힐끔. 윤여준 놈을 쳐다보기에 바쁘다. "무슨일이야." 라경이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그제서야 무언갈 들킨 사람마냥 그녀에게로 눈동자를 돌렸다. "글쎄. 민경이랑 나랑 시내에서 노는데 저 말똥구리같은 년이 윤여준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치는거야_!!!!!!" 흥분한듯 침까지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라경이. "....." 나는 라경이 말에. 여준이 옆에서있는 그 여자아이에게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그 여자아이. "그래서 우리가 뭐하는짓이냐고 했더니. 지가 윤여준이랑 사귄다니 모래니.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짓껄이는데 정작 윤여준은 암말도 안하니까 이게 사람 돌아버릴일이지- 안그래?? 그치! 미로야!!!" .... 가만히 서있는 여준이를 노려보며 라경이가 기나긴 얘기를 마쳤다- 그제서야 나는 라경이와 민경이가 여준이와 내가 헤어진걸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이런 소란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아버린 나는. 여준이에게 시선을 고정시켰고. 여준이는 무표정으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여준아..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거니. 새로운 니 여자친구한테. 내 친구들이 행패부린거말야. 지금 내가 사과해야할.. 엿같은 상황인거니. "라경아. 민경아.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일단 헤어진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내 옆에 있는 라경이를 이끌고. 흥분한 민경이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그래 바로 그순간이였다. "윤여준. 너 지금 바람피는거냐?? 야 온새미로. 얘랑 그냥 깨. 너 어차피 김형광 좋아하니까. 깨버려. 이딴 미친세끼랑 깨라고."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여준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죽어도 알지 못하는 민경이가. 다혈질 답게. 이내 폭팔해버렸다. 피식. 그제서야 허탈하게 웃어보이는 여준이. "웃어?? 웃어어?!! 이거 진짜 웃기는 세#@$&*@#" ... "그만해!!!!!!!!!!!!!!!강민경. 제발 그만하라고!!!!!!!!!!!!!!!!!!! 나 여준이랑 헤어졌어. 우리 깨졌다고." 결국. 눈물섞인 내 고함소리가 이곳에 울려 퍼진 후에야 조용해질수 있었다. "미로야..정말 헤어졌어-?"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손을 잡는 라경이. 나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떡여주었다. .. 그래 헤어졌어. 정말이야. 믿을수 없겠지만 지긋지긋한 그 인연이 8시간전에 겨우 끈어졌어. "거봐. 우리 둘이 사귀는거 맞다니까." 그 여자아이. 그래 좀더 정확한 호칭을 붙이자면. 여준이의 새로운 여자친구는 승리한듯한 표정으로 놈에 손을 잡았고. 여준이는 아무런 동요없이 뒤돌아서서 걷는다. 그건.. 마치 귀찮았던 일이 해결됐다는것처럼 보이기보단. 슬퍼할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눈엔.. "미안해..앞으로 이런일 없을꺼야. 미안해 여준아.." 그녀석의 뒷모습을 향해 나는 정말 마지막인사를. 수백번. 수천번은 했을 미안하단말로 장식했다. 하지만 끝내 녀석은 차가운 시선 조차도..내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집. "미안해. 미로야.. 우린 정말 몰랐지." "맞아. 그러니까 기집애야- 깨졌으면 깨졌다고 말을 해야지.!!!!!" 기어코 집까지 쫓아와서는 내게 사과를 하는 경자매들. 나는 정말 괜찮다는듯 웃어보였다. ☜그것도 1시간째 "정말 괜찮다니깐." "진짜 미안하다니깐." "알았다니깐?!!" 이런 시덥지 않은 말장난을 얼마나 했을까. 정확히 1시간 20분만에 민경이가 화재를 바꿔주었다. 아주 고맙게도. "그럼..이제 김형광이랑 사귀는거야?" ... ........ "아니요." "으응?? 왜??!" 내 대답이 이해가지 않는다는듯 쇼파에서 퉁 튕겨져 올라. 얼굴을 들이대는 라경이. "모르겠어..아직은.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마치 바보가 된것처럼 말야. 그런것처럼.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래. 좀더 시간이 지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 내 새로운 남자친구 얘기나 해줄까??" 비러머글. 친구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강민경 너는 또 그 불같은 성격에 새로운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불 태우는거냐 -_ - .. "미로야. 나 저소리 지겨워 이제_" 또. 또 또 시작이라는 표정으로 내게 칭얼거리는 라경이였다. 나도 고개를 끄떡이며 동의했다. "이제 내 마음을 알겠지. 라경아!!_" "이것들이!!!!!!!!!!!!진짜 주글래??" ... 결국 민경님께선 크게 노하셔서 밤새도록. 새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우리는 술이라는 친구와 함께. 세벽을 보냈다. 그 시간동안 술기운에 한 4번은 넘게 울었던거 같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 다음날. 반나절이 넘어서야. 형광이의 문자를 확인할수 있었다. [광주역? 알았어. 온샘아 1시간만 기다려 -김형광 200x년 x월 x일. am.1:30] 세벽..1시 30분? 광주역..? [뭔소리야. 혹시 형광이 너도 어제 나처럼 술에 미친거니??!] 깨질듯한 머리를 감싸 안고는 겨우 놈에게 답문을 보냈다. 어제 펑펑 울었던 탓일까? 기분은 전보다 훨씬 나아진거 같다. 살금살금. 뻗어있는 경자매들이 혹여나 내 발걸음소리에 깰까. 아주 조용히 방을 나와서 해장국을 하기 위해 냄비에 물을 올려 놓았다. 무슨 국을 할까. 콩나물국??!- _ -북어국?!? "오케이. 콩나물국." 겔겔겔. 고추가루 팍팍 넣고 끓이는게야. 조아. 아주 좋다구. 결국 식탁 밑에 쪼구리고 앉아서 콩나물을 다듬으며. 노래를 듣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나. 그러다가.. 발견했다. 아까는 미처 보지못한 음성메세지 한개. [온새미로..] 음성메세지 확인을 누른 순간. 귓가에 나릇하게 퍼지는 여준이의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 [미안..미안해.] 하나 더 말하자면. 너무나도 아프게 젖어있는 그 목소리. [하........씨발] 이라는 작은 욕과 함께 음성메세지가 끝났고 나는. 멍청하기 그지 없는 온새미로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가만히 쥐어본다. ... 여준아.. 나같은거 때문에 왜그렇게 힘들어해. "으. 속 배렸어- 우리 오늘 학교 어떻해? 아 맞다 일요일인가?" 그때 마침 잠에서 깼는지. 민경이가 방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나왔다. "........" "야..너 왜그래??"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서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있는 내 모습에 놀란듯 민경이가 다가오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그저 고개만 좌우로 흔들어댈뿐. 말 한마디 뻥긋 대지 못했다. "뭐가 아니야. 왜그래 진짜!" "민경아." "어??? 왜!!!!!" "나 잠깐 나갔다 올께.. 라경이랑 콩나물국 끓여먹어.." 나도 자꾸만 이러는 내가 이해 안가. 하지만 봐야겠어. 지금 젖어있는 여준이. "으응. 알겠어. 근데 정말 괜찮은거야?" 눈물을 닦고는 일어선 내가 조금은 걱정스럽다는듯 민경이가 말했다. 나는 잽싸게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아무렇게나 구겨신고는. 그런 그녀에게 오케이 표시를 해주었다. "응." 괜찮아. 난 정말 괜찮아. . .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용기를 내서 온 여준이네 집 앞. 벌써 30분째 기웃거려보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게다가 여준이의 핸드폰은 아까부터 줄곳 꺼져있다. 결국. 결론은. 윤여준과 연락할 방법은 네버. 절대 없다는것. "어?? 여준아. 그때 걔 아냐??"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건 정말 부질없는 짓이라고. 차라리 문자나 하나 남기고. 연락을 기다리는게 더 나을꺼라고 생각한지 10초도 채 지나지 않았을때였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곳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건. 소리가 나는곳으로 시선을 주욱 돌려보니. 역시. 내 예상대로 여준이와. 여준이의 여자친구의 모습이 나란히 시야로 들어왔다. "....여준아." 내 입에선 거의 반사적으로 그녀석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하지만 내말에 대답을 한건 '그'가 아니라 그의 '그녀'였다. "우리 여준이는 왜?" 어제와는 다르게 좀더 자신감있고 앙칼진 목소리. 왠지 모르게 나빠지려는 기분을 꾸역꾸역 참고는. 나는 다시 한번. 자신없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그러니까." 그러자 조용히 향한다. 한치의 시선도 허락해 주지 않았던. 여준이의 검은 눈동자가 내게로. 그렇게 조용히 움직였다. "....그러니까.." 니 목소리를 들으니까. 무작정 널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어. 니 목소리가 너무 아파보여서. 힘겹게만 느껴져서. "여준아 쟤 왜저래??" 멤도는데. 입안에는 수없이 녀석에게 하고싶은 말들이 멤돌고 있는데.. 차마 입은 떼어지지 않았다. 한껏 작아진 모습으로 서있는 내가 우습다는듯 그때의 그 여자아이는 살짝 비웃었다. "꿀먹은 벙어리가 됬나. 그치? 히히. 여준아 우리 좀더 놀면 안돼?? 이렇게 헤어지기엔 너무 아쉽다 힝" 윽... 마지막에 저 콧소리는 뭐야. .. 나란 존재는 이미 잊은듯. 자연스럽게 여준이에게 기대는 여자. 난.. 정말 용기를 내서. 오바를 한다면. 내 안에 남아있는 용기란 용기는 다 끄집어 내서. 여준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음성메세지를 봤어. 그래서.." 두근두근. 바로 앞에 여준이가 있어. 날 내려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두려워서였을까. 지금 두려움에 심장이 뛰는걸까.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듯한 느낌에. 녀석의 목소리였다. "그래서....그냥.." 그냥.. ..그냥.. 으...도저히 못하겠다. 여준이랑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고. 말도 못하겠어. 미안해서. 심장이 저려와서. "아..아니야. 나 가볼께. 미안.미안해." 정말 바보같다. 온새미로 왜이렇게 바보같냐. 결국 무언갈 들킨 사람마냥 재빨리 뒤돌아 서서 가려는데. 타악. 하고. 내 손목을 잡아버리는 여준이. 코 끝으로. 여준이만의 향기가 느껴져온다. ... "그래서." 연이어 들려오는 낮은 여준이의 목소리 "어..?" "그래서. 동정하러 온거야. 윤여준이 존나게 불쌍해보여서. 겠지. 니가 하고싶은말." 그건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다. 정말이다. 음성메세지에 담겨져있는 목소리와는 전혀 달라도 너무 다른 목소리. ... 그 간절함이 무색할정도로.. 차가워도 너무 차가운 목소리. "여...준아.." 한자한자 내뱉는게 힘겹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게 되는 순간이였다. 한자 한자. 내게는 고문과도 같이 힘들었다. 내말에 피식 하고 웃는 그녀석. 조용한 목소리로 무섭게 경고의 말을 내뱉는다. "무너트린다고 했다. 그거 이제 보여줄께. 잊지마. 니가 윤여준이라는 놈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었는지.." 툭. 내 어깨를 치고 멀어져 가는 여준이. 정말.. 딴사람이 된것같은 여준이. 그녀석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온새미로는. 그만 피식 하고 웃고야 만다. .. 우스워서. 이제와서 놈을 걱정하고 동정하려는 내가. 너무 우스워서. 결국.. 놈을 저렇게 만든건 자신이면서.. \다음날. 학교 정신없이 하루가 흘렀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여준이 일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형광이에게 아까부터 수십개도 넘게 문자를 보내보지만. 녀석은 화가 난 모양인지. 내말을 모조리 씹고 있다. 그러게. 광주역인지 뭔지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왜 하냐고. "아직도 연락 안돼??" 아까부터 줄곧 문자만 두들기는 나를 보며 민경이가 한마디 했다. 나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떡여 주고는. 정확히 23번째 문자를 보내려는데. 드르륵. 드르륵. 갑자기 요란스럽게 핸드폰이 울렸다. 우씨.; 난 맨날 문자 거의 다 써가면 이렇게 전화가 오더라. 열받게!! "여보세요!!!!!!!" 게다가 모르는 번호 였기 때문에. 스팸광고면 죽여버릴 심정으로.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전화를 받았다. -저..광주 삼성병원 입니다. 혹시 김형광군 보호자 되시나요?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스팸광고가 아니였다. "..네..?" 병원. 광주 삼성병원.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에 다급하게 대답하는 나와는 달리 전혀 동요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여자.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라곤 이것뿐이네요. 폭행을 당한거 같은데.. 환자가 출혈이 너무 심해요. 의식도 없구요. 빨리 이곳으로 와주셔야 겠는데요. "....뭐라..고요?" -응급실입니다. AB.C와 바이폴로(지혈)을 했지만. 상황이 조금 심각해요.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동의서도 필요하구요. 빨리 와주세요. .... 달칵.- - - 정신없이 전화가 끈김과 동시에. 내손에선 핸드폰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빠져 떨어졌다. .. [광주역? 알았어. 온샘아 1시간만 기다려 -김형광 200x년 x월 x일. am.1:30] '무너트린다고 했다. 그거 이제 보여줄께. 잊지마. 니가 윤여준이라는 놈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었는지..' 아닐꺼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말도 안돼는 상상이 아닐꺼라고. 수십번을 대세기며. 나는 왜그러냐는 민경이의 외침을 뒤로한채 학교를 빠져나왔다. 형광아.. 제발. 제발 무사해.. [도원석. 나 온새미로야. 지금 우리학교앞으로 오토바이좀 끌고 와. 형광이 일이야. 정말 급해.] 떨리는 손으로 또또에게 문자를 보낸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때. 도원석의 오토바이가 학교앞에 섰다. "야. 무슨일인데??" 학교갈 생각이 아예 없는건지. 사복차림의 도원석. "형광이가..다쳤대." "..뭐..?" 멍한 내 대답에. 말도 안된다는듯 도원석이 되묻는다. "형광이가...다쳤대.." 그러면 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은 얼굴로 도원석에게 다시 한번 말한다. "형광이가 다쳤대....광..광주 삼성병원이야. 빨리 가야해..급하대..하아. 정말 어떡하면 좋아.." 정말 어떻게.. 어떻하냐구. "씨발. 뭐해. 빨리 타." 결국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에게 도원석이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나는 자꾸만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다리를 억지로 조금씩 조금씩 옮겨서. 겨우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부릉부릉. 곧이어 오토바이가 출발했고 나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눈을 감아버렸다. ... .............형광아... 너 괜찮은거지...? \삼성병원앞. 끼이익. 하는 거친음과 함께 도원석과 내가 탄 오토바이가 병원앞에 멈춰슨건. 땅거미가 진 저녁때였다. 오토바이를 병원 뒤에 세워놓고는 도원석과 나는 누가 뭐라 할틈 없이 응급실로 달려갔다. "김형광!!!!!!!!" 잠시후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도원석의 거친음성이 응급실에 곧바로 퍼졌고 나는 허겁지겁 손톱을 물어 뜯으며 형광이를 찾았지만. "..없어.." 형광이는 그 어느 침대에도 누워있지 않았다. "우리 형광이..그러니까 김형광이라는.. 폭행사고로 실려온 남자아이요." 왠지 모르게 무서웠다. 나는 자꾸만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차트를 뒤적이는 간호사 언니에게 차근차근 형광이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폭행사고??????" 옆에 서있던 도원석이 믿을수 없다는듯 크게 소리를 지르는 탓에 간호사언니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졌지만. 이내 그 언니는 친절히도 내게 대답해주었다. "낮에 실려온 그 환자요? 아까 보호자 오셔서 수술하고. 지금 입원해있어요. 아마 302호실일꺼에요." 보호자.? "보호자라니요..? 연락은 분명 저한테.." "김형광군 어머니 되시는 분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요. 다행히 1시간도 채 안되서 와주셨거든요." 하아.. 정말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긴장했던 탓인지 빳빳하게 굳어있던 몸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 앉았으니 말이다. 정말..미치는줄 알았어. 형광아. 나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을까봐. 진짜 심장이 멎어버리는것 같았다구. "야 괜찮아??" 주저앉아서 벌벌 떨어대는 내게 왠일인지 걱정스럽다는 말을 건내는 도원석 나는 고개를 끄떡해주었다. "응 괜찮아. 나좀 일으켜 세워줄래??" "나 아무하고나 손 안잡는데.." 참내.. 너 이상황에서 그런말이 나오냐??엉?? "빨리 일으켜세워줘. 병실 빨리 가야할꺼 아냐." 내말에 잠시 머뭇머뭇 거리던 도원석이 아주 고맙게도 떨떠름한 얼굴로 날 일으켜 세워주었고. 아직도 후들후들대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나는 앞장서서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픽 하고 웃더니 도원석도 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폭행사고. 무슨말이야." 엘레베이터안. 3층을 꾸욱 누르는 내게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진정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묻는 원석이. "모르겠어. 나도 아무것도.." 띵.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 초조해 하는 나를 힐끔 쳐다보다가 도원석이 먼저 내렸다. 곧이어 나도 자꾸만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내렸지만 말이다. 302호. 이윽고 형광이가 있다는 병실앞. 한치의 망설임 없이 또또가 그 문을 열어버림과 동시에 나는 눈을 꼭 감아버렸다. "김형광!!!!미친세끼야 폭행사고?? 이게 뭔 개소리야" 도원석이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내 귀에 닿았지만. 나는 그때서도 눈을 뜨지 않았다. 두려워서. 형광이가 많이 다쳤을까봐. 정말 무서워서. 눈뜨기가 무서워. "온샘아 눈떠." 하... 그때였다. 형광이의 따듯한 목소리가 들려온건. 그리고 그제서야 바보 천치 온새미로의 눈은 힘겹게 뜰수 있었다. "야 넌 나 보이지도 않냐??" 툴툴 대는 또또가 살짝 비켜섬으로서 내눈에 비로소 들어오게 된 형광이. 오른쪽발에 깁스를 하고있는 녀석. 눈도 부어있고 입술도 터져있는 녀석. 속상해. 정말 속상해 죽겠다. "다리 또 다친거야..?" 용기를 내서 형광이에게 다가간 나는 놈을 다그치는 목소리로 첫인사를 건냈다. "응. 저번에 다친데 또 다쳤어." "다른데는..다른데는 다친데 없어??" "여기저기 다 다쳤어. 아 이빨도 나갔어. 이거봐."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아'하며 입을 벌리는 녀석이였다. "자랑이다. 미친세끼. 쪽팔려 죽겠다. 너 어디가서 내친구라 하지마." 나처럼 많이 속상한지 도원석이 장난반 진심반의 말투로 말하자 픽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떡이는 바보 김형광군. "응. 생각해보고." "어떻게 된건지나 말해. 어떤세끼들이 그랬는지도 말하고." "싫어." "아 진짜 너 형아한테 죽방 맞는다." "응. 그래도 싫어. 또또 넌 방해물이야" - _ - 기껏 지 생각해서 와 준 친구한테 말하는 꼬락서니좀봐 미친 김형광. 그래도 생각했던것만큼 그렇게 많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정말. "에씨. 알았다. 10분만 산책하고 온다." 더럽고 치사하다는 얼굴로 훽 뒤돌아서는 또또. "왜그래 김형광. 도원석 삐지잖아. 원석이가 얼마나 널 걱정했다고" 보다 못한 내가 거들자 나를 민망하게 할 셈인지. 웃는얼굴로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형광이였다. "또또" 내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로 형광이가 병실을 막 나서려는 원석이를 불렀다. "왜."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하는 또또 "10분산책하고 오면 죽는다. 30분. 오케이?" "아씨발 저 개자식. 진짜 누워있지만 안았으면 넌 뒤졌어" 달칵. 신결질적으로 문이 닫혔다. 결국 원석이가 나감으로써 이 큰 1인용병실에는 김형광과 온새미로 둘만 달랑 남게 되었다 이거지. 아하하.. 하하.. 어색해. "너희 어..어머니는?" 고작 내가 녀석에게 건내는 말이란 이정도였다. "경찰서 갔어. 아까" "아..저..정말 어떻게 된 일이야. 경찰서까지 갈일이야? 너 누구한테 이렇게 맞은건데 도대체. 광주는 무슨일로.." "으 시끄러." "아..맞어 너 핸드폰좀 줘봐." .. 그때 하필이면 갑자기 떠오른 문자 한개. .. [광주역? 알았어. 온샘아 1시간만 기다려 -김형광 200x년 x월 x일. am.1:30] .. 나는 방금전까지 멤돌던 어색함도 잊은채 다짜고짜 녀석에게 소리쳤다. "빨리 핸드폰좀 줘보라구" 그러자 아무말없이 자신의 핸드폰을 건내는 녀석. "핸드폰은 왜??" 툭툭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며 녀석이 말했다. 나는 형광이 말을 살짝 무시하고는 문자메세지를 눌렀고. 믿을수 없는 문자에 한마디로 넋이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래 그말이 딱 들어 맞는 표현일꺼야. [김형광. 지금 광주역 매표소로 나와. 급해. 빨리.-첫번째-] 첫번째. 라는 이름 옆에는 내번호가 꾸욱 찍혀있었다. 허. 말도안돼. 난 이런문자 보낸적 없단말야. 아무리 술에 취해있었다 해도. 핸드폰을 들고있지도 않았는데.. "........."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서. 이 문자를 보고 형광이 니가 내게 그런 문자를 보낸거. 그러니까 결국은.. "이문자를 보고 광주역 간거지. 그리고 넌 거기서 이렇게 다친거고. 후...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형광아." 침착한 목소리로 형광이에게 물었다. 하지만 주체할수 없을만큼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은 떨렸다. "괜찮아. 난." 따듯한 목소리로 떨고있는 내손을 꼭 잡아주는 형광이. "뭐가 괜찮아. 어떻게 된건지 말해보라구. 난 이런문자 보낸적 없단말야. 형광아. 제발 말좀해봐. 무슨일이 있었던건데!!!!!!!!!!!!!!!!!" 꽥꽥 소리를 질러보지만 형광이의 굳게 다문 입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래 말하지마. 너 혼자 착한거 다해. 나갈꺼야. 간다." 이러려던게 아닌데. 결국 난 화가나버렸다. 자꾸만 내게 무언갈 숨기려는듯한 형광이의 모습이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더욱더 큰 불안감을 느꼈겠지. 이곳에 오면서부터 아닐꺼라고 믿었던일이. 조금씩 진실이 되어가니까. 콰앙- 화가 난 내가 문을 쾅 닫고 병실을 나왔지만 형광이는 끝내 날 잡지 않았다. 병실을 나온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통화음이 두세번 가다가 그 누군가는 내 전화를 고맙게도 받아주었다. -어. "윤여준." -왜. "혹시..니가 그런거야?" -뭘. 건조한 여준이 목소리. 난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다시한번 녀석에게 되물었다. "여준아. 아니지. 니가 나인척 형광이한테 문자보내고. 형광이 저렇게 만든거 아니지. 니가 무너트린다는 방법이. 이렇게 치사한 방법 아니지. 너 아니지.? 너 그렇게 유치한놈 아니지?? 나 믿어도되지?" 믿을께 여준아. 제발 믿을께. 나 실망시키지 말아줘. -온새미로가 언제부터 내말을 그렇게 믿었어. "......." 우습다는듯 픽 하고 웃어버리는 여준이. 그와 동시에 내몸은 딱딱히 굳어져갔다. -내가 그랬다면 어떻할껀데 "하.." -윤여준이 유치하게. 불러서 10:1로 싸우게해서 개박살냈다. 김형광이 안그러냐. 형들이 내가 시켰다고 말했대는데. 재밌지. 더 재밌어질것 같지 않냐. 하하. 하하..하 정말 입밖으론 어이없다는 실소밖에 터져나오질 않는다. 정말이야. 정말.. 말이 안나와. 할말을 잃었어. "고마워. 여준아." 잠시후 작은 침묵 끝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널 미워할수 있게 해줘서. 죽도록 미안했던 그마음. 이젠 잊을수 있게 해줘서." 달칵. 그렇게 눈물섞이 말을 놈에게 건내고는 조심스럽게 먼저 전화를 끈어버리고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던거 같다. 여준아. 형광이랑 너랑 다른점이 뭔지 알아.? 넌 널 위해서 날 사랑하지만. 형광이는 날 위해서 날 사랑해. 형광이는.. 끝까지 내가 미안해 할까봐. 아파할까봐 니가 그랬다는걸 말하지 않았어 그게 너랑 형광이의 다른점이야. ... "미안해. 미안해 김형광." 눈물 닦는다고 닦고 왔는데. 형광이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또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댈껀 뭐야. "어? 운다." 그런 날 보자마자 장난스럽게 소리치는 무뇌아 김형광 ☜솔직히 지금 뵈는게 없음. "다 들었어. 여준이가 그런거. 미안해. 괜히 나때문에.." 참았던 눈물이 이젠 와르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에라 모르겠다._ 이왕 이렇게 된거 난 주저앉아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정확히 2분뒤에서야 형광이가 내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날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톡톡. 울고있는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어번 치는 녀석.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다리 조심해. 훌쩍. 더 다치면 어떻게." 콧물 범벅으로 위와 같이 소리치는 꼴이란.. 정말 챙피하고._ 부끄럽고. 미안하고.. "나 때리면 안돼." "응.? 무슨..." 무슨말이야. 라고 말하려 했는데.. 나는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왜냐구? 형광이의 거칠어진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기 때문이지. 자꾸만 힘이 풀리는 날 애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바쳐주는 형광이. 잠시후 황홀한 키스가 끝이 났다. 쑥스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자꾸만 웃어대는 녀석.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께." "어...?" 으씨. 얼굴이 화끈화끈대서 미치겠네 이거. "처음에는 신기했어. 나랑 똑같은 목걸이를 차고있고. 엉뚱한거 투성에다가 맨날 슬픈표정에 온새미로가." "응.." "그다음에는 그 눈물이 싫었어. 그래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세번째에는 온새미로가 웃는게 자꾸만 보고싶었어. 계속 머리속에 온새미로가 둥둥 떠다녔다." "......" "이제는 온새미로만 보면 심장이 당연하다는듯 뛰어. 웃는것만 보고싶은게 아니라. 화내는거. 우는거. 즐거워하는거. 다 보고싶어. " "하하하하하하-_" 분위기가 이상해지려 하자. 나는 거의 오바의 절정을 이루며 웃어댔다. 어떻게서든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이런 분위기 너무 익숙치 않았으니깐 말이다. "악 느끼해. 너 미친거아냐? 아주 미쳤어." "응 사랑에!" 제길 "....." "이러다가 진짜 김형광 병신되게 생겼다. 그치. 그러니까." "......" 잠시 머뭇 거리는 녀석. 그러다가 조그만한 나를 자기 품안에 다 넣어버리고는 특유의 개구진 목소리로 병실이 떠나가라 아주 크게 소리친다. ... ........ "못난아. 이제 좀 와주세요.!!!!!!!!!!!!!!!!!" ... 라고.... 두근두근. 그순간은 말야. 딱히 글로 표현하자면. 있지. 정말 그야말로 미친듯이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불에 덴것마냥 화끈거렸고. 그냥 내가 아닌거 같았어. 좀더 오바를 하자면. 심장이 말했어. 이제 되돌릴수 없다고. 딱 그만큼 넌 이녀석을 좋아하고 있다고. "아우 씨 쪽팔려. 나 또 뻥 걷어 찰 준비 하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그냥 가만히 서있는 내게 형광이가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꽉 껴안은 녀석의 팔에 힘이 조금씩. 풀려져갈때즘. 나는 용기를 냈다. 놈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가장 잘한일이라고 믿고싶은 용기를. "힘 꽉줘. 왜 푸냐. 남자가 지조없이. 나 계속 안겨있을꺼야." "뭐.?" "븅~~신. 하여간 눈치는 드럽게 없어요." "......" 무슨말을 하냐는듯 눈을 똥그랗게 뜨는 이 귀여운 녀석.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번엔 내가 형광이를 꽉 안아버렸다. "못난이가. 간다구요. 이제. 김형광한테." 정말로 간다구요. 맨날 못난이때문에 울어야했던 일곱번째 난쟁이 옆으로. =20분뒤= "또또!!!!!!!!나 온샘이랑 사귄다!!!!!!!" 나참 이거 미치겠네. 20분후. 생각보다 늦게 병실안에 도착한 도원석이 보이길 무섭게 소리를 질러대는 형광이. "야 김형광. 너 미쳤어? 입이 왜그렇게 가벼워." 나는 그런 녀석에 등을 괜한 민망함에 툭툭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아씨 나 환자야." "아 맞다." 나도 참 정신이 없다니깐.. 아픈 녀석의 등을 그렇게나 세게 내리치다니.. 라는 생각으로 슬며시 손을 내리려는데. 자꾸만 나를 자극하는 녀석의 말. "김형광 여자친구는 그런 표정 지으면 안돼." 허. 기가 막혀. 이걸 그냥 또 때려버려?! "아주 쇼를 해라 둘이." 형광이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을 그때.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 넣은채. 껄렁껄렁되는 걸음으로 못마땅한 표정의 도원석이 한심하다는듯 소리쳤다. "응. 이제 둘이 쇼도하고. 바다도 보러가고. 노래방도가고." 나의 귀에는 도원석의 목소리가 매우 거슬렸건만. 정작 김형광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형광이의 모습. 그래. 느껴진다. 이아이가 날 얼마나 좋아해주는지. 느낄수있다. 그래서 행복해. 여준이를 잊을수 있을정도로 행복하다. "야 온새미로. 어쩌다가 천하의 김형광이 이런 개또라이가 됬어.??" 그때 도원석이 나를 툭치며 물었다. "글쎄.??" "미친.. 어쨋든 난 이만간다. 둘이 찐한 데이트 하라고. 애들은 낼온대. 김형광 낼보자. 미친세끼가 광주까지 와서 쳐맞아서 고생을시켜" 오토바이키를 손가락에 껴서 붕붕 돌리며 말하는 도원석. "또또야. 그런데..중요한건" 그리고는 뒤돌아서려는 또또를 형광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붙잡았다. "왜 이 개세꺄." "나 이거 깁스 풀면 넌 뒤졌다." "그래?? 애들한테 병문안올때 소보루빵 사오자고 의견냈는데 내가." (☜김형광은 소보루빵 매니아라고 한다) 도원석의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에 기가막히다는 얼굴로 눈썹을 꿈틀대는 형광이. 그래 김형광 그깟 소보루에 넘어가지 않을꺼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 않... "형. 잘가!!!!!!!!" 그러면 그렇지. 놈 특유의 눈웃음을 치며 웃는 김형광. 언제봐도 저 눈웃음은 너무 예쁘단말야. "벼엉신. 알겠다. 간다!!" 자신을 향해 하트를 만드는 형광이가 우스워 죽겠다는듯 한참을 웃던 도원석은 이내 무표정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형광이를 한번 훓터보더니 콰앙 하고 병실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오늘도 느껴. 너희들은 정말 싸이코처럼 논다는걸말야 "어?? 잠깐!!!!!!!!도원석!!잠깐 나는!?!!" 한참을 넋을 놓고 형광이와 도원석의 유치한 대화를 구경하고 있었던 터라 나는 그제서야 도원석이 나를 내버려두고 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도원석을 붙잡기 위해 허겁지겁 일어섰지만. 가엾게도 형광이에게 팔이 붙잡히고야 말았다. "나 차비도 없고. 가는길도 몰라. 도원석이랑 같이가야해. 이것좀 놔봐!!" "싫어." "뭐??" "가지마." .......... 웃으면서 위엣말과같은 얼척없는 소리를 해대는 형광이때문에 나는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가지말라니.?? 형광아. 정말 너 미친거야?? "뭐하는겁니까??" 난 정말 심각히 물었다. 정말 진심이다. 하지만 형광이의 대답은.. "애교부리는거요." 이라는.......어이없는것이였으니.. 결국 난 픽 하고 웃어버렸다. "하여간. 정말 못당해내겠다니깐 알겠어. 1시간만 있다가 갈께. 알았지??" "응." "잠깐만. 그전에 도원석한테 길좀 물어보고.." 내손을 꼭 잡는 형광이 때문에 왼손으로 서툴게 도원석의 번호를 눌렀고. 몇번의 신호음이 가다가. 이내 도원석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가까스로 들려오는 또또의 목소리였다. 그만큼 주위는 매우 시끄러웠다. 도원석의 목소리를 하마터면 못들을뻔할 정도였으니 "도원석. 너 지금 어디야.?? 출발했어??" -뭐라고? 잘안들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도원석. 도대체 거기가 어디길래 이렇게 사람들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거니? "그러니까!!지금 어!!디!!냐!!구!!! 옆에 있는 형광이를 살~짝 의식하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남자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차소리가 엉켜 들리더니 내 귀에는 도원석의 목소리가 아닌. 또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정확하게 말이다. -야 또또 전화 끊어. 빨리 형광이 저렇게 만든 윤여준인가 뭔가 그세끼들이나 밟으러 가자. 광주역에서 만나기로 한거 맞아? 왜이렇게 안와 씨발 "......" -아 미친세끼야 그걸 말하면 어떻게. 뚜.-뚜.-뚜.- 연달아 당황한 도원석의 목소리가 들리다가 전화는 그렇게 끈겨버렸다. "온샘아." 빳빳히 굳어버린 나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형광이. "형광아.. 약속 못지키겠다. 나 지금 가봐야겠어.. 미안. 미안해." 그러나 나는 저런 바보같은 말만 남겨둔채 형광이가 날 붙잡지 못하게 빠른 속도로 병실에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뛰기 시작했다. 광주역으로.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앞. 뒤. 생각할것도 없이 윤여준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였으니까. 어쩌면 예상된일일지도 모른다. 형광이를 저렇게까지 만든 사람을 도원석이 가만히 둘리가 없다. 분명 도원석 그아이는 1시간동안. 자신이 할수있는 모든걸 동원해 그녀석을 찾았겠지. 그건 틀림없이 여준이도 알고 있었을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준이가 내게 이런모습을 보여주려던 이유는. 그 이유는 뭐였을까. 광주역으로 가는 동안. 도원석에게 10번. 여준이에게 20번정도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내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나 역시 계속해서 오고있는 형광이의 전화를 단 한번도 받지 않았지만... \광주역 "하아..하..아" 광주역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거친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도원석을 찾기 시작했다. 싸움을 하는거라면 분명 사람이 많은 곳에선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광주역 주변에 있는 구석진 곳을 일일히 다 뒤지길 얼마나 됬을까. 주차장쪽에서 들려오는 욕소리와 신음소리에 난 그들이 주차장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그건 놈과의 전화를 받고 난 후 정확히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후들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한걸음 한걸음 주차장쪽으로 옮겼고. 점점 보이는 끔찍한 싸움판에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무서워.. 어떻게 너무 무섭잖아 이건. 비릿한 피냄새가 역겹기까지 한 주차장안. 도대체 몇명이나 되는지 손으로 셀수 없을정도다. 내 존재는 알지 못한채 그들은 계속해서 싸웠고 몸을 부르르 떨며 조심스럽게 눈을 떳을때 그녀석이 보였다. 2시간전. 죽도록 미워하게 만들게 해주었던. 여준이가 눈앞에 보였다. 입가가 찢어져 피가 고여있는 놈의 입술. 보기에도 많이 다쳐보이는 여준이. 수적으로 많이 밀리는지 힘겹게 상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그러니까.. 그러게.. "왜그랬어!!!!!!!!!!!!!!!!!!!"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냐구!!!!!!! 그렇게 유치한짓을 할만큼. 내가 미웠던거야?? 우릴 무너트리고 싶었냐구. "윤여준..왜그랬냐구!!!!!!!!!!!!!!!" 다시한번 큰소리로 놈에게 원망스러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주차장안. 아이들의 눈동자가 내게로 조용히 옮겨졌다. 도원석도. 도원석의 친구들도 윤여준도. 윤여준의 친구들도. 울고있는 내게로 시선을 두었다. "온새미로..너 여긴." 내 모습에 할말을 잃은듯 말을 잇지 못하는 도원석을 지나쳐 나는 걸었다. 가만히서서. 미동도 하지 않은채 나를 까만 눈동자로 담아내고 있는. 여준이에게로 걸었다. 그리고는 이내. 엉망진창이 된 녀석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게..니가 원하던거야...?" 결국 서로를 평생 미워하는거. 그게 니가 원하던거냐구... "........." 아무말없이 날 계속 담아내는 녀석의 눈동자. 여준이의 까만 눈동자. "말해보라구 여준아.. 제발...뭐라고 말이라도 해달라구.." "꺼져." 울고있는 내게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놈이 건낸말. "뭐..?" "꺼지라고." "하...." ..... 여준이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는순간. 정말 무작정 눈물이 나왔다. 마음이 답답해서 미쳐버릴것 같았다. 어이없는 실소만 뿜어져 나왔다. .................. ........... ... "너나 꺼져." 그때였다. 낮게 깔린 형광이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 굳어진 표정으로 차가운 동공으로. 이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병원복의 목발집은 형광이가 보인건. 형광이의 낮은 음성이 주차장에 울려퍼지자 픽 하고 웃어보이는 여준이였다. "김형광. 너 진짜 미쳤냐??? 그 몸으로 여긴 어떻게 왔어!!!!!!! 완전 쌩또라이 아냐??"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나와 형광이를 번갈아 쳐다보던 또또가 이내 성질을 못이긴 목소리로 크게 소리를 질렀고 형광이는 개구진 표정으로 여유롭게 그말을 받아쳤다. "우리 또또 오바한다." "어떻게 왔냐고." "슝. 택시타고." "도대체 왜왔는데.?" 도원석에 한숨섞인 말에.. 형광이의 시선이 조용히 내게로 향했다. "내꺼 지키러."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씩 하고 웃는 형광이. 뒷편에선 여준이의 실소가 들려왔다. 그건 왠지 모르게 가슴 아픈..웃음이였다. "누가 니껀데." 그때 건조한 목소리로 여준이가 말했다. "니 앞에 서 있는 여자." "........" "너때문에 울고있는..우리 온샘이." "........" "개야. 김형광이 사랑하는 여자. 오케이?" 목발을 붕붕 돌리며 여준이에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형광이. 나는 그런 형광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마주치지 못하겠어. 형광이눈.. 못마주치겠어. 너무 미안해서.. 괜스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무렵. 내 귓가에는 여준이의 너무 가슴아픈 한마디가 꽂혀버렸다. "...오케이.." 조용한 그아이의 목소리. 또 다시 무너져버린 여준이의 목소리. "그럼 다시 전쟁 시작이다. 응?? 야야 덤벼 또라이들아." 잠시후 도원석이 위와 같이 말하며 여준이 발 밑으로 돌맹이 하나를 던졌고. 돌맹이는 윤여준 발밑에 또르르르 굴러 섰다. 그 돌맹이를 가만히 쳐다보는 여준이. 중얼거리듯 입을 연다. "눈물나는 우정이네." "뭔 개소리냐. 쫄았어??" "안될까." "뭐?" "나도 다시 행복해지면 안될까." "미친놈 아냐??" 도원석에 비꼬는듯한 말에 피식..하고 웃어버린다. 그러다가 바닥으로 고정되어 있던 여준이의 검은 동공은 내게로 향했다. 그순간 파악. 하는 소리와 함께 형광이의 거친 음성이 들려왔다. "온새미로 보지마." 형광이였다. 한쪽 손에 들고 있던 목발을 던져버린 형광이. 싫어..싫다. "김형광 하지마!!!!!!!!!!!!!!!!!!!!!!" 이런건 정말 싫다구!!!!!!!!!!!!! "온새미로.." 형광이가 내 고함소리에 상처받은 얼굴로 내 이름을 나즈막히 불렀지만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체 다시 한번 소리를 질러버렸다. "하지마. 제발 여준이한테 그러지 말란말야!!!!!!!!" "야 너 돌았어??????" 참다 못한 또또가 나를 향해 소리쳤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눈물섞인 악을 질러댔다. "그만해!!!!!!!!하지마. 윤여준 제발 건들지마!!!!!!!!!" 니가 너무 미웠어. 이젠 정말 볼수 없을거라 생각했어. 그만큼 증오가 가득했거든. 그런데 여준아. 지금 니 눈. 니 음성이 내 머리에 닿는순간 난 또 이런 바보가 되버리고 말았구나.. "또 동정이야..?" 자신앞을 막아선 나에게 여준이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아마 맞을테니까. 동정이. 맞을테니까. "미안...해 형광아." 가장 바보같은 말을 멍하니 서있는 형광이에게 건내고는. 여준이의 팔목을 잡고는 뒤돌아 서서 걸었다. 가만히 날 따라와주는 여준이. 그리고 여준이를 끌고 가는 날 가만히 쳐다보는 형광이. "김형광. 뭐해!!!!!!!미친놈아. 이대로 계속 보고만 있을꺼야??" "......." "아 답답해. 야 내가 온새미로 데리고 올까??" "그냥 둬." "왜!!!!!" 뒤편에서 들려오는 형광이와 원석이의 대화가 멈췄다. 답답하다는듯 소리를 질러대는 원석이의 물음에 형광이가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여준이를 이끌고 내가 막 주차장 뒷문에 다 다랐을때 그아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믿으니까요." 라고.. 지금 이순간 까지도. 자신의 여자친구가 자기 앞에서 다른 남자를 감싸주고 끌고 가버린 이순간 까지도. 끝까지 놈은 말했다. 날 믿는다고... \공원. 주차장을 나와서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여준이와 내가 도착한곳은 역 옆에 있는 공원이였다. "여준아.." 작은침묵끝에 녀석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렀다.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오지 않는 목소리이고 싶었지만. 그건 내뜻대로 되질 않았다. 불행히도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늘 이아이에 눈을 마주치면 느껴지던 그 두려움이 이상하게 오늘은 느껴지지 않았다. 두려움대신. 가여운 슬픔이 느껴져왔다. "어." 나 대신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오지 않는 그런 목소리로 여준이가 대답했다. ... "힘들었어. 너만 보면 항상 너무 괴로웠어. 아빠가 그렇게 돌아가시던날. 너와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한 나를 보며 아파하다가 니가 자살시도한날. 모든게 끔찍하게 떠올랐었거든.." "......" "그래도..널 위해서 참았어. 오죽했었으면 널 주인님이라고 생각했겠어..? 그만큼 너에게 다 해주고싶었어. 죽을죄를... 지은것만큼 미안했으니까. 너랑 사랑했던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고.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서.." 처음으로. 맹세코 정말 처음으로 여준이에게 내 진심을 털어 놓았다. 1년전 그날의 악몽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는지. 얼마나 힘겨워했고. 얼마나 울어야 했는지 말이다. 내 얘기를 잠자코 듣던 여준이는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서'라는 내 마지막말에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가슴이 아파왔지만 나는 말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래서 내가 형광이를 사랑해버린게. 너한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된지 알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부탁할께 여준아.. 이제 더이상 형광이를 다치게 하지 말아줘." 나때문에... 그녀석이 다치는게 싫어졌어. 그만큼..형광이를 사랑해. 널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광이를 사랑한걸 후회하진 않아. "한가지만 묻자." 내말이 끝난 한참후에야 여준이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응." "1년전. 너희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김형광이라고 했던 내말. 왜 믿지 않았던거냐." "......."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모든 사실을 힘겹게 털어놓았던 날..왜 믿지 않았냐고." 그건.. "널 믿지 않은게 아냐." "........" "그냥..형광이를 믿은것뿐이야." 여준이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고개를 땅바닥으로 깊숙히 숙여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여준아. "온새미로." 나즈막히 내 이름을 부르는 그아이. "응." "그래서 넌 날 두번 죽였어." "......" "넌 믿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난 아니였거든. 너희 둘은 날 잊어버려서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난 아니거든..." ".........." "김형광이 입원해있던 그 병원. 1년전 사고후 니가 실려온 병원이기도해. 만약 니가 죽도록 바라지 않는 내말이 사실이라면. 기록이 남아있겠지. 김형광과 온새미로의 사고 기록." "........" "진짜 윤여준이 한 유치한짓은. 10:1로 김형광을 싸우게 한게 아니라. 김형광 핸드폰에 니 번호만 남긴것. 1년전 사고가 났던 광주로 불러낸것. 그때 그병원에 입원시킨것." "........." "이렇게라도 온새미로가 진실을 알게 하려는것." "하...." "먼저 간다. 넌 오늘..실컷 울어야 할테니까." 조용한 목소리로 마지막말을 남긴채 그가 뒤돌아섰다. 바보같은 온새미로는 멍해진채 그의 뒷모습만 응시하고 있을뿐.. '아직도 모르겠냐? 니 아빠를 죽인거. 니네 집에 불을 지른거. 김형광이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열쇠가 필요 했던거야. 일종의 미끼. 일급비밀을 태워버리기 위해선 너희 집에 있는 금고를 어떡게든 없애야 했지만. 엄청난 경비 때문에 매번 실패했던 대한그룹은. 히든카드. 열쇠를 내민거다. 그 열쇠는.... .....온새미로의 가장 친한 친구. 김형광.' '그래. 너하고 나. 그리고 김형광 셋다 둘도 없는 친구였어. 너랑 나랑은 애인이였고.. 아직도 기억 안나?' '빌어먹을..참 개같은 시나리오지? 사랑하는 사람을 잊었다. 아빠를 죽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머리속에선 그때 날 가장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여준이의 말들이 하나하나 다시 떠올라 나를 아프게 했다. 믿는다. 믿는다 라는 말을 수십. 아니 수백번을 되세기며 나는 걸었다. 형광이가 입원해있던 병원으로.. '김형광이 입원해있던 그 병원. 1년전 사고후 니가 실려온 병원이기도해. 만약 니가 죽도록 바라지 않는 내말이 사실이라면. 기록이 남아있겠지. 김형광과 온새미로의 사고 기록.' 그래. 확인하는거야. 정말 진실이 되버릴까봐 두렵고 무섭지만. 형광이가 아닐꺼라는 믿음과 확신이 내게는 더 커. 아주 훨씬.. \삼성병원 "저 병원기록좀 볼수 있을까요???"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매우 늦은 시간이였다. 나는 혼자서 앉아서 차트를 정리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달려가 대뜸 위와 같이 말했다. "무슨일이신데요??" 늦은밤.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놀란듯 내게 묻는 간호사언니. "뭐 좀 확인할게 있어서요.." "본인의 병원기록은 가능하지만 타인의 병원기록은 공개 될수 없어요." "1년전..그러니까 2004년 11월29일. 김형광이라는 사람과 온새미로라는 사람이 함께 입원한사실만 알면 되거든요.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심장이 타들어갈것만 같이 초조한대 타인의 병원기록을 공개할수 없다는 간호사에 말에 결국 아까부터 꾹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온건 그리 놀랄일도 아니였다. 거의 애원하다 싶이 부탁하는 나의 모습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간호사. "급한..일이세요?" "네. 아주 많이요..그리고 중요한일이요. 제발요.." "이거 정말 안돼는데..." 짙은 한숨을 쉬며 주위 눈치를 보다가 간호사 언니가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다. 기다리는 그 시간은 정말이지 일분 일초가 힘겨웠다. 잠시후 간호사언니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며 내게 말했다.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김형광하고. 온새미로요. 2004년 11월29일." ... 제발.. 제발요. 하느님 제발.. "예. 2004년 11월 29일. 병원기록이 남아있네요. 화재사고..인데. 두분 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이셨네요." "....해리성 기억상실증..이요?" "환자 본인이 너무도 잊고 싶어하던 기억이나 괴롭게 여기던 일에 관한 것이 외부적인 충격과 정신적인 충격을 동시에 입었을 때 주로 나타나는 기억상실증의 종류에요." . . . '왜 잊었냐고?!!!!!!! 넌 지금 서로가 서로를 어떡게 잊을수 있냐고 생각하겠지. 서로 아픈 기억이였을테니깐. 한사람은.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서 어린나이에. 하나뿐인 친구를 짖밟아야 했고. 한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배신을 당했지. 그건 분명 아픈 기억이였을테니까. 결국.. 서로가... ..... 서로를. 잊은거다.' 간호사언니의 말이 귀에 닿는 순간. 그때 여준이가 했던 말들의 의미를 알아챈 순간.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야 말았다. "이..이봐요!!.." "언니..어떻하면 좋아요. 어떻하면 좋아요..하..나 이제 어떻게 살아요. 여준이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살아요. 형광이를 미워하면서 증오하면서. 어떻게 살아요.." 결국 여준이 말은 사실이였다. 개같게도. 그 말은 그아이의 간절했던 그 외침은 사실이였던것이다. "미로야.." 그때였다. 주저앉아서 오열하는 나를 누군가가 상반되는 조용한 목소리로 부른건. "...아줌마..?.." 그분은 언젠가 형광이네집에서 한번 뵈었던 형광이네 어머니이셨다. \병원앞벤치. 손에 들린 캔커피에 따듯함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슬프다. 믿었던만큼 너무 아프다. "그냥 같은 동내에 살았던 아이..라구요. 그때 왜 절 모른척 하셨어요." 하도 울어서 건조해진 목소리로 나는 물었다. "기억이 돌아온거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그건 아니에요." "그래. 그렇구나.." 몇차례 오고가는 의미없는 대화가 끝난후 나는 오열하다싶이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는 처음부터 다 아셨죠. 형광이랑 저랑 알던 사이였고. 서로를 잊어버린거. 그리고 그날 사고..." 더이상 말을 잇기 힘들었다. 아빠가 돌아가셨던 그날. 끔찍했던 그날일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1년전. 악몽같았던 그날 눈을 떳을땐 지독한 병원냄새가 가득한 병실이였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었다. "그건 미안하구나. 하지만 더이상 난 내 아들이 아파하는걸 보고싶지 않아. 서로 기억하지 않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른척한거야." 하.. 이기적이네요. 내 아픔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셨나봐요. 차라리 그때라도 알려주시지. 그때라도.. "이만 일어설께요. 더이상 이곳에 있다간 구역질이 나올거 같아요.." "일부로 피하려 했던건 아니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보상해줄께." 하하. 기가막혔다. 정말 기가막혔다. 도대체 뭘 보상해준다는거지? 도대체 뭘! "아니요. 아무것도 받지 않을래요. 그리고 죄송하단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더이상 아들이 아파하는걸 보고싶지 않다고 하셨죠.. 죄송하지만.. 제가 이제 아프게 할꺼에요. 제가 지금 아픈만큼..." 천천히 일어서서 걸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것만 같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한걸음. 두걸음. 옮길때마다 그렇게.....형광이의 이름을 지웠다. 왜 하필 너야.. 우리 아빠를 죽인 사람이 왜 하필 너야. 내가 평생 미워해야할 사람이..도대체 왜 하필.. 내가 사랑해버린 너냐구. 그후로 끔찍하게 길게만 느껴지는 5일이 지났다. 그것도 아주 괴롭게. 아주 길게. "이 미친가스나야- 말도없이 외박을 하질 않나 학교 안나간지 벌써 오일이 넘어간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냐??" "........." "오늘도 안오면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오신댄다. 이래도 안갈꺼야??" "........." 오늘도 벌컥 열린 방문으로 5일전부터 똑같은 민경이의말이 우렁차게 들어온다. 옆에선 푹푹 내쉬는 라경이의 한숨소리도 어제와 변함없이 들려왔다. 그러면 나는.. 나도 어제와 똑같이 이불을 듸집어 쓴채. 가만히.. 가만히...아무말없이 숨죽여. "온새미로. 왜그러냐구. 도대체 무슨일이 있는건데. 이렇게 니가 미쳐가는거냐구 우리한테도 말못할일이냐??" "........." "몰라.-!!!나도 몰라 이젠. 니 맘대로해. 오늘 학교를 오던 말던. 니 알아서해." 벌컥. 열렸던 문이 성나게 닫혀버린 후에야 그제서야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참..미로야 형광이 오늘 퇴원했대. 오일동안 연락 안됬다고 너보고 죽을준비하라고 했대. 아마 집으로 찾으러 올꺼야." 그때. 머뭇거리던 라경이의 말이 문틈새로 들려왔다. 나는 아무말없이 픽 하고 웃어보였다. .... 부재중전화 103통. 문자함은 이미 꽉 차버린지 오래. 5일동안 완벽히 형광이의 연락을 피한결과 내 핸드폰에는 화가 날때로 나버린 형광이의 연락 흔적이 지저분하게 차버렸다. 피식. .....픽... 이상하지. 웃음밖에 안나와. 자꾸 웃음만 흘러. 자꾸.. ...자꾸...눈물섞인 웃음만. \학교. 느릿느릿.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확히 5일만에 도착한 학교는 변함이 없었다. 3교시가 시작된지 20분이나 흐른 시각. 심호흡을 두어번 한뒤 교무실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온새미로. "미로...너.!!!" 아마 엄청 초라해보일 내 모습이겠지. 예상대로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꽥 질렀다- "죄송합니다. 몸이 너무 아팠어요. 앞으로는 열심히 등교하고 열심히 공부할께요."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온새미로!!!!!!" "요 몇일간은 없었어요" "뭐.?? 무슨일이라도 있던거야.?" 세상에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일을 두번째로 겪었거든요. "일은 무슨요. 그냥..좀 아팠어요. 죄송해요. 연락을 드릴려 했는데..." "지금은 괜찮은거야? 어디가 아픈데.." "그냥..몸이요. 감기몸살이였어요." "일단 수업듣고 방과후에 남아서 다시 얘기하자. 무단결석 5일. 징계는 아니라도 교내봉사는 해야할꺼다." "네.." 꾸벅- 힘없이 인사를 하고는 교무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교실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는데. "한달은 걸릴줄 알았는데. 5일밖에 안걸렸네. 이제 다 울었어.?" 낯익은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벽에서 기대선채 날 바라보고 있는 여준이. "수업시간인데..왜 여기있는거야?"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준이의 눈동자를 피해. 용기를 내 건낸 말. 왜 그동안 날 믿지 않았냐며 뺨이라도 때릴것 같았던 여준이는 내 예상과는 달리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주었다. "옥상에서 담배한대 피고 내려오는데. 니가 교무실로 들어가는거 보고. 여기서 기다렸지-" "아...그렇구나.." "응." 픽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떡여 보이는 여준이. 그 후로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뭐라 말을 해야할텐데. 미안하다고.. 니 간절한 마음. 내 사랑때문에 짖밟았었던거. 니가 눈물로 외치던 진실. 두 눈. 두 귀 모두 닫아버린채 믿지 않았던거. 결국 이렇게 무너질꺼면서... 이렇게 비참하게 무너져버릴꺼면서.. 그런데도 널 끝까지 아프게 했던거 너무 미안하다고. 다시 니 옆에 돌아가겠다고... 말해야하는데. 그래야 될텐데. 도저히.. 입에 떼어지질 않는다. 정말 끔찍하게도 나는 아직도 형광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알아버렸어..여준아. 니가 지금 예상하는데로. 니말이 맞았다는거 나 알아버렸어." 결국 나는 미안하단말 대신. 돌아가겠다는말 대신. 알아버렸다는 말을 그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꺼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내게 여준이는 낮은 중저음에 목소리로 말했다. "........." "지난 1년동안 난..니 기억 돌아오길 기다렸어. 이제 1년은 니가 김형광 잊는거 기다릴게." "........" "그다음 평생.. 니가 나 다시 사랑하게 될때까지 기다릴께 기다릴수 있어 나." ♬♪♬♩♪♬♪♬♩ 여준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다시 웃는 여준이 내 머리를 잔뜩 헝크러 놓다가. 지나쳐갔다. "일주일뒤엔. 우리 다시 돌아가는거야. 1년전으로- 제일 행복했을때로." 마지막 한마디를 흘리듯 남겨놓고는.. 제일 행복했을때..1년전으로...? 미안 여준아. 내가 가장 행복했을때는 1년전이 아니라. 한달전이야. 아무것도 몰랐을때. 아무것도 모른채 형광이를..만난 한달전 말야. "온새미로. 도대체 학교엔 언제온거야? 이 미친기집애야" 그때였다. 멍하니 여준이의 뒷모습만 응시하고 있을때. 어느새 분주해진 복도로 민경이가 툭 튀어져 나온건. "별로 안됬어.선생님 만나고 왔지롱." 나는 그런 민경이를 보며 애써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그러자 ☜딱 이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민경이. "1시간전에는 죽을것 같더니.. 너 진짜 미친거 아냐??" "미치고 싶습니다요." "콱- 호랑말구같은게!!사람 걱정이란 걱정은 다시켜놓고 웃음이 나오냐??!" "민경아!! 자자 우리 라경이네반 놀러가자!" 분노한 민경이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쏘옥 껴놓고는 실실 웃어대는 정말 바보천치같은 온새미로. 민경이는 그런 내모습이 확실히 웃기다는듯 하하하 하고 웃어대다가 나와 함께 라경이네반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말 괜찮은거야. 이제는?" "응!!!괜찮아." 정말 이젠 괜찮냐며 연신 물어보는 민경이와 웃고 떠들며 라경이반 문을 조심스럽게 열려는데. 벌컥. 하고 다급하게 먼저 열린문. 그곳엔 얼굴이 시퍼래진채 갈갈히 날뛰는 라경이가 있었다. 뭐.뭐야 무섭게. "어라..? 이라경. 우리 방금 막 너 찾으러.." "미로는..? 미로 어딨어!!!! 아직 집에 있어???!" ......? 민경이의 말을 뚝 끈고는 소리를 버럭 질러대는 라경이. 이..이봐. 나 여깄다구요. "이게 미쳤나. 바로 니 앞에 있잖아." 어이없다는듯 날 가리키는 민경이의 손가락 덕분에. 라경이의 시선이 그제서야 내게로 머물렀다. "온새미로!!!!!!!!!!!!" 악. 요런. 고막 다 터지겠네. "으아악. 라경아 소리가 너무 크다." "빨리와. 빨리 일루 와보라구!!!!" "어..?? 야 너 왜그래 무슨일 있는거야??" "얼르은!!!!!" 다급하게 날 자신에 반으로 이끄는 라경이.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장이 한눈에 보이는. 자신의 반 창문으로 날 이끄는 라경이였다. "............" 운동장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나는 그제서야 왜 그렇게 라경이가 얼굴이 시퍼래졌는지 알수 있었다. "세상에.." 어느새 내 옆에 바짝 붙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민경이. 난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피해서 온건데. 너가 오늘 집에 올거란말에. 학교로 피해서 온건데. 김형광 넌 어째서. 학교까지 온거야. 어째서.. "미로야..나가봐야 하지 않을까??" 그야말로 운동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대승공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 그러니까 김형광의 친구들의 오토바이가 운동장에 널려있고. 운동장 모래 바닥에는. [쳐들어가기전에 나와. 그러면 화 좀만 낼께.] 라는 글귀가 어마어마한 크기로 써져있었다. 그앞 오토바이에 살짝 걸터앉아있는 형광이. 우스꽝스럽게..저게 뭐야 할튼간 김형광.. .. "야!!!!!!!!!이거 완전 대박이야. 빨리 사진찍어!!" "꺅 어떻게!!!미쳐버리겠네. 너무 멋있다!!" "어 영미야?!!야 지금 우리학교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줄 알아??" 곳곳에선 흥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당당히 남의 학교에 서있는 그 아이들에게 환호소리가 줄곧 이어졌다. 할수 없이 나는.. 운동장으로 뛰어 나갈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게. 그 잔인한 녀석 앞에서만은 울지 않게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그래. 언제까지 피할수만은 없는거니까.. \운동장. "어??! 형광아 형수님 왔다!!!" 몇번 안면이 익은 형광이의 친구가. 학교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날보며. 귀가 멍멍해지도록 소리쳤다. 그러자 어느새 창문에 따닥따닥 붙은 우리학교 아이들의 환호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온새미로." 천천히 내게로 고개를 돌리는 그아이. 나를 향해 조용히 고정시킨 갈색 눈동자. "어." "........." 내 대답이 못마땅하다는듯 형광이가 미간을 좁혔다. 오토바이에서 털썩 내려오더니 성큼성큼 내앞으로 오는 녀석. "왜 내 연락 피해.?" "......." 내가 지금 눈물이 나오려 하는건. 형광이의 목소리에선 원망보다는 걱정이 훨씬. 아주 훨씬 많이 묻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니 남자친구 김형광은. 퇴원은 안시켜주지. 온새미로는 연락 다 씹지. 밥도 안먹고. 탈출할 궁리만 5일동안 하다가 겨우 퇴원했습니다." 니 남자친구 김형광은. 니 남자친구 김형광은.. 굳어져 있는 내게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형광이의 말중 니 남자친구 김형광은.. 이라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 오일전 난. 형광이와 사귀게 되었고. 사귀게 된 그날. 모든걸 알아버렸다. 엿같다. 정말 엿같아. 하하. ".....형광아..." "응..근데 으아 진짜 못참겠다." 내말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위와 같이 말하며 나를 꽉 안아버리는 형광이. 따듯한 녀석에 향기가 느껴져온다. 절대 잊지 못할 이아이의 향기. "계속 말해." "..........." "빨리 말해. 뽀뽀하고 싶은데 뽀뽀하면 너 말못하니까 안는걸로 만족하는거야." "......." "뭐야. 나 착해??" ... 결국..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져나왔다. 피가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는데..결국은 울음이 터져나왔다. 왜그랬어.. ...김형광 왜그랬어 그렇게 순수한 눈을하고 왜그랬냔말야. 왜그렇게 끔찍한 짓을 한거냐구!!!!!!!!!!!!!!!!!!! "헤어지자." 놈을 힘껏 밀치며 눈물섞인 말을 토해냈다. 잘했어 온새미로. 잘한거야. 잘말했어. "...뭐..?.." 믿을수 없다는듯 눈을 크게 떠보이는 녀석. 순식간에 무섭게 굳어버렸다. 동글해지도록 웃던 눈이. "다신 연락하지 마. 난 이제 너 아프게할꺼니까. 내 손으로 널 무너트릴테니까." "무슨말이야." "이제...우린 모르는 사이야. 알겠지. 서로 사랑한다고 소리치던 기억은 오늘부로 다 사라지는거야 헤어지자..우리 이순간부터. 헤어지는거야...헤어지자." 주저 앉아 버릴것만 같았다. 이 상황이 너무 슬프고 힘겨워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내말에 조용해진 운동장 정말 다행인건. 환호를 지르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이 시작됨에 따라 모두 들어가버렸다는거. "수업 시작했다. 나 갈께." 멍하니 서있는 형광이를 스쳐 가려는데. 어깨가 스칠무렵 놈은 내손을 꽉 잡아버렸다. "온샘아. 밥먹자." "헤어지자고 했어..우리 헤어진거야 형광아." "난 새우볶음밥이 좋아." "....병신이냐..? 이제..모르는 사람 하자구" "그럼 영화볼래.." ........하아... 힘겨워 죽겠단 말야 형광아. 나 지금..너가 미워서 견딜수 없어. 그리고 날 죽이고 싶어 평생을 증오해야할 사람을 사랑해버린 날 죽이고 싶을 정도라구. "김형광!!!!!!!너 또라이야??!!! 헤어지잔말 몰라??!!모르냐구!!!!!!!!!!!!" 결국엔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응.." "뭐..?" "잊어버렸어." 슬프게 웃는다. 이아이. 동공이 간절해질정도로..슬프게. 내 가슴이 죽을정도로 슬프게. "..하..." "온새미로 만나면서 김형광이 배운말하고 잊어버린말이 있는데. 배운말은 사랑해고. 잊어버린말은 헤어지자야." "......." "그런말. 몰라. 오일동안 아픈다리로 너 찾으러 가겠다고 생쇼떨고. 니 전화 기다리느라 잠한숨 못잤어. 퇴원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너 볼라고 달려왔어. 정말 보고싶어서 죽는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 ...... ............. "김형광은 그런말 몰라." 왜 넌 끝까지.. 날 울리는거냐. 김형광. 넌 왜 끝까지... "김형광." "......." 차가운 내목소리에 그아이는 대답하지 않은채 가만히 내게로 시선을 고정시켜주었다. 주먹을 꽉 쥐고. 나는 내 감정이 참아질때까지 주먹을 꽉 쥐고는 형광이. 그래. 너무나 잔인한 그녀석에게 입을열었다. "온새미로가 김형광을 만나서 배운거하고 잊어버린게 하나 있는데요." "........" "배운건 복수고 잊어버린건 사랑입니다." 이게 무슨말이냐면요. 지긋지긋하도록. 날 웃게 만들었던 사랑은 이제 잊어버린다는 말이에요. "온새미로. 니가 하는말 하나도 모르겠어.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말하는건데." "......." 한참후 형광이가 내뱉은말은 다소 짜증이 섞여 있었다. 머리를 아무렇게나 흐트러 놓고는 삐딱하게 날 노려보는 형광이.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거 있어?" 하. 결국은 웃음이 세어져 나왔다. 한참을 삐딱하게 쳐다보던 형광이가 다시한번 꼬리를 내리고는 따듯한 목소리로 위와 같이 말하자. 나는 결국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형광아. 믿어져? 이렇게 날 쳐다보는 따듯한 눈빛이 느껴지는데. 얼마만큼 날 사랑해주는지 보이는데.. 그런 니가 우리 아빠를 죽였다는게. 너는 믿어지니.? "나는..." 아니. 나는 아니야. 나는 절대 믿어지지 않아.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파.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 야속해. "응" "형광아 나는..널 믿었어." "지금도 믿잖아. 왜 안믿는것처럼 말해." 내말이 확실히 기가 차긴 했나보다. 형광이가 어이없는 실소를 내뿜었다. "안믿는게 아니라 못믿어." 지금 나. 상처받은눈을 하고 있겠지. 흔들리는 동공에 잔뜩 고인 눈물로 원망스럽게 이녀석을 쳐다보고 있겠지. 그건. 내가 아직도 이녀석을 사랑하고 있다는 비참한 증거가 되겠지.. "온샘아 울지마." 어느새 난 바보처럼 울고 있었나보다. 이아이 앞에서만큼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꽉 깨문 입술이 우스울정도로 나는 아주 서럽게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형광이에 따스한 목소리가 다시한번 내 귓가에 머물렀다. "하. 진짜 돌아버리겠다. 너 오늘 왜 이렇게 나 미치게해." ... ........ 못참겠다는듯 큰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버리는 형광이. 눈에서 쉴새없이 떨어지는 따듯한눈물을 차가운손으로 자꾸. 자꾸만 닦아주는 형광이. 내가 사랑하는 형광이. 내가 사랑해서는 안돼는 형광이... "내몸에 손 대지마. 정말 부탁이니까 이제 다신 연락하지마. 갈께." 타악. 나는 그런 형광이의 손을 밀쳐냈다. 최대한 차갑게 굴려하는데 목소리가 계속해서 떨렸다. "......." 그런 나를 형광이가 흔들리는 동공으로 내려다봤다. 그러면 나는 형광이의 갈색동공을 힘겹게 외면하고는 뒤돌아서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진짜 못봐주겠다. 야 너 정말 돌았냐??? 오늘 김형광이 하루종일 얼마나 들떠있었는데!!!!!!!! 말로는 연락안해서 너 밉다고해도. 이세끼 오는 내내 웃고 있었다고!!!!!!!!!!!!!!!!!" 한걸음.. 두걸음.. 참다못한 도원석의 외침을 무시한채 한걸음..한걸음.. 천천히 그아이에게서 난 멀어져 가. "못난이 못난이 하면서. 내가 너 못난이라고 한번했다고 나랑 존나 싸운거 아냐?? 니 연락 안온다고 지성질대로 핸드폰 부셔놓고 연락올지 모른다면서 고쳐야한다고 얼마나 개지랄떨었는데 니 생각한다고 혼자 키득키득대는 정신병자녀석이다. 애들이랑 놀때도 너 보고싶다면서 뛰쳐나간세끼고. 너 만난날이면 우리한테 하루종일 자랑하느라 정신없었던세끼야. 김형광 딱 그만큼 너 좋아해.!!!!!!!!!!!!! 온새미로. 니가 뭔데 그런 내 친구를 울리려하는데. 니가 뭔데 그런 김형광을 차.!!!!!!!!!!!"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우린 눈물냄새가 똑같다던 그아이에게서 멀어져가. "지랄같은 도원석. 이름 걸고 말하는데.. 이세끼한테 너 이제 전부야. 병신아 너 지금 그렇게 가면 존나 후회해!!!!!!!!!!!!!!!씨발!!!!!!" 그렇게 천천히..... ....웃음이 너무나도 예뻣던 그아이에게서... 너무나도 슬픈 멀어짐을. 시작했습니다. \방과후 "미로야. 형광이한테 가보는게 어때.? 벌써 5시간째야. 아까부터 지금까지 꼼짝도 안하잖아." 텅텅 빈 교실안. 무단결석으로 인해 늦게까지 남아서 청소를 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라경이가 운동장쪽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내게 말했다. 벌써 5번은 넘게 듣는 그말을 나는 조용히 무시하고는 청소에 몰두했다. "독하다. 정말 온새미로."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민경이가 혀를 끌끌 차며 나를 툭 건들였지만. 나는 더욱더 청소에만 몰두할뿐. "미로야. 도대체 왜그래. 응??" "으라차차 청소 끝-!!! 얘들아 기다려줘서 고마워!!!" 다시한번 들려오는 라경이의 물음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기지개를 펴며 브이를 펼쳤지만.... =_= "너 혹시 또라이야??" 정말 진지하게 물어오는 민경이였다. "우이씨. 넌 친구한테 할소리냐 그게!?!" 살짝 그런 민경이를 째려보고는 교실을 나섰다. "야!!!!!!어디가!?!" "잠깐만..누구좀 만나고올께. 선생님 오시면 나 화장실 갔다고 좀 말해줘.!!" "으이구. 미친뇬. 알겠다!!" 민경이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복도끝으로 걸어갔고. 그곳에선 아까부터 날 기다리고 있던 여준이의 모습이 보였다. "여준아." 지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막 거리고 있는 그아이에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지금 끝났어.?" "응..이제 검사만 맡으면 돼." "그럼 이제 말해. 온새미로가 윤여준을 보자고 한 이유." 벽에 비스듬히 기댄 몸을 일으키며 녀석이 말했다. 5교시가 시작될때즘이였나. 난 여준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방과후에 만나자고.. 왜냐구..? "...도와줘." "....?..." "김형광 무너트릴수 있게..도와줘.." ... .....피식.. 알수없는 실소를 터트리는 여준이. "제발 도와줘 여준아.. 내손으로. 김형광 무너트릴수 있게.. 우리가 받은 상처. 수십배로 돌려주게. 도와줘.." "방금 그말.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아니..... ......아니.... "으...응.." "오케이. 접수. 그대신.." "......." "이제 너..나한테 온거다. 너도 오케이.?" "응.."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게 정답일테니까.. 여준아. 나. 힘겹겠지만. 죽도록 노력할꺼야. 널 사랑하도록. 그리고 미치도록 노력할께. 그아이를 잊도록. 짖밟도록. "병신.." "...참. 여준아 나랑 잠깐 운동장좀 가자." "운동장.?" "응.." 그러기 위해선 눈물나게 잔인해져야해. 그래야지. 그나마 견딜수 있을테니까 \운동장. 여준이와 함께 나온 운동장. 라경이가 말해준대로. 텅 빈 운동장 스텐드에는 형광이가 앉아 있었다. 어느새 잔잔하게 노을이 진 하늘을 보고 있던 형광이는 인기척이 나자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나를 보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잠깐 얘기좀 해." 차가워졌다. 이아이 목소리. "......." 난 아무말 없이 형광이 앞에서 여준이의 손을 꽉 잡아버렸다. 그제서야 옆에 있는 여준이를 발견했는지. 여준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형광이. 어떻하지.. 정말 어떻해. 심장이 욱씬거려서 견딜수 없을정도야. "하." 형광이는 꽉 잡은 여준이와 내손을 보고는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어 버렸다. "이제..알겠지. 이제 확실히 상황파악..되지.?" 난.. 형광이의 한숨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올것 같은 정말 우스꽝 스러운 목소리로 형광이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러자.. 피식. 놈 특유의 웃음과는 전혀 다른 웃음으로 고개를 끄떡..끄떡이는 형광이 "온샘아. 대단해." ".....뭐...?" "니가. 방금전에. 내심장 죽였어. 멋있다. 너" 방금..그 목소리. 너무 가슴아프게...차가웠어. "......" "안녕." 무슨의도인지. 살짝 손인사를 하며. 뒤돌아서서 걷는 형광이였다. 점점 멀어져 가는 형광이의 뒷모습. 아까 형광이도 그랬을까. 슬퍼보이는 뒷모습을. 점점 멀어지는 그 모습을 잡고싶어서...견딜수 없었을까. 지금의 나처럼. 형광이도 그랬던걸까. "눈 크게 떠. 눈물 절대 흘리지마." 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마주잡은 손을 꽉 쥐며 여준이가 내게 말했다. "응..." "우리가..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모르겠지만..." 젖어있는 목소리로 여준이가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시작일뿐이잖아." 그래. 맞아. 맞는말인데.. 그런데 여준아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 왜냐면..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렸거든. 형광이와 내 사랑. 비참하게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거든. ".........." 사랑했으니까. 사랑하니까. 그아이를 용서해버릴거 같아서 너무 두렵고 무서웠어. 그래서... 하나 둘. 상처 주기로 마음먹은건데. 어떡하지.? 여준아..나 정말 어떡하면 좋지? 그아이에게 상처 줄때마다. 내 상처가 더 깊게 생기고 있어....... 정확히 10분뒤. 나란히 시내를 걷고 있는 여준이와 나였다. "오랜만에 데이트 할래?" 나른한 목소리로 여준이가 말했다. "지금..?" "어. 아 배고프다. 밥부터 먹으러 가자." 기지개를 피며 하품 하는 시늉을 하는 여준이. 이녀석.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예전과 변함없이 날 대해주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보다 더 다정하고 편안하게 대해준다. 난 그런 여준이를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그냥 혼자 쉬고 싶어." 정말 용기를 내서 말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특히 억지로 웃는것따윈. "오늘만큼은 그냥 내옆에 있어줘." "..어..?" "너 내옆에 이렇게 있는거 오랜만이잖아. 이렇게 손잡는것도." 마주잡은 손에 힘을 두어번 꽉 주며 픽 하고 웃는 여준이. 나 또한 픽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뭐 먹으러 갈까??" 결국 모든게 처음으로 돌아왔어. 처음이라기 보다는. 제자리로.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왔어. 그동안의 기억들은. 그 추억들은 마치 하루밤에 꿈처럼 사라진것같아. \라이스 "새우볶음밥 두개 나왔습니다." 낯익은 하늘색 테이블 위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우볶음밥 두개가 나란히 올라오자. 나는 마지못해 숫가락을 들었다. 예전같았으면 허겁지겁 수저질을 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바빳을텐데.. 맞은편 형광이의 웃음소리도 듣지 못한채 그렇게 맛있게 먹었을텐데.. "맛없어?" "아니..그냥 별로 생각이 없어서." ... 오늘은 그렇게 좋아하던 새우볶음밥을 하나도 먹지 않은채 휘젛고만 놓을뿐이다. 여기 정말 형광이랑 자주 왔었던곳인데. 하필이면 이곳에 여준이와 같이 오게 되다니. 정말 기분이 이상해 "후." 새우볶음밥을 아무렇게나 휘젓고 있을때 여준이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들고있던 수저를 내려 놓았다. "안먹어..?" 나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여준이에게 위와 같이 물었다. "어." "배고프다며." "어." "그럼 먹어." "싫어." "........." 단답형에 대답을 이어서 하다가 후 하고 연기를 내뱉는 여준이. 할수없이 난 꾸역꾸역 억지로 새우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여주아 너도 어으 머거(여준아 너도 얼른 먹어)" 여준이는 입에 밥을 가득 물고는 말도 제대로 못하며 웃는 날보고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담배를 지저껐다. 그리고는 내려 놓았던 수저를 들었다. "너도 많이 먹어라." 으이씨. "으.으응!!" 씩씩하게. 다시 한번 입에 밥을 쑤셔 넣는 온새미로. 볼이 빵빵하게 불어 터질것 같을 정도로 볶음밥을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무슨맛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서도.. "켁.- 켁 콜록 콜록." 결국은 목에 밥이 걸려버렸다. "병신." 한심하다는듯 자신 옆에 있는 찬물을 건내는 녀석. 나는 허겁지겁 받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프흐. 정말 또라이가 따로없구나 온새미로. 이게 정말 뭐하는거야. "여준아 고마워." 어느정도 진정이 된 난 여준이를 향해 어설프게 웃었다. 그건 정말 쌩또라이같은 웃음이였다. "엄청 더운날 있잖아. 진짜 밖에 나가기 엄두도 안나는 날." 그때 느닷없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녀석. "응.?" "아스크림도 다 녹아버리고. 아스팔트에선 뜨거운 연기가 잔뜩 나고. 땀이 온몸을 적시는 아주 더운 여름날." "으응." "그런날. 뜨거운 햇빛이 제일 잘비치는 곳에 서있는 나무같아." "..어.?" "제일 더운날. 제일 뜨거운자리에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어야 하는 나무 같다고. 지금 온새미로가." 온새미로가 윤여준옆 이라는 제일 싫은 자리에 억지로 앉아있는거 같다고 그래서 짜증나게 슬프다고... 녀석의 눈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냐..그런게 아니야 여준아." "나가자." 갑자기 일어서는 그녀석 "어? 더 안먹고..?" "어. 먹기 싫어졌어." "그. 그래! 나가자." 난 허겁지겁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는 앞서 걸어가는 녀석을 조심스럽게 따라 걸었다. 휴. 엉망진창이구나. 모든게. 그렇치 여준아. 너와 내사이도. 나랑 형광이 사이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이도. 딸랑.♬ 종소리가 예쁘게 나는 문을 열고 라이스를 나왔을땐 시내에선 하나. 둘 네온싸인들이 켜지고있었다. "별로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 밤이 다 되가네.." 여준이 옆에 서서 중얼거리듯 말하자. 앞을 보며 걸은채 내 손을 살며시 잡는 여준이. "미로야." "어..???" 오랜만에 듣는다. 여준이가 다정스럽게 부르는 내이름. "한번만이라도 웃어주면 안되냐." 슬픈 그말에 난 걸음을 멈추고는 여준이 앞에 섰다. "지금도 웃고 있잖아. 바보. 더 크게 웃을까? 으하하. 이렇게!!" "그거말고."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저 여자 정말 오바한다 라고 수근거릴정도로 크게 웃는 시늉을 했다. 입가엔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였지만. 웃고 있는 모습을 녀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가식적일지 몰라도 말이다. "이렇게?? 더 크게 입벌리고 웃어볼까 아 아 요렇게??!" 하지만 여준이의 너무나도 아픈 한마디에 내 웃는 얼굴은 결국 굳어버렸다. "김형광한테 웃는것처럼.." "........." 심각해진 내표정을 알아챘는지 익숙히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녀석. "나 유치하지." "........" "질투도 많고.." "아냐." "피식. 영화나 보러 가자." "여준아.." "왜 임마." "미안." "그소리 한번만 더하면 100번이겠다. 나 지겨운거 졸라 싫어하는거 알지.?" "미안해.." 여준이는 내 작은 목소리를 못들은척 영화관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순간까지도..... 형광이가 너무나도 보고싶은 날 원망하면서.. 비참하게도 죽도록 미운 그아이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렇게 녀석에 뒤를 따랐다. \영화관 눈이 아프도록 큰 스크린 속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나는 한참을 울었다. 슬픈 영화였기 때문에 내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계속해서 울었다. 하지만 난 영화를 보지 않은채 계속 울기만 했다. 무슨내용인지도 몰랐지만. 눈물이 쉬지 않고 나왔다. 내 울음이 점점 짙어질수록 내손을 잡고 있던 여준이의 손끝이 조금씩 떨리는걸 느꼈지만 차마 눈물을 멈출순 없었다. 형광아. 김형광..김형광. 김형광... 김형광!!!!!!!!!!!!!!!!!!!!!!!!!!!!!!!!!!!!!!김형광!!!!!!!!!!!!!!!!!!!!!! 벌써부터..서글프게 보고싶다.. "영화가 그렇게 슬펐냐?!" 영화가 끝난후. 거의 먹지 않은 팝콘을 휴지통에 버리며 아무렇지도 않은척 내게 물어오는 여준이. "여준아." "어." "김형광. 온새미로. 윤여준. 셋이 친구였대잖아. 그때 우린 어땠어..?" 갑작스러운 내 물음에 뚫어지라 날 응시하는 녀석. 난 뒤돌아 걸으며 계속해서 물었다. "기억을 잃기전 난 어땠어.? 그때 우린 웃고있었니.? 즐거웠어..?" "갑자기. 그걸 왜 묻는건데." 삐딱해진 여준이의 말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놈을 향해 뒤돌았다. "돌아가고싶어서.." ".....뭐..?" "차라리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어땠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가 웃고 있었는지. 얼마나 즐거웠는지. 행복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은 안나지만. 그냥... 그냥 기억하고 싶어져서.." 내말에 어이없다는듯 웃어보인다. "김형광은 우릴 죽였어. 세상에서 가장 친한. 가장 사랑하는 친구들을 버렸다고. 그런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 "내말은..그게 아니라." "잊지마. 결국 너희 아빠를 죽인건 김형광이야. 니가 죽도록 증오했던 그사람이 바로 김형광이라고!!!!!!!! 자꾸 잠깐 느꼈던 사랑따위에 흔들리지 말라고." "왜 그렇게 흥분해..그말이 아니잖아." 난 그냥.. 그저 기억하고 싶었던것뿐야. 내가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고 싶었던것 뿐이라구.. "복수하게 도와달라고 그랬지." 차가운 목소리로 여준이가 입을 열었다. "..어..?" "김형광한테 직접 말해. 니가 알고 있는 모든일.. 니입으로 말해. 사랑하는사람에 웃음을 잃게 만든게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것만큼. 죽고싶은건 없으니까." "......." "그게 니가 할수 있는 최고의 복수야." "....나..난.."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먼저 간다." 화가 났나보다. 결국 내가 또 여준이를 화나게 한 모양이다. 반대 방향으로 뒤돌아 서서 걸어가는 여준이. 나는 괜스레 손에 쥐고 있던 팜플렛을 꽉 쥐어본다. "내입으로..내가 직접.." 녀석을 무너트리라구. 죽도록 미워하고 원망하는. 죽도록 좋아하고 사랑하는. 김형광한테. 가장 큰 상처를 주라구..? ..... ... .. "괜찮겠어..??? 그러니까 왜 그렇게 무리해서 먹어.." 혼자 외롭게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나는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우연. 정말 이런 우연을 만들어주신 하느님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형광아!!!!김형광!!정신 좀 차려봐!!"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시내 밤거리. 여러 색의 네온싸인들이 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더 늦기전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텐데 망부석마냥 그자리에 서서 움직일수 없었던 이유는 영화관을 나오자 마자 낯익은 두 남녀를 발견했기 떄문이었다. "꺄악. 형광아. 하울이라도 부를까?? 응??!응??! 어...??너!!!!!!!" 이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는지 그녀는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찢어질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언제나 들어도 듣기 싫은 목소리의 주인공 서은향. 오랜만이다. 문이 닫힌 가게 앞에서 벽에 쓰러지듯 기대 앉아있는 김형광 앞에 함께 쭈구리고 앉아있던 서은향은 나를 보자마자 일어섰다. 오늘도 역시 옷이 야하다. 뻑뻑 피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게 딱 어울릴만한 패션 "또 너냐.?" "뭘." 서은향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기대어 앉아있는 형광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얼굴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아이처럼 눈을 꼭 감고 있는 녀석. 한눈에 봐도 흐트러져있는 그모습이 형광이가 술에 취해 있다는걸 알게 해준다. 가슴이 또 다시 욱씬거려왔다. "너 때문에. 또 형광이가 아파하는거냐고. 이렇게 지랄같이 술취해서 힘들어 하는거냐고 온새미로." "서은향. 너 가져." "뭐.?" 독기눈을 뜨고는 나를 노려보는 서은향에게. 변함없이 예쁜 그녀에게. 변함없이 형광이를 사랑하는 그아이에게. 나는 말한다. "김형광. 너 이제 가져." "헤어졌어..?" 서은향의 목소리가 점차 누그러지는게 느껴졌다. "어." "진심이야.? 왜?? 그렇게 죽고 못살꺼 같더니." "싫어졌어." "뭐??" "김형광이 죽도록 싫어졌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어졌어."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줄 줄히 늘어놓고 있는 나를 묘하게 쳐다보는 서은향 "함부로 말하지 말래.?? 우리 형광이에 대한거." "너 가져. 넌 다른건 다 맘에 안드는데 김형광 변함없이 좋아하는거 하나는 맘에 드니까.. 앞으로 김형광이 죽고싶어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니가 옆에서..니가..옆..." 허. 온새미로 지금 뭐하는거야. 무슨얘기를 하는거야. 김형광이 아파하던 죽고싶어하던. 니가 그걸 왜 걱정해. 상처는 니가 줄꺼잖아. 근데..그걸 왜 걱정해. "내가 옆에서 뭐.?" 내 말이 끈기자 다음말이 궁금하다는듯 서은향이 내게 물었다. "아..아냐....아무튼!!!!!!! 김형광이랑 온새미로랑 헤어졌으니까. 그러니까..하.몰라..간다." 도대체 뭐하는거냐 온새미로!!!!!! 내 자신이 한심하고 한심해서 뒤돌아서 가려는데. "너..왜 자꾸 나 울려." "......." 술에 잔뜩 취해 잠겨있는 목소리로. 형광이가 그런 나를 붙잡았다. 취해서 자고 있을줄만 알았던 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놀라서 녀석을 쳐다봤고. 여전히 눈을 감고 기대 앉아 있는 형광이는 다시 작고 슬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자꾸..나 아프게해." ... 라고...... 그말에 멍해진 나를 비웃듯. 녀석은 눈꺼풀을 조심스럽게 올렸다. 풀려있는 갈색의 동공이 정확히.. 정확히. 울고있는 나에게로 향한 순간. 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 형광이의 두 눈동자를 본 순간. 정신을 잃을것만 같았다. 심장이 터져버릴것 같이 아팠다. 이눈... 언젠가 본적..있어. 조금씩 젖어드는 갈색동공. 슬프게 나를 향해 있는 그 두눈. ....본적...있다. 언제...지.? "형광아. 이제 정신이 들었어??괜찮은거야??!"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꺅꺅 지르는 서은향이였지만 형광이는 아무런 동요없이. 계속해서 그 슬픈눈으로 나를 올려다 볼 뿐이였다. 이 빌어먹을 심장이.. 또 다시 욱신..거린다. "김형광.." "......." 용기를 내서 형광이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없이 나를 쳐다보는 이 아이. "왜그랬어.....?" "...." "왜 그랬어....이 병신아!!!!!!!!!!!!!!!!!!!!! 왜 그랬냐구..왜...도대체 왜!!!!!!!!!!!!!!! 내가 널 미워할수밖에 없게 만든거야.."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결국은 엉엉 울음보를 터트려 버린 날 보자마자 형광이는 술기운 때문에 잘 듣지 않는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 "울지마." 그리고.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놈이 내 한쪽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넣어버린건. 알싸한 담배향과 술냄새가 느껴져온다. "....놔..이거 노라고!!!!!!!!!!!!!" "내가 다 잘못했어. 온샘아. 내가 다 미안해.." "........." 바보..... 아직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러니까 울지마..." 견디기 힘들정도로 아파하면서. 그래서 술에 잔뜩 취해 슬퍼하고 있으면서. 왜 아프게 하냐며 날 원망했으면서 내 눈물을 본 순간...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이 바보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합니다. .. ........ \다음날. 학교 .... 김 형 광 . 살 인 자 . 김 형 광 . 복 수 . 김 형 광 ... .... 김 형 광.... ............ "어이, 거기 온새미로. 12번 문제 답이 뭐야." "네..??" "감히 수학시간에 딴짓을해??" "......" "복도로 나가!!!!!!!!!!!!!!" "네..죄송합니다." 4교시. 수학시간. 수학책을 온통 김형광에 이름으로 도배하고 있던 나는 딴짓을 했다는 이유로 복도로 쫒겨나게 되었다. 한심하다는듯 쳐다보는 민경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체 하며 드르륵. 교실문을 열고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복도로 나온 온새미로. 쿠울쩍. 아무도 없는 빈 복도에 서서 정말이지. 처량하구나. "아. 춥다...이게 다 빌어먹을 김형광 때문이야." ... 어젯밤. 형광이를 만난후 하루가 지났다. 왜 자길 아프게 하냐는 형광이의 슬픈 중얼거림이 자꾸만 귓가에 스친다. 울지말라는. 녀석의 따듯한 중얼거림이 자꾸만 내 심장을 울린다. "에휴...." 드르르륵. 그때 한숨소리와 동시에 터진 빈 복도에 조용히 울리는 진동소리. 문자다. [지금 온새미로는? 눈은 붕어눈. 얼굴은 초폐인. 정신상태 최악 -민경] 지금 내 상태가 그렇게 또라이라는겨..? [30분뒤에 보자..] 강민경 넌 뒤져~~써. 난 분노가 가득 담긴 문자메세지를 써서 이름 검색에서. 형광이 이름을 찾아 꾸욱 찍은다음 전송~!!!. 전송~!! 전송~!! 전송~!!!!!!!!!................... "으아아아아악!!!!!!!!!!!!!!!!!!!!!!!!!!!! 아악!!!!!!!!!!!!!!!!!!!!!!!!" "미. 미로야 왜그래!!!!!!" 내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깜짝놀란 얼굴로 복도로 나오신 수학선생님. 그리고 창문으로 웃어대며 구경하는 아이들. .. 하지만 난 그 웃음소리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전송되었습니다. 라는 핸드폰 액정에 쓰인 문구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결국은 주저앉아버렸다. 미쳤어.. 미쳤어 온새미로. 아무리...하루종일 김형광만 생각했다 해도.. 그 문자를 하필이면.. 김형광한테 보내냐!!!!!!!!!!!!!! "온새미로!!!!!!!!!!!!!무슨일이냐니깐!!!!!" 절규하고 있을때. 찢어질듯한 수학선생님에 분노 섞인 목소리가 그제서야 들렸다.; "네..?? 아... 아무일도." "교무실로 따라와!!!!!!!!!!!" \교무실. 결국. 20분동안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운죄로 정성스럽게 반성문을 쓰게 됬다. "서..선생님 여기..반성문."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거의 10번은 반복된 내 반성문을 보시고는 한심하다는듯 날 쳐다보는 수학샘. "수업시간에 딴짓 하는걸로도 모잘라서. 쫓겨난 주제에 괴성을 지르는건 또 뭐야??" "죄송합니다.." "하여간. 맘에 안들어 온새미로." 혀를 끌끌 차시며 빨리 나가보라는듯 손을 저으신다. 휴우. 내가 어쩌다가. 온 선생님한테 미움을 받는 신세가 됬냐구.. "그럼..저 갈께요." 달칵. 교무실에서 나왔을때는. 점심시간이 한창이였다. "미친년. 나는 한마리에 킹콩이 미쳐서 날뛰는줄 알았다. 아아아아악~!! 목소리가 그게 뭐냐??" 터덜터덜.. 힘없이 교실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듯 아까 내 흉내를 내며 날 놀려대는 민경이였다. "건들지마. 지금 기분 안좋으니까." "얼씨구?? 밥이나 받아와 얼른!!" "안먹어." 폴폴~~+ 맛있는 제육볶음냄새가 진동을 하는 교실안이였지만.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였던 난. 급식을 받지 않은채 내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자마자 별꼴이라며 급식을 받으러 가는 민경이를 쳐다보다가.. 내가 시선을 옮긴곳은 핸드폰.. 아직 문자 답장은 오지 않았다. 얼마나 황당할까... 싫다며 울고 불고 어제 소리치던 애가 30분뒤에 만나자고 했으니... "휴....." 쪽팔리고 챙피하기보다는.. 이문자가..또 그아이에게 상처를 주는건 아닐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정말 싫다. [저..그 문자 잘못 보낸거니까 오해 말아..] 슥슥슥- 위와 같이 다시 문자를 보내려다가 지워버렸다. 너무 웃겨. 오바야. [30분뒤에 보자니깐?? 강민경!!] 이렇게 괜히 모르는척 보낼까?? 슥슥슥.- 이상해. 이상해. 아...정말 미치겠네 "폴폴~제육볶음이 옵니다~ 아싸. 달콤한 제육볶음~!!!" 심각해 죽겠는데 눈치 하나는 더럽게 없는 민경이는 내 옆에 앉아서 제육볶음쏭을 불러대고 있다. 으으.. 이걸 진짜 친구라고. "난 안먹는다니까. 왜 옆에서 고기를 들이대." "야!!오늘 맛 죽여죽여. 얼마나 맛있는데." "안먹는다니까???!!!" "이년아!!!!!!!!어제도 아무것도 안먹은 얼굴이고만 얼른 하나라도 쳐 넣어!!!!!!!!!!!!!" 결국은. 안먹겠다는 내 입에 아줌마마냥 고기를 들이대는 그녀. 할수없이 난 고기 한점을 입에 넣었다. "밥도 먹고.." 내가 먹는걸 보자 웃으며 밥 한수저를 크게 푸는 민경이. 눈물이 나오려는걸 꾹 참고는 들어가지도 않는 밥도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고마. 고마어 미겨아.(고마. 고마워 민경아)" .. ...... 드르르륵. 민경이가 내게 다시 제육볶음을 먹이려는 순간. 그래 딱 그때. 문자가 왔다. 형광이한테... [미안. -김형광-] 뭐...? 미안....? 전혀 생각치도 못한 답장에 나는 밥을 씹다 말고는 핸드폰을 들고 일어섰다. "야!!!!!어디가. 밥먹고 가라니까??!" 만나자는 문자도 아냐.. 어디서 만나는지 장소를 묻는 문자도 아니야. 미안. 미안. 두글자 외에는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 않는 액정안. [왜..?] 정말 웃기는걸 알면서도 나는 위와 같이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1분도 채 안돼서 온 답장. 그 문자메세지를 확인한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질수밖에 없었다. [우리 이제 아무사이도 아니니까.-김형광] 그러네.. ..정말 그러네.. 푸흐. 괜히 나 혼자만 오바했다. 아우 쪽팔려.. "야 너 밥먹다말고 복도에서 뭐... ...울어.?? 온새미로!!!!!왜울어!!!!!" "너무 많이 줘서..." "뭐 밥?? 야!!그럼 진작에 말을 하지." 너무 많이 줘서 그래.. 형광이한테. 내 마음 너무 많이 줘버려서.. ... ........ \방과후 여준이와 나란히 걷는 운동장. 얼마만인지 까마득하다. 정말 오랜만에. 녀석과 나는 집에 같이 가게 됬다. 뭐. 오늘은 꼭 셋이서 노래방을 가야한다며 소리쳐대는 라경이와 민경이 라는 방해물이 있었지만. 여준이는 간단한 말로 그들을 이겨버렸다. '꺼져' 로... 으하하. 그나저나 분위기가 꽤 어색하다. 정문을 통해 학교를 나올때까지 여준이가 한마디도 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여준아. 우리 곧바로 집에 갈꺼야??" "너."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을 걸었지만 엉뚱하게 나를 부르는 여준이. "응??" "눈 진짜 못봐주겠다." .. 녀석이 말이 없었던 이유는. 아까부터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나 울었는지 짐작할수 있을만큼 퉁퉁 부어버린 내 눈. "아..하하 보기 흉해??" 재빨리 두 손으로 눈을 가려보지만. 여준이는 무표정으로 그런 내손을 치워버린다. "붕어같다. 너."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동무를 하는 녀석. "하하..그래!! 넌 왕자!!!붕어와 왕자!!" 뭐..뭐지. 온새미로. 너 뒷대가리 총으로 맞은거니. 무슨 배짱으로 저런 정신나간 소리를 짓껄인거냐 "....." 괜스레 민망했던 난 여준이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곁눈질로 살피는데.. 어...? 웃었다. 아주 옅게. 여준이가 웃었다. "예쁘다.." 그런 여준이의 웃음에 나도 모르게 툭 튀어져 나온말은. 예쁘다였다. 정말 예뻤다. 웃음이 닮았어... 아주 조금이지만..닮았어. "죽는다." "정말 많이 친했나봐..." 이제와서.. 바보같이 이제와서 느낀건데. 김형광. 윤여준. 웃음이 닮을정도로..너희 친했구나. 내 웃음도 닮아있을까..? "뭐.?" "아..아냐!!! 가자 여준아!!!" 정말... .....기억하고 싶다..... \노래방. 내심 민경이와 라경이랑 노래방을 못가게 한건 아닌지.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여준이가 날 데리고 온곳은 반지하에 있는 한 노래방. "2번방이요."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노래방 아줌마에 말에 2번방으로 향하는 여준이를 쫄래 쫄래 따라갔다. 여기 노래방 정말 대빵 좋다!!! 무슨 노래방이 이렇게 크대.?? "자자 신청곡 받아요!!!" 2번방에 들어가자 마자 마이크를 들고 설쳐대는.;; 나를 보며 피식 하고 웃더니 쇼파에 앉는 여준이. "니가 부르고 싶은거 불러. 임마" "알겠습니다!!!!!기대해주세요!!" 오랜만에 와본 노래방이라서 들뜰때로 들떠버렸다. 뭘할까. 뭘 부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선택한 곡은 테이의 그리움을 사랑한 가시나무 감미로운 간주가 흐르고 시작된 노래. "눈이 더 나빠 졌나봐요 얼핏 그대 같아 겨우 달려가 세우면 낯선 얼굴만 있죠" 이노래.. 바에서 형광이가 단 한사람. 온새미로를 위해 불러주던 노래. "잘라도 잘라도 움트는 가시나무 처럼 " ... 그때 나 눈 감고 아주 뻑갔었는데.. "밟을수록 자라나는 그리움을 어쩌죠" .. 그래. 이날이였어. 형광이가 따뜻한 목소리로. '온새미로.. 이제부터 김형광이 제일 싫어하는건. 서은향이 아니라. 니가 우는거야' 라고 중얼거리듯 고백했던날. "알아요 아는데 자꾸 욕심이 나요 누군가를 사랑 하는....." 결국은 1절도 채 부르지 못한채 마이크를 놓아버렸다. "....." 왜 그러냐는듯 나를 빤히 쳐다보는 여준이. 나는 얼른 취소를 누르고는 멀쓱히 웃어 보였다. "뒤에는 모르겠어서..헤헤.." "......" "아..음..근데 여준아 나 화장실좀 갈께. 급하다!!!" 행여 잔뜩 고인 눈물이 여준이 앞에서 떨어질까봐. 허겁지겁 방을 나가려는데. 그순간 내손을 꽉 잡아버리는 여준이. "금방와." "으응.." "그대신. 올땐..안보이게 다 씻구와. 눈물." 피식.. 녀석에 말에 나는 결국 웃어버렸다. "네." 나 정말 왜이러는 걸까..? 왜 자꾸...김형광과의 추억에 붙잡혀서 슬퍼하는걸까.. \화장실. 여느 노래방과 같이 이곳 화장실도 남녀 공동 화장실이였다. 조금 찝찝했지만.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는. 나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눈물로 잔뜩 번진 얼굴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앞으로 다신 그노래는 부르지 말아야지. "씨발. 짜증나" .....?..... 뭐야.? "허..어젠 서은향이더니. 오늘은 정하울이네.." 한 남자의 허스키한 욕짓껄이에. 기분이 나빠진 내가 얼굴을 들자마자 보인 거울에 비춰진 사람은 다름아닌 정하울. "내이름 부르지 마라. 졸라 싫으니까." 중얼거리듯 내뱉은 내말에. 노골적으로 얼굴을 구기며 담배하나를 입에 무는 정하울.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진짜 웃겨. "비켜. 나가야하니까." 기분이 나빠질때로 나빠진 나는 아직 물기가 묻은 얼굴을 손수건으로 벅벅 닦으며 문앞에 떡 하니 서있는 정하울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삐딱하게 날 노려보는 정하울. ...... 씨펄. 무섭긴 더럽게 무섭네. "뭐. 뭐!!!!!! 한대 칠라고??!" 이럴수록 배짱 두둑히 나가야 하는법이야. "......." 이녀석. 계속 노려보네?!! 어쭈.?!! "한대 칠라면..... 벽을 쳐. 여자 때리면 죽일놈 된다 너!!! 하하.하하하." 아... 정말 온새미로 너 뭐하는거냐. 아후.. "아.. 흠흠. 어쨋든!! 비켜. 너도 나 달갑지 않고. 나도 너 달갑지 않으니 서로 안보는게 상책이지!!" "야. 온새미로." 원맨쇼를 하는 날 한심하게 쳐다보던 정하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넌 참 좋겠다. 아무것도 몰라서." 뭐야.?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말은. "뭐..? 무슨말이야." "앞으로 오늘처럼 나 보면 알아서 피하도록. 바이바이" 가로막고 있던 문을 열고는 나를 밖으로 떠미는 정하울. "너가 피해. 내가 너한테 죄졌냐??!!!진짜 별꼴이야." 나는 정하울이 들리지 않게 아주 작은목소리로 중얼거린후 닫힌 화장실문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마구 올렸다. "엿이나 먹어라." 그나저나.. '넌 참 좋겠다. 아무것도 몰라서.' 정하울. 넌 왜 항상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이해할수 없는 말들만 하는거냐.. "아휴. 저 재수덩어리 신경쓰지 말자!!!!" 라고 소리치고는 뒤돌아서려는데.. 왠지 분하다. .. "똥쟁이 정하울. 똥싸지?? 졸라 늦게 나오네. 역시 나뭇잎으로 똥 닦은 도원석 친구야!!!!!!!! 결국은 문 틈새로 저따구 말을 꽥 소리치고는 여준이가 기다리고 있을 2번방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맞은편 4번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주 익숙한 사람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 "어??? 미로야!!!!! 노래방 안온다더니?!!??" "라경이..? 너희도 이 노래방온거야??!" 신기한 우연에 나는 라경이에게 다가갔고. 라경이는 울상을 지으며 내 손을 꼭 잡더니. "응!!! 근데 원석이 친구들이랑 같이 왔는데 그것땜에 민경이 완전 삐졌어." ....... 삐질만해. 라경아. 너도 눈치가 정말 없구나. 민경이가 개네들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흐음.. ..그렇다면 정하울도 이방에서 돌았던거군.? 아휴 불쌍한 강민경. .. "민경이도 4번방에 있어.??" "응.!!!!" "라경아. 서운해 하지말고 민경이는 그자리가 불편할테니까. 나랑 같이 놀께. 알겠지??" "응...아참참!!! 미로야 그방에!!!!!!" 벌컥-. "김형광도 있다구..." 뻘쭘하게 앉아있을 민경이를 다급하게 문을 열고 나서야. 라경이의 뒷말을 듣고 열껄. 하는 후회가 무지막지하게 밀려왔다 "온새미로?!!!?!야!!너 잘왔다!!!나 얼마나 심심한줄 아냐?! 저 이라경 죽일년을 그냥!!!!!!" 갑작스런 내 등장에 오바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민경이를 제외하고는 노래까지 끈채 대성공고 아이들 모두가 나를 떨떠름하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잊었다.. 김형광에게 이별선고 했을때 이 아이들도 있었다는걸.. 뭐. 그래도 그정도는 내 철판 10000000m로 넘어갈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 날 빤히 쳐다 보고있는 형광이의 눈은. 견딜수가 없었다. "하하..하하하.민경아!!!!! 빨리 나가자.!!!!!!" 결국 나는 재빠르게 그녀를 끌어 당겨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무슨일이냐며 버팅기는 민경이였다. 정말!!!!!!!!도와주질 않는구나!!!!!!!!!!!!! "뭐?? 왜그래 너??" "아..그러니까. 음..그래!!!배가!!!!!!!아이고 배야!!!!!!! 민경아 나 배아퍼 죽을꺼 같아!!! 게다가 감기까지!!!!!!콜록콜록.. 얼른 병원가자!!!!!" "뭐??!!진짜?! 알겠어!!! 이라경 우리 먼저 간다!!" ... 이러쿵..저러쿵. 결국 판이란 판은 다 깨고는 민경이와 나올수 있었음. 라경이가 많이 곤란해 졌겠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 "야 빨리 병원가자!! 아파 죽겠다며!!!" 방을 나오자 마자 가만히 서있는 나를 출구쪽으로 자꾸만 이끄는 민경이. 나는 그제서야 아무렇지도 않게. 민경이를 2번방으로 이끌었다. "죽겠다는 말은 안했어!!!" "뭐야. 안아픈거야??" "응.." "근데 왜..?" "형광이 있잖아..나 형광이랑 헤어졌거든." 담담하게 말하는 나를 보며. 그럴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떡이는 민경이. "그럼 역시.." "응. 여준이랑 다시 사겨." "그런거였구나..역시.. 라경이랑 나랑 눈치 깠었어 쪼끔." "미안..먼저 말 못해서.." "됬다 뭐. 친구끼리." "나...정말 나쁜년이지..?" "나쁜년은 무슨.. 노래방 윤여준이랑 같이 온거야??!!" 민경이는 고인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무런 이유도 물어보지 않은채 평소와 똑같이 대해주는 민경이가 너무나도 고맙다. "응..아. 여준이 많이 기다렸겠다. 들어가자!!" "오예 꼽싸리!!!!" 벌컥.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씩씩하게 2번방 문을 활짝 여는 민경이. "윤여준!!!!!!!하이루??!" 민경이는 들어서자마자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지루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고 있는 여준이에게 인사를 건냈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튕기듯 바닥에 버리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준이. "아..그러니까 여준아." "요 앞에서 만났어!!!나 심심해 죽겠다. 내가 먼저 한곡 뽑아도 되지??" 열심히 변명을 하려는데. 그런 나를 막아서고는 재빠르게 예약을 하는 민경이. 강민경. 너 날 위해서냐 아니면 정말 심심해서 그러는거냐.? 알수없는 녀석 같으니.. "어머나~어머나! 이러지 마세용~!!!" .. 민경이의 깜찍한 노래가 시작되자. 나는 조심스럽게 여준이 옆에 앉았다. "미안..여준아. 늦게와서." "어." "화났어.??" "아니." 단답형에 대답을 끝으로 시선을 돌리는 여준이. 불편해. 더위라도 먹은 기분이다 정말. "야. 니네 둘 노래 안부를꺼야?!!? 그럼 나 혼자라도 부른다!!!?!" "나간다." 그때. 민경이의 두번째곡의 전주가 막 시작할때. 여준이가 불붙이지 않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문채 일어섰다. 그리고는 쌩. 나가버리는 여준이. 화났구나.. "뭐야 쟤??! " "민경아 여기 있어!!!!!나 금방 올께!!!" 왠지 모르게 여준이가 걱정되서 놈을 뒤따라 나왔지만. "벌써 가버렸네.." 여준이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아휴..삐돌이. [미안해 여준아. 늦게왔는데..민경이까지 데려오고. 왜 늦었는지 말도 못하고. 미안해.] 노래방문에 기대어 여준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 지금 여준이는 저기압이니 문자 답장은 바라지도 않는 나였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다시 노래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왜 노래 안부르고 여기 있냐. 븅딱." 노래방 뒷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도원석의 목소리를 따라 그곳으로 걸어갔다. 뒷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있는 도원석과 형광이.. 나는 망부석처럼 그자리에 서서 그들을 지켜봤다. "또또." 담배 연기를 바깥쪽으로 후우 하고 내뱉는 형광이. "왜 임마."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응." "그럼 걱정도 하면 안돼는데. 걱정돼서 전해주지도 못할꺼면서. 무작정 약국으로 뛰어갔어." 말을 마친후 형광이는 픽 하고 웃으며 자신에 손에 들린 약봉지를 내려다본다. '아..그러니까. 음..그래!!!배가!!!!!!!아이고 배야!!!!!!! 민경아 나 배아퍼 죽을꺼 같아!!! 게다가 감기까지!!!!!!콜록콜록.. 얼른 병원가자!!!!!' 바보... 아무렇지도 않아 했으면서. 계속 내말 듣고 있었던거야..? 신경쓰고 있었던거냐구.. "그럴꺼면 차라리 나가지 그랬어. 온새미로가 보자고 했다며." 담배연기를 형광이쪽으로 불며 말하는 도원석이였다. 그러자 또 다시 픽 하고 웃는 형광이. "어제..울더라. 나때문에.. 진짜 그때 심장 졸라 아픈거야. 나 그렇게 싫어할줄은 몰랐어." "병신.." "보면..무작정 사랑한다고 말할까봐. 못가겠더라. 보고싶어 죽겠는데. 도저히 못가겠더라.." "진짜 답답하다. 천하에 김형광이 사랑때문에 이러냐??!" "잊어볼라고." 가슴이.. 가슴이 턱턱 막혀오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내 심장을 자꾸만 날카로운걸로 찌르는것 같다. 정말이다. 정말로. 딱 그만큼.. 아프다.. 녀석에 그 한마디가.. 너무 아프다. "진짜로? 진짜로 이대로 포기할꺼야??" "어쩌겠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지져 끄고는 그대로 일어서는 녀석. 도원석도 따라 일어섰다. "....." "지금 내가 온샘이 위해서 할수 있는건. 그거뿐이야 잊어주는거." 형광이의 낮고 조용한 말에 난 벽에 기대 참았던 눈물을 쏟아버렸다. 벗어나려고 몸부리치는 날 비웃듯. 심장은 말해. 저아이. 니가 증오해야할 아이. 넌 아직도 사랑한다고. 아마 계속 사랑할꺼라고 그래..... ...내가졌어. "피식." "또또 내기할까?" "뭔 내기." "김형광이 온새미로 잊는데 걸리는 시간." "좋아!!!!!내기라면 나 또 환장하는거 알지??! 6개월 건다. 깔끔하게. 넌?" "난.." "넌 뭐 세꺄." ... ..... "깔끔하게. 백년건다." 형광이의 장난섞인 말투에 슬프게 웃어보이는 도원석. 형광이는 도원석 어깨를 툭 치고는 계단을 내려온다. 숨어야 하는데. 이대로 마주치면 안되는데..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몸이 듣질 않았다. 형광이가 이쪽으로 오는걸 보고서도 나는 발걸음을 움직일수 없었다.. "......." 결국 마주쳐버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날 보자 놀란듯 가만히 서있는 형광이. 정말...못견디겠다.. "잠깐...얘기좀해." 난 그런 형광이를 끌고는 노래방을 나왔다. 그땐. 정말 무슨 용기 였는지 모른다. "김형광." "응." 자신에 이름을 차갑게 부르는 날 쳐다보지 않은채 오토바이키를 붕붕 돌리고 있는 녀석 "너래." "....?..." 그래 온새미로. 잘하고 있어. 그렇게 최대한 잔인하게. 최대한 차갑게 말하는거야. "내가 잊어버린 사람이. 두명 있다고 했었지. 한명은 사랑하는 사람. 한명은 불을 지른 범인." 더이상 참을수 없었어.. 시간이 갈수록 널 사랑하는 날 깨닫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널 더 사랑하게 되서. 조금씩..널 이해하려 애쓰고. 용서하려고 하는 날.. 내 자신을. 더이상 참을수 없었어.. "응." 그래서.. 결국... "형광아. 너래. 김형광이 범인이였대. 니가...날 짖밟은 사람이래요....." 너한테... 지울수 없는 상처를 주려고 해. "뭐.?" 형광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웃어 보였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니 당연한일. 녀석에게 이 엄청난 사실은. 말도 안돼는 일. "11월29일. 김형광. 온새미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입원." 알수없는 내말에 고개를 약간 기운채 계속해서 날 쳐다본다. 난 그런 형광이를 보면서. 떨리는 입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난 널 잊었고. 형광이 너도 날 잊었어. 서로가..서로를 잊어버렸어. 1년전에. 우린.." "온샘아.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엄마 수술비 때문에... 넌 우리아빠 회사. 경쟁회사에게 돈을 받고. 우리집으로 들어와서. 불을 질렀어. 왜냐구? 일급비밀서류가 우리집 금고에 있었거든.. 경쟁회사는 어떻게서든 그 비밀서류를 없애야 했지만. 경비때문에 불가능었어. 결국 아무런 의심없이 들어와서 그 서류를 없앨수 있던 사람은.. 어린 너였어. 온새미로와 가장 친한 친구인. 김형광" "무슨말하는거야. 너." 조금씩 형광이의 갈색눈이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엄마 수술비때문에... 니네 엄마 수술비때문에.. 넌..우리집으로 와서 불을 질렀어. 그 어린 몸으로 말야.. 덕분에.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셨고.. 어깨에 커다란 화상자국과 함께. 난 기억을 잃었지. 우리 같았던 목걸이. 그리고 수원에서 알아보던 아줌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 우연일꺼라고 했잖아.. 아니. 아니야. 우연이 아니라. 우린 알고있었던 사이였던거야. 아주 잘.." "........"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니 그보다 믿기 싫다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하는 녀석 "내말..믿지 못할거란거 알아. 나도..처음엔 믿지 않았거든. 너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질 못하니까.. 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없어지는건 아냐. 기록이 남아있어. 니가 입원해있던 그병원에. 우리 화재사고로 함께 입원해서. 해리성기억상실증..걸린 기록. 그리고...유일한 증인. 여준이가 모든 사실을 알고있어." "........"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사진한장과 병원기록을 형광이에게 내밀었다. "여준이랑..너랑..나랑 찍은 사진이고. 이건 너랑 나랑 병원기록.." 사진과 병원기록을 받아든 형광이가. 더이상 웃고 있지 않는 형광이가. 픽 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이거 몰래카메라지.." 그건 장난끼가 가득 섞여있는 목소리도 아니였고. 평소 화났을때 나오는 거친 목소리도 아니였다. 짜증나게도..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것..같은 목소리였다. "중요한건 형광아. 난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꺼야. 넌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사람이고. 기억하고싶지 않은 사람이야. 날 가장 불행하게 만든 사람이고. 내 삶을 짖밟은 사람이야. 죽어도..용서하지..않을꺼야..." 죽어도. 죽어서도. 절대로.. ".....하....말도 안돼." 사진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날 지나쳐 가는 형광이. "......" "거짓말..치지마. " 놈에 젖어드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제서야 난 주저 앉아 버렸다. "거짓말..? 그래. 차라리 나도.. 이 모든게 거짓말이였으면.....좋겠어.." 널 미워하기엔.. 널 증오하기엔.. 내 심장은..널 너무 사랑하거든. \집. "미로야. 왜그래..울지마. 왜 울고그래. 도대체 무슨일인데..울지마!!!응?? 울지마." 쾅쾅쾅-.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몇시간째 쉬지 않고 우는 날 보며 안절 부절 못하는 라경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라경아. 나좀 그냥 내버려둬. 제발." 제발.. 오늘만큼은 제발.. "알겠어..울지마 미로야." 울먹이는 라경이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자 나는 얼굴을 베게에 묻고는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빠. 죄송해요. 정말 너무 미안해. 너무..미안한데.. 나 형광이가 좋아요. 형광이가 아픈게 싫어요. 결국 날 이렇게 만든게 형광이라해도. 아빠를 죽인게 형광이라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그아이 웃음만큼은 지켜줬어야 하는건데.. 자꾸만 그런 후회가 들어요. 더 모질게 상처줘야 하는데. 자꾸만 후회가 들어요. 그래서.. 심장이 아파요. 아파 죽겠어요. . . . "울다 잠들었나봐..정말 왜그런지 몰라??" "어." "몇시간동안 쉬지 않고 울더라구. 나 정말 저러다가 탈진하면 어쩌지. 얼마나 걱정했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용히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잠이 깼다. 울다가 깜빡 잠든 모양이다. 아직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좀 나가줘." "어?? 그래. 알겠어. 윤여준. 미로좀 잘 위로해."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한 남자의 한숨소리. 남자가 의자에 앉는소리. 담배각을 꺼내는 소리. "여준아.." 여준이가 막 담배불을 붙이려할때. 눈을 뜨고는 녀석에 이름을 불렀다. 젠장. 목소리가 잘 안나와. "......." 몸을 반정도 일으켜 세우곤 자신을 쳐다보는 날 가만히 응시하는 여준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고는 내게로 다가왔다. "일어나." "어.?" "가자고." "어..?? 어.어딜..??" "술마시러." 술..? 여준인 말을 마치고는 제멋대로 나가버렸다.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잠바 하나를 걸친채 방을 따라 나갔다. "어? 미로야! 괜찮은거야??! 어디가?!" 집을 나서려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 쇼파에서 일어나는 민경이. 난 잘 지어지지 않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잠깐. 나갔다올께. 나 괜찮아." 괜찮아. 괜찮겠지. 괜찮을꺼야. \술집. 정말이다. 정말로 이 술집안에 들어설때까지 여준이와 단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우리 둘다 다른곳을 응시한채. 아무말 없이 걷고 또 걸었던거 같다. 술집안에 들어와서도. 주문할때 빼고는 여준이에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온새미로도 마찬가지. "먹어." 테이블을 가득 채운 술을 컵에 따라주며 그제서야 다소 시니컬한 목소리로 녀석이 말했다. 난 여준이가 주는 컵에 가득 담긴 맥주를 입에 남김없이 털어 넣고는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미안해." "뭘." "다.." 다. 모두 다. "왜" "......" "운건데." 망부석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보는 여준이. 그 눈이 너무 슬프다. "......" 대답대신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들고는 병째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솔직히 쓴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했어. 김형광한테..다 말했어." 결국 난 술 두병을 다 헤치운 뒤에서야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수 있었다. "어." "내가. 내가.. 그녀석한테 상처줬어. 지울수 없는걸로다가. 흐흐. 웃는거. 힘들게 만들었어." 그녀석.. 우리 형광이는..웃는게 젤 예쁜데.. 내가. 대단한 온새미로가. 그거 힘들게 만들었다구. 그거. 웃는거. 힘들게.. "그래." 의외로 여준이는 담담했다. 아무런 동요가 없었으니까. 흔들리는 눈동자 빼고는. "여준아." "어." "나 지금 술 취한거 같거든?!" "어." "술 취해서. 술 취한거니까. 원래 술 취하면 다 제정신 아니잖아. 그치??" "어." "그러니까...딱 한번만..딱 일분만. 형광이 보고싶어해도되...?" "....." 이러면 안된다는거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러면 이럴수록.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여준이가 괴로워진다는거. 힘들어진다는거 안다. 아는데.. 너무 잘 아는데.. "보고싶어....." 보고싶다. 너무..보고..싶다. ♬♪♩♬♪♬♭~!!!♬ 슬슬 올라오는 술기운탓에 테이블에 고개를 푹 묻고 있을 무렵.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날 쳐다보고 있을 여준이의 눈을 피하기 위해.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있을 그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 벨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여보세요." 발신번호조차 확인하지 않은채 그대로 받아버린 핸드폰.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씩씩하게 닦고는 다시한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너..죽고싶냐 "...?...누구신데요." -정말 뒤지는게 소원이냐고!!!!!!!!!!!!!!!!!!!!! 핸드폰 너머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그제서야 난 고개를 들고는 발신번호를 확인했다. 역시나.. "도원석이구나.." -오늘 김형광한테 무슨말 한거야. 여전히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내게 소리치는 도원석. "........" -도대체 김형광 만나서 무슨말을 짓껄인거냐고!!!!!!!!!!!!!!!!!! "니가 알필요 없잖아." -허. 알필요 없다고?? "어." -내친구가 우는데. 왜 알필요가 없는데.? "...뭐..?" 그순간 정말 심장이 턱. 턱..막혀왔다. -아까부터 김형광이. 숨도 못쉴정도로 계속 울어.. 계속 울기만 한다고!!!!!!!!!!!!! 도대체 얘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니가 뭐라고 짓껄였길래. 김형광이 무너져. 천하에 김형광이 왜...씨발... 달칵. 그때 도원석에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여준이에 손에 의해 끈겨버린 전화. 아무 표정 없이 여준인 내 핸드폰을 두 동강 내버렸다. "여준아..어떻게.." "가자." 화난듯 자리에서 일어서는 여준이. 그런 여준이의 한쪽 손을 잡아버리는 온새미로. "운대..그 병신이 숨도 못쉴만큼 울고있대.." "가자고!!!!!!!!!!!!" "여준아. 못하겠어..도저히 못하겠어. 이러다가 정말...죽을꺼 같아. 그냥...용서해 주면 안될까. 지금이라도 가서 다 거짓말이였다고..그러면 안될까. 그냥 우리만 알고 있자..형광이만큼은..모르게하자. 도저히...... 도저히 못하겠어." 울어버렸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하고 울어버렸다. 술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쳐다볼때까지 울어버렸다. 정말 이러다가 심장이 터질것 같아서 못견디고 터져버릴꺼 같아서 그렇게. 그자리에서 울어버렸다. "난....." "형광이 어떻게. 여준아 김형광 어떻게.. 어떻하지........정말 어떻하지...?우리 형광이..어떻하지.." "안보이지.." "우리 복수고 뭐고..하지말자..여준아 제발. 하지말자. 응?" "니눈엔..윤여준은 안보이지." "병신같은게......울고있대.. 울고 있대..남자다운척은 다했으면서. 울고있대..." "니눈엔!!!!!!!!!!!!!!!!!울고있는 난 안보이지!!!!!!!!!!!!!!!!!!!!!!" "........." ... 차가워진 여준이의 눈. 힘들어 보이는 여준이를 보며 나는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가만히 울고 있는 날 쳐다보는 녀석의 눈. "하루하루!!!!!!!!!!!! 몸서리 칠만큼 괴롭게 지내는 난 안보이지!!!!!!!! 봐주지도 않는 너. 억지써가면서 옆에 있는 비참한 난 안보이지. 다른사람 사랑하는 니 뒷모습 보면서. 끝까지 괜찮다. 난 괜찮다. 스스로 위로하는 엿같은 난 안보이지." "여준아...." "아프다고.? 견딜수 없다고.? 슬퍼서 미칠지경이라고.? 웃기지마 온새미로. 엄살피우지마. 진짜 죽고싶은 사람은. 진짜 견딜수 없을만큼 아픈사람은 모든걸 기억하고 있는 윤여준이야." "......" "그러니까..제발 그만해 제발...제발.." 부탁이니까 제발.. 이러다가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제발. 충분히 무너졌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그만해 온새미로. 나좀. 윤여준좀 살려줘.. "하............."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여준이한테 무슨짓을 한거지? 또야. 또... 빌어먹을..또 윤여준한테 상처줘버렸어. "미안해..미안해 여준아." 머리가 깨질것 같았다. 젖어있는 여준이의 눈을 보는 순간. 가슴이 턱 막혀버렸다. 내가 할수 있는말은 매번 그랬듯이 미안하단말 밖에 없었다. "진짜..힘들다." 말을 마치고는 픽 하고 웃어버리는 여준이. 스르륵. 내가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빼버린다. "안그럴께..여준아 다신 맘 약해지지 않을께. 미안..미안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죄인처럼 그에게 중얼거리듯 말하자 조용히 술집을 나가버리는 녀석이였다. 여준이가 나가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술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내게 손가락질 하며 수근거렸다. "뭐야. 저 여자가 바람핀거야??" "아니 진짜 웃긴다. 지 정도면 저런 대킹카는 감지덕지지. 할튼간 요즘은 못생긴것들이 더한다니깐!!" "야야 듣겠다. 조용히좀 말해." "뭐 어때!! 아으 술맛 떨어져.!!"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조용히 테이블에 고개를 묻었다. 정말 싫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맘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우린 죽을꺼 같은데... 우린 정말 미쳐버릴정도로 힘든데... \시내 그자리에서 술 한병을 말끔히 입에 털어 놓고는 비틀대며 술집을 나왔다. 이리 저리 요란하게 켜져있는 네온싸인들이 마구 섞여져 반짝이는것처럼 보이니 술에 잔뜩 취하긴 한 모양이다. 나는 비틀거리며 한발 한발 걸어가다가.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박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무작정 수화기를 들고 도원석에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한참에 수화음 끝에 드디어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약간은 지친듯한 도원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난 조금 망설이다가 말문을 뗐다. "도원석.." -누구야. 잔뜩 취한 목소리로 자신에 이름을 부르자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도원석. 푸우우. 그 목소리에 술냄새가 진동하는 내입에선 자연스럽게 한숨이 내뿜어져 나왔다. "나 온새미로." -끊는다. 달칵. 끈어버린다는 도원석에 말처럼 정말 어떻게 손 쓸 틈 없이. 그렇게 허무하게 끈겨버린 전화. 난 픽 하고 웃다가 뚜뚜뚜뚜- 끈긴 수화음이 들려오는 수화기를 놓지 않고는 그대로 공중전화박스에 주저앉아버렸다. "도원석. 김형광 웃음 뺏은거 나야. 내가 개 숨도 쉬지 못할만큼..울게 만들었어. 그거 나야 도원석. 내가 그런거야." 이미 끈겨 버린 전화였지만. 사납게 울리는 수화음이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난 한쪽손으로 입을 막은채.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꼭 막아버린채 한자. 한자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 나갔다. "나빴지. 나 진짜 나쁜년이지. 근데 형광이가 그렇게 만든거야. 나 김형광 때문에 무너졌었거든..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전해줄래 도원석. 어차피 전화 끈겨서 듣지 못할테지만. 어차피 평생 형광이한테 말하지 못할테지만... "형광아 울지마.." ..... "울지마 형광아.......울지마.....무너지지마....." ... 나 이제 마음 약해지지 않을꺼야. 너한테 더 모질게 상처줄꺼야. 내가 힘들었던만큼. 너도 힘들게 할꺼야 그러니까..울지말라구............ 제기랄.. "숨도 못쉴만큼 왜 울어..이제 시작인데. 왜 울어.." 자꾸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계속해서 손등으로 훔치며 그자리에 그렇게 한참을 있었던거 같다. \일주일뒤. 일주일이 흘렀다.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는 일주일동안 딱 3번 나갔다. 달라진게 있다면 첫째로 그날 이후 내 끈질긴 사과(?) 덕분에 여준이와 예전처럼 지내고 있다는것이고. 두번째론 김형광을 일주일동안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이후. 딱 일주일이 되는 오늘 도원석네 무리가 우리 집으로 쳐들어 왔다는것이다. 라경이가 보충을 한다고 해서 민경이와 둘이 집에 왔는데 집앞에는 도원석네 무리가 떡 하고 지키고 있었다. "씨발. 김형광 어딨냐고!!!!!!!!!!!!!" 대승공고 교복을 입은 그들은 삐딱히 날 노려보고 가운데에서 도원석은 아까부터 저말만 수십번 물어 대고 있는 중이다. "모른다고 헀잖아. 허 기가막혀서 진짜. 온새미로는 개랑 깨진지 일주일이나 됬고!!!! 그 뒤로 만난적 한번도 없다고. 몇번을 말해야 알겠냐??" 벌써 3번째 반복하고 있는 열통 터진다는듯한 민경이의 외침에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아버렸다. "야 우리 너한테 볼일 없거든. 자꾸 끼어들지 말라고." "뭐. 뭐??!! 허 참나 기가막혀서. 야 온새미로 너 뭐라고 말좀해봐 진짜 이세끼들 양아치들 아냐!!!?!?!" "뭐? 양아치? 아오 진짜 라경이 친구만 아니였으면." "어쩔껀데?!! 때릴라고?? 야 쳐봐!!!!!쳐보라고!!!!!!!" 보다 못한 나는 결국 점점 언성이 높아져가는 민경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만해 도원석." 그러자 상당히 시건방진 표정으로 날 내려다 보는 도원석. "김형광 어딨어." "몰라." "일주일동안 애세끼가 학교도 안나오고 집도 안들어가고.. 핸드폰도 안받고..아예 없어졌어. 넌 알고 있잖아!!!!!!!!!!!. 그세끼 어딨는지." "몰라. 알필요도 없고." "니가 왜 몰라. 씨발 너 때문에 없어졌는데. 니가 왜 모르냐고!!!!!!!!!!!!!!" 도저히 못참겠다는듯 도원석이 내게 한발 더 다가왔고 옆에 있는 친구들은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야 또또.미쳤냐?? 여자 때리지마. 야야 말려." "놔 씨발. 니네 못봐서 그러냐? 김형광이 저년 때문에 얼마나.." 하..제발.. 제발.. "그만해!!!!!!!!!!!!!!!!!!!!!" 결국 눈물섞인 악을 질러버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지금 어떨지. 지금 가장 슬픈사람이 누굴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김형광이 없어졌다는 소식에 가장 무너질 사람이 누군지...아무것도 모르면서 "몰라. 김형광이 어딨는지 정말 몰라!!!!!!!! 개랑 일주일동안 연락 한번도 안했고!!!!! 일주일전에 끝났어. 더이상.. 나 괴롭히지마. 충분히 힘드니까." 바보처럼 또 울어버렸어... "미.미로야!!!어디가!!!!!!!!!" 뒤돌아 섰다. 그리고 무작정 걸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민경이의 목소리에도 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걷다가. 천천히 걷다가 그 걸음은 이내 빨라지기 시작했다. 병신. 김형광 정말 병신... ......... .............................. ........ ........ ......... ..... =같은시각= 한 술집안. 술집이라기 보다는 클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곳에서 아까부터 형광이가 쉬지 않고 술을 마시고 있다. 자신을 애타게 찾는 친구들과 부모님의 전화때문에 쉬지 않고 울리던 핸드폰 밧데리를 분리 시켜 놓고는. 몇시간째 혼자서 말이다. 금방이라도 취해서 쓰러질것만 같은데.. 형광이는 계속 술에 의지한채 간신히 정신을 잡고 있는거 같았다. "혼자 왔어요??"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부터 줄곳 그를 지켜보고 있던 한 여자가 조금 망설이다가 자연스럽게 형광이 옆에 앉았다. "이 많은 술을 다마셨어요?? 무슨 안좋은일이라도 있나본데 술친구 해드릴까요??" 그여자에 말에 피식 하고 웃는 형광이. 아무말없이 다시 술잔에 가득 담겨진 쓴 술을 입에 털어 넣고는. ...... ............... "힘들어." 겨우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주 힘겹게. 정말 힘겹게 말이다. "네??" "힘들어...돌아버리게 힘들어. .....살고싶지가 않아서. 숨쉬기가 싫어서. 사는게 힘들어요."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묻어버리고는 계속 주정을 부리듯 중얼거리는 형광이. 여자는 잠시 당황한듯 어쩔줄 몰라하다가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고는 침착히 물었다. "어려보이는데..벌써부터 사는게 힘들면 어떠케요" "저기요.." "네???." "내가 정말 사람을 죽였어요..?" 뜬금없는 녀석에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그여자가 되물으면.. "네..??." "내가 정말 사람을 죽였냐구요." 그아이는. 정말 눈물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정말 슬프게. 정말 가슴 아프게.. "그게 무슨." "그럼...나 죽을래요." "........" 여자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저 술친구나 해주려고 말을 건건데.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큰 상처를 건드린것만 같았다. 그만큼 남자는 젖어있었다.. 일순간 조용해지자 형광이. 그 가여운 아이의 고개는 숙여졌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슬프게........ 그 어느누가 다가서지 못하도록. ..... ............ "죽을래...그냥..나.죽을께요." 그아이가 말했다. \다음날 "미로야, 미안해.. 민경이한테 얘기 들었어. 원석이가 어제 너한테 막대한거 모두 다." 다음날 아침. 라경이가 1교시가 끝나자마자 우리반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차마 듣기에 부담스러운 사과를 계속해서 하는데 정말... "니가 왜 사과를해. 미안해 하지마 괜히." 한마디로 말하면. 미치겠다. "미안해..정말 미안 원석이가 그런애가 아닌데... 형광이일 때문에 많이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양이야." 난감하다는듯한 내표정이 보이지 않는건지 계속해서 비는 시늉을 하는 라경이. 난 어색히 웃으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렇게 일일히 대변하지 않아도되. 진짜 나 괜찮아." "으윽..미안해 정말!!!!!" "괜찮다니깐!!!!!이기집애야!!!!!!!!" 결국 그녀석일로 머리통이 깨져버릴것 같은 온새미로. 폭팔해버림. "어?? 어..어!!!" 라경이는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내지른 내모습에 깜짝 놀란 토끼마냥 두눈을 꿈뻑였다. 그러다가 바보처럼 베시시 웃어버리는 그녀. 이걸 정말 미워할수도 없고 진짜!!!! ♬♪♩♬♭♪~~~~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기다렸다는듯 치는 고마운 종소리. 난 멀뚱히 서있는 라경이의 등을 떠밀었다. "종쳤다. 라경아 얼른 가봐. 너무 신경쓰지말구.. 이따 점심시간에 놀러와!! 민경이는 자느라 정신없다" "응!!!!!!!아참 미로야!!!" 뒤돌아서려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듯 다시 날 부르는 라경이. "어??" "형광이.." "어?? 으..응" 가슴이 또다시 욱신거려왔다. 이젠 이렇게까지 되버렸나봐. 니 이름만 들어도. 이렇게 아파. "오늘 학교왔대. 나도 아침에 원석이한테 들었어." ".....아...." "나 그럼 진짜 가볼께. 이따 봐!!!" 응... ...응... 자기반으로 향하는 라경이에게 대답해줘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새미로!!! 수업 시작했는데 뒷문에서 뭐하는거야?!?" 교실로 이제 막 들어온 사회선생님의 꾸중에도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 ......... '오늘 학교왔대. 나도 아침에 원석이한테 들었어.' 하...뭐지.? 온몸에 힘이 쫙 풀리는 이 느낌. "온새미로!!!!!!!" "네?? 네!!!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들려오는 사회선생님이 목소리에 난 허겁지겁 대답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사회책을 펴다 말고 픽 하고 웃어버렸다. 형광아... 잔인하게 복수 하겠다고. 널 더 아프게 하겠다고했던 온새미로는. 정말 멍청하게도 니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안심하고 고마워하고 있어. 진짜..웃기지... 진짜..비참하지..? \방과후 " 자자 오늘은 오랜만에 셋이서 뭉치는 날입니다~!!!" "빰빠라. 오늘은 어제일도 있고 해서 이라경님이 쏘겠습니다!!~~" 전자는 민경이. 후자는 라경이였다. 민경이가 학교가 끝나자마자 우왁스럽게 날 이끄는 바람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쏙 빠져 나오려고 했던 내 계획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결국은 질질 끌려 나가다 싶이 경씨자매들과 오랜만에 시내에 왔다. 뭐 단합이라나 뭐라나.. "일단 뭐할까?? 아!! 우리 영화부터 보자!!!오예 좋았어." 시내에 들어서자 아무 관심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는 날 쿡 찌르며 민경이가 다소 오바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라경이가 깔깔대며. "오~~좋아좋아!!! 요즘 재밌는거 뭐있지? 무조건 코믹으로 보는거다~~ 자!!! 가는거야아아히아히아히~~!!" ... ....... 같이 오바를 했다...... 어떻게서든 날 웃기려는듯. "내 표정이 그렇게 별루였어..?아주 용을 쓴다 니들." 결국 잘 지어지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짓고선 입을 열자 픽 하고 웃어버리는 경씨 자매들. "응. 정말 진심 별루였어. 힘좀 내라 가스나야." "맞어~~우린 친구 아이가?~! 말 안해도 좋아. 그치 민경아?~" "응!!! 그대신 온새미로. 오늘은 신들린듯 웃기다~!!!!! 가자!!!레츠고우 영화관!!!" "알겠다!!!!!!!!!!!!" 그래. 웃자. 오늘만이라도 웃어보자. 우는건.........지긋지긋하잖아.!!!!! 좋아!! 온새미로 화이팅이라구~!!!!! "진짜야~!!!진짜로 도원석이 그랬다니까?! 깔깔깔" 여자 셋이 만나면 역시 즐겁다. 민경이의 새로 사귄 남자친구 얘기부터 라경이가 간간히 들려주는 충격적인 또또의 이야기.등 이것저것 닥치는데로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자 어느새 영화관앞이였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경씨자매와 영화관에 막 들어서려는데 "어?? 라경아!!!!!" 제기랄. "워..원석이.??" 우리가 들어가려는 영화관에서 나오는 도원석네 무리들을 본 순간 정말 욕이 터져나올것 같았다. 민경이는 어제의 악몽이 생각난다면서 '오 주여'를 외쳐대기 여념이 없었고. 후우.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라경이는 어서 상황을 수습해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도원석에게 다소 어색히 입을 열었다. "아!!!원석아 영화 보고오는 길이구나?? 나 지금 막 영화보려고 가는길이야. 하하~!! 그럼 안녕!! 얘들아 빨리 가자!!!!!!" "야!!이라경!!!!" '어? 이건 아닌데.' 라는 얼굴로 소리치는 도원석의 외침을 간단히 무시하고는 우리등을 영화관안으로 떠미는 라경이. "........" 그순간 봐버리고야 말았다. 푹 눌러쓴 모자에 주인공. "이라경. 너 재랑 진짜 안깨지냐???? 진짜!!진짜 밥맛이라니까!!!" 그래. 그아이를 본순간 짜증난다는듯한 민경이의 외침도. 표하고 팝콘을 사러 가자며 은근슬쩍 말을 돌리는 라경이도.. 그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채 난 멍하니 서있있을수밖에 없었다.. "미로야. 팝콘 사러 안가??" 망부석마냥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내게 라경이가 말했다. "됐어. 그냥 우리 둘이 사오지 뭐. 야 너 여기서 기다려. 표하고 팝콘 콜라. 오징어. 군밤. 나쵸. 다 사온다.!!!!! 오늘 이라경 완전 뜯어먹자구!!!" 신이 난 목소리로 라경이를 끌고 매표소로 향하는 민경이. "으구. 먹보!!! 미로야 기다려. 금방 올께!!!" 라경이의 말에 난 가만히 고개를 끄떡여 주고는 영화관안에 마련되있는 의자에 주저앉듯 앉았다. "하..." 형광이였어. 김형광이였어. 모자를 푹 눌러써서 잘 보진 못했지만. 분명...김형광이였어.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김형광은...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거였을까. 숨도못쉴정도로 울었다면서. 일주일동안 꽁꽁 숨어버렸으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영화를 볼만큼..? "오늘은 웃기로 했는데..다 망쳐버렸네.." 벌써부터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혼자말하듯 중얼거렸다. "안 울면 되지. 눈 크게 떠." "그게 맘대로 되냔......" 허..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대답하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옆을 쳐다봤을땐 정말 심장이 멎어버리는줄 알았다. 내 옆에 앉아서 개구진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예쁜 미소로.... 정말 거짓말처럼 예전으로 돌아간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따스한 말투로 녀석이..형광이가.. "너.." "안녕. 하이. 헬로우. 방가방가. 또 뭐있지. 암튼 조따 오랜만!!!" 살짝 손인사를 건내며 웃는다. 또 웃어 보인다. 푹 눌러쓴 모자 때문에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갈색눈이 둥그레지도록 웃는다.. "무슨 의미야.." "어???여기 우리 처음 만난곳이다!!! 언제 봐도 이 영화관 후지지 않냐??!" 차가운 내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신기하다는듯 영화관을 둘러보는 그녀석. 기가막힌 나는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갑자기 왜 이러는거냐고!!!!!!!!!!! 벌써 잊어 버렸어..?? 나 너 증오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야. 역겨우니까!!!!!!!!. 내 앞에서 얼굴 보이지 마라. 제발." 처음알았어. 너한테 이렇게 잔인한말 내뱉을수도 있는거. "........" 울면서 욕을 퍼부어봐도 형광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잠시 동공이 슬퍼보인것밖에는.. 결국 내가 일어섰다. 영화고 뭐고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였으니까. 그러나 기다렸다는듯 김형광은 따라 일어서더니 내 손목을 타악 하고 잡아버렸다. "놔." "저기요." "노라구!!!!!!!!!소리지르기전에 놔!!!!!" "이거 비밀인데요." 계속해서 웃고 있는 그아이. 그러면 그럴수록 차가워지는 내 말투. "꺼져." "제가 못난이울보를 납치하려고 하거든요???" "하..너 내말 안들려?????" "못생긴게 소리만 크지만 그게 또 되게 예뻐요." "야!!!!!!!!!!!!" "이제 할꺼에요. 카운트 다운 하나. 둘. 셋. 셋. 둘." 자신을 독기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내가 보이지 않는걸까.? 형광이는 별안간 손가락을 펴더니 하나 둘 셋. 접다가. 다시 셋. 둘. 하고 폈다 "하..." "하나.." 마지막 손가락을 피고 씩 하고 웃는 녀석.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내게 씌여준다. "너 뭐하는....." ...... ........... ...................... ....... .................... ....... "가자. 못난이울보." 정말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놈이 내손을 잡고 그대로 달려버린건. ★68 "너..정말 무슨 생각이냐..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꽉 잡혀서 벌겋게 부어오른 내 손목을 노려보며 녀석에게 말했다. 비명을 질러봐도, 어떤말로 욕을 해도, 형광이는 내 손목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이손만큼은. 지금 이순간만큼은 무슨일이 있어도 놓아선 안된다는듯 말이다. "기차 오랜만에 타본다." 이번에도 내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나른한 목소리로 표 두장을 흔들어 보이는 형광이. 그래. 놈이 날 데리고 온 곳은 다름 아닌 기차역. 놈에 손에 들린 광주 가는 표 두장. 바보가 아닌 이상 형광이가 나와 함께 광주에 가려고 한다는것쯤은 알수있다. "안타. 안가." 막무가내인 녀석에게 확고하다는 말투로 말하자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 녀석. 그러다가 알겠다는듯 눈웃음을 친다. "계란 사줄께!!!" "하." "알겠어. 음료수도 사주면 될꺼 아냐." "너 지금 내가 장난하는걸로 보여??" 그래 너 성격 활발하고 뒤끝없는거 좋아. 그렇게 슬퍼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수 있는거 좋아. 좋다구. 하지만 이건 아냐. "그러는 넌." 그때 별안간 무겁게 입을 여는 형광이. "뭐.?" "넌 지금 내가 장난하는걸로 보여..?" "그럼 뭔데.? 하루 아침에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거냐? 그게 아니면 지금 니가 미친거겠지. 뻔 뻔함으로 미쳐버린거겠지." 녀석은 거침없이 내뱉는 내 가시돗힌 말투에 잠시 할말을 잃은듯 가만히 서있다가 작은 한숨을 내셨다. "......." 짜증나.... 짜증나게 왜 니 모습이 아파보이는건데.... "그러면 온샘아." "........" "나 잠깐만 기억상실증 걸릴께" "너 지금..." "잠깐동안만..다 잊어버릴께." "..........." "잠깐동안만......사랑할께." 멍해진 내 머리를 잠시동안 부비적거리더니 또 다시 씩 하고 웃는다. 그제서야 알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밝게 웃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모습은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는걸.. "웃..웃기지마 김형광. 그런 허튼 개수작 부릴려면..." "못난이울보. 기차 왔다. 갑시다!!!!" 어?? 어억?!!! 내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날 우왁스럽게 밀어버리는 그녀석. 기..김형광 너 정말 미친거야?????????!???? \광주. 녀석과 두번째로 오는 광주.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형광이는 기지개를 크게 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놈에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도대체 이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걸까. 머리가 복잡하다. 아니 그보다 더해. 복잡하다 못해 뻥 하고 터져버릴것 같아. "온샘아 나 머리 되게 나빠서 까먹었다." 뒤에서 뻣뻣한 고목나무 마냥 서있는 내게 뒤돌아서서 묻는 아이 "뭘." "너희 아빠 산소. 어디였지..??" ".....뭐...?" 김형광.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잘못들은거야..? "너희 아빠 산소." "........" 다시 한번 되 물은 말에 대한 대답은 똑같았다. 너무 놀라서 오는 내내 한번도 쳐다 보지 않았던 형광이를 빤히 쳐다보자 알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피식 하고 웃는 김형광. "니가 앞장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등을 다시 한번 떠 밀어대는 놈이였다.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이아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나만 묻자. 일주일동안 잠수타고 나타나서 이러는 이유가 뭔지." 형광이 앞에 섰다. 그리고 용기 내어 눈을 맞추었다. 말해줘. 김형광.. "이유같은거 없어." "거짓말 치지마!!!!!!." "와. 너 되게 무섭다!!!!" 후. 그래 말을 말자. 이런 입씨름 그만하자. 힘들고 지친다 정말. "니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 너 용서 안해. 이거 죽어도 변함없어. 그거 잊지마." "네." "여준이 사랑할꺼야. 잠시 느낀 감정 금방 잊을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아니. 그 감정 벌써 오래전에 사라졌어. 니가 살인자라는걸 안 순간말야." 이런 독한말 한자 한자 내뱉을때마다 정말 구역질이 나올것 같아. ... .... "......." "온새미로는 김형광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진심이야. 알겠지." 독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 더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더이상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더이상 아프지 않으려면. 그만큼 내가 독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거짓말을 해버렸어.. 지금도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그래서 너무너무 아픈데... "...응.." 잘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녀석이 대답했다. '응'이라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말 눈물이 왈칵 고여버리려는걸 손등으로 잽싸게 훔치곤 앞장서서 걸었다. "아빠 산소 가자. 니가 부탁해서 가는거 아냐.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은것뿐야. 아빠를 죽인 사람." 차갑게.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는걸 들키지 않도록. 차갑게 말하자 또 다시 피식 하고 슬픈 웃음을 지어 보이는 녀석. "오케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까부터 계속해서 그래왔듯 또 다시 웃어보인다. 밝게. 놈 특유의 개구진 웃음을 지어 보인다. "........" 도대체 뭐냐... 자꾸 감추려 하는 니 표정. 그거 뭐냐 형광아. . . . "아빠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산소에 도착하자 마자 벌써부터 잔뜩 고인 눈물을 연신 닦아 내며 아빠 곁에 앉았다. 김형광은 그런 날 보며 아무말 없이 서있다. "...아빠..." 진짜 말하기가 힘들어. 목에 뭐가 걸린것처럼. "..........." "........아빠......." 다시한번 쥐어 짜내듯 울음소리와 함께 내뱉은 내말. ".......아.....빠.." 미안해요. 정말 너무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그때였다. 작게 중얼거리듯 내뱉는 형광이의 안쓰러운 목소리가 들려온건. "죄송합니다.." 또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한번... "......."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정말 그순간만큼은 건드릴수가 없었다. 울고 있는 형광이에게 다가설수가 없었다. "지켜요. 제가 지킬께요." 그랬기에. 알수없는 녀석에 마지막말에 의미는 차마 물어볼수 없었다. \수제비집. "여기 저번에도 왔던곳 맞지??" 머리도 나쁜게 이런건 기억 잘하네. "어." 정확히 30분뒤 형광이와 나는 산소에서 내려와서 배가 고파 죽겠다며 징징 대는 김형광녀석 때문에 저번에 한번 왔었던 수제비집에 다시 들렸다. "아줌만 수제비 이인분. 아니 삼인분이요!!!"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날 보다가 이내 촐랑대는 목소리로 주문을 하는 형광이. 정말 많이 배가 고팠던건지 입에 수저를 물고 있다. "난 별로 입맛없어. 왜 삼인분이나 시켜." 컵에 담긴 찬물을 입에 털어놓고는 녀석에게 심드렁하게 말하자 "누가 저번에 그랬어. 얼마나 잘먹는지 실력을 보여준다고. 도 잘먹거든!! 실력 보여줄께." 놈은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제비 삼인분이요!!!' '야 그걸 누가 다 먹어. 아줌마 이인분 주세요' '콱.아줌마 그냥 삼인분주세요!!! 야 김형광 내실력을 보여줄꼐. 너 내가 얼마나 잘먹는지 모르지?' '아니 알아"' '엥? 어떻게?? 언제 먹는거 본적있어?' '아니!!' '그럼?' '니 몸매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죽구싶다는거지요.?' 맞아. 이 수제비집에 함께 왔던 날 티격티격거리며 싸웠었지. 병신 이런건 기억 하냐.. "아구 이색시 또 왔네!!! 아. 아니라 했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제비 세접시를 우리 앞에 놓던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고는 위와 같이 말하셨다. 아. 이것도 기억나. 그때도 아주머니께서 그러셨어. '둘이. 정말 오랜만이네!!!!' '저. 아줌마. 여기 우리 처음오는데요.' '그럴리가 없는데. 작년에도 둘이 왔잖아!! 그때도 수제비 2인분 시키니 3인분 시키니로 싸웠으면서 왜그려~' '뭔가 착각하신거 같아요.' '그런가.??? 그럴리가 없는디..' 그땐 정말 까맣게 몰랐었는데.. 그냥 아주머니께서 착각하시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풉. 그때라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미리 알았으면. "맞아요!!!!!" 뭐.? "그치?!! 그때 그 처녀 총각. 맞지?!! 이인분 삼인분 하고 싸웠던!!!" "네. 자주 못와서 미안해요 아줌마." 잠시 영양가 없는 생각에 잠겨 있을때 별안간 '맞아요!!'라고 외친 놈 때문에 놀란지 10초도 채 안되서 또 다시 저런 말을 내뱉는다. 기억도 못하면서 왜 아는척 하는거냐 김형광. 그냥 그럴땐 아무말없이 있으면 되지. "아냐!!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온게 더 고맙지!! 그려그려. 맛있게 먹어!!!! 수제비 푸짐하게 넣었으니!!" 빨갛게 익은 깍두기를 마저 올려 놓으시고는 쟁반을 들고 주방에 드려가려는 아줌마. 그러나 그 걸음은 얼마 못가 멈춰버렸다. 왜냐구? "저..아줌마" 형광이가 아주머니를 불렀기 때문이지 ★69 "으응?? 더 필요한거 있어??!" "그때 저희 기억 나세요?" "그러엄!!!저 처녀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계속 삼인분 먹겠다고 빠락빠락 우기는 통에 내 오래전 일이라도 기억하고 있다우!!" 살짝 나를 흘기듯 장난스럽게 웃으시는 아주머니. 그러면 우리 표정은 슬퍼져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는.. "저는요?" "으응??" "저는요???" 배고프다면서 식어가는 수제비는 거들 떠 보지도 않고는 계속해서 아주머니께 질문을 하는 형광이. 왠지 그모습이 보기 싫었던 나는 그 뜨거운 수제비를 호호 불지도 않은채 계속해서 입에 쑤셔 넣었다. 으 더럽게 뜨겁네. "총각은 계속 이이분 먹자면서. 총각대로 빠락빠락 우기다가 결국은 삼인분 시켜서 서로 말도 안하면서 먹었잖아!!!! 다 먹고 나서는 일인분 더 시켜서 먹었으면서 말야. 캬하하 그때 얼마나 웃겼는지!!!! 내 지금 기억해도 웃기당께" "아줌마." "으응??" "그때 우리 웃고 있었나요..?" 그순간 멈칫. 놈에 젖어드는 목소리에 멈칫. 미친듯이 수제비를 떠먹던 내손은 멈칫. 내 심장도 멈칫. "거참 오늘 왜이렇게 물어보는게 많아. 당연히 웃고 있었지!! 서로 깍두기도 얹어주면서" "행복해 보였어요...?" "그러엄!!!" "그렇구나..수제비 맛있게 먹을께요!!!!" "그래 그래. 모자라면 또 시키랑께. 맛나게 끓여줄테니!!!!" 인자하게 웃으시고는 부엌으로 발걸음을 마저 옮기는 아주머니를 한참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서야 식고있는 수제비를 떠 먹는 형광이였다. 그모습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지만 분명 놈에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김형광.."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내가 먼저 용기내서 형광이 이름을 불렀다. "응" "나도 아파." ".........." 놈에 시선이 느껴지자 곧바로 애꿎은 땅바닥으로 눈을 돌리는 바보같은 온새미로. "아파 죽겠어.." "응." "그래서 기억하기 싫어. 더 아플꺼 같아서.. 예전엔 정말 기억 되찾고 싶었는데 이젠 싫어.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추억이 있었다는거 잊자. 모른척해." "............" 말을 마치곤 이젠 다 식어버린 수제비를 마구 입에 넣었다. 정말 체할것만 같다.. \광주역 광주역에 도착했을땐 어느새 땅거미가 질 무렵이였다.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앞으로 기차가 오려면 1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한댄다. "1시간동안 뭐해..하 짜증나." 역 앞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서 짜증섞인 소리로 내뱉는 내말에 별안간 일어서는 형광이. 또 뭐야. "일어나." "나 힘들어. 더이상 귀찮게 하지마." "없애고 싶다며. 추억." ".....어.." "얼른 일어나." 형광이는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건지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있는 내손을 잡았다.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놈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놔주지 않았다. "하. 너 뭐하는거냐? 이게 추억 없애는거야??!" 기가막혔던 내가 비꼬는 식으로 입을 열자. "이거." 반대편손으로 내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녀석. 차가운 느낌이 났다. "........" 이건..목걸이다. 놈과 나를 만나게 했던 목걸이. 진실과 거짓에 가장 큰 힌트였던 그 목걸이. 그제서야 놈이 말한 의미를 알아 채린 나는 곧바로 내 목에 걸려져있던 내 목걸이를 뺐다. 그리고는 형광이의 목걸이와 함께 잡았다. [언제나 변함없이] 두 목걸이가 만나자 이어지는 문구에 픽 하고 웃다가. 광주역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지듯 버려버렸다. "와우. 누나 화끈하다." 볼멘소리로 옆에서 중얼거리는 형광이의 말을 무시하고는 망설임없이 뒤돌아 스고는 "이제 우리 사이에 인연같은건 없는거야.." 내 차가운 말에 형광이는 그저 웃어보일뿐이였다. \다음날.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진짜 온새미로 너 돌았어!!!!!!!!!!!!!!!" 정말 왜 그랬을까. 버리는게 아니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큼은 버리는게 아니였는데.. "야 아침부터 미로 왜저래??" "몰라. 어제 없어져서는 전화도 안받더니. 화좀 낼려 하면 저렇게 소리를 꽥 지른다니까" 옆에서 들려오는 경씨자매의 외침따윈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어제 광주역 쓰레기통에 버렸던 목걸이생각뿐. 버리는게 아니였다. 그것만큼은 가지고 있어야 했어. 하지만... '없애고 싶다며. 추억.' 라고 말하면서 목걸이를 주는 형광이 앞에서 안버릴순 없던 거잖아. 그렇게 강한척 다해놓고는.. 추억이 담긴 물건에 빌빌 거리는 내모습따윈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유일한거였는데... 김형광이랑 온새미로랑... 함께였던 유일한거였는데..." 결국 다음날이 되자 후회하는 병신같은 나였다. "민경아. 선생님한테 나 조퇴좀 한다고 전해줘." 안돼겠어. 찾으러 가야해. "야!!이제 좀 있으면 자습시간이야. 그리고 아침부터 조퇴하겠다구??? 너 어제부터 정말 왜그..." "갈께!!!!!!!!" 민경이에게 붙잡히기 전에 허겁지겁 가방을 들고는 교실을 뛰쳐 나왔다. 아무리 강한척해도. 아무리 독해져도 난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광주역 "쓰레기통!!! 쓰레기통이 그게..어디 있던 거였지??" 광주역에 도착하자 마자. 쓰레기통이 비어졌으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쓰레기통을 찾으러 이리 저리 뛰어 다니고 있을 때였다. "아. 진짜 아저씨 나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러니까 일단은 경찰서로 가자니까" "쪽팔리게. 그런덴 중딩때나 가는거에요!!!" "이 학생이 정말!!!! 근데 쓰레기통을 왜 뒤지냐고!!! 학.생!!!!!!!!" "소중한거. 나한테 제일 소중한거 거기 있단말이에요." 정말 미치겠다는듯 머리를 긁적여대는 형광이와 한 아저씨. 결국 난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병신..." 정말 병신. 또라이. 결국 이럴꺼면서 왜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척 한거야. 우리 진짜 쌩또라이들이네.... "없애자며 추억. 그거 버리라고 준거 아니였어??"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깜짝 놀란듯 두리번 거리는 교복입은 형광이. 그러다가 이내 내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온샘아.." "응.." "아..그러니까." "......." "광주역엔 왠일이야??? 나는 그냥 지나가다가..아 제기랄." 형광인 말도안돼는 변명거리를 찾다가 이내 그냥 웃음으로 무모하려는듯 베시시하고 웃어보였다. 나는 그런 형광이를 잠시 쳐다보다가 옆에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계시는 아저씨께 꾸벅 인사를 하고는 "아저씨. 죄송합니다. 저희가 어제 장난치다가 중요한걸 빠트렸거든요. 그거만 찾고 갈께요. 괜히 물의를 일으켜서 너무 죄송해요." 내말에 다행히도 아저씨께선 알겠다는듯 두어번 고개를 끄떡이시고는 가셨다. "........" 자꾸만 빤히 쳐다보는 형광이의 시선. "내얼굴 뚫어지겠다. 김형광. 이거 찾으려고 온거 같은데.. 뭐해. 얼른 찾자." "어..?? 아 응." 어설프게 대답하고는 팔을 걷더니 보기만해도 끔찍하게 쓰레기로 가득찬 쓰레기통에 망설임없이 손을 쑤욱 집어넣는 형광이.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찾았다." 잠시후. 약 10분간 쓰레기통과 씨름하던 형광이의 입에서 반가운 말이 흘러나왔다. "정말 찾았네.." 위와 같이 말하곤 놈에 손에 들린 목걸이를 향해 손을 내뻗으려는 순간 "안돼." 별안간 목걸이를 뒤로 빼는 녀석. "뭐???" "씻구올께. 너 손 더러워지면 안돼잖아. 금방올께." 씩 하고 웃더니 화장실쪽으로 달려간다. 그런 형광이 모습에 난 또 다시 웃고야 말았다. 자꾸만 웃게 되. 자꾸만. 자꾸만 웃음이 멈춰지지 않아. 아빠 나 되게 못됬지. "아빠...아마..아마도" 내가 계속해서 형광이에게 독설을 퍼붓고 차갑게 밀어내려 했던건 무서워서 라고 생각했는데 놈을 용서해버릴까봐 그래서였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던거 같아. 난 이미 녀석을 용서했어. 근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거야. "여기 씻어왔다." 잠시후 놈이 내앞에 나타나 물이 뚝뚝 흐르는 목걸이를 내밀었다. "김형광." "어.??" "나도 사실 이 목걸이 찾으러 왔어.." "........" 갑작스러운 내말에 할말을 잃은듯.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난 그런 녀석에게 씩 하고 웃어보였다. "나 오늘 하루만 웃게 해줄래." "........." "너때문에...나도 매일 울었거든. 울다가 울다가 지쳐서 토할만큼. 웃는거 되게 까마득하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웃게해줘라. 형광아." 내말에 한쪽눈을 질끔 감고는 오케이 싸인을 보내주는 녀석. 나 또한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몰라..여준이도. 아빠도. 내가 제일 증오해야할 사람도. 무너트려야 하는 사람도. 다 몰라. 다 잊어버릴래. 지금만큼은. 모두. 다... "으억!!!김형광 죽고싶냐?! 왜 넌 용 안죽이고 얌생이처럼 바나나만 주워먹어??!" 광주에 있는 한 낯선 오락실. 1시간전부터 오락기를 두들기고 있는 학생둘. "귀여우니까 봐줘." 허. 이세키좀 봐라.?? "나 안해!!!!!!게임이고 뭐고. 너같이 얌생이같은 놈이랑은!!!!!!!" 결국 화딱지가 잔뜩 올라서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따라 일어서는 형광이. 미워 할수 없게.. 베시시 하고 웃을건 또 뭐래. "온새미로!!!" 악 깜짝이야!!! 오락실을 나오면서 별안간 내이름을 크게 부르는 놈 "왜!!!!!!!!!!!!!" "좋다." "뭐가!!!!!!!!!" "예전으로 돌아간거 같아서..." "........." ★70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분위기를 바꾸려는듯 손가락으로 약 200m정도 가량 떨어져있는 푸마 매장을 가리키는 형광이. "온샘아. 저기 푸마매장까지 누가 빨리 뛰어가나 시합할까??" "그런거 댑빵 유치해. 힘들게 왜해. 영화찍냐??" "이기는 사람 소원들어주기" "준비 시. 작!!!!!!!!!" 놈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멋대로 준비시작을 외치고는 뛰어버렸다. 크게 웃으며 뒤따라 오는 형광이. 소원이란 말에 괜한 승부욕이 생겨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하듯 형광이가 날 앞질러 갔고. 결국 나는. "아. 악!!!!!!!!!!!!!!아악!!!!!!!!!!!!" 쓰러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역시 뛰다 말고 놀라서 달려오는 단세포 김형광군. "온샘아!!!!!!!!" "비켜. 이 단세포야" 내 앞까지 온 형광이를 밀고는 이를 악물고 뛰어 결국 "아싸!!!!!!!이겼다!!!!!!!!!!!!하아. 하아" 억지로 온새미로 승. 하하. 기분 좋다. "하아. 완전 사기꾼." 거친 숨을 내쉬며 곧이어 형광이가 내옆으로 왔고 나는 얄밉게 브이를 해보였다. "승부에 세계는 원래 냉정한거다!!" "너 짜증나." "뭐 가끔씩 나도 내가 짜증날때가 있긴 있지!" "소원이나 말해." 삐지셨군. 삐졌어. 뚱한 표정으로 내게 틱틱 말을 내뱉는 형광이. 난 손가락을 저으며 놈에게 말했다. "지금 말하면 재미없지. 나중에 말하겠어.!!!!" "우리 온샘이 본건 있어서 또 드라마 따라한다." ....................... "너..거기 서라. 거기 안서?????!!!!! 좋은말할때 서!!!!!!!!!!!!!!!" 죽여버리겠어!!!!!!!!! 날 그렇게 민망하게 만들다니. 가만 안둘꺼야!!!!!!!!!!! "너같으면 서란다고 서겠냐. 메롱이다 온샘아." 개구진표정으로 뛰는 형광이. 난 그런 놈을 잡기 위해 또 다시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얼마 안가 내 달리기는 멈추고야 말았다. "앗..아..악.." 하필이면 전력질주 하는 그순간 돌부리에 걸려버려 진짜로 넘어져 버린 것이다. "똑같은 레파토리."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김형광. 후우. 이번엔 진짜라고!!!!!! "진짜거든!!!!!머리도 나쁜게 레파토리라는말은 또 어떻게 알았대." "야!!!!!나 영어실력 백점이다." "또 영어 해석해보라하면 빼기 구십이점. 이럴꺼면서. 너야말로 똑같은 레파토리 그만써라" "나간다." "야!!!!!기다..앗..아퍼." 삐져서 돌아서는 형광이를 잡으려고 일어서다가 나는 다시 주저 앉고야 말았다. 치마를 살짝 위로 올려보니 무릎팍이 다 까져있었다. 따가워 죽겠네 진짜.. "아프겠다." "악 깜짝이야." 상처난 부위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때 별안간 얼굴을 들이대는 형광이였다. 깜짝 놀랐다면서 갈갈히 뛰는 날 무시하고는 놈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상처 난 부위를 호오 호오 하고 불어주었다. "........" "기다려. 약사올께." "어..?? 어." "속상하게 왜 그렇게 덜렁대냐. 병신." 일어서서 약국으로 향하는 형광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 보다가. 아까부터 계속해서 뛰는 심장에 손을 댔다. 이거봐. 터져버릴것 같아.. 금방이라도 뻥 터져버릴것 같다구 내심장. . . . "조심해. 조심. 조심!!" "김형광. 오바좀하지마. 나 다리가 뿌러진것도 아니구 살짝 까진것뿐야." "야야 조심해-." 이미 내말은 그에게 들리지 않는듯 했다. 약을 바른후 또 넘어지면 안된다면서 노래방을 갈때도. 밥을 먹을때도. 계속 과잉보호를 하는데 사람들에 시선이 따갑다. 놈에 과잉보호는 내가 공원 벤치에 앉자 그제서야 좀 수그러 들었다. "아 맞다. 온샘아 눈감아봐." "왜??" "아 하여튼 빨리 감아봐." 벤치에 앉은지 몇분이나 지났다고. 갑자기 눈을 감으라는 녀석. 일단은 형광이의 주문대로 나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지마!!!!!!!실눈 뜨지마!!!!!!!!!!!!!" "안떠." 도대체 뭘하려길래 그난리냐. "됐다. 이제 떠." "뭔짓을 하길래 이러는......." 눈을 뜨자 마자 보인건 화악 하는 소리와 함께 마구 튀는 불꽃이였다. 하.. "예쁘다.." "응 너보다 더." 그말에 탁-하고 망설임 없이 놈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치고는 "자꾸 초칠래?? 아무튼 진짜 예쁘다." 이리저리 까만 밤하늘에 수놓는 불꽃을 보며 어린애마냥 좋아했다. 소리는 좀 요란하지만. 진짜 최고다. 정말 너무 예뻐. "형광아." 사랑해. "응??" "김형광!!!!!!!!!!!!!!!!!" 사랑해. 사랑해.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내가 미워질만큼. 죽고싶을만큼 사랑해. "왜 임마." "김형광 이 또라이 자식아!!!!!!!!!!!!!!!!!!!!!!" 사랑한다구.. 감추려 했는데. 사라지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온새미로 패. 완벽한 패. 내가 졌어. 사랑한테 내가 졌어. "으씨. 너 자꾸 내 영어점수갖고 그러나 본데" "도망가자." "어?" 갑작스런 내말에 놀란듯 가만히 서서 날 갈색눈으로 담아내는 아이. "도망가자..그게 내 소원이야." \다음날. 후회는 없다. 손가락질하며 나쁜년이라고 욕해도 절대로 후회는 없다. 아니 하지 않을꺼다. "미안해 라경아. 미안해 민경아. 미안해......여준아.." 아직은 어두운 세벽. 집을 나서기전 짐가방을 챙기는 순간까지도 많이 고민하고 울었다. 하지만 내 결정은 어제와 똑같았다. 결국 아빠를 죽인 사람인거 알아. 날 이렇게 불행하게 만든 사람인것도 알아. 여준이를 그리고 나를 너무나도 아프게 한 사람인것도 알아. 그래서 내가 미워하고 증오 해야할사람인것도 알아. 다 아는데. 너무 잘 알아서 슬프기까지 한데. "소중해..." 이젠 더 소중해. 내 아픔때문에 그 사람을 버리지 않을꺼야. 더 소중해. 형광이가 나보다 더 소중해.. 알아버렸거든요. 이제서야 알아버렸거든요. 아무리 내가 발버둥쳐도 결국 놈을 사랑해야 한다는걸요. 그것도 평생.. . . "형광아!!!!!!!!!!!!!!" 수원역앞. 먼저 나와 있는 형광이였다. 난 놈에게 반가운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형광아 많이 기다렸어???!" "어? 아니." "너 표정이 왜 그래..?" 왜 그렇게 굳어져있어 왜 그렇게 아파보여. 왜 그렇게 슬퍼보이냐구. "아. 그냥 좀 피곤한가봐."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에 곧바로 얼굴을 돌려버리는 형광이. 뭐야 짜식 부끄러움 타는거야??! "그래?? 기차에서 자면 되지 뭐. 표는??" "여기." 주머니에서 표 두장을 꺼내 드는 녀석. 표에는 정확히 부산. 이라고 적혀있었다. 난 고개를 끄떡이고는 형광이를 뒤에서 안아버렸다. "꿈만 같아." 정말이야 형광아. 아무도 모르는곳에서 우리 둘이 살 생각 하니까 너무 꿈만같아. 너무 행복해. "온새미로." "응..??" "미로야." "왜 형광아." "사랑해." 그순간 내몸은 굳어버렸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는것 때문이 아니라 지금. 지금 김형광 니 목소리. "응?? 너 울어..??????????" 분명히 떨렸어..분명히. "내가 왜. 돌았냐." "목소리가.." "피곤해서 그렇지. 온샘이 역시 멍청해." "그런가...??잘못들었나??" 에으. 그런가보다. 김형광이 울리가 없지. 지금 이상황에서.. 나도 참.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봐. "흠흠- 아무튼 아 우리 되게 닭살이다 그치." "그러게." 뭐야 김형광. 이 시큰둥한 반응은. "형광아 그러니까 나도 너 정말 많... 어?? 기차 올 시간 다됐다!!!!!" "너도 뭐." 그때였다. 별안간 심각해지더니 기차역으로 들어가려는 내 손목을 잡아버리는 형광이. "뭐?? 뭐가??" "너도..뭐." "뭔 쌩뚱맞은 소리야. 빨랑 가자!!!!!!!얼르은!!!!!!!!!" 아줌마처럼 우왁스럽게 형광이를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기차에 탔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기차는 힘차게 출발했다. ★71 "형광아 피곤하다며. 안자??" 기차안. 자꾸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형광이를 쿡쿡 찌르며 말하자 아무말없이 창밖을 쳐다보는 놈. "이게 말을 씹네. 나 먼저 눈좀 붙힌다 이놈아."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눈을 감았다. "병신..김형광 병신 세끼.." 중얼거리듯 내뱉는 형광이의 말은 끝내 듣지 못한채... \부산. "우와 부산이다!!!" 드디어 부산이다!!! 난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형광아. 오늘은 근처 민박집에서 하루 보내고 내일부터 집 알아보러 다니자!!!" "응." "민박집은. 그래 바다!!!!!!바다에 있는 곳으로!!!!!!!" "응. 그러자" "근데 형광아 너 가방이 좀 작아보인다. 거기에 짐이 다 들어.." "건들지마!!!!!!!!" 어...? 난 그저 놈이 메고 있는 가방을 만져본것 뿐인데.. "왜 화를 내." "하. 아냐. 좀 피곤해서 자꾸 그런가봐. 미안해.." "........" 살짝 기분이 상한 나는 삐진걸 티내기 위해서 앞장서서 걸었지만 형광이는 끝내 날 달래주지 않았다. 나쁜놈. 그렇게 둘이 말없이 근처 바다까지 와버렸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민박집 하나를 정말 싼값에 잡았다. 하지만 형광이의 입은 민박집에 들어 와서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폭팔해버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형광. 너 왜 나한테 말 안걸어?!!??" "......." "으씨!!!!!!니 맘대로해!!!!!!!!!!" 순 지멋대로야. 왜 갑자기 무게를 잡는 거냐고!!!!!! 자신을 눈이 돌아가도록 째려보는 날 쳐다보더니 놈이 고작 하는말이란 "늦었어. 자." 이것뿐이였다. 허. 기가막혀. 진짜 해보자는거야.?? "오늘이 우리 시작하는날인데. 오늘이 첫날인데!!!!!!!!!!!너 정말 그럴래!?????????" "틀렸어." "뭐. 뭐?? 뭐가 틀렸다는거야!!!!!!!!!!!!!!" "나 바람좀 쐬고 올께." 허!!!그래. 니 맘대로 해라. 니 멋대로 해!!!!!!!!!!!! 달칵 . 놈이 나가버린 문을 독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다가 난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씨.."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오늘따라 형광이가 예전같지 않아서 너무 속상했다. "그래. 이번 한번만 봐준다 김형광. 내가 먼저 손 내밀겠다 이거야." 손등으로 씩씩하게 눈물을 벅벅 닦고는 일어선 온새미로. 형광이를 찾으려 나가려다가 멈칫 서버렸다. 가방. 형광이 가방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건들지마!!!!!!!!'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소리를 꽥 질렀던거지.?? 속옷이 들어서 그런가.?? 난 민박집을 나서려다 말고 놈에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그순간 내몸은 굳어져버렸다. 형광이 가방은 단 하나 빼곤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하나는.. "총....?" 검은색. 총.. "......." 총알까지 밖혀있는 그 총을 보고는 나는 정말 말그대로 허탈한 실소를 내뿜었다. 없다. 그 총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뭐야. 김형광 정말 이게 뭐냐구!!!!!!!!!!!! "김형광!!!!!!!!!!!!!!!!!김형광!!!!!!!!!!!!" 난 그 총을 들고 뛰쳐 나가듯 집을 나와 형광이를 찾았고. 얼마 안가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앉아 있는 놈을 발견할수 있었다. "김형광 너 이게 도대체 뭐..." 모래사장에 앉아있는 형광이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형광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내가 자신에 뒤에 서있다는걸 모르는듯 전화통화를하는 놈 "그래. 지금 바닷가다. 존나 짜증나 뒈지겠어. 아 어쩌냐. 몰라. 근데 온새미로도 진짜 멍청하지 않냐. 내가 지한테 갑자기 잘해주는거 보면 대충 눈치 깠을텐데. 모르는척 하는건가. 하하." ....무슨.... .....무슨....말하는거야..? "멍청아. 형님이 좀 똑똑하잖냐. 어느 병신세끼가 가만히 있겠냐. 온새미로가 윤여준 데리고 와서 나 구속하면 끝인데.. 그래서 꼬셨지. 절대 입 못열게." ... ......... 하아... 머리속이 하애졌다. 그순간 다리가 떨리고 손이 떨리고 심장이 떨렸다. 분명히 들려오는 믿을수 없는 이야기들에. .....아팠다. "몰라. 언제 돌아갈지. 빌어먹을.. 그래도 깜빵 안간게 어디냐." 심장이 아팠다. "김.....김..형.....광.....하....하아.....김형광....." 믿었는데... "............" 믿었는데.... 형광이 널 끝까지 믿었는데. "............." 덜덜 떨고 있는 내모습을 보더니 핸드폰 플립을 닫고 일어서는 잔인한 형광이. 피식 하고 웃어 보인다. "씨발. 들켰네..??" 말도안돼..믿을수 없어. 아냐. 이건 아냐. "말.......으흑...말해.....말해줘 형광아.." 울음과 엉켜진 내 목소리에 놈은 얼굴을 찌푸렸다. "으흑...형광아. 제발...말해줘... ..제...제발 거짓말이라고 지금 나 놀래키려고 혼자...장난.....으흑. 장난 친거라고. 말해줘...제발...제발." 제발........ 형광아 제발.........제발...내 심장을 죽이지 말아줘. 너라면. 너여서. 모든걸 버린 내 사랑을 짖밟지 말아줘. 형광아..제발.. "진짜 재수 더럽게 없네. 하필 딱 걸리냐. 아우 씨." 하지만 놈은 잔인했다. "사랑한다고 했잖아. 형광아. 오늘도 나한테 너 사랑한다고..." "죽기 싫은데 뭘 못해. 니가 입 뻥긋하면 나 개박살나는데. 뭘 못해." 피식 하고 웃어보인다. 형광이가 그렇게 내 심장을 밟아버린다. 더이상 누구도 사랑할수 없게. 더이상 뛸수없게. 더이상 살수 없게. 그렇게 잔인하게 짖밟아 버린다. "죽여버릴꺼야....." "피식. 누가. 니가??" "죽여버릴꺼야 김형광!!!!!!!!!!!!!!!!!!!!!!!!!!!!!!!!!!!!!!!!! 죽여버릴꺼라고!!!!!!!!!!!!!!!!!!!! 절대 용서 못해!!!!!!!!!!!!절대.......절대로!!!!!!!!!!!!!!!!!!!!!!!!" 빠앙-. 소름끼치는 총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졌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위로 쏴버리자 형광이 눈이 그제서야 차갑게 식어졌다.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살인자..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나쁜놈.. 죽여버릴꺼야. 김형광.....죽여버릴꺼야.." 오열하며 떨리는 손으로 녀석에게 총을 들었다. ".............." 아무말없니 날 응시하는 형광이. 쏘기만 하면 되는데.. 이거 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하아..." 못하겠어.. 내가 어떻게 형광이를 쏴. 내가 어떻게... 사랑하는사람을 내손으로 죽여.. 난 못해. 못해... 그자리에서 총을 버리고는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러자 가만히 날 바라보던 놈이 총을 주워 들었다.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일어날힘도. 소리지를힘도. 원망할힘도. 그 아무것도 내겐 없었다. "병신..." 녀석은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총을 내게로 향했다. 이젠 끝이라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고는 눈을 감으려는 순간. "김형광...........? 김형광!!!!!!!!!!!!!!!!!!!" 갈색동공으로 나를 응시한채 오른쪽손에 든 총을 천천히... 천천히... 자신의 머리로 겨누는 형광이. 그리고는 날 보고 피식 하고 웃어보인다. 그제서야 알았다. 정말 그제서야...... 병신처럼 그제서야.....알아버렸다. 김형광이 울고 있다는걸..... ★72 사랑은 말이죠. 자신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래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한테 가장 소중한 그사람을 위해서 하는게. 그게 사랑이래요. ..... ........... 온새미로 번외 -<사랑속의 기억. 기억속의 사랑> 형광이네 집으로 올라가는 비탈길. 어느새 자정을 향하는 늦은 시간에 술에 잔뜩 취한 형광이가 일주일만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쾅쾅- 집앞에 도착하자 흐트러진 모습으로 대문을 세게 두드려보는 녀석. 옆에 벨이 버젓이 있지만 형광이는 주먹이 아프도록 대문을 두들깁니다. "엄마. 엄마에 자랑스러운 아들왔는데요." 쾅쾅- 아무런 응답이 없자 다시 한번 세게- "엄마!!!!!!!!!!!!!!!!!!엄마 아들 지금 돌았거든요." 놈이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고함 아닌 고함을 지르고서야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으리으리한 집 대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는 녀석에 어머니가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으로 집에서 나오시는군요. "김형광. 일주일동안 전화도 안받고.. 엄마랑 지금 장난하자는거야.??? 술에 잔뜩 취해서.. 너 정말 엄마 죽는꼴 볼래????????" 일주일동안 없어진 아들을 가장 걱정한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안심도 해보고 한눈에 봐도 많이 흐트러진 형광이의 모습에 다시 한번 걱정도 해봅니다. "엄마.." "휴. 춥다. 일단 들어가자." "엄마..." "왜!!" 들어가자고 형광이의 팔을 연신 잡고 당겨보지만 꿈쩍도 않는 놈에 모습에 형광이 어머님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답하셨습니다. "많이 아팠어...?" "그럼!!!!!!!!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엄마...많이 아파서. 내가 사람을 죽였어...?" "뭐..?"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냐는듯 눈을 크게 떠보이시는 어머님. 하지만 그 눈은 이내 녀석에 한마디에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왜 나 속였어요." "무슨말이야 형광아. 알아 듣게 설명해." 감추려고 헀지만 자꾸만 떨리는 어머니 목소리에 피식 하고 슬프게 웃어보이는 형광이. "내가 기억 잃어버린거..... 광주에서 있었던일!!!!!!!!! 왜 단 하나도 얘기해주지 않았냐구!!!!!!!!!!!!!!!!!!!!!!!!!!!!!!" ".....너..너." "다 들었어. 미로한테 다 들었다구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듯 놈이 말합니다. 놈에 눈에는 또다시 눈물이 가득 고여 듭니다. 견딜수 없었습니다. 사람을 죽였다는것도 무서웠지만. 온새미로에 행복을 뺏어간게 자신이란 사실이 견딜수 없는 형광이였습니다. "세상에.." 형광이 어머님은 믿을수 없다는듯 두 손으로 입을 가리시고는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 인사 하러 온거야. 나 자수할꺼야." "자. 잠깐. 형광아 자수라니.??" "당연한거잖아. 내가 사람 죽였으니까.." ".....뭐..?" "내가 미로 아버지 죽였잖아." 안쓰러워보입니다. 힘겹게 말을 이어 가는 모습이요. "무슨말하는거야 너. 니가 왜 미로 아버지를 죽여." 힘없이 뒤돌아 서려는 형광이의 팔을 잡은건 다름 아닌 형광이네 어머님이였습니다. 이해 할수 없다는 얼굴로 녀석에게 다그치듯 입을 여십니다. "형광아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거니. 엄마는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놔줘 엄마.." "그래. 엄마가 미안해. 너랑 미로랑 떨어 트려 논거.. 그리고 치료 안받은거. 그래서 너 지금 기억 못하게 된거 다 엄마 잘못이야. 미로에게도 미안해 하고 있어. 하지만 형광아." 형광이의 눈이 그제서야 자신의 엄마에게로 향했습니다. 어머님은 녀석의 잔뜩 젖어 있는 갈색 동공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다가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기억해봤자 좋은건 하나도 없어서였어. 난 내 아들이 아픈걸 원치 않아." "........" "미로가 자기 아빨 죽인셈이 되버렸으니.. 너도 분명 힘들어할꺼 같아서..미로 옆에서 아파할꺼 같아서 그래서 치료도 거부하고 널 숨기듯 데려온건 사실이야. 혼자 남은 미로를 외면하고.." "...뭐.....??" "미안해 아들. 그건 엄마가 정말 미안한데. 미로가 자기 아빠 죽인거..사실 끔찍한 일이잖니.. 부모 맘이란게 원..." "............" 그순간 형광이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형. 형광아!!!!" 뒤에서 자신에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의 외침도 무시한채 그렇게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믿을수 없는 이야기들이 형광이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형광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시내 도대체 어디있던거냐며 갈갈히 날뛰던 도원석에게 우 윤여준의 전화번호를 받은 형광이는 어느덧 세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각에 시내에 왔습니다. ".........." 그리고 지금. 김형광 그아이는 윤여준과 마주 서 있습니다. "너 나 아냐? 세벽에 사람 불러서 뭐하는 짓인데." 원석이에게 받은 번호로 자신에게 전화를 해서 무작정 나오라며 소리치는 형광이 때문에 나오긴 했지만 무슨 이유로 자신을 불렀는지 당연히 모르는 여준이는 특유의 낮은 중저음으로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퍽- 그러자 망설임 없이 여준이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는 형광이. 무방비였던 여준이는 타격이 큰듯 넘어졌고 형광이는 그순간 또 다시 녀석에 왼쪽 뺨을 주먹으로 다시 한번 내리쳤습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넘어진 여준이. 더이상 참을수 없었는지 녀석도 형광이의 멱살을 잡고는 주먹으로 얼굴부분을 쳤습니다. "씨발!!!!!!!!!!!!!!너 돌았냐!!!!!!!!!!!!!" 꽤 타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입가가 찢어져 피가 고이자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여준이. 하지만 형광이는 아무런 동요 없이 다시 한번 발로 여준이의 배를 쳤습니다. "윽.-" 자연스럽게 여준이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 형광이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꼭 닫아 두었던 입을 그제서야 열었습니다. "넌 다 기억하고 있지." "뭘." "우리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 "미로가. 아빠를 죽였다는게 무슨말이야." "...너...." "대답하라고 개세끼야!!!!!!!!!!!!!" 꾹 참아 온걸 터트리듯. 형광이의 고함소리가 너무도 아픕니다. 그런 형광이의 모습에 피식 하고 웃는 여준이. 분명한건. 형광이도 여준이도. 둘 다 똑같이 아파보였습니다. 똑같이 견디기 힘들만큼 슬퍼 보였습니다. "기억 돌아 왔냐..?" "대답하라고." 자신의 물음에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형광이가 말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여준이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하얀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불을 붙이고는 담배를 깊게 빨아 들였습니다. "미로.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어. 어렸을때부터 아빠와 단둘이 살았지. 그래서 아빠에 대한 믿음이 정말 컸어. 진심으로 아빠를 사랑하고 존경했었다. 그래서 더 참을수 없었던거야. 미로가 17살 되던 해. 아저씨가 미로를 버렸거든. 새가정을 꾸려야 한다면서.. 미로 곁을 떠났어." 침착하게 말을 이어가는 여준이. "미로- 그때 자살시도도 엄청하고 그랬었거든. 그만큼 힘들어했어.. 그러던 어느날 미로가 너랑 나한테 '고마웠어'라는 문자만 남기고 사라졌었어. 알고보니까 아빠가 살고있는 그 집에 찾아갔더라. 휘발유들고.." 녀석은 다시 한번 담배연기를 내뱉었습니다. 굳어진 표정에 형광이를 한번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다시 찾고는. "그래. 불지른거. 니가 아니라 온새미로야. 온새미로가 자기 아빠 죽였어." ".........." 형광이는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윤여준에게 모든 사실을 듣는것도. 서있는것도. 눈물을 참는것도. 모두 다 말이에요. "넌 그때 미로 데리러 가겠다고 그 불길속으로 뛰어 들어갔고. 알고 있는 그대로 기억을 잃었어." "왜 거짓말을 한거냐..." "윤여준. 온새미로. 김형광. 우리 셋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결코 좋진 않았어. 니네 둘이 서로 좋아해서 난 매일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으니까.. 나 온새미로 정말 많이 사랑했거든. 그래서 나쁜짓이라는거 알면서도 죽일놈이라는거 알면서도. 기억을 잃은 미로한테 집착했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자살시도까지 하면서 미로 잡아두려고 했다." "........." "니가 나타난날. 그날부터 거짓말한거. 그렇게 병원기록으로 온새미로 속이고. 널 살인자로 만든건 미로를 뺏길까봐는 절대 아니였다. 기억이 돌아올까봐.. 온새미로가 만약 기억하게 된다면 그 끔찍했던 일을 기억한다면 정말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 아파왔습니다. 형광이는 처음으로 이렇게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온다는걸 느꼈습니다. ".........." "지키고 싶었어. 그게 다야. 온새미로 지키고 싶어서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하면서도 끝까지 거짓말했어.." "..........." 여준인 어느새 빨갛게 타오른 담배를 튕기듯 버리고는 형광이를 쳐다봤습니다. 자신에 오랜 친구를. 목숨만큼 아꼈던 그 친구를. 버려야만 했던 그 친구를. 외면해야만 했던 그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말입니다. ★73 "만약 알게 되면...자기가 자기 아빠 죽인거 다시 기억하게 되면...." "..........." "그땐...정말 상상도 하기 싫을만큼...그녀석 무너질테니까." 말을 마치고선 여준인 형광이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김형광. 그녀석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 아무말없이 그런 여준이를 내려다보는 형광이. "너 기억 하나도 안나는거 알아. 그래서 이해 못할수도 있어. 우리가 서로에게 어땠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도 부탁 하나만 하자." "하.." "미로...아프게 하지말자.. 미로만은 아프게 하지 말자.. 정말 정중히 하는 부탁이다." 결국은 바보같은 남자입니다. 강한척 다 해 왔지만. 결국은 사랑 앞에서 작아지는 남자입니다. 정말 미칠듯이 사랑했지만. 사랑하는법을 몰랐던 그 남자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아무도 이 남자를 비난할수 없어요. 지금 이순간만큼은... "윤여준.." 그때 별안간 형광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어." "죽을때까지 김형광은 살인자야." 가슴 아프게- "....뭐...?" "온새미로 기억속에선 죽을때까지. 김형광은..." "..........." "살인자다. 알겠지." "무슨말이야.." "내가 지켜. 온샘이 죽고싶어지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내가 지켜." 김형광이 지켜. 죽어도 온새미로는 내가 지켜. \다음날. "야이 개세끼야!!!!!!!!!!!! 아주 돌았어. 이자식. 진짜 아오!!!!!!이걸 줘 팰수도 없고." 학교에 오자마자 원석이를 비롯한 형광이 친구들이 일주일만에 모습을 나타낸 형광이를 반깁니다. 뭐 반긴다기보다는 한대씩 후려치면서 욕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요. 하지만 형광이는. 그런 친구들의 과격한 환영인사에도 아무말없이 자기 책상에 고개를 푸욱 숙이고만 있습니다. "또또." "왜 이 쳐 죽일세끼야!!!!!!!!!!!!!!" "제일 비참하지 않게 죽는방법이 뭐야." 형광이의 말에 삥 둘러 싸고 있던 아이들은 모두 숨죽여 녀석을 쳐다봤습니다. 도원석 또한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잠시 멍해졌다가 "뭐????? 너 사춘기냐??? 하하하"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냐는 식으로 웃음소리와 함께 넘겨버렸습니다. 하지만 형광이는 다시 입을 열어. "제일 비참하지 않게. 죽는거.." 다시 한번 교실안은 조용해집니다. 그때 눈치 없는 한 아이가 '알았다!'라고 소리치며 말하네요 "총!!!!!!!!!!!!총으로 죽는게 젤 멋있지!!!!!" 라고. "야 너 돌았냐???? 김형광. 무슨일 있어? 왜 죽고싶어? 형님한테 말해봐." 이제서야 사태에 심각성을 느낀듯 도원석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엎드려 있는 형광이에게 다가가면. 푸우우 하고 한숨을 쉬며 일어서는 형광이. "절대 기억하면 안되. 근데 내가 있으면 기억할지도 몰라. 난 끝까지 살인자 되야해.. 그래서.." 내가 죽어- 김형광이 그냥 죽는다고. "김형광..." 그때. 형광이네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낯익은 사내가 아주 심각히 입을 열었습니다. "어? 하울쓰!!!! 언제왔냐??" 정하울. 어느새 살짝 갈색으로 연하게 염색을 한 그아이는 자신을 반기는 도원석에 인사가 들리지 않는건지 다시 한번. "김형광!!!!!!!!!!!!!!!!!!!!!!!!!!!!" 아무런 대꾸 없이 형광이 이름을 크게 부르네요. 그러자 형광이는 대답대신 책상에 묻었던 고개를 하울이 쪽으로 들어 보였습니다. "응." "미친세끼." "응." "나와. 얘기 좀 하자." 드르륵. 다소 살벌하게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하울. 그리곤 말없이 일어서는 형광이. \옥상. 지저분하게 담배꽁초들이 널려져있는 한적한 옥상. 하울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니가 살인자가 되겠다는말. 무슨 의민데." 그말에. 지금껏 아무 관심도 갖지 않던 형광이의 눈동자가 커졌습니다. "뭐..?" "씨발..." "정하울. 너.." "그래. 다 알아. 다 안다고. 온새미로를 만나지 말라는것도. 모두 다 알아서 그런거였어." "하..." 어이없는 한숨이 터져나왔습니다.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것 같아서 바보가 되버린거 같아서. 형광이는 피식피식 웃었습니다. "윤여준. 내 사춘이야. 그래서 다 들었어. 정말 어쩔수 없었다. 널 속인건... 하지만 니가 기억 돌아오면 정말 끔찍해질꺼 같아서. 친구로서. 넌 정말 내 소중한 친구니까. 그래서 말해주지 않았다." "진짜 이기적쟁이들." "김형광." "왜 다 똑같은말해. 우리가 얼마나 아팠는지. 아파해야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다 똑같은 변명만 늘어놓는거야. 진짜 우스워 죽겠다. 꼴 같지도 않다. 존나." 형광이는 참을수 없었습니다. 위해서 숨겼다는말을 듣는 순간 오바이트가 나올것만 같았습니다. "그딴식으로 받아 들이지마 제발." "불쌍하지도 않았나...우리 안쓰럽지도 않았나요." 형광이의 가시 돋힌 말에 한숨을 푹 쉬더니 담배 하나를 입에 무는 하울이. "넌 기억도 못해.. 허튼생각 하지마. 어제일 들었다. 살인자가 되겠다는말. 니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딴 생각 접." "하울아." 그런 하울이의 말을 잘라버리는 형광이였습니다. "......" "하울아. 정하울. 하울아." "어." "나 처음으로 오바이트가 나올정도로. 숨도 잘 쉬지 않을만큼 울었다." ".........." "심장이 자꾸 눈물때문에 짖뭉개져서 아파 죽는줄 알았다." "..........." "다 틀렸어. 더이상 아파하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우릴 살리겠다고. 숨겼다고 했잖아. 다 틀렸어." "김형광..." "죽였어." "......하...너 진짜." "더이상 살수 없게...끔찍하게 죽여버렸어. 당신들이." 형광이는 말을 마치곤 굳어진 하울이를 향해 씩 웃어 보였습니다. 그건 어쩐지 슬퍼 보이는 웃음 이였어요. "하울아. 무슨일이 있어도 입 닫아. 너가 내 친구라면.. 지금 이순간부터 그일 깨끗하게 잊는다. 오케이??" "..........." "그럼 너 용서해준다. 피식. 그럼 나 먼저 내려 간다." \영화관. 하루종일 저기압인 형광이의 기분을 풀어주겠다면서 놈의 친구들이 이끈 영화관.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형광이는 표정을 풀지 않습니다. 보고싶은마음 뿐이였습니다. 미로가 미치도록 보고 싶은 형광이였습니다. 무슨내용인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멍하니 앉아만 있었던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영화 이야기로 잔뜩 흥분을 하고 있는 친구들 뒤를 조용히 따르던 형광이.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는 미로를 보는 순간. 놈은 무작정 다시 영화관으로 들어와버렸습니다. 내일 학교로 찾아가서 미로를 만나려 했던 형광이에게는 더 빨리 미로를 만난게 좋기만 했습니다. "오늘은 웃기로 했는데..다 망쳐버렸네.." 영화관으로 들어선지 얼마안가 의자에 앉아있는 미로를 발견했습니다. 형광이는 그런 미로 옆에 앉더니. "안 울면 되지. 눈 크게 떠." 특유의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냈습니다. "그게 맘대로 되냔......" 심드렁하게 대답하던 미로가 이상함을 느끼고 자신을 쳐다보자 씽긋. 하고 정말 예쁘게 웃어보이는 형광이. "너.." "안녕. 하이. 헬로우. 방가방가. 또 뭐있지. 암튼 조따 오랜만!!!" "무슨 의미야.." "어???여기 우리 처음 만난곳이다!!! 언제 봐도 이 영화관 후지지 않냐??!" "갑자기 왜 이러는거냐고!!!!!!!!!!! 벌써 잊어 버렸어..?? 나 너 증오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야. 역겨우니까!!!!!!!!. 내 앞에서 얼굴 보이지 마라. 제발." 차가운 미로의 말에 형광이는 그저 웃어보일뿐입니다. 그런 형광이의 모습에 화가 났는지 일어선 미로의 팔을 형광이는 따라 일어서서 잡아 버립니다. "놔." "저기요." "노라구!!!!!!!!!소리지르기전에 놔!!!!!" "이거 비밀인데요." "꺼져." "제가 못난이울보를 납치하려고 하거든요???" "하..너 내말 안들려?????" "못생긴게 소리만 크지만 그게 또 되게 예뻐요." "야!!!!!!!!!!!!" "이제 할꺼에요. 카운트 다운 하나. 둘. 셋. 셋. 둘." "하..." "하나.." "너 뭐하는....." "가자. 못난이울보." 그순간 방심한 미로 손을 꽉 잡고 달리기 시작하는 형광이. 밝게 웃습니다. 예쁘게 웃고 있습니다. 슬프게..웃어 보였습니다. \수원역. 형광이가 미로를 데려온곳은 다름아닌 수원역. "너..정말 무슨 생각이냐..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자꾸만 손을 빼려는 미로 때문에 꽉 잡고는 있지만 벌겋게 부어오른 미로의 손목을 보며 어쩔줄 모르는 형광이입니다. "기차 오랜만에 타본다." 길길히 날뛰는 미로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형광이는 표 두장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광주. 그곳은 형광이와 미로. 그리고 여준이가 살았다는곳입니다. 마지막일테니까. 형광이는 그곳에 가야만 했습니다. "안타. 안가." 들어서기전 확고한 목소리로 버티는 미로를 보며 형광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목소리로 소리 쳤습니다. "계란 사줄께!!!" "하." "알겠어. 음료수도 사주면 될꺼 아냐." "너 지금 내가 장난하는걸로 보여??" 미로에 말에. 차가운 그말에 형광이가 잠시 굳어졌습니다. 미로는 알고 있을까요. 이시간들이 형광이에게는 더 없이 소중하다는걸요. ★74 "그러는 넌." "뭐.?" "넌 지금 내가 장난하는걸로 보여..?" "그럼 뭔데.? 하루 아침에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거냐? 그게 아니면 지금 니가 미친거겠지. 뻔뻔함으로 미쳐버린거겠지." 가시 돗힌 미로에 말. 형광이는 가슴이 욱씬 거리는걸 느꼈습니다. 충분히 예상했던건데. 이런건 충분히 예상했고. 그전날 거울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법까지 연습했었는데.. 아직은 힘겨운 모양입니다. "그러면 온샘아." 그때 형광이가 젖어드는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 "나 잠깐만 기억상실증 걸릴께" 하루만. 딱 하루만 니 아픔 모른척 하고 "너 지금..." "잠깐동안만..다 잊어버릴께." 잊어버릴께. 딱 하루만..이번 하루만 "..........." "잠깐동안만......사랑할께." 오늘만..오늘만.. "웃..웃기지마 김형광. 그런 허튼 개수작 부릴려면..." "못난이울보. 기차 왔다. 갑시다!!!!" \광주. 광주에 도착하자 마자 형광이는 기지개를 크게 펴 보입니다. 오는 내내 연습했던 웃는 표정을 지고는 미로에게 뒤돌아서서 묻습니다. "온샘아 나 머리 되게 나빠서 까먹었다." "뭘." "너희 아빠 산소. 어디였지..??" 가봐야할꺼 같아서 였습니다. 그곳 꼭 가봐야 할것 같아서 였습니다. ".....뭐...?" "너희 아빠 산소." "........" "니가 앞장서." "하나만 묻자. 일주일동안 잠수타고 나타나서 이러는 이유가 뭔지." "이유같은거 없어." "거짓말 치지마!!!!!!." "와. 너 되게 무섭다!!!!" "니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 너 용서 안해. 이거 죽어도 변함없어. 그거 잊지마." 생각보다 꽤 아픈 모양이네요. 녀석은 주먹을 꽉 쥐어 봅니다. "네." "여준이 사랑할꺼야. 잠시 느낀 감정 금방 잊을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아니. 그 감정 벌써 오래전에 사라졌어. 니가 살인자라는걸 안 순간말야." 결국 무너지고야 마네요. 미로에 말을 듣는순간 형광이는 자꾸만 차오르려는 눈물을 삼켰습니다. "......." "온새미로는 김형광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진심이야. 알겠지." 마지막 그말에. 이 바보같은 아이는 참겠다고. 참아 보겠다고 주먹을 꽉 쥔채 고개를 숙여보네요. 그리곤 "...응.." 잘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아빠 산소 가자. 니가 부탁해서 가는거 아냐.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은것뿐야. 아빠를 죽인 사람." "오케이!!" . . "아빠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산소에 도착하자마자 미로는 벌써부터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닦아내기 여념이 없네요. 그모습에 형광이는 또 다시 아파옵니다. 이렇게 자기 아빠를 사랑하는데.. 미로가 모든걸 알아버린다면 정말 끔찍하겠죠. "...아빠..." "..........." "........아빠......." ".......아.....빠.." 연신 아빠를 애타게 부르는 미로의 모습에 형광이가 다소 안쓰러운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죄송합니다." 미로 아프게 해서. "죄송합니다.." 미로 울게 해서. ".....죄송합니다..." 미로한테 상처 줘서...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지켜요. 제가 지킬께요." 무슨일이 있어도. 이녀석 무너지지 않게 할께요. \이틀뒤. 미로와 추억을 없애겠다고 목걸이를 버린것도. 그 목걸이를 찾아 아침부터 광주역에 뛰쳐 갔던것도. 그곳에서 미로를 만났던것도. 그리고 미로와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냈던것도. 모두 지난날이 되어버린. 그로부터 2일뒤 세벽. 거울 앞에 선 형광이는 자꾸만 없어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지어봅니다. '도망가자.' '도망가자..그게 내 소원이야.' 오늘입니다. 형광이가 미로와 떠나기로 한날.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형광이가 미로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주어야 하는날. 미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형광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갑니다. 미로 앞에선 웃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웃어 보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약속시간 30분전. 형광이는 그제서야 가방 하나에 바로 어제 후배가 구해준 권총 하나만을 아무렇게나 집어 넣었습니다. 그순간 불법이라며 삼춘한테 어렵게 구한거라면서 걸리면 정말 죽는다고 신신당부를 하던 귀여운 후배말이 생각나 피식 하고 웃어 보였습니다. "나 이제 죽는데..." 누가 들으면 미친사람이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형광이는 이미 마음을 굳힌듯 싶었습니다. 자신이 죽는거 외엔. 그녀 앞에서 끔찍한 살인자의 모습을 하고 죽는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녀석입니다. 그래야 미로가 영원히 기억할수 없을테고 행복할수 있을테니깐요. 그렇게 미치도록 미로만을 위해 살려는 녀석입니다. 집을 나서기전 부모님 방 앞에서 꾸벅 인사를 하고는 형광이는 광주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수원역 "형광아!!!!!!!!!!!!!!" 얼마나 기다렸을까. 형광인 멀리서 미로의 모습이 보이자 옅게 웃어보였습니다. "형광아 많이 기다렸어???!" "어? 아니." "너 표정이 왜 그래..?" 아무래도 굳어져있는 형광이의 표정이 신경쓰이는듯 미로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형광이는 행여 미로가 알아챌까 옆으로 얼굴을 돌려버렸습니다. "아. 그냥 좀 피곤한가봐." "그래?? 기차에서 자면 되지 뭐. 표는??" "여기." 주머니에서 표 두장을 꺼내 드는 형광이. 표에는 정확히 부산.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꿈만 같아." 그때. 별안간 형광이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는 미로. 형광이의 어린 심장이 부지런히 뛰기 사작합니다. 따듯한 그 손길에 형광이는 안타까운 고백을 하네요. "온새미로." "응..??" "미로야." "왜 형광아." "사랑해." 너랑 나랑 사랑했었던 기억을 못해도 좋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순간만 해도 심장이 터져버릴만큼 널 사랑하니까. "응?? 너 울어..??????????" 마지막이란 생각에 눈물을 참지 못한 모양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를 알아챈 미로가 다그치듯 묻자 형광이는 이내 목소리를 바꾸곤 대답합니다. "내가 왜. 돌았냐." "목소리가.." "피곤해서 그렇지. 온샘이 역시 멍청해." "그런가...??잘못들었나??" "흠흠- 아무튼 아 우리 되게 닭살이다 그치." "그러게." "형광아 그러니까 나도 너 정말 많... 어?? 기차 올 시간 다됬다!!!!!" "너도 뭐." 들어야 하는데. "뭐?? 뭐가??" "너도..뭐." 그말 꼭 들어야 하는데.. "뭔 쌩뚱맞은 소리야. 빨랑 가자!!!!!!!얼르은!!!!!!!!!" 미로는 끝까지 알지 못한채 형광이를 기차역으로 이끄네요. 나도 사랑한다는말. 형광이가 마지막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걸 끝까지 알지 못한채.. "형광아 피곤하다며. 안자??" 기차안. 자꾸만 생각에 잠기는 형광이를 괜스레 툭툭 쳐보는 미로. 하지만 형광이는 들리지 않는건지. 아니면 못들은체 하는거지 대답이 없습니다. "이게 말을 씹네. 나 먼저 눈좀 붙힌다 이놈아." 그런 형광이의 태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미로가 눈을 감아버리면. 그제서야 형광이의 시선이 미로에게로 닿습니다. 미로의 얼굴을 계속해서 쳐다보던 형광이의 눈에 요즘 따라 부쩍 많아진 눈물이 차츰 고여 들때. 녀석은 미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하다가 이내 손을 내려 버립니다. "병신..김형광 병신 세끼.." 남자세끼가 되서. 등신처럼 왜 그렇게 무서워 하냐. 온새미로랑 헤어지는거. 온새미로 이제 못보는거. 온새미로 아프게 하는거. 온새미로 우는거.. 왜 그렇게 무서워 하냐..... \부산. "우와 부산이다!!!" 미로에 들뜬 목소리와 함께 도착한 부산. 형광인 들떠서 방방 뛰어 다니는 미로 뒤를 조용히 따라갑니다. "형광아. 오늘은 근처 민박집에서 하루 보내고 내일부터 집 알아보러 다니자!!!" "응." "민박집은. 그래 바다!!!!!!바다에 있는 곳으로!!!!!!!" "응. 그러자" "근데 형광아 너 가방이 좀 작아보인다. 거기에 짐이 다 들어.." 그순간. 미로의 손이 갑작스럽게 형광이의 가방으로 닿는 그 순간 "건들지마!!!!!!!!" 형광이는 혹시나 들켜버릴까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화를 내." "하. 아냐. 좀 피곤해서 자꾸 그런가봐. 미안해.." "........" 그후. 민박집에 도착해서도 둘 사이는 서먹서먹했고 형광이가 한쪽 구석에 짐을 내려 놓을 그때 미로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김형광. 너 왜 나한테 말 안걸어?!!??" "......." "으씨!!!!!!니 맘대로해!!!!!!!!!!" "늦었어. 자.." "오늘이 우리 시작하는날인데. 오늘이 첫날인데!!!!!!!!!!!너 정말 그럴래!?????????" "틀렸어." 병신. 오늘은 우리가 헤어지는 날이야. 멍청한게. "뭐. 뭐?? 뭐가 틀렸다는거야!!!!!!!!!!!!!!" "나 바람좀 쐬고 올께." 형광이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그대로 민박집을 나와버렸습니다. ★75 바로 앞에 있는 바다 옆 모래사장을 걷다가. 그 가운데에 앉아버립니다. "힘들다..." 그리고는 누구에게 말하는건지 모를 중얼거림을 시작합니다. "무섭다.." 조금씩. 조금씩 젖어가는 가여운 아이. "힘들다. 무섭다. 무섭다. 힘들다." 듣는사람이...... "힘들어 하면 어떻하지. 죽고 싶어지면 어떻하지. 다신...... 사랑같은거 못하면 어떻하지." 힘겨울정도로.......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게 작고 작은 목소리로 "울지 말아야 할텐데...." 눈물을 말하는 형광이. "김형광 등신. 오늘 좀 멋지다. 영화 주인공 같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피식 하고 웃어 보입니다. 그러다가 어린아이처럼 바다를 향해 크게 소리칩니다. "그만 뺏어가........ 온새미로꺼 그만 뺏어가. 온새미로 행복 그만 뻇어가!!!!!!!!!!!!!!!!!!!" .... "빌어먹을. 내가 죽겠다고. 내가 죽을테니까.." .....잠시 말을 멈추는 형광이.. 턱 끝까지 올라온 역겨운 눈물을 삼켜버리고는 슬프게 소리칩니다. "이제....그 병신 좀 웃게 해줘....." 그때였습니다. 등 뒤에서 미로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김형광!!!!!!!!!!!!!!!!!김형광!!!!!!!!!!!!" 그순간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행여나 미로가 알아챌까 주먹을 꽉 쥐고선 꺼져 있는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되는 녀석입니다. "김형광 너 이게 도대체 뭐..." 그리고는 지금 온새미로에게 가장 역겨운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형광이는 정말 말도 안돼는 소리들을 행여 미로가 듣지 못할까봐 정말 큰 소리로 떵떵 외쳐대기 시작합니다. 그순간......... 녀석은 정말.. "그래. 지금 바닷가다. 존나 짜증나 뒈지겠어. 아 어쩌냐. 몰라. 근데 온새미로도 진짜 멍청하지 않냐. 내가 지한테 갑자기 잘해주는거 보면 대충 눈치 깠을텐데. 모르는척 하는건가. 하하." 숨을................... "멍청아. 형님이 좀 똑똑하잖냐. 어느 병신세끼가 가만히 있겠냐. 온새미로가 윤여준 데리고 와서 나 구속하면 끝인데.. 그래서 꼬셨지. 절대 입 못열게." 숨을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몰라. 언제 돌아갈지. 빌어먹을..그래도 구속 안당한게 어디냐." 얼마나 아파할까. 미로가 얼마나 힘들어할까. 연기를 하는 내내 형광이는 미로 걱정 뿐입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녀석에겐 이게 최선에 방법이였으니까요. "김.....김..형.....광.....하....하아.....김형광....." 곧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로에 울음과 뒤엉켜 너무 안쓰러운 그 목소리에 놈은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일어섰습니다. 도저히 뒤돌아 볼 자신이 없어서 그자세로 가만히 서있다가 이내 겨우 뒤돌아서 미로를 바라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날입니다. 오늘은 형광이에게 지옥같은 날입니다. "............" 뒤를 돌자 보인건 덜덜덜 떨고 있는 미로의 모습. "씨발. 들켰네..??" 그 모습에 놈은 주먹을 꽉 쥐어봅니다. 눈물로 온통 번져든 얼굴을 들키지 않도록. 금새라도 무너질것 같이 힘이 풀린 다리를 들키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미로를 사랑하는 심장을 절대로. 죽더라도 들키지 않도록. 아주 안쓰럽게.. "말.......으흑...말해.....말해줘 형광아.." 놈은 그렇게 참고 있습니다. "........" "으흑...형광아. 제발...말해줘..... 제...제발 거짓말이라고 지금 나 놀래키려고 혼자...장난.....으흑. 장난 친거라고. 말해줘...제발...제발." "진짜 재수 더럽게 없네. 하필 딱 걸리냐. 아우 씨." 혹시 미로는 알고 있을까요. 지금 이순간 녀석에 심장에서 토해내고 있는 눈물이 얼마나 짙고 많은지. 이 바보같은 녀석이 마지막까지 미로를 위해서 바라고 바라는게 무엇인지. "사랑한다고 했잖아. 형광아. 오늘도 나한테 너 사랑한다고..." 바로 그건. "죽기 싫은데 뭘 못해. 니가 입 뻥긋하면 나 개박살나는데. 뭘 못해." 바로 그건요.. 정말 가슴 저리게도. 이별입니다. 놈이 바라는건 죽을때까지 자신을 기억하지 말아달라는 이별입니다. 녀석은 미로가 죽을때까지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또한 그녀를 배신한 살인자이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죽여버릴꺼야....." 사랑하니깐요. "피식. 누가. 니가??" 미치도록. 심장이 저리도록. 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도 좋을만큼. 사랑했으니깐요.......... "죽여버릴꺼야 김형광!!!!!!!!!!!!!!!!!!!!!!!!!!!!!!!!!!!!!!!!! 죽여버릴꺼라고!!!!!!!!!!!!!!!!!!!! 절대 용서 못해!!!!!!!!!!!! 절대.......절대로!!!!!!!!!!!!!!!!!!!!!!!!" 빠앙-. 그때 소름끼치는 총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졌습니다. 그제서야 미로의 손에 들린 검은총을 발견한 형광이의 동공은 차갑게 식어져갔습니다.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살인자..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나쁜놈.. 죽여버릴꺼야. 김형광.....죽여버릴꺼야..". ".............." "........하아..." 형광이에게 오열하며 총을 겨누던 미로가 이내 털썩 주저 앉아 총을 내려 놓자 형광이는 알수없는 표정으로 그 총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피식 하고 웃어보입니다. 결국은 그랬습니다. 따듯하고 예뻤던 그 오랜 시간이 남자에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렸어도 결국은 그랬습니다.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사랑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사랑을 위해서. 그사람을 위해서.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걸 느꼈던 미로를 위해서 .......모든걸 버릴수 있었어요...... 그것만큼은 정말 진실된 남자의 진심. 누구도 욕되게 할수 없는 남자의 사랑. "병신..." 형광이의 입에서 끔찍하게도 슬픈 음성이 흩어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울고 있는 미로앞에서 천천히 그 총을 자신의 머리로 겨누었습니다. 하느님 따윈 믿지 않았지만. 이순간 형광이는 처음으로 기도 해봅니다. 제발 저여자 만큼은..지켜 달라고. 이렇게 아파하는것도. 숨쉬기가 힘들정도로 우는것도 모두... ...모두... 마지막이게 해달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잊게 해달라고.. 자신과 사랑했던 그 시간들. 그 추억들 모두 저여자가 잊어버리게 해달라고. 가슴아프지만. 온새미로가 김형광을 잊어 버리는건 역시나 끔찍하게 아프지만.... 김형광은 온새미로한테 영원히.. 살인자로 남게 해달라고..... 제발.. 제발.... 저여자 만큼은 지켜 달라고. 그 바보같은 남자는 끈임없이 외치고. 기도합니다. ... ....... "김형광...........? 김형광!!!!!!!!!!!!!!!!!!!" 사랑합니다. 심장이 아플정도로. 눈물이 힘겨울정도로. 온몸이 터져 버릴정도로. 그렇게 죽고싶을정도로.. 사랑합니다. 사랑했습니다......... ★76 "너 뭐하는 짓이야..." 숨이 막혀 오는거 같았다. 정말 그 순간... 그대로 내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장면은 끔찍하고 아팠다. "왜. 내가 죽겠다니까 너..무섭냐." 피식 하고 실소를 터트리다가 이내 나를 응시하는 놈의 갈색 동공. 그래. 아닐꺼다. 꿈을 꾸고 있는 걸꺼야. 아주 끔찍한 악몽을 꾸고 있는것 뿐일꺼야. 눈을 뜨면 아무렇지도 않게 형광이가 인사해줄꺼야. 그래 그럴꺼야.. "하...." "다 들켜버린 마당에..당연히 죽어야지 나." "너 도대체 왜 그래." "아니면 니가 죽을래.?" 웃는다. 놈이 웃어버렸다. 결국 내 심장을 갈기 갈기 찢겨 버렸다. "나쁜놈.." "응." "쓰레기 같은 자식." "...응..." "그래 죽어. 죽어버리란말야!!!!!!!!!!!!!!!!!!! 결국 그랬어. 너같은놈. 결국 다 똑같아. 사람을 죽였는데...믿은 내가 바보야." "온샘이 똑똑하네." 하..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 이용한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난... 나는...정말로. "사랑......." ".........." "사랑...했단말야... 난 정말 진심이였단 말야. 정말 용서할수 있었어. 아빠한테는 눈물나게 미안하지만. 여준이한테도 정말 미안하지만. 너 용서할수 있었어...정말. 정말!!!!!!!!!!!!!!!!!!!!!죽도록 사랑했으니까.. 내 모든걸 버리고 널 사랑하려고 했는데..." 오바이트가 나올것 같았다. 그대로 주저 앉아서 형광이를 노려 보았다. 그 순간에도 비참하게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 "하..근데 진짜 우습다.. 니가 날 완전히 무너트렸네... 그냥 나도 죽여. 나도 죽여버리라고!!!!!!!!!!!!!!!!!!!!!!!!!!!!!!!!!" 그렇게 오열했다. 아무런 표정도 짖지 않은채 날 가만히 내려다보는 형광이를 보며 그렇게 미치도록 슬프게 몸부림쳤다. "잊어줘." 그때였다. 형광이의 입이 열린건. 왠지 모르게 간절하게 들렸던 그 말이 들려온건. "........." "잊어줘..온샘아. 나랑 있었던일 모두 잊어줘." "......하....." "김형광 니 머리속에서 지워줘." "......미친놈...." 아까부터 쉬지 않고 흐르던 눈물이 내 손등으로 떨어지면. 기다렸다는듯 형광이의 힘겨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언제까지나 난 살인자.. 니네 아빠 죽인 살인자.. 난 니가 증오해야 하는사람.. 쓰레기 같은 놈. 널 이렇게 아프게 한...미친놈.. 잔인했던. 지우고 싶은..죽을때까지. 죽어서도 기억하지 않을.....살인자." 그녀석말에 더이상 참을수 없었던 내가 일어서서 소리치면. "미친놈.......더러운놈..죽일세끼!!!!!!!!!!!!!!!!!!!!!!!!!!!" "그래.." 놈은 잠깐동안이였지만. 웃었다. 무슨 의미 였는지 모를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순간 가슴이 아팠다. 너무 아팠다. 턱턱 막혀 와서 숨을 쉴수가 없었다. 그래서 울었다. 차오른 눈물을 토해내며 그렇게 울었다.. "........." 그러다가. 그렇게 울다가 형광이를 꽉 안아버렸다. 그리고 애원했다. 터져나오는 울음 때문에 말하는게 힘겨웠지만 온통 얼굴에 번져든 눈물 때문에 눈을 뜨기 조차 힘들었지만 애절하게. 비참하게. 놈에게 애원했다. "그러지마 형광아...나 이용한거라도 좋아.. 니가 그렇게 나 이용한거라도 괜찮아." "............" 하느님 제발......... "형광아 나 버리지마... 나좀 살려줘......너까지 없으면. 정말 죽어. 너까지 나 떠나버리면.. 나 진짜 숨 못쉬어..형광아.... 김형광...이용한거라도 좋으니까.. 니가 나 사랑하지 않는대도 좋으니까..... 제발...그렇게 잔인한 얼굴로 내 심장 짖밟지마..." 저좀 살려주세요..... 너무 나쁜거잖아...... 형광이한테 마저 버려지는거 너무 잔인한거잖아..... "............." 처음으로......행복했단 말이에요. 이대로 죽어도 좋을만큼.....미치도록 웃어봤단 말이에요...... "사랑해. 형광아. 사랑해...사랑해. 사랑해 김형광. 김형광!!!!!!!!!!!!!!! 사랑해...사랑해 형광아.......흑......흡...." 제발..... 제발........저좀 살려주세요...... "............." 그때 떨리는 형광이의 손길이 느껴져왔다. 떨리는 손으로. 따듯한 그 손으로 날 천천히 안아주는 놈. "솔직히 무섭거든. 나." "사......으흑.....사랑해 형광아.." "죽는거 무서운데.. 앞으로 하고 싶은것도 많을텐데.. 이러는거 후회할수도 있는데... 50년은 더 살수 있는데 죽는거 억울하기도 한데." "나 버리지마. 제발...제발 버..흡..버리지마." "소중해서..." "흑......흑..." "암만 생각해도 김형광한테 온새미로는 전부라서." "............." "앞으로 살 오십년하고 바꿨어. 내 사랑." "무슨.......소리야...." 그제서야 놈에 말에서 이상함을 느껴버린 내가 고개를 들자 그대로 날 돌려버리고는 천천히 따듯한 눈물이 가득 고여버린 내 눈을 가려버리는 형광이. "보지마.." 가려버렸다. 가려졌다. 형광이의 두 손에 의해서 난 정말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그랬기에 놈에 눈물도 아마... "형..광아....?" "그리고 울지좀마 " "너..무슨 소리 하는거야....??하나도 모르겠으니까!!!!!!!!!!!!" "더이상....." 울고...있다. "............" "나같은놈 사랑하지마..제발..." 분명 울고 있다. 목이 따가울정도로. 내 심장이 같이 울어버릴 정도로 형광이가. ......숨도...... ......못쉴만큼.. "...김형........." 울고.......있다...... "제발...나......기억하지마. 제발.." 타앙.- ..... ......................... 그순간. 끔찍한 그 소리가 다시 한번 하늘로 울려 퍼지면. 내 눈을 가리고 있던 형광이의 손이 스르륵 떨궈지면. 그렇게 힘없이 형광이가 쓰러져버리면. "......하..............하하...하......" 그 끔찍한 소리를. 놈에 얼굴로 흐르고 있는 끔찍한 피를 모두 믿을수 없는 온새미로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너.......뭐 한거야....." 형광아....꿈이겠지.. 이 모든거 정말 꿈이겠지...? "............" 웃고있는 형광이. 점점 숨쉬기가 힘든지 거친 숨을 자꾸만 내쉬면서 날 보며 웃고 있는 형광이. "너 미쳤어!???????!!!!!!!!!!!!!!!!! 너 돌았냐구!!!!!!!!!!!!!!!!!너 정말....... 하..............하........... 뭐하는거야 김형광 말도 안돼. 말도 안돼!!!!!!!!!!!!!!!!!!!!!!!!!!!!!!!!!!!!!!!!!!!" "............" "하...기다려. 일단..그래 신고. 신고부터 하고."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피가 잔뜩 묻은 손으로 119를 눌러 신고를 마치고는. 형광이의 손을 꽉 잡고 있길 몇분. "미로야.." 죽지마 김형광. 절대 죽으면 안돼. "조금만 참아 김형광." "한...번만.." 그렇게 애타게 부르지 말란말야.. 정말 마지막인것처럼 그러지 말라구.. "참아.....좀만." "한...번만.....제발 한번만 귀 좀 막아줘..." "하........좀만 참아..구급차 올때까지 좀만." "제발.......미로야 제발..." 간절한 형광이의 목소리에. 어쩔수 업이 귀를 막았다. 그러자 형광이는 있는 힘을 다해서 중얼거리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랑해....." 그리고. 내가 절대 듣지 못하게 했던. 그렇게 들을수 없던 그말을 뒤로. 형광이의 얼굴이 힘없이...돌아갔다. ".............." .......거..... .....거짓.....말..... 삐옹삐옹. 귀가 아플정도로 들려 오는 싸이렌 소리에도 난 멍하니 굳어진채..형광이를 응시했다. "일어나.." 그리고는 미친사람처럼 형광이를 때리며 울부 짖었다. "일어나 김형광. 일어 나란말야!!!!!!!!!!!!!!!!!!!!!!!!!!!!!!!!!!!!!!!!!!" 용서한다고 했잖아...... 너 용서한다고 했잖아. 너 미워하지 못하겠다고 그러기엔 내가 널 너무 사랑해서. 모든걸 버려도 좋을만큼 사랑해서 용서한다고......했잖아. "니가 뭔데. 뭔데 죽어. 니가 뭔데!!!!!!!!!!!!!!!!!!!!!! 나 이렇게 아프게 해놓고!!!!!!!!!!!!!!!!! 니가 왜. 왜!!!!!!!!!!!!!!!!!" 나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애원까지 했잖아... "일어나. 이 개자식아!!!!!!!!!!!!!!!!!!!!!!!!!!! 김형광!!!!!!!!!!!!!!!!!!웃기지마. 너 안죽어. 나 이렇게 죽을만큼 아프게 해놓고 죽으면 너 정말 인간 아냐.... ...그러니까.. ....제발 일어나...." 왜..... ...형광아 왜... 니가 나한텐 마지막이라는거 알면서... 나한테 남은건 너뿐이라는거 알면서. 왜... 대체 왜... "이러지 마세요."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르러 울어대는 날 잡고는 구급차에서 들것을 들고 오던 요원들. 한 아저씨가 피로 범벅이 되어 버린 형광이를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버린다. "죽었어..이게 정말 무슨 일이람." 그리곤 형광이의 목에 손을 대보더니 그대로 하얀천을 덮어버린다. "경찰에 신고..." "안죽었어요.." 그러면 나는. 병신같은 온새미로는 하얀천을 겉어내고는 형광이를 그대로 안아버려. 그것도 아주 꽈악. 그 누구도 데려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형광이 안죽었어. 누가 죽었대. 하얀천으로 덮지 마요!!!!!!!!!!!!!!!!!!!!! 형광이 숨막히게 하지마요. 얘 안죽어요. 왜 죽어!!!!!!!!!!!!!!!!!!!!!!!! 김형광 일어나. 빨리 일어나란말야!!!!!!!!!!!!!!" 그순긴 비릿한 피 냄새가 역겹게 코에 진동을 했다. "..학생..."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형광이의 심장은 더이상 뛰지 않았다. 안돼는데...... 정말 안돼는데... "하.....살려........주세요.......... 제발........형광이좀 살려......주세요..... 아니 나좀......살려 주세요...... 나 얘 없으면 죽어요... 나 진짜 죽거든요....? 나 진짜.......나 정말........." 죽는단말이에요..... "............" 그렇게 아저씨를 붙잡고 울다가... 난 정신을 잃어버렸다. ..... ................. ...... ........... ★77 \3일뒤. 눈을 떴을땐. 하얀천장이 제일 먼저 보였다. "미로야 괜찮아...?" 들려오는 민경이 목소리. 그리고 걱정스럽게 날 쳐다보는 라경이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역시.....꿈이였어.." "어...?" "다행이다..다행이다. 진짜 숨막혀 죽을껏 같았는데. 정말 심장을 누군가가 도려내는것만 같았는데... 모두 꿈이였어. 꿈이여서 다행이야.." 꿈을 꾼거 였나보다. 아주 지긋지긋한 악몽이였나보다. 역시... 꿈이 였나 보다... "미로야....." "라경아. 내가 정말 끔찍한 꿈을 꿨거든...? 형광이가 죽는 꿈.. 이럴게 아니라 형광이한테 전화 해줘야겠다.." "온새미로!!!!!!!!!!!!!" 안타깝게 날 부른건 라경이. 큰 목소리로 고함을 친건 민경이였다. "왜..." "김형광.....죽었잖아..." "뭐..?" "장례식 어제 끝났어..." "아냐!!!!!!!!!!!안죽었어!!!!!!!!!!! 누가 죽었대...안죽었어!!!!!!!!!!!!!!!!!!!!!!" 목이 따까울정도로 고함을 질러대는 날 꽈악 안아주는 라경이. 갑자기 울어버린다. 아닌데..형광이 죽은거 아닌데.. 자꾸 그러면..... 나 정말...죽을수도 있는데.. "미로야...어쩌면 좋아..우리 미로 어쩌면 좋아......" "라경아...정말.....이야..?" "형광이......많이 아팠겠지..?" "김형광...안죽었지?? 김형광이 왜죽어...알지. 민경아 너도 알지!!!!! 나 형광이 때문에 웃음 찾은거... 우리 형광이좀 불러줘.. 나 지금 무서우니까 형광이보고 안아달라고 할려구... 꽉 안아달라구 하게 형광이좀 불.." "그만해!!!!!!!!!!!!!!!!!!!온새미로. 정신차려!!!!!!!!!!!김형광. 죽었어!!!!!! 그래서 개네 학교 발칵 뒤집어지고 개네 엄마 쓰러지고. 도원석 잠수타고. 너 무너지고.." "......민경아..." "알겠어?????그러니까 제발 정신차려!!!!!!!!!!!!" 민경이의 고함에 나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아파..." "............." "아파 죽겠어....." ".............." "죽......을꺼......같아..." "..............." "심장이....." "하.......미로야.." "정말 죽...을꺼 같아....." 아무리 발버둥 쳐바도 변할수 없다. 변하지 않는다... 놈은...그렇게 떠났다... 가장 잔인한 모습으로. 그렇게...떠나버렸다.. 일주일후. 어젠 밥도 한그릇 다 비웠다. 그리고 오늘 퇴원을 한다. 학교엔 다음주부터 갈 예정이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아야 한다. "..........." 난 그렇게....형광이를 잊기로 했다. 매일 너무 울다가 오바이트가 나와서 한시간이상 토를 해야 했고. 간간히 꿈속에 나오는 형광이의 모습에 울면서 잠을 깬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럴때마다 정말 이를 악물며 참았다 그렇께까지 난 형광이를 잊고 싶었다. 결국 떠나버렸으니까.. 놈이 원하는데로 난 평생 그아이를 잊고 살것이다. 증오하고. 경멸하며 살것이다. 그게 유일한 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똑똑-. "뭐야? 퇴원하는마당에 누구래??" 옷을 챙기고 있는 도중 병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자 라경이는 누구냐고 물었고. 상대편에서 아무 대답이 없자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아 도대체 누구냐니깐....너..??!" 정하..울..?? "온새미로. 잠깐 얘기좀 하자." 뻥져있는 라경이를 무시하고는 날 향해 동공을 고정시키는 그아이. "너랑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건데." 내 가시돗힌 말에 "이라경. 잠깐 나가있어주라..부탁할께." 잠겨있는 목소리로 정하울이 말했다. 그러자 내 눈치를 슬슬 보다가 라경이가 병실을 조심스럽게 나가버렸고. 병실엔 놈이 원하는데로 나와. 정하울 둘밖에 남질 않았다. "할얘기가 뭔데." "김형광 얘기." "하..." 그순간 정말로..어이없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나가." "뭐...?" "그 살인자 얘기 하려면 나가라구. 끔찍한 그얘기 하려면 꺼지라구!!!!!!!" "..........." 아무말없이 날 노려보는 정하울이였다. 난 그아이에게 다시 한번 부탁했다. "나가줘...제발.." 정말 듣고 싶지 않았다. 다시 듣게 되면 어그제처럼 토가 나올정도로 울어버릴것 같았다.. "불쌍하지도...않냐." "하하..뭐?" "그 병신이 불쌍하지도 않냐!!!!!!!!!!!!!!!" 기막혀.. "불쌍하다고?? 그럼 난. 난 뭔데.??" 끝까지 애원했어. 끝까지 날 버리지 말라고 소리쳤어. 진짜 불쌍한건 나라고. "온새미로.." "김형광!!!!!!!!!!!!처음부터 날 이용했어. 내가 다 알게 되자. 자살한거고. 끝까지 할말 못말 다 하고 갔다구!!!!!!! 불쌍하다고? 하하.. 그런 애가 불쌍하다고..??" "부탁한다. 제발..형광이 사랑..그렇게 무너트리지 마라." "사랑?.사랑이라고...하..진짜 우습다." 허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슴이 아프다.. 어떻든. 녀석에 이야기는 모두..아프다. "형광인 끝까지 널 지켜주고 싶었던거 뿐이야.. 그 병신같은 세끼는... 니가 기억하면 안돼니까..자신이 살인자로 남은거라구!!!!!!!!! 니가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게. 영원히 기억할수 없게.널 위해서!!!!!!!" "뭐......?" "나라면 아무리 그래도 김형광 믿었어. 그리고 그자식이 그런짓 하기전에 말렸어.. 너 김형광이 널 얼마나 사랑했는줄 아냐.? 그자식이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무...슨.말이냐고....." 머리가...아프다. "니네 아빠를 죽인거!!!!!!!!!!! 김형광이 아니라..너라구... 진짜 범인은 너였다구. 니네 아빠가 너 버려서 니가 니네 아빠집에 불지른거라고.. 윤여준도 김형광도. 둘다 너한테 거짓말한거야.. 너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뭐......" "그세끼는 어땠을꺼 같은데... 김형광은...얼마나 아팠겠냐구....." 정하울에 눈에 고인 눈물이 이내 떨어졌고 "거짓말이라고......해줘." "..........."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제발......제...발.." 난 믿을수 없는 이야기에 무너져버렸다.. ...... ........................... ........... .................... ........ ........... \학교 옥상. 몇일째 학교에 안나오던 여준이가 오늘 자퇴서를 내러 학교에 왔습니다. 형광이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미로와도 일체 만나지 않은체 술로만 버티고 버텼던 이주일. 결국 여준이는 오늘 자퇴를 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옥상에 서서 익숙히 담배 한대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는 놈. "후우..." 여준이의 입가에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연기들. 여준인 하늘을 바라봅니다. "김형광..." 그리곤 그녀석의 이름을 안쓰럽게 불러 봅니다.. "김형광..." 다시 한번.. "......형광아....." ... "미안....하다..." 어쩌면 형광이의 소식을 듣고 가장 힘든 사람은 여준이 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형광이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견딜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타악. 그때 옥상문이 거칠게 열렸습니다. 그리고 보인건 병원복을 입고 있는 미로의 모습. "온새미로...?" 부들부들 떨리는 미로의 모습에 여준이는 급하게 담배를 껐습니다. "너 여긴 어떻게..." "다들었어. 정하울한테.....다 들었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았지만 미로는 간신히 버티며 여준이를 노려봅니다. "뭘.." "내가...범인이라는거.." "........." "니가.......날 속였다는거....." 허탈한 한숨을 내쉬는 여준이였습니다. 웃어보입니다. 아니.. 울어버립니다. "그세끼 개지랄 떠는거니까 믿..." "믿지 말라구. 나 그럼 평생 이렇게 살까?? 우리 불쌍한 형광이 미워하면서!!!!!!!! 증오하면서 평생 이렇게 살아......?? 그럼...... 형광이는 너무 불쌍한거잖아..." "............" "처음이야. 누군가를 이렇게 증오해본거." 미로의 차분한 목소리에 여준이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응시합니다. 미로는 그런 여준이에게서 한발짜국 더 물러서고는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왜.....그랬어?" "............" "왜.....그랬냐구...왜..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한거냐구....." "온새미로.." 오열하는 미로 모습에 그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여준이. 하지만 미로가 뒷걸음질 치며 여준이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 버리네요. "니가..형광이를 죽였어.." "하..." 그말에 허탈하게 웃어보이는 놈이 였습니다. "넌 형광이를 죽이고.....나를 죽였어.." ".......응....." 너무 슬펐고 가슴 아팠던 그 목소리. "니가 너무 미워.. 정말 미워서 다신 보고 싶지 않아.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되버렸어...나한테 넌.." "........." "그렇게 까지...할 필요가 있었을까..?" ".........." "꼭 그렇게까지!!!!!!!!!!! 거짓말을 할필요가 있었냐구!!!!!!!!!!!!!!!!!!!!!!!!!!!!!!!!!" 머리가 아프도록 미로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준이를 용서할수 없었으니깐요. 이 모든걸 만든 여준일 절대 용서할수 없었던 미로입니다. 그런 미로에게 여준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사랑해서 그랬어. 오년동안 너 뒤에서 지켜봤던게 너무 힘들어서 기억 잃은 너한테 욕심낸건 내 잘못이지만.. 어쩔수 없었어. 미로 널 너무 사랑했으니까.." 그랬기에 놈은 형광이에게 무릎까지 꿇었던겁니다. "개소리...미친소리..역겨운소리....."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형광이에게 간절히 부탁했었던겁니다... "........그래......" "날...사랑한다고 했지.??" "............" "그럼 너도 눈앞에서봐.. 사랑하는 사람이 니앞에서 죽는 모습." ★78 그때 미로가 갑자기 옥상 난관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있던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온새.....미로...?" "똑똑히봐. 윤여준." 그리곤 여준이 앞에서 팔목을 칼로 조금씩. 조금씩. 긋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역겨운 피가 미로 팔에 흘러. 엉망으로 만들어 놓네요.. "하지마......그만해!!!!!!!!!!!제발 그만해!!!!!!!!!" "한발짜국이라도 다가오면 이대로 떨어져 죽어버릴꺼니까. 맘대로해." "하............." "니가......형광이하고 날 죽였어....." "제발........제발 그만해......" 너무나도 안쓰럽게.....오열하는 여준이. 미로는 그런 여준이를 보며 다시한번 세게 손목을 그어버립니다. "그만해...그만해 미로야. 제발 그만해!!!!!!!!!!!!!!!!!!!!!!!!!!내가 죽을께. 내가 죽을께..... 하...제발.....제발!!!!!!!!!!!!!!!!!!!!" "형광아. 보고 있어..?? 김형광...보고싶어..... 조금만 기달려...알았지." 미로가 하늘을 보고 중얼거리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자. 여준이가 털썩 주저 앉아서 울어버립니다... "제발....미로야..제발...." "............" "내가 잘못했어...그래. 내가 형광이 죽였어. 하지만...나도 그걸 원해서 그런게 아니였어... 널 위해서...니가 너무 아파할까봐.. 그러면 나도 살지 못할꺼 같아서..... 그래서..." "김형광...이야..." 울고 있는 여준이. 자신에게 애원하고 있는 여준이가 보이지 않았던걸까요. 그녀석에 간절한 말이 들리지 않았던걸까요. 미로는 오년동안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해주었던 여준이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말들을 뱉어 냅니다. "제발....... 이렇게 부탁할테니까...그만해..." "온새미로가 사랑하는사람은. 죽을때까지. 죽어서도 김형광이야." 놈은...... "안할께. 너 사랑 안할께...." 끝까지..... 미로를 지켜주고 싶었던것 뿐이였는데... ".................." "너 잊을께. 니 앞에 다신 나타나지 않을께. 죽어버릴께.... 그러니까...그만하고 내려와..." 울면서 애원하는 여준이 모습에. 미로는 다시 한번 손목을 세게 그어버립니다. 그순간 일정하지 않게 뚝뚝 흐르던 피가 짙어졌고. 미로는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하......." "만약......다음.....세상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미안해...." 안쓰럽고... "너같이 끔찍한 애는 절대 사랑하지 않을꺼야... 그때도 난......김형광이야.." ".......사랑해서.....미안해......" 미치도록 간절한 여준이의 외침..... "............" "아프게해서...내 사랑이 널 죽여서.....미안......해.." 이제 더이상 견딜수가 없던 미로는. 온몸에 힘이 풀려버린채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져버렸고. ".......벌이야 여준아.... 이거 내가 너한테 주는 벌이야......." 그렇게 그녀는...마지막 말만 남겨버린채... ".................." 미로가 쓰러지자. 그대로 달려가서 미로를 안아버리는 가여운 여준이..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켜줄수 없었던 그녀를 안고 오열하기 시작합니다.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오열합니다. "하....하하..." .. "거짓말......말도안돼..... 미로야...... 미로야..... 제발 눈좀 떠봐...응??미로야....." 안고있던 미로를 놓고는 피식 하고 웃어버리는 가여운 그녀석. 미로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잡고는 난관에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버렸습니다. "기억나..?" 그리곤.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을껄 알면서도. 놈은 그렇게 안쓰럽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 ..... "형광이랑...너랑 나랑 맨날 선생님들한테 개겨서 얻어터졌던거.. 우리 한강에서 상어 잡는다고 가출했던건..기억하려나..? 알바 하겠다고 우리 대딩이라고 속이고 술집갔던건..기억나..?" 나 혼자만 하고 있는 그 기억들말야... 니들 다 잊어버린 기억. 그래서 쉬지 않고 날 울렸던 그 기억들... "병신들.....먼저 잊어버린게 누군데.. 나도 얼마나 아팠는데... 니들이 나 잊어버려서. 하나도 기억해주지 않아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놈은 어린아이처럼 목놓아서 울어버립니다. 소중했던 친구를 외면해야 했고.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 끝까지 단 한번도 자신을 봐주지 않았지만... 끝까지... 그녀를 사랑했던 바보같은 사람. "나 예언 예전부터 진짜 잘했잖아. 이 윤여준님 오늘 또 예언 하나 한다. 내일 신문 1면에 우리 기사 뜬다. 구라갔냐.?? 진짜야." 잠시 침묵.. 쓰러져 있는 미로를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무는 여준이. 그러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뭐라고 뜨냐면.......... '온새미로 자살. 윤여준도 견디지 못하고 함께 자살..'.." 그리곤 피식..하고 웃어버렸습니다. "......견딜수 없어서........함께..자살.." ......... ....... 한번도 봐주지 않았어도. 나 혼자만 한 사랑이였어도. 단 하루도 함께이지 않았어도. 마지막 만큼은 함께.... 비참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함께여서.. 미치도록 감사하고. 미치도록 행복한 병신. 윤여준. 그렇게 함께이고 싶던 그녀와 함께.. 사망............... \한달후. 온새미로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한달후에는 전국이 떠들석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어버렸다. 각종 포탈 사이트에서 '온새미로 이야기' 라는 검색글이 1위를 차지했고.. 까페까지 만들어지며 이들의 사랑에 감명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답다. 너무 안타깝다' 라는 리플들을 달았고. 일부의 사람들은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였다'라는 리플을 달기도 했다. 현재 온새미로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 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이 보여준 사랑은....이하 생략. -XXX뉴스 김기자- 한 까페. 온새미로 이야기에 영화 시나리오를 열심히 쓰고 있는 작가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듯 맞은편 실장을 불렀다. "실장님." "네..? 왜요. 시나리오가 잘 안써져요??" "아뇨. 그게 아니라.." "네. 말씀하세요." "그아이들...천국에 갔을까요.??" 뜬금없는 작가에 말에 실장은 커피 한모금을 마시곤 대답했다. "당연하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방법은 달랐지만...자신들의 사랑을 지켰잖아요." "흐음..." "어쩌면.." "네..?" "가장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가장... 행복한 이야기 일지도 몰라요.." "하핫. 전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히 전." "네." "그런 사랑을.....해보고 싶어요..한번쯤은.."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에게 소중했던 그사람을 사랑하고 지킬수 있었던... 그 아이들 처럼요... 작가에 말에 실장은 그저 옅게 웃을뿐이였다. "하늘에선 행복해야 할텐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려 놓는 작가에게 실장은 말한다. "그건 그아이들 만이 알겠지만..... 아마 행복할꺼에요.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사랑했으니깐요." . . . . 사랑은 말이죠. 자신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래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한테 가장 소중한 그사람을 위해서 하는게. 그게 사랑이래요. ★ -아까부터 김형광이. 숨도 못쉴정도로 계속 울어.. 계속 울기만 한다고!!!!!!!!!!!!! * "못난이 못난이 하면서. 내가 너 못난이라고 한번했다고 나랑 존나 싸운거 아냐?? 니 연락 안온다고 지성질대로 핸드폰 부셔놓고 연락올지 모른다면서 고쳐야한다고 얼마나 개지랄떨었는데 니 생각한다고 혼자 키득키득대는 정신병자녀석이다. 애들이랑 놀때도 너 보고싶다면서 뛰쳐나간세끼고. 너 만난날이면 우리한테 하루종일 자랑하느라 정신없었던세끼야. 김형광 딱 그만큼 너 좋아해.!!!!!!!!!!!!! " * "내가 다 잘못했어. 온샘아. 내가 다 미안해.." "........." "그러니까 울지마..." * "또또 내기할까?" "뭔 내기." "김형광이 온새미로 잊는데 걸리는 시간." "좋아!!!!!내기라면 나 또 환장하는거 알지??! 6개월 건다. 깔끔하게. 넌?" "난.." "넌 뭐 세꺄." "깔끔하게. 백년건다." * "지랄같은 도원석. 이름 걸고 말하는데.. 이세끼한테 너 이제 전부야. 병신아 * 정말 바보같이 한여자만을 사랑했던 김형광 바이바이. ★ "하루하루!!!!!!!!!!!! 몸서리 칠만큼 괴롭게 지내는 난 안보이지!!!!!!!! 봐주지도 않는 너. 억지써가면서 옆에 있는 비참한 난 안보이지. 다른사람 사랑하는 니 뒷모습 보면서. 끝까지 괜찮다. 난 괜찮다. 스스로 위로하는 엿같은 난 안보이지." * "미로...아프게 하지말자.. 미로만은 아프게 하지 말자.. 정말 정중히 하는 부탁이다." * "윤여준이...... 목숨보다...사랑하는 여자.." * "....미안해..미안해 여준아." "사랑해. 사랑해 온새미로." * "넌 나 얼만큼 사랑하냐..?" "............." "질문을 바꿀께." "............" "넌.. 나 사랑하냐.?" * 비참했던 사랑. 안쓰러웠던 사랑. 힘겨웠던 사랑. 윤여준도 바이바이. ★ "널 미워할수 있게 해줘서. 죽도록 미안했던 그마음. 이젠 잊을수 있게 해줘서." * "좋아해..형광이. 좋아해. 정말 좋아해... ..라경아. 민경아..나 정말 어떡하면 좋지.. 잊어야 되는데.. 여준이 위해서라면 잊어야 하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도저히 안돼. 쉽지 않....." * "형광아 울지마.." "울지마 형광아.......울지마.....무너지지마....." * 그래서.. 심장이 아파요. 아파 죽겠어요. * 여리고 여렸지만..형광이를 목숨만큼 사랑했던. 온새미로도 이제 정말 바이바이. ※그동안 온새미로를 읽어주신 모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