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소설닷컴(http://cafe.daum.net/youllsosul) 소설제목 : 사랑하는 방법(Beloved dear Method) 작가명 : 김구리 E-mail : duswlgod1004@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3 총편수 : 47편(完) (용량초과로 10편씩 묵어서 올립니다)장르 : 로맨스출처 : 김구리, 최고를 말하다 -------------------------------------------------- 사랑주는 방법을 몰랐을 뿐. 사랑받는 방법을 몰랐을 뿐. 다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프롤로그 "여보세요?" [뚜욱...] 뚝.... 벌써 이런 식으로 전화가 온 지도 일주일째. 내가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고 난 뒤, 한 2초 뒤에 뚜욱.. 하고 끊어버린다. "휴-우." 처음에는 장난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벌써 일주일이 넘은 상태이다. 똑같은 식으로 전화가 오니 그나마 열은 받지 않았다. 뭐, 당연히 처음에는 화가 났다. 장난이지만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며칠 째 이러니 화가 났다. '너나좋아하니?(당근)너나사랑하니?(당근)♪' 유치뽕짝한 나의 벨소리. 한 물이 간 나의 벨소리지만 난 왜 이리 이 벨소리가 좋은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액정을 보았다. 또 다시 [발신제한없음] 이라고 뜨고 있다. 난 혹시나 아까 전화를 한 사람일까는 생각에 얼른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꼭 이유를 물어보겠어. 달칵, "여보세요?" [......]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아무말이 없다. 하지만 2초가 흘렀는데도, 훨씬 흘렀는데 끊기지 않은 전화. 난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에 침착하게 숨을 크게 내쉰 다음에 말을 꺼냈다. "저기요..혹시 할 말 있으세요? " [......] "매일같이 전화하시는 분 같은데...누구세요?" [.......] "말씀을 하셔야 제가 계속 받든가...." [......뚜욱] 뚝.... "뭐야!!!!! 이 자식!!!!!!!!" 이번에는 정말 밝힐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들뜬 마음이였는데 역시 큰 오산이었다. 괜히 보기 싫어진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버리고, 방에서 나왔다. "공윤해!!!!!" "왜?" "가서 상추 좀 사와." 방에서 나오자 내 이름을 황급히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난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을 예상하고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황급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 체 나의 예상을 맞혀버리고 말았다. "아, 싫어. 귀찮아." "그럼 아빠보고 삼겹살 사오지 말라고 한다?" "삼겹살? 오늘 고기 먹어? " "그래. 빨리 갔다 와." "오케이!! 돈 줘! " "여기. 아줌마보고 많이 좀 달라고 해! " 엄마의 말을 그대로 무시한 체 2000원을 꽉 손에 쥐고서는 황급히 집에서 나왔다. 오랜만에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콧웃음까지 나오고 말았다. 얼마 가지 않아 슈퍼에 들려 상추를 사고 난 뒤 집으로 와 고기 먹는다는 생각에 웃으며 엄마에게 들고 있는 상추를 넘겼다. "왜 자꾸 웃어? " "오랜만에 고기 먹잖아. 헤-헤, " "아. 아빠 오늘 늦게 오신다고 같이 못 먹는데." "에?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엄마의 말에 웃고 있던 나의 표정도 한 순간 일그러지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계속해서 음식을 만들며 내게 말한다. "오늘 야근이랜다. 그냥 된장찌개나 해먹자." "아! 싫어!!!내가 가서 고기 사오면 되잖아!" "얘가 왜 이래! 내일 먹으면 되잖아. 조용히 하고 니 방이나 좀 치워." "이-씨, 짜증나! 괜히 갔다 왔어!" 오늘 그렇게 먹고 싶었던 고기를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열이 받쳐 오른다. 거기다가 내 방이나 치우라는 엄마의 소리에 또 괜히 열이 더 받쳐 오르고 말았다. 씩-씩 거리며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짜증나..고기 먹고 싶은데." 진짜 한 달간만에 먹는 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물거품이 되는건가. '너나좋아하니?(당근)너나사랑하니?(당근)♪' 심히 크게 울리는 나의 유치뽕짝한 벨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액정안에는 못 보던 번호가 떠 있었다. 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렇게 폴더를 열어 받았다. "..여..보세요?" [......] 아무 말이 없다. 문든 생각나는 건 매번 발신제한표시로 전화를 하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그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말을 건내보았다. "...오늘 번호없이 전화 했던 사람이죠?" [............] 역시나 아무 말이 없다. 정말 그 사람인가? 근데 이번에는 번호가 있는데.. 도대제 누구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낮은 저음목소리의 허스키한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가 아니였던 것이였다. [....다행이다] 드디어 말했다. "네?" [계속 안 받길래 걱정했잖아] 이제는 뜸도 들이지 않고 계속 말하는 이 남자. 역시 여자의 목소리가 아닌 걸 보면 남자인 걸 분명히 알려준다. "...혹시 매일 같이 번호없지 전화 한 사람 그 쪽 맞죠?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무슨 말을 할까. 혹시나 아니면 어떠자 하는 마음에 약간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며 대답을 해주길 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몇 초가 지난 뒤에 들려오는 이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응] 그리고 내가 그토록 궁금했던 전화의 주인공이였다. 근데 왜 이렇게 갑자기 밝히는 걸까? 낮에도 전화할 때 그냥 바로 끊더니. "근데 누구신데 왜 번호없이..." [...말순아] 말순?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닌, 처음 들어보는 말순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난 혹시나 잘못 전화를 한걸까 하는 생각에 말을 했다. "저기..잘못 거시는 거 같은데요?" [....] "잘못..거셨..." [....할게] 응? 내가 말하는 순간에 말하는 바람에 그 앞에 있는 말을 듣지 못했다. 잘 못 들은 바람에 다시 말해주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한 1분이 흘렸을 쯤. 이 남자는 아까와 다르게 활기찬 목소리로. 아까와 다른 분위기로, 이 말을 하고서는 끊어버리고 말았다. ...... ................. ......... [말순아, 오빠가 내일 또 전화할게!] 1편 [말순아, 오빠가 내일 또 전화할게!] "..에? 여보세요? 여보...." 뚝..... 또 다시 끊겨진 전화. 근데 내일 또 전화한다고? 전화하지 말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바로 끊는 바람에. 약간의 아쉬운 마음과 쓸쓸한 마음으로 끊겨진 핸드폰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띈 것은. "아, 번호가 있었지!" 그러면서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 몇 초간의 신호음이 흘러가자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저기..저...." 뭐라고 다시 말을 해야할지 순간 고민이 되고 말았다. [누구세요?] "아까..그 쪽이 전화하던..." [김말순?] "네에? 아...뭐, 아니긴 한ㄷ...." [권요한!!! 너 원조교제하냐? 아니면, 이 아줌마는 뭔데] 김말순이냐고 물어보는 말에 살짝 당황해 다시 말하려고 하는 순간, 나의 말을 씹고선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들. 이 남자가 핸드폰의 주인인 권요한 이라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그것도 아줌마라는 황당한 말과 함께. "저기요! 전 아줌마가 아니고ㅇ..." [아줌마, 다시는 우리 요한이한테 전화 걸면 죽어요] ....뚝... 그리고 또 다신 끊겨진 전화. 아까와 똑같이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또 다시 쓸쓸한 체 전화를 끊어야 했다. 음.. 권요한.... ※ "미쳤다, 미쳤어!" "밥 먹고 가 기집얘야! 어제 안 먹었잖아!" "안돼! 나 오늘 주번이란 말이야! 갔다올게! " 쾅, 어제 그 전화 때문에 심란해져버리고 말았다. 평소같으면 그냥 그랬을텐데. 하지만, 드디어 장난전화를 건 사람이 밝혀지고 권요한 이라는 이름이 나의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그러는 바람에 어제 밥도 먹었다. ........ 사실 된장찌개가 먹기 싫어서 안 먹었다... 하여튼, 오늘이 월요일 이라는 것을 깜빡 잊어버린 나. 그리고 내가 이렇게 더 빨리 가는 이유는 엄마에게 말한 주번 때문이 아니였다. "여보세요!! 윤다희!! 선생님 왔어? " [얼른 와! 너 숙제도 안 했잖아. 빨리 와! ] "아, 대신 좀 해줘! 늦을 꺼 같애!" [내가 니 년 때문에 못 살아. 알았어!] 바로 숙제 때문이였다. 하하, 아침자습시간에 수학 숙제를 검사를 하신다는 토요일날에 했던 담임선생님의 말이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그래서 황급히 다희에게 전화를 걸어 숙제를 부탁을 했고, 왠지 여유로워진 마음 때문에 점점 걸음은 느려졌다. ............. ....... ................................... ........ ................ "숙제 안 한 사람들은 교무실로. 다른 사람들은 1교시 준비하고." 간신히 선생님 오시기전에 난 학교에 도착했고, 내가 오는 동안에 열심히 숙제를 해준 다희 덕분에 난 화난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에 가지 않았다. "좋냐? 누구 덕분인지 알지? 너 나 아니였으면 깜지5장 썼다." "그래. 고맙다! 있다가 끝나고 아이스크림 사줄게." "정말? 좋아. " 나를 위해 열심히 숙제를 해준 다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했고, 다희도 만족한 지 웃음을 띄운다. 1교시를 준비 하기 위해 책상 서랍에서 책을 꺼내려고 하자 이 때 들려오는 진동소리. "아침부터 누구지." "왜? 전화야? " "응? 응....어? "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자 액정안에는 어제의 그 번호가 보였다. 난 혹시나 정말 전화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누군데?" "말했잖아. 일주일동안 장난 전화 건 사람." "아-. 알아낸거야? " "지가 알려준거지 뭐, 여보세요? " 나의 말에 다희는 궁금한 듯한 표정을 나를 바라본다. 난 그런 다희에게 손짓으로 잠깐-이라고 한 뒤에 폴더를 열어 받았다. [.........] 나의 여보세요 의 처음과 같이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이 남자. 난 또 다시 끊겨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가 먼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들려오는 목소리. [말순아] 어제 이 남자가 말했던 이름이었다. 난 다시 핸드폰을 귓가에 갔다대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이 이름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학교야?] "네?" [학교냐고, 수업중이야?] "...아니, 수업은 아닌데..." [아, 그럼 수업 시간에 나랑 문자하자! ] 라고 나를 황당하게 만드는 이 남자의 말. 황당한 표정을 하니 다희는 왜 그러냐며 답답해 죽겠다며 옆에서 말한다. "아니.." [난 지금 수업중인데 전화하고 있어] "......." [나 짱이지?] 이 남자, 자꾸만 날 당황하게 황당하게 만든다. 수업시간에 전화를 하고 있다며 일단 학생이라는 얘기인데.. "저기..도대체 누구세요?" 난 이제 시간을 끌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물어보았다. 나의 물음에 또 다시 침묵을 하는 이 남자. 다시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에, [말순이의 첫사랑] 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저기요, 전 그 쪽이 찾는 말순이가 아닌 거 같애요." [.........] 나도 당당하게 말하자 이 남자는 또 다시 침묵을 한다. 왠지 풀이 죽을 꺼 같은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좋게 말을 하려고 하자. [말순아, 재미없다] "....아..저기.." [나 핸드폰 선생님한테 걸린 거 같으니까 있다가 학교 끝나고 전화할게!] "아..저기 !! " 뚝... 뭐, 또 다시 내가 말 할 틈도 주지 않은 체 끊겨졌다. 몇 번이나 당한 나는 대수롭게 핸드폰을 주머니속으로 넣었다. "뭐야? 누구야? 도대체. " 그리고 잊고 있었던 다희가 눈에 띄었다. 너무나도 궁금한 표정을 나를 바라본다. "말했잖아. 장난 전화 거는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누군데? 너 모르는 사람이야?" "응. 근데 자꾸 나보고 말순이래." "말순이? 말순이가 누군데? " "모르니까 나도 그렇지." 도대체 말순이가 누군지. "그럼 너한테 장난전화 건 사람 남자야?" "응? 응. 남자 목소리니까 남자겠지? " "아, 진짜? 누구야? 이름도 몰라? " "이름?" ..... .............. [권요한!!! 너 원조교제하냐? 아니면, 이 아줌마는 뭔데] ....... ................. "...권..." "권?" "권요한 이라는 같던데?" 2편 "권요한 이라는 같던데?" "권요한?" "응." "음...." 권요한 이라는 이름을 듣더니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다희. 난 그런 다희를 보며 묵묵히 궁금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쉬는 시간이 끝날 때쯤, 다희는 드디어 생각이 났는지 박수를 치며 나를 쳐다본다. "걔잖아!! 존나 유명한 얘! " 라고 내게 흥분한 상태에서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러는 바람에 주변에 있는 아이들까지 보게 되었고, 난 민망한 마음에 얼른 다희보고 자리로 가라고 했다. 그러자 다희는 있다가 다시 얘기를 해주겠다며 자리로 유유히 돌아갔다. ...권요한이 유명하다고? 난 그렇게 공부시간에 칠판만 바라보며 머릿속에서는 권요한 이라는 남자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 "권요한, 존나 유명해. 왠만한 얘들 다 걔 알걸? " "걔가 그렇게 유명해? 왜? " "그야 잘 생기고, 돈도 많고, 거기다가 성격이 끝내준대. 그래서 인맥이 죽이는거지." 쉬는 시간이 되어 나도 모르게 권요한 이라는 남자가 궁금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희에게 다가갔다. 다희는 내가 앉자마자 권요한의 대해서 이리저리 말해준다. "근데 그런 얘가 왜 나한테 장난 전화를 해? " "나야 모르지. 근데 확실해? 권요한 맞아? 동명인 아니야? " "아니야. 분명히 얘 친구가 권요한! 이랬다니까? " "에-이. 걔가 너한테 장난 전화를 할 이유가 뭔데? 어? " 하긴, 그렇게 유명한 얘가 나한테 전화 할 일이 없지. 그럼 그냥 동명인인가? 아니면 권요한이 아닌가? "아무튼 난 자리로 돌아간다." "왜? 아직 쉬는 시간 안 끝났어! " 그런 다희의 말을 처참히 무시한 체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와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또 다시 쉬는 시간을 흘렀고, 수업 시간이 되었다. 난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마다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 까지 생각한 결과로는 두 개가 나왔다. "하나는 니 말대로 동명인일 수도 있고." "그리고?" "뭐, 아니면 권요한 아니라는 거지." "뭐야? 고작 계속 해서 생각해서 나온 결과가 그거야? 아까 얘기했잖아." "아-, 몰라."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결과는 이것였다. 분명 둘 중에 하나 맞겠지 하는 생각으로 급식실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급식실이 눈 앞에 보일 때쯤, 주머니속에서 울리는 진동. 난 발걸음을 멈추었다. 옆에 있는 다희까지 멈추며 나를 쳐다본다. "뭐해. 얼른 받아봐." "어? 응." 난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제부터 낯이 익는 번호. 난 보자마자 놀란 눈을 하며 다희를 쳐다보았다. "왜? 권요한이야? " "으-응. 어떡해? 그냥 받아? " "그냥 받아야지 뭐 어째. 빨리 받아 봐." "아, 응....흠- 여보세요?" 얼른 받아보라는 다희의 말에 괜히 긴장되는 마음으로 폴더를 열어 받았다. 나의 여보세요 의 말에 한 몇 초간의 침묵이 있을 꺼라고 생각했는데, 빗나갔다. [아, 왜 전화 늦게 받아!!!!!] "...아, 죄송합니다. " 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 남자였다. 난 괜히 죄송하다며 말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는 다희는 그런 나를 보며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뭐, 나도 그런 다희를 보며 무시를 해주었다. [말순아. 앞으로 오빠 전화는 빨리 받아라?] 이 남자. 또 다시 말순이라는 이름을 꺼냈다. 정말 이 남자는 내가 말순이라는 사람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다. "저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말순이가 아니에요." [.........] "그러니까..전화 하지 말아주세요..." [.......마] "네?" 또 다시 말순이가 아니라는 말에 시무룩 해진 이 남자.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하는데 또 다시 내가 듣지 못했다. 다시 물어보는 나의 말에 침묵을 해버린 이 남자. 그리고 점점 짜증까지 밀려오는 나의 성격에 전화를 끊을려고 하는 순간. [웃기지마...] "..네?" [넌 내 말순이가 맞다고!!!!!! 그러니까 그런 웃기는 개그 하지말라고] "...아니, 정말 저 아니거든요..? " [그럼 아니라는 증거 보여줘] "네?" 그리고 이 남자의 다음 말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고, 또 내가 말하기전에 끊어버리고 말았다. ......... ........................... ....... .................. ....... [오늘 7시에 중앙공원 시계탑에서 보자] 3편 [오늘 7시에 중앙공원 시계탑에서 보자] ....... ..................... ...... "뭐래? 어? 뭐라고 해? " "........" 전화를 끊으면서 나의 표정은 살짝 어이없으면서 당황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나의 표정을 본 다희는 궁금해 죽겠다며 계속 옆에서 재촉을 한다. "...권요한이." "권요한이야?확실해? " "아, 몰라...여튼 이 남자가!" "그래! 이 남자가 뭐래?" ".....오늘 보자는데...? " 나의 말에 헙-하고 입이 쩌억 벌어지는 다희. 그리곤, 나의 어깨를 딱-하고 때렸다. 난 놀란 나머지 놀란 눈으로 다희를 쳐다보았다. 나의 반응에 아무렇지 않게 다희는 나를 보며 오히려 큰 소리로 나를 황당하게 만드는 말을 한다. "분명 이 남자 아저씨야!! 원조교제 하려는 속셈!! " "에? 무슨 아저씨야. 목소리도 딱 우리 나이 또래 같은데." "니가 어떻게 알아?! " "아까 아침에도 수업하고 있다고 끊는다고 했단 말이야. " "미친년!!!! 그게 바로 트릭이라고 하는거야!" 나의 전화에 아저씨라며 우기기 시작하는 다희. 그러다가 트릭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뭔 트릭!" "너랑 같은 또래라고 하는 속셈!! 그리고 굳이 만날 필요가 뭐 있어? " "아씨, 몰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미친년.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 " "그럼 넌 먹지마." "내가 미쳤냐. 돈 내고 먹는건데. 하하. " 나의 말에 단순하게 배가 고프다며 먼저 급식실로 뛰어가는 다희. 난 그런 다희를 보며 천천히 따라가다가 점점 발걸음이 멈춰진다. 왜냐, 7시에 나가야 하는건가. 나가야 하지 말아야 하는건가. 때문에 늦게서야 급식실에 도착했다. ※ "오늘 급식 드럽게 맛 없네." "너 그래도 많이 먹었잖아." "웃겨! 내가 언제 많이 먹어. 조금먹어서 배고프고만." 그러면서 다희는 벌써 피자빵 2개째를 먹고 있는 중이다. 분명 맛 없는 반찬이라고 투정 부르면서 나보다 더 많이 먹은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빵과 함께 과자를 사 들고 왔다. "그나저나 너 나갈꺼야? " "어딜?" "장난전화 남자 만나러." "진짜 니 말대로 아저씨면 어쩌지..? " "니가 아저씨 아니라면서? " "내가 어떻게 알아..그냥 목소리는 아닌 거 같다고.." "음.." 나의 말에 골똘히 생각하는 다희. 난 얼른 다희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길을 기다렸다. 피자빵을 다 먹고 난 뒤 음료수를 한 입 먹고선 배부르다- 라는 말과 함께 스윽 나를 쳐다본다. 난 그런 다희를 보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가지마, 분명 아저씨일꺼야. " "그렇겠지...? 아씨, 안 나가야겠다! " "그래! 너 나갔다가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몰라. 나가지마. " "그럼 전화해서 안 나간다고 해야겠다." "맘대로. 난 빵 하나 더 사올게. " 빵 하나를 더 사온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가버린 다희. 난 그런 다희를 보다가 천천히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최근통화키를 누르고 아까 그 번호에 통화를 눌렀다. 신호음이 흘러간다. 그리고 얼마 못 가자 달칵, 하고 받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어? 또 아줌마야!!?? ] "네?" 그리고 어제의 그 아줌마 소리. 분명 이번에 받은 남자는 아마도 어제 내게 아줌마라고 말했던 남자일 듯 하다. 어제 때문에 다행히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난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기..저.." [아줌마!! 우리 요한이 돈 없어요! 어제 피자알바에서 짤려서 거지에요] "아니..저기요. " [아줌마. 진짜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신고할꺼에요. 돈 뺏는다고] 뚝, 그리곤 끊었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씨. " 권요한이라는 남자는 무슨 이런 친구를 사귄거야. 원조교제라는 말과 아줌마라는 말 때문에 화가 난 나는 오기로 다시 통화키를 눌렀다. 또 얼마 있지 않아 누군가가 받았다. [아줌마!! 또 아줌마야!? ] 역시나 아까 그 남자였다. 이번에도 역시 아줌마라는 말과 함께. "저기요, 혹시 권요한이라는 사람 있어요? " [아줌마, 우리 요한이 찾지말라고...어? 왜 뺏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그래서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쫌 땐 뒤 다시 귀에다가 갖다 대니 다른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말순이야?] 그리고 권요한이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침착하게 말을 했다. "저기요..오늘 못 만날 꺼 같애요.." [아씨 왜!!!] 나의 말에 발끈을 하는 이 남자. "저 진짜 그 쪽이 찾는 말순이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굳이 만날 필요가 없는 거 같아서.." [왜!! 그러니까 말순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달라니까?] "제가 왜 그걸 증명해요!! 휴, 저 이만 끊을게요. " [여보세요? 야!!! 끊으면 죽어! 말순아!! 말순ㅇ....] 끝까지 말순이라는 이름을 외치는 이 남자의 말을 무참히 무시한 체 핸드폰의 폴더를 닫았다. 그리곤 이제는 끝났다는 생각에 혼자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뭐해, 전화 했어? " 혼자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자 벤츠에 앉는 다희. 벌써 오면서 빵을 먹었는지 반이나 먹었다. "어? 아, 응. 말순이가 아니라고 말하고 안 나간다고 말했어." "분명 아저씨라니까." "아니야. 아저씨는 아닌데. " "아저씨가 아니면? " "...싸이코같애.."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는 싸이코. 딱 지금까지 전화를 하면서 느꼈지만 정말 이 남자. 어딘가 이상했다. 약간의 싸이코질이 느껴진다. "푸핫, 싸이코? 만약 진짜 권요한이면? " "니가 권요한이 아니라면서! " "음, 하긴. 솔직히 그런 얘가 너한테 전화 할 이유는 없겠다. " "쳇, 음료수 다 먹을꺼야." "어!!? 공윤해!!! " 난 다희의 음료수를 다 먹어버렸고, 빵 때문에 목이 말랐던 다희는 나를 보며 째려 본 뒤물을 먹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난 그런 다희를 보며 웃다가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주머니속에 넣었다. 그리고.. .... ............. ... "어? 문자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정말 지루한 국사 시간이 되었다. 한 20분정도 흘렀다. 이미 난 잠이 와 꾸벅꾸벅 눈을 감다가 주머니속에서 짧은 진동이 느껴져 반가운 마음에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바탕화면에 보이는 번호는, 아까전에 그 번호. 그리고 짧은 문자. - 말순아, 기달려 - 라는 의미심장하면서 불안한 문자였다. 도대체 뭘 기다리라고 하는 건지. 그렇게 국사시간이 10분정도 남았을 때 내 불안감은 더 심해졌다. 2분이 흐르고 들려오는 소리들. 아니,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였다. 드르륵, 앞 문이 열렸다. 아직 쉬는 시간이 될려면 7분이나 남았는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복도에는 이미 여자아이들이 조금씩 나왔다. 난 앞 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처음보는 남자였다. 특히 우리학교는 남녀공학이 아닌 여고였다. 그래서 여고에 남자가 오면 시끌벅적했다. 역시 소리 조차 달랐다. 다른 학교 비해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는 워낙컸다. "어머, 누구니? 너. "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선생님!!" 그리고 당황하신 선생님의 말씀에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말을 하며 꾸벅, 하고 인사를 한다. 선생님은 당황하시면서도 은근히 웃으셨다. 그리곤 이 남자는 조금씩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 반 여자아이들은 이러저리 수근대며 복도에 있는 여자아이들과 같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난 누군지도 몰라서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무슨 일이니? 더구나 여고에. " "제가 누구를 찾고 있거든요, 잠시만 확인만 하고 갈게요!! " "뭐, 어차피 끝나가는데. 알았다. " 분명 선생님은 아까전에 저 남자가 말했던 아름다운 선생님의 말에 넘어간 듯 싶다. 아무튼, 저 남자는 대범하게 여고 학교에 들어와 여고 반에 들어온 이유가 뭘까. 하지만, 그 궁금증도 얼마 가지 않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난 경악했다. ..... .......... ..... ............... "말순아, 어디있니. " 4편 "말순아, 어디 있니. " ......에? 말순이? 분명 저 남자의 입에서 어제부터 자꾸만 들었던 그 이름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더니 저기에 있는 다희가 보였다. 다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소리 안 내게 입모양으로 천천히 내게 말한다. '이.름.표.봐.봐.' 이름표를 보라는 다희의 입모양에 난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두리번 거리는 저 남자의 이름표를 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경악을 했다. 권.요.한 정확하게 권요한이라고 적혀 있는 이름표가 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난 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남자가 권요한이라니. "말순아, 어딨어. 빨리 나와! 여기에 있는거 아니까. " "학생, 혹시 잘못 찾은거 아니야? " "선생님! 잠시만요!! 흠, " 저 남자, 아니. 권요한이라는 남자. 들고 있던 핸드폰의 폴더를 열더니 꾹꾹 번호를 누른다. 그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 ... ......... ................... '너나좋아하니?(당근)너나사랑하니?(당근)♪' "헤, 찾았다." 갑자기 울리는 나의 유치뽕짝한 벨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반에 있던 아이들과 저기 앞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있는 저 남자와 모두 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난 괜히 어색하게 웃고서는 주머니속에서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눌렀다. 슬그머니,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속에서 넣으면서 생각했다. 아니, 후회를 했다. 아, 바보같이 매너모드를 안 했다는 점과 벨소리를 바꾸지 않을렸던 고집스러운 내 자신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선생님!! 이제 수업 다 끝났죠? " "음, 벌써 끝났네. 자, 아까 말했던 숙제들 다 해보고. 이상, 화장실들 가렴. " 선생님의 말씀에 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모두들 앞에 있는 권요한이라는 남자에게 달려간다. 그 뿐만 아니라, 복도에 나와있었던 여자아이들도 하나같이 몰려드기 시작한다. 이 틈에, 난 슬슬 움직였다. 조용히 움직였다. "아, 잠깐만! 비켜봐!! 어? 말순아!!!! 야, 말순아!!!! " 많은 여자아이들 틈 속에 움직이는 나를 봤는지 나를 부른다. 당연히 내 이름이 아닌, 그 촌스러운 이름. 말순이를. ※ "그럼 진짜 그 남자가 권요한 이란말이야? " 난 얼른 권요한이라는 남자의 시선을 피해 학교 밖으로 나와 뒷뜰에 있는 벤츠에 앉았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을 했다. 저 남자가 어떻게 찾아왔는지. 그리고 왜 찾아왔는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저기." "으-악, 깜짝이야!" 고개를 숙이며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쯤, 어느 세 내 옆에 앉아 있는 어느 한 남자가 나를 툭툭 쳤다. 난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렸고, 그 남자는 그저 나를 보며 웃는다. "있잖아." "네-에? " 이 남자, 자꾸만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말을 건다. 이 남자도 무슨 일 때문에 여고에 왔을까. 난 혹시나 아까 권요한이라는 남자와 친구는 아닐까 하는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대답을 했다. "내가 하나 문제 내도 돼? " "네?" 갑자기 문제를 내도 되냐며 물어보는 이 남자의 말에 살짝 당황한 나는 소심하게 네, 라고 대답을 했다.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알 수 없는 말을 시작하는 이 남자. "제일 촌스러운 이름을 뭘까요. 1번, 옥바다. 2번, 김 혁. 3번, 김 말숙. 몇 번일까요? " "...음, 3번..김말...에? " 이 남자가 갑작스레 낸 문제는 촌스러운 이름을 맞추는 것이였다. 난 자연스럽게 그걸 보기까지 다 듣고 제일 촌스러운 이름을 맞추기 위해 대답을 하려고 하는 순간, 깨달았다. "응? 왜? 얼른 맞쳐봐. 몇 번일까-요? " "...3번.." "3번? 김말순? " "..네." "어!!!!!! 난 김말숙이라고 했는데!? " 아, 그러고 보니 이 남자가 말했던 이름은 김말숙인 거 같았는데... 나도 모르게. "씨발!!!!권요한!!!!!!!!!!! 찾았다!!!!!!!!!!!!!! " 싱글벙글 웃고 있던 이 남자는 갑자기 표정이 싸-악 바뀌며 어디론가 큰 소리를 친다. 앞에 욕도 큰 소리로 말하며, 중간에 이름이...권요한.. 젠장, 혹시가 역시였다. 이 남자. 권요한이라는 남자의 친구였다. "하, " 그리고 얼마 안 있자, 저 멀리 권요한이라는 아까 그 남자가 여기로 뛰어온다. 그 많은 여자아이들을 때었는지 자기 혼자서 달려왔다. 뭐, 다행히 뒷뜰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세 내 앞에 멈춘 권요한이라는 남자. 숨이 차는 지 손을 무릎에 갖다 대면 숨을 쉬고 있다. 왠지 얼른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타-악, "왜? 또 도망가려고? " "네? 아니.." 하지만, 내 팔을 잡아버린 이 남자의 손 때문에 다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 남자는 드디어 숨을 다 쉬었는 지 내 옆에 앉는다. 왼쪽에는 권요한이라는 남자.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 남자의 친구인 남자. "요한아!!!나 잘했지? " "그래, 잘했다!!!우리 바다양!!!! " "뭐? 씨발, 야!!!! 내가 바다양 이라고 하지 말랬지!! 뒤질래!? " 권요한이라는 남자가 오른쪽에 있는 남자보고 바다양 이라고 장난같은 말을 하는데 이 남자는 아까와 다르게 무서운 표정으로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권요한을 째려보고 있는다. 아마도, 권요한이라는 남자의 친구 이름이 바다 일 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 "아, 쫌 닥쳐봐. 나 이제 말순이랑 얘기해야 돼. " "아!!! 그럼 이 아줌마였어!!!!??? " 그리고, 전화속에서 내게 아줌마라고 말했던 사람이 아마도 바다라는 이 남자일 거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어, 그래!! 그러니까 넌 빠져봐. " "아 괜히 이 아줌마 찾았어!!!! 아줌마!!!!!! " "어? 네에? " 갑자기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아줌마라고 소리를 치는 이 바다라는 남자. 당황한 나는 네? 라고 대답을 했다. "아줌마, 진짜 우리 요한이 한테 헛 튼짓 하면 뒤져요. 오키? " "........." 설마 진짜 내가 아줌마였더라도 저란 말을 했을까.. 어떻게 어른에게 뒤져요. 오키 라는 말을 하는 걸까. "요한이 빠이. 아줌마도 빠.....아니야, 됐어. 아줌마는 필요없어. " 그리곤 혼잣말만 하다가 사라진 저 바다라는 이상한 남자. 생긴 건 귀엽게 생겼는데 왜 말하는 거와 성격이 약간의 싸이코질이 있는걸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말순아. " 그리고 잊고 있었던 또 한 명의 남자. 아까와 목소리를 다르게 저음인 목소리로 말순이라고 나를 향해 부른다. 그런데.. "아씨, 역시 나는 진지가 안 어울려. " 그리고선 자기 혼자 웃어버린다.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말순아!!!!! 너 왜 도망가래! " "....네? " "내가 분명히 기다리라고 했지? 근데 왜 도망 가." "........" 이 남자, 내 얼굴까지 봤으면서 아직도 왜 말순이라고 부르는걸까. 분명 이렇게 떡하니 내 명찰에도 공.윤.해 라고 적혀 있는데. "말순ㅇ.." "저기요." "응? " 난 또 이 남자가 말순이라고 부르는 것을 막고 저기요-라고 되 물었다. 그랬더니 동그란 눈을 크게 뜨며 응? 이라고 대답하는 이 남자. 난 천천히 이 남자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근데..저 어떻게 찾으셨어요? " "그야 너한테 전화하니까 너가 받았잖아. " "..아니..그전에..제가 있는 반이랑 학교..." 궁금해서 난 조심스렇게 물어보았다. 내 질문을 받더니 아- 이러면서 웃으며 말하는 이 남자. 그리곤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나 어리둥절 하는 표정으로 이 남자를 쳐다보았더니, "짜잔, 위치추적!!! " 그리고 이 남자가 나의 학교와 내가 있는 반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핸드폰 위치추적이였다. 나 그걸 듣고선 황당한 웃음을 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위치추적 할꺼니까 도망가지마." "..근데 왜 아까전에는.." "씨!!!!!! 니가 핸드폰 꺼놨잖아! 그래서 추적이 안된대. " 아, 맞다. 아까전에 내가 핸드폰 꺼버렸지. "하여튼, 이렇게 말순이 만나서 좋다. " 라고 말하며 내가 웃어주는 이 남자를 보며 난 얼른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지한 표정으로 이 남자를 쳐다보고 말했다. "..저기요, 명찰에 보시다시피 전 공윤해거든요? 그 쪽이 찾는 말순이가 아니에요..제가 생각하기엔 아마도 잘못 아신 거 같애요. " "........." "다시한 번 말씀드릴게요. 그 쪽이 찾는 말순이가 아니에요. " "..........." 또박또박하게 이 남자에게 말했다. 이 남자는 내 가슴 왼쪽에 있는 명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분명히 봤을 것이다. 공윤해라는 나의 이름을 봤는지 멍하니 있는 이 남자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너무 심하게 말한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들었다. "..저기요.." "...." "꼭..그 쪽이 찾는 말순이라는 분 찾을 수 있을거에요..힘내세요. " "......" "그럼..전 이만 가볼게요. " 난 할 말이 끝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수업이 시작이 될까 봐 얼른 교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옮길 수 없었다. 나의 팔을 잡아버린 이 남자의 손에 의해, 내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마." "....." 난 분명히 말했다. 내 이름은 공윤해이며, 절대로 찾는 말순이가 아니라고. 근데...왜.. "가지마, 말순아." 5편 "가지마, 말순아." 도대체 이 남자는 내가 하는 말이 안 들렸던 것일까. 몇 번이나 내가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도 끝까지를 나를 향해 말순이라고 한다. 이 남자가 잡은 손목이 아파온다. 그래서 난 괜히 화가 나며 이 남자가 잡고 있던 손을 파-악, 하고 뿌리쳤다. "이봐요,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요? 그 쪽이 찾는 말순이가 아니라고요. 앞으로 이런 짓 안했으면 좋겠고요. 다음부턴 전화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 "....." 그리곤 이 남자의 대답도 듣지 않은 체 난 그 자리에서 벗어나학교 안으로 들어와 교실로 들어왔다. "윤해야!!!권요한이 너 찾은 거 맞지!!? " "무슨 소리야! 분명 권요한이 말순이라는 얘 찾던데. " "근데 왜 윤해한테 전화를 해? " "내가 어떻게 알아. 윤해야, 어떻게 된거야? " 반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리저리 쏟아지는 반 아이들의 질문들. 난 그냥 어색한 웃음으로 만회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있자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 지루하지 않은 미술시간인데 오늘따라 지루하다. 그래서 난 아까 일을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됐어? 권요한이 뭐래? " "뭐라긴, 그냥 아무 말 못했지. " "아, 근데 그나저나 진짜 권요한였다니...말도 안돼.."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다희에게 아까 뒷뜰에서의 일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희는 정말로 장난전화의 남자가 권요한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권요한이 찾는 말순이는 누구야? "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이제 전화도 하지 말라고 내가 말했어." "왜!!!!!!!! 걍 전화 하라고 하지! " "전화 해서 뭐! 어쩌려고? " "뭘 어째긴 어째!! 그냥...이러쿵 저러쿵이지..크큽. "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중간에 집 방향이 틀린 다희와 나는 서로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도 내내 생각을 했다. 아니, 자꾸만 생각이 나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 ....... ........... "공윤해, 윤희 온다고 하니까 윤희방 좀 치워라. " "걔가 오는데 내가 왜 방을 치워? " "동생 피곤할꺼 아니야! 빨리 방 치워. " "씨, 짜증나!" 공윤희. 어그제 수학여행으로 제주도에 간 내 한살밖에 차이 안 나는 여동생이다. 엄마는 윤희가 온다면서 윤희의 방을 치우는 말에 난 짜증을 내면서 윤희방으로 들어와야만 했다. 들어오니 이저저리 굴려다니는 물건이며, 베게며, 옷들. 한 숨밖에 안 나왔다. "이걸 내가 왜 해야 돼!!" 물건 하나하나 치우다가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들고 있던 물건을 다시 던졌다. 그리고 화가 나 버린 나는 방에서 나왔고, 얼마 있다 바로 나오는 나를 본 엄마는 당연히 뭐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난 그걸 무시한 체 내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잠궈버렸다. 털썩, 침대에 누웠다. 자꾸만 아까의 뒷뜰에서의 일이 생각이 난다. 너무 못 되게 말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생긴다. "아, 몰라. 이제 끝나는데 뭘. " 하는 여유로운 생각을 갖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중간에 문을 쾅쾅 치는 소리에도 깨지 않은 체 잠이 들었다. ※ "다녀오겠습니다!!!!!!!! " "너 어제 밥도 안 먹었잖아!! 밥 먹고 가! " "안돼, 늦었어!! 갈게! " 어제 그렇게 일찍 잤는데도 불구하고 난 지각을 할 수 있는 불안감을 앉고 급하게 집에서 나와야만 했다. 뛰고, 뛰고, 버스를 타야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차라리 뛰는 게 낮다 싶어 뛰어서 뛰어서 간신히 교문에 걸리지 않고 학교 안으로 들어와, "하아, 하.." 드르륵,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 27초 전에 들어왔다. 그렇게 선생님의 간단한 조회를 하고 난 뒤 1교시가 하기 전 쉬는 시간이 되었다. 역시나 다희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고생이다. 그러니까 일찍 자고 일찍 좀 일어나. " "어제 8시에 잤거든? 근데 왜 이리 피곤하지." "니가 뭘 했다고 피곤하냐. 쫌 여유 좀 있게 등교해라. " "네, 알겠습니다...아, 힘들어. " "그나저나 권요한 한테는 연락없어? " "응. 없지. " "에이, 아깝다. " "푸핫, 뭐가 아까워. " "그-냥." 아깝다는 말을 하는 다희의 말에 난 웃음이 나고 말았다. 1교시를 준비 하기위해 교과서를 찾던 중. 주머니속에는 짧은 진동이 아닌, 긴 진동. 즉, 전화가 왔다. "누구지. 이 아침에는 전화 할 사람이 없는데. " "왜? 전화왔어? " "응. 누구....." 난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안을 들려다 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놀랐다. 더 이상 전화를 안 할 줄 알았던 그 남자의 번호. "왜?! 권요한이야? " "....응.." 권요한... "..여보세요? "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천천히 받았다.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공윤해] 분명 어제 마지막까지 말순이라고 불렀던 권요한 이라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분명 그 남자인데 왜 말순이가 아닌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일까. 난 혹시나 내가 잘못 들은걸까 하는 생각에 다시 말했다. "...여보세요?" [이 전화는 아니야] "네? " [이 전화는 절대로 장난전화 한 게 아니라고] 라고 단호한 말투로 내게 말한다. 약간의 목소리가 심술이 난 듯한 목소리였다. "..아..네." [씨발!! 난 그냥 공 윤아한테 한 거라고!!!!!!] 이 남자, 흥분이라도 했는 지 씨발 이라는 욕과 함께 소리를 친다. 근데 그 사이에 있는 이름. 분명 공 윤해 인데 공 윤아라고 하는 이 남자의 말에 살짝 당황해버린 나. "..에? 윤아...? " [어? 아 씨발, 옥바다!!!!! 뒤질래!! ......친구놈이 자꾸 윤아 윤아 이러잖아] 아마도 어제 봤던 그 바다라는 남자일 듯 싶었다. 그래서 난 뭔가 웃겨서 웃고 말았다. [공윤해!!!] "네?" 갑작스레 나의 이름을 큰 소리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순이가 아닌 나의 이름을 불러서 놀란 것이였다. [어제는 말순이가 보고싶어서 만나거고! 오늘은 공윤해가 보고싶거든!] "네-에!? " [그러니까 중앙공원에 있는 시계탑 앞으로 7시까지] "네? 아니, 왜..." [그리고 알아둬!!] 권요한이라는 남자의 마지막 말. 순간, 기분은 좋았다. [절대로 말순이가 보고싶어서 만나는 게 아니야!!!] 6편 "왜? 뭐래? " "...음, 또 만나자고 하는데? " "뭐!!!!또!!!!??? " 다희의 큰 소리 때문에 반 여자아이들은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난 그런 아이들 향해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그리고 다희는 째려보는 아이들을 못 봤는지 계속 해서 내 쪽으로 말을 한다. "나도 데려가! " "어? " "나도 같이 가자고! " "윤해야, 너 권요한 만나? " 같이 가자는 다희의 말에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옆에 있던 우리반 한 아이가 내게 말을 건다. 그 아이의 말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까지 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난 어떻게 할지 몰라 또 다시 웃고만 말았다. "미쳤냐, 얘가 권요한을 만나게. " 대답을 못 하고 있을 때쯤, 내 앞에 있던 다희의 한마디. 시선을 돌릴 수 있었지만 괜히 화가 났다. "하하, 그냥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 "짜증나! 내가 어떤 앤데! " "착하고 이쁜 아이지. 응? 윤해야. 나 데리고 가!" "몰라. 난 만날 생각 없단 말이야. " 또 그 남자를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혹시나 또 말순이 어쩌고 할까 하는 생각에 마주치기 싫어진다. 하지만, 왠지 어제 그 말을 사과을 하고는 싶어진다. "그럼 니 대신 내가 나갈까?? " "아니야, 내가 나갈게. " "뭐야! 너, 갑자기 마음이 바꿨냐!" "그냥, 사과하고 싶은 게 있어서. " "아무튼 나 꼭 데리고 가! " 이 말과 함께 다희는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수업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고, 쉬는 시간이 되고 이런 반복 끝에 모든 수업이 끝나고 말았다. 간단한 종례를 하고 난 뒤, 잊고 있었던 다희의 말에 난 멈칫, 하고 말았다. "가자, 권요한 만나러. " 라며, 자기가 먼저 앞장서서 가버리는 다희. 난 그런 다희를 보며 휴-라는 짧은 한 숨과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중앙공원, 큰 시계탑으로 옮겼다. 권요한이라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 "그냥 여기서 지켜봐. 알았지? " "왜!! 가까이서 볼래!" "친구랑 같이 나온다는 말 안 했단말이야. 그리고 금방 사과만 하고 올꺼야." "치, 나쁜년. " "금방 올게. 기다려. " 라고 다희에게 말한 뒤, 내 발걸음은 천천히 시계탑 쪽으로 옮겨졌다. 가까이 갈수록 시계탑이 보였고, 그 앞에는 어느 한 남자의 형태가 보였다. "어?! 말순...아니, 공윤해!!!!!! " 나를 발견했는지 손을 흔들며 내 이름을 큰 소리를 부른다. 말순이가 아닌, 나의 이름을. "왜 이렇게 늦게 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 약간의 심술이 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난 이 남자를 보며 짧게, 피식 하고 웃었다. "왜 웃어? 어? 왜 웃어. " "아니.. 그냥 웃겨서요." 내가 웃는 걸 봤는지 또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어제의 그 애틋했던 표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계속 웃고만 있는 이 남자. 딱히, 난 한 말이 없었다. 사과를 하려고 했는지 사과를 안 해도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권요한." "네?" "내 이름 권요한이라고, 요한이라고 불러. " 약간의 명령조로 말하는 이 남자의 말투. 난 알았다며, 대답을 했고 그 대답에 만족이라도 했는지 싱글벙글 웃는다. "근데 왜 보자고 했어요? " "아차!! 말도 놔! 동갑이니까. " "아, 네. 아니, 응. " 나랑 동갑이였구나, 나보다 어릴 줄 알았더만, "왜 보자고 했ㅇ..." "여보세요? 어, 빨리 와. 여기 시계탑. 어. 빨리 와 새끼야. " 나의 말을 무시한 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자기가 있는 이 위치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서는 다시 나를 향해 씨-익 하고 웃는다. 몇 분뒤, "권요한 씨발놈아!!!!!!!!!!" 저기서 어느 두명의 형태가 보인다. 권요한과 둘이 있어서 뻘쭘해 자꾸만 땅을 보던 시선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렸다. 권요한 이름과 욕과 함께 달려오는 저 남자. 어제 이상한 질문을 하고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던 그 바다라는 남자였다. 그리고 저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또 한명의 남자. 남자답게 생겼다. 무서운 인상. "아 존나 늦게 와! " "영덕이가 반성문 쓰라고 하잖아. 넌 이제 뒤졌-다. 어제 반성문 안 쓰고 튀었잖아. 그리고 오늘도 튀어서 영덕이 존나 빡쳤어, 크큽. " "씨발, " "어!? 이 아줌마!!!!! 혁아! 내가 말한 아줌마!!!" 권요한과 바다라는 남자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드디어 나를 발견한 바다라는 남자. 그리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아줌마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뒤에 있었던 그 남자에게 혁이라고 부르며 나를 가리킨다. 뒤에 있던 그 남자. 나를 지켜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내 쪽으로 가까이 온다. "병신아!! 니 눈에는 이게 아줌마냐!! " 이리곤 몇 초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바다라는 남자에게 화를 내는 혁이라는 남자. 난 뭐지- 하며 이 둘을 지켜보았다. "몰라. 생긴 건 완전 아줌만데 희한하게 교복을 입고 있어." 저 말을 하면서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저 남자를 보며 난 짧게 한 숨을 쉬어야만 했다. "옥바다, 병신. " "내가 왜 병신이야. 혁아, 오랜만에 우리 몸의 대화를 안해서 그리웠구나? " "지랄한다. 이름도 기집애 같은 게." "야!!!!!!!!! 똥혁!!! 뒤질래!! 내가 그 딴 소리 하지말라고 했지!" "미친새끼야, 내가 똥혁이라고 하지 말랬지!! " 그러더니 저 두 남자 급기야 싸우기 시작한다. 비록 몸싸움은 아니였지만, 둘 사이에 심한 욕이 오고가고 한다. 난 이 두 남자를 보다가 가운데 서 있는 권요한을 보았다. 그냥 멍하니, 아니. 재밋있다는 표정으로 싸우는 친구들을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 저 세 사람...알 수가 없다. "권요한!!! 너 진짜 이 아줌마랑 사귈꺼야!!!??? " "병신아, 미쳤냐!! " "근데 왜 이 아줌마이랑 있어! 이봐, 아줌마. 진짜 원조교제 할 셈이야? " "....저기." "우리 요한이요. 지금 돈 없는 거지에요. 어제도 간신히 삥 뜯어서.." "야, 옥바다!! " 옥바다, 저 남자의 이름이 옥바다라니. 이름이 바다라고 짐작이 갔지만 성이 옥씨라니. 나도 모르게 푸-흡 하고 웃었다. 난 나름 작게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 세 남자가 다 쳐다보는 걸까. 다시 뻘쭘해 어색하고 웃었더니 옥바다라는 이 남자는 나를 향해 말한다. "아줌마 이름도 만만치 않게 웃겨. 김말순이 뭐냐. "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 이름. "옥바다. 말순이 아니야. " "어? 뭐가? " "내가 착각했나 봐. 말순이가 아니래. " "정말!!!??? 그럼 아줌마도 아니야!?" 옥바다, 이 남자는 말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아줌마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남자의 시선을 피하려고 하다가 뒤에 있는 또 한명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와 달리 또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남자. "그럼 아줌마 이름이 뭐야? " "아, 공윤해. " "어? 왜 말놔? " "어-어? " 내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는 옥바다의 질문에 난 쉽게 말 놓으며 이름을 말했다. 왜냐, 당연히 권요한이 나와 동갑이라며 권요한인 친구인 옥바다. 이 남자도 나와 같은 나이기 때문에 놓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뭐가 그리 기분이 나쁜지 인상을 쓰며 왜 말 놓냐고 물어본다. "..그야, 동갑이니까.." "나랑 어떻게 아줌마랑 동갑이야! 혁아!!!! 이 아줌마 나랑 동갑이래.." 딱 보면 동갑인 거 모르겠니? 난 이렇게 교복까지 입고 있고, 더구나 어제 학교에서 날 만났잖니. "옥바다!! 너 괜히 시비걸지말고 가. 이럴꺼면. " "헐..권요한!!!! 나한테 그게 할 소리냐!!" "얘가 싫어하잖아! " 그러면서 나를 가리키는 권요한. 이럴 때 보면 이 아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씨발, 갈꺼야. 혁아!! 가자!! " "바다양, 가자." "씨발, 뒤질래 !!!! 똥혁아! " "뭐 새끼야? " 옥바다는 그렇게 뭐가 삐졌는지 뒤에 있는 그 남자에게 혁이라고 부르며 함께 또 다시 뒤를 돌아 가버렸다. 그리고 그 혁이라는 남자는 옥바다에게 또 다시 바다양 이라고 말했고, 역시 옥바다도 화가나 혁이라는 남자에게 똥혁이라고 말했다. 저 멀리 가면서도 투덜투덜 싸우는 저 두 남자를 보고 있다. 나와, 권요한도. 그런데.. 난 내심 권요한이 미안한 마음이라도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재밌다는 식으로 웃는다. 나를 보며. "내 친구들 재밌지? " 그러면서 내게 건낸 질문. 난 그 질문이 살짝 어이가 없어 픽- 하고 웃었다. "그냥..." "원래 저 녀석들 여자 앞에서는 괜히 폼 잡아. " "에? 폼? " 설마 그러면 내 앞에서 싸운 이유가 다 폼 잡았다는 얘기? "그래도 쟤네들 나쁜얘들 아니야!! 다만, 용돈이 부족할 때 후배한테 달라고 하지만.." 음..아마도 권요한이 말한 저 말은 일명, 삥뜯기 를 말하는 듯하다. 뭐, 난 괜히 모르는 척 하고 웃어넘겼다. "말순...아니, 공윤해. " 권요한은 습관적으로 내게 말순이라고 말하다가 아차, 싶은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래도 나를 조금이나마 배려해주는 생각에 웃어주었다. "응? " "나 누군지 모르겠어? " "어? "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를 모르겠냐고 물어보는 권요한. 난 당연히 몰라 당황해 어? 라고 대답했고, 권요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다시 물어본다. "나 진짜 몰라? " "...응. " 그리곤, 천천히 웃는다. 모른다는 나의 말에 오히려 더 기분이 안 좋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웃는다. 해맑게, "괜찮아, 이제 알아가면 되니까. " 그리곤 내게 말한다. 7편 "괜찮아, 이제 알아가면 되니까. " 라고 말하며 내게 씨-익 웃어보인다. 난 그 말을 듣고선 그냥 멍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딱히 할 말도 없었고, 무슨 말을 해야할 지도 몰랐으니까. "자!!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 " "어? 아, 응. " "에? 표정이 아쉬운 표정인데? 왜? 더 같이 있을까? " 하며 얼굴을 자꾸만 들이대는 권요한. 난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는 권요한의 행동에 깜짝놀라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권요한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권요한의 표정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 지 크크, 하면 웃는다. "오빠가 내일 전화할게, 신호 3번 가기 전에 꼭 받아. " 그러고서는 뒤를 돌아 몇 발자국을 가더니 휙, 하고 돌아섰다. 씨-익, "안받으면 학교 또 찾아간다. " 그리곤 씨-익, 웃고선 저 말과 함께 뒤를 돌아 점점 멀어져만 가는 권요한. 나의 대답도 듣지 않은 체 가버리는 권요한을 난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권요한이 간 뒤에도 멍하니 서 있자 저 멀리서 뛰어오는 다희가 보였다. "하아, 공윤해!!!!!!!! " 저 멀리서부터 뛰어 와서 그런지 숨이 찬 다희는 헐떡 되면서 나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난 그런 다희를 보며 천천히 다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진짜 권요한이네!!!!!! " 그리곤 내 앞에 서자마자 나의 손을 꼭 잡고서는 기대의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난 그런 다희를 살짝쿵 무시한 체 천천히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내내 옆에서 자꾸만 권요한를 얘기하는 다희 때문에 힘들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 . . . "언제 왔어? " "어제 왔지. 어떻게 아침에도 그렇게 먼저 가버리냐! " 집에 도착하고 씻고 나오니 티비를 보고 있는 윤희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못 봤고, 오늘 아침에도 못 봤네. "아!!!!!!! 언니 그나저나 듣었어? " "뭐? " "어제 우리학교에 멋있는 오빠 왔었다며!! " 나와 윤희는 같은 학교이다. 그리고 윤희네 학년은 어제 수학여행에서 오기 때문에 학교에 없었다. 그래서 윤희는 아직 그 멋있는 오빠가 권요한인지도 모르고, 보지도 못했다. 아까 다희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다. "멋있는 오빠는..뭐, 아닌 거 같고..." "어!!!!!?? 봤어!!!!!!!?? " 나의 말에 흥분했는 지 큰 소리르 말하는 윤희. 그러는 바람에 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윤희는 그런 엄마의 잔소리도 무시한 체 다희와 비슷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음, 이렇게 보니 다희와 윤희의 공통점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 "...그냥....소문, 하하하.." 첫번째, 일단 남자를 밝히는다는 점. "에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하긴, 언니가 그 오빠를 어떻게 봐. " 두번째, 날 무시하다는 점. "뭐?!! " "에휴, 난 밥이나 먹어야지. 엄마!! 밥 줘! " "이 가시나가 아까전에도 밥 먹었잖아! 또 먹어?! " "배고플 거 어떡해! 밥 줘! " 마지막으로, 엄청난 식욕이라는 것이다. 뭐, 이런 세 가지 정도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거 겠지? ※ "엄마!! 윤희는? " "걘 벌써 밥도 먹고 갔지, 가시나야. 이그." 어제도 분명히 일찍 잤는데 왜 또 난 지각할 꺼만 같은 상황이 되버린 걸까. 아침에 윤희가 안 보이길래 오늘은 인사라도 하고 갈려고 엄마에게 물어봤더만, 하지만, 오늘도 아침인사를 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윤희가 먼저 학교에 가버렸기 때문이다. "으-악, 나 갈게!!" "차 조심하고! 늦었으니까 버스타든가, 택시타고 가! " "아, 응!!!!! 다녀오겠습니다! " 인사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집에서 급하게 나왔다. 오랜만에 손목에 시계를 찼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않고 난 뛰면서 손목에 있는 갈색 시계를 보았다. 놀란 나머지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아-악!!!! 지각이야!!!!! " 벌써 교실에 도착해야 할 시간에 5분이나 늦은 셈이다. 그럼 벌써 선생님이 왔을 테고, 이젠 교문에서만 지각생으로 안 잡히면 되는건데.. "왜 오늘따라 버스 안 지나가! " 오늘은 뛰는 건 무리일듯 싶어 버스를 타든가, 택시를 타든가 하려고 했지만 왜 내 앞으로는 승용차..트럭밖에 지나가지 않는걸까. 오늘 왠지 일진이 불안하다.. "어떡해! 벌써 또 5분이 지났어! " 버스와 택시를 기달린 지도 벌써 5분이 흘렀다. 만약 지금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간다면 충분히 교문에서는 지각생으로 잡힐지 않을텐데..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그 때, '너나좋아하니?(당근)너나사랑하니?(당근)♪' 주머니속에 울려퍼지는 나의 벨소리. 난 분명 다희라고 생각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다히 라는 이름이 아닌 번호였다. 그것도 익숙해진 그 번호. 차마, 저장을 못 했던 그 번호. 난 조심스렇게 아니, 시간이 없어서 빨리 받았다. "여보세요? " [와, 빨리 받았네?] 역시나 권요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응. 근데 왜 전화 했어? " [그냥, 학교야?] 학교냐고 물어보는 권요한의 말에 난 선뜻 학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괜히 갈등이 생기고, 몇 초후에서야 대답을 하고 말았다. "하하, 당연히 학교지!! " [근데 나 지금 너같은 얘 보여] 라고 말하는 권요한의 말에 난 두리번 두리번 걸렸다. 그러자, 저 쪽에서 이 쪽으로 걸어오는 세 명의 남자가 보였다. 왼쪽에 있는 남자는 전화를 받고 있고, 그리고 옆에 있는 두 명은 걸어가면서도 싸우는 모습. [와, 쟤랑 너랑 똑같이 생겼어!! 푸하하하하] 분명 전화속에서 말하는 권요한의 목소리가 왜 실제로 들리는 걸까. 저기 세 명의 남자가 점점 다가올수록 목소리를 더 커지고, 얼굴도 보이기 시작했다. [말순..아니아니! 공윤해! ] "어-어?" [너 같이 생긴 사람도 흔한가. 왜 저기 니가 보이냐] "........" [어!!!!!!!!??? 공윤해!!!!!!!!] "어!!!!!!!!!??? 공윤해!!!!!!!!! " ........ ................. ....... .................. "너 언제 학교에서 나왔어? 빠르네. " "빠르기 뭐가 빨라! 아직 학교를 안 간거지. " 내 예상대로 저 쪽에서 걸어오던 세 남자중에 전화하던 사람은 권요한이였고, 그리고 옆에서 싸운 던 두 명은 권요한의 친구인 옥바다와 혁이라는 사람이였다. "왜 안 가?! 설마 너도 땡땡이야? " 너도 라며, 니네는 지금 땡땡이를 쳤다는 얘기구나. "너 땡땡이 친거야? " "아ㄴ.." "아줌마가 알아서 뭐하게! 우리 땡땡이 쳤으면! 왜! 뭐 어쩌려고!" 난 분명히 권요한에게 말했는데 옆에서 혁이라는 남자와 싸우고 있던 옥바다는 괜히 나의 말을 들었는지 내가 화를 내는 식으로 말했다. 갑작스레 저러는 옥바다에 난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열이 받았다. "야, 옥바다!! 내가 너한테 말했어?! 왜 니가 대답해!!!! " "어? 이 아줌마가!! 죽을래? " "뭐? 죽을래? 이 자식이, 전에부터 자꾸 아줌마라고 하는데 너나 죽어볼래? " "뭐!!!!!?? 죽을래? 참나....요한아!! 이 아줌마랑 빨리 쌩까..." 결국엔 나도 옥바다에 화를 냈고, 옥바다도 나의 말에 화가 났는지 내게 화를 내며 말한다. 계속 해서 우리 둘은 말싸움을 하다가 옥바다는 옆에 있던 권요한에게 말을 건다. 빨리 쌩을 까라는 얘기든가, 무시하자는 얘기든가, 못생겼다는 얘기를 권요한에게 한다. 난 어처구니가 없어 옥바다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옥바다." "응!!! 요한아, 얼른 이 아줌마 쌩까고 울 피시방가자. " "싫어. " "어-어!!!!!!?? " 옥바다의 말에 권요한은 생-긋 웃으며 싫다고 단호적으로 말했다. 난 왠지 내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며, 승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옥바다를 보며 씨익, 웃었다. 옥바다는 예상치 못한 권요한의 대답에 소리를 질렀다. "나 공윤해랑 놀꺼야. " "뭐!!!? 혁아 듣었어!!?? " "귀가 있는데 들었지. " "화 안 나!?? 권요한이..이 새끼가 우정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다고 하잖아!" 옥바다는 권요한의 말에 그렇게 생각을 하나보다. 우정을 버리고 사랑을 택했다는 생각. "권요한!!!!!! 그럼 선택해. " 뭐가 그렇게 열받았는지 계속 해서 열을 내며 권요한에게 말을 거는 옥바다. 난 이들을 보다가 학교 간다는 것도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된 옥바다. 덩달아 권요한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난..혹시나 싸움이라도 일어날 까 하는 생각에 덩달아 나도 진지해졌다. "저 아줌마야, 나야. 선택해. " 그리고 옥바다의 입에서는 유치한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표정은 정말 진지하다. 아주 심각한 표정. 권요한쪽으로 스윽, 쳐다보니 권요한의 표정도 어려운 질문이라도 받았느지 심각하다. "말해, 김말순이야. 옥바다야. " ..... ........... ..................... .... 타악, 권요한은 누군가의 손을 잡았다. "........." ".........." "헤, 있다가 피시방 가자. " 옥바다에게 이 말과 함께 뒤를 돌았다. 나와 함께, 나의 손을 잡고서는. 8편 "후회하지? 어? " "응, 저 새끼들도 쪼잔해서 분명 내 욕할텐데. " 난 벌써 학교 가는 걸 벌써 잊은 지 오래다. 권요한과 함께 그냥 무작정 걷고만 있다. 권요한의 표정을 보니 그리 좋지만은 표정이 아니었다. 후회하냐고 물어보는 나의 말에 바로 응, 이라고 대답하는 권요한. 그런 권요한을 보며 난 짧게 휴- 하고 한 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럼 가봐. 분명 화났을꺼야. " "됐어, 나중에 양말 세 개 주면 풀릴걸. " "에? 왠 양말? " "옥바다, 생긴거와 다르게 양말킬러야. 양말 모으는 취미가 있어. " 그렇게 옥바다의 대해 하나 알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양말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피식, 그래도 얼른 가봐. 에휴..나도 얼른 학교 가야해. " 그제서야 학교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뜩 내 손목에 차 있는 시계가 눈에 띄고 1교시가 시작한 지도 벌써 15분이나 지났다. 난 벌써 포기한 표정으로 권요한에게 말했고, 권요한은 나의 말에 그냥 묵묵히 있을 뿐이다. "나 간다." "학교까지 데려다줄게. " 난 간다고 하고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자, 옆에 있던 권요한의 발도 함께 움직이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자 씨익, 웃으며 데려다주겠다며 나보다 앞장서서 가버린다. 지는 땡땡이 쳐서 괜찮다, 이건가. . . . . . "휴, 미치겠다..아직 있잖아.." 학교 정문앞에 다 왔을 때쯤 난 보았다. 정문앞에 아직 선생님이 있다는 거. 그것도 학주선생님. 무서운 선생님. "왜? 쟤가 누군데? " 권요한은 정말 모르는건지, 학주를 보면서 동그랗게 눈을 띄며 내게 물어본다. 난 그런 권요한을 한심한 시선을 쳐다본 다음 일단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권요한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권요한, 너도 얼른 학교 들어가! 난 이제 간다! " "응, 옥바다랑 김혁이랑 피시방 갔다가. " "에휴, 니 맘대로 해라. 잘-가. " 그렇게 권요한과 헤어진 뒤, 난 착잡한 마음으로 학주 선생님이 있는 정문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학주선생님도 날 발견하셨는 지 내 쪽으로 쳐다보신다. 무표정인 얼굴와 손에는 회초리로 보이는 막대가 보였다. 고개를 숙인 체 발걸음을 옮겨 학주선생님 앞에 다 왔을 때 난 개미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의 말에 학주선생님은 인정사정 없이 단호하게 딱 말하셨다. "운동장 30바퀴. " ※ 하아...하아... 몇 바퀴째지. 다리에 이제 마비가 된 듯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제서야 7바퀴째 인 듯하다. 숨이 차 오르고 땀까지 나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제일 더운 이 날씨. 하복을 입어도 너무나도 더웠다. 8바퀴째 뛰고 있을 때, 종소리가 울렸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아니라,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종소리. 즉, 벌써 2교시가 시작됐다는 소리이다. "어이, 공윤해학생!" 9바퀴째 뛰려고 했을 때 정문앞에 있는 학주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신다. 난 힘들게 학주선생님쪽으로 본 다음 내게 오라는 손짓을 하는 학주선생님쪽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하, 왜요..? " "그만 하고 들어가 봐. " "네? 들어가요? " 갑자기 학교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학주선생님. 난 어리둥절 하며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내가 이렇게 선생님을 본 이유가 있었다. 왠만하면 절대로 지각벌은 봐주지 않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더 호독하시고 무서운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께서 10바퀴도 뛰지 않은 내게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였다. "네-에! " 난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혹시나 다시 뛰라고 할까, 하는 생각에 얼른 대답을 하고 빨리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학교 안으로 들어와 교실 안까지 들어왔다. 교실 안으로 들어오니 자습이라도 하는지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게 와, 핸드폰은 왜 안 받고. "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없는 틈을 타 다희는 슬그머니 내 쪽으로 온다. 뭐, 어차피 반 아이들도 떠들고 있는 상태라 괜찮다 싶었다. "아, 사정이 있었어. 아 다리아파." "뛰었냐? 난 진짜 죽었다 깨어도 30바퀴는 못 뛴다. " "아니, 나도 안 뛰었어. 한 8바퀴 뛰었는데 들어가라고 하셨어. " "뭐-어!? 진짜? 왜! ....씨, 내가 저번에 지각했을 때는 30바퀴 다 뛰라고 하더만! " "그러게. 왜 그랬지? " .... .................... ... "야-야!! 저거 권요한 아니야!? " 창문 쪽에 있던 우리 반인 한 아이가 말했다. 흥분되는 목소리에는 이미 익숙해져버린 이름이 나왔다. "뭐?! 어디!? " "야!! 어디!!" "아악, 진짜 권요한이야!! " "근데 뭐하고 있는거야? " 자습시간이였던 우리반은 선생님이 없어 어차피 놀고 있었다. 그래서 그 한 여자아이의 말에 죄다 일어나서는 창문 쪽으로 달려든다. 당연히 1분단에 있는 다희도 호들갑을 떠며 창문에 매달렸다. 궁금한 나도, 살짝 창문을 바라보았다. "꺄!! 멋있다! " "근데 왜 뛰고 있는걸까? " "음..하긴 그러게. 왜 우리학교에서 저렇게 뛰고 있지? " 난 보았다. 애들 틈사이에 껴 권요한이 있다는 운동장을 내려다 보았다. 우리 학교 운동장은 유난히도 컸다. 그런 큰 운동장에 우리학교 학생인 아니, 여자가 아닌 남자가. 그렇게 권요한이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였다. 드르륵, "니네들 뭐하고 있어! 얼른 자리에 앉아! " 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얘들은 선생님의 말에 얼른 자리에 후딱 앉았다. 자습일 줄 알았던 수업은 다시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권요한의 얘기로 수근되며, 창문쪽에 있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힐끔 쳐다보기 일수였다. 나도 1분단 창문쪽이라, 힐끔힐끔 볼 수 밖에 없었다. 권요한은 왜 지네 학교 안 가고 우리학교에서 뛰는걸까.. 드드드릉. 귀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눈은 자꾸만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려졌을 때쯤, 주머니속에서 짧은 진동이 느껴졌다.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살짝 핸드폰을 꺼내서 보았다. 그리고 저장하지 않은 그 번호로 문자가 왔었다. - 공윤해! 나 어디있게! - 라는 문자에 난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까보다 훨씬 느려진 발걸음으로 아직 뛰고 있다. 그리고 손에는 핸드폰이 들고 있었다. 드드드릉. 그리고 또 다시 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짧게 진동하였다. - 나 니네 학교다! - 권요한의 문자에 난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하나씩 말을 써서 보내었다. 그리고 한 1분정도 지나자 또 다시 짧은 진동이 느껴졌다. - 왜 왔어? - - 그냥 놀러왔어!! - 놀러왔다는 놈이 운동장에 뛰고 있니. - 운동장은 왜 뛰어? - 라고 보냈더니, 얼마 있지 않아 답장이 왔고, 난 문자를 보고선피식, 웃고서는 이젠 권요한 답다는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운동 - ..... ................ ... .......... "저기,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 그 때, 우리 반 반장이 선생님의 말씀을 무시한 체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났다. 난 뭐지, 그리고 하는 표정으로 반장을 보았다. 나 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의 시선도 반장쪽으로 돌려졌다. "뭔데? " "저기, 밖에 운동장에서 뛰는 남학생이요! 왜 뛰는거에요? " 반장의 질문은 다름 아닌, 권요한의 대한 질문이었다. 반 아이들도 궁금했는지 막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궁금했다. 권요한이 운동이라고 말했지만, 역시나 믿음이 안 갔다. "조용! 니네들 알아서 뭐하려고. " "아니, 왜 남학생이 여고 와서 뛰어요-. 그게 궁금해서요! " "그냥..." "그냥 뭐요!? " ..... ............... ..... "자기가 어떤 지각생 대신에 뛴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대신 뛰고 있는거라고 하더라. " "지각생 대신이요!!!!!?? " "그래, 자. 이제 수업하자. " 에..? 지각생 대신? 나도 모르게 선생님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리곤 점점 아까 일들이 생각이 난다. '그만 하고 들어가 봐. ' 설마, 이 때였나? 난 얼른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 너 나 대신 뛰는거야? - 라고 문자를 보내자, 난 허탈하게 만들었지만, 미안하게 만들어버린 권요한의 답장. - 빙고! - 9편 - 빙고! - 권요한의 답장. 원래 저 답장은 날 허탈하게 만들거나, 어이없게 만드는 답장 일 수 도 있엇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였다. 나도 모르게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천천히 폴더를 닫아 창밖을 바라보며 권요한을 스윽, 쳐다보고는 다시 칠판을 쳐다보았다. 드드드릉. 주머니속에서는 벌써 5번이나 진동이 울렸다. 하지만, 난 다 씹고선 집중되지 않은 수업에 집중을 하려고 한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 선생님의 말과 함께 쉬는 시간 종소리가 들려왔고, 난 선생님이 나가지 전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에서 뛰쳐나왔다. 얘들은 이상한 시선을 다 버리고선 학교에서 나와 운동장에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돌고 있을꺼라고 생각한 권요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아까 온 권요한의 문자를 천천히 읽어보았다. - 근데 여기 쌤이 20바퀴만 뛰래! 원래 22바퀸데 - - 왜 답장이 없어? 나 잘 뛰고 있는데 - - 이제 5바퀴 남았다 - - 왜 문자 안해 - - 나 갈꺼야 - 마지막 문자가 간다는 문자였고, 난 얼른 황급히 문자가 아닌 전화를 걸었다. 달칵, "권요한! " [왜] 난 권요한이 받자마자 권요한의 이름을 불렀고, 권요한의 목소리는 살짝 심술이 난 목소리였다. "어디있어? 이 근처야? " [왜, 안 알려줄꺼야] "어디있어? 다리는 안 아파? " [공윤해] "어?" 심술이 난 목소리에서 싸악, 저음인 목소리. 진지해진 듯 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난 한 껏 긴장을 하고 말았다. [...사실 우리가 만났던 그 벤츠에 있어 몰래와] 그리고 뚝 하고 끊긴 전화. 난 얼른 아이들의 시선을 피해 발을 옮겼다. . . . . . . . "권요한!" 그 벤츠에 갔을 때쯤, 벤츠에 누워있는 권요한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까이 보니 오늘따라 더 더워서 그런지 단추는 한 세 개정도 풀고서는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버렸다. "너 도대체 왜 그랬어! " "내가 뭘!" "다리 아프게 왜 뛰었냐고.." "내 맘이다. 그리고 운동도 하는거야. " 나의 말에 권요한은 이런 말로 대수롭게 넘어가는 듯해 보였다. 그럴수록 난 더 미안해진다. "....그래도 나 때문에..미안. " "뭐가 미안해. 내가 뛰고 싶어서 뛰었다니까? 프하하." 권요한은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씨,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 "응? 뭐? " "니가 이렇게 나 대신 벌 받아줬으니깐, 대신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하라구. " "음..원하는 거? " "그래!! " "씨익, 오케이." 그리곤 권요한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었다. 이내,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고, 난 권요한과 황급히 인사를 나누고 반으로 들어왔다. 반 아이들은 어디갔다왔냐며, 물어보았고, 난 둘러대기에 바빴다. 그렇게 3교시는 시작이 되었고, 칠판에 집중을 하고 있다가 옆으로 스윽 쳐다보니 창문이 보였고, 창밖을 너머로 운동장에는 또 권요한이 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5바퀴 남았다고 하는데 마저 도는건가. ...... ................. ...... ........... "숙제 꼭 해 와. 안 해오는 사람은 두 대씩이야. 반장, 인사. " "차렷, 경례. " "감사합니다. " 힘겹게 3교시도 끝이 났다. 난 기지개를 펴다가 창문을 바라보았고, 권요한은 또 어느 세 없어졌다. 핸드폰을 보니 문자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 갔어? - 라고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그 날 몇 번이나 문자를 하고 전화를 했다. 문자는 씹고 전화는 받지 않고. 그래서 난 불안했다. 왜냐, 아까 그 의미심장한 그 웃음이 생각이 났다. ※ "뭐어? 내가 왜! " [말했잖아. 원하는 거 들어주겠다고] "아니..그러니까..더 근사할 걸 말해봐! " [차 사줘, 들어줄 수 있어? ] "돈 말고!! " [이건 돈도 안 들고 전혀 어려운 게 아니야] "아, 그래도..." [그럼 학교 끝나고 우리 학교로 와!! 프하] 다음 날, 어제 하루종일 내 문자와 전화를 씹은 권요한에게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어제 말했던 소원이라는 거. 곰곰히 생각을 하는 바람에 전화와 문자를 할 시간이 없었다며,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말했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 결과, 별로 근사하지도 않았다. 어렵지도 않았다. [학교 끝나고 우리 학교 앞으로 와!!] 다만, 이거 뿐인데 왜 난 이렇게 싫어하는걸까. "그래서 안 가려고? " "몰라..생각중이야." 학교에 와 다희에게 말하고 있는 중이다. 다희는 마냥 내가 부럽다며 얘기하지만, 같이 가달라는 말에는 전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도 가주고 싶지만, 가족들끼지 외식이 있어서.." "뻔한 변명. 필요없어." "진짜야! " "됐어..아..근데 어쩌지. " "왜 안가려고 해? 어? .....너 설마.."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날 이상한 눈빛..아니, 심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난 다희의 그런 눈빛이 싫어 괜히 오바를 하며 화를 냈다. "뭐!! 뭐! 갈꺼야! 누가 안 간대? " "그래. 니가 안 갈 이유도 없지. " "........." "이젠 걘 여기에 없잖아." "........." 다희의 마지막 말에 난 고개를 숙여버렸다. 마냥 죄를 짓은 거 처럼. "가자, 윤해야. " "응? 아, 응. " 다희는 나에게 교실로 돌아가자며 나의 머리를 스담아주었다. 난 그런 다희에게 어쩡쩡하게 애써 미소를 지어보았다. "괜찮아, 윤해야. 걘 여기에 없잖아 " ....... ................... ....... ........... "권요한..빨리 나와...." 학교가 끝나고 안 갈려고 했지만, 권요한의 5번의 전화 끝에 힘겹게 혼자서 발걸음을 옮겼다. 권요한의 학교가 어디 있는 줄도 몰랐고, 무슨 학교인 줄도 몰랐는데 다희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이젠 여기도 끝날 때 쯤인 듯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나오면서 다 교문앞에 있는 내 쪽으로 힐끔, 쳐다본다. 난 이런 시선들이 싫다.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시선들이. "왜 이렇게 안 나와! " 점점 화가 나고, 집에 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내가 권요한의 약속을 어기고 간다며 아마도 내일 쯤 무슨 일이 벌어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꿋꿋이 서 있는 나. "저기요. 누구 기달려요? " 그리고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하다가 내 어깨를 누군가가 툭툭 친다. 난 뭐지, 하며 옆을 돌아보았고,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이 학교 학생인, 어느 한 남자. 당황한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말도 못한 체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쳐다보시면 민망한데.." "아, 죄송합니다! " "피식, 누구 기달려요? 우리 학교 학생이에요? " "아..네." "누군데요? 내가 찾아줄게요. " 이 남자, 도대체 날 알지도 못하면서 찾아주겠다며 나서는 이 남자. 왠지 꺼려하게 된다. 그리 인상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니에요..곧 나온다고 했거든요.." "남자에요? " "네? ...아..네. " "아, 누군데? 남자 누구? " 갑자기 말을 놓기 시작하는 이 남자. 난 이 남자의 시선을 피하고 딴 데로 옮기려고 했을 때, 이미 교문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다 이 쪽을 쳐다보면서 가고 있는 걸 난 보고 말았다. "어? 누구 찾냐고. " "...이제..곧 올껀ㄷ..아 저기 있다!! 영덕아!!!!!!!...헙... " 자꾸 물어보는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 난 누군가를 부르며 괜히 친한 척을 했다. 그런데 마침 교문 밖에서 나오는 남자는 마치, 공부밖에 모를 꺼 같이 생긴 남자였다. 영덕이는 어디서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다. "피식, 영덕이? 영덕이는 우리 학교 최고 무서운 선생 이름인데. " 이 남자도 눈치를 깠는지 점점 내 쪽으로 다시 걸어온다. 난 속으로 권요한을 불렀다. 권요한..나타나..나타나..권요한... "어? 공윤해 여기서 뭐해. " 그리고 그 때, 내 뒤에 들리는 목소리였다. 마음속으로 그토록 외치던 그 녀석의 목소리. 권요한과 두 옆에는 옥바다와 김혁. 그리고 또 다른 친구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나 주번인데? 일찍 왔어? " "어!! 씨이.." "권요한, 오랜만이다. " 그리고 뒤에 있던 남자가 권요한에게 말을 건다. 권요한은 나를 보던 시선이 내 뒤에 있던 남자 쪽으로 옮겨졌다.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내 뒤에 있는 남자는 죽일듯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본다. "어, 오랜만이다. 용식아. " "내가 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씨발새끼야. " "왜? 옥바다양 보다 똥혁보다 훨씬 이쁜 이름인데. " "권요한!!!!!! 씨이! 하긴, 용식이가 말순이보다는 훨 이쁘다. " 왠지 용식이라는 남자와 권요한과 싸울 듯한 분위기. 용식이 쪽은 권요한을 죽일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권요한은 말순이 가지고 옥바다와 또 다시 다투고 있는다. 바로 앞에 있는 용식을 무시하듯이. "많이 컸다?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 새끼야. " 용식이의 말에 난 생각을 했다. 이 학교 교복을 입고, 권요한보다 세 살이나 많다는 얘기는 꿇었다는 얘기. 어쩐지 생긴 게 나이에 안 맞는 거 같았어. "나 원래 너보다 컸어, 용식아. 그리고 나이 많은 건 자랑이 아니야. " "뭐 새끼야? 용식이? 내 니 친구냐. " 이미 교문 주변에는 학생들로 꽈착 있었고, 그 가운데 껴 있는 다른 학교 학생인 나를 보며 이상한 눈초리으로 보고 잇따. "그럼 친구지, 니가 내 형이냐. " "이 새끼가!" 갑자기 용식이라는 남자가 권요한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하려고 한다. 난 너무 놀라 눈을 번쩍 뜨고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타악, 권요한은 용식이라는 남자의 주먹을 쉽게 막고서는 한 발자국 다가가 용식이라는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곤 소곤 얘기한다. 난 가운데에 있었고, 가까이 있었기에 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권요한의 표정. 해맑게 웃고, 싱글벙글 웃는 저 아이가 저런 표정도 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고 하였다. 하지만, 권요한의 말이 내게 더 신경이 쓰이고 말았다. "한 번만 공윤해한테 껄떡 되면 3년 더 꿇게 될 줄 알아. " 10편 "뭐해?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 "어? 아..아니야." 권요한. 아까 그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아까 그 말투는 어디 갔는지. 평소와 같이 해맑게 웃으며 멍하니 자기를 보는 내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만다. 권요한의 아까 그 말. 당연히 용식이라는 남자는 그 말을 듣고서는 쫄았는지 무서웠는지 괜히 욕을 하면서는 뒤를 돌아 휙 가버렸다. 그런 용식이라는 남자를 보며 권요한은 이렇게 내게 말했다. 브이, 이런 손짓과 함께. "나 잘했지? " ...... .............. ...... "근데 도대체 왜 오라고 한거야? " "그냥, 날 찾아 오는 팬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 권요한의 저런 단순한 대답. 난 어이없어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았다. "에휴, 그럼 난 갈려....아-악!! " 타악, "공윤해!!!!!!아 병신아 !!!!!!!!" 난 별로 요건이 없는 거 같은 권요한에게 간다고 말을 하려고 옆으로 움직이는 순간, 마침 내 옆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 그리고 그걸 본 권요한은 나를 자기 품 속에 넣었다. 그리고 날 자기 품에서 때어버린 다음에, 정색한 얼굴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 "오토바이!!!!!" "알아! 나도 봤어! " "병신, 보긴 뭘 봐. 넌 뒷통수에 눈이 달렸냐? " 왜 또 권요한은 심술이 난걸까. "왜 또 그래? 어? 왜 시비야. " "내가 뭘. " 난 마냥 어린애 같은 권요한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휴, 짧게 한 숨을 쉬며 다시 권요한에게 말을 걸었다. "고마워. 됐지? " "참, 빨리도 한다. " 역시 예상은 했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길 바랬다니. 말은 저렇게 해도 뭐가 그리 좋은 지 헤헤헤-하며 웃는 단순한 권요한을 보며 난 피식, 하고 짧게 웃고 말았다. "난 여기 왔으니까 집에 가도 되지? " "가긴 어딜 가! " "어? " "씨익, 놀아야지." 난 집에 간다고 권요한에게 말했고, 하지만 권요한은 나의 손목을 붙잡고는 그 불안한 미소와 함께 날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 "뭐야..여긴..." "미안하다. 오빠가 돈이 없다. " 권요한의 손에 이끌려 온 곳은 생각지도 못했다. 난 당당히 내 손을 잡고 가길래 어디 좋은 곳을 가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왠 중학교야.." 다름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한 중학교. "왜, 좋잖아! 프핫, 여기 내가 나온 중학교다! " "그래..근데 권요한. " "응? " "쟤네들도 니 친구들이야? " 교문에서 봤을 때 부터 뒤에 한 몇 명이 있었다. 그 들은 어디론가 각자 가서 놀꺼라고 생각했는데 이들도 함께 중학교에 와 아예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술래잡기를 하는 듯 해보였다. 난 옥바다와 김혁 말고 또 다른 친구냐며 물어보았다. "아, 재네? 응. 반 친구. " "반 친구..음. " "근데 나한테 진짜 친구는 바다양과 똥혁밖에 없어. " 권요한도 친구를 아끼는 구나. 근데 왜.. "근데 어제 왜 그랬어? " "응?" "옥바다 선택 안 하고 나 선택 했잖아. " "아-. " "옥바다랑 안 싸웠어? " "피식, 임마. " 나의 말이 가소롭다듯이 피식, 웃더니 나의 어깨에 손을 언지고서는 말을 하는 권요한. 뭔가 자신만만, 기고만장한 태도와 표정. 난 의아하며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남자들의 서계는 너가 모르는 게 있다. 말 안해도 눈빛만 봐도 다 아는 그런 거. " "..푸하하, 뭐? 남자들의 세계? " "왜 웃어! " "웃기니까 웃지, 진짜 너랑 옥바다랑 잘 어울린다. " "당연하지, 친군데. " 나의 말이 칭찬이라도 들렸는지 씨익, 하며 기분 좋은 얼굴로 내게 말한다. 난 또 그런 권요한을 보며 짧게 웃고 말았다. 그리고 저기서 같이 술래잡기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옥바다가 갑자기 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천천히 이 쪽으로 걸어오는 옥바다. 그리곤, 우리들 앞에 왔을 때쯤 권요한의 이름을 부른다. "권요한, 같이 술래잡기 하자. " 술래잡기 처럼 보였는데 정말 술래잡기 일 줄.. 고등학생이, 아니. 그것도 19살이나 쳐 먹은 사내들이 술래잡기라니. "좋았어!!!! 옥바다 니가 술래!! " "즐!! 똥혁이 술래거든? " 옥바다의 말에 권요한은 흔쾌히, 기달려듯이 앉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난 그런 권요한을 보다가 옆으로 스윽, 쳐다보았는데 학교 안에서 이 중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5명의 남자가 보였다. 분명 이 학교 학생인 거 같은데 왜 죄다 키가 멀대같이 큰 지.. 어...? "여기서 뭐해요? 누나? " "네-에? 저요? " 그리곤 그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내 쪽으로 오더니 내게 말을 거는 이 아이. 난 놀라 이 아이가 중학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존대말로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럼 여기 누나 말고 누가 있어요. 설마 제가 저런 형들 부를겠어요? " 이 아이가 말하는 저런 형들. "씨발새끼야!!!!!!!빨리 안 쳐 와? 잡히면 뒤진다. " "병신아 잡아봐라. 똥혁, 메-롱. 설사새끼. " "권요한!! 빨리 저 바다년 잡어! " "미친놈아 그러면서 나 잡을꺼잖아. " 휴. 여기 있는 거리와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주 잘 들린다. 한 참 술래잡기에 빠져 있어 내가 안 보이는 듯 했다. "누나, 저기 그만 보고 우리 좀 봐요. " "네? 아..응... "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옆에 앉아 버린 어떤 한 아이. 내 앞에와 내 옆으로 삥 둘러 쌓아버린 이 아이들. 중학생주제에.. "오, 말 놔네? 우리도 말 놓을게. " 뭐? 말을 놔? 내가 니네보다 적어도 3살이나 많은 데 말을 놔? "야, 니네! 나 니네보다 3살이나 많거든! " 난 나름 큰 소리로 말했다. 자신있게! 근데 왜 비웃는거야 이것들. "풉, 누가 뭐래? " 비록 자신있게 말했지만, 이런 개념없는 이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난 그냥 권요한이 다시 이 쪽으로 바라봐주길 바랬다. 근데 왜 자꾸 더 멀리가는건지. "누나, 저런 형들 좋아해? 왜 자꾸 저기 봐. " "........." "말 좀 해봐. " "씨이!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내며 일어났더니, 더 크게 들리는 웃음소리들. 그래서 난 다시 조용히 .........앉았다. 일어나보니 훨씬 이 아이들은 키가 컸다. 중학생 답지 않게. "이 누나 은근히 귀엽네. 푸하,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 "......씨, 있다 어쩔래..." "오. 있어? 없을 줄 알았더만 있네. " "그럼 우리 의남매할래요? 나 꽤 동생노릇 잘하는데, 풉." 나를 사이에 껴놓고서는 지들끼리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뭐, 민지가 저번에 사겨달라고 했다는 둥. 어떤 누나가 자꾸만 쫒아다닌다는 둥. 별로 관심 없는 얘기는 가운데 있는 나를 껴놓고 얘기를 한다. "근데 왜 자꾸 저 형들 봐요? " 그 중 내 앞에 있는 놈이 내가 권요한 쪽을 본다는 걸 알았는 지 내게 말한다. 그러는 바람에 난 다시 시선을 내게 말을 건 이 아이에게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내 마음이야. " "어이고, 19살이나 먹었놓고서는 꽤나 귀여운데요? " "........." 왠지 자꾸만 이 아이들 속에 놀림감이 되어가는 거 같아 얼른 나오고 싶었다. 그래서 난 얼른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켜, 집에 갈꺼야." "열, 쎄게 나오는데? 그럼 나도 같이 집에 가지 뭐. " 그러면서 내 꽁무늬를 졸졸 따라오는 저 아이들. 난 얼른 권요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저 아이들은 내가 권요한한테 가는 걸 보고서는 그 다음부터는 따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날 보고 있을 뿐이다. "야!!!!! 권요한!! " "헤헤....어?!!! 공윤해, 니도 하려고? " 나의 부름에 싱글벙글, 뭐가 그리 좋은 지 내내 웃으며 내 쪽으로 달려오는 권요한. 난 한심하다는 눈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아니 째려보았다. "지금 옥바다가 술래니까.." "나 갈꺼야. " "어? 왜! " "내 맘이야!! 그리고 너 괜히 쓸 데 없이 전화하지마! 알았어? " "어!? 야, 공윤해!!!! 기달려!! 아씨!! " 뭐? 기달려? 그러면서 왜 아직도 도망다니고 있니. ...결국엔 권요한은 따라 오지 않았다.. ..... ................... ....... .... "옥바다, 잠깐만. " "왜?! 똥혁새끼 온다!!!! 어!? 야!! 권요한 어디가!! " "쟤 어디가? " 한 참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던 요한이는 교문을 다 빠져나간 윤해를 본 다음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바다에게 잠깐만, 이라는 말을 하고서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바다와 혁이는 그런 요한이를 보고 뒤따라 가고, "야, 니네 일로와 봐. " 그리고 요한이가 발걸음을 다 가지 않은 체 누군가를 부른다. 벤츠에 앉아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저 5명. 아까전에 윤해에게 말을 걸었던 그 중학생 5명이었다. 요한이의 부름에 얼떨한 표정을 짓으며 천천히 요한이 앞쪽으로 걸어오는 저 아이들. "왜요? " 그리고 요한이 앞에 다 왔을 때쯤, 그 중에 한 명이 요한이에게 반항적인 말투로 말했다. 아직 중학생이라서 그런지, 요한이보다 키는 작았다. "아까 저기서 어떤 누나한테 말 걸었지? " 해말게 웃으며 이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 요한이. 그런 요한이를 보며 옆에 있는 바다와 혁이는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요한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네, 그런데요. " "뒤질래. " 요한이의 말에 그렇다고 말하는 이 아이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던 표정이 싸악, 하고 굳어지면서 딱딱한 말투과 함께 저음인 목소리로 뒤질래 라고 말하는 요한이. 그래서 순간 이 아이들은 움찔, 하고 말았다. "다시는 그 누나보고 아는 척 하면 뒤진다." ".........." "대답해, 알았냐고. " "..흠, 네.." 요한이의 협박조로 말하는 말투를 본 이 아이들은 고개를 살짝 살짝 숙이며, 작게 대답을 했다. 분명 이 아이들은 요한이에게 반항을 해도 안 된다는 걸 알아버린 셈이다. "김기찬, 내 후배니까 봐주는 줄 알어. " 또 다시 씨익, 웃으며 말한다. 왠지 웃으면서 말하는 요한이를 보며 이 아이들은 무표정일 때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용식이랑 같이 뒤지는 수가 있어. " 그렇게 요한이는 이 아이들에게 말한 뒤, 옆에 있던 바다와 혁이에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한 뒤 교문 쪽으로 뛰어간다. "화 안 났냐? " "내가 왜 화났냐. " "어제도 니 버리고 갔잖아. " "병신, 내가 얘냐!!! 같이 피시방 안 갔다고 화나게. " "어이쿠, 우리 바다양. 철 들었어? " "씨발!! 똥혁 뒤질래?! 설사새끼 주제.." "뭐 새꺄? 그런 소금물새끼 주제!!!!! " 윤해한테 가기 위해 교문 쪽으로 뛰어가는 요한이를 보며 피식, 웃는 바다와 혁이었다. 11편 괜히 권요한한테 원하는 거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어. 이게 뭐야, 교문앞에서 복학생이랑 이번에는 중학생들까지. 정작 권요한은 관심도 없고. "공윤해!!!!!!! 공윤해!! " 열심히 권요한의 욕을 하며 가고 있을 때쯤,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른다. 난 당연히 뒤를 돌아봤고,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는 권요한이 보였다. 권요한은 뛰어서 내 앞까지 왔고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뭐야? 왜 왔어? " 그러다가 난 다시 퉁명스러운 말투로 권요한에게 말했다. "하아, 뭔 놈의 여자 걸음이 빠르냐! 불러도 대답도 없고. " "몰라! 왜 따라 왔냐고. " "히, 그냥. " 그러더니 나보다 앞장 서서 가고 있는 권요한. 난 그런 권요한을 보다가 한 숨을 쉬다가 뒤따라갔다. "권요한. " "응?" "너 못 봤지? " "뭘? " "어떤 중학생들이 나한테 작업 한 거. " 난 은근슬쩍 아까전의 일을 말해주었다. 나의 말에 전혀 몰랐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권요한. "헐! 말도 안돼. 장난치지마 윤해야. " 놀란 표정에서 급격히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권요한. "니 녀식이 그럴 줄 알았어! 씨이. " "어?! 어디가! " "집에 가지! 너 따라오지마. " "누가 너 따라간대? 나도 내 갈 길 가는거야." 그러면서 또 다시 나보다 더 빨리 걸어가는 권요한. 난 일부러 아까보다 천천히 걸었다. 그럴수록 권요한과 나의 거리는 멀어지고, 그리고 그걸 알았는 지 뒤를 돌아보는 권요한. 하지만 이미 난 꽤 멀어진 상태였다. "야!!!!!!!!" 그리고 또 다시 내 쪽으로 뛰어오는 권요한. 표정을 보니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뭐!" "왜 안 와! " "나 우리 집 가야지! " "그러니까 왜 안 오냐고!! " "뭔 말이야! " "씨발, 그러니까!!!!!!!.......그러니까!!!!! " 집에 까지 데려다줄게. 이 말이 뭐가 그리 힘드니. 하지만, 그 말과는 달랐다. 뜻은 같았지만, 말은 달랐다. ...... ................. "니네 집 얼마나 잘 사는 지 보고 싶어. " . . . . . . "됐지?!! 우리 집 못 사니까 얼른 가! " "음. 뭐 그렇게 못 사는 편은 아니네. " 권요한, 이 녀석 정말로 우리 집 건물을 위 아래로 보기 시작한다. "이제 가봐! " "집 안에도 구경 시켜줘라. " "뭐? " "응? 집에도 구경 시켜줘! " 저 자식이 미쳤나. "너 미쳤어? 얼른 안 가? " "씨, 보여줘도 내가 안 본다. 뻔하겠지, 더럽겠지 뭐. " "죽을래? 빨리 가라. 권요한. " "누가 안 간대? 갈꺼야. 오빠 가지말라고 해도 난 갈꺼야. " "그래, 가. " "뽀뽀해준다고 해도 난 갈꺼야. " "그래!!! 가라고!! " 나의 말에 휙, 한 번 돌더니 성질난 표정으로 내게 화내는 권요한. "씨발!! 나 진짜 갈꺼야. " 그러더니 다시 휙, 하고서는 정말로 가버리는 권요한. 난 또 권요한에게 잘못했는지, 저 녀석을 왜 화나게 했는지 난 모른다. 내가 뭘 했다고 저렇게 화내는거야. ...... ..................... ....... ........... [전화도 안 하냐!!!!!!!] "왜 또 시비야! " 씻고 나오자 방에서 급히 울리는 진동소리. 난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받자마자 나에게 화를 내는 권요한의 목소리. [공윤해, 나쁜기집애] "뭐? " [옥바다양의 한 말이었습니다] "어?" [권요한 뒤질래! 내가 언제 그랬냐? 솔직히 김혁이 그랬잖아!] "......." [아, 맞다. 김혁이 한 말이었다.....공윤해!!!!!!] "..어? 어? " [사실 김혁이 말한 거 였어!!!!!너보고 나쁜기집애래, 푸하하하하하] 도대체 저 아이들은 뭐하고 있는걸까. 나에게 전화 용건을 잊어버린 체, 전화를 받고 있는 나를 잊은 체, 권요한과 그의 친구인 옥바다와 김혁의 싸우는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휴, 저기 권요한? " [씨발!!!!!! 미친새끼들아 뒤질래? 내가 영덕이한테 말하지 말랬지!! 권요한 미친새끼, 넌 뒤졌-다. 영덕이 존나 빡쳐서 너 내일 여자화장실 청소 해야돼] "권요한!!!! 권요한!! " [이런 개새ㄲ......뚝] 그리곤 욕의 한마디와 함께 끊겨버린 전화. 난 휴, 하고서는 다시 핸드폰의 폴더를 닫고 책상위에 올리려고 하다가 또 다시 울리는 진동소리. 그 위에 있는 번호는 권요한의 번호였다. "왜, 또?" [왜 끊어!!!!!! 죽을래?] 지가 먼저 끊어놓고서는. "왜 전화 한건데? " [어-어?] 나의 질문에 당황한 듯 대답을 두번이나 하는 권요한. 별 특별한 용건이 없는 듯 해보였다. "그냥 전화한거야? " [뭐, 그런 셈? 하하하] "휴,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구 난 이만...." [어?! 저 새끼 왔네!!!!!!!?] 또 다시 권요한은 나의 말을 씹기 시작했다. 난 다시 말하고 끊을려고 했는데. 권요한에게 말할 수 없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권요한의 목소리에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그래서.. 난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 ..... ........ [어!!!!!?? 씨발, 이건아!!!!!!!] ..... ............. 이건아.. [아, 공윤해! 내가 내일 전화할게! ] 뚜욱, 멍하니 있는 상태에 나의 대답도 없이 끊어버린 권요한의 전화. 난 그것보다 권요한의 목소리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와 핸드폰을 계속 귀에다가 가져가 멍하니 있을 뿐이다. "..설마..아니겠지..." 그러고 난 다시 생각을 했다. 같은 사람이라고, 그냥 이름만 같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나를 애써 위로했다. "하하...권요한 번호나 저장해야겠다." 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몇 일만에 권요한 번호를 저장할 수 있었다.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문뜩 생각이 나는 말이 있었고, 일단 이걸로 저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저장을 했다. . . . . . . - 권말순- ※ "여보세요? 왜 또 전화했어? " [공윤해] 이제 2교시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 다희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액정안에는 권말순이라고 적혀 있었고, 난 작은 한 숨과 함께 받았다. 그리고 난 받자마자 용건을 물어보았더니 권요한은 왜 또 삐진 듯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왜 또 목소리가 그래? " [너 요즘에 달라졌어!!!] "어?" [처음보다 나한테 말하는 말투가 달라졌다고!!!] 그러면서 갑자가 나의 말투에 불만을 말하기 시작하는 권요한. 난 그냥 잠자코 권요한의 얘기를 듣었다. [장난 전화 했을 때는 차분하게 받고 그랬는데 요즘따라 말투가 딱딱해졌어. 공윤해, 너 진짜 그래봐라. 이 오빠 화낸다] "휴, 권요한..할 말 다했어? " [아니!!!!!!!] "또 뭔데?" [그냥!!!!! 오늘 만나자고!!] 그러더니 아까 나한테 불만을 털어 놓는 그 말투와 다르게 평소의 권요한 목소리처럼 내게 말한다. 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으로 권요한에게 말했다. "내가 널 왜 만나!! " [헐..이것봐..나의 대한 애정이 식었어, 공윤해] "무슨 애정이야! 헛 소리 그만 하고 난 이만 끊는다! " [끊지마!!!!!너 끊으면 알아서 해! 나 또 니네학교 쳐 들어간다! ] "뭐-뭐? " [내가 니네학교에 가서 너한테 아는 척 하며 너 학교 생활 힘들어질텐데? 흐-음] 권요한, 이젠 협박지도 않은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와 봐! 누가 겁나줄 알고! 와 보라고, 권요...." [나 진짜 간다? 지금 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권요한이라는 이름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날 너무 노골적으로 다 쳐다보는 반 아이들 덕분에 이름을 부르지 못한 체, 짜증과 함께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맘대로 해!! " . . . . . . . "권요한..도대체 어디로 오라는거야..." 결국엔 난 권요한을 만나기로 했다. 할 수 없었다. 권요한이 정말로 우리학교에 와 내게 아는 척을 하게 되며 나의 학교생활이 힘들어지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끔씩 권요한 대해서 물어보는 반 아이들 때문에 힘든데 권요한과 나의 사이가 더 정확해지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난 하는 수 없이 이렇게 권요한의 바램대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아까 전화로만 Home 라는 곳으로 오라고 한 권요한. 위치?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단, 홈!!!!!! 으로 와, 라고는 끊어버린 것이다. 다시 물어보려고 했지만, 핸드폰은 꺼져버린 상태였다. "...음.....여긴가? " 그래서 무작정 내가 알아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찾았다. 생각과 달리 권요한이 오라고 한 Home은 음식점이였고, 난 의아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음..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권요한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권요한. 하지만 난 쉽게 찾았다. "설사새끼야!!!!!! " "소금물새끼주제!!!!!!! " "뭐 새꺄? 소금물???? " "그래!! 존나 쪼짠한 새끼. " 옥바다와 김혁의 목소리가 문 앞에 있는 나까지 다 들린 정도로 싸우는 소리였다. 난 한 숨과 함께 그 목소리를 따라 갔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 교복을 입은 7명의 남자가 한 테이블에서 고기와 함께 술을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띄는 한 남자. "좆밥아..푸하하하하하 " "권요한 저 새끼 제일 병신이야!!!!!" "푸하하하하하하" "......휴, 권요한!!!!!" 난 조금씩 다가가 권요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저기 있는 7명의 남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고, 그 주변까지 시선을 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난 권요한에게 다가갔다. "어? 공윤해! " 권요한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술이라도 정말 먹었는지 얼굴이 살짝 빨개진 권요한.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잖아! 얼마나 헤메는 줄 알아!? " "아, 맞다..그래도 잘 찾아왔네! 역시 우리 윤해야, 피식." "뭘 또 웃어..흠..근데 왜 부른거야? " "그냥!! 놀려구. " "씨, 나 간다! " "안돼!! 사실 내가 친구 하나 소개시켜주려고. " 그리곤 권요한의 손이 나의 손을 잡았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권요한은 해맑게 웃으며,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며 내게 말한다. 그리고 그 때, "어? 왔다!!!!! " "오, 왔냐? 어떻게 안 잊고 잘 찾아왔네? " "컴백이냐? " 내 뒤로 권요한이 말한 친구가 왔는 지 테이블에 있던 6명의 남자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한다. 권요한도 보았는지 내 손을 여전히 잡고서는 내 뒤에 있는 그 친구에게 말을 건다. 왠지 불안했다. 그래서 난 뒤를 돌아보기 싫었다. 그런데 나의 손을 잡고 있는 권요한의 손의 힘으로 나도 어쩔 수 없이 몸이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순간, 처음으로 나의 손을 잡고 있는 권요한의 손을 뿌리치고 싶고 말았다. 정말로 괜히 왔다고 후회하고 말았다. 이미..늦었지만.. ....... ....................... ....... ............... ....... "이건아!!!!! " 12편 "이건아!!!!! " 권요한의 손 때문에 난 몸이 돌려졌고, 당연히 권요한이 이건아라는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몰랐던 나는 그만 권요한이 말한 그 친구를 보고 말았다. 보고 난 뒤 고개를 숙이려고 해도, 도망을 가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발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고개가 밑으로도 숙이지 못했다. 나를 보고 있는 저 남자 때문에. ...이건아 때문에.... "빨리 왔네!! 난 존나 늦게 올 줄 알았더만. " 권요한은 드디어 나의 손을 놓고서는 이건아에게 다가간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이건아의 시선은 자기 쪽으로 오고 있는 권요한 쪽으로 옮겨졌다. 난 이 때다, 하고 이건아와 권요한의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타악, "어? 어디가, 공윤해!" 그런데 나의 손을 잡아버린 권요한 때문에 난 또 다시 이건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꽤 가까이서. "집...집에 가려고! " "왜!! 가지마, 내가 소개시켜주겠다고 한 친구가 이 새끼야. 잘생겼지? 프하하. " "어?..아..응." "어!? 진짜로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네? 공윤해 너 정말 오빠 실망시킬래!! " ".........." "나랑은 눈만 잘 마주치면서..나빴어 공윤해. " 알았으니까 이거 좀 놔줘, 요한아. 지금 숨이 막힐 꺼 같애. 그러니까.... 쫌... ...... ...... ........................... ..... ....... 역시 권요한은 내 인생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인가 보다. "푸하하하하..씨발, 어땠냐? 거기 언니들 존나 쭉빵이지? " "피식, 뭐 니 타입 많더라. " "아씨! 나도 내일 당장 호주로 떠날까. " "권요한!!!!" "왜!! " "바다도 데리고 가주세요! " 결국엔 이 아이들과 같이 자리에 앉고 말았다. 계속 해서 날 붙잡으며 가지말라는 권요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한 체 자리에 앉았지만 정작, 나를 앉혀놓고서는 지 친구들과 얘기하기에 바쁜 권요한. 근데 왜 하필 자리도 이럴까. 왜 하필 내 앞이 이건아가 앉아있는걸까. 권요한과 다른 친구들과 떠들고 있을 때, 난 잠시 숙여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 내 앞에 있는 이건아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변하지 않았다. 그 때의 이건아였다. 날 쳐다보는 무표정도 똑같았다. 가끔 웃어주는 미소가 얼마나 예쁘고 부러웠는지. 남자도 이쁜 미소를 짓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해준 이건아였는데.. 근데.. 다만, 그 때와 달리 지금 나를 보고 있는 표정이 무표정이라는 게왠지 마음이 아프다. "이건아! 그래서 이제 호주로 안 갈꺼지!!! " "니네들 하는 거 봐서. 또 또라이 짓 하면 뒷 책임 안 지고 가버릴꺼야. " "병신!! 내가 언제 병신 같은 짓했냐. 푸하하하하. 바다양이 그랬지 뭐, " "권요한, 꺼져!! 니가 제일 많이 했잖아!! 완전 나도 얼마나 쪽팔린 줄 아냐!! " 원래 이렇게 넷이서 친한 듯 해보였다. 권요한, 옥바다, 김혁. 그리고 이건아까지. 툭툭, "어? 왜? " "나 이제 가볼게. " "가려고? 오케! 알았어. " "아니야!! 나 혼자 가볼게! 진짜 나 혼자 갈게! " "공윤해! 오빠가 데려다줄게. 가자. " 그러면서 또 나의 손을 잡는 권요한. 그리고 난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묵묵히 내 쪽으로, 아니 손 쪽으로 시선을 가 있는 이건아의 시선을 보고서는 타악, "...혼자갈게. " "어?..아, 응." 권요한의 손을 타악, 하고 뿌리쳐버리고 말았다. 나의 그런 행동에 권요한은 잠시 당황을 했고, 당연히 친구들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건아는 묵묵히 술을 먹고 있다. ※ 그래도 아까 권요한 손을 뿌리친 건 오버였나. "아씨! 괜히 신경 쓰이게 하네.." 집으로 가는 중. 집으로 가면서 난 이건아의 표정보다 이건아가 왔다는 것보다 먼저 신경이 쓰이는 게 있었다. 아까의 나의 행동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권요한의 표정이 신경이 쓰인다. 전화를 해보려고, 문자라도 해보려고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지만 정작 손에만 들고 있는 중이다. "....권요한.." "왜." "엄마야!!" 나도 모르게 입에서 권요한의 이름이 나왔고, 갑자기 뒤에서 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대답이 들려서 깜짝 놀라 주저 앉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에 왠 치한인 줄 착각한 나는 무서움에 주저 앉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자꾸만 내 어깨를 치는 누군가. 난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 보이는 얼굴 하나. "권요한! 놀랬잖아! "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같은 포즈를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의 얼굴이 보였고, 난 그제서야 안심이라도 해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권요한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의 소리에도 끄덕 없이 그 표정을 유지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괜히 무안해지는 나. 아마도 권요한은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난 듯 해보았다. 그래서 난 뭐라고 말 할 수 없었고, 그냥 묵묵히 권요한을 쳐다볼 뿐이다. "안 미안하냐?!" 그리고 우리는 서로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고, 말이 없는 내가 답답했는지 먼저 내게 화를 내며 말을 거는 권요한. 난 그래도 아까 처음보다 표정이 나아진 거 같아 한 번 씨익, 웃어주며 말했다. "미안하지! " 라고 말했더니, 아까보다 점점 표정이 나아지고 있는 권요한. 애써 들어내기 싫어 한 쪽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리며 웃는 권요한을 난 볼 수 있었다. "흠, 빨리 와! " 역시 나의 그 말에 권요한은 쉽게 화가 풀렸고, 또 다시 나보다 앞장을 스며 먼저 가버리는 권요한이었다. . . . . . . "있잖아." "응? 왜? " 혼자서 집으로 가던 길은 이제는 권요한과 함께 가고 있는 중이다. 나보다 앞장을 서서 가던 권요한도 이제 내 옆에 서서 가고 있다. 가는 내내 문자를 하며. 나의 부름에 듣는 둥 마는 둥으로 대답을 하는 권요한. "너 도대체 누구랑 문자해! " 내 말이 문자 라는 거에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 화가 나 가던 발을 멈춰 권요한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나의 말에 풉-하고 웃더니 어이없는 대답. 아니, 권요한다운 대답. "여자." "바람둥이." "뭐가 바람둥이야! 여자랑 문자 하면 바람둥이냐! " "넌 다른 남자보다 여자를 밝히잖아! " "헐, 나 안 밝히거든? 나 여자 안 좋아해!!!!!!! " 나의 말에 예상 의외로 너무 심하게 발끈하는 권요한. 난 발끈하는 권요한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그래, 알았어. " "씨발.....짜증나....." 그러더니 다시 걸어가며 욕을 하는 권요한. 난 얼른 재빨리 따라가 권요한의 옆에 달라붙어 다시 말을 걸어보았다. "장난이었어 하하하...왜 그래. " "씨발, 그럼 이 때까지 넌 날 쉬운 놈으로 본 거잖아! " 난 권요한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장난이었다고 말했더니 권요한은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욕을 하며 내게 말한다. 왠지 화나 보이는 권요한에서 나오는 말은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약간 웃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야!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 " "구라 까지마 니 나 쉬운 놈으로 본 거 다 알어. " "아닌데? 진짜 아니야! " "흠, 그러면 말고. " "그래. 나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 다시 한 번 아니라고 권요한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살짝 웃으며 알았다며 말한 뒤 살며시 나의 손을 잡았다. 난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니 나의 그런 표정에 당황스러웠는지 아니면 부끄러운지 이내 잡은 나의 손을 놓고 말았다. 쑥스러워 하는 권요한의 모습에 난 뭔가 귀여워 보여 내가 먼저 손을 잡아버렸다. 놀란 표정을 나를 보더니 이내 꽈악 내 손을 잡는다. "..아까 미안해." "뭐가. " 난 진지하게 다시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아까 일을 금방 잊었는지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권요한. "니 손 뿌리친 거.." "아, 솔직히 나 그 때 무안했다. " "미안.." "근데 화도 났어. " "미안, 나 같아도 화나겠ㄷ...." ... .................... ...... ................ "니가 건아 쳐다보는 거. " 나의 말을 딱 짤라 말하는 권요한. 그 말에는 이건아의 이름이 있었고, 그래서 난 멈칫, 했다. "..하하하..쳐다볼 수 도 있지! " "전혀 옥바다랑 김혁 보는 눈이 틀렸어. " "하하..뭐가 틀려..다 똑같지 뭐.. " "진짜 걔 첫 눈에 반한 거야? " "어-어? " 갑자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질문을 한 권요한. 난 당연히 당황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그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내게 말한다. 질문이 아닌, "건아 쳐다보지마. 나 니가 걔 쳐다보는 거 화나. " 단호적인 협박조의 말이었다. "..하하..다시 볼 일이 없는데. " "아무튼!!!!!! 너 걔랑 눈 맞으면 오빠한테 뒤진다. " "이게 말 끝마다 오빠래! 왜 니가 오빤데! " "딱 봐도 내가 오빠지. 그럼 내가 니 동생하리? " 이렇게 난 얼른 화제를 돌렸다. 아까의 표정은 어디 갔는지 또 다시 해맑은 권요한의 모습이었다. "이제 다 왔으니까 가! " "갈꺼야. 오빠 간다. " "잘가, 요-한아. 푸하하하하.." "다시 말해봐. " "어?"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집에 도착했고, 난 권요한에게 동생을 부르는 식으로 이름을 불렀다. 그랬더니 뒤를 돌았던 권요한이 다시 내 쪽으로 뒤를 돌았다. 해맑은 표정은 다시 무표정으로. 난 또 혹시나 잘못 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그 말 다시 해보라고. " "..무슨..말? 잘..가? " "그 뒤에. " 잘가 뒤에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아! "...요..한아..? " "푸하하하, 공윤해!! 앞으로 그렇게 불러! 듣기 좋네. " "어-어? 뭐..알았어. " "윤해야! 오빠 간다! " 권요한은 자기 이름만 불렀다는 게 그리 좋은 지 싱글벙글한 미소와 손을 흔들며 가버렸다. 난 그런 권요한의 뒷모습까지 보며 왠지 웃음이 났다. 그냥 권요한, 아니.. 요한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났다. 13편 "다녀왔습니다. " "너 요즘에 너무 늦게 다니는 거 아니야? 학교 끝나면 바로 와야지. "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와 눈이 마주쳤고, 나를 쳐다보는 엄마의 표정은 그리 좋지 만은 않았다. 그래서 내게 잔소리를 했고, 난 매번 듣던 소리라 웃으며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씻은 뒤, 우연히 내 눈에 띤 시계. 그리고 벌써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집에 들어왔을 때 엄마의 표정이 예전처럼 똑같지만 않았던 건 알 수 있었다. 뭐, 내가 생각을 해도 권요한 만나기 전에는 8시 전에는 항상 집에 들어왔기 때문에 늦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찍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 "왜?" 방을 들어가려고 하자 나를 부르는 윤희의 목소리에 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방에서 나온 윤희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게 슬금 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런 표정을 하며 다가오는 거 보니 왠지 부탁이라도 하려고 하는 거 같아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윤희를 쳐다보았다. 윤희는 어느 세 내 앞으로 다가왔고, 역시나 윤희의 표정은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뭘 또 부탁하려고 그래? " "히히, 일단 언니 방으로 가자! " 그러더니 나를 억지로 밀면서 내 방에 들어오게 되었다. 방문을 닫고선 나를 침대에 앉으라고 한 뒤 윤희도 내 옆에 앉았다. 난 그런 윤희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나의 표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기대에 찬 표정과 함께 내게 말한다. "내일 엄마 외갓집에 갔다 오신다고 했거든? " "근데? " "그래서..반 애들한테 집에서 놀자고 했는데..." "뭐-어? " "언니한테 절대로 피해 안가게 할게! 내 친구들 꽤 얌전해! " 윤희의 부탁은 이거였다. 내일 엄마가 없어 집이 비우니, 친구들에게 집에서 놀자고 했다는 것이다. 뭐, 여기까지는 상관이 없다. 동생 친구들이 집에 와서 노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나 니네친구들 싫어! 하나같이..날 만만하게 보잖아! " "무슨 소리야! 걔네들 안 그래! 그냥 언니가 좀 더 동생같고 하니까 그렇지! " 윤희의 친구들. 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난 꽤나 동생 친구들에게 멋진 언니로 보이고 싶었지만 처음으로 보던 날. 윤희처럼 170가 넘는 키를 자랑하는 친구들이었다. 아직 165밖에 되지 않은 키 때문에 주눅이 되었고, 같이 얘기를 했을 때는 마냥 날 동생취급을 하던 그런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인지 난 윤희의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몰라!! 난 싫어! 니 친구들 싫다고. " "내 친구들 괜찮다니까? 몰라!!! 난 불러서 걔네 오지 말라고 해도 올꺼야. " "죽을래? 강윤희? 누구마음대로 불러. " "그럼 언니도 친구 부르든가! " "내가 왜! " "맘대로 해! 어쨋든 내일 친구들 올꺼야. " 저 기집얘. 아주 지 마음대로야. 내가 지보다 키가 조금 작으니까 언니로 안 보이나. 아씨, 그나저나 진짜 윤희 친구들 오는 거 진짜 싫은데 어쩌지. . . . . . . "엄마! " "왜? " 학교가기 전에 어제 윤희의 말이 생각이 났고, 가려고 했던 발을 다시 엄마 쪽에 돌려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거실을 청소하다가 나의 부름에 내 쪽을 쳐다보셨다. "오늘 할머니댁에 가? " "응, 가서 포도 좀 따서 가지고 오려고. 왜? " "아..몰라! " "오늘 토요일이니까 일찍 끝나겠네? 점심 안 먹지? " "당연하지." "점심 차리고 갈테니까 와서 윤희랑 같이 챙겨 먹고. " "알았어, 갈게요!! " 엄마에게 살짝 신경질을 내며 집에서 나왔다. 학교로 가는 내내 걱정이 쌓이는 것만 같았다. 분명 윤희 친구들은 저녁쯤에 올테니까 그 전까지는 집에 있고, 저녁에는 어디에 있지.. 음.... ..... ............................. ......... "에? 오늘? 안돼. 오늘 우리오빠 여자친구 온다고 했단 말이야. " "씨, 니네 오빠는 무슨 늦은 시간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냐! " "몰라. 나도 우리 오빠지만 싫어. "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다희를 불러 사정을 얘기하며 말했다. 하지만 딱 거절하는 다희. 그러는 바람에 난 또 다시 좌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공윤해. 솔직히 니가 언니잖아. 윤희가 언니냐! " "당연히 내가 언니지! " "근데 왜 니가 피해! 당당히 말해. 오지말라고. " "근데 그 기집얘가 막 온다고 그러잖아! 씨, 아 짜증나 죽겠어. " "너도 참 한심하다. 동생을 이기지도 못하고...쯧쯧." 어렸을 때부터 나보다 훨씬 당당하고 뭐든지 자신감이 넘친 윤희였더라, 난 항상 윤희의 언니 노릇을 해본 적이 없다. 언니로써의 기본적은 것들만 했을 뿐. 별로 윤희에게 언니로써 크게 혼낸 적도, 가르친 적도 없는 걸. 이제서야 깨달게 되었다. "수업시작하겠다. 난 이만 자리로 간다. " 그렇게 다희는 이내 자리로 돌아갔고, 괜히 풀이 죽은 나는 더운 날씨에 토요일에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2,3교시만 수업을 한 뒤. 4교시는 담임의 시간이었다. 4교시가 시작하고 나서 몇 분 뒤에서야 담임 선생님께 들어오셨다. 전달사항이 많은지 손에는 한 가득 프린트가 있었다. "자, 오늘은 전달사항이 많아. " "뭔데-요?? " "일주일 뒤면 방학이지? 그거에 대해서 전달사항인데. " 벌써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딱 고3이 됐을 때, 1학기에 있는 두 번의 시험을 어떻게 보냐는 걱정부터 했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의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 와버렸다. 그래서 인지 기뻤다. "니네는 이제 고3이야. 무엇보다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라는 거 알지? 그래서 방학중에 보충 학습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충 학습을 무료를 해주겠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있어. " "보충 학습 안 해요!!! " "일단 듣어봐. 고3은 무엇보다 방학때 공부를 해야 돼. 다른 아이들보다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보충학습을 하게 되며 훨씬 도움이 될꺼야. " 휴. 저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내가 벌써 19살인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방학때 진짜 공부 해야하는데 이참에 보충학습이나 해볼까. "그런데, 우리학교 선생님들만 하는 게 힘들어서 다른 학교 선생님과 함께 할 생각이야. 여기서 한 5분정도 거리인 고안고 알지? 거기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하기로 했어. " 고안고? 고안고면 내가 저번에 간 학교 아닌가? "거기 학생들도 당연히 보충학습을 할테고. " "선생님! 그럼 고안고 학생이랑 같이 보충하는 거에요!!?? " "뭐, 그런 셈이지. 아무튼 혹시 보충 하고 싶은 학생들은 방학하기 전까지 꼭 와서 얘기하렴. " "꺄-, 고안고면 권요한 다니는 학교 아니야? " "아마도 그럴걸?! 근데 권요한이 보충 수업 받을까? " 역시나 고안고가 권요한이 다닌 학교였구나. 근데 분명 그 녀석은 보충? 절대로 안 한다. 절대로. ※ "그럼 우리 집 가서 놀까? 응? " "나 엄마랑 침대 시트 보러 가기로 했다. 음하하하. " 학교가 끝난 뒤, 일찍 끝난 토요일이라 다희와 놀고 싶었고, 가는 길에 다희에게 물어봤더니 침대 시트를 사기로 했다며 안 된다고 말하는 다희. "씨..알았어!!!!" "미안! 저녁에 시간 되면 내가 연락할게! 알았지? " "꼭 전화해라! 알았지? " "알았어! 그럼 나 엄마 만나야 되서 먼저 간다! " 그렇게 원래 가던 길까지 가지 못하고 이내 교문에서 벗어나자마자 다희는 그렇게 가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쓸쓸히 집에 돌아왔고, 아직 윤희는 오지 않았다. 저녁쯤에 올 꺼라는 생각에 난 할 것도 없어 잠이나 자기로 하고 옷만 갈아 입은 뒤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 . . . . . . . "언니, 언니!! " "..아..음....왜.." 오랜만에 푸욱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깨웠다. 언니라고 부르며 나를 깨우는 사람은 윤희였고, 난 윤희를 보며 왜 그러냐고-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윤희는 내게 말한다. "나 얘들이랑 치킨 사먹으려고 하는데...만원만 빌려줘! " 윤희의 말은 꿀맛 같던 잠을 확 달아나게 하는 말이었다. 동생이 치킨 먹고 싶어 만원 정도 빌려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그 앞에 있는 그 말. 혼자가 아닌 얘들이라는 말이 섞여 있었고 난 벌떡 일어나자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느 세 햇빛이 쨍쨍하던 날씨 대신어둠컴컴한 날씨로 변해 있었다. 그제서야 난 정신들이 윤희를 쳐다보았다. "니 친구들 왔어?!" "응. 헤헤, 같이 놀자! " "미쳤냐!!!!!! 씨, 강윤희. 넌 진짜 다음에 보자!! " "어? 어디가려고? " "어!! " 난 윤희에게 그렇게 말한 뒤 무작정 핸드폰을 들고선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니 거실에는 저번에 봤던 그 아이들. 5명의 아이들이 죄다 나를 쳐다보았다. 괜히 뻘쭘해 눈웃음을 친 다음, 내 뒤에 있는 윤희에게 귀에다가 ' 11시까지 다 보내라 ' 라는 말을 하고선 나에게 인사하는 것들을 살짝 받아준 다음. 쾅, 집에서 나오고 말았다. "휴...이제 어디 가냐. " 그렇게 정말 저 아이들과 같이 있기가 싫은 나는 결국엔 이 한 밤중에 집에서 나와버렸고, 갈 데 없어 동네를 이리저리 다니다가 놀이터가 눈에 띄었고, 마침 그네에 앉아 들고 있던 핸드폰 폴더를 열어보았다. "에? 뭐가 전화가 많이 왔대. " 부재중 전화가 8통이나 와 있었다. 확인 해본 결과. 권말순이라는 이름밖에 띄지 않았다. 난 뭐지, 하며 권요한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여보세요? 권요한, 전화했어? " [너 지금 어디야!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안 받아! 진짜 뒤질래? ] 받자마자 나에게 무작정 화를 내는 권요한. 이제는 익숙해진 거 같아 한 숨을 쉰 다음 나도 말을 했다. "잤다!!!!!!!! 그리고 뭘 또 뒤질래야! 너 한 번만 그 소리하면 진짜 나한테 뒤져! " 그래서 난 권요한에게 똑같이 화를 냈다. 그랬더니 아무 말이 없는 권요한. 흠. 내가 쫌 심했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씨발, 죽여봐!!! 죽이지도 못하는 주제] 오히려 날 약올리는 것이었다. 괜히 권요한과 말싸움 하기 싫어 다시 좋게 말했다. "휴, 그래서 왜 전화한건데? " [그냥. 너 지금 집이야?] "아니. " [어디야!! 너 지금 몇 신데 밖이야. 빨리 집에 안 들어가?] "지금 집에 동생...아니, 손님들 와서 못 들어가. " [손님? 내가 내쫒아줘?] 권요한의 저 말에 난 피식, 하고 웃었다. 아마도 권요한 정도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뭐, 그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됐다, 됐어. " [그래서 너 지금 어딘데] "안 알려줄꺼야. " [공윤해, 어디 있냐고! ] "힌트줄테니까 맞춰봐. " [내가 맞추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 무조건] 권요한의 말에 살짝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난 절대로 찾아 오지 못하게 힌트를 주려고 하기 때문에 난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좋아. 그럼 나의 힌트는. " [응!!!!!!!! 쉬운 힌트 줘라] "코끼리. " [뭐, 씨발. 꼬끼 뭐? 그거 뭐 어쩌라고] "꼬끼말고!! 코끼리!! " [코끼리? 아 그 존나 돼지같은 거? 그거 뭐!!! ] "아 답답해!!!!! 코끼리가 힌트라고! " [...........] 나의 어처구니 없는 힌트에 권요한은 아무말이 없다. 당연히 이런 것만 알고 여기를 찾아 올 수는 없지. "하기 싫으ㅁ..." [오케이. 내가 꼭 그 꼬끼 하나도 찾고 만다. 반드시] "못 찾을걸? 푸핫, 그럼 제한시간! " [뭐? 제한시간? 장난하냐? 뭔 제한시간이야!!!!! 넌 꼬끼하나로 찾을 수 있겠냐! ] "그러니까 하기 싫으면 하지말라구요. " [...됐어. 나 지금 존나 승부욕 생겼어] 승부욕까지 생겼다며 열을 내기 시작하는 권요한. 난 그런 권요한을 더 놀려 먹기 위해 제한시간을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겼다. "제한시간은 9시까지. 딱 20분 시간을 줄게. " .... .............. ...... .......................... ........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난 지 벌써 27분이나 지났다. 3분만 있으면 50분이 되는데 전혀 권요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뭐, 하긴 그런 힌트 하나로 찾아오기가 쉽지 않지. 왜 힌트가 코끼리였냐 하면, 여기 있는 미끄럼틀의 모양이 코끼리이기 때문이었다. 마땅히 힌트를 줄 게 없던 나는 한 순간에 코끼리 모양인 미끄럼틀이 보여 말한 것이다. "58분...힌트가 너무 어려웠나.."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권요한의 모습이 안 보니까 아까의 그 힌트를 줬다는 게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시간과 놀이터 앞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고, 이젠 시간은 2분밖에 남아있지 않는다. .........59분.. 그리고 그렇게 또 1분이 지났다. 보이지 않는다. 전혀 사람의 형체를 볼 수가 없었다. ......아무도........ ........ ............... ......... ..................... 아무도..보이지 않았는데... ....... ............... "공윤해!!!!!!!!!!!!공윤해!!!!!!!!" 나의 이름을 들리는 순간, 앉아 있던 그네에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점점 사람의 형태가 보였고 내 앞으로 점점 다가온다. 숨이 차는 지 두 손을 무릎에다가 갔다 놓은 뒤, 뛰어서 빨개진 얼굴을 살짝 내 쪽을 바라보면 이 녀석의 특유의 미소. 해맑게, 싱글벙글, 비록 바보같이 웃는 미소였지만, 순간, 이건아에서만 느꼈던 그 예쁜 미소가 권요한에게서 보였다. "찾았다, 공윤해. " 14편 "찾았다, 공윤해. " 도대체 이 녀석, 어떻게 여기를 알고 찾아 온 걸까. 한 편으로는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찾았어? 코끼리만 알고선. " "사람들한테 물어봤지!!!!!!씨..뭐 그딴 힌트를 줘! " "하하...어쨋든 대단하다!! " "짱이지? 다행히 59분에 도착했어. 이제 내 소원 들어줘야겠지? " 어느 세 숨이 차오르던 표정은 없어지고 씨익, 웃으며 약간의 사악한 표정? 어쨋든 재미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난 20분만에 코끼리 라는 단어만 알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는 권요한이 대견스러워 보여 말없이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소원을 알기 전까지... ..... ................ .... "미쳤어!!!!!!!! 권요한 너 미쳤냐!! " "왜-에! 그냥 영화만 보자고 한건데. " "지금 시간이 몇 신데! " "뭐 어때. 이럴 때 공포영화를 봐줘야지 간지인거야. " "뭐가 또 간지야! 아, 난 싫어. 더구나, 너네집 가서 보는 건. " 권요한의 소원은 저번처럼 그리 크지도 않았다. 아니, 쫌 컸다고 봐야하는건가. 뜬금없이 공포영화를 혼자서 못 본다며 같이 보자고 하는 권요한. 그래서 여기까지는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뒤에... ' 우리집에서 보자 ' 라는 말에 난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너 웃긴다!! 내가 너한테 뭔 짓이라고 할까봐 그러냐? " "뭐..뭐-어! " "분명히 난 말했다. 여자 안 좋아한다고! 그리고 넌, 여자로 안 느껴져." "아씨, 몰라. 난 싫어. " "와..소원 다 들어주겠다고 했으면..무조건. " "야!! 하지만 이건.." "야, 솔직히 코끼리 라는 단어 한 개로 19분만에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아냐? " ".........." ......... ............... ........ ......... ....... .... "너 진짜 헛 튼짓 하면 죽어! 진짜야!!! " "안 해, 임마. " 결국엔 권요한의 집까지 오게 되었다. 저번에 그렇게 우리 집을 얕바던 권요한의 집은 잘 사는 집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큰 수조관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어느 세 아까의 그런 걱정들이 없어지고 집 구경에 빠지고 말았다. 비디오를 가지고 오겠다며, 2층으로 올라가버린 권요한. 그리고 난 1층에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 중이다. "뭐해, 빨리 와. " 그리고 2층에서 내려 온 권요한은 어느 세 아까 옷차림과 달리 편안한 차림이었고, 그래서 난 또 다시 아까의 걱정들이 다시 생각이 나고 말았다. 한 쪽 손에 비디오가 있었고 먼저 쇼파로 가는 권요한. 나도 이내 쇼파로 가 앉았다. 앞에는 그 말로만 들었던 큰 TV. 실제로 보니까 엄청나게 컸다. "뭐 빌린거야? " "쏘우." 권요한이 빌린 비디오는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징그러운 영화. 스릴러, 하여튼 징그럽다고 한 그 영화였다. 나도 공포영화를 보지 못해 긴장을 하고 말았다. 비디오를 넣고 거실에 있는 불을 다 꺼버리는 권요한. 그리고 내 옆에 앉는다. 컴컴해진 거실에 큰 티비에서만 불빛이나 났다. "아 존나 긴장 돼. 떨려. " "..응..나 까지 떨린다. " "난 너 때문에. " "어? " "영화 때문에 떨린다고! " "알았어! 왜 소리를 질러. 씨.." 그렇게 고요한 숨소리도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큰 티비라서 그런지 영화관이 따로 없었다. 난 쿠션을 하나를 안고선 영화에 집중을 했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 흘렸을까. 잠깐 옆을 돌아 권요한을 보았는데. "..너 뭐하는거야.." "씨발, 나 저딴 거 못 봐. " 아예 쿠션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었다. 난 그런 권요한의 예상의외의 모습에 웃고 말았다. 자기도 쪽팔린 지 자꾸만 웃지 말라고 하는 권요한. 난 알았다며 웃음을 멈추고 다시 티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또 다시 영화에 빠지고 있는데..한 참 무섭고 긴장을 하고 있을 때쯤. "어허!!!!!!!!!! " "엄마!!!!!!!" 갑자기 나의 어깨를 툭, 치며 어허라는 말로 나를 놀래키고 말았다. 정말 한 참 영화에 집중을 하고 있을 때라. 너무 놀란 나머지 권요한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고 말았다. 왠지 무서워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푸하하하하하하, 공윤해. 존나 웃겨. " "....씨..." "푸하핫!! 얼른 일어나봐. 무거워. " "..........." 일어나라고 하는 권요한의 말에 난 천천히 다시 몸을 원래대로 했다. 고개를 숙인 나의 모습에 웃고 있던 웃음은 끊어지고 왜 그러냐며, 나의 팔을 툭툭 치는 권요한. "씨!!! 진짜..얼마나 놀랐는데! " 난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권요한에게 말했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던 입도 다시 굳게 닫아지고 말았다. "...울어? " 큰 TV에서 하고 있는 영화의 불빛 때문에 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걸 권요한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우냐고 물어보는 권요한의 말에 난 고개를 숙였다. "...진짜 울어? " "..씨..몰라!! " "고개 들어봐. " 그러면서 권요한의 손이 나의 턱을 올렸고, 자연스럽게 난 다시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아직도 놀란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은 한 방울씩 권요한의 손등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짜우네.." "그럼 가짜로 우냐!! 씨.." 스윽, 아까의 그 당황한 표정은 어디로 갔는 지. 진지한 표정을 나를 쳐다보며 볼에 흐르는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는 권요한의 손. 그리고 살짝 흠칫, 하고 놀라고 말았다. "이제 됐어..." "짜식, 놀래기는 피식." 그러면 나를 보며 피식, 웃는다. 아까전부터 진정 된 줄 심장은 또 다시 뛰기 시작한다. 다시 영화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와 권요한의 시선은 문 쪽으로 돌려졌다. 불을 꺼서 그런지 보이지 않았다. 탁, "불 꺼놓고 뭐하냐. " 그리고 이내 환하게 거실의 불이 켜졌다. 어두운 데 있다가 갑자기 환한 데 있으니 눈이 아팠다. 살짝 눈을 감고선 다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지 않았던 사람의 형태가 보이고, 얼굴이 보였다. 권요한은 반가운 지 쇼파에서 일어나 냅다 달려간다. "어! 왠일이냐, 이건아! " 다름 아닌, 건아였다. 너무 놀랐다. 아니, 지금 이 상황을 혹시나 오해나 할 싶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쇼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뻘쭘하게 일어서서는 힐끔힐끔 이건아를 쳐다보았다. "옥바다랑 김혁이 너 집 빈다고 하길래. " "아, 엄마랑 아빠. 잠시 일본 갔거든! 뭐, 이제 내 세상이지! " "근데...누가 있네. " 그러면 나를 쳐다보는 이건아의 무표정. 난 마냥 죄 짓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이 집에서 나가고 싶은 나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권요한은 마냥 웃기만 하고 오히려 나를 더 붙잡기만 한다. "너도 그 때 봤지?! 이름 알려나...? 공윤ㅎ..." "공윤해. " 권요한이 이건아에게 나의 이름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이건아의 입에서는 내 이름이 나왔다. 난 놀라서 이건아를 쳐다보았고, 권요한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건아를 쳐다보았다. 그런 권요한을 본 이건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면 말한다. "저번에 니가 말했잖아. " "아!! 그랬나? 짜식, 기억력 좋네!! " "피식, 그럼 쟤 가면 그 때 불러라. 옥바다랑 김혁이랑 같이 올게. " "왜! 너도 같이 영화보자. 별로 본 지 안 됐어. " 권요한, 진짜 도움 안 된다. "됐어. 갈게. " "이건아, 빨리 와라! " ..... .................... ..... .............. .... "아, 떨려. " "넌 어차피 안 보잖아. " "이젠 볼꺼야! " 또 다시 불을 끄고 비디오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 권요한과 함께가 아닌, 이건아도 함께 보기 시작했다. 가운데에는 권요한이 앉았고, 오른쪽으로는 나. 왼쪽으로는 이건아. 이렇게 셋이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난 처음에 봐서 그런 지 별로 집중도 안 되고, 아까처럼 무섭지도 않았다. 다만, 그냥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 "..저기. " "왜? " 아까와 똑같이 쿠션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권요한에게 말을 걸었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왜, 냐고 물어보는 권요한. "나 이만 가야 될 꺼 같아. " "에? 벌써? 아직 영화 안 끝났는데? " "다음에 보자..하하.. " "뭐, 알았어!! 데려다줄게. 이건아, 넌 여기 있을래? " "어. " "혼자 보고 있어-라. " 영화에 푹 빠졌는 지 권요한과 눈도 안 마주치며 대답하는 이건아. 난 그런 이건아를 한 번 쳐다보다가 쇼파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가 신발을 신고선 드디어 집에 나왔다. "됐어, 나 혼자 갈 수 있으니까 들어가 봐. " "엄허!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요즘에 변태가 많대. " "핏, 마음대로 하셔. " "그럴꺼야. 푸하하하하. " 이렇게 권요한과 함께 걷다가 처음으로 정적이 되고 말았다. 마땅히 권요한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다. 항상 권요한이 내게 말을 걸어왔는데 왜 지금은 안 하는걸까. "...권요한? " "응? " "아니..그냥 니가 말이 없길래. " "남자는 때로는 말이 아껴야할 때가 있는거야. " "푸핫, 진짜 너도 참..." "아까 건아가 너 이름 알고 있을 때 솔직히 놀랐어. " "하하하...나도.." 갑자기 이건아의 이름을 꺼내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뛴다. 뭔가 들켜서는 안 되는 거 마냥 심장이 뛴다. ....... ................. ..... ........... "난 그 때 니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거든. " 그리고 권요한의 말. 발이 멈추고 말았다. "하하하하...니가 그 때 내 이름 막 불렀잖아. 그래서 알아겠지. " "아!!!!! 그런건가? 아씨..집에서 나올 때부터 곰곰히 생각했는데, 어쩐지. " 왠지 권요한이 저렇게 넘어가니까 조금 진정이 되는 거 같다. "이건아가 왜 호주로 간 줄 알어? " "하하..내가 어떻게 알아..니 친군데.." 2년 전에 말 없이 이건아는 사라졌다. 그렇게 내게 마음에 심장에 없어지지 않을 말과 함께 그렇게 이건아는 사라졌다. 그래서 이건아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최근에 호주에서 돌아온다는 말을 간신히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귀를 쫑긋하며 권요한의 말에 귀기울렸다. "왜냐면, " "........." ...... .................... ..... ........... ...... "나중에 말해줄게! 나 이만 간다. " 그리고서는 휙, 돌아 가버리는 권요한. 난 어리둥절하며 권요한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이유를 듣지 못해 씁쓸한 표정으로. 15편 왜 이건아가 호주로 간 이유가 뭘까. ....... ............... '건아가 왜 호주로 가는 줄 알어? ' '아니. ' '몰라. 왠만한 얘들은 다 모를 걸? ' '글쎄. ' 주변얘들로부터 물어봤지만, 하나같이 말은 틀려도 같은 의미였다. 그래서 알고 싶었는데, 알고 싶었는데. "......어? 어?! 핸드폰! " 집에 다 왔을 때쯤, 손이 뭔가 허전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뭐지, 하고 생각하니 핸드폰이 없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마도 권요한의 집에서 놓고 온 듯 하다. 다시 권요한 집으로 가야하는 상황. ...... ................... ...... ........ "이쯤이던데..." 권요한과 우리 집은 그렇게 멀지 않은 듯 해보였다. 그래서 난 자신있게 권요한의 집을 찾았지만 도저히 같은 데만 돌고 있는 듯하다. 이 슈퍼는 벌써 3번이나 보고 말았다. 권요한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번호를 모르고, 그냥 집으로 갈까 했지만 이미 벌써 우리 집으로 가는 길도 모르는 셈이 되버리고 말았다. 즉,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어디야.." 결국엔 돌아다니는 건 무리일 듯 싶었다. 그래서 보이는 하나의 벤츠가 있었고, 거기에 앉아 울상한 표정을 짓으며 주변만 두리번 거릴 뿐이다. 하늘을 쳐다보니 아까보다 더 어두워지는 거 같다. 사람도 점점 없어져서 그런지 주변이 으슥해진다. 그 때, 권요한의 아까 말이 떠올랐다. ' 엄허!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요즘에 변태가 많대. ' 걘 하필 그런 얘기를 해가지고.. 가뜩이나 아까 본 영화들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아..엄마.....윤희야...." 그냥 윤희 말대로 집에 있을 걸. 그냥 차라리 윤희 친구들이랑 노는 게 나았어. 나오지 않았더라면 권요한의 집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건아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핸드폰도 두고 오지 않을 것이고, 더구나. 이렇게 길을 잃어버린 지도 않을테니까. "......권요한....." 엄마와 윤희를 부르다가 나도 모르게 권요한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왔다. 순간, 헙-하고 입을 막았다. 갑자기 나온 권요한의 이름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아씨!!!! 미친새끼야, 빨리 좀 와!!!!! " "간다! 가! " "나 먼저 간다!? 똥혁. " "바다양 같이 좀 가지요. " 이제 정말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절망하고 있을 때. 아마도 없는 이 길에서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희귀한 이름이 들려왔다. 난 설마 하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내 앞 쪽으로 지나가는 그 아이들을 보았다. 이 순간, 이 아이들이 이렇게 반가울 지는 정말 처음이었다. "바다야!!!!! 혁아!!!! " 권요한의 친구인 옥바다와 김혁의 모습이 보였을 땐 정말 나도 모르게 성이 빼고 이름만 부르며 쪼르륵 달려갔다. 갑작스레 친한 듯 이름을 부르는 나의 행동에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옥바다와 김혁. 난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 향해 반갑다는 표시로 안으려고 말았다. 하지만, "어-어?! 이 아줌마가 왜 이래! " "너랑 난 아직 이럴 사이가 아닌데." 아주 확실히 피해버리는 옥바다와 김혁. 그러는 바람에 뻘쭘해진 나는 동작을 멈추고 다시 똑바로 선 다음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네 권요한 집 가는 거 맞지?... " "응, 그런데 왜 우냐? " "아줌마, 왜 울어? " "나 좀 데리고 가! " . . . . . . . . . "얜 뭐야? " "몰라. 길 잃은 똥강아지. " 그렇게 아주 쉽게 몇 분 안 걸려서 권요한의 집에 올 수 있었고, 들어오자마자 옥바다와 김혁의 틈 사이에 있는 나를 보며 어린애 취급하듯이 가리키는 권요한. 그랬더니, 옥바다의 우스꽝스러운 말에 한 번 째려보고 난 뒤 권요한에게 말했다. "권요한! 나 핸드폰 놓고 가서 그런데 잠깐만! " "어-어? " 무작정 권요한에게 그렇게 말한 뒤, 신발을 벗고서는 성큼성큼-쇼파로 갔다. 넓은 쇼파를 보며 내가 앉았던 자리를 보았다. 이리저리 살펴도 도저히 핸드폰 같은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바닥에 떨어졌을 까-하는 생각에 바닥을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엔 벌떡 일어나 나를 신기하듯 쳐다보고 있는 저 세 사람에게 성큼 다가가 그 가운데 있는 권요한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니가 내 핸드폰 가져갔지? " "아니. 내가 니 핸드폰을 왜 가져가? " "..안 가져갔어? 나 여기다가 놓고 왔는데.. " "멍-청이. 니 핸드폰에 전화를 하면 되지.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옥바다는 핸드폰을 꺼내 막 누르기 시작한다. 난 살짝 놀랐다. 난 옥바다에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내 번호를 알고 있단 사실이 놀라웠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오!! 너 내 번호 알고 있구나! " 역시, 옥바다는 내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내가 니 번호를 어떻게 알어. 우리 예나한테 문자중이야. " 옥바다는 이런 아이였다. "공윤해, 니 핸드폰. " "응? 내 핸드폰 뭐!? 니 갖고 있어? " "아니. " "그럼? " ..... ................. .... "건아가 갖고 있더라. " 권요한의 마지막 말에 난 그대로 표정이 굳어져 버렸고, 옆에서 열심히 문자를 하던 옥바다도, 벌써 무언가를 먹고 있는 김혁도 일제히 권요한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권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내게 말한다. "문자를 했더니 답장이 없길래 전화를 했는데 건아가 받는거야. 푸하하하!! 알고 봤더니 쇼파에 있는 니 핸드폰을 가져갔다고 하더라고? 하하하하!! " 권요한은 뭐가 그리 웃긴 지 큰 소리로 웃으며 내게 말한다. 난 살짝 어벙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보며 끄덕이였다. "자, 전화해봐. " 그러면서 내게 자기 핸드폰을 내미는 권요한. 난 그걸 조심히 받아 내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액정안에 뜨는 저장 된 나의 이름은. -우리 공윤해- ......... ....................... .... [왜 전화했냐니까, 야. 권요한] "어?-어? 여보세요? " 계속 그 이름만 보다가 받은 줄도 모르고 목소리가 들려 급하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말이 없는 이건아. 고개를 살짝 들자, 앞에 있었던 권요한은 어느 세 옥바다와 김혁과 쇼파에 앉아티비를 보고 있는 중이다. 난 잠시 몸을 돌려 다시 집중을 핸드폰에게 갔다. "...저기.." [핸드폰 돌려줄게. 기달려] 나의 말을 듣지도 않은 체 끊겨버린 전화. 왠지 핸드폰을 닫으며 한 숨이 나왔다. "공윤해!!!! 전화 다 했으면 핸드폰 줘, 문자할꺼야. " 그러면서 내게 다가와 핸드폰을 휙, 하고 뺏어가버린 권요한. 저런 권요한을 보며 난 잠시 후회를 했다. 날 찾아 씨익, 웃는 권요한이 예뻐보였다는 말을 했다는 게 후회스럽다.. 그렇게 난 권요한 집 안에서 나와 무작정 대문 앞에서 기달리라고 말한 이건아를 기다리고 있다. 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거리에 혼자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심장이 떨려온다. 몇 분이 지난 거 같다. 슬슬 한계가 지난 나는 다리가 아파 결국에 쭈그려 앉고 말았다. 터벅터벅.. 저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저 쪽에는 가로등에 없어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점점 이 쪽으로 다가올수록 가로등의 빛으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난 모습이 다 들어나고, 누군지 확인을 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여기." 그렇게 기달렸던 이건아였다. 나를 보자마자 무표정인 얼굴로 내게 핸드폰을 내민다. 두 시간만에 내 핸드폰을 내 손안에 넣을 수 있었다. 드디어 핸드폰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웃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이건아를 쳐다보았다. 휙, 돌아서버린 이건아. 멍하니 그렇게 이건아의 뒷모습을 쳐다만 보았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내 자신과 약속을 했는데. "핸드폰 찾았어? " 한 참 이건아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을 때, 어느 세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권요한이 있었다. 갑자기 있는 권요한을 보며 난 놀란 기세를 감추기 위해 어색하게 웃어보았다. "어?? 아, 응. 하하하하하...이제 가봐야겠다. " "응, 잘가. " 그리곤 왠일인지 잘-가 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 준 다음, 집 앞으로 유유히 들어가버린 권요한. 난 그런 권요한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 권요한이였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 살짝 섭섭한 마음이 들며 아쉽게도 12시 넘은 이 시각에 혼자 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 "권요한, 너 표정 왜 그러냐? 건아는? " "몰라. 짜증나, 이건아. " 집으로 들어 온 요한이. 짜증이 난 표정으로 들어 온 요한이를 보며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던 바다와 혁이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려졌다. 바다의 물음에 짜증이 난다고 말했고, 그 뒤에 건아의 이름을 말했다. 바다와 혁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이내 혁이가 물어보았다. "왜 싸웠냐? " "공윤해가. " "아줌마가 왜? " ...... ................. .... "이건아 진짜 좋아하나 봐. " 16편 "나 왔ㅇ...." 그 어두운 길을 혼자서 걸어와 집에 무사히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선 집에 도착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인사를 하려고 했던 나는 그만 내 눈앞에 보이는 광경 때문에 더 이상 말을 이어 할 수 없었다. 거실에 한 가운데 모여 있들 술병들과 먹다 남은 음식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널부러져 있는 윤희와 윤희의 친구들. 이런 광경을 보면 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큰 한 숨만 나올 뿐. 벗다만 신발을 다 벗고선 천천히 이 아이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아주 편안하게 자고 있는 윤희를 툭툭 쳤다. 몇 번이나 흔들어 깨워보고 차보기도 하고, 깨울 수 있는 것들을 다 써봤지만 전혀 일어나지 않는 윤희였다. "휴, 나도 모르겠다. " 결국 윤희를 깨우는 걸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윤희를 깨우는 게 힘이 들었지만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휴지로 닦고선 침대에 놔뒀던 핸드폰을 집어 왠지 무언가를 확인 하고 싶어 폴더를 열어보았다. 아무것도 오지 않고, 원래랑 똑같은 핸드폰. 난 아무렇지 않게 통화기록부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확인 할 수 있던 한 가지. 권말순..권말순...권말순...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그 때, 권요한에게 전화를 많이 와 있었다. 하지만, 권요한의 전화를 다 부재중으로 되어 있었고 아마도 이건아가 권요한인 걸 알고 안 받은 듯하다. 하지만 제일 최근에 전화한 권요한의 전화를 받은 걸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이젠 다희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해 문자 함으로 가보았다. 그리고 내가 보지 못했던 문자메시지들. -집에 잘 들어갔냐?- -왜 답장이 없어- -전화는 왜 안 받아- -너 어디야- -전화 왜 안 받냐고- 다 이런 식의 문자들이었다. 아마 전화를 받지 않은 내가 걱정이 되나보다. 치, 그럼 아까는 왜 집에 까지 안 데려다 줬대.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서 가는 거 위험하는 걸 뻔히 알면서. 띵-동. 다희에게 자냐는 문자를 보낸 뒤 폴더를 닫자마자 띵-동 하고 울리는 핸드폰소리. 이 소리는 문자소리였다. 난 다희인가 싶어 얼른 확인을 해 보았다. 확인 해본 결과. -집에 잘 들어갔어? 못 데려줘서 미안ㅠㅠ- 라는 권요한의 문자였다. 이 녀석도 내심 나 혼자 보낸 게 걱정이 되는 지 문자를 보낸 거 같다. 금세 또 권요한의 대한 섭섭했던 것들이 풀어진 듯 했고,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답장을 보내주었다. -됐어! 나쁜자식아- -누나 화푸세요- -즐ㅗ- -알았다 임마 오빠가 낼 한 턱 쏜다- 잠들기 전까지 처음으로 권요한과 길게 문자를 하고 잤다. ※ "공윤희!! 너 얼른 안 일어날래? "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늦게 자는 날인도 불구하고 오늘은 유난히 눈이 일찍 떠졌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거실에는 아직도 어제의 그 광경이 그대로였다. 일단 화장실로 가 씻은 뒤, 정신을 차리고 윤희부터 깨우기 위해 어제보다 더 혹독하게 깨우기 시작했다. "..아..5분만." "빨리 일어나. 안 그러면 당장 엄마한테 이른다. " ".............." 나의 이런 협박에 이젠 대꾸조차도 하지 않는 공윤희. 난 오호, 이렇게 나오시겠다-라는 생각으로 벌떡 일어나 방에서 핸드폰을 가져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 광경을 찍기 시작했다. 한 3장정도 찍은 뒤. 증거는 있다는 생각에 얼른 다시 윤희를 깨우기 시작했다. "공윤희!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한다! " "아..짜증나.." 그러면서 이제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윤희. 나의 계속 대는 협박에 윤희는 드디어 비몽사몽 한 상태로 상체를 일으켰다. 난 윤희를 깨웠다는 사실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짜증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윤희를 나도 쳐다보았다. "아씨! 졸려 죽겠는데! " "너 얼른 여기 치워라? 이게 놀려면 곱게 놀아야지! 이게 뭐야! " 결국엔 나도 화가 윤희에게 소리를 질렀고, 이런 나의 모습에 윤희도 살짝 겁이 났는지 흠칫, 하며 알았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이런 나의 모습에 혼자 흐뭇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몇분 뒤, 윤희의 목소리가 들리고 윤희의 친구들의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거실이 시끄러웠고, 타-앙, 하고 문이 닫히는 순간 드디어 조용해진 것이다. 똑-똑, "흠, 언니 얘들 다 보냈어. 다 치웠고. " "다 치웠어? 그래. 알았어, 배고프지? 밥 먹자. " 윤희의 말에 난 얼른 방에서 나와 깨끗해진 거실을 보며 흐뭇한 표정과 함께 부엌에 들어가 어제 먹다가 만 닭볶음탕을 끊인 뒤식탁에 앉아 윤희와 함께 밥을 먹었다. 다 먹고 난 뒤 먼저 자진해서 설거지를 하겠다는 윤희 덕분에 난 바로 거실로 나와 티비를 키려고 하는 순간, 방에서 들려오는 나의 유치 짬뽕한 벨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 [뭐했어, 목소리가 왜 이래] 자꾸만 울리는 벨소리가 짜증나 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받았고,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은 체 빨리 받아서 그런지 목소리가 살짝 높아지며 이상한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걸 당연히 눈치를 챈, 권요한은 왜 그러냐며 물어보았다. 괜히 권요한이 눈치채서 그런지 무안해져 어색한 웃음으로 넘기기로 했다. "하하하..근데 왜 전화 했어? " [내가 말했잖아. 한 턱 쏜다고, 나와. 맛있는 거 사줄게] 왜 전화를 했냐며, 물어보자 어제 잠들기 전에 문자를 했던 내용이 생각이 났다. 난 이 녀석이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지키다니. 왠지 맛있는 거 사준다는 말에 싱글벙글 웃음이 났다. "오케이! 근데 지금 나오라고? " [응. 빨리 나와!] "지금 못 나가지. 씻고 준비하고 나갈게. " [아 드러워, 넌 일어나자마자 안 씻냐?] "머리말이야! 나 안 나간다? " [맘대로 해-라. 나야 좋지 뭐, ] "웃겨!!!! 싫어. 나갈꺼야. 기달려!! 금방 준비하고 갈게! " 그렇게 전화를 끊고서는 난 얼른 급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머리를 감기 위해 화장실로 가려고 했는데 화장실의 문이 잠겨있고, 난 혹시나 윤희가 볼 일을 보는 줄 알았더니 알고 봤더니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때를 밀어야 한다며 빨리 못 나오겠다는 윤희의 말. 얼른 나오라고 말은 했지만 도저히 들을 생각을 안 한다. "아, 분명히 권요한 화낼텐데... " 빨리 나가지 않으면 화낼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정확히 54분이 지나서야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오는 윤희를 보며 살짝 째려본 다음, 얼른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너무 머리를 급하게 감는 바람에 옷이 물에 젖고 말았고, 이 왕 이렇게 된 거 샤워까지 하고 말았다.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벌써 4시가 되어버렸다. 분명 금방 나오라고 했는데.. -너 뒤질래? 뭘 준비를 오래해! 걍 나와- 다 씻은 뒤, 준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고. 책상에 놓여져 있는 핸드폰을 열어보니 문자 한 통이 와 있었고 확인 해본 결과 권요한의 문자였다. 난 기달려줘~ 라고 문자를 보낸 뒤 급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 나가? " "어? 응. 잠깐 친구 좀 만나려고. " "친구? 다희언니? "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는 나가냐고 물어보는 윤희. 난 준비를 하며 친구를 만난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다희를 만나냐고 물어보는 윤희의 말에 난 살짝 멈칫, 하고 말았고. 어색하게 웃고서는 말했다. "하하하...뭐 그렇지." "그럼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 " 그 다음말. 윤희의 그 다음 말 때문에 난 빠르게 준비하고 있던 손동작을 멈추고 다희 쪽으로 쳐다보았다. 다희는 기대의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너를 왜 데리고 가! 이제 나가..나 준비해야 돼. " "치, 나도 다희언니랑 친한데! " 난 안 된다고 말했고 다희는 역시나 심술난 표정으로 구시렁 되며 방에서 나갔다. 다희가 나가는 걸 확인 한 나는 다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 "지금 가고 있다니까? " [아씨!! 존나 늦어! 너 지금 몇 신 줄 알어? 내가 나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왜 화를 내! 늦을 수도 있지! " 그렇게 준비를 하고 집에서 나오는 길에 권요한에게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어디냐며, 화를 내는 권요한. 나도 그걸 받아치기 위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행동에 역시나 놀랐는 지 아무말이 없는 권요한. 이내, 수그러든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그럼 홈으로 와! ] ※ "권요한! " "왔ㄴ.....뭐야. " "어? 아줌마!!! 푸하하하하 옷이 그게 뭐야! " "뭐...가!! " 홈으로 오라고 한 권요한의 말에 난 저번에 가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쉽게 찾아갈 수 있었고, 그리고 저번과 같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권요한이 보였고 그 앞으로도 옥바다와 김혁과 이건아도 있었고 또 다른 친구인 2명이 있었다. 난 걸어가 권요한의 이름을 불렀고, 권요한는 나의 부름에 내 쪽으로 등을 돌렸다. 나를 보자마자 뭐냐며 표정까지 굳은 권요한. 그에 반면 푸하하, 라고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옥바다와 왠지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김혁과 다른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미쳤냐!!!!!너 당장 갈아 입고 와. " "왜...!!! 내 맘이야! 씨.. " 난 그래도 나름 이쁘게 입고 왔는데 다시 갈아 입고 오라는 권요한의 말에 살짝 짜증을 내주면 권요한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옆으로는 옥바다가 있었고, 옥바다는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고서는 아까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난 도대체 왜 그러지, 하는 생각으로 권요한과 권요한의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아 빨리 갈아 입고 와!! " "왜! " "씨발..이게 뭐냐!! 치마가 존나 짧잖아! 빤스 다 보이겠다. " "뭐..?!! 씨 이게 뭐가 짧어!!!!!! " "안 짧냐. 그럼? 어? 빨리 갈아 입고 와. " 아마도 치마를 너무 짧은 걸 입고 와서 그런가보다. 치마가 짧다며 말하는 권요한은 살짝 눈길이 다리 쪽으로 갔는 지 이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 뒤, 다시 내 얼굴을 보며 정색한 표정으로 말하는 권요한. 난 그런 권요한을 한 번 쳐다보고선 무시를 해버렸다. "싫어! " "진짜 이게!! 아, 씨발!! " 뭐가 그리 열 받은지 욕을 큰 소리로 해버린 권요한. 그러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이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서야 없어졌지만, 어쨋든 씩씩 거리며 자리에 앉은 권요한은 술 잔에 있던 술을 원샷을 했더니 내 쪽으로 휙, 하고 고개를 돌린다. 난 젓가락을 들고 하다가 권요한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살짝, 흠칫하고 놀랐다. 권요한의 표정이 살짝 무서웠기 때문이다. "아줌마!!!!! " 그러다가 갑자기 아줌마를 크게 부르는 권요한. 이내 서빙을 하던 아줌마 한 분께서 오셨다. "여기 앞치마 같은 거 없어요? " "앞치마? 잠깐만, 한 개 있을텐데...." 갑자기 뜬금없이 앞치마 없냐며 물어보는 권요한의 말에 살짝 당황하신 아줌마는 어디론가 급하게 간 뒤 또 다시 급하게 이 쪽으로 달려오신다. 당연히 한 쪽 손에는 앞치마가 있었다. 앞치마를 받은 권요한은 또 다시 뭐가 그리 좋은 지 싱글벙글 한 표정으로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내 쪽을 보더니 방금과 달리 굳어진 표정으로 내게 앞치마를 내미는 권요한. "..뭐? 어쩌라고? " "빨리 다리 가려. " 그러고서는 내게 앞치마를 주었다. 난 왠지 흐뭇한 마음이 들어 살짝 웃어주며 앞치마를 무릎에 놔뒀다. 그리고 난 보았다. 고기를 먹은 척 하며 옆으로 살짝 본 권요한의 시선을. 무릎에 놓은 앞치마를 보더니 드디어 마음에라도 들었는지 씨익, 한 번 웃어 준 다음 또 다시 기분 좋게 한 잔을 들이키는 권요한이었다. ....... ................... ..... ............ "자!! 이제 어디갈까? " "어디가긴! 노래방 가야지! " "뭘 또 노래방이야. 난 이제 집에 갈래. " "어딜가! " 그렇게 음식점에서 한 3시간 동안 있는 뒤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몇 명은 벌써 만취가 되어 있었다. 옥바다와 김혁은 얼굴이 빨개져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고 그 옆으로는 이건아가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나와 권요한이 함께 걸어가고 있다. 아차, 아까 같이 있던 그 다른 친구 2명은 먼저 가버렸었다. "권요한, 너도 취했지? " "아-니! 전혀. 이래봐도 오빠가 술에 강하다. " "오빠는..개뿔..맨날 왜 니가 오빤데! " "딱 봐도 내가 오빠고만, 이게! " 그러면서 살짝 내 머리를 쿵, 하고 때리는 권요한. 난 그런 권요한을 보며 심술이 났다. "니 몇 월생인데! " "나? 10월 32일. " "에?! 뭔 32일이야. 31일까지밖에 없는데! " "내 맘이다. 그럼 넌 몇 월인데? " "나? 나...나.." 그러고보니 오늘이 몇 월이더라. "....7월인데..? " "7월?? 음..이번 달이 7월달 아닌가? " "응...나 25일인데? " 나도 참 바보같다. 좀 있으면 내 생일이라는 걸 모르다니. 하마터면 모르고 지날 갈 뻔 했네. "25일?? 음...오늘이 17일이니까....음...곧 있으면 생일이네! " "뭐, 그렇지. " "오케! 오빠가 근사하게 뽀뽀 선물 줄게. " "..즐...사양하겠어. " "푸하하하하하...다 왔다!! 들어가자! " 그렇게 잠시 내 생일을 얘기하다가 노래방에 다 왔고, 먼저 들어 간 얘들 따라 나도 어느 세 따라 들어가고 말았다. 옥바다와 김혁은 먼저 마이크를 잡더니 신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난 웃으며 말없이 그 두 사람을 보며 웃었고, 권요한은 어느 세 내 옆에 있다가 이건아 쪽으로 옮겨 앉아있었다. "병신아!! 거기서 미가 왜 나와! 솔이지!! " "똥혁아! 나 이래뵈도 절대음정인거든? 깝치지지 말아줄래? " 옥바다는 절대음감을 절대음정이라고 말했다. 난 당연히 틀렸으니 웃으며 말할 꺼라고 생각했는데. "미안. 깝쳤다. " "자!! 이제 울 건아씨의 노래입니다. 이건아! 빨리 나와. " 옥바다의 끈질김에 결국엔 이건아는 앞으로 나가게 되었고, 난 안 보는 척을 하며 이건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잔잔한 반주가 흘러 나왔고, 이건아는 짧은 욕설과 함께 입에다가 마이크를 가져갔다. 오랜만에 듣는 이건아의 노래. 난 눈을 감아 천천히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이건아의 저음 목소리.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와 이 노래는 잘 맞았다. " 이제는 밥을 먹어도 눈물 맛밖에 못느껴..하루에도 수십번씩 널 그리고 지워내고 늦은 밤 티비를봐도 눈물에 흐려져 버린 알수 없는 장면들면 눈에 비쳐 넌 정말 못된 여자야 넌 정말 나쁜 여자야 난 죽을 것만 같은데 왜 너만 편히 다른 사랑해 너 하나 없을 뿐인데 까짓 거 쉽게 잊고 싶은데 그게 안돼 맘처럼 잘 안돼..." 눈을 감고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가사의 내용이 왠지 가슴 깊이 새겨드는 것만 같았다. " 이제는 술도 못 마셔 잊으려 마신 술인데 마실수록 취할수록 니 얼굴만 떠올라서 날 많이 사랑 했었대 나 땜에 많이 아팠대 떠나던 날 니 말들만 떠올라서 넌 정말 못된 여자야 넌 정말 나쁜 여자야 난 죽을 것만 같은데 왜 너만 편히 다른 사랑해너 하나 없을 뿐인데 까짓 거 쉽게 잊고 싶은데 그게 안돼 맘처럼 잘 안돼 죽어도 나는 못해 두 번 죽어도 다신 못해다른 누군가를 또 사랑하고 만나 헤어지는 일은..... 다시는" 이건아의 속 마음을 얘기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쿵쿵 찔린다. " 조금만 더 잘해줄 걸..조금만 덜 사랑할 걸지금 이렇게 아프고 더 힘이 들 줄 알았더라면 너 하나 없을 뿐인데....까짓 거 쉽게 잊고 싶은데 난...." 난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뜨고 굳은 표정으로 있는 권요한을 살짝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게 안돼 맘처럼 잘 안돼......그게 안돼 맘처럼 잘 안돼" 나를 쳐다보고 있는 이건아를 쳐다보았다. 17편 "...꺄악!!!! 건아 오빠!! " 노래가 끝나자 옥바다의 촐싹맞은 목소리로 건아오빠라고 부른다. 다행히 옥바다 때문에 나를 쳐다보고 있던 이건아의 시선이 돌릴 수 있었다. 나도 빨리 시선을 돌렸고, 시선을 돌리다보니 건너편에 앉아 있는 권요한과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가 이내 씨익, 웃는 권요한을 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죄 짓은 거 마냥 권요한에게 미안해졌다. "자!! 이제 아줌마의 노래 실력을 들어볼까요? 아줌마! 빨리 나와. " 그리고 어느 세 마이크를 들고 있는 옥바다는 나를 향해 얼른 나오라고 손짓을 했고, 난 싫다며 말했지만 화난 얼굴로 빨리 나오라는 옥바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었다. 아는 노래도 없고, 그리고 더구나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걱정하고 있는데. "역시 이럴 때 오빠가 나서줘야 하는건가. " 그러면서 권요한이 내가 있는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기도 마이크를 잡고선 나를 보며 말한다. "공윤해. 너 남과여 라는 노래 알어? " 남과여? 그 노래라며 다희랑 항상 파트를 남눠가며 불렀던 노래인데. "응!!! 그 노래 알어! " "피식, 오케이. " 그러면서 자신있게 번호를 꾹꾹 눌렀고, 이내 천천히 익숙한 반주소리가 들려왔다. "오빠가 얼마나 잘 하는 지 봐라. " 그리고 천천히 노래 부분이 나왔다. 난 살짝 기대한 눈빛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고, 권요한은 노래를 시작하기 전. 브이 를 하며 부르기 시작했다. " 철부지 어린 소녀와 긴 여행을 떠나는 일..햇살이 녹은 거리를 선물해 주고 싶은 일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잘해 주고 싶은 일, 두려움 앞에 멈출 때 날 용감하게 하는 일그대 세상 가장 흔한 말 For you 그래서 더 어려운 그나를 믿어 달라 말하면 그대는 그래 줄 수 있나요. " 내 예상과 달리 권요한은 정말 노래를 잘 불렀다. 실력 있는 가수를 빰칠 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이렇게 남자파트가 끝나고, 이제 내가 부를 차례. 왠지 떨린다. 하지만, 이내 떨리지 않았다. 스윽, 나의 손을 권요한이 잡아줬기 때문이었다. 왠지 이번에는 권요한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 우연히 스친 눈빛에 내 맘에 별이 뜨는 말, 단 한번 스친 손끝에 심장이 서버리는 말천 개의 빗방울 만큼 할말이 많아 지는 말...열 두 번 소나기 만큼 궁금한 일이 많은 말사랑 세상 가장 흔한 말 Love you ...그래서 더 어려운 그 말나와 함께 가자 말하면....그대는 그래 줄 수 있나요. " 왠일인지 이번에는 음정, 박자 모두다 틀리지 않고 잘 소화내며 불렀다. 이제는 권요한과 나눠서 불러야 하는 부분. " Love you " "사랑해" "always" "항상" "with you" "I'm nothing without you " "I'm nothing without you " 나와 권요한은 서로 꼭 잡은 손과 함께 눈빛만으로도 호흡을 맞쳐가고 있다. " Forever " "언제나." "with you " "그대와." "I'll always be with you For you always Why don't you be my love" 왠지 모르게 떨린다. " 영원히 함께 하자는 그 말은 우리 아껴요마지막 사랑이란 말 그 말도 우리 아껴요사랑 그대 이길 바래요 작은 내가 바래내 마음 하난 변치 않을 수 있다고 약속해..." 권요한을 보는 나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권요한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에는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 ......................... ........ "오늘 다시 없는 바로 오늘 내 눈앞에 있는 그대내 마음만 따라 사랑하려 해요 I'll always be with you " ........ ................ ....... "와!!! 니네 짱이야! " 옥바다의 한마디. 왠지 쑥스러웠다. 살짝 고개를 숙인 다음, 다시 고개를 들자 정면으로 보이는 이건아가 보였고, 스윽, "하하하...잘 부르네! 권요한! " 살며시 내 손을 잡고 있는 권요한의 손에서 손을 빼버렸다. ※ "나 이제 가볼게! " "안녕. 얘들아. " 노래방에서 나와 이제 집에 가기위해 인사를 했고, 옆에 있던 권요한도 마주보고 있는 옥바다와 김혁과 그리고 이건아에게 안녕, 하며 손을 흔드는 권요한. 난 의아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고, 권요한은 씨익, 웃으면서 가자고 한다. "권요한 나쁜 놈. 친구 버리고 여자를 택하냐. " "바다야, 오빠는 항상 니 편이야. 그럼 안-녕. " "하하..그럼 다음에 보자! " "가버려 아줌마! " "빠-이. 공윤해." "......" 나도 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고, 한 사람씩 내게 인사를 해주었지만 마지막에 있는 이건아는 말없이 돌아서버렸다. 난 왠지 모를 씁쓸한 표정을 뒤로한 체 저 멀리 가고 있는 권요한에게 달려갔다. "야! 천천히 좀 가! " "천천히 갈꺼야. " "넌 왜 또 심술이 난 표정인데? " "내가 뭐! " 또 이 녀석, 심술이 난 표정이다. 매번 있는 일이라 익숙해진 나는 침착하게 물어보았고, 나의 물음에 살짝 화를 내는 권요한. "권요한, 너 진짜 왜그래? 항상 심술나 있고, 화만 내고. " "내가 뭘 어쨌는데. " "아까 화 냈잖아. 소리 질렀지? " ".......몰라. " 약간의 자기 멋대로 화내는 권요한을 보며 나도 한계가 있는지 짜증을 내며 조용히 화를 냈고, 나의 말을 무시한 체 또 다시 먼저 가버리는 권요한. 터벅...터벅.. 터벅... 터벅...... 권요한과 거리를 두며 가는 중이다. 나는 권요한의 뒷모습만 보며 따라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따라가니 어느 세 우리 집이 보였다. ...... .............. 멈칫, 앞에 가고 있던 권요한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그리고 나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멈춰졌다. "공윤해. " "...왜. " 내 쪽으로 돌아보지 않은 체 내 이름을 부르는 권요한. 난 이내 대답을 했지만 그 뒤로 말이 없다.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 "도와줄까? " "어? " 갑작스레 도와주겠다는 권요한의 말. 그리고 내 쪽으로 휙, 돌아섰고 해맑게 웃고 있는 권요한을 볼 수 있었다. "뭘 도와줘? " "니 사랑." "어?? " 터벅...터벅...터벅.... 탁, 어느 세 내 쪽으로 걸어와 내 머리를 스담아 주는 권요한. 그리곤, 한마디와 함께 내 옆을 지나쳐 가버렸다. ...... ...................... ...... "잘자라. " 18편 "윤희야, 나 왔다..." "공윤해!! 지금 몇 신데 이제 와! " 집으로 들어가보니 외할머니댁 간다고 한 엄마는 집에 있었고, 역시 11시가 다 되어서 들어 온 나를 보며 엄마는 또 한 소리를 하셨다. 난 그냥 살짝 웃어보며 이번에도 위기를 간신히 넘어갔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풀썩 앉았고, 그래도 뒤로 벌러덩 하며 누워버렸다. 오늘 특별히 심하게 놀지도 않고 많이 걷은 것도 아닌데 다리는 왜 이렇게 아프고, 힘이 다 빠지는 것만 같았다. '도와줄게, 니 사랑. ' 도대체 이 말의 의미는 뭐였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물어보기 전에 벌써 가버린 권요한. 그래서 이렇게 궁금증으로만 남을 수 밖에 없는 알 수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권요한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띵동, 문자소리. 귀찮아서 확인을 안 하려고 하다가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핸드폰을 잡아 폴더를 열어보았다. 폴더를 열어보니 '권말순' 이라는 이름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이내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공윤해 잘자! 내 꿈꿔 ㅎㅎ - 이렇게 권요한에게 문자를 왔다. 아까의 그 말을 잊어버린 체 나도 모르게 나오는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내주었다. -즐ㅗ 니도 얼른 자ㅗㅗ - 그리고 내 입꼬리가 올라 갔던 입은 몇 분동안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 에휴. 또 다시 시작 되는 학교 생활. 어제가 일요일 였다는 걸 깜빡 할 정도로, 오늘이 월요일이라서 학교를 가야 된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난 잠에 푸욱 자버리고 말았고, 간신히 엄마 덕분에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지각을 할 꺼만 같은 아슬아슬한 시간이였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느긋느긋 하게 가는 이유는 이미 지각을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천천히 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 내일이면 방학식이니까. [너 언제 와!!!] "가고 있다. " 버스카드를 가지고 오지 못해 걸어가고 있는 나. 그러다가 다희에게 전화가 왔고, 다희의 전화를 받으면서도 느긋 하게 가고 있는 중이다. 가고 있다는 나의 말에 살짝 놀란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그래서 난 오히려 발걸음을 멈추었다. [미친년아!!!! 선생님 왔거든?] 뭐, 생각보다 선생님이 빨리 와서 살짝 당황해 발걸음이 멈추기는 했지만, 이미 아까부터 지각을 할 꺼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에 난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걷으면서 가고 있는 중이다. "뭐, 지각이네. " [어쭈, 당당한데?] "프핫, 그나저나 넌 선생님이 왔는데 어떻게 전화하냐? " [나? 지금 선생님이 잠깐 나갔거드....어??어??] "왜?" 갑자기 말을 하다가 놀란 듯 한 목소리를 내는 다희. 난 궁금해 물어보았지만 한 동안 대답이 없다. 하지만, 대답 대신에 소리가 들린다. 반 아이들의 비명소리? 환호소리? 같은 비슷한 목소리들이 들린다. 그래서 인지 궁금한 나는 아까보다 발걸음을 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희야! 무슨 일인데?! " [공윤해!!!!!!!! 지금 누가 왔는 줄 알어!?] "어?-어? 누가 왔는데?? " [권요한 왔어!!!!] "무.....뚜욱...어?!! 야!!! 다희야!!! " 권요한이 반으로 왔다는 얘기에 난 다시 한 번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전화를 끊겨버리고 말았다. 난 또 뭐지, 하며 불안되는 마음으로 빠르게 걸었던 발걸음은 이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니 학교에 다 왔고, 역시나 문 앞에는 선생님이...계셔야 하는데 오늘은 없다. 교문도 열려져 있고, 난 이때다 싶어 얼른 학교로 들어와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를 뛰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권요한..왜 온거야.." 난 반으로 가기위해 뛰어갔다. 저기 보이는 반. 딱 알 수 있었다. 어느 세 반 앞에 몇 명의 여자아이들이 보여 있었고, 선생님도 몇 명이 모여 있었다.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으로 또 다시 뛰어 반 근처에 갈 수 있었다. 몰려 있는 여자아이들 틈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며 간신히 반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잠시만!! .....휴-." "어? 공윤해!! " 반으로 들어가보니 일제히 반 아이들의 눈초리를 내 쪽으로 쏠려 있고, 난 뭐지 하고 있다가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돌려보니 내 자리에, 떡하니 내 자리에 앉아 있는 권요한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권요한의 모습이었다. 권요한은 여자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싱글벙글 웃는다. 여자들만 많아 좋아서 웃는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웃는 모습이 더 밝다. 난 그렇게 나를 쳐다보고 있는 주변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눈치를 보며 천천히 권요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 맨날 지각하지?! 선생님한테 들어보니까 맨날 이라고 하던데. " "니가 여기에 왜 있어! 그리고 내 자리에 왜 니가 앉아 있어!" "아, 선생님한테 아직 못 들었구나. " 나의 물음에 태연하게 대답을 했고, 난 도대체 권요한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다희쪽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오셨고, 복도도 보니 어느 세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가 되어 있었다. "아, 희안이는 책상이랑 의자 가지고 요한이 옆에 앉던가 해라." "네-에? 저기 선생님! 여고에...왜..얘가 있는거에요? " "아..저기.." "권요한이 선생님 조카래. 그리고 권요한이 한 교시만 같이 하고 싶다고 해가지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대. " 선생님이 대답하시려다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서 그런지 앞 쪽에 앉았던 반장이 내게 말해준다. 말투는 저렇게 딱딱하고 하지만, 전혀 표정은 그렇지 않다. 쑥스러운 듯한 표정과 시선을 벌써 권요한에게만 가 있었고, 이미 얼굴까지 빨개진 상황이다. 아무튼, 권요한이 선생님이 조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스윽, 권요한 쪽으로 쳐다보니 이 녀석은 뭐가 자꾸 그리 좋은지 계속 웃기만 한다. "딴 자리가. 여기는 내 자리야!" "싫어. 니 자리가 내 자리고, 내 자리는 내 자리야. " "어? 씨! 그리고 넌 니 학교나 가! " "방학식." "방학식? 방학식인데 벌써 끝나? " "아프다고 뻥쳤지롱. " 방학식에 어떻게 아프다고 뻥을 친걸까. 방학식날에 학교도 안 간 이 녀석도 신기하지만, 아무 말이 없는 선생님도 참 신기할 나름이다. 어쨋든, 이 녀석 도저히 내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가뜩이나 이 반에는 책상이랑 의자가 없어 창고까지 가서 가져와야 하는건데. 이 자식때문에 귀찮게 창고까지 가야 하잖아. 씨. "어쨋든 빨리 비켜!" 그러기에는 너무 싫다. 그리고 난 내 자리에 앉고 싶다. "왜!!" "권요한! 너 말썽부리지 말고 1교시만 하고 얼른 집에 들어가. " "네-에, 선생님! 종례 때 또 봐요. " 선생님은 권요한에게 한 번 더 당분하시곤 반에서 나가버렸다. 나가고 난 뒤 쉬는 시간 종이 울렸고, 이내 기다렸듯이 내 쪽과 권요한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의 툭툭 치는 바람에 난 점점 권요한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권요한은 전혀 날 안중에도 없는 지 둘러 싼 여자들에게만 눈웃음, 살살 치며 이리저리 대답하고 웃고 있는 걸 난 보고 말았다. 분노가 차 올랐고, 화가 났고, 짜증까지 났으면 씩씩 거리며 결국엔 교실에 나오게 되었다. "짜증나...이게 뭐야! 한 교시만 할꺼면 지가 가지고 와야지! 씨.." 결국엔 난 창고로 유유히 혼자 가고 있는 중이다. 다희에게 같이 가달라며 말을 해보라고 했지만, 이미 다희는 권요한에게 뛰어가고 말았다. 에휴, 그런 녀석이 뭐가 좋다는거지. 그냥 생긴 건 보통이고, 아니. 그래. 잘생겼다. 솔직히 잘생기며 귀엽다. 딱 처음에 본 나도 놀란 만큼 귀여웠고 얼굴까지 빨개졌는데 뭐, 이제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 하여튼 얼굴만 반반하게 생겼다고 좋아하는 여자들도 문제가 있는거야. 더 문제가 있는 건 눈웃음 살살 치며 여자들이랑 히히덕 웃고 있는 권요한이 더 문제이긴 하지만, "...여기가 창고? " 그렇게 속으로 권요한을 욕을 하면서 창고를 가는 중이다. 처음으로 창고에 가는 거 때문에 지나가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며 창고로 보이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창고는 역시나 뒷뜰에 있었고, 그리고 구석에 박혀있었다. 난 열려져 있는 문을 살며시 밀며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컴컴한 창고안. 여러개의 책상과 의자들. 난 이리저리 살피며 책상 하나를 살폈다. 어차피 책상이랑 의자 바꾸고 싶으면 잘 되네. 이왕 좋은 걸로 가져가야겠다. "누가 창고 문 열었어!! 얼른 잠궈! " "네-에. " 끼익, "어?!! 잠깐만!!! 잠깐만!!!!!! 아.....아악!!!!!!!!" 쿵쾅!! 쿵쾅!! 파악!! 아..미치겠네. 문을 닫는 소리에 달려가다가 책상에 발이 걸렸고, 이내 의자 몇 개들이 우르륵 내 쪽으로 떨어졌고, 이미 다리를 다치게 되었고, 머리에 의자가 떨어졌는지 살짝 머리가 아프며, 뭔가가 흘려 내린다. 어두워서 그런지 피인지 땀인지는 모르겠다. ........ ...... ................ 근데....의자가 머리에 맞았나보다. 점점... 눈이 감긴다... ...... ... ... 그리고 이 순간, 눈이 감기며 누군가가 왔으며 하는 바램으로 왜 그 녀석을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의식이 천천히 잃어가며 제발 와줬으면 하는 사람이 그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권요한이 와줬으면 했다. 19편 "거기 남학생이 이 선생이 말한 조카인가? " "아, 네. " "원래 그 자리는 공윤해 학생 자리 아닌가? 그럼 공윤해 학생은 안 온건가. " 그렇게 쉬는 시간은 금방 훌쩍 지나갔고, 요한이의 주변에 있던 여자 아이들도 아쉬운 표정과 함께 반으로 가고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선생님의 말에 그제서야 윤해가 없다는 걸 알아버린 요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선생님과 반 아이들의 시선을 또 다시 한 번 돌릴 수 있었다. "왜 그러지? " "저 선생님! 공윤해 좀 찾아올게요! " 그러고서는 선생님의 대답도 듣지 않은 체 교실에 나온 요한이. 이리저리 갈팡질팡 하며 있다가 모르겠다, 라고 말하며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은 공부시간이라 복도와 학교 근처에는 선생님도 없었고, 학생들도 없었다. 그래서 윤해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요한이는 이리저리 다니며, 벌써 표정은 어느 새 아까의 해맑던 표정이 아니라 짜증과 함께 가득 기분이 나쁜듯한 표정으로 하고 있다. "아씨!!!!!!!!공윤해 어디 있는거야! " 화가 나는 지 발걸음을 멈춰 짧게 욕과 함께 소리를 질렀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라도 났는지 빠르게 발걸음을 움직이었다. 그렇게 뛰어서 간 곳은 뒷뜰에 있는 한 창고. 굳게 잠겨져 있는 창고 문. 설마 여기에 있는건가. 하고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자연스럽게 1번을 꾸욱 누르는 요한이. 그리고 윤해의 번호가 뜨며 신호가 한 참이나 간다. 하지만 창고 안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아, 여기가 아닌가. 그럼 도대체 어디 간거야. " 문이 굳게 닫쳐져 있어 전혀 이 창고안에 윤해가 있다는 걸 짐작도 하지 못한 체 요한이는 뒤를 돌아서게 되었다. 다시 뛰어가며 윤해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윤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교실로 돌아가봐도 오지 않아, 요한이는 그저 답답하고 점점 화가 날 뿐이었다. ........ ....................... .... ............. 쾅쾅쾅쾅!!!! "공윤해!! 여기 있냐!!! " 요한이는 그렇게 한 참이나 학교를 몇 번이나 다녔지만 윤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문뜩 또 다시 생각나는 그 곳. 그래서 요한이는 의심가는 그 창고를 다시 찾아 와 문을 두들었지만 안 쪽에서는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계속 문을 두들리던 손을 멈추고서는 성큼성큼, 어디론가 가더니 운동장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선생님에게 다가가 "선생님, 창고 열쇠 좀 주세요. "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살짝 당황한 선생님은 이내 목에 걸려져 있던 창고 열쇠를 조심스렇게 요한이에게 넘겨주었고, 요한이는 재빨리 열쇠를 갖고서는 창고로 다시 뛰어갔다. 그리고 창고에 다 와서 문을 열어보았다. 어두컴컴했다. "공윤해!!!!!!! " ..... ............. ... .................... .... "....음." "깼냐? " 문을 떠보니 어두웠던 천장이 아닌 약 냄새가 진동하는 양호실이었다. 그리고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권요한의 얼굴이 보였다. 나를 걱정한듯한 표정으로 나를 애타게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이 보였다. 난 그제서야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권요한이 나를 찾아주길 만을 기달렸는데, 권요한이 와주길 만을 기달렸는데. 이렇게 눈을 떠 권요한이 보여서 그런지 안심이 되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가 좋다고 웃어. 공윤해, 진짜 나한테 맞아볼래? " "...뭐가." "누가 멋대로 혼자서 창고가래. " "치, 웃겨. 여자들에 쌓여가지고 좋아라, 헤벌레 웃는 놈 주제에. " "앞으로 다시는 혼자 가지마." "가라고 해도 다시는 혼자서 안 간다!! " ...... ................ .... "응. 다시는 가지마. " 나름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권요한 때문에 살짝 당황하게 된 나였다. 하지만, 이내 내 머리에 콩, 하고 머리를 쥐어박더니 평소와 같이 실실 웃는 권요한이었다. "너 때문에 수업도 못 받고 가게 생겼잖아! " "...니가 수업을 왜 받어! " "몰라. 하여튼, 오빠는 이만 간다. " 그러더니 유유히 양호실에서 나가는 권요한이었다. 난 그런 권요한을 보고 있다가 다시 눈이 감겨져 눈을 감으려고 하자, "일어나니? 윤해야? " "아, 네! " 양호선생님의 말에 급격히 눈이 떠지고 황급히 대답을 했다. "남자친구가 얼마나 걱정을 하던지. " "네? " "저 남학생, 진짜 뭐가 그리 심각한지. 널 안고 여기 들어오면서 나한테 화를 내더라고. " "네..? 화를 내요? " "응, 나도 참. 여학교에 왠 남학생이 있어 살짝 당황하고 화까지는 내는 바람에 나도 살짝 화가 났지. 그래서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뭐라고 한 줄 아니? " 선생님은 살짝 웃어보이며 내게 말했다. 권요한이 선생님께 했던 말을 그대로 내게 말해주었다. ........ ..... ... ................. "...공윤해 죽은 거 아니죠? " "........." "이러더라고. 근데 너무 진심으로 말하는 거 같아 화를 낼 수가 없더라고. " "아...." "휴, 어쨋든 꽤나 남자친구가 윤해학생 많이 좋아하는 거 같네. " 좋아..하다니? "그럼 좀 누워 있다가 교실로 올라가렴. 선생님은 잠시 교무실 갔다올게." 드르륵, ....... ........................... .... .......... 권요한이 날 좋아하다니, 그런 일이 없잖아. 하하하. ※ "엄마, 나 집이야. " [학교에 있을 시간에 왜 집에 있어!!] "아..머리가 잠깐 아파서 조퇴했어. " 머리에 살짝 상처가 난 거 빼고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담임선생님의 강요때문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중간에 말하는 거 보니까 권요한이 아마도 나를 집으로 보내라고 한듯 해보였다. [머리가 왜 아퍼?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 ] "응...근데 엄마, 오늘 저녁에 삼겹살 먹자!! " [왠 삼겹살? 너 머리도 아프다면서] "괜찮아!! 그리고 아빠 출장에서 오늘 오신다면서!! 응? 먹자. " [휴, 알았어. 그럼 약 먹고 한 숨자. 갈 때 고기 사갈게] 뚜욱, 앗싸, 고기 먹는다. 오랜만에 삼겹살이네. 드르르릉. "어? 발신제한표시? " 편안하게 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난 누구 전화일까 하며 액정안을 들려다보니 번호가 아닌 '발신제한표시' 였다. 난 뭐지, 하며 천천히 폴더를 열어 핸드폰을 귀에다가 가져갔다. 난 혹시나 또 권요한일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기도 했다. "....여보세요? " [.........] 역시나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인지 난 피식, 하고 웃음이 났고 권요한일꺼라는 생각이 들어 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권요한, 너 또 장난전화 할래? " [........] "다시는 안 한다면서? 근데 왜 또 해! " [........] "권요한, 너 인거 아니까 대답 좀 해라. 완전 처음이랑 똑같네. 나만 말하고 너는 말 안하고. " 하지만, 말이 없다. "너 왜 그래? 왜 번호 없이 전화 한거야? " [........] "...권요한? 권요한?? " [.......뚜욱] 그렇게 끝내 대답 한마디도 하지 않은 체 전화 끊겨버렸다. 난 뭐지, 하며 폴더를 닫으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핸드폰이 울렸고, 이번에는 진짜로 '권말순' 이라고 뜨며, 권요한에게 전화가 왔다. 의아한 표정과 함께 다시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 [뭔 통화를 길게 해! 집이야?!] "...뭐야? 아까 그 전화, 너 아니야? " [뭔 전화?] "...번호없이 전화 한 거 너 아니였어? "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그럼 권요한이 아니면 누구지? "아니면 말지, 왜 또 화를 내! " [몰라. 끊어] 그리곤 뚜욱,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난 또 지 멋대로 전화를 끊은 권요한 때문에 살짝 화가 나기도 했지만 다시 아까 번호 없이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군지가 궁금해졌다. 권요한이 아니라면 누구지. .... ................ .... .......... .. ........... .... "이건아, 어디다가 전화 했어? " "그냥. " "그냥 어디? 왜 한마디도 안 하냐? " 바다의 물음에 건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닫으며 바다에게 말한다. "..말 하면 안되니까. " "왜 안돼? " "....피식, 옥바다. " "왜, 임마!! " 건아는 바다에게 살짝 웃는다. 그리곤 또 다시 무슨 옛 추억에 생각이라도 잠겨 있는지. 한 참이나 말이 없다가 저 쪽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요한이를 보며 살짝 웃으며 바다에게 말한다. "난 나쁜놈이니까. " 20편 "윤해야, 슈퍼가서 상추 좀 사와라. " "엄마! 나 머리 아프단말이야! " "잔말말고 얼른 갔다 와! 그리고 여자얘 이마에 그게 뭐야! " "맨날 나한테만 그래! " 엄마는 정말로 집으로 들어오시면서 한 쪽 손에는 삼겹살을 사 오셨다. 있다가 먹을 생각에 웃으며 티비를 보고 있다가 날 부르는 엄마때문에 부엌으로 가게 되었고, 상추를 사오라며 내게 3천원을 주며 또 한번 내 이마를 보고서는 딱 처음과 같이 잔소리를 또 하셨다. 난 듣기 싫어 얼른 부엌에서 나와 대충 슬퍼를 신고서는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집에 윤희가 있었더라면 윤희가 사오겠지만 오늘따라 늦는다고 한 윤희는 집에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내가 사올 수 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고기 먹으니까, 헤헤. " 그래도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 기분 좋게 상추를 사기 위해 슈퍼로 가는 중이다. 얼마 가지 않아 슈퍼에 도착을 했고, 엄마가 준 3천원치 상추를 산 다음 검은봉지를 들고선 다시 집으로 가는 중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나치게 되는 놀이터. 코끼리의 모양을 한 미끄럼틀가 있는 그 놀이터이다. 그 놀이터를 한 번 보고서는 지나가려고 하는데. "어? 공윤해다! "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놀이터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 쪽으로 달려오는 권요한. 아까 그렇게 가버렸던 권요한은 왜 여기에 있는걸까. 권요한 뒤로 보니 그네와 미끄럼틀, 그리고 벤츠에 앉아 있는 권요한의 친구들이 보였다. 그들도 역시나 나를 바라보았다. "너 여기서 뭐해? " "뭐하긴! 얘들이랑 놀지! 근데 넌 어디가? 손에 들고 있는 그 봉다리는 뭐야. " 갑자기 권요한의 시선이 검은봉지로 가게 되었고, 난 당황해 얼른 황급히 검은봉지를 등 뒤로 숨기게 되었다. 왠지 상추가 있는 검은봉지를 들고 있는 나를 본다면 아마도 권요한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할테고, 그렇게 되면 저기 있는 권요한의 친구들이 웃을게 분명했다. 그 중에서도 옥바다. 지금도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옥바다가 제일 웃을게 분명했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하하하..그럼 난 이만 간다! " "아, 뭔데! "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넌 얼른 니 친구들한테 가 봐." "우리 같이 놀까? " "뭘 같이 놀아! 너도 얼른 이러고 있지 말고 집이나 들어가, 그럼 난 간다! " "어? 야!! 공윤해!!! " 권요한이 애타게 불러도 난 그걸 무시한 체 얼른 검은봉지를 앞으로 옮긴 뒤 빠르게 발걸음을 움직이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고, 숨을 급하게 쉬는 나를 보며 엄마는 이상한 눈으로 보다가 이내 꼭 잡고 있던 검은봉지를 가져가신다. 난 괜히 뻘쭘해 신발을 벗고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쇼파에 있던 핸드폰이 짧게 진동이 울렸다. - 공윤해..아까 말하고 싶었는데 못 말했다 - 이렇게 문자가 온 뒤, 바로 또 다시 진동이 울리며 새로운 문자가 보였다. 그 문자를 본 나는 얼굴이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 앞으로 그러고 다니지마라...- 나도 모르게 문자를 보고 살짝 창피하면서도 화가 난 얼른 답장을 보냈다. - 그럼 아는 척을 하지 말든가! - - 응..괜히 아는 척 했어...- - 다음부터 아는 척 하지마! - - 응 너도 다음부터 그러고 다니지마 ㅎㅎ - 저 ㅎㅎ 때문에 더 열이 받았다. 꽤나 진심으로 말하는 거 같이 느껴져 난 이내 문자를 보내지 않고 폴더를 닫아 핸드폰을 쇼파위로 던져버렸다. 그러고 핸드폰만 노려보고 있다가 밥먹자 라는 엄마의 말에 난 금세 얼굴에 미소가 생기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좀 있으면 온다고 하셨고, 먼저 먹으라며 엄마는 내게 고기를 굽어주셨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나니 아빠가 오셨고, 오랜만에 보는 아빠와 인사를 나눈 뒤, 방으로 들어왔다. "아 배불러, 졸리네..아 근데 소화시키고 자야하는데. " 배가 불리니 잠이 쏫아졌고, 하지만 방금 밥을 먹었기에 지금 자는 건 무리일 듯 싶어 얼른 소화를 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방에서 나와 난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하고 계셨던 엄마와 아빠의 시선은 내 쪽으로 쏠렸고, 난 웃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소화도 시킬 겸 밖에 나갔다 와도 돼? 곧 있음 윤희도 오니까 마중 나갔다 올게! " "마중은 무슨 마중이야! 이 시간에. 그냥 티비만 봐. " "왜...아직 9시밖에 안 되잖아! " "9시? 9시 40분이거든? 티비나 봐. " "윤희도 곧 오니까 마중 갔다 와라. " "어?! 무슨 소리야! " "네-에! 아빠! " 엄마와 나와 얘기를 하는 걸 듣고 계셨던 아빠가 내게 말씀하셨다. 아빠의 말에 엄마는 아빠를 째려보셨고, 아빠는 나를 보며 살짝, 웃으시며 얼른 나갔다 오라며 손짓을 하신다. 난 아빠에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대충 슬리퍼를 신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밤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밝았다. 그리고 오후보다는 더 시원했다. 난 그렇게 집 앞만 서성거리다가. "놀이터에 아직 있을려나..." 괜히 아까전에 놀이터에서 만나 권요한이 생각이 났다. 아까 씹은 문자를 한 번 다시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지만 아차, 싶었다. 아까 쇼파에 놔두고서는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어? 없네." 놀이터로 가보니 시끄럽지 않았고, 사람의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난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놀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움직이지 않는 그네에 앉아 천천히 발만 동동 굴렸다. 그러다가 땅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어? 핸드폰이다! " 요즘에 잘나가는 최신 핸드폰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난 얼른 그 핸드폰을 주웠다. 역시나 호기심과 함께 폴더를 열어보았다. 바탕화면에 배경은 그냥 검은색배경 뿐이다. 역시나 최신 핸드폰이라서 그런지 엄청나게 이쁘고 잘 눌러졌고, 기능이 꽤나 많았다. 이리저리 눌러가다가 모르고 통화키를 누르게 되었다. "...어? " 통화키를 누르다보니 최근에 연락했던 번호들이 띄었고,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이 발견했다. "옥바다년...드러운혁이....개요한.....어?..." 이런 특이한 별명과 익숙한 이름이 있어 난 또 아까 권요한의 친구들중에 핸드폰일꺼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그러다가 눈에 띈 번호. 앞에 *23# 과 함께 있는 번호. 어디서 많이 본 번호였다. 그리고 내 눈이 커지고 말았다. "...내 번호잖아? " 분명 내 번호였다. 번호를 없애기 위해 저 번호와 함께 뒤에는 내 번호가 있었다. 한 참동안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땅에 보이는 두 신발이 내 눈에 띄었고, 난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 "내 놔." 나를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이건아가 있었다. "아, 아..여기! " 난 얼른 황급히 열었던 폴더를 닫아 내게 손을 내밀고 있는 이건아에게 핸드폰을 건내주었다. 이건아는 휙, 하고 꽤 쌀쌀맞게 핸드폰을 가져갔다. 그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무안해지고 이건아의 얼굴을 못 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있잖아..." "......." "그 핸드폰....너꺼야? " "........"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빨리 뛰는 심장과 함께 용기내어 이건아에게 물어보았다. 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는 이건아의 목소리. 난 천천히 다시 고개를 들었고, 핸드폰을 만지작 했던 이건아의 손이 멈추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꺼 봤냐? " "어? 아니..그냥, 누구껀가 하고.." "됐어, 봐도 상관없어. " ".........." 여전히 내게 쌀쌀맞게, 차갑게 말한다. 저런 무표정. 저런 말투. 저런 시선. 왠지 모르게 고개를 숙여야 하고, 주눅이 드는 내 자신이 억울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저렇게 내게 당당한 이건아의 모습이 너무나도 미워진다. 그래서, 난 무슨 용기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눈을 힘이 들어가며 이건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아. " 2년만에 내 입에서 이건아의 이름이 나왔다. 이건아는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살짝 움찔, 하기는 했지만 난 계속 해서 말을 이어갔다. "....2년전에. " 저번 권요한에게 듣지 못해 너무나도 궁금했던 이유. "....호주로 간 이유...." 얘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었던 그 이유. .... ............. ..................... "그리고..나를 버리고 간 이유...." 말없이 날 버리고 가야만 했던 그 이유.. "도대체 그 이유가 뭐야? " 난 그렇게 힘겹게 2년동안 알지 못했던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속앓이만 해야했던 그 이유를, 2년 전, 나를 버리고 간 사랑했던 이건아에게 드디어 물어보게 되었다. 21편 "도대체 그 이유가 뭐야? " 난 똑바로 이건아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의 물음에 솔직히 내 시선을 피할 줄 알았다. 조금이라도 그 때 말하지 않아서 미안했더라면 내 시선을 피할 꺼라고 생각했는데, 꽤 2년과는 달라진 이건아였다. 전혀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굳어진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유가...뭐야? " 대답도 하지 않고 내 얼굴만 쳐다보는 이건아에게 나는 다시 용기내어 물어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똑같이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난 점점 화가 났고, 그래서 앉아있던 그네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이건아에게 다가갔다. "이유가 뭐냐고!!!!!!!!" 결국엔, 난 화를 내버렸다. ......... .................. ....... ............... ....... "아팠어. " 무표정인 얼굴로, 내게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아무일도 아닌 거 처럼, 대수롭지 않은 거 처럼. 내게 말한다. "아팠어. " ".....뭐? " "아팠다고." "........" 아팠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건아에 대답이었다. "어디가 아팠는데? 왜 나한테는 말해주지 않았는데! " "내가 너한테 말하면." "..적어도 나한테는!! " "너 지금처럼 울었을꺼야. " "............" 이건아의 말에 난 알 수 있었다. 어느 새 내 볼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눈물이라는 걸. "...왜 말해주지 않았는데..." "말했잖아, 너 울꺼라고." "그래도!!!!! 적어도....나한테는...다른 사람한테 말 안해도..나한테는.." ".........." "......." "난 니가 우는 거 싫어, 지금처럼 그 때도 울까봐 겁이나 나서 말 못했어. 너한테 말하면 난 안가라고 했거든. 근데 그러기에는 남은 내 인생들이 아까워서 그럴 수 가 없었더라고." 무표정인 얼굴로 그렇게 말하지말아줘.. "이유가 이거였어. " ".........." "집에 들어가라. " 돌아서려고 하는 이건아. 나에게 등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건아의 손을 타악, 잡아버렸다. ".....그래서..지금은 다 나은거야? " "..........." "......." "어. " 그리곤 내가 잡고 있던 손을 놓고서는 그대로 그 뒷모습까지 보이지 않도록 이건아는 가버렸다. 난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난 그렇게 한 밤에 놀이터에서 울고 말았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이건아가 날 버리고 간 이유를 알게 되서 눈물이 나는건지. 아니면, 이건아가 아팠다는 사실이 눈물이 나는건지. ....... .................. ....... 아니면, 이젠 아프지 않은 이건아가 안심이 되서 눈물이 나는건지도 모르겠다. ※ "언니! 눈 완전 부었어. " "알어!!! " "그러니까 어제 놀이터에서 왜 울었냐니까?!" 오늘은 방학식. 기분좋게 오늘은 더 이쁘게 하고 학교에 갈려고 어제 그렇게 다짐이라도 했거만, 그런데 착오가 생겼다. 어제 그렇게 놀이터에서 펑펑 우는 바람에 눈이 완전 부어버린 바람에 평소보다 더 못생겨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울고 있는 나를 본 윤희. 어제는 우는 바람에 넘어갈 수 있었는데 다시 우는 이유를 물어보는 윤희. "아..그냥!! " "솔직히 말해. "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날 보는 윤희. 나보다 키가 커서 그런지도 몰라도 괜히 주눅이 되고,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뭘! " "돈 뺏겼지? " "어? " "어제 놀이터에서 돈 뺏겼지?! " 윤희는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는 말을 내게 했다. 난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는 순간, 차라리 그냥 이렇게 알고 있는게 낮겠다 싶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었다. "어이쿠! 19살이나 먹고 삥뜯겼냐!! " "몰라! 걔네는 사람 수가 많았어.." "에휴, 언니도 참 한심하다!! 앞으로 그 놀이터 가지마. " "안 가! 그리고 빨리 학교나 가자. " "기달려! "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를 느끼며 윤희와 함께 집에서 나왔다. 역시 이 시간때는 학생이 많다. 버스정류장에서 윤희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거울을 꺼내 눈을 보니 아까보다는 많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오늘이 방학식이라는 생각이 나 저절로 웃음이 났고, 다시 기분이 좋아 기분좋게 버스를 타고 여유있게 학교에 도착했다. "언니, 가! " "응, 집에서 보자! " 윤희와 헤어지고 난 뒤, 난 교실로 갔고 생각보다 반 아이들이 많이 와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다희도 볼 수 있었다. 난 내 자리에 앉았고, 자리에 앉아 짝궁과 함께 앞에 있는 아이.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며 반 아이들 전체라고 할까? 하여튼 모두의 시선이 다 내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너 도대체 권요한이랑 무슨 사이야? " "어-어? " 그러다가 내 앞에 있는 아이가 내게 물어보았다. 난 당황해 대답도 하지 못한 체 어색하게 웃었지만, 전혀 아이들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체 다시 내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제도 너 찾겠다고 학교 계속 돌아다니고, 무슨 사이냐고. " "맞어. 저번에도 너 찾으러 학교도 왔잖아. " "너랑 권요한이랑 무슨 사이야? " "도대체 이해가 안 돼..설마 사귀는 사이라도 되는거니? " 난 전혀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반 아이들의 질문공세만 이어질 뿐이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하고 계속 머리만 굴려보았지만 전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 "그러니까 뭐? 도대체 무슨 사인데? " 에라이, 모르겠다!! "친척! " 22편 "어?" 예상치 못한 나의 대답에 반 아이들의 표정은 굳어진 표정에서 한결 나아진 당황한 표정을 할 수 있었다. 난 일단 이렇게 넘어가겠다 싶었다. 어차피 방학하고 나면 잊혀질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요한이랑 나랑 친척이야, 하하하하하!! " "무슨 친척? 어떻게 되는데? " "그러니까...먼 친척! 하하하...걔랑 나랑 호적상으로 먼 친척이야! " "정말이야? 진짜야? " "하긴..솔직히 공윤해가 권요한이랑 사귈 일이 어딨어.." "그치?..솔직히 공윤해 별로 안 이쁜데. " 저기..두 명, 귓속말을 할려면 제대로 해주든가. 다 들리게 말하면 어쩌자는거니, 에휴. "하하하!! 무슨 사귀는 사이야! 하하하..." 드르르륵, "뭐해? 다들 자리에 앉어. 방학식 해야지. " 그리고 그 때, 선생님이 등장하셨다. 다행히 나에게 쏠렸던 시선들은 그렇게 없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방학식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전달사항을 듣고, 방학식때문에 오랜만에 교장선생님의 말씀까지 듣게 되었고, 11시가 살짝 넘어서야 여름방학식이 끝났다. 반 아이들과 어색한 인사를 한 뒤, 난 다희와 함께 학교에서 나와 교문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진짜 아침에 장난 아니였다니까? " "미안하다, 내가 핸드폰게임에 푸욱 빠져가지고. " "됐다! 앗싸, 오늘 방학식인데 놀아야겠지? " "당연하지!! 노래방 갈까?! " "그럴까?! ' 나와 다희는 오랜만에 그렇게 시내에 갔고, 역시나 일찍 끝나는 바람에 시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근데 이 시간에 노래방 열까? " "글쎄..." 지금 시간,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 이 시간에 문을 여는 노래방이 있을까. 일단 자주 가는 노래방부터 가봤다. 하지만 굳게 닫혀진 노래방. 문 앞에는 3시에 연다는 종이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딴 데 가보자!! " 그렇게 다른 노래방을 가봤지만 역시나 여기도 굳게 문이 닫혀져 있었고, 다른 데도 닫혀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벤츠에 앉아있는 우리 둘. "에휴, 노래방 못 가겠네. " "그럼 우리 저녁에 놀까? " "저녁에? 몇시에? 난 늦게 들어가면 혼날텐데.." "뭐 어때! 늦으면 우리집에서 잔다고 하면 되잖아. " "엄마가 허락해줄까? " "음..글쎄! 그냥 일단 부딧혀 보는거지! " 그렇게 다희와 저녁에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일단은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역시 윤희도 방학이라 놀다오는지 집에 없었고, 난 일단 밥을 안 먹었기에 밥부터 먹었다. 밥을 다 먹고 할 게 없는 나는 쇼파에 앉아 멍하니 있는데, 옆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 오늘 우리 집 빈다!! 술먹자ㅋㅋ -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다희였다. 난 다희의 문자를 보고서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어졌다. - 좋아!! - - 오케이! 그럼 있다가 우리 집으로 와 ㅋㅋ- - 웅~ - 그렇게 다희와 간단하게 문자를 주고 받고서는 또 다시 심심해졌다. 그러다가 난 다시 쇼파에 놔뒀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 새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 뭐해 - 라고 간단하게 쓴 다음 권요한에게 보냈다. 원래 아침쯤이나, 이 쯤이면 먼저 문자를 보내는 녀석인데 왠지 문자가 안 오니 내가 먼저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빨리 답장이 올꺼라고 생각한 나는, 30분이나 기달려보았지만 문자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권요한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다가 잠이 쏫아져 그대로 쇼파에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 "....여보세요.." 한 참 잘 자고 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때문에 깨고 말았다. 난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받았다. [미친년아!! 너 잤냐?] "응...왜? " [빨리 우리 집으로 와! 준비 다 해놨으니까!] "아..응. 그냥 대충하고 빨리 갈게. " [아니!! 그래도...쫌 이쁘게 하고 와! 알았지?] 그러고서는 끊긴 전화. 난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보니 벌써 6시가 넘었다. 그리고 난, 씁쓸한 표정과 함께 핸드폰을 쇼파에 다시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녀석에게 여전히 문자가 안 왔다. ...... .............. .. ............ "다희야, 나 왔어! " 띠-익, 다희 말대로 살짝 꾸민 다음 다희네 집에 도착했다. 나의 말에 문이 열리고 들어가보니 어느 새 큰 거실 한 가운데에는 술로 가득해 있었다. 난 놀란 눈으로 다희를 쳐다보았고, 다희는 이런 나의 반응에 흡족이라도 하는지 흐뭇한 표정과 함께 나에게 말한다. "어떠냐? 짱이지? " "니가 다 산거야? " "아-니! 친척오빠가 사다줬어. " "친척오빠? " "응!! 같이 먹어도 되지? " 그리고 같이 먹어도 되냐며, 나에게 물어본다. 난 그냥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오빠, 잠깐 나갔으니까 곧 올꺼야. " "아...아!! 그래서 대충 오지말라고 한거야? " "어? 하하하하...그래도 이쁜 친구를 소개해주고 싶어서..하하하.." 난 그제서야 다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살짝 다희를 째려봐주고는 헤헤, 하고 웃어보았다. 그 때, 문이 열리고 건장한? 하여튼 다희가 말한 친척오빠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게 되었고, 친척오빠는 나를 발견하시고는 활짝 웃어보인다. "다희친구? " "아, 네-에! " 친천오빠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이도 꽤 어려보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얼굴도 잘 생기셨다. 다희친구 라는 말에 난 힘껏 대답을 했고, 그런 나의 모습이 웃겼는지는 몰라도 피식- 하고 웃으신다. "나도 같이 껴도 될까? " "아, 네! 그러세요! " "목소리가 되게 귀엽다. 피식, " "하하..." 갑작스레 귀엽다고 말하시는 친척오빠 때문에 난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희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본 다음에 자리에 앉았고, 이내 친척오빠도 가운데에 앉으셨다. "방학식 했다고, 너무 먹지말고 적당히 마셔라. 니네. " "치, 걱정마셔. " "이게 또 오빠한테 반말이네. " "악! 왜 때려! " "이뻐서 때렸다! " 친척오빠와 다희는 무척이나 친해보였다. 난 저 두 사람을 보며 피식, 하고 웃으려고 했는데 꽤나 웃은 게 컸는지 다희와 친척오빠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망한 나는 헤헤, 하고 다시 웃어보았다. 콩, "어? " "너도 이쁘니까 때린거야." 그리곤 친척오빠는 내 머리에 아주, 살짝 콩하고 쥐어박았다.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친척오빠를 보았다. 그러자 친척오빠는 또 다시 나를 쑥스럽게 만드는 말을 하셨다. "어이쿠, 둘이 지랄을 해라!! " 그러면서 다희는 앞에 있던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난 그런 다희를 보며 나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이내 벌컥 벌컥 앞에 놓여져 있는 술을 먹기 시작했다. ....... ........................ ..... ....... "많이 마신거 아니야? " "네?!! 아니에요!! 저 많이 안 마셨어요..." 희밋하게 시계가 보였고, 시계가 가리킨 시간은 벌써 12시가 되가고 있었다. 앞에 있던 다희는 어느 새 취해버려 잠이 들었고, 난 과자를 먹고 있다. 나도 살짝 취했는지 머리가 어지럽긴 하다. "전화 오는 거 같은데? " "전화? 아..전화.." 전화가 오는 거 같다는 말에 난 황급히 옆에 있던 핸드폰을 보았다. 액정안에 뜬 이름은 다름 아닌, 집이었다. 난 놀래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너 지금 몇신데 안 들어와!!!!] "아, 엄마! 나 다희네에서 자고 가면 안 될까? 다희 오늘 혼자 잔다고..." [뭐? 빨리 안 와?] "....네.." [지금 당장 와!] 엄마의 화난 목소리. 난 풀이 죽으며 전화를 끊었다. "엄마가 오래? " "..네, 에휴-가야할 꺼 같은데..." 스윽, "어어어??" "조심해! " 일어나기 위해 일어나려고 하자 비틀거리는 바람에 옆으로 넘어질 뻔 했는데 그걸 본 친척오빠, 아니 아까 알게 된 문하오빠. 문하오빠가 잡아주는 바람에 난 넘어지지 않을 수 가 있었다. 하지만, 안겨버린 상황. "괜찮아? 많이 취한 거 같은데? " "헤, 아니에요! " 난 다시 똑바로 서보려고 했지만 자꾸 비틀비틀 하게 되었다. "또 전화 왔다. " "네? 아..." "권말순? " 혼자서 비틀비틀 거리며 가고 있는데 문하오빠가 내 핸드폰을 들고서는 전화가 왔다며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게 권요한인지를 말해주었다. 난 확 정신을 깨는거 처럼 천천히 다시 문하오빠쪽으로 갔다. "권말순..." "참, 여자이름이.." "야!!!!!!!!" 난 받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소리를 질러!! 씨, 너 뒤질래?!!] "왜 전화 했는데!! " [너 술 먹었냐? 발음이 왜 그따구야?] "...몰라..왜 전화했냐고! " [아 썅!!!!!!니 술 처먹었지? 이게 죽을라고! 지금 몇 신데 술을 처먹어!] "내가 먹든 말든! 니가 뭔 상관인데...웃기는 놈아!! " "놈? 남잔가, 피식. " [뭐야 씨발, 옆에 누구야. 야, 공윤해 옆에 누구야] 문하오빠의 목소리가 살짝 들렸는지 누구냐며 아까와 목소리가 달라진다. 난 살짝 문하오빠를 보며 헤헤, 하고 웃어보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귀여워보였는지 귀엽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스담아주었다. "....남자다!! " [뭐?] "끊어! " 그리고는 난 무작정 끊어버리고 말았다. "권말순이 남자였어? " "헤헤, 남잔데. " "음...집에 가자. 데려다줄게. " "그래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야 좋죠. " 그렇게 문하오빠의 부축을 받으며 집에서 나오는데. "아, 또 권말순이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또 다시 길게 진동이 울렸다. "왜 또! " [씨발!!!!!!! 빨리 그 옆에 있는 새끼 바꿔] 난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레 큰 소리로 욕과 함께 무섭게 말하는 권요한의 목소리 때문에 살짝 정신이 깼다. 아마도 옆에 있던 문하오빠도 들렸는지 내게 핸드폰을 줘보라며 손을 내민다. 난 천천히 핸드폰을 문하오빠가 주었다. "여보세ㅇ.." 전화를 받자마자 여보세요 를 하려고 했던 문하오빠는 다 하지 못했다. 내 귀까지 희밋하게 권요한의 목소리로 들리는 거 보니까 화를 내는 거 같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던 문하오빠의 표정은 지금은 아예 무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리곤, 그냥 끊어버리고서는 나에게 웃으며 핸드폰을 넘겨준다. "집에 가자. " ... .............. ..... ................... "저기가 집이에요! 헤헤, 이제 가보세요. " "집 앞까지 데려다줄게. " 그렇게 집 앞까지 가게 되었다. 여전히 문하오빠에게 기대어 부축을 받으며, 그런데, 가로등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약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목소리도 함께. "푸하하하, 병신ㅇ......어? 저거 아줌마 아니냐? " "어? 저거 공윤해다. 근데 옆에는 새끼. " 옥바다와 김혁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천천히 집 쪽으로 가까울수록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옥바다와 김혁, 그리고 벽에 기대어 있는 이건아까지. 그리고.... "공윤해. " 내 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오는 권요한까지. "니가 왜.." "빨리 들어가. " "어? " "씨발, 빨리 집에 처 들어가라고. " 권요한, 목소리가 달라진 거 같다. 그래서 인지 정신이 확 깨기 시작한다. "..오빠..이만 가보세요. " "집 앞까지 부축해줄ㄱ... " 타악, 집 앞까지 부축을 부축을 해주겠다며 다시 나의 팔을 잡는 문하오빠의 손을 타악, 하고 쳐버린 권요한. 난 드디어 정신을 쫌 깬 거 같았다. 이제 상황이 심각한 걸. "아까 전화 받은 새끼 너였지." "윤해야, 그럼 잘 들어가. " 권요한의 말을 무시하고서는 나에게 잘 들어가라며 웃어준다. 난 고개를 살짝 숙이고서는 권요한의 한 번 쳐다보았다. 권요한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며 문까지 다가갔고, 벽에 기대어 있던 이건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건아의 표정. 항상 무표정인 표정이지만, 오늘따라 더 무표정인 듯 해보였다. 그렇게 이건아를 지나쳐 들어가려고 했는데, 옆으로 들리는 이건아의 목소리. "한 번 더 이러면 죽는다. " 난 협박조와 비슷한 이건아의 말을 듣고서는 정신이 확 돌아오며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한 편, "니 몇살이냐. " "20살. " 퍼억-. "김혁, 봤냐? 권요한의 존나 빠른 손놀림. " "병신아. 나도 봤거든? " 그렇게 집 앞에 남아있는 이 다섯명의 남자. 요한이는 문하의 얼굴을 강타했고, 그대로 문하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입술에 피가 나는지 입술을 한 번 스윽, 닦고서는 살짝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웃으며 일어났다. "니 20살이라고 했지. " "씨발, 별 개새끼가 지랄하ㄴ..." 퍼억, 문하가 말하기 전에도 또 다시 얼굴을 쳐 버리는 요한이. 그리곤 문하의 멱살을 잡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 ................ .... ....................... "18대만 더 맞아라. " 23편 "들어...." "쉿, 조용히 해! 엄마랑 아빠, 막 잠 들었어. 도대체 왜 이렇게 늦었어? 킁, 술 마셨어? " 집에 들어오자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윤희만 볼 수 있었다. 난 입모양으로 '엄마랑 아빠는? ' 말하니 다행히 아까전에 자러 가셨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슬금슬금 오더니 고개를 내밀어 킁킁, 하며 냄새를 맡더니 술을 마셨다며 물어보는 윤희의 말에 난 정말 뜨끔, 하며 놀란 표정을 하고 말았다. "미쳤어. 엄마가 알면 어쩔려고. 엄마 깨기 전에 얼른 가서 자. " "알았어, 엄마한테는 쉿! " "내가 언니인 줄 알어? 걱정마! 자-아. " "응, 윤희도 얼른 자. " 난 그렇게 윤희에게 말하고 난 뒤,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폴더를 열어 권요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자꾸만 신경을 쓰게 했던 건, 이건아의 무표정과 그 말이 아니라, 권요한의 무표정과 그 말이었다. 한 참 신호가 간 다음에서야 달칵, 하고 받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권요한?! " [왜.] 대답하는 권요한의 말투와 목소리가 평소와 다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인지 난 주눅이 든 목소리로 권요한에게 말했다. "있잖아...." [공윤해.] "어?!" 말을 하려고 할 때, 먼저 내 이름을 부르는 권요한의 낮은 목소리. 난 내가 말을 하려고 했던 걸 멈춘 채 황급히 대답을 했다. 그리고 권요한의 그 다음말을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다시는 다른 남자랑 술 먹지마라.] "어-어? " [딴 새끼랑 술 먹지말라고!!!!! 진짜 또 그러면 너 진짜 나한테 뒤진다.] "아...응..." 그래도 처음보다 한결 나아진 듯한 목소리. 하지만, 여전히 평소와 같은 목소리를 아니었다. 난 권요한의 말에 얼른 대답을 했고, 그러니 흠흠, 하더니 한결 더 좋아진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흠, 다음에 오빠가 술 사줄게, 나랑은 마셔도 돼.] "피식, 남자랑 술 먹지 말라면서? " [임마! 나니까 괜찮다고.] "알았어! 아무튼..본인 아니게 미안하게 됐어... " [니가 뭔 잘못을 한 줄은 알고 말하는거냐?] "알어!! .....남자랑 술 마신거! 근데 그 오빠는 다희 친척오빠란 말이야! " [친척오빠든, 친척아빠든 남자잖아.] 저렇게 말하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묵묵히 있었다. [휴, 공윤해!!] "아, 응?! " [얼른 빨리 자고! 내일, 내일 보자!! ] "어-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권요한! "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끊겨진 전화. 난 아무리 다시 이름을 불러봐도 이미 전화는 끊겨버린 상태이다. 난 그래도 권요한이 계속 화가 나 있을까봐 걱정이 됐는데 조금은 나아진 거 같아 내심 안심이 되며 살짝이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나의 술기운을 없어진 듯 해보였다. 살짝 어지러웠던 기운도 없어지고 정신이 말짱했다. 아마도, 이건아의 생각지도 못한 말 때문인가. '한 번만 이러면 나한테 죽는다.' "...내가 지한테 왜 죽어야 하는데...나쁜놈..." 아까전에 이건아의 말이 생각나며, 어제 놀이터에서 이건아의 말이 생각 나 또 다시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나한테까지 말을 안 했다는 배신감과 같이 지내면서 아프다는 걸 몰랐던 나에게도 화가 나고, 하여튼, 여러개의 감정 때문에 난 역시나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 . . . . "공윤해!!!!!! 너 일어나!! " "..아 쫌만.." "너 진짜 죽을래?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 "어-어?! " 어제 방학식을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안 일어나고 푸욱, 자고 있는데 문을 박차며 들어 오시는 엄마. 엄마는 무작정 발로 나를 툭툭 치며 화를 내시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어제 몇 시에 왔냐는 엄마의 말에 난 정신이 확 깨며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전화받고 빨리 왔지! " "내가 몇 시에 전화 했는데?! " "..음..한..11시..쯤? " 한 12시쯤에 전화한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한 시간을 앞당겨 11시라고 말했다. 난 혹시나 엄마가 눈치를 챘을까, 거짓말을 한 걸 알았을까 하는 내심 불안한 마음과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를 보고 있자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며 '그런가...' 라며 내게 말했다. "응! 그래서 전화 받고 바로 왔어! " "그래도 11시가 뭐야! 너 한 번만 그렇게 늦게 들어오면 진짜 맞을 줄 알어! " "헤, 알았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 다행히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고 난 뒤, 처음으로 완전 혼 줄이 날 뻔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방 에서 나가는 엄마를 보며 한 숨을 쉬다가, 방 문에 기대어 있는 윤희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윤희는 혀끝으로 쯧쯧, 이러더니 '밥먹어. ' 이러고는 나가버렸다. "..흠,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 "그래, 요즘에 너무 늦게 다닌다. " "앞으로 일찍 다닐게요. " 방에서 나와 간단하게 세수만 한 다음에 밥을 먹기 위해 부엌에 가 식탁에 앉으려고 하니 아빠는 벌써 식사를 하고 계셨다. 난 눈치를 보며 정중하게 용서를 빌며, 다행히 엄마보다 너그러우신 아빠는 좋게 넘어가셨다. 어제 술을 먹어서 속이 쓰리고, 목이 말라가는지 국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들어 국을 옮길려고 하다가 순간 멈칫, 하고 말았다. "...북어국이네? " "왜, 먹기 싫어? " 우리 가족이 별로 먹지 않는 북어국이었다. 난 혹시나 엄마가 어제 내가 술을 먹었다는 걸 눈치라고 챘을까봐 떠 보는 식으로 말을 했고, 내 앞면에서 밥을 먹고 있던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했다. 난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웃었고, 그렇게 나도 잘 먹지 않는 북어국을 아주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뚜딱 할 수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 "오늘 엄마랑 아빠, 일 때문에 늦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오늘은 니네 둘이 대청소라도 해. " "에? 나 오늘 약속 있단 말이야!! " 밥을 다 먹고 난 뒤, 쇼파에 앉아 리모콘을 요리조리 누르고 있는데 부엌에서 엄마가 나왔다. 그리고 쇼파에 앉아 있는 나와 윤희를 보며 말하셨다. 엄마의 말에 윤희는 강력하게 하기 싫다며 말을 했고, 나도 하기 싫다며 약속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제 일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럼 윤해, 혼자해. 어제 늦게 온 벌이야. " "어-어?! 나 혼자 대청소를 하라고?! " 윤희의 말에 엄마는 안 된다며 말할 줄 알았지만 전혀 그 반대. 대청소를 나 혼자 하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난 눈을 번쩍 뜨며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를 쳐다보니 엄마는 전혀 당당한 표정과 무서운 표정으로 힘껏 나를 말없이 제압하셨다. . . . "그럼 오늘 윤해는 수고해라. " "언니 수고해! " "깨끗이 치워! 거실이나 니 방이랑 윤희 방이랑 엄마방도! 알았어? 공윤해? " "알았어! 빨리 가기나 해! " 그렇게 나 빼고 각자 준비를 하더니 1시가 다 되어서야 덩그러니 집에 나를 놔두고 청소를 열심히 하라는 말만 하고선 가버리고 말았다. 문을 한 참이나 쳐다보고 있다가 거실을 한 번 쳐다보았다. 왜 엄마가 청소를 하라고 했는지 알 꺼만 같았다. 거실이 이렇게 드러웠던가. 하기 싫었던 청소를 갑자기 하고 싶었진 충동이 생겼고, 이왕 하는 김에 깨끗이 하자는 생각에 난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 .. ............ ..... "아, 힘들어..다 한 건가? "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렸을까. 대청소를 이렇게 오랜시간동안 하는거였을까? 정작 3시가 정도가 걸렸다. 거실을 치우고 윤희의 드러운 방을 치우고 엄마 방도 치우고, 그 다음에 내 방을 싸악 치우고 나니 어느 새 시간은 4시가 넘어버렸다. 다 치우고 난 뒤 쇼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데 문뜩 어제 권요한의 말이 떠올랐다. 내일 보자라는 말. "핸드폰..핸드폰 어디있지..." 그러고 보니 방을 치우면서 생각했는데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급히 나오는 바람에 핸드폰을 챙기지 않았다. 집 전화로 핸드폰에 전화를 해보니, 바보같이 진동을 해 놓은 거 같다. 이리저리 뒤지며 찾았지만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권요한에게 문자나 전화가 왔을텐데.. "....아..여기있다!!!!!!" 우여곡절, 이리저리 찾아보니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찾은 곳은 다름 아닌, 큰 상자 안에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방 좀 정리 하느냐 책장과 모아두었던 상자를 정리하는데 아마도 여기에 넣은 건가 보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핸드폰을 만진 적이 없는데. "아..역시 전화가 잔뜩 왔네. " 얼른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권요한에게 수없이 전화가 와 있었다. 난 체념한 듯 권요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별로 가지 않은 체 달칵, 하고 권요한은 받았다. [너 내 전화 왜 피해! ] "핸드폰을 어디다가 놔둬서 못 찾은 거 뿐이야. 그런데 왜 전화를 이렇게 많이 했어? " [너 지금 어디야?] "나? 어디긴, 집이지. " [엄마 아빠 계시지?] "엄마아빠? 아니, 없는데? " [너 형제있어?] "형제? 여동생 있는데? 그런데 그런 건 왜 물어봐? " 갑작스레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권요한에게 물어보았다. 권요한의 나의 물음을 가볍고 씹고서는 다시 내게 물어보았다. [그럼 여동생은 집에 있어?] "없어! 왜 물어보는거야?! " [그럼...집에 혼자 있냐? ] "당연한거 아니야? 엄마아빠도 없고 동생도 없으면 혼자있ㅈ...어? 여보세요?! " 갑자기 말하고는 있는데 뚝, 하고 끊어버린 권요한. 난 짜증이 난 표정과 함께 폴더를 닫으려고 하는 순간, 문뜩 불안감과 드는 생각. 왜 이 녀석이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 설마, 집에 나 혼자 있다고 오는 건 아니겠지? 가뜩이나 우리 집도 아는 녀석인데.. 설마....설마...찾아오겠어? 이 녀석은.... ...... ............. 이 녀석은 충분히 찾아 올 녀석인데!!!!!! 띵-동, 이게 왠일인가. 한 참이나 걱정과 불안함과 함께 핸드폰만 들고 안 오기를 바라고 있을 때쯤,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자꾸만 울리는 초인종 소리. 설마가 아니기를 바라며 조심스렇게 물어보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누구세ㅇ. " 난 끝까지 다 물어보지 않았다. 조금 열은 문은 어느 새 활짝 열려져 있고, 그리고 내 눈 앞에 있는 이 녀석. 어제의 그 무표정은 어디로 간거니.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밝아보였다. 너무 해맑게 웃고 있는 이 녀석은 아주 힘차게 내게 말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그런 속담이 있을 것이다. 속담이 이렇게 잘 맞을 줄 몰랐다.. "공윤해!!! 서프라이즈!!" 권요한, 이 녀석은 충분히 올 녀석이었다. 24편 "공윤해!!! 서프라이즈!!" 권요한, 그래. 이 녀석은 충분히 올 녀석이었다. "잘 못 찾아왔습니..." 스윽, 탁! 난 권요한의 해맑은 미소와 저 말을 듣자마자 다시 문을 닫을려고 조용히 스윽, 닫으려고 하는데 탁-하고 문을 잡은 권요한의 큰 손. 그리고선 권요한의 큰 손으로 인해 문은 또 다시 점점 열리게 되었고, 그렇게 문이 활짝 열리고 난 뒤, 권요한이 나를 보며 생-긋, 웃으며 내게 한마디 한다. "오빠 섭섭하다. " . . . "권요한, 너 왜 왔는데! " "이 시간에는 티비 볼 게 없어. " 이미 집에 들어온 권요한은 자기네 집인 마냥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눕더니 앞에 있던 리모컨으로 쿡쿡, 요리조리 눌러본다. 그리고선 재미있는 게 안 한다며 결국엔 티비를 꺼버리고 쇼파에 누워 눈이 감아버린 권요한. 난 이런 권요한을 보며 황당하며, 어이없어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내 권요한에게 말했다. "니 왜 왔냐니까? 어? " "음, 공윤해네 집은 이렇구나. " 나의 말은 처참히 씹은 다음, 눈을 떠 상체를 일으킨 다음 천천히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거실을 둘러본다. 이 때, 속으로 든 생각은, '아까 청소했는데 다행이다. '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근데 청소는 하는 거냐? 왜 이렇게 더러워? " "뭐?!!! 청소 했거든!! 아까 전에 청소 했구만, 뭔 소리야! " "아..그냥 했다고 하면 되지, 뭘 화까지 내." "...흠. " 청소를 안 했다며, 더럽다는 권요한의 말에 난 순간 발끈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듯 한 표정은 한 권요한은 내게 말했고, 그리고 뻘쭘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하여튼, 너 빨리 가. " "왜? 남자 오냐? " 아마도 저 말은 어제 일 때문에 말하는 듯 해 보였다. 살짝 비꼬는 식으로 말하며 심술이 난 표정과 내게 말하는 권요한. 난 그런 권요한을 보며 픽-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남자야, 그냥 가. 너 있으면 머리 아파져. " "머리아퍼? 나랑 있으면 머리아퍼? " "응. 너랑만 있으면 머리아퍼. 그러니까 가세-요! " "싫어, 그럼 더 안 갈래. " "왜! " "니 머리 아프면 내가 있어줘야지. " 말 안 통하는 녀석. 너랑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니까! 그러니까 니가 가면 머리가 안 아프다고!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아무리 저렇게 얘기를 해도 안 통할 꺼 같아 미리 포기를 했다. 그래서 나도 큰 한 숨과 함께 권요한이 앉아 있는 쇼파에 앉았다. "내가 이겼다. " "좋냐?! 어? 좋아?! 남에 집에 불쑥 오니까 좋아? " "야!! 너랑 내가 남이냐!! " "그럼 여냐!! " 순간, 멈칫 했다. 나의 말에 싸-악 하고 무표정이 되 버린 권요한의 표정. 난 급 웃음과 함께 말했다. "하하하...재밌지? " "나니까 그딴 말 받아주는 거야. 옥바다였으면 너 벌써 10대 맞았어. " "씨...그래!! 미안하다! " "미안하면 쥬스 좀 꺼내 와. " "우리 집에 쥬스 없어. 물 밖에 없는데, 물 줄까? 요한아? " "..........." 난 쥬스를 달라고 한 권요한의 말에 살짝, 웃으며 약 올리는 식으로 말했다. 평소에 안 하던 성만 빼고 이름까지 불렀다. 이러면 더 약 오를까 봐. 그런데 내 작전이 먹힌 건가. 권요한,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니 씨-익 하고 웃으며 내게 말한다. "공윤해!! 이제 나한테 맨날 요한이라구 불러! " "어-어? " 그런데.. "요한이...씨발, 남자새끼들한테만 듣다가 여자한테 들으니까 기분 묘하다. " 기분이 묘할 거까지는 없는 거 같은데.. "하하...니 하는 거 봐서! " "나도 해줄게. " "뭘?" 씨익, "윤해야." 그리곤, 권요한이 성을 뺀 내 이름을 조용히 부른다. 거실에 잠깐 정적이 흐르는 이 고요해진 분위기에 권요한의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순간, "...푸..하하하하, 넌 부르지마! 괜히 닭살 돋아.." 쿵쾅, 하고 심장이 빨라졌다. "왜-에! 싫어 할꺼야. 앞으로 윤해 라고 부를 거야." "됐어! 넌 그냥 공윤해라고 불러. 그게 더 편해. " "그럼 넌 요한이라구 불러라? " "나도 싫어! 나도 권요한이 좋아! " "그럼 나도 공윤해라고 안 하고 윤해라고 할꺼야. " 난 그냥 권요한이 내 이름만 부를 수 있게 하려고 했지만, 왠지 그러기가 싫었다. "윤-해야." "......." "윤해야." "...아, 그만해!! 알았어! 난 요한이라고 할 테니까 넌 공윤해라고 해.." 권요한이 내 이름만 부르면 이상하게 심장이 빨라지는 걸 느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하는 수 없이 저렇게 말을 했고, 권요한은 내게 윤해 라고 못 불러서 약간의 아쉽다며 그랬지만 그래도 내가 자기 이름만 불러준다는 게 좋은 지 싱글벙글 웃는다. "씨..당했어." "공윤해. " "왜? " "뒤에 붙혀야지. " "뭘?" "요.한.이." 저 자식, 그래서 일부러 내 이름을 불렀구나. "...휴, 왜? 요..한아? " "더 자연스럽게 해 봐. " "아씨! 요한아! " "헤, 좋아. 공윤해 합격! " 도대체 이름만 불러줬다는 게 뭐가 그리 좋은 지. "솔직히 말해 봐. 내가 이름만 불러줘서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단지 여자가 불러줘서 좋은 거지? " "너 여자였냐? " "이게 죽을라고. " "아, 너 여자였구나. 아씨, 낚였다. 사내새끼 인 줄 알았다만. " "뭐!!!!! " "팔뚝 봐라. 완전 사내새끼만 하네. " "권요한 진짜!!!!!! " .... ................. ...... ............ ... 권요한의 말에 발끈한 나는 벌떡 일어나 큰 목소리로 권요한의 이름을 불렀지만 권요한은 화나 있는 나를 보며 아랑곳 하지 않으며 씨익, 웃더니 더 이상 내가 화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너니까 부르게 해주는 거야. 공윤해니까 부르게 해주는 거야. 딴 여자가 불렀으면 그 여자 죽었지." 25편 "너니까 부르게 해주는 거야. 공윤해니까 부르게 해주는 거야. 딴 여자가 불렀으면 그 여자 죽었지." "....어? " "못 알아 먹었으면 됐어! 가서 물이나 가지고 와. " "아..응. " 난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권요한 말대로 부엌으로 가 컵에 물을 채운 다음에 권요한에게 가려고 하는 순간, 발이 멈추고 말았다. 아까전 권요한이 했던 말이 생각 났고, 계속 머릿속에는 그 말이 맴돌고, 이상하게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는데도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넌 무슨 물을 만드냐!!!!! " "아, 가져간다!! 여기. " "공윤해." "응?" "....너 여기다가 무슨 짓 했지? " 물을 권요한에게 건네주자 권요한은 물을 먹으려고 하다가 다시 컵에서 입을 때더니 내 이름과 함께 저런 말은 한다. 난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고, 권요한은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컵을 내민다. "뭐? 어쩌라고? " "니가 먼저 먹어봐. "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 " 내가 미쳤지. 괜히 권요한이 이상한 말 때문에 잠시 당황해서 심장이 빨랐던 거지. 설마, 저 자식의 말에 두근 되고 그런 건 아니었어. "그럼 먹지 말든가!! " "싫어, 먹을꺼야. 목말라. " 그러더니 한 가득 있던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어느 새 컵에 꽈착 있던 물은 없어졌고, 갈증이 풀렸는지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내게 컵을 내밀었다. 난 이제 포기한 표정과 함께 컵을 가지고 다시 식탁에 놔두고 거실에 나오자 쇼파에 앉았을 꺼 같았던 권요한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하는 생각에 두리번거리다가 화장실에 갔나? 하고 화장실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 소리가 안 들리게 열어보았더니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불안감이 급 밀려올 때쯤. 달-칵, "야!!!! 권요한!!!! " 역시나 내 방문을 열어보니 침대에 누워있는 권요한이 보였다. 난 권요한이 내 방에 들어와 누워있다는 게 놀래서 그런 게 아니라, "너 여기 있는 거 건드렸어? 본 건 아니지?! " "뭔데? 뭘 숨겼는데? " 아까전에 핸드폰을 찾느냐 그대로 놔둔 상자. 이 상자 안에는 어렸을 때부터의 추억들이 가득 있는 상자이다. 당연히 이건아의 대한 추억들까지 모두 다 있는 것이다. 나의 물음에 권요한은 아무런 표정없이 안 봤다며, 여전히 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 "안 봤지? " "응. 아, 졸려. 공윤해. 여기 잠 잘 온다. " "졸리면 니네 가서 자! " "냄새난다." "...뭔 냄새? " 갑자기 냄새가 난다며 내게 말하는 권요한의 말에 살짝, 뜬금 했다. 머리를 안 감아서 베개에서 냄새가 날까 봐 조마조마 하며 권요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냥. 공윤해냄새난다. " "...뭐..야..하하하하." "좋다. " "..피식, 내 냄새가 그렇게 좋냐!! " 나의 말에 눈을 갑자기 번쩍 뜨는 권요한.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난 왜 그러지, 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공윤해냄새. 우리 영숙이 냄새랑 똑같아." 영숙? 순간, 그렇게 잊혀져 가고 있던 말순이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말순이의 이어 영숙이라니. "영숙이는 누군데? " "여자." "여자?! 영숙이가 누군데?" "피식, 궁금하냐? 걱정마라. 오빠한테 여자는 우리 말순이밖에 없다." 그리고 오랜만에 권요한의 목소리에서 말순이의 이름이 나왔다. 전에는 그렇게 듣기 싫었던 이름이었는데 왠지 오랜만에 들으니 나쁘긴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도대체 말순이가 누구야? " "말순이? 말했잖아. 너라고." "이-씨, 자꾸 이럴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 니가 찾는 말순이가 아니라고. " "아니면 말구. " "뭐야!" 권요한에게 말순이의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또 다시 권요한은 대수롭게 아무렇지 않게 궁금한 나를 모른 채 하며 또 다시 눈을 감았다. 난 그런 권요한을 보다가 바닥에 있는 상자를 치우기 시작했다. 다 정리를 하고 난 뒤, 원래 자리에 있던 곳에 가져가려고 하다가. "...3월달에 눈 오는 날 있었잖아. " 권요한은 내게 말한다. "응? 3월달에 눈이 와? " "응.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하늘에서 흰 눈이 내리더라고." "그래? 난 왜 생각이 안 나지..." "시내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다니는 길 가운데에 큰 나무가 있었거든? " "큰 나무?? 무슨 나무?? " 난 상자를 옮긴 다음, 침대에 누워 눈만 감은 채 조용히 내가 알 지 못하는 말을 하는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있어, 근데 지금 없지만. " "아-...어?! 생각나는 거 같은데?!! " 그리고 스처지나가는 권요한이 말한 큰 나무. "나 거기서 너 처음 봤다. " "어? 날 봤어? " "응. 얘들이랑 눈싸움 하고 있는데 딱 니가 지나가는 거야. " "....언제였지.." "얼마나 못생겼는지, 김혁한테 던지려고 했던 눈덩이, 너한테 던질 뻔 했어." "뭐-어!!!!??? " 갑자기 저런 말 때문에 또 다시 난 발끈했다. "근데 인내심이 강한 난 참았지. " "치, 자랑이다. " 스윽, 그러더니 눈을 뜨고선 상체를 일으킨 권요한. 그리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는다. 난 또 저 녀석이 왜 웃을까 생각하며, 또 무슨 말을 하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선 신발을 신으려 신발을 한 짝, 한 짝씩 싣고선, 나를 한 번 쳐다본다. "갈려고? " "왜? 오빠 가니까 섭섭하냐? " "뭐, 내가 왜 섭섭하냐! 오히려 좋다 뭐. " "피식, 문 단속 잘하고 있어. 아까처럼 나인 줄 알고 벌컥 문 열어주지 말고." "내가 얘냐! " "병-신, 얘니까 말해주는 거야! 오빠, 간다! " 그리곤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연다. 난 드디어 권요한이 가니 예의상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뭐야? 왜 안 가? " 그런데 문을 열어놓고서는 몸은 나가지 않는다. 문만 열어 놓고서는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지 고개를 숙이며 바닥만 쳐다보고 있다가 나의 말이 끝나고 한 10초 정도? 지났니, 권요한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아까 그 생각을 결심이라도 한 듯이. 내게 의지에 찬 표정과 함께. "내가 저번에 말했지? 도와주겠다고. " "어? " "이 오빠가 슬프긴 하지만, 도와줄게!! " "어-어?! 야!! 권요한!! " 타-앙. 도저히 내가 알아먹을 수 없는 말만 하고서는 문을 콰앙-닫고선 권요한의 모습은 없어졌다. 난 권요한이 그 말이 생각나기 했지만, 무엇보다 그 표정. 의지에 찬 표정과 함께 애써 웃으려고 했던 표정. '도와줄까? 니 사랑. ' "아, 진짜..무슨 내 사랑을 도와주겠다는 거야!! " 권요한의 알 수 없는 말을 해석하고, 이리저리 생각해보았지만 통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저번에 말했던 내 사랑을 도와주겠다는 말은 뭐지. 또 이번에도 도와주겠다고 하고. 그리고, 왜 니가 슬프지만 도와주겠다는 거야? 권요한.. 쇼파에 앉아 정적만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난 계속해서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 정적을 깨는 핸드폰 진동소리. 당연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도 집중이 깨지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옆에서 울리는 핸드폰 쪽으로 가게 되었다. 핸드폰을 들어 액정 안을 들려다 보니, ".........." 2년 전, 지운 줄만 알았던 그 번호. 그 때 이후로 한 번도 전화나 문자를 해보지 않았던 그 번호. 전혀, 지운 줄만 알았던 그 번호와, 그 아이가 억지로 저장시켰던 이름. [내남자이건아] 2년만에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이름이었다. 잠시 내가 왜 아직 이 번호를 지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받으려고 폴더를 열으려고 하는 순간,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 .......... ..... 설마...? 달칵, "..여보세요? " [공윤해, 나야] 설마, 권요한. 내 사랑을 도와주겠다고 말한 게 이건아였어? 26편 "..여보세요? " [공윤해, 나야] 설마, 권요한. 내 사랑을 도와주겠다고 말한 게 이건아였어? ...... ................. .... [공윤해.] "아! 미안..."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 이건아 때문에 권요한의 아까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전화를 받고 있다는 걸 까먹고 말았다. 하지만, 핸드폰 너머로 내 이름을 부르는 이건아의 목소리가 들려 다시 난 핸드폰에게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왜...." [그냥.] "어-어? " [그냥 한 번 해본거야, 그럼 끊는다.] 뚜욱, 그러더니 끊어버린 전화. 난 뭐냐는 표정으로 끊긴 핸드폰을 보다가 이내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되었다. 하긴, 권요한이 그럴 일이 없지. 드르르르르릉. 또 다시 울리는 전화. 진동이 울리자 난 간신히 빨라졌던 심장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하지만, 핸드폰 액정안에 다희 라는 걸 알고서는 휴-, 한 숨과 다시 평소대로 천천히 심장은 뛰었다. "휴, 다희야 왜? " [도대체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어?] 다급해보이는 다희의 목소리. 난 왜 그러지 하는 생각에 되 묻었다. 그리고 다희의 말을 듣은 나는 그대로 뻥진 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친척오빠말이야! 일어나서 얼굴보니까 얼굴에 상처가 잔뜩 있더라..물어보니까 너데려주고 오다가 넘어졌다고 하는데..넘어져서 저렇게 다칠 꺼 같지는 않아서 물어보는거야.] "...아.." 권요한, 진짜 이 자식! [아는 거라도 있어? 어? 물어보니까 자꾸만 넘어졌다고 하더라.] "......많이 다쳤어? " [그냥 군데군데. 왜 그런거야?] 다희의 물음에 난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권요한이 때려서, 라는 확실하지도 않는 대답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왠지 다희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다희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글쎄..." [아..그래, 알았어. 그럼 쉬고! 가끔 연락해라. 방학했다고 잠수타지 말고.] "아, 너도.." 휴, "진짜..권요한 너 때문에 미치겠다!!!!! " 어쩐지, 어제 그렇게 심각하더니. 결국엔 사고 쳤네. -권요한!! 너 진짜 죽을래? - 난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화로 말하다가는 화만 잔뜩 내고, 그러다가 권요한도 화나고 싸우게 될까봐선뜻 그러지는 못하고 문자로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1분도 안 되자 문자 온 듯 짧은 진동이 울렸다. - 왜 임마 - - 어제 문하오빠 때렸어? - - 문어자식 내가 좀 때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 니가 왜 때려! 문하오빠가 뭔 잘 못을 했다고 - - 그 자식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 - - 이상한 변명따위 집어 치워 너 때문에 못 살아 - - 그럼 살지마라 ㅋㅋㅋㅋㅋ - - 권요한 장난치지마라? 다희한테 전화 왔단말이야 - - 왜 머라는데 - 아무 잘 못도 없는 사람을 때려놓고선 너무 태연하게 물어보는 거 같은 권요한. 이래서 인지 아까보다 살짝 심히 더 화가 나기 시작한다. -얼굴이 심하게 다쳤다고 - - 얼굴이 병신같아서 때렸는데 - - 권요한 너 진짜 이럴래? - 나의 문자의 저렇게 답장이 오는 바람에 난 답장을 보내며 얼굴이 굳은 체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권요한의 저런 아무렇지 않은 말투. 사람을 때려놓고선 아무 죄책감이라는 게 없는 권요한의 말투가 싫다. - 아 내가 뭘 어쨌다고! - - 짜증나 너 - 타악, 이러고서는 핸드폰 폴더를 세게 닫는 다음 쇼파위로 던져버렸다. 더 이상 권요한과 문자를 하기 싫었다. 권요한과 더 말을 했다가는 화가 더 많이 나 더 상황이 악화될 꺼 같은 작은 걱정에 문자를 하기 싫었다. 드르릉. 내가 쇼파위로 핸드폰을 던지고 난 1분이 지나자 짧은 진동이 울린다. 권요한의 답장을 확인하게 되며 또 화가 나 답장을 보낼 수 있으니, 있다가 확인하기로 했다. 드르릉. 권요한의 문자를 무시하고 티비를 보고 있는데 계속 해서 몇 번이나 짧은 진동이 울린다. 아마도 권요한의 문자일 듯싶었다. 드르릉. 드르릉. 드르릉. "아, 진짜!!!!!!! " 드르르르르릉. 계속해서 문자가 오는 바람에 자꾸만 온통 신경이 핸드폰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짜증을 내고 있는데, 짧은 진동 대신에 이번에는 긴 진동이 울린다. 핸드폰 액정에는 [권말순] 이라고 떴고, 난 한 숨과 함께 체념을 한 듯한 표정으로 폴더를 열어 받았다. "..왜? " [왜 문자 안해.] 권요한의 목소리. 평소랑 다르다. 즉, 화가 살짝 났다는 뜻이겠지, 뭐. 지가 화날 게 뭐가 있다고. "그냥, 귀찮아서. " [내가 뭐가 짜증이 나는데.] 아까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가 신경이 쓰였나 보다. "아, 그냥! 그냥..가끔 너 짜증날 때 있다고. " [그러니까 언제, 왜, 뭐 때문에. ] "권요한." [씨발, 왜.] 나의 부름에 욕과 함께 대답하는 권요한의 말투에 난 살짝, 어이없으며 아까전에 간신히 가라앉혔던 화가 다시 올라온다. 권요한의 이런 말투가 어느 새 난 짜증이 나며 싫어지게 되었다. "너 이러는 거 싫어. 갑자기 목소리 바뀌는 것도 싫고, 그런 이기적인 것도 싫어. " [내가 뭐가 이기적인데. ] "갑자기 남의 집에 오는 것도 싫고, 남의 학교에 찾아오는 것도 싫어." [공윤ㅎ...] "더구나, 잘못 없는 사람 때려놓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그 말투가 싫다고. " [...뭐?] 역시나 전화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전화말고 문자로 말한 거였는데. "...아..먼저 끊을게. " [뚜욱.] 난 내 말을 하고 난 뒤, 끊으려고 했지만 먼저 끊어버린 권요한.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화가 난다. "이 참에 니 잘못이 뭔지 내가 똑똑히 알려주마. " 이렇게 먼저 권요한이 사과를 할 것이라고 난 생각을 했다. 그런데... . . . . . [야, 미친년아!!!! 어떻게 삼일이나 지났다?] "분명 핸드폰은 아무 문제 없는데 왜 안 올까? 다희야." [뭔 소리야...] "....아니야, 내일 전화할게." 벌써 삼일이나 지났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그 녀석에게는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자 먼저 다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다희에게 전화가 오는 걸 보니 핸드폰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연락이 없냐고!!! " 씨, 짜증나! - 뭐냐?! 권요한! 왜 연락이 없냐! - 결국엔, 인내심에 한계가 있는 나는 먼저 문자를 보냈다. 나에게 연락은 하지 않은 권요한에게 순간,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히 2분 32초만에 그 생각을 집어쳐버릴 수 있었다. 정확히 문자를 보고 난 뒤, - 니가 먼저 할 줄 알고 안 했지 존나 늦게도 사과한다!! - 이 자식..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정작 나한테 먼저 연락하고 사과를 할 사람은 너잖아! ...... .............. 하지만, 저 말은 나중에 하고.. - 그래ㅡㅡ..내가 미안하다 - - 알면 됐다 뭐해ㅋㅋㅋㅋㅋㅋ- 살짝 마음이 약한 나는 결국엔 내가 수긍을 하게 되었다. - 니 생각? - "푸하하하하하하 아 재밌어!! " 뭐하냐는 권요한의 문자에 난 한 번 놀려볼까? 하는 재미에 저렇게 답장을 보냈다. 예전에 다희가 뭐하냐고 물어보며 저렇게 대답을 하자 발끈을 하며 화까지 냈었다. 화난 다희의 모습에 난 재미를 얻었고, 오랜만에 그 재미를 또 다시 느끼기 위해 권요한에게 해보았다. 띵동, 2분정도 지나자 문자가 왔다. 그리고, -.....앰창? 진심? - 아주 진지한 듯한 말투로 답장이 왔다. 권요한의 이런 반응의 난 재밌어 하며 크큽-웃어대며 답장을 보내주었다. - 응^*^ 니 생각하고 있어 요한아 - 나의 이런 약간의 닭살스러운 문자를 본 권요한의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 분명 진지한 표정으로 짧게 '씨-' 라고 욕을 했을 꺼라도 난 예상이 된다. 권요한의 반응이 궁금해 혼자서 배곱을 잡으며 크큽-하고 웃고 있는데 드디어 띵동-하고 문자가 왔다. 궁금해 하며 여전히 입가에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어? " 이게 아닌데.... ...... ................. 이런 반응을 원했던 게 아닌데..... ....... ...................... ..... ............... - 임마 나도 니 생각하고 있었다 - 27편 - 임마 나도 니 생각하고 있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권요한의 반응의 난 살짝 당황해 뭐라고 답장을 해줄까하다가 말을 바꿔 답장을 보냈다. - 나 잔다! - 황급히 이렇게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괜히 권요한한테 이런 장난 치다가는 오히려 내가 당하겠어. - 돼지 살 쪄라 -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뒤, 티비를 보려고 하자 문자가 왔고, 확인을 해보니 어처구니가 없는 권요한의 답장이었다. 난 간단히 이 문자를 씹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은 티비를 옮겼지만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어 이내 티비를 껐다. "윤희는 언제 오는겨..." 아침에 나간 윤희는 5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올 생각을 안 한다. 역시 방학 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단말이야. 드르르릉. "여보세요? " 집전화가 울리고 난 얼른 후다닥-달려가 받았다. 받아보니 엄마의 전화였고, [윤해니? 뭐하고 있어?] "그냥, 티비보고 있는데? " [너 지금 몇 살인지 알고 있는거야?] "...어? 그야 19살....." [그래, 너 19살이야. 수험생이라고. 수능 봐야할 나이라고.] 아, 전혀 생각을 못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학기 기말고사를 보고 난 뒤, 점수의 큰 좌절을 하고서는 이제 매일같이 공부를 하겠다고 분명히 난 성적표를 받고선 다짐했다. 하지만, 권요한을 만나고 난 뒤. 확실하다. 이 녀석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수능 봐야 할 시기라는 걸 잊고 있었다. [방학동안에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러고 있지말고 얼른 공부해.] "아, 응.." [열심히 하고 있어. 갈 데 맛있는 거 사가지고 갈게.] "진짜?! 알았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게! " [퍽이나 하고 있겠다. 윤희 들어오면 청소나 시켜!] 그렇게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선,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하고 쥐게되었다. 하긴, 이제 수능까지 얼마 안 남았구나, 휴. "좋아. 오늘은 새벽까지 공부하자! " 이런 외침과 함께 속으로 다짐을 하고선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아 뭐부터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위를 올려다보니 문제집이 발견했고, 문제집을 꺼내 손에 연필을 쥐며 오랜만에 공부를 하게 되었다. 아..근데.. ..... ................. ..... 4시간후, "아..뭐였지?! 아씨..기억안 나..." 공부를 시작한 지 약 4시간이 지난 거 같다. 계속해서 배웠던 부분만 반복해서 하고 있는 중이다. 달달 외웠던 게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기억이 안 난다. 객관식 문제의 보기를 보면 다 답인 거 같고, 다 틀린 거 같아 머리가 어지럽다. 달-칵, "언니, 밥 먹어. " 한 문제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온 윤희는 밥 먹으라며 나를 불렀다. 난 윤희의 말에 입가의 미소가 띄어졌고, 실실 웃으며 부엌으로 갔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 "응, 공부하나보네? " "아,네! " "공부 한 거 맞어? 제대로 한 거야?" "당연하지! 벌써 5시간째야." "엄마가 전화했을 때부터 했으면 4시간 아니니?" 아, 그걸 또 언제 기억하셨대. "와! 갈비찜이다! " 그리고 오늘은 메인음식, 엄미가 아까전에 통화하면서 맛있는 거 사온다는 말에 한 껏 기대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오랜만에 갈비를 먹다니. "공부만 열심히 해라, 그럼 이런 거 매일 먹을 수 있어." "진짜지? 진짜?! 나 내일 또 열심히 할테니까 또 사와!! " "..하하하...먹기나 해." 나의 말에 엄마는 잠시 어색하게 웃더니 정색과 함께 먹으라며 내게 말한다. 그래도 난 기분좋게 갈비찜과 함께 오랜만에 밥 두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아..배불러.." "언니, 매일 공부해라. 그럼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준대잖아. " "니가 왜 좋아해? 나만 먹을꺼야! " "..왕치사..같이 먹으면 뭐가 덧나냐! " "너 자꾸 대들어라?! 어? " "짜증나, 공부도 못하는 게. " "뭐-어?!" 배불리 먹고 나서 거실로 나와 쇼파에 앉자 뒤따라 윤희가 나왔고, 그렇게 윤희와 작은 말다툼을 하다가 윤희의 마지막 말에 아까까지 기분이 좋았던 게 점점 사라지는 듯 했다. 지는 얼마나 잘하길래, 솔직히 내가 너보다 잘한다! . . . . . 달-칵, "아, 이제 다시 공부 좀 해볼까나. " 정작 1시간 45분을 쉰 다음, 엄마의 잔소리에 못 이겨 또 다시 공부를 하러 방에 들어왔다. 막상 또 의자에 앉아 책상위에 있는 책을 보니 아까와 다르게 하기 싫어지는 이유는 뭘까. 자꾸만 딴 걸 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 그래서 난 내 방을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가 내 눈에 띈 것은. "저번에 여기 정리했었나? " 공부를 하기싫고, 할 게 없을 때는 이상하게도 정리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내 눈에 띈 것은 저번에 그 상자. 아직도 알 수 없었던 핸드폰의 실종사건. 지금도 생각해보면 왜 여기에 핸드폰이 있었는지가 생각이 안 난다. "...어? 중학교때 앨범이네? " 상자안에는 그 동안의 추억들이 있었다. 중학교 때 앨범을 보고 난 뒤, 중학때 받은 편지들. 그리고 사진들.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액자 안에 이제 갓 고1이 된 나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나와 손을 잡고 있는 이 아이. "............" 아마도 이게, 아니. 이 날이 마지막이였을 것이다. 이건아와 함께 있었던 게. "...어??? " 애써 보기 싫어 액자를 뒤집어 놓으려고 하다가 액자안에 살짝 나와져 있는 무슨 흰 종이. 난 뭐지, 하는 생각에 하나 하나 풀어 그 종이를 뺏다. "이게 뭐야? " 이 액자에다가 내가 사진을 넣지 않았다. 이 날. 이 사진을 찍고 난 뒤 직접 액자를 사서 사진까지 넣어주며 내게 주었다. 당연히, 이건아가. 하지만 그 때 기쁨과 행복한 기분으로 보고 난 뒤, 이건아의 소식이 끊겼을 때쯤, 애써 잊기 위해, 슬픔을 없애기 위해, 이 상자에다가 넣어두었는데. "....뭐...야..." 천천히 옛날 회상을 하며 접어져 있는 종이를 천천히 펴 보았다. 그리고 눈이 점점 커진다. 마냥 못 볼 것을 본 거처럼 놀란 표정과 함께. . . . . . . . 이건아의 편지. '공윤해, 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 본다. 니가 기념일마다 편지 써달라고 했는데 내가 안 써줘서 울곤 했잖아. 어찌나 맘 아프고 찔리던지. 그래서 이번만큼은 직접 내 손을 편지를 쓴다. 근데 니가 이 편지를 언제 볼 지는 모르겠다. 만약 빨리 보게 된다며 전화하겠지. 울면서. 그래서 내심 늦게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한다. ' 한 줄씩... 난 2년 전에 썼던 이건아의 편지를 읽어본다. '나 내일이면 호주간다. 너한테만 알려주는거야. 말 안하고 갈려고 했는데 그래도 막상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그게 너더라. 잠깐 갔다올꺼야. 금방 돌아올꺼니까 연락 안 된다고 울지말고 딴 남자 만나지 말고 잘 있어. 아주 잠깐이야. 아주 잠깐이니까....' ........ .......................... '기달려줘..꼭 돌아올게...돌아가서 너한테 못 해준 만큼 잘해줄게. 그러니까 기달려, 공윤해. 한 눈 팔지말고 기달려. ' ..... ................. ...... 스-윽, "엄마!!!! 나 잠깐 나갔다올게!!!!!!! " "어디가?!!! 이 밤중에!! " 난 편지의 마지막 말을 읽고선 무작정 손에 편지를 꽈악 주고선 핸드폰과 함께 엄마의 부름에 상관없이 집에서 나왔다. 무작정 뛰었다. 한 쪽에는 편지가 있었고,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핸드폰이 있었다. ......... ....................... [여보세요.] "이건아!!!!!!!! " [뭐ㅇ...] "....돌아오면 잘해준다면서...못 해준 만큼 잘해준다면서..." [.........] "....이건아......." ..... ............ .... ................ ....... ..... [.......어디야.] '공윤해, 사랑한다.' 28편 [.......어디야.] 이건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낮게 깔아 앉은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난 뛰었던 발걸음을 멈춘 채, 두리번-거리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놀이터.." [기다려-뚜욱.]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리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린 이건아. 난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다시 한 번 보고 난 뒤, 고이 접는 다음 다시 손에 꽈악 쥐었다. 그리고 이건아에게 말했던 그 놀이터. 특이하게도 미끄럼틀이 코끼리모양인 그 놀이터. 난 놀이터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 아무도 없는 텅 빈 놀이터를 두리번거리다가 그네가 보여 그네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네에 앉아 건아가 오길 만을 기다렸다. 손에 들고 있는 편지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서는. 드르르르릉. 한 참이나 편지를 보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 있던 핸드폰에서 긴 진동이 울린다. 난 혹시나 건아가 못 온다는 전화일까 봐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액정 안을 들려다 보니 [권말순]. 다행히 권요한이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왜 그래?] 아까 조금 울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잠겨 있어 약간 목소리가 흔들렸다. 의외로 둔하지 않은 권요한은 그걸 바로 알아채버렸고, 내게 물었다. "..자서 그래..." [잤냐? 그럼 있다가 전화할까?] 전과 달리 왠지 나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야, 괜찮아. 근데 왜 전화했어? "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 [...뭐야..장난이야 임마!! 반응 없기는.] 아니, 그게 아니라... [공-윤해! 공윤해! 공윤해!] "어..응.." [그냥, 보고싶다고!!!] ".............." 왜지. "....아..." [아씨!!! 됐다, 됐어! 너한테 뭔 장난을 못 치겠다. 무안해 뒤지겠네.] 터벅...터벅.. 아까 들리지 않았던 발자국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난 저절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근데!!!] "........." [근데 있잖아!!!] 뛰어왔는지 숨이 차 보이는 이건아의 모습이 보였다. 내 눈은 내 쪽으로 걸어오는 이건아에게. 내 귀는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권요한에게. ".........." [진짜 보고싶은데, 우리 만날까?!!!] "............" ...... ................. ..... ............. ....... "공윤해." [공윤해!!!] 왜지. 왜, 권요한에게 죄를 짓은 거 마냥 미안해지는 걸까. "...미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공윤ㅎ........] 더 이상 권요한과 통화를 할 수 없어서 권요한이 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황급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또 다른 한 쪽에도 편지를 꽈악 쥔 체로 그네에서 일어났다. 저기에 있었던 이건아는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이건아는 어느 새 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건아..." 그 때 여기서 봤던 건아를 보던 느낌이 달랐다. 이번에는 똑바로 정면으로 건아를 쳐다보았다. ...... .............. ....... 왜 바보같이 몰랐지. "공윤해." "...이...건아.." 사진속에 있었던 2년 전 건아의 모습과 전혀 다른 게 없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 편지 이제서야 본거냐? " "...아..." 건아의 시선이 내 꽈악 쥐고 있었던 편지로 향한다. 그리곤 내게 말한다. 난 건아의 말에 나의 시선도 편지 쪽에 가게 되었다. "참, 빨리도 본다. " 그리곤....... .... ................. 이건아가. ................웃는다. 2년 전에 그 모습이었다. 그 때의 웃는 거처럼, 처음으로 남자도 예쁘게 웃구나. 이 아이도 웃으면 예쁘구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건아는 피식, 하고 웃는다. "왜 말 안 했어! 편지...썼다고..." "그냥." "말은 해줘야지...그것도 모르게 난 니가 나 버린 줄 알고.." "..........." 또 바보같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럼..너 이렇게 미워하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응? " "그래서 나 지금도 미워하냐고. " ".........." 이건아의 질문.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려고 했다. 그래, 대답을 하려고 했다.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 .............. .... 뒤에 보이는 권요한이 눈에 들어와 난 대답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 "...뭐야? 왜 공윤해랑 너랑 같이 있어? " 권요한도 역시나 나를 보고서는 이 쪽으로 걸어온다. 그리곤 나와 건아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와 마주보고 있던 건아와 마주치게 되었다. "어? 이건아. 너 똥혁 만나러 간다면서. " "........." "씨발, 김혁이 공윤해냐? " "권요한. " 권요한, 목소리는 아직은 확-가라앉지는 않았다. 다만, 약간의 비꼬는 식의 말투. "그리고, 공윤해. 너 잤다면서? 근데 언제 여기까지 나왔냐? 이건아 만나려고 내 전화 끊은 거냐? " "...권요한..그게.." "요한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권요한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 이 와중에도 이름을 불러달라는 권요한...아니, 요한이었다. "...요..한아.." "이 상황 설명해 봐. " "권요ㅎ..." "공윤해가." 건아가 권요한의 이름을 말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권요한의 시선은 내 쪽으로 쏠렸다. 그리곤 이 상황을 설명해보라며 내게 말한다.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2년 전에 나와 이건아는 사귀는 사이였다고.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이건아의 편지를 보고 만나는 거라고. ......하지만, 난....권요한에게 말하지 못한다. "........" "권요한, 내가 말한 적 있지. " 내가 아무 말을 못하고 고개만 푸-욱 숙이고 있자, 건아가 말했다. 그리곤 난 고개를 올려 건아를 쳐다보았다. 건아는 무표정인 얼굴로 또한 굳은 표정으로 하고 있는 권요한를 쳐다보며 말한다. 난 그저 말없이 건아가 말하는 걸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전에 사겼던 여자애 있었다고. 그래서 호주에서 돌아온 거라고 했었잖아." "...그래서." "그래서 내가 다시 그 여자애 찾는다고, 만나고 싶다고 너한테 찾아달라고 했었지.." "........." "근데 내가 만났다고 했지. " "......" ....... ............... "그 여자애가 공윤해야." 이건아의 말에 권요한은 예상과 달리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나와 권요한을 놀라게 만드는 이건아의 마지막 말. ...... ................ .... "그리고, 나 공윤해랑 다시 사귄다. " ....... ........... 나조차도 놀랐다. 그래서 놀란 표정으로 이건아를 쳐다봤다. 여전히 건아는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내 쪽을 보지 않는 권요한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건아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권요한의 표정이 궁금하다. 그리고.. 여기서 나를 또 놀라게 한 사람은 이건아가 아닌, 권요한이었다.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면서도, 이상하게도 이건아 때문이 아닌, "그럼 진작에 말하지!!! 씨발, 존나 축하한다!!! " ...... .............. .... 권요한의 말과 너무 환하게 웃는 표정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말았다. 29편 "그럼 진작에 말하지!!! 씨발, 존나 축하한다!!! " 내 예상과 달라서 그런건가. 전혀 내 생각과 달리 웃으며, 축하를 해주는 권요한의 반응에 난 그저 씁쓸한 마음이 들고 말았다. 저런 반응에 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좋아해야 하는건가. 아니면, 기분을 나빠야 하는건가. "하하하하, 공윤해! 내가 안 도와줘도 되겠네! " "..어-어? " 도와주다니? 설마.. 진짜로 도와주려고 한 게 이건아랑 이어주려고 했던거야? "잘 해봐라!! 오빠는 이만 간다. " "권요한." "이건아, 우리 윤해 좀 부탁한다!! 그럼 내가 똥혁한테 간다. " "...권...요한.." 그렇게 권요한은 이건아의 어깨를 두 번 치더니 왠지 모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내가 부르는 이름을 못 듣은 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공윤해. " "아, 으-응. " 권요한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 해서 놀이터 입구쪽을 보고 있을 때쯤, 나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이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내게 남아있는 또 하나의 상황. 그리고 아까 이건아가 말했던 게 문뜩 떠올랐다. "저..기.." "대답해 봐." "어-어? 뭘...? " "나 아직도 밉냐고. " 아까전에 물어봤던 그 질문.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권요한이 보여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던 그 질문을 이건아는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아까와 달리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대답해. " "........" "나 아직도 미워? " 난 이건아의 눈을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들어서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도리도리.. "피식, " 난 대답 대신 짧게 고개를 도리도리 했다. 차마, 안 밉다는 말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여기서 밉다고 말하기는 싫고. 그래서 난 대답 대신에 고개로 대답을 했다. 이건아는 나의 대답에 만족이라도 하듯이 피식, 하고서는 웃었다. 내심 이건아가 웃으니 아까의 씁쓸했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없어지는듯 했다. 타-악, 고개를 숙이자 밑으로 보이는 또 다른 손. 편지와 핸드폰을 꾸욱 잡고 있는 나의 손을 잡는 커다란 손. 따뜻한 손. 전처럼 너무나도 온기가 느껴지는 이건아의 손이었다. 난 놀란 표정과 함께 고개를 들어 이건아를 쳐다보았다. 이건아는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픽-하고 웃더니 내게 말한다. 내가 얼마나 기달렸던 말이였던가. 그렇게 기달렸던 말은 들어서 그런지 설레이고, 순간 심장이 요동까지 치기시작했다. 하지만, . . . . "다시 시작하자. 안 떠날게. " 여전히 한 구석은 씁쓸한 마음이 든다. ..... .................. ...... ...... ........................ "다녀왔습니다! " "너 어디갔다 오는거야?!! " "아-! 잠깐, 다희가 보자고 해서!! " "다음부터 그렇게 나가면 혼난다! 빨리 씻고 자. " "네-에! " 그렇게 2년 만에 건아와 다시 재회를 하고선 씁쓸했던 기분은 어느 새 잊혀지고선 기분좋게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의 날카로운 잔소리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갈 때는 심각했던 표정이었는데 들어올 때는 기분 좋은 표정이니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하다. 그것보다 잔소리에도 힘차게 대답하는 것에 이상하게 보는 것이었다. 타앙, 씻고선 방으로 들어왔다. 씻기위해 책상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들려다보니 액정안에는 부재중전화 5통이나 와 있었다. 난 혹시나, 권요한인가? 하는 생각에 얼른 폴더를 열어보았지만 예상과 달리 [내남자이건아]라며 액정안에 뜬다. "여보세요? 전화했어? " [어. 뭐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 건아의 말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말투. 완전 전과 똑같은 말투이며, 전과 같은 전화내용이었다. "아, 씻고 오느냐고! " [그러고 보니 벌써 11시네. 얼른 자라.] "안 자도 돼! 어차피 방학도 했는데 늦게 자도 돼-. " [그럼 늦게 자든가.] "넌 뭐하는데? 집이야? 밖이야? " [술집.] "뭐-어?! 술집?! 이 늦은 시간에 왜 술집에 갔어!] 그러고 보니, 이 내용. '건아야, 집이야?' '아니, 술집.' '술집?! 너 빨리 집에 안 갈래?! 늦은 시간에 뭐하는거야! '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나의 말에 이건아는 이렇게 말했었다. '공윤해, 또 잔소리한다.' [공윤해, 또 잔소리한다.] 역시나, 변한 게 없다. "얼른 집에 들어가! " [못 들어가.] "왜-에? " [지금 상황이 쫌 안 좋거든.] 상황이 안 좋다며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건아의 말. 난 역시나,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았다. "왜? 왜 상황이 안 좋은데? " [잠깐만, 옥바다. 저새끼 말려.] 나에게 잠깐만, 이러더니 옥바다에 말하는 게 들렸다. 누군가를 말리라는 소리. 그리고 이내 들리는 소리들은 이상한 괴음의 소리. 그리고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건아야? 이건아? " [아-씨!! 권요한!!!!!!!!!! 공윤해. 내가 있다가 전화할게.] "어..??? 아, 응..." 뚜욱, 무슨 소리지? 분명 유리도 깨지는 소리도 들렸고, 시끄러운 소리도 들렸는데. 왜 마지막에 건아의 입에서는 권요한의 이름이 나온것일까. 왠지 권요한과 관련 된 일꺼라고 생각이 든다. . . . . . 드르르르릉. "여보세요?!! " [뭐야? 안 잤어?] "아..있다가 전화한다고 했잖아." [내가 전화 안 했으면 너 계속 안 잤겠네. 바보아니야, 지금이 몇신데.] 벌써 2시가 다 되어간다. 아까전에 끊으면서 다시 전화한다는 건아의 말에 난 졸렸지만 힘겹게 버티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참 지겨울 때쯤, 건아에게 전화가 왔고 난 재빨리 받았다. "근데 아까 무슨 일이야? 응? 들어보니까 주변에 시끄럽던데." [아, 혹시 나 걱정되서 안 잔거야?] "어..? 아...응." 건아야, 미안.. 솔직히 내가 너의 전화를 기다린 이유가..마지막에 들린 권요한 이름 때문이었어... [권요한이 아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술을 존나 먹더니 어떤 새끼랑 시비가 붙은거였어. 그래서 말리느냐고 끊을 수 밖에 없었던거야.] "아...그래서? " [뭐가 그래서야.] '...권요한은 괜찮냐고..' ".....하하하..아니! 넌 안 다쳤냐고..하하하.." 난 차마 묻고 싶은 권요한의 걱정을 물어보지 못했다. [난 멀쩡하지. 다만 그 권요한한테 걸린 새끼만 뒤졌지.] "아...많이 다쳤어? " [몰라, 자세히. 왜 저러는건지.] ......... "그럼...권요한은 괜찮은거야...? " 난 이 참에 물어봐야 될 듯 싶어 건아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리고 건아의 말. [손 다친 거 빼고는.] "...손?? 얼마나 다쳤는데? 많이 다쳤어? 병원은 간거야? " [........] "..여보세요? " [다른 남자한테 관심 갖지마. 짜증날려고 해.] 맞다. 이건아, 전에도 이렇게 질투가 많았는데. "...그냥..." [공윤해.] "으-응? " [이제 우리 다시 시작하는거야.] "....응." [다시....다시는...] 그리곤 마지막 말과 함께 끊겨버린 전화. . . . . . [어디 가지 않을게.] "휴...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왜...." 건아의 설레이는 고백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 자꾸만 다쳤을 권요한의 손이 생각나 걱정이 된다. 신호가는중. 결국엔 난 다시 폴더를 열어 권요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만 갈 뿐, 받지는 않는다. 그렇게 5번째, 전화를 걸었는데. 달칵, [.....여보세요.] 드디어 권요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권요한?! " [...어? 공윤해다..] 평소와 달리 활기찬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낮게 깔린 목소리도 아니였고, 아까 놀이터에서 마지막 말을 했던 그 목소리. 씁쓸한 듯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너 손 다쳤다면서? 괜찮은거야?! " [어떻게 알았어? 아...건아한테 들었나 보네.] "너 왜 그랬어! 사람을 왜 때려! " [이봐, 아줌마. 잔소리는 애인한테 하지 그래?] "......얼른 말해..." [뭘...] "손...괜찮다고..." 괜히 자꾸만 가슴이 아려온다. 약간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권요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의 말이 끝나자 권요한은 아무 대답이 없다. 숨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난 전화가 끊은 줄 알고 액정안을 들려다 보았지만, 여전히 신호가 가고 있었다. "...권요한..." [.......] "..손 괜찮으..." [공윤해.] 다시 한 번 물어보려고 했지만, 대답 대신에 내 이름을 부르는 권요한의 목소리 때문에 하려고 했던 말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할 꺼 같은 생각에 대답도 하지 않은 체 숨을 죽이며 권요한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왠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 꺼 만 같다. [...당분간 우리 전화도 하지말고 만나지도 말자..] "........." [...너 짜증나려고 한다..] 30편 [...너 짜증나려고 한다..] "...어..? " [끊는다.] ...... ..................... 그리곤, 뚜욱-하고 끊긴 전화. 난 아직도 권요한이 말한 게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멍하니 그대로 끊지도 못한 체 가만히 있었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냥..단지 기분이 착잡할 뿐. '....너 짜증나려고 한다.' 도대체 내가 권요한에게 어떻게 했길래 권요한이 나에게 저런 말을 하는것일까. 예상치도 못한 권요한의 말에 난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 "언니, 공부해? " "응. 조용히 해. " 다음날, 방학이라 역시나 집에 있는 건 심심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시 잡은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몇 시간째 방에 틀어박혀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놀란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윤희가 보였다. 윤희는 전혀 이 상황을 못 믿는다는 표정을 나를 향해 물어보았다. 드르르릉. "어? ...다희네..여보세요? " 그렇게 윤희가 나가고서 다시 집중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있을 때쯤, 핸드폰이 울렸고 난 혹시나 어제 그렇게 끊어버린 권요한의 전화일까 라는 생각에 약간의 기대하는 마음으로 액정안을 보았지만 다희 라는 걸 아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쉬운 표정을 짓을 수 밖에 없었다. [기집얘, 연락 한다면서? 어?!] "아..미안! 근데 왜 전화했어? " [너 내일 갈꺼야? ] "응? 어딜? " 뜬금없이 내일 갈꺼냐며 물어보는 다희의 물음에 난 전혀 모른 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다희의 놀란 그 목소리와 함께 나에게 말했다. [전에 담임이 말했잖아!! 방학동안에 보충수업 한다고! 너 모르냐? 내일부터인거?] 아, 잊고 있었는데. 근데 내일부터 하는거였나? "아...기억났다. " [그래서 하러 갈꺼야?] "하러 가야지. 한 동안 공부 안했는데 이 참에 방학 때 열심히 해야지." [휴, 하긴 나도 그렇다. 이제 나도 실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수험생이라는 걸..] "힛- 알았어. 그럼 내일 같이 가자! " [..아...그럼 내일 이쁘게 하고 가야겠네..] "응...?? 왜 이쁘게 하고 가. 수업하러 가는데. " [야!!!!! 남자도 있는데 어떻게 폐인처럼 하고 가냐!!! ] 그리고 또 한 번 다희의 말에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서서히 전에 말했던 담임선생님의 말이 생각이 났다. "..아..맞다..다른 학교랑 같이 한다고 했나? " [어!!!!! 권요한네 학교잖아! ] 맞다..권요한네 학교였지.. "...아..근데 권요한은 보충 수업 같은 거 안 받을꺼 같은데? " [누가 머랬냐! 난 친구의 남자는 안 건들리거든? ] "무슨 소리야! 친구의 남자라니! " [왜-에. 너랑 권요한이랑 사귀는 사이잖아.]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는듯한 다희의 말투에 난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야! 우리는 친구사이뿐이야. " [지랄하네..남자랑 여자 사이에 친구가 어디있냐!] "여기 있잖아! 나랑 권요한은 친구 사이일뿐이야, 전혀 그런 사이 아니라고. " [치, 아니면 말든가.] "...그리고... " [그리고 뭐?] 다희에게 말을 해야하는건가. 그리고, 이걸 말해도 되는걸까? 하지만, 분명 어제 그렇게 말했으니.. "나...." [너 뭐?] "....이건아 만났어..." [뭐-어?! 이건아?! 그 자식을 만났다고? 어디서? 언제!] 2년전의 그 때 그 일을 다 알고 있는 다희는 당연히 건아를 싫어하고 있다. 그래서 얘기만 꺼내면,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을 짓기 일 수였다. "...그냥..쫌 됐어.." [그 자식 왜 호주로 갔대? 어? 그래서 너 만나니까 뭐래?!] 역시나 다희도 건아가 호주로 간 것만 알고 있을 뿐. 이유는 모르나 보다. "나....." [뭐-어?! 너 설마..다시 그 자식 좋아하는건 아니지?!] "......다시 건아랑 시작할려고.." [........] 열을 내고 있는 다희에게 난 아주 힘겹게 말을 했다. 그랬더니 다희는 아무말이 없다. 그냥 숨소리만 들릴 뿐. 난 과연 다희가 무슨 말을 해줄까, 괜히 긴장하는 마음으로 다희의 말을 기다려보았다. [..너 미쳤어? 그 자식을 다시 좋아하는거야?!!! ] 역시나 화를 내는 다희. "...있잖아.." [뭐-어?!] "2년전에..나한테 말도 없이 사라졌을 때..나중에 만나면 욕도 해주고 몇 대 때려줄려고 했거든? 근데 막상 얼굴보니까,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고...그리고 건아가 간 이유도 알게 되고, 그리고..건아가 쓴 편지까지 봐서 그런지 때려주지 못할 망정...욕도 못하겠더라고. 얼굴 보니까 괜히 눈물만 나고... " [.......] "..역시..옛사랑을 잊는 건 어려운건가? " [.....윤해야.] 나의 말을 듣고 있던 다희는 심각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응?" [난 니가 어떤 선택이든 뭐라고 하지 않아. 다만, 니가 전에 처럼 상처를 받을까봐. 그 자식으로 인해 상처를 또 다시 받을까봐 걱정이 되서 그러는거야..알지? 내 마음?] "당연히 알지!!! 역시, 너뿐이다!" [그-래!!!!! 그 자식이 또 그러면 나한테 말해! 내가 지구 쫒아가서 죽여줄게.] "히, 알았어! " [응! 그럼 내일 봐!] 오랜만에 다희와 이런 얘기를 해서 그런지 살짝 마음이 편해진다. 솔직히 다희가 엄청 화를 낼 줄 알았지만, 다행히 나의 선택에 정중히 받아드리는 거 같아 내심 기분도 좋아졌다. 드르릉. 다시 공부에 집중 하기 위해 책상에 놓으려고 하자, 짧게 진동이 울린다. 난 문자 인 걸 알고서 확인을 해보려고 하니 이젠 권요한이 아닌, 뭐해 - 내남자이건아 - 이제는 이건아이다. - 그냥! 공부하고 있지 - - 또 공부한다면서 졸고 있는거 아니냐? 정신차리고 해 - - 지금 몇 시간 째 하고 있거든?! - - 너 내일 가냐 - - 응? 어딜? - - 집에 있냐? 없냐? - 건아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게 말을 은근히 돌려가며 내게 물어본다. 왠지...권요한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너 지금 어디야?' '엄마 아빠 계시지? 너 형제 있어? ' '그럼...집에 혼자 있냐? ' 이렇게 무작정 알 수 없는 질문만 하더니, 나의 예상대로 우리 집에 왔었지. - 나 내일 보충 수업 받으러 가! - - 보충수업? 알았다 - 나의 말에 알았다며 문자를 더 이상 끊게 만들어버린 이건아의 문자. 왠지 걱정이 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아는 권요한처럼 그렇게 생각이 없고 그러지 않으니까 안심이 된다. 하지만, . . . . . "빨리 좀 와! " "아, 덥다..더워.." 만날 장소에 일찍 도착한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다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리고 저기서 다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다희라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윤다희! 어디 놀러가냐?! " "빨리 가자구나, 늦겠다. " 분명 보충 수업을 받으러 가는 건데, 왜 다희는 편한 복장이 아닌 딱 놀러가기 좋은 차림으로 입고 온 것이었다. 난 아무렇지 않은 다희를 보며 기가막혀 웃는 다음, 어쩔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다희와 함께 보충 수업을 받기 위해 권요한의 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교문에 다 도착했을 때쯤, 사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나 둘씩 학교안으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헐..저년 좀 봐! 무슨 여기가 나이트인 줄 아나. "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느 한 여자를 보게 된 우리 둘. 그리고 다희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여자를 향해비꼬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이 학교 학생들도 하기 때문에 못 보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학교로 보이는 여학생들은 거의 다 놀러가는 차림으로 온 것이었다. 난 또 한 번 기가막혀 헛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우리 몇 반에서 해? " "우리가 7반이니까 7반 교실로 가야될 걸? " "..7반...7반...아 여기있다! " 그리고 3학년 7반에 도착을 했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끄러운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의다 처음보는 얼굴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 반인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다희와 들어가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우리들을 한 번 쳐다보고서는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 어디 앉을까? " "그냥 여기 앉자. " 그리고 창가쪽인 1분단쪽에 앉았다. 너무 일찍온건가? 아니면 사람이 없는걸까? 아직 선생님도 안 와서 그런지 반 아이들은 역시나 시끄럽다. 창가 쪽에 앉은 나는 밖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반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안 들렸고 난 선생님이 들어왔을 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보지만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침부터 하기 싫단말이야! 짜증나..김혁!! 너 때문에 이게 뭐야! " "닥쳐라? 나도 심히 기분 안 좋거든? " 익숙한 말투와 익숙한 목소리들. "조용히 좀 해라. 니네. " "이건아!! 넌 왜 느닷없이 하자고 하는거야! " "옥바다, 더 어이없는 건 저 새끼도 공부를 하겠다는 거지. " "권요한, 미쳤냐!? " 난 자연스럽게 반 아이들과 함께 들리는 목소리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내 눈에 띈 아이들. 투덜투덜 내며 여전히 말 싸우며 들어오는 옥바다와 김혁. 그리고 그 뒤로 들어오는 이건아. 난 말없이 이건아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그 다음으로는. "....어? 공윤해다. " 그리고 어제 그런 차가운 말을 언제 했냐듯이 해맑은 표정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까지 있었다. 31편 "....어? 공윤해다. " "어디?!!! 어? 저 아줌마가 왜 여기 있어!!! " 나를 본 권요한의 말에 앞에 있었던 옥바다와 김혁, 그리고 들어왔을 때 나와 눈이 마주친 건아까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연히 저 4명을 보고 있던 반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까지. "뭐야!! 권요한 안 온다면서?! " 다희는 흥분하며 저들이 듣지 못하게 나에게 말한다. 당연히 나도 몰랐지. "언제왔어. " "어??" 다희에게 모른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내 뒤에 앉으며 내게 말을 걸어주는 건아. 그리고 뒤늦게 건아 옆자리에 권요한도 앉았다. "아..아까 전에. 근데 너도 보충수업 받으려고? " "그냥. 할 것도 없는데 공부나 하지. " 건아와 얘기를 하고 있다가 살짝 시선이 왼쪽으로 돌려졌다. 아까 그렇게 내게 해맑게 웃으며 아는 척을 해주었던 권요한은 지금은 무표정인 얼굴로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왠지 어제 그 전화 때문에 권요한과 나의 사이가 전에 보다 어색해진 거 같아이번에는 내가 먼저 말을 건냈다. 평소처럼. "권요한! 너도 공부하냐?! " "응. " "........." 난 분명히 평소처럼, 예전처럼 장난식인 말투로 권요한에게 말을 걸었다.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권요한은 내게 눈길 한 번 안 주며 응, 이라며 왠지 낯선 말투로 내게 대답을 한다. 괜히 무안해진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짓다가 앞에 있는 건아와 눈이 마주쳤다. "히," "바보같이 웃지마. 안 이뻐. " 난 눈이 마주친 건아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하다가 히, 하고 히쭉 웃었다. 그랬더니 건아는 피식-하고선 내게 말했다. "나 웃는 거 예쁘거든?! 치, 전에 니가 예쁘다고 했잖아. " "그건 예전이고, 지금은 아니야. " "...나빴어. " "그럼. " 웃는 게 안 예쁘다고 말하는 건아의 말에 살짝 내심 섭섭한 마음에 화난 척을 하며 몸을 앞으로 돌리려고 하려고 하자 그럼, 이라는 말을 한 건아.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말을 듣기 위해 돌리려고 했던 몸을 멈추었다. "내 앞에서만 웃어. " 그리고 저 말과 함께 난 어느 새 입 꼬리 올라가며 들어온 선생님 때문에 앞으로 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 . . "그러니까 여기 x에 3을 대입하며..." "선-생님! 3이라 아니라, 4 아닌가요?! " "병신아, 3이지 왜 4야! " "아 닥쳐봐! " "니네들 조용히 안 할래? " 보충수업은 4교시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어느 새 4교시인 수학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의 말에 반박을 하는 옥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김혁은 아니라며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고, 역시나 그 욕을 듣고 있던 옥바다도 화가 나 또 다시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과 화난 표정으로 그 두 명을 보았고, 반 아이들은 웃으며 귀엽다는 표정으로 그 둘은 쳐다봤다. "꺄르르, 쟤 완전 웃기다. " 역시나 내 옆에 있던 다희도 웃겼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크게 웃었다. 웃는 게 얼마나 컸는지 앞에 있던 선생님까지 다희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뭐, 앞에 있는 선생님까지 들렸으며 저기에 있는 옥바다도 역시. "쟤 웃음소리 존나 웃기다. " 그 웃음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나빠서 저렇게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또 옥바다의 말을 들은 다희도 웃고 있던 표정이 이내 굳은 표정으로 돌아와 정색한 표정으로 옥바다를 쳐다본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주제, 어따 대고 웃기대. " "뭐-어? 기생오라비? 죽을래? " "뭐 죽을래? 너나 죽을래? 수학도 못하는 게. " "씨발! 나 수학 존나 잘하거든?! " "니네 조용히 안 해! " 김혁과 싸우던 옥바다는 어느 새 다희와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다희와 말싸움을 하는 정도는 김혁과 말싸움을 할 때랑 비슷해 보였다. 결국엔 선생님이 화내셔서 말싸움은 중단할 수 있었지만 다희는 열 받았는지 씩-씩 거리며 고개를 돌리면서도 옥바다가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옥바다? 계집애 같네. " 다희는 옥바다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계집애 같다며, 옥바다가 제일 싫어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난 열이 받아 있는 다희를 쳐다보고 있다가 눈치를 살피며 옥바다를 쳐다보니 옥바다는 그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하하하, 웃고만다. 띵-띵. "벌써 끝난 거야? 니네 둘. 내일도 그러면 밖으로 쫓아낼 줄 알아! " 벌써 끝나는 종이 울렸고, 다희는 아직도 씩-씩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윤해야! 나 먼저 간다! " "어-어? 다희야, 같이 ㄱ..." 타악, "같이 가. "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다희는 먼저 간다며-급하게 혼자서 교실 문 쪽으로 가려고 하자, 난 얼른 다희 뒤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나의 손목을 잡아버린 건아 때문에 더 이상 다희를 쫓아갈 수 없었다. "하-암, 잘 잤다. 에? 벌써 끝났어? " 1교시부터 계속 쭈욱 잤던 권요한은 이제서야 집에 가려고 하는 학생들 때문에 소리에 깨 일어났다. 아직도 졸린 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권요한. 그리고 나의 손목을 잡고 있는 건아의 손을 본 권요한은 눈을 붕어처럼 깜빡깜빡-이러더니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이건아! 나 먼저 간-다! " 건아에게 말하고서는 뒤를 돌아 손을 흔들며 가버리고 말았다. "공윤해, 가자. " "아, 으-응. " 꽈-악. 나의 손목을 잡고 있던 건아의 손은 나의 손을 옮겨졌고, 나의 손을 꽈악 잡으며 우리 둘도 교실에서 나왔다. ...... ................... .... "야!!!!!! 존나 치사하게 먼저 가냐?!" "김혁!!!!!!! 같이 좀 가자 시발놈아!!! " "뭐야. 니네 안 갔냐? " 건아와 전에처럼 손을 꽈악 잡으며 교문을 빠져 나오고 있는데 저 쪽에서 우리를 향해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익숙한 말투와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더니 저기에 달려오는 김혁과 옥바다. "씨발, 화장실 갔다 오니까 니네 없잖아! " "옥바다 있잖아. " "이건아, 자꾸 김혁이랑 엮을래? ....어?? 뭐야? 니네 둘? " 옥바다는 말하다가 우리 둘이 잡은 손을 발견했다. 난 놀래 얼른 손을 빼려고 했지만 나의 손을 꽈-악 잡고 있는 건아. 난 건아의 표정을 봤더니 전혀 어디 놀란 표정도 없고, 그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옥바다를 쳐다보며 말한다. "공윤해랑 사겨. " "뭐-어?!!!!!!!!! " "........" 건아의 당당한 말에 난 얼굴이 붉어지고, 건아의 말에 놀란 김혁과 옥바다. 놀란 표정으로 건아가 아닌 나를 쳐다본다. 난 괜히 민망해 고개를 숙이자, 이내 들려오는 건아의 목소리. "말했잖아. 사귀던 여자애 있었다고. " "...설마...??? " "다시 만났다고 한....그 여자애가...?? " "아줌마야?!!!!! " 건아는 권요한뿐만 아니라, 옥바다와 김혁한테도 말을 했나 보다. 워낙 자기의 대해서 말하는 걸 싫어하는 건아는 누구에게 말했다는 건 이 두 명도 건아에게는 오랜 친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공윤해!!!! " "어-어? " 갑자기 맨날 아줌마라고 부르던 옥바다가 갑자기 나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난 나의 이름을 부른 옥바다의 목소리에 살짝 놀라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내 앞에 놀란 표정과 살짝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옥바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게 말하는 옥바다. "권요한은?!!!!!! 권요한은 갖고 논거냐?!!!!! " "...어?? " "뭔 소리야. " 갑자기 옥바다의 말에 권요한의 이름이 나왔다. 교문을 빠져나가는 학생들도 큰 소리를 말하는 옥바다의 목소리에 여기를 살짝 힐끔 쳐다보며 가기 시작한다. 그것보다 옥바다의 말에 당황한 나보다 옆에 있는 건아는 오히려 인상이 굳어지며 옥바다에게 물어본다. 건아의 말을 무시한 체 여전히 나에게 시선을 놔두며 말을 이어가는데. "씨-발!!!!!! 너 권요한이랑 사귀는 사이 아니었냐고!!! " "..무슨 말이야..내가 권요한이랑 사귀다니. " "옥바다, 무슨 소리냐고. " "아, 미친..씨발, 기분 은근히 좆같네. " 그러더니 옥바다는 전혀 평소의 모습이 아닌 무척이나 화나 보이는 모습. 진심으로 욕을 하는 거처럼 보였다. 김혁과 싸울 때와 달리 욕을 진심으로 말하는 거 같았다. "무슨 소리냐고 묻잖아, 옥바다. " 옆에 있는 건아는 무슨 말인지 몰라 답답한 표정과 함께 굳은 표정으로 옥바다에게 물어본다. 옥바다는 뭐가 그리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나를 째려보기만 할 뿐이다. "권요한이랑 공윤해랑 사귀는 사이다니. 뭔 소리냐고. " 말을 안 해주는 옥바다 때문에 점점 화가 나려는 건아.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는 그저 고개만 숙이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 .............. 이 상황을 종료 시킬 수 있는....주인공. "옥바다, 그만 해." 뒤에 들리는 권요한의 목소리에 우리는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아까부터 지켜봤는지 권요한은 쭈그려 앉아있던 자세에서 일어나 천천히 이 쪽으로 걸어온다. "시발새끼야 아까부터 보고 있었으면 얼른 터 와서 무슨 상황인지 말하든가 하지. " "그냥. 궁금하잖아. " "미친 새끼 빨리 말해. " "권요한, 옥바다가 한 말 무슨 말이야. " 이젠 모든 게 권요한에게 쏠렸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혁의 시선도. 땅만 쳐다보고 있던 나도 권요한에게.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모두 다 권요한에게 시선집중이 되었다. "뭘 말해? " 하지만 권요한은 그저 뭘 말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아-씨!!! 너 얘랑 사귀는 사이 아니었냐!! " "아-." 옥바다의 말에 무슨 생각이라고 났는지 아-라는 말을 하는 권요한. 그리고, 옥바다의 얼굴을 쳐다보고, 건아의 얼굴을 쳐다보고.. "..........." 나를 쳐다보며 생-긋 웃더니. "아닌데? 나랑 공윤해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 "뭐-어?! 아니잖아!! 너 저번ㅇ...." "바다야!! 닥치고, 나랑 놀러 나 가자! " 말을 하려고 하는 옥바다의 말을 가로채며, 옥바다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지 발걸음을 옮긴다. 그저 나와 건아는 옥바다와 김혁, 그리고 권요한이 가는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는데, 화난 옥바다와 김혁이 먼저 앞서서 가고 뒤에서 천천히 가던 권요한은 우뚝, 하고 쓰더니 우리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또 다시 생긋 웃어 보인다. 그리곤, 말한다. ..... .............. ..... .............. "공윤해랑 나랑 그냥 친구사이야!!!!! 그러니까 오해하지마라, 이건아!! " 32편 그렇게 나와 다희는 매일같이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나왔다. 그 때 보충수업을 들으러 왔던 옥바다와, 김혁. 그리고 건아와 권요한까지. 난 한 번 듣고 말겠지, 다시는 안 나오겠지-했지만, 오늘로써 벌써 삼 일째. 그리고, "김혁, 우리 앞자리 앉을래?! " "그럴까? 뒷자리 안 보여. " 옥바다와 김혁은 꼬박꼬박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건아도 꼬박꼬박 수업을 들으러 나왔다. 하지만, 정녕 그 때 이후로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권요한. 그리고 전화나 문자를 하며 씹어버린 권요한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 번도 보지도 못하고 만날 수도 없었다. "공윤해, 우리는 여기 앉자." "어? 아..근데 다희..." "윤다희, 나 공윤해랑 앉는다. " "맘대로 해!! 나도 혼자 앉으면 되거든?! " 역시나 아직도 다희는 건아를 좋게 생각하지 못하는 거 같다. 씩-씩 거리며 앞자리에 앉아 있는 옥바다와 김혁쪽으로 가더니 그 뒷자리에 앉는다. "아 기집애야, 너 왜 여기 앉아!? " "내 맘이거든 기집애야. " "뭐-? 죽을래? " "닥치고 공부나 해. " "아 열받아!!!! 야, 김혁 들었냐?! " "바다양, 쫌 닥쳐주라. 오빠 공부 좀 하자. " "아-씨!!!! " 셋이 말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난 재미있어 생-긋 하고 웃었더니 내 옆에 앉아 있는 건아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아의 시선 때문에 민망한 나머지 웃음을 멈추고 흠흠, 하며 헛기침을 하며 물어보았다. "..왜 쳐다봐? " "그냥. " "....그만 좀 쳐다봐! 민망해.... " "공윤해. " "..으-응?" "더 예뻐졌어. 못 본 사이에. " 건아는 아무렇지 않게 낯가지러운 말을 서슴없이 해버렸다. 당연히 난 건아의 말에 얼굴이 빨개질 수 밖에 없었다. "...뭐-야..하하하..." "못 본 사이에 더 못생길 줄 알았는데 의외네. " "뭐-어?! " "생각보다 잘 지냈나 보네. " "..뭔 말이야! " "난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었는데. " 건아의 저 말을 들으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도 잘 못 지냈다..뭐! " "근데 왜 안 못생겨졌어. " "..모..르지!!! " "괜히 걱정했네. 난 못생겨졌을까 봐 솔직히 마음이 불안했는데. " "이-건아! 자꾸 너! " 타악, "피식, 수업하자. " 나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리고 건아의 변함없는 미소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고, 이내 1교시인 사회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 . . . . "..건아야. " "왜." 난 수학을 정말 못하는 바람에 알아먹지 못하는 수업을 포기한 체, 그에 반면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 건아에게 살며시 말을 걸었다. 전혀 나를 쳐다보지 않은 체 무뚝뚝한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냥.." "조용히 하고 수업 들어. " 하긴, 건아는 공부를 잘하지. 그래서 전에는 막 공부도 가르쳐 주고 그랬는데. "...건아야. " "왜. " "내일 무슨 날이-게? " "토요일. " "응... " "......" 수업에 집중이 벌써 깨져버린 나는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 건아에게 자꾸만 쓸데 없는 질문을 했다. 전혀 나의 질문에 성의 없이 대답해주고, 전혀 내 쪽을 쳐다보지 않는 건아때문에 난 시무룩 한 표정을 지으며 창 밖으로 바라보려고 하자, "공윤해. " "으-응?! " "너 심심하지. "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는 건아의 목소리 때문에 난 건아를 쪽으로 쳐다보았고, 건아는 어느 새 손으로 턱을 받친 자세로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그냥..쫌?? " "집중해서 수업 들을래. " "어? " "아니면 심심하니까 뽀뽀할래. " 이런 황당한 질문을 내게 하는 건아. 난 마지막 말 때문에 놀란 눈으로 건아를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 "조용히 해." "아...무슨 소리는 하는 거야. " "말 그대로. 심심하면 뽀뽀나 하자고. " 변함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단, 달라진 게 있다며 전과 달리 서슴없이 닭살스러운 멘트를 많이 한다는 점? 스킨십이 많아졌다는 점? "..공부할게.." "공부해. " 치, 일부러 나 공부하게 만들려고 그러다니. 나빴어, 이건아. ..... ............. ... ........ "어디 가려고? " "어디 가긴 집에 가야지. " "밥 먹으러 가자. " "밥?! 사줄꺼야?! " 길지 않았던 수업은 모두 끝나고 건아와 함께 교문을 빠져 나오는 길이었다. 어디갈꺼냐는 건아의 말에 난 집에 간다고 말했고, 건아는 밥 먹으러 가자며 잠시 놓고 있던 나의 손을 다시 잡는다. "어?! 나도!!!!!! " "야, 이건아! 나도 사줘!! " "공윤해! 나는 뺄 거냐! " 아, 그리고 잊고 있었다. 건아와 함께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뒤에는 옥바다. 김혁. 다희까지 있었다. 밥 사줄꺼냐는 나의 큰 소리 때문에 저 세 사람은 눈이 휘둥그래 하며 건아에게 달려든다. 건아를 싫어하던 다희까지도. "니네들끼리 먹어. 괜히 방해하지 말고. " "뭐! 설마 얘랑 단둘이 먹으려고?! " 아직도 옥바다는 날 좋지 않은 시선을 바라본다. 그래도 화난 표정은 아니지만 꽤나 날 시기하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건아에게 말한다. "어, 그러니까 니네들끼리 먹어라. 가자, " "아. 으-응! 다희가 먼저 갈게! " "야-아!! 얘들이랑 먹기 싫단 말이야!! " "누가 너랑 먹는대?!! " "왜, 난 윤다희랑 먹을 건데? " "씨발놈!!!!! 똥혁새끼야 뒤질래?! 니가 날 버려?! " 저 세 사람은 또 주변의식을 안 하며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싸우는 중이다. 난 그저 저 들의 대화를 애써 무시하며 건아와 함께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앗싸, 짱 재밌어! " "별로, 재미없더만. " "...잤으면서.." 원래 밥만 먹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영화를 보자는 건아의 말에 난 흔쾌히 승락을 하고 난 뒤 밥을 먹고선영화까지 보고 나오는 길이다. 그리고 벌써 시간은 6시가 넘었다. "나 이제 집에 가야겠다! " "왜, 벌써? " "뭐..그냥?? 하하하하." "알았어, 일찍 들어가. 데려다 줄게 가자. " 타악, 오늘 건아랑 하루종일 손을 잡고 있는 것만 같다. 길을 걸을 때도 쭈욱 내 손을 잡고 있는다. "..건아야? " "왜. " 발걸음 속도가 나보다 빠른 건아는 내 앞장을 스며 가고 있는 중이다. 난 건아의 뒤통수만 보다가 건아의 이름을 불렀다. "...그냥.." "그냥 뭐. " "그냥..그냥...전에는 그러지 않아서.." "뭐가." 나의 말에 발걸음을 멈춰버린 건아. 그리곤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본다.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건데 혹시나 실수라도 했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건아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냥 하하하!! " "아니, 전에 그러지 않았다니 뭐가. " 아, 건아의 잊고 있었던 점. 집요한 성격. 꼭 알아야 되야 하는 성격. 난 일찌감치 말을 돌리는 걸 포기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전에는 막 손도 잡지도 않고 그런 거 같아서..." "..아..그런가. " 그리고 나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더니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체 다시 발을 움직인다. "아, 다 왔다. " 아까 그 말 때문에 그런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몇 분동안 걸었더니 어느 새 집에 다 왔다. "들어가라. " "응! 조심히 가! " "아, 맞다. " "응? 왜? " 가려고 했던 건아의 몸은 다시 내 쪽으로 돌려지고 말았다. 난 뭐지? 하는 생각으로 건아를 쳐다보았다. "내일 전화하며 나와. 예쁘게 하고. " "어-어? 왜? " "간다, 내일 전화한다." "어?! 건아야! 이건아! " 예쁘게 하고 나오라는 말만 하고선 나의 부름에도 돌아보지 않은 체 가버린 건아. 난 내일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며 집으로 들어갔고, 그리고 한 시간 뒤에서야 다희로 인해 왜 건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쯧, 지 생일인 것도 모르고.] 그러고보니 내일이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이건아가 나오라고 했다고?] "응..이쁘게 하고 나오라는데? " [미친놈....무슨 이벤트 라도 하는 거야? 뭐야?! ] "..몰라..근데 내 생일인 거 알고 있을까? 모르는 거 같은데.." [야! 그 새끼가 왜 몰라! 알겠지.] 아니..아마도 모를꺼야. 내 생일을 한 번도 챙겨주지 않았거든.. "...휴..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이건아 만날 때 나도 불러! ] "너도?" [당연하지! 이 언니가 생일 축하해줘야지! ] "아..헤, 나야좋지! 알았어! 내일 건아가 부르며 전화해줄게! " [그래!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선물 같은 거.] "..선물? " 음, 마땅히 갖고 싶은 선물은 없는데.. "글쎄..." [알았다! 이 언니가 알아서 선물 챙겨가마, 내일 봐!] 왠지 재작년과 작년에 다희와 가족들끼리 보냈던 생일보다훨씬 기대가 되는 걸까? 건아가 있어서 그런 건가. . . . . . . 2008년 7월 25일. 12:00am 드르르르릉.. [발신제한없음] "...여보..세..." 자고 있는데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 잠결에 난 액정을 보지도 못한 체 힘들게 폴더를 열고 귀에다가 갔다 됐지만, 이내 잠에서 깨지 못한 체 상대방의 씁쓸한 축하소리와 말도 듣지 못한 체 잠에 다시 들고 말았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 [...사랑하는......] "........." [사랑하는......공윤해의 생일을 진심으로....축하합니다.] ....... ............... .......... ... [내가 제일 먼저 축하한거지? 피식-잘자, 공윤해.] 33편 "아아악!!!!! 윤희야! 핸드폰! " "여기! " "가방!! " "여기!! " 너무 늦게 일어나 건아의 전화도 늦게 받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확인한 결과, 어제 딱 정각 12시에 번호 없이 전화가 온 것이었다. 그걸 골똘히 생각하는 바람에 또 시간을 흘러가고...그러는 바람에 빨리 준비하느냐 정신이 없는 나. 이리저리 거실을 돌아다니며 윤희에게 말했고, 윤희는 내 생일만큼 군소리 없이 나의 말에 하나씩 챙겨주었다. 그렇게 윤희 덕분에 잊고 갈 뻔한 물건들을 다 챙기고 구두까지 딱 신어주고 섰다. "어때...? 괜찮아?? " "언니. " "응? 이상한가..." "생일이 아니라서 말해주는거야! 오늘 최고 이쁜 거 같아!!!! " 윤희가 오랜만에 저런 거한 칭찬을 해주다니. 그래서 그런지 떨린 상태에서 기분까지 좋아지고 말았다. "응!!! 나 갈게! " "아, 잠깐만!!!!" 그러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 윤희. 난 뭐지, 하며 시계를 보며 기달렸다. 그리고 1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방에서 나오는 윤희의 손에는 뭔가가 있었다. 난 윤희의 손에 시선이 가게 되었고 내 앞에 다가온 윤희는 생-긋 웃으며 내게 내민다. "..어?! " "이거 언니가 저번부터 갖고 싶어했잖아! " 윤희가 내게 내미는 물건은 다름 아닌, 립스틱이었다. 한 창 CF에서 광고하는 잘 나가는 립스틱. 하지만 사려고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광고를 볼 때마다 아쉬워만 해야했던 그 립스틱이었다. 난 눈이 커지며 윤희를 쳐다보자 윤희는 생-긋 웃으며 얼른 받으라며 내 손에게 건내준다. "이거..비싼데.." "당연히 비싸지! 그래서 내가 쫌 알바했지..." "..그럼 방학 때..." "뭐, 친구네 가게에 마침 사람이 부족해서 가서 놀면서 일 좀 했지! " 이런 기특한 녀석. "윤희야!!!!! 언니가 올 때 통닭 한 마리 사가지고 올게! " "당연하지! 양념으로! " 난 윤희가 준 선물을 꽉 주고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잠시 발을 멈춰 가방에서 거울을 꺼낸 다음, 립스틱을 발라보았다. 역시나 광고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술이 보였다. 반짝거리며 윤기가 흐르고 분홍색의 앵두같은 입술이 되고 말았다. 너무나 뿌듯해진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며 당당하게 걸으며 건아가 오라고 한 카페로 가게 되었다. ※ "....어디있는거야.." "공윤해!! " 카페에 들어가자 사람이 꽤나 많았다. 커피숍이 아닌, 술을 먹는 카페라고 해야하는건가? 들어서자 조명도 꽤나 화려하고 사람들도 부쩍거리며 많았다. 사람이 많아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저 쪽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다희의 목소리에 난 얼른 다희의 목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움직이었다. "많이 늦었지!! 미안! " "왜 이렇게 늦게 오...어머!! 얘 좀봐! " "공윤해! " 다희가 있는 테이블로 가자, 앉아 있는 건아도 보였고 그 옆으로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옥바다와 그저 옥바다가 웃긴 지 웃고 있는 김혁과 또 이 들의 친구로 보이는 친구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권요한은 역시나 없었다. 아무튼 나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돌리게 되었고 나를 본 다희는 놀란 표정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리고 친구들은 오-이러며 환호성을 해준다. 그에 반면, 건아는 나를 보자마자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벌떡 일어난다. "누가 이렇게 입고 오래! " "어-어?" "아..진짜! 일단 일로 와서 앉어. " 그러더니 나의 손목을 잡고선 자기 옆에 앉히고 만다. 난 또 건아를 화나게 만들었나-하고 건아를 쳐다보고 있자 건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저 쪽에 앉아 있는 건아의 친구에게 말을 건다. "야, 니 옷 좀 줘봐. " "에? 이거? 왜! " "빨리 좀 봐. " 그러더니 그 친구가 입고 있었던 셔츠를 뺏고서는 내 무릎을 덮어준다. 그리고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들려왔지만 건아의 작은 목소리는 내 귓가에 쏙쏙 잘 들어왔다. "앞으로 이런 짧은 치마는 내 앞에서만 입어. " . . . . . "공윤해의 생일 축하합니다!!!!!! " 그리고 드디어 케익과 함께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미성년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모두들 술이 담겨져 있는 술잔을 들며 짠하고 건배를 했다. "오늘은 생일이니까 조금만 먹어. " "당연하지! " 왠지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아진다. 술도 잘 넘어가는 것 같고, 자꾸 싱글벙글 웃음만 나오고. "그거 알어? 건아야? " "뭐. " "권요한은 내가 짧은 치마 입었다고 앞치마로 가려주었다? 푸하하, " ".....그러냐. " "응!! 근데 왜 그 자식은 안 오냐..요즘에 통 안 보이네. 연락도 안 되고. " "축하하다고 전해달래. " "나쁜새끼! 와서 직접 선물 주면서 축하해줘야지! " 아, 나 기분좋다고 너무 마시는 거 아닌가. "이제 그만 마셔. 왜 이렇게 마셔. " "이건아! 오늘은 윤해 생일이니까 냅 둬!! " "옥바다, 넌 쟤 좀 말려. " "아-짜증나! 야 기집얘야 너도 그만 마셔라? 안 그러면 내가 널 집까지 데려다줘야 한단말이야! " "웃기네! 넌 절대로 그런 놈이 아니거든? " "빙-고! " "공윤해. " 옥바다와 다희와 말하는 모습을 보다가 이내 어느 새 컵에 따라져 있는 술을 먹으려고 컵을 들려고 하자 컵을 뺏아거린 건아. 그리고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는 바람에 약간 오락가락 했던 정신이 번쩍 하고 깨버렸다. "알았어! 안 마시면 되잖아...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마! " "그럼 무슨 표정을 하라고. " "너 전에는 잘 웃었잖아! 웃어! " ".........." 나의 말에 묵묵히 있는 건아. 주변이 시끄러웠다. 그래서 소근대며 내게 말하는 건아의 말은 듣지 못한 체 입모양과 함께. ..... ................... ... ............ 생.일.축.하.한.다........ 씨익, 웃어주었다. ※ "나가자. " "어?? 왜?? " "벌써 11시야. 집에 들어가야지. " "벌써?!! 다희야, 나 먼저 가볼게! " "..푸하하하, 그래!!!! 나의 친구 공윤해! 생일축하한다!!! " 벌써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집에 일찍 들어가야하는 걸 알고 있는 건아가 먼저 집에 가자며 내 손목을 붙잡았고, 건아의 말에 재밌게 웃고 떠들고 있던 걸 중단하고, 술에 벌써 만취해버린 다희에게 말했다. "근데 다희는..." "옥바다, 쟤 좀 부탁한다. " 건아는 나의 말에 한 참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있는 옥바다에게 말했다. 난 건아의 말에 싫다며 짜증을 낼 꺼라고 생각했지만, 약간 빗나가기도 했다. "아-씨, 짜증나. 저 기집애....똥혁 같이가자. " 딸랑, 그래도 안 데려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짝 안심을 하고선 건아와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시내라서 그런지 그제서야 하나 둘씩 간판의 불을 키기 시작했다. 거의다 술집이라서 그런 지 시내에는 사람들도 부쩍했다. 탁, "아, 뭐야! " "죄송합니다...." 그만 다른 데를 보고 있다가 어느 남자와 부딧히고 말았다. 술을 먹었는지 부딧히자마자 화부터 냈고, 난 주눅이 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들어올리자 그 남자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선 헛기침을 해대며, " 흠..죄송합니다. " 하고선 급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버렸다. "앞 좀 잘 보고 가라. " "...걱정마라! " 그렇게 또 다시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걷다가 일찍 가봐야 할 꺼 같아 버스정류장에서 섰다. 말 없이 가만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오자 탄 다음, 사람이 없는 자리 중에서도 맨 뒷자리에 앉았다. "늦게 가면 혼났냐. " "어-어? 그렇겠지? " "알았어. " 짧은 대화를 하고선 버스에서 내렸다. 또 손을 잡고서는 우리 둘은 대화가 없이 걸어가고 있다. 막상 건아와 함께 있으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전에 없었던 어색한 분위기 조금씩 있고 만다. "공윤해. " "으-응? " 나의 이름을 부르더니 내 손을 잡고 있는 건아의 손과 함께 자기의 바지주머니로 들어간다. 난 뭐지, 하며 그냥 가만히 있는데 내 손을 잡고 있던 건아의 손이 풀려지며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무언가를 내 손가락에 끼워준다. ".........!!!...." 그리고.. "읽어버리면 죽어. " 다시 내 손을 잡고 나온 건아의 손에는 어느 새 보지 못했던 반짝 거리는 반지가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고, "안 끼고 다녀도 죽어. " 그리고.. 나의 네번째 손가락에도. "생일선물이야. " 건아와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건아..." "아씨..원래 더 멋있게 줄려고 했는데..미안하다. " "아니야!! 전혀!!!!! " 난 정말로 그대로 감동과 함께 행복을 얻은 기분이었다. 한 번도 기념일을 챙겨주지 않았던 건아가 이렇게 선물과 함께 챙겨줬다는 사실에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다. "피식, 마음에 들어? " "응!! 이뻐! " "다행이네, 그 점원아줌마가 골라준 건데, 생긴거랑 다르게 보는 눈이 있네. " "진짜..짱 이뻐! " "빼지마. " "당연하지!!!!! " 난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힘없게 나의 손을 잡는 건아의 손에 이끌려 갔지만 지금은 나도 힘을 주며 건아의 손을 꽈악-잡았다. "잠깐만, " 건아한테 전화가 왔는지 내 손을 다시 놓는 다음, 전화를 받는 건아. 난 이 틈을 이용해 반지가 끼워져 있는 왼쪽 손을 바라보았다. "뭐-어? 아씨, 알았어. 갈게. " "왜?? 무슨일이야? " "옥바다, 그 새끼가 윤다희 데려주다가 둘 다 길바닥에 뻣었나봐. " "뭐?! 얼른 가봐! " "아씨, 혼자 갈 수 있겠어? " "이제 다 왔는데 뭘! 얼른 가! 그리고 다희, 집까지 데려다줘야해?! " "알았어. 들어가-있다가 전화할게." "응!!! 조심히 들어가! " 그렇게 건아와 집에 다 올 때쯤에서야 헤어지게 되었다. 난 건아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반지를 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집을 향해 옮겼고, 그리고 집에 다 왔을 때쯤. 터벅..터벅....우뚝.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반지가 끼워져 있는 왼쪽 손을 천천히 밑으로 내려놓았다. ".....저.." "....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쭈그려 앉아 돌맹이를 가지고 놀고 있던 그 녀석은 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더니 벌떡 일어서며, 몇 일간 못 봤던 그 미소와 함께 내 쪽으로 걸어온다. ".....권요한.." 권요한, 이 녀석을 알 수 없다. 차갑게 말해놓고서는 다음 날, 웃으며 인사까지 해놓고서는. 또 그 다음부터는 연락을 끊어버리고, 또 언제 그랬냐 듯이 다시 나타나 또 한번 내 마음을 철렁 거리게 만든다. "나 여기서 3시간 기달렸다? 밥도 못 먹었어! " "..왜.." "왜 연락 안 했냐고? 왜 전화랑 문자 씹었냐고? 왜 보충 하러 안 왔냐고? " 이 녀석은 내가 묻고 싶었던 걸 다 알고 있었다. 난 멍하니 권요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웃으며 그 질문의 대한 답을 해주었다. "너랑 다시는 안 마주칠려고! " ".........." "근데 또 바보같이 내 걱정이나 하고 있을까 봐 마지막 통보를 하기 위해 왔지. " "........" "쫌 잔인한가..? 생일날에 친구랑 절교하는 건?! " 우연히 말했던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와 다르게 섬세한 면이 있는 권요한. "..아..선물 사오는 거 깜빡했다... " "..뭐야..왜 마지막 통보야? " "지금쯤이면..문이 안 열려있겠지? 에이, 선물은 못 주겠다. " "아니! 왜 마지막 통보냐고!! " 나의 말을 무시한 체 자기말만 하는 권요한 때문에 난 폭발이라고 하듯이 화를 냈다. 화내는 나의 모습에 살짝-당황한 듯 눈이 커졌지만 이내 다시 생-긋 웃더니, "아니다. 선물 줄게. " "권요한..." 또 다시 나의 말을 무시한 체 선물을 줄 수 있다며 웃어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권요한의 마지막 통보. " "....권요한!! " "권요한의 선물." 한 걸음.. 어느 새 내 코 앞에 있는 권요한. "생일 축하해, 공윤해. " ..... 그리고.......... ................. ... 그대로 권요한과 나의 입술이 겹쳐지고 말았다. 34편 그대로 나와 권요한의 입술이 겹치고 말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놀란 나머지 눈은 평소보다 더 크게 떠지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헤, " 그리고 1분 정도 흐르자, 권요한은 입술을 때더니 나를 보며 헤, 하고 웃는다. 아직도 놀란 표정으로 권요한을 한 참 바라보고 있을 때. . . . . "권요한." 정말 이 상황에서 나타나서는 안 될 사람. 아까 그 모습을 봐서는 안 될 사람. "...건아야.." 뒤를 돌아보자, 표정이 굳은 채 손에 들고 있던 장미꽃다발을 땅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건아의 표정을 보니 왠지 불안해진다. 혹시나 아까 그 모습을 봤을까 봐... "건아야..." "권요한. " 나의 말도 무시한 체 내 옆에 있는 권요한의 이름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부른다. 난 고개를 돌려 내 옆에 있는 권요한을 보자, 권요한은 전혀 상황파악을 못 하는건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는건지. 심각한 표정 대신에 살짝 미소를 띄운 표정으로 태평하게 건아를 쳐다보고 있는다. "아까 그 상황, 설명해. " "건아야...그게.." "공윤해말고. 권요한, 니 새끼가 설명하라고!!!!!! " 건아는 조금이라도 흥분을 했는지 큰 소리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난 건아를 말리기 위해 건아에게 달려가 건아의 두 팔을 잡으며 말했다. "오해야! 건아야..오ㅎ... " "이건아! " 오해라고 말하려고 하자 뒤에 가만히 있었던 권요한이 드디어 입을 때며 건아의 이름을 불렀다. 나도 저절로 하고 있던 말을 중단 하고 권요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이 쪽으로 걸어오는 권요한. 그리곤, 우리 둘에게 말한다. 아니, 나에게 말 한다는 게 더 맞다고 해야하나. "이게 마지막. " 스윽, "이건아, 나 먼저 간다! 있다가 그 술집으로 와라. " 나에게 저런 말을 하며 내 머리를 스담아주더니 내 옆으로 지나치며 건아에게 말한다. 전혀 생각치도 못한 권요한의 말 때문에 머릿속이 혼동해지고 말았다. . . . "들어가. " "..아..건아야.." "있다가 전화할게. " 그리곤, 돌아서서 가버리는 건아. 마음이 착잡해진다. 도대체 뭐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고 답답하는 걸까. 아까 그 모습을 본 화나 있는 건아 때문에 그러는 건지. 아니면,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권요한 때문에 그러는 건지. ".........." 나도 모르게 내 입술을 만지며 아까 그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며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보니 어두컴컴한 거실. 아마도 다들 자는 듯해보였다. 난 살금살금 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은 뒤화장실로 가 씻고 나와 갈증이 생겨 부엌으로 들어가자 식탁에 있는 물건이 내 시선을 사로 잡고 말았다. "...어? " 선물포장으로 되어있는 선물.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조그만 편지한 장. 난 선물을 보기 전에 먼저 편지를 펴서 보았다. 딱 글씨를 보자마자 누구의 선물인 지 알 수 있었다. '윤해야, 19번째 생일 진심으로 축하한다. 벌써 니가 19살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네. 우리 윤해. 앞으로 지금처럼 딸로 이쁘게 자라주길 바란다. 그리고 선물은 꼭 소중히 간직 해주길 바란다. ' 난 무슨 선물일까 하고 기대와 함께 포장을 뜯으려고 하는 순간, 그 안에 있는 물건이 손에 잡히면서 무엇인지 대강 눈치를 채고 말았다. 난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에 알아채버린 엄마의 소중한 선물을 보았다. "..이게 몇 권이야?! "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문제집만 가득 있었다. 휴-큰 한 숨과 함께 5권이나 되는 문제집을 들고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피곤하다.." 문제집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그대로 뒤로 침대에 벌러덩-눕고 말았다. 그리고 왼쪽 손을 뻗어 여전히 네번째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았다. 그리곤..또 다시 난 내 입술을 살며시 만지고 말았다. "....권요한!! 도대체 넌...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자꾸만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왜 자꾸만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걸까. '이게 마지막.' 왜..도대체 마지막이라는 거야..권요한. 다음 날, 12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핸드폰에는 전혀 건아에게 전화나 문자 한 통이 오지 않았다. 어제 일 때문에 화났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문자라도 올 줄 알았는데. 연락 한 통도 안 왔다. 결국엔 일어나자마자 내가 건아에게 문자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 건아야 화났어? - 뭐라고 보낼까 하다가 일단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로 가 씻고 나와 다시 핸드폰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문자가 와 있었다. 다행히, 건아였다. - 아니 - 그런데 말하는 게 꼭 화나 보여 괜히 걱정이 된다. - 어제 일..오해하지마 알았지? - - 어제 화났는데 지금은 괜찮아 - - 그럼 다행이고! 지금 뭐하고 있어? - - 피시방 가고 있어 - 피시방? 나도 오랜만에 피시방이나 가볼까? - 건아야! 나도 피시방 갈래! - - 그럼 뮤로와 - 뮤? 거기가 어디있더라. 아, 이 근처에 있던가? 일단 대충 준비를 하고선 건아가 있을 뮤 로 향했다. 역시나 이 근처여서 거리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건아부터 찾았고, 그리고 저기에 앉아 있는 건아와 눈이 마주쳤다. "일로 와. " "잠깐만! 돈 좀 내고! " "냈으니까 빨리 와. " 돈을 내려고 하자 벌써 돈을 냈다며 빨리 오라는 건아의 손짓에 난 싱글벙글 웃으며 건아 쪽으로 달려갔다. 왜냐, 건아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기 때문에 난 안심을 했다. "어? 의자가 붙어있네? " 건아에게 다가가니 건아가 앉고 있던 의자는 커플의자였고, 난 쑥스러우면서도 냉큼 옆 자리에 앉았다. "넌 뭐할껀데. " "응? 나? 음...글쎄...넌 이게 뭐야? " "게임. " 이게 무슨 게임인가. 무슨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임. 난 그런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는 건아를 보며 의아한 표정과 함께 인상을 쓰며 내 앞에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컴퓨터를 안 한지 꽤 되서 뭐할까 하다가 나도 게임이나 해야겠다고 하고 인터넷을 켰다. "아씨!!!! 저 새끼! " 내가 이렇게 마우스를 눌러대며 흥분을 하게 만드는 게임은 바로. "공윤해, 하려고 했던 게 맞고냐? " "조용히 해봐! 저 자식봐..3고 했어!!! " 내가 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초 때까지만 해도 한 참 맞고에 푸욱 빠졌는데. 권요한을 만나고 난 뒤부터 맞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씨..짜증나." "풉, 다 꼴았냐?? " "나쁜자식..어떻게 한 번에 300만원을 가져갔냐! " "쯧-잘 좀 하든가. " "딴 게임할꺼야! " 그리곤, 남은 1시간 15분은 다른 게임으로 바꿔서 하기 시작했다. "와! 스틸했어! " "쪽팔리게 크아가 뭐냐. " "왜 안 살려! 짜증나! " 그렇게 고민고민 하다가 결정한 게임은 바로 중학교때까지만 했던 나의 추억의 게임. 바로 크레이지아케이드 였다. 흥분을 하며 게임을 하는 나를 보며 건아는 자기 게임을 하고 있던 걸 중단하고선흥분하며 게임을 하는 나를 보며 재밌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짜증나.." "내가 죽여줘? " "어? 너 이거 할 줄 알어? " "뭐 어렸을 때 쫌 했지. 나와봐. 죽여줄게 저새끼. " 그러더니 키보드를 자기 쪽으로 가져가더니 4대 1로 불리한 게임을 시작하는 건아. 하지만 여유로운 표정과 함께 상대편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했다. 그로써, 건아의 승. "아, 이래서 재미없어. " "와...이건아, 이거 완전 잘하는데?! " "재미없어. " "푸하하하하, 요한아 이것봐! 얘네 화났어! 크하하. " 건아가 너무 빨리 이겨서 그런지 상대편들은 다 화가 났는지 대화창에 욕을 쓰며 열을 내고 있는다. 난 그저 그걸 보며 재밌어 실실 웃고 있는데, 건아는 크아를 꺼버리더니. "아, 왜 꺼! " "쪽팔려. 딴 거 해. " 결국, 옆에 있는 자기가 쪽팔리다며 크아를 꺼버렸고, 난 이내 할 게 없어 그냥 묵묵히 건아가 하고 있는 게임을 보기만 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더니 자기가 하고 있던 게임을 꺼버린다. 그리고 건아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자. 재미없다. " "어??" 내 손을 잡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간은 40분이나 남았는데. "어????이건아 어디가!!! " 나가려고 하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보니 게임에 져서 그런지 화나 보이는 김혁이 있었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과 반대편에 앉아서 그런지 보지 못했나보다. "재미없어, 먼저 간다. " "아씨! 나 혼자 뭐하라고! " 김혁의 부름을 처참히 무시한 체 손을 잡은 체 유유히 피시방에서 나왔다. 막상 피시방에서 나오니 갈 데가 없는 우리 둘. "어디갈래. 집에 갈래? " "어? 벌써 집에 가라고? " "피식, 내가 지금 보내겠냐? 아직 저녁도 아닌데. " "어디갈껀데? " "어디 가고 싶은데. " 어디 가고 싶냐는 건아의 질문에 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의 대충 입은 옷 차림에 동네 말고는 어디에 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하하..그냥..집에 갈게. " "왜. " "그냥..덥네.." "아이스크림 사줄까? " "아니야! 나 그냥..집에서 가서 공부나 할게! " "아. 우리 내일 같이 공부할래? " 같이 공부 하자는 건아의 제안에 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의 이런 대답에 만족이라도 했는지 내 머리를 스담고서는 집까지 데려준 다음 가버렸다. "하, 덥다..더워.." 집으로 들어 온 나는 더운 나머지 바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어제 엄마가 선물로 준 문제집을 풀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 ............ ... "...그러니까..이 문제는 아까 나왔는데..." 그래도 집중을 하면서 하니까 조금씩 머릿속에 속속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39문제 중에서 틀린 갯수가 5개 미만이었다. "역시! " 이 화창한 날씨와 오늘따라 더 더운 일요일은 공부와 함께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 "공윤해-가자." "어딜??"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보충수업을 하고 교문 밖으로 나오는 길. 교문을 빠져 나오며 어디론가 가자며 내게 말하는 건아. "어딜 가는데 니네 또! " 그리고 역시나 어김없이 우리 뒤에는 옥바다, 김혁, 이제는 다희까지. 뭐..권요한은 오늘도 나오지 않았다. "공부하러. 도서관. " "뭔 짓하려고. " "옥바다. 맞고싶냐? 뭔 짓이라니. " "니 말고!! 이 아줌마 말이야! " "뭐-어?! 내가 뭔 짓을 한다는 말이야?! " "너 건아 건들기만 해봐. 죽어! " 난 협박도 아닌, 옥바다의 협박을 무시한 체 건아의 말대로 우리 둘은 근처에 있는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큰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자 엄청나게 많은 책들과 함께 여럿개에 책상들이 많았다. 사람이 없는 자리에 나란히 둘이 앉았다. 그리고 보충에서 배웠던 책들을 가방속에서 꺼냈다. "모르는 거 있으며 물어봐. " "이거. " "말하자마자 물어보냐. " 난 수학이 제일 딸리기 때문에 건아에게 오늘 배운 수학 문제를 내밀었다. 건아는 샤프를 조용히 들더니 한 참이나 보다가 내 쪽으로 가까이 오더니 차분차분 설명해준다. "그래서 답이 5인거야. 이제 알겠어? " "와..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워! " "그 선생, 원래 못 가르쳐. " 건아의 한 번의 설명에 내가 몰랐던 이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건아가 알려준 이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풀어보니 역시나 알려준대로 풀어보니 답은 쉽게 나올 수 있었다. . . . . "저기 여기 앉아도 되죠? " 한 참 우리는 각자 열심히 자기 공부를 하고 있을 때쯤, 우리 앞에 나타난 어느 한 여자 두 명. 도서관에 무슨 저런 차림이라니. 난 살짝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 여자 두 명을 쳐다보았지만 이 두 명은 나를 쳐다보지 않은 체옆에서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는 건아를 쳐다보고 있는 거였다. 난 그런 저 두 여자를 보며 시기하는 눈빛으로. "맘대로요. " 나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살짝 기분이 나빠졌는지 이 두 여자는 나를 째려 본 다음, 우리 앞 자리에 앉으며 다시 건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건아는 그제서야 앉는 의자 소리에 앞을 보고 두 여자를 쳐다본다. 난 그저 건아와 두 여자를 번갈아보기에 바빴다. "공윤해, 얼른 공부해. " "할 꺼야! 씨.." 그리고 건아의 말에 난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시선이 책을 갔지만, 얼마 가지도 못한 체 다시 시선을 저 두 여자에게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건아 맞지? " 두 여자중에 한 여자가 건아를 알고 있는 지 건아에게 맞냐며 은근슬쩍 말 놓으며 물어보았다. 당연히 공부를 하고 있던 건아도 역시 고개를 들어 자기에게 물어 본 여자를 쳐다보았다. "맞으면. " "나 기억 안 나? 전에 한 번 같이 술 먹은 적 있잖아.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기억 안 나면 어쩔 수 없고, 근데 옆에는 혹시..애인? " "설마..저게 여자친구겠냐. " 나쁜년들!!!! 저게? 내가 물건이냐! "공윤해. " "..왜. " "가서 음료수 좀 사 와. " 한 참 저 두 여자를 째려보고 있는데 가서 음료수를 사오라는 말에 시선이 건아 쪽으로 돌려지고 말았다. "왜! 갑지기 왜 음료수를 사오는거야! " "얼른 가서 사 와. " "..그럼 같이 가.." "갔다 와. " 같이 가자는 나의 말을 무시한 체 갔다오라는 건아의 무심한 말에 난 화가 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건아를 째려보고선, "탄산음료 사오지마. 이온으로 사와. " "싫어. 니가 제일 싫어하는 사이다 사올꺼야. " 그렇게 말한 뒤, 가려고 그 여자들을 지나치려고 하자 들리는 목소리. "들었냐? 미친년, 말하는 거봐라. " "내 말이. 눈치있게 쫌 빠져줄것이지. " 저런 싸가지없는 년들의 말을 듣고선, 휙-한 번 돌아 그 여자들을 쳐다보고 있는 건아가 미워져씩씩-거리며 괜히 울컥해지는 마음으로 음료수를 사러가기 위해 도서관에서 나왔다. .... ............ ..... ........... "건아야, 우리 공부하지 말고.." "너 다시 말해봐. " "어?? 무슨 말? " "들었냐, 그 다음 말. " 건아는 그 여자 두 명을 보며 심상치 않는 표정을 하며 물어본다. 뜬금없이 저런 질문에 그 여자는 골똘히 생각을 한다. "..뭐? 미친년? 뒤질래. " 그리곤, 그 여자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쯤, 먼저 건아가 말을 했다. 아마도 저 여자가 말한 미친년-이라는 욕이 상당히 거슬렸나보다. "..아니..그게." "여자한테 욕하는 거 존나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빨리 꺼져. " "..허, 참나 어이가 없어서. " 건아의 말에 어이가 없으며 화가 났는지 헛웃음만 내는 여자. 하지만, 옆에 있던 여자는 건아의 무표정에 벌써 겁이라도 질렸는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내 그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건아를 보며 말한다. "너 원래 눈 그렇게 낮았니? 어떻게 저 딴년이랑 사귀냐? 이건아. " ".........." "참, 생긴 건 반반하게 생겨가지고. " 저 여자는 뭐가 그리 당당한 지 건아에게 쏫아붙히며 말한다. 마침, 그 때 음료수를 사러 간 윤해가 양 쪽에 사이다와 2프로를 들고 걸어온다. "..어? 무슨 일이야? " 가까이 오자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윤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건아를 쳐다보았다. 건아는 자기에게 그렇게 말한 여자를 쳐다보고 있다가 윤해 손에 들고 있던 캔 사이다의 뚜껑을 딴 다음. 촤악, "꺄악!!!!!!!!!!! " 그 여자 머리위에서 뚜껑이 열린 사이다를 붓어버렸다. 건아의 그런 행동에 놀라고 만 윤해. 그 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람들도 시끄러워서 봤지만 이젠 놀란 표정으로 본다. "화장에 떡칠하고, 돈에 쳐 바르는 니 년보다 훨씬 더 이쁜 여자야. 니 입에서 그 딴식으로 말한 여자가 아니라고. " "이게 뭐야!!! " 그리곤 캔에 있던 사이다를 다 붓었는지 비어 있는 캔을 손을 꽈악 쥐며, "그 딴식으로 한 번만 더 말해봐. 여자도 때릴 수 있으니까. " 35편 "건아야!!!!!!!! " "얼른 와. " 아까 그런 행동을 해놓고서는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던 책들을 하나씩 가방에 담고선 휙, 하고 나가버렸다. 갑자기 나가버린 건아 때문에 안쓰럽게 저 여자 두 명을 보다가 급하게 책을 들고선 건아 뒤를 따라 나왔다. 문을 열고 나가니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아! 아까 그게 무슨 행동이야! 사람들 다 보고.." "걔네들 니 욕했어. " "어-어? " 그러더니 휙 돌며 걷기 시작한 건아. 난 어리둥절 하며 건아를 따라 걸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아니..그게 무슨 말이야? 내 욕을 했다니? " "니 욕했다고. " "걔네들이 내 욕 했는데 왜 니가 열받아.." 나의 말에 우뚝, 서버린 건아. 그리곤 단호하게 말한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자기여자한테 욕하는데 그럼 가만히 있냐. " ※ "..나 들어갈게! " "내일 다시 공부하자. 오늘 별로 못했네. " 오늘도 역시나 집 앞까지 바래다 준 건아. "아니야. 나 그냥 집에 할게! " "그럼 그러든가, 들어가라. " "응! 아차, 그리고 건아야!! " "왜. " 돌아서 가버려고 하는 건아를 붙잡은 나. 그리고 뜸을 들이며 건아에게 말했다. "날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알았지? " "그 욕에 따라. " 그리고서는 가버렸다. 난 어쩔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 . . . 연락이 없는 지 일주일이 지났나. 내 문자와 전화를 씹은 지 일주일이 지났나. 내 생일이 지난 지 일주일이 되는건가. "..........." 벌써 일주일 째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 연락이 안 된다. 이건아가 아니다. '마지막 통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한 장본인 권요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건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권요한의 그 말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한 이틀정도 권요한에게서 정말로 소식이 없으니까그 말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았지만 신호는 가지만 받지는 않는다. 당연히 전화를 안 받으니 나의 문자는 보는 지 안 보는 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문자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진짜 권요한 뭐야!!!!!! " 이렇게 권요한에게 소식이 없는 지 일주일이 지난 상태이다. 당연히 건아에게 물어보았다. 물어보니 다 똑같은 대답. '잘 지내. ' 나를 황당하게 만드는 건아의 대답에 난 그 다음으로 물어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안 받기만 해봐!! " 난 책상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가 뭔가를 결심에 찬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어 말과 함께 권요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꺼져있지 않는 핸드폰. 신호는 가지만 정녕 받지는 않는다. 계속 신호 끝에 결국엔 음성안내 목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다. 다시 끊고 다시 해보았다. 받을 때까지 해보자-라는 오기까지 생겨버린 나. 달칵, 6번의 끝에 드디어 받은 전화. 난 당연히 권요한이라고 생각하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권요한!!! 죽을래?! 진짜 죽고 싶어?!!!!! " [..........] 나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대답하지 않는 권요한. "왜 내 전화랑 문자 씹어?!!! 진짜 죽고싶냐고 권요한!" [.......] "대답해...대답하라고! 이러는 이유가 뭔데! " [....저기..] "............누구세요????? " . . . . "..아까 소리 질러서 죄송합니다..." 아까만 생각하면 쪽팔려서 얼굴이 빨개질 꺼만 같다. 난 당연히 받았길래 권요한인 줄 알고 소리를 치고 온갓 욕을 했지만, 정녕 상대방은 권요한이 아닌, 권요한의 핸드폰을 주운 길가던 어느 남학생. "아니에요, 여기요. " "네에.." 그래서 난 권요한의 핸드폰을 받기 위해 그 남학생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코끼리모양의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였다. 핸드폰을 받고 내게 건내준 그 남학생은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휴, 아까 생각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져 옆에 있는 벤츠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권요한의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폴더를 열어보았다. 이리저리 만지다가 문자함에 들어가보았다. 아까전에 보낸 나의 문자는 보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전에 문자들은 다 죄다 본 상태로 되어있었다. "그럼..문자를 봤는데도 안 보냈으니까 씹었다는거네? " 정말로 나의 문자를 하나같이 다 봤으면서 문자 한 통을 보내지 않았다니. ".....어어어? 이게 뭐야.." 건아의 핸드폰을 보다가 통화목록을 본 거 처럼 이번에도 혹시나 호기심에 통화목록을 확인해보니죄다.....어?? 저장 된 나의 이름이 [공윤해♥] 이거였다. 하지만 이거에서 놀란 게 아니라, 죄다 최근 기록이 내 번호인 것이다. 전화를 건 흔적들. 7시면....몇 시간 전에도 내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내게 울리지 않았다는 얘기는 걸자마자 끊었다는 소리. 그리고 또..날 놀라게 해버린 사실. "...뭐야....." 맨 밑에 있는 통화기록. 발신제한표시와 함께 내 번호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한 날 놀라게 할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7월 25일 12:00am. 이 때 전화를 한 사람이 권요한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 하지만, 통화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권요한! 여기서 잊어버린 거 맞아?? " "그렇다니까! 씨발..짜증나! 최신폰인데.... " "미친놈...6개월 전에 산게 최신폰이냐? " 점점 들려오는 이름과 목소리들. 난 너무 놀라 핸드폰 폴더를 닫고선 그대로 벤츠에 올려놓고 나무 뒤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가까워지는 목소리와 발자국 소리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일주일만에 보는 권요한의 모습. 나의 문자를 보고서도 다 무시해버린 나쁜 놈인...권요한의 웃음을. "아, 여기있다!!!!!!! " "벤츠에 놔두고 왔었냐? 너 아까전에 땅바닥에 앉았는데. " "누가 만졌나. 빨리 확인해 봐! " 옥바다의 말에 권요한은 폴더를 열어 이리저리 확인해본다. 난 혹시나 들킬까 하는 조마조마-떨리는 마음으로 만진 걸 들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어?! " "왜? " "아, 씨발!!!!! 어떤새끼가 공윤해 문자 봤어! " 아, 맞다. 권요한이 못 본 내 문자를 봤지. "누가 만졌나보네." "짜증나...내가 제일 먼저 봐야하는건데. " "미친놈, 욕할때는 언제고. " "내가 언제 욕했냐. " 권요한, 옥바다한테 내 욕을 했냐! "왜, 너 저번에 욕했잖아. " "내가 언제. " "어떻게 날 버리냐고 나쁜 기집애라고. " 뭐..? 권요한을 버려? 내가? "몰라. 그 얘기 꺼내지마." "너 왜 그러냐. 공윤해한테 전화오면 다 씹고 문자도 보고서도 답장도 안 보내고. " "옥바다. " 옥바다의 말에 권요한은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지 아까전에 여전히 웃고 있었던 표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권요한의 진지한 표정에 덩달아 나까지도 속으로 권요한을 욕 했던 걸 멈추고 권요한에게 집중을 하게 되었다. "넌 아직 모른다! " "내가 뭘 몰라 새끼야! " "사람을 잊기 위해........" .... ................. ... ......... 권요한은 그 말과 함께 옥바다와 이 놀이터를 빠져나갔다. 난 권요한의 모습이 안 보이자 천천히 나무 뒤에서 나왔다. "..........." 머릿속에 맴돈다. 권요한의 아까 그 말이. .... ........................... '이렇게 숨을 수 밖에 없다는 걸.' ..... .............. ..... .......... ..... "요즘에 공부 잘 하고 있는거야? " "보면 몰라! 아침마다 꼬박꼬박 보충하러 가잖아. " "언제 개학하는데? "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조금만 있으면 개학이 다가올 시간이 될 만큼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렸다. 이번 여름방학은 허무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꼬박꼬박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를 나가고, 가끔씩 놀기도 하면서 집에 들어와서는 공부를 매번 하고는 한다. "이번주 토요일. " "별로 안 남았네. " "4일 남았거든요? 잘 먹었습니다. " "쫌 쉬고 난 뒤, 공부해라. 윤해야? " "이럴 때만 괜히...." 밥을 다 먹고 내 방으로 들어와 어김없이 핸드폰을 먼저 손에 쥐고는 한다. 항상 언제나 그랬듯이, 건아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 밥 먹었냐? - - 이제 막 다 먹었어! - - 이제 뭐할꺼야? - - 글쎄..공부해야하지 않나?...ㅎㅎ- 이게 일상이다. 항상 밥을 먹고 나며 건아에게 문자가 와 있고, 씻고 나오면 건아에게 문자가 와 있고, 자다 일어나며 건아에게 문자가 와 있고, 이렇게 반복끝에 난 건아에게 점차 2년 전처럼 익숙해지고 있다. 이렇게 됨으로써, 점차 또 내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잊혀져만 가고 있는데.. 띵-동. "하여튼, 답장 빠르다니까. " 건아에게 답장을 보내고 난 뒤 바로 책상에 올려놓자마자 문자가 왔다. 당연히 건아라고 생각한 나는 문자를 확인을 해보았지만. "...어? 누구지? " 하지만, 난 어리둥절 하며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 잘 지내고 있냐 - 그리고 처음 보는 번호. 난 누구의 번호이고, 저런 문자를 보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참 생각하고 있으니 그 때서야 건아에게 문자가 왔는 지 핸드폰이 진동이 울렸지만 전혀 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누구지..누구지..하며 생각하고 있을 때, 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 [없는 번호이니 다시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그 날 이후로, 권요한의 그 말이 한 동안 잊혀지지 않는 그 날로부터 전화를 해보았지만, 지금처럼 똑같이 없는 번호라며 음성안내가 나올 뿐이었다. 건아에게도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며, 그냥 넘어가는 듯 해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잊혀져만 가고 있는데. "........" 난 설마, 이 문자와 이 번호가 권요한이 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키를 눌러보았다. 다행히 있는 번호라서 그런지 신호는 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끝내 몇 번의 신호 끝에도 받지 않는 전화. 그럴 수록 난 권요한일 꺼라는 생각이 더 확신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내 확신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순간은 개학하기 이틀 전이었다. . . . . . "오늘로써 보충은 끝인가? " "그렇겠지. 이 학교도 내일이면 개학하니까 마지막이겠지? " "진짜 이번 방학은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했어..." 오늘도 어김없이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나와 다희. 다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이제는 익숙해진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에 왔을 때처럼 그 느낌인 지금. 왠지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몇 주간 같이 공부했던 반 아이들과 헤어진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야지! " "당연하지. 대학가서 놀고 먹고 할꺼야! 당연히 애인도 만들꺼고. " 그런 다희의 다짐을 들은 나는 기가막혀 픽-하고 웃고 말았다. 그리고 몇 분 아니자, 항상 이 때쯤이며 등장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런 개새끼!!!!! "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좋게 좋게 하자? 어? " 항상 험악한 욕과 함께 등장하는 옥바다. 그리고 옥바다의 욕에 열받으며 들어오는 김혁. 그리고 그들을 한심하다는 시선과 함께 나를 보며 살짝 웃어주는 건아까지. "건아ㅇ.....!!!...." 건아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아, 졸려...." 눈을 부비며 들어오는 한 녀석. 몇 주간 보지 못했던 그 녀석의 모습이었다. ... .................... ..... ......... "..권...권요한!!!!!!! " 바로 권요한이었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마자 나를 보며 피식, 웃는 건아를 보지도 않은 체 그대로 건아를 지나처들어오는 권요한에게 달려갔다. 눈을 부비다가 떡하니 앞에 내가 있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그런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권요한.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권요한의 얼굴. 권요한의 모습이었다.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나며 어떡해. 씨발.." 근데...그런데... "아, 저리 비켜. 자리에 앉아야 돼. " 툭, 앞에 있는 나를 밀치며 처음에 앉았던 자리에 앉는 권요한. 난 권요한의 이런 행동에 멍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권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반 아이들, 아니. 반 여자들에게 웃어주더니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버리고 말았다. "공윤해, 빨리 와. " 건아의 말에 그제서야 선생님도 왔다는 걸 알게 된 나는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시작 된 1교시 수업. 하지만 수업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도 머릿속이 하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까 권요한의 달라진 행동에 많이 놀라고 만 것이었다. 웃는 건 변함이 없었다. 살짝 머리도 길었다. 원래 진한 검은색이었는데 지금은 갈색. 그리고, 확 눈에 띄게 달라진 권요한의 태도. '사람을 잊기 위해.....' '이렇게 숨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권요한의 이런 달라진 모습에 난 마음이 답답해질 뿐이었다. 36편 "자. 오늘로 보충수업은 다 끝났네. 수능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더욱 더 노력하렴. " 보충수업을 맡아주신 이 반에 감독선생님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이 반에 있던 아이들은 보충이 끝났다는 생각에 기쁨과 함께 이제 학교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 상태에 혼란해지고 말았다. 내 옆에 있는 다희도 마찬가지. 보충이 끝났으니 이제 학교라는 생각에 짜증부터 내고 있다. 난 그런 생각을 할 조차도 없었다. 이번 수업은 하나도 못 들은 거 같다. 열심히 집중을 하며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에 밟히는 사람이 있고, 머릿속에 자꾸만 생각나는 말들 때문에 난 짜증을 낼 여유도 없었다. "공윤해, 가자. " "어-? 아, 응." 뒤에 있던 건아가 툭, 치며 가자고 나에게 말했다. 난 건아에게 대답을 하고 자리에 일어나려고 하자 아직도 내내 자고 있는 권요한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아의 시선을 알아채지도 못한 체 뚫어져라 권요한을 쳐다보고 있을 때, 집에 가려고 하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는지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는 권요한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그제서야 건아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아, 끝났다. " "권요한! 우리 마지막인데 실컷 놀아야 하지 않겠냐? " 자리에서 일어나는 권요한에게 옆에 있던 옥바다가 다가가 말한다. 권요한은 옥바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한다. "이건아, 너도 빨리 와. " "공윤해. " "어-어? 아! 건아야, 나도 오늘은 다희랑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야돼! " 난 눈치껏 건아에게 다희도 모르고 있던 다희와 약속이 있다며 둘러 됐다. 건아는 알았다며 저녁에 전화를 한다는 말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간다. 건아의 앞에 있던 권요한도..전혀 나를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사라져버렸다. "그만 좀 쳐다보고 있지도 않는 약속 지키러 가자? 어잉? 개학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도 놀아야지. " "휴-우. 내일 모레면 학교를 가야하다니. " "내일은 쉬고! 오늘은 먹고 죽는거야. 빨리 와. " 다희의 손에 이끌려 그 동안의 보충 수업을 받았던 이 교실에 굿바이를 할 수 있었다. "아직 1시 25분밖에 안 되네..음, 준비하고 저녁에 만나자! " "저녁에? 어디갈껀데? " "어디가긴! 언니가 한 턱 쏘러간다. " "히-히, 그럼 있다가 봐! " "그래! 이쁘게 하고 나와! " 그렇게 다희와 있다가 만나기로 하고 각자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몇 분 뒤, 집에 도착 한 나는 거실에 티비를 보고 있는 윤희를 볼 수 있었다. "너도 곧 있으면 3학년이거든? 공부 좀 해라. " "언니는 곧 있으면 수능 봐. " "저 기집얘가! " "아-아! 언니!! " 갑자기 나를 부르며 멍한 표정에서 밝은 표정으로 바뀐 윤희. 난 왜 또 저러나, 하는 생각에 윤희를 쳐다보았더니. "나 진짜 잘생긴 사람 봤다?! 오늘! " 오늘 아침 일찍 친구집 가서 비디오를 보러 갔던 윤희는 오다가 잘생긴 사람을 봤다며 내게 자랑을 하듯 말한다. 윤희의 말에 전혀 흥미가 없는 나는 고개가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끝까지 들어봐! " "왜-에! " 방문을 잡으려고 하니 윤희가 끝까지 들으라며 내게 말한다. 하지만 윤희의 말을 끝까지 듣게 되며 아마도 있다가 다희를 만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촉박해질 꺼만 같았다. "짧게 말해! " "아무튼!!!! 그 오빠 옆에." "옆에? " "...이건아?? 언니 예전에 사겼던 그 오빠 봤어. " 전혀 흥미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건아의 이름이 나와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건아가 아니라, 건아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마음에 윤희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정말?! 건아가 옆에 있었어?! " "응. 전에 봤던 거보다 훨씬 잘 생긴거 같아...아, 아까워!!!!! 내가 그런 오빠랑 사귀는건데..." "..니가 본 잘생긴 사람..건아 친구로 보여? " "음..뭐, 웃으면서 얘기 하는 거 보니까 친구 같던데? 언니. 지금은 그 건아오빠랑 안 사귀지? " "어??어??" 윤희의 갑작스레 질문에 난 당황하며 다시 되물었다. "그 오빠랑 안 사귀지? 연락도 안 하지? " 아까 나를 비꼬는 식으로 말하는 윤희의 말투에 난 화가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음하하하, 나 건아랑 다시 사귄지 꽤 됐거든! " "뭐-어?!!!!!! 건아오빠랑 다시 사겨?" "엉. 그러니까 건아한테 눈독 들이지마. " "건아오빠는 언니가 가져도 돼! 그러니까..그 친구 좀 소개시켜주면 안돼? " 친구..... "싫어. " "아, 존나 치사해!!!!!!! 씨-이!!!!! " 타앙, 건아의 옆에 있던 친구가 그 녀석인지 확실한 것도 아닌데도 왜 싫다고 했지. 옥바다일수도 있고, 김혁일수도 있고, 다른 친구일수도 있는데. 그래도..왠지 권요한인 거 같아 싫다고 말한 거 같다. "휴...공윤해!! 정신차리자! 벌써 권요한은 널 쌩까고 있다고! " 그러다가 스쳐지나가는 아침의 그 태도. 찬바람이 쌩쌩 불 만큼 차갑게 나를 태하는 태도, 그 동안 연락도 안 되고 얼굴도 안 보이다가 드디어 본 권요한의 모습. 전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속으로 권요한을 씹으며 있다가 다희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다 준비가 되가고 있을 때쯤, 다희에게 문자가 왔다. -나 다 준비했어 넌? - - 나도! 5분만 기달려! - -그럼 50분까지 중앙공원 시계탑으로 나와! - 중앙공원..시계탑이라. 터벅터벅. 터벅터벅.. 준비를 다 하고 다희를 만나기 위해 중앙공원 시계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집과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꽤 오랜만에 보는 듯 하다. 그 때 그 녀석을 처음 만나러 오고서는 여기에 오는 건 처음인 듯하다. "어? 아직 안 왔나.." 시계탑 앞에 다 왔지만, 다희로 추정되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공원이라 자전거 타는 사람과 운동을 하는 사람과 산책을 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공원과 안 맞게 유난희 튀는 나. - 어디야? 나 벌써 왔어 - -집에 돈 놔두고 와서 다시 가지러 왔어! 기달려! - 다희에게 문자를 해보니 집에 돈을 놔두고 와서 다시 집에 갔다는 답장이었다. 휴, 나는 다희의 문자를 보고선 계속 서 있기에는 다리가 아파 옆에 있는 벤츠에 앉아 다희가 오길 만을 기다렸다. 벤츠에 앉아 마주편에 있는 큰 시계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지나쳐 가는 그 때의 기억들. '..저기..' '권요한.' '네?' '내 이름 권요한이라고, 요한이라고 불러. ' 그 때도 요한이라고 부르다고 했었지. '나 진짜 몰라? ' '...응.' 자기를 모르냐는 말에 난 당연히 처음 봤기 때문에 응-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그 때. 권요한은 모른다는 나의 말에 기분이 나빠질꺼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 거 같다. "공윤해!!!!!!!!! " "윤다희! 왜 이렇게 늦게 와! " ..... ........................ '괜찮아, 이제 알아가면 되니까. ' ※ "아, 존나 웃겨 진짜. 프하하하. " "그만 좀 웃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김수로가 웃긴 걸 어떡해!! 푸하하하하 아. 눈물나.. " 김수로가 주연한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리 둘. 다희는 얼마나 웃긴지 아직도 영화관에서 나와 밖에서 생각만 하며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엔 눈가에 촉촉해지고 나서야 그만 웃기 시작했다. "자, 이제 밥 좀 먹으로 갈까나? " "밥? 니가 살꺼야? " "뭐, 내가 사지. 따라오셔. " 풋, 하고 웃더니 나에게 팔짱을 끼며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희와 웃으며 얘기를 하고 가다가 다희의 발이 멈추면서 나의 말도 끊기며 앞을 쳐다보며 간판을 보았다. "에?! 여기 술집 아니야?! " "호프집! 미친년아..빨리 들어와. " "아. " 간판이 너무나도 현란하길래 난 미성년자가 출입을 못하는 그런 술집인 줄 알았는데. 뭐, 그렇다고 호프집도 마성년자가 출입하면 안되는 곳인기 하지만. 우리는 이제 곧 성인이 될 몸이고 하니까. "자리 되게 좋은데? " "뭐가 좋냐! 구석창에 쳐 박혀 있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어때. " 들어와보니 꽤나 큰 호프집이었다. 그래서 자리가 꽉 차는 바람에 구석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희는 계속 구시렁구시렁 되더니 자연스럽게 바베큐와 맥주5병을 시킨다. "왜 이렇게 많이 시켜! 두 개만 시키지. " "먹고 또 먹으면 되지 뭐! 이 언니가 산다! " "그럼 바베큐말고 딴 것도 시켜줘. " "일단 이거먼저 쳐 먹으세요? 엉? 돼지년.." 괜히 딴 음식도 시켜달라고 했다가 욕만 먹고 말았다. 몇 분뒤, 주문한 게 나왔고. 난 포크를 잡으며 바베큐에 손이 갔지만, 앞에 있던 다희는 제일 먼저 맥주병을 잡고선 뚜껑을 딴 뒤,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한다. 매운 바베큐를 허겁지겁 먹어서 그런지 매운 게 후끈 달아올라 물 대신 자연스럽게 맥주를 들고선 벌컥 마시고 말았다. "공윤해..술고래년.." "뭐-어?! 매워서 먹은거야! " "솔직해져라! 더 먹고 싶으면 이 언니가 사줄게. " 저런 말을 한 다희를 보다가 휙 째려보고선, 에이 모르겠다는 생각과 이젠 공부만 죽어라 해야한다는 짜증과 막막해지는 기분 때문에 술을 벌컥벌컥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본 다희도 먹고 죽자, 라는 말과 함께 벌컥 마시기 시작한다. . . . . . "..저기, 저희도 두 명인데 합석해도 되나요? " 그렇게 다희와 먹고 있는데 어느 한 두 남자가 우리 테이블에 가까이 와서는 저런 말을 한다.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시고 건아를 생각하며 당연히 안 된다고 말했겠지만,아까...너무 마셔서 그런지 정신이 오락가락 해서 그런지 다희가 먼저 대답하기 전에 내가 먼저 대답을 하고 말았다. "좋죠! 앉으세요!! " "피식, 그럼 앉을게요. " 앉는다고 말한 남자는 다희옆에 앉고 그 뒤로 묵묵히 딴 데를 쳐다보고 있던 남자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내 옆에 앉았다. 살짝 짜증이 있는 표정을 한 내 옆자리에 앉은 이 남자를 쳐다보니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다. 뚫어져라 이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데 휙, 하고 나를 쳐다보는 이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뭘 봐. " 내게 뭘 보냐며 물어보는 이 남자의 말에 순간, 정신이 확 드는 거 처럼 민망해지고 무안해지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본 앞에 있던 남자는 생긋, 웃으며 원래 성격이 저러니까 신경쓰지 말라는 말과 함께 통성명을 하기 시작한다. "음, 이름은 관주혁이고요. 나이는 19살. " "와! 우리도 열아홉! " "아. 누나인 줄 알았네. " 다행히 우리와 동갑인 이 두 명의 남자. "내 이름은 공윤해! " "푸하하하하하..곤윤해래.." 앞을 보니 벌써 취한 듯 보이는 다희. 그나마 난 정신이 있기 하지만 다희는 얼마나 먹길래 벌써 발음이 꼬여만 가고 있다. 그런 다희를 보며 웃다가 옆을 쳐다보니 날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이 남자와 또 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상윤. " "..아..네. " "동갑이니까 말 놔." "아...응." 이 남자와 말만 하게 되며 정신이 확 드는 것만 같다. 자꾸만 민망해지고 무안해진다. 컵에 있는 맥주 한 모금을 먹고선 고기 한 입 먹고 있는데. 테이블과 함께 울리는 진동소리. "전화오는데 안 받아? " "아..응! 받아야지." 멍하니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다가 앞에 있던 남자, 관주혁? 가 말해주는 바람에 핸드폰을 들어 액정안을 보았다. 액정안을 보니 [내남자이건아] 라고 적혀있었다. "여보세요! " [목소리 왜그래. 술 먹었냐? ] "응!! 바베큐랑 같이 머꼬 있어..." 아. 나도 왠지 혀가 꼬이는 느낌이 든다. [아씨, 어디야. 데리러 갈게.] "여기가....여기 이름이 뭐야? " 어디있냐는 건아의 말에 간판 이름을 까먹어서 다희에게 물어보려고 하다가 다희는 어느 새 테이블에 곤히 자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옆에 있던 이상윤, 이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스카이. " "스카이..? 여보세요? 건아ㅇ..." [옆에 누구야.] 건아에게 말해주려고 하다가 이상윤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누구냐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게 물어보는 건아. "..아...누구냐며.." [기달려.] "..아, 응. " [너말고 그 새끼 기달리라고 해.] 그리고 끊긴 전화. 정신이 확 깨지는 건만 같았다. "저기..." "왜." "응? " 나의 말에 대답하는 두 남자. 화가 나 보이는 건아의 목소리 때문에 난 정신이 확 들고 말았다. 그래서 건아가 오기전에 얼른 이 남자 두 명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미안한데...가주면 안 될까? " "왜." 나의 말에 단호하게 말하는 이상윤, 이 남자의 말에 난 잠시 당황했다. "그게..." "애인이냐? "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은 나를 본 이상윤, 이 남자는 눈치 빠르게 내게 말한다. 애인이냐며, 딱 맞쳐버리고 말았다. 난 이 때다 싶어 말 대신 고개로 힘차게 끄덕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예상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알았다며-자리에서 일어날 줄 알았던 이 남자는 오히려 처음으로 씨익-웃고만다. "싫어. 안가. "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왜! 얼른 가! 쫌 있으면 온다고 했단 말이야..." "내가 왜 가. " "그야!! " "내가 가야 하는 이유 5초안에 10개 되며 간다. " 5초안에 어떻게 10개를 말해.. 그리고, 이유는 한 개밖에 없는 어떻게 10개나 말하냐고. "내 남자친구 오니까..너 빨리 가.." 난 단 이 한가지 이유를 말했다. 나의 말을 듣던 이상윤, 이 남자는 날 골똘히 쳐다보더니 또 다시 씨익 웃고마는데. "씨익, 귀엽네. 은근히. " 그러면서 전혀 내가 생각치도 못한 말을 내게 말한다. 뻥진 표정으로 이 남자를 쳐다보고 있을 때 딸랑, 거리는 문 소리에 정신이 확 들고 말았다. 혹시나 벌써 건아가 왔을 까 하는 불안감과 초조한 마음으로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귀기울렸다. "공윤해. " 나의 불안했던 직감은 딱 떨어맞고 말았다. 발자국의 소리가 안 들리고, 땅 밑으로 보이는 신발과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건아 쪽으로 돌렸다. 내 옆에 앉은 이상윤 이 남자도. 다희 옆에 앉아 있던 그 남자도. "뒤질래? " 그러더니 나를 보며 천천히 말한다. 심히 화가 난 목소리로 내게 처음으로 뒤질래-라는 말을 내뱉는 건아. 난 아까만해도 어지럽고 호릿호릿 했던 정신에서 건아의 말을 듣고선 멀쩡한 듯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었다. "너 말고, 이 새끼말이야. " 하지만, 건아가 한 말은 내게 한 게 아니었고, 내 옆에 앉은 이 남자에게 한 것이었다. 건아의 말을 듣은 이상윤, 이 남자는 건아의 말이 가소롭다듯이 피식-웃고선 천천히 건아를 쳐다본다. "병신새끼, 니 뭔데. " 그러고선 당당히 건아에게 욕을 하며 누구냐는 말을 내뱉는 이 남자. 난 이 상황을 어쩌하며 좋을까-하며 태평하게 이미 뻗어버린 윤다희를 쳐다보며 원망하듯한 눈빛으로 쳐다 본 다음, 건아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시 건아를 쳐다보았다. 건아 성격에 벌써 이 남자에게 달려들었을텐데, 왜 웃고 있는걸까. "픽-, 씨발. 뭐? 니 뭔데? " "어. 니 새끼 뭐냐고. " 웃으며 다시 이 남자에게 되 물었다. 그러더니 이 남자는 무표정으로 다시 건아에게 말했더니, 건아는 웃고 있던 표정에서 그 특유의 무서운 표정. 아니, 그냥 무표정인데 나에게는 무서운 표정으로 보일 뿐이었다. "씨발, 얘 남자니까 꺼져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나를 가리키며 서슴없이 내 남자라고 말한다. 건아의 말을 듣다가 얼른 이 남자가 건아가 더 화가 나기 전에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길 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내 바램도 무심하게 뻥 차버렸다. "내가 왜. " 정말 정신이 확 들려고 한다. 이 자식은 왜 자리에서 안 일어나는거야! 이러다가는 싸움판이 벌어질 꺼만 같은 예감이 든다. "꺼져 새끼야. " "싫다고 병신새끼야. " "두 번 말한다. 거기서 일어나. " "나 얘 맘에 들거든? 그러니까 싫다고." 큰 일이 벌어지기 5초전인 듯. "다치기 싫으면 일어나. " 4초전. "니나 다치기 싫으면 꺼져. " 3초전. "이런 개새끼....." 2초전. 1초전. 그리고 건아의 말이 끝난 뒤 난 눈을 질끔 감았다. 이 때 쯤이며 퍽-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 .................. ...... "공윤해 옆에서 떨어져. " 난 간산히 화를 참은 건아가 다시 말하는 줄 알았다. 그래. 눈을 뜨기 전까지는 건아가 말할 줄 알았다. 당연히 이 자리에는 건아와 나와 이상윤, 이 남자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친구인 남자와 그리고 곤히 뻗어버린 다희. 5명만 있는 줄 알았던 이 자리에. "........권..요한? " 권요한이 내 눈에 보였다. 37편 "........권..요한? " 나의 말에 일제히 권요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건아도 역시나 자기 뒤에 있는 권요한의 목소리에 여전히 굳어 있는 얼굴로 권요한 쪽으로 휙 돌렸다. 일단 자기를 보고 있는 건아와 그 주변 시선이 보이지 않는다 듯이 오로지 내 옆에 있는 이상윤, 이 남자. 아니... 나.....? "야, 이상윤. "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권요한의 시선이 다행히 옆에 있는 이 남자에게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 보니까 권요한은 이 남자는 알고 있는 듯 해보였다. "권요한. 오랜만이다? " 이 남자도 권요한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 보니까 둘이 아는 사이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리 좋지만 않아 보이는 이런 분위기. "아는사이냐? "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건아가 권요한에게 물어보았다. 건아의 물음에 권요한은 응-이라고 짧게 대답하고선 다시 이 남자를 보며 말한다. "너 눈 원래 그렇게 낮았냐? 왜 저런 얘한테 관심 있어해." 그런데, 권요한의 저 말이 무슨 말인가. "풉, 왜 귀엽잖아? " "나와라, 오랜만에 얘기 좀 하자. " 이러더니 살짝 굳어져 있는 권요한의 표정이 풀려지며서 이 남자에게 말한다. 권요한의 말에 이 남자는 알았다며-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건아의 어깨를 치며. "간수잘해라. " 이러고서는 권요한과 함께 나간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있던 이 남자도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나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다행히 큰 상황은 모면했다. 나를 비꼬는 식을 말한 권요한의 말투와, 그 말들이 심히 거슬린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길래 오늘 아침에도 그렇고, 나한테 못되게 구는 이유가 뭘까. "공윤해. " 한 참이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쯤. 아직도 서 있는 건아의 부름에 재빨리 상황파악을 하며 건아를 쳐다보았다. 큰 상황은 모면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건아가 아직도 굳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건아야..그게! " "다음에 또 이런 좆같은 상황 일어나면. " "......" "그 새끼 죽여. " "......" 건아의 저 말에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투와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저 말은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다. "그 새끼 선생이든." "........" "친구든. " "......" "그 새끼 죽어. " 선생이든..친구든... 친구라..... "집에 데려다줄테니까 나와. " "어-어? 다희는..? " "옥바다 불렀어 나와." 건아의 손에 이끌려 하는 수 없이 곤히 자고 있는 다희를 그대로 놔두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오니 짜증이 가뜩한 얼굴인 옥바다와 마주치게 되었지만, 내게 말도 없이 다희가 있는 곳으로 휙-하고 들어가버렸다. "어, 이건아 가? " 저 쪽에서 아까 그 남자 두 명은 보이지 않았고, 혼자서 담배를 피고 있던 권요한은 나와 건아를 발견하고선 담배를 떨어트려 밟은 다음 이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아까의 그 표정은 어디로 갔을까. 딱 봤을 때는 전과 다름이 없는 권요한의 모습인데. "공윤해 좀 데려다 주고 올게. " "넌 왜 이런 얘랑 사귀냐? 애인도 있으면서 딴 남자랑 바람 피는 얘랑. " "야!!!!! 권요한!!!!!!! " 권요한의 또 저런 말투와 저런 말에 아침부터 참고 참았던 게 확 올라와 나도 모르게 술김이라서 그런지 소리를 지르며 권요한의 이름을 불렀다. 나를 부축해주던 건아도, 나를 재밌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권요한도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지나가던 사람도 의식하지 않은 체 벌써 화가 나버린 나는권요한을 만나며 이 때까지 하고 싶었던 나의 속마음을 술 핑계로 말하기로 했다. "너 왜 그래? 내가 너한테 잘못이라도 했어? 큰 죄라도 짓었어? 왜 그래? 그 때 이후로 연락 한 번도 없고 보이지도 않고, 번호까지 지우고.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서 난 너 반가웠는데 넌 전에랑 달리 반가워 하지도 않고! 지금도! 아까도! 전혀......." ".........." "...전혀..." "..공윤해? " "....내가 알고 있는 권요한이 아니잖아..... " 술 때문에 말하면서 감정이 너무 들어갔는 지 나도 모르게 눈물을 나오고 말았다. 갑작스레 눈물을 흘려버린 나를 보며 옆에서 지켜보던 건아를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정작 권요한은 묵묵히 밝은 표정이 아닌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건아... " "어. " "나 먼저간다. " "권요한!! " 그러더니, 휙-돌아서 가버리는 권요한. 끝까지 내게 매정해지고 만 권요한. "..건아야.." "왜." "저 녀석 왜 저래.....진짜...나빠 권요ㅎ.... " 스르르륵, "공윤해!! " 그대로 난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 "아씨!! 언니 언니! " "안 혼나게 니가 좀 도와줘라. " "아-네!! 안녕히 가세요! " 술에 취해 그대로 쓰러져 버린 윤해를 업고선 집 앞까지 온 건아는 윤해 동생인 윤희를 불러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선 유유히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가 얼마 가지 않아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 있는 요한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벤츠에 앉아 있는 요한을 본 건아는 발걸음을 멈추다가, 잠시 생각이라도 한 듯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요한이 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권요한. " "어-? 어떻게 알고 왔냐. " "여기 근처 공윤해 집이잖아. " "아, 맞다. " 아까 윤해의 그 말 때문에 그래서 그런지, 요한이의 표정도 그리 좋지만은. 밝지만은 않았다. 요한이의 옆에 앉은 건아.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가만히 있는다. "...공윤해.." "......" 어색한 분위기에서, 싸늘한 분위기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건아. 건아의 입에서 윤해의 이름이 나와 그런지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요한이의 귀도 쫑긋해질 수 밖에 없었다. "수술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 공윤해였어.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나는 사람이 공윤해였고, 연인들 보면 공윤해가 생각났고. 나와 같은 또래 여자 아이를 보며 공윤해가 생각이 났고, 공윤해와 같이 찍은 마지막 사진을 보면서 울었던 적도 있어. " "..........." "죽고 싶어도 못 죽었던 이유가 공윤해 때문이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도 공윤해였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도 공윤해 때문이야. " "...이건..ㅇ" "공윤해한테 2년동안 아프게 하고 상처줘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하늘에 있는 할머니한테 약속했어. 그래서 나 다시는 공윤해 곁에 안 떠날꺼야. " ".........." 건아의 이런 솔직한 말에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요한이. "그러니까.." "이건아. " 골똘히 생각했던 게 다 끝났는 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건아의 이름을 부르는 요한이. 말을 하려고 했던 건아는 자기의 이름을 부른 요한이를 쳐다보며 그 다음으로 나오는 요한이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건아의 얼굴을 보던 요한이는 굳은 다짐이라도 했는 지 건아가 보지 못했지만 주먹을 꽈악 쥐면서 건아에게 말한다. 거짓말에 서툰 요한이는. 거짓말에 어울리지 않는 요한이는. 거짓말에 자연스럽지 않은 요한이는. 아까와 똑같이. 서툴지 않게, 어울리게, 아주 자연스럽게. "걱정마라. " ... ............ ...... "공윤해...안 좋아할테니까. " 자기의 진심이라도 말하는 듯이 건아에게 말한다. ※ "학교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와라, 윤해야." "네에....다녀오겠습니다. " 오늘 드디어 2학기가 시작되는 날. 오늘의 개학으로써 난 또 다시 학교를 반복하며 나가야만 해야한다. 애써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엄마의 저 말. 그리 좋지 않는 표정으로 내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어제.. 어제 술에 취해 일어나보니 난 어느 새 내 방에 누워있었고, 어지러운 머리를 이끌려 부엌으로 가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식탁위에 있는 꿀. '...이거 뭐야? ' '큰일났다. 언니 어제 술먹고 취해서 들어온 거 엄마가 봤다. ' '어?!!!!!!' 술에 취한 나의 모습을 엄마가 봤다는 윤희의 말에 난 눈이 커지면서 저녁에 엄마를 볼 생각에 어떡하며 좋지-하며 개학하기 전날을 그렇게 불안해하며 보냈지만 이상하게도 저녁에 본 엄마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안했는데. 역시나, 오늘. 어디 가지말고 곧바로 집에 오라는 엄마의 협력조 같은 저 말. 역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었다. "뭐..이참에 공부나 해야지. " "어? 뭐라고? " 윤희와 오랜만에 나란히 등교를 하기위해 같이 가는 중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기달려 버스가 오자 탔다. 역시나 아침이고, 버스 안에는 학생들로 가뜩했다. 버스 안에 사람이 많은 걸 보자 난 긴 한 숨과 자리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가며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출발하는 버스 때문에. "어-어어어어?!! " 타악. "...건아야? " 넘어지려고 하는 나를 붙잡아 준 건 다름 아닌 건아였다. 어제 연락 없었다. 먼저 연락을 했는데도 연락이 없던 건아였다. "조심해. " "아, 응.." 하루정도 연락 안 했다고 이렇게 어색해져버린 우리 둘. 시끌벅적한 버스안에서 미안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상황이 안 좋아 난 그냥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있었다. 건아를 힐끔 쳐다보니 건아도 아무 말없이 버스 너머 창밖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려라. " "아-아! "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하마터면 개학하는 첫 날부터 지각할 뻔 했네. 그나저나, 아직도 건아는 내게 화가 나 있는건가. 그 때 권요한한테 무슨 말을 하고 난 뒤 기억이 안 난다. "아!!!!!! " 그리고 또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내가..뭐라고 했지.." 권요한에게 내가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나 건아 있는 앞에서 이상한 헛소리를 하지 않았는 지 걱정을 하며 이미 가버린 윤희 덕분에 혼자서 교문을 지나처 그리웠던 나의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은 지각 안 했네?" "윤다희! "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벌써 와 있던 다희가 내게 달려와 말한다. 난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다희를 보며 휙, 하고 째려 본 다음 자리에 앉았다. 다희도 왜 그러냐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너 생각 하나도 안 나지? " "언제? 그저께? " "어! " "당연하지! 혹시...나 뭐 실수 같은 것도 안 했냐? " "실수는 개뿔...너 그냥 잤어. " "아 어쩐지..." 역시나 그 때 그렇게 마신 다희도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다. "그럼 집에까지 니가 나 데려준거야? " "아니. 옥바다가 데려줬을텐데? " "에?!!!!! 그 자식이!!!! "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오랜만에 본 반 아이들의 눈빛도 여전히 시기와 뭐냐는 시선으로 우리 둘을 쳐다본다. 난 다희에게 조용히 말하며 손짓으로 말해보지만 전혀 다희는 흥분한 상태이다. "그 자식이 왜 날 데려다줘! " "그야...나도 집에 가야하니까." "그 자식이 나한테 헛 튼짓 안 했겠지.....?? " "은근히 했길 바라는 눈빛인데? " "미친년아! 누가 그..그 딴자식한테 바라냐! " 아니면 말지, 괜히 발끈하기는. "걔도 보는 눈이 있지! 그리고 술에 취해 있는 너한테 그러겠냐? " "...그건 그렇지? " "당연하지. 그리고 너 집에까지 데려다줬으니까 오히려 고맙다고 해! " "...뭐야? 너 지금 옥바다 편 드는거야?! " "편은 무슨 편! 솔직히 생각해 봐! " 나의 말에 골똘히 생각하던 다희는 조금씩 나의 말에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음...고맙네 뭐." "그러니까 이 참에 니네 둘 쫌 친해져봐라. " "우리 친하거든? " "친하긴 개뿔. 옥바다랑 만나기만 하면 싸우잖아! " "그건 애정표시지! " 애정표시? 다희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에 난 잠시 뭐냐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며 다희를 쳐다봤더니 다희도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이라서 그런지 당황한 나머지 아직 오시지도 않은 선생님이 왔다며 자리로 가버리고 말았다. 흠,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 드르륵, "자, 이제부터 전쟁인 거 알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해! 오늘부터 야자까지 하니까 튈 생각하지말고! 수업 잘 듣고 있다 보자. " 담임선생님의 간단한 조회사항을 듣고 첫 교시를 기다리기 위해 쉬고 있는 중이다. 오늘부터 야자라니. 그럼 10시쯤 집에 가야하는 거잖아? 엄마한테 말해야겠다. ".......어? " 엄마한테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니 액정안에는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난 시큰둥하며 확인해보니, - 너한테 화 안 났으니까 이거 보면 문자해 - 이렇게 온 건아의 문자. 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건아에게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 다행이다! ㅎㅎ - - 어제 연락 못해서 미안 - - 아니야 뭐..괜찮아 - - 수업 잘 듣고 점심시간 되며 전화해 - - 응!!! 너도 자지말고 공부해 - - 벌써 잔소리하기는 알았다 - 건아와 잠깐 문자를 하다보니 엄마에게 야자를 한다고 전화를 거려고 한 목적을 잊고 말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첫 수업을 듣게 되었다. 보충수업 때 간간히 공부를 하고 예습을 해서 그런지 과목마다 이해하기 쉬웠고, 점점 흥미가 생기고 말았다. ※ "너 수업 열심히 듣더라? " "공부가 재밌는데? 크하하. " "이게 미쳤나! " 맛있게 점심을 먹고 교실로 가려고 하다가 운동장 근처에 있는 벤츠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아, 맞다! 아침에 건아가 전화하라고 했는데. " "그 놈의 건아건아! 징그러워. " "치,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 부러워 하는 다희를 보며 살짝 장난을 쳐주고 건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꽤 갔는데도 불구하고 받지 않아 난 혹시나 아직 여기는 수업중일까 생각이 들어 끊으려고 하자 받는 소리가 들려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아! 왜 이렇게 늦게 받아! " [이건아 지금 똥싸러 갔다.] "..아.." 그런데 받는 사람은 건아가 아니라. "..권요한이지? " 권요한. [응. 있다가 다시 걸어라.] "잠깐만!!!!!! " 끊으려고 하는 권요한에게 잠깐만이라고 소리를 쳤다. 그래서 다행히 끊지 않고 내가 이어서 하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 지 묵묵히 있는 권요한. "..저기.." [응.] 역시나 달라. "...그 날..내가 너한테 무슨 말 하지 않았어? " [무슨 말?] "그러니까..혹시나 이상한 말이라도... " [아-아.] 나의 말에 생각이라도 났는 지 아-아 이러는 권요한. 정말로 건아가 있는 앞에서 권요한에게 이상한 말이라도 한 것일까. "무슨..말 했어? " [그냥. 나 변했다고 욕했어.] "에?! 내가 너한테 욕했어? " [응. 그런 욕 처음 들어봤어. 덕분에 기분만 드러웠다.] ..... ................... "그게 끝이였어...? " [응. 나 변했다고. 예전이랑 다르다고 욕하길래.] "......그래서 니가 뭐라고 했어? " [..........] .... .............. [....예전에 권요한은 잊어.....] ..... ............ .. [라고 한 거 같은데? 아, 이건아 왔네........여보세요? 공윤해?] '예전에 권요한은 잊어.' [공윤해. 공윤해.] "아..건아야.." [미안, 옥상 좀 갔다 오느냐.] "아...."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권요한의 말 때문에 또 혼미해지고 말았다. ".....도대체." [도대체 뭐?] 도대체...... "권요한한테 그 동안 무슨 일이라고 있었던거야?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아니면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거야? " "너 왜그래 공윤해? " [........] 옆에서 지켜 본 다희도 웃고 있던 얼굴에서 점점 심각해진 나의 표정을 보며 왜 그러냐며 나를 툭툭 친다. 그런 다희를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온통 아까 그 말만 생각하며 건아가 화풀이라도 하듯이건아에게 따지기라도 하듯이. "도대체 저 자식은 왜 나한테 그러는거냐고!!!!!! " 차갑게 구는거냐고.. [..공윤해.] "건아야! 권요한 좀 바꿔봐! " [공윤해.] 이미 건아의 말이 내 귓가에 안 들어온다. 권요한의 저런 행동과 저런 말투에 이미 화가 나면서 답답해 미칠 꺼만 같다. "왜!!!!! " [공윤해.] "왜!!!!!! 예전에 권요한을 잊으라고 하는거야!!" ..... ..................... .... "권요한, 저 새끼 왜 저렇게 심각해? " "그러게 자꾸만 공윤해 이름만 부르고." "............" 전화를 받고 있는 건아 옆에 있는 세 명. 아까 전화를 받고 난 뒤부터 아침부터 신나게 하고 있던 낙서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요한이와.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하는 건아를 보며 궁금해하는 바다와 혁이. 그리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커서 그런 지 옆에 있을 정도로 다 들리기 시작한다. "근데..자꾸 공윤해가 권요한 너 바꾸라고 하는 거 같은데? " "그치? 자꾸 권요한 어쩌고 이래..." "........." 그리고 정확하게 들린 윤해의 목소리가 요한이의 귀까지 오게 되었다. [왜!!!!!! 예전에 권요한을 잊으라고 하는거야!!] 38편 "왜!!!!!! 예전에 권요한을 잊으라고 하는거야!!" [.......] "공윤해!! 너 왜 그래?! "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려 건아에게 큰 소리를 쳐버리고 말았다. 다희의 말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내가 지금 건아에게 무슨 말을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미안하다고 말을 하려고 하자. [....왜.] "...어-어? " [권요한이 변하니까 싫냐? 그렇게 나한테 소리칠 만큼 싫은거냐고.] "....아니..건아야, 그게..." [있다가 만나서 얘기 좀 하자.] ....... .................... 달칵, "너 도대체 왜 그래?!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 ".........." 건아의 저 말과 함께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의 폴더를 닫았다. 옆에 있던 다희는 왜 그러냐며 자꾸만 물어보지만 아까 생각에 난 멍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지...다희야. " "왜 또?" "나 건아한테 또 잘못 한 거 같애..." "그럼 아까전에 이건아한테 소리쳤던거였어? 권요한 이름 대면서? " "응...건아가 있다가 학교끝나도 보자는데... " "보자는데 왜? " ....왠지 불안해.. "목소리가 화난 목소리야..." "화낼 수 도 있지! 그렇게 딴 남자 이름 대면서 화내는 건 쫌 아니였어. " "설마...." "설마 뭐? " 그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 "...만나서...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 "뭐-어?!!!! 니가 뭘 했다고 헤어지자고 해! 그리고 그 새끼가 설마 그러겠냐! " ".........그렇겠지...? " "그래! 그냥 쫌 화내기만 하겠지. 그런 말은 안 할꺼야. 걱정말고 교실이나 들어가자. " 다희의 위로를 받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자 얼마 안 있다가 수업 종이 울리고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밥을 먹어서 잠이 쏫아질 시간인데 아까 그 전화 때문에 그런지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냐자기는 커녕 중요한 수업조차도 듣지 못했다. 결국엔 6교시까지 걱정과 이런 저런 생각에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짜증나. 야자하기 싫은데. " "아, 맞다! 엄마한테 말하는 거 깜빡했다. " 드디어 엄마한테 말해야 한다는 게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윤해야?] "오늘부터 야자때문에 집에 늦게 가야할 꺼 같아. " [야자? 그거 어차피 자습 아니니? 집에서 해도 되는거 아니야?] "응. 근데 담임선생님께서 꼭 하라는데..? " [...엄마가 한 번 말해볼게.] "아니야! 나 그냥 야자해도..." [집에서 해. 엄마가 말해볼게.] ..... ......... "왜 머라셔? " "자꾸만 집에서 하라고 선생님한테 말해보겠대.." "왜? 야자하지말래? " "..응...아마도.." 내가 술에 만취한 상태로 들어왔기 때문에 또 헛튼 짓을 할까 하는 생각에 아마도 집에서 하라고 하는 거 같다. 괜히 엄마에게 실망을 안겨준 거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엄염히 난 이제 19살인데.. "어? 전화왔다. 여보세요? " [담임선생님한테 말해봤는데 다른 학생들도 다 해서 빼줄 수가 없다고 하네.] "아 그래? 괜찮아! " [그럼 야자하고 조심해서 집에 오렴.] "응!"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해 본 엄마는 결국엔 허락을 받지 못했나보다. 그래서 왠지 야자를 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전화를 끊으며 활짝 웃는 나를 보며 다희는 야자하는 게 뭐가 좋다며 퉁명스럽게 내게 말한다. "..그냥..뭔가 좋은데? 헤-헤. " "아, 짜증난다..이학년 때도 그렇게 하기 싫어서 안 했던 야자를..." "왜-에! 그래도 저녁급식도 나오잖아. " "아, 맞다!!!!!!" 우리학교는 특별하게 야자를 하는 이번 3학년에게 저녁급식도 제공을 한다는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다희도 나의 말을 듣고선 좋아라 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난 그런 다희를 보며 웃다가 주머니속에서 진동이 울리길래핸드폰을 꺼내 보았더니, ".......여..보세요? " [어디야. 지금 만나자. ] 아직도 화났는 지 낮은 목소리와 함께 지금 보자는 건아의 말. 간신히 불안했던 게 진정이 되었는 데 또 건아의 낮은 목소리 때문에 보자는 말 때문에. 다시 긴장을 하고 말았다. "..나 오늘부터 야자하는데..? " [언제 끝나.] "10시쯤?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 혹시나 아까 그 생각처럼 맞게 될까봐 건아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 말해보지만. [그럼 지금 니네학교 갈테니까 나와.] 건아는 이 말과 함께 끊어버렸다. 지금 우리학교를 온다고? 아, 그럼 또 건아를 어떻게 아냐며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학생들이 그럴지도 모르는데.. "어? 어디가?! " "나 잠시 건아 좀 만나고 올게. 혹시 감독선생님이 들어오시며 나 아프다고 말해주라. " "에? 알았어! 빨리 와! " "으-응! " 다희에게 일단 이렇게 말해놓은 뒤, 건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뒷뜰쪽으로 오라고. 뒷뜰로 먼저 도착한 나는 역시나 사람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벤츠에 앉아 건아가 오길만을 기다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점심시간에 건아에게 왜 권요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해버린걸까. ....진짜 헤어지자 라고 말하면 어쩌지.. 정 떨어졌으면 어쩌지.. "공윤해." 이런 저런 생각을 또 하고 또 반복해서 하고 있을 때쯤,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며 내 이름을 부르는 건아의 모습이 보였다. 난 벤츠에 앉아 있다가 건아의 모습에 벌떡 일어섰다. 건아는 어느 새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내 옆에 앉길래 난 아무말없이건아 따라 자리에 앉았다. "...저기..건아야! " "묻고 싶었어. " "...어? " "묻고 싶어서 도저히 못 참겠더라. 전화로 물어보기 싫어서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어. " 도대체 내게 뭘 물어보겠다는 거지... "...뭔데.." "공윤해. " 뭘 물어보는 걸까. 혹시 자기를 정말로 진심으로 좋아하냐는 질문을 할까. 그렇다면......난... "좋아하냐. " 정말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걸까. 아니.. 아니다.......... ....내 예상과 비슷할 뿐.... 다만, 그게 건아가 아니라는 게... ..... ................. ..... ............... "권요한, 좋아하냐? " 권요한을 좋아하냐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난 그만 당황한 나머지 멍한 표정으로 건아를 중시할 뿐이었다. 건아도 무표정으로 내가 대답을 하길 만을 기다리는 거 처럼 묵묵히 내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 뿐. "...하하...그게 무슨 소리야.. " "좋아하냐고. " "...내가..왜.." "니가 권요한 좋아해도 상관없어. " "...어? " 건아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권요한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상관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 "근데 나 절대로 안 보내줘. " "........." 건아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거 같다. 꼭 정말로 저 말처럼 날 어디론가 보내주지 않을 꺼 처럼 다짐이라도 하는 지. 의지의 굳은 표정. "...아니..야..나 권요한 안 좋아해. " "........." "그냥..화가 나서 그랬어. 그냥..아무 잘못도 없는데 차갑게 굴길래.." "........." "..오해했다면 미안해.." 나의 말에 조금씩 굳어있던 표정이 풀려지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그러지마. " "..응?" "내 앞에서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 "헤-헤, 알았어! " "....그럼, 나 간다. 야자 끝나면 전화해. 데리러 올게. " "아, 응!! 끝나면 전화할게! " 그렇게 간신히 건아는 기분이 풀린 체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건아가 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난 다시 벤츠에 털썩, 하고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후덜덜 했던 다리가 아까보다 진정이 되는 듯 잠잠해진 다리. ".....건아야.."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고 건아가 가던 길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건아의 이름을 불렀다. ..... ................ ... "....미안.."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 ................... 건아에게 미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건아가 내게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냐고 물어볼까 봐 뭐라고 대답할 지 생각을 해 봤는데. 근데 이 질문에는 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응-이라고 대답을 해야하는건데. 순간... .................... ...내가 정말로 건아를 좋아하는 건가... ........ .................... 하는 못 된 생각을 하고 말았다... 39편 "아-이제 정말 가을인가? 은근히 춥다. " "야자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 개학한 지 일주일이나 지난 상태. 그러므로 야자도 한 지가 일주일이나 지났다. "왜 오늘은 없나했네. " "...건아야!!!!!! " 야자가 끝나면 항상 10시쯤에 교문앞에서 벽에 기대어 담배 한 개를 피면서 기다리고 있는 건아가 있었다. 건아도 벌써 일주일째. 매일같이 내가 끝났다고 말하기 전에 교문앞에서 기다린다. 맨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가라고 했는데 대답도 없이 또 저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가라고 했잖아...매번 오는 거 피곤할 거 아니야. " "별로. " 말은 별로-라고 말하지만 얼굴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윤해야! 나 간다. " "혼자가도 괜찮겠어?? " "내가 한 두 번 혼자 가냐? 괜찮다! 월요일날 보자. 빠이. " "으-응. 조심해서 들어가! " 나와 건아를 쳐다보고 있던 다희는 이번에도 알아서 먼저 간다며 손을 흔들며 가버린다. 그리고 다희에 말 때문에 생각이 났다. 내일은 놀토라서 학교를 안 간다는 사실을. "내일 학교 안 가지? " "으-응. 왜? " 언제나 그랬듯이 손을 잡으며 우리 집으로 가는 중이다.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하자. " "데이트? " 갑작스레 내일 데이트를 하자는 건아의 말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 때 이후로 맨날 이렇게 만나기만 했지, 따로 만난 적이 없구나. 가뜩이나 그 때 이후로 전과 같이 건아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어졌다. "..뭐 그러지..." "이쁘게 하고 와. " "으-응! " "잠깐만, 얼굴 일로 가까이 와봐. "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데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와 보라는 건아의 말에 어리둥절하며 건아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더니 쪼-옥. 하고 내 입술에 뽀뽀를 한 건아. 그대로 몸이 굳고, 표정도 굳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건아를 쳐다보니 건아는 아무렇지 않게. "피식, 오늘은 집까지 못 데려다 주겠다. 가라. " 그리고 건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는 버스가 우리 앞에 스고 말았다. 건아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버스에 타고 말았다. 급한 마음에 일단 돈을 내고 뒤로 가 자리에 앉고 건아가 있는 쪽으로 창문을 열었다. "건아야!! " "내일 봐, 공윤해. " 그러더니 손을 흔들며 뒤돌아 가버리는 건아. 난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 "윤희야. 언니 어때? " "음. 괜찮은데? " "공윤희. 보고 좀 말해줄래? " 건아의 말대로 난 한 껏 이쁘게 준비하고 난 뒤, 이제 나오라는 건아의 말에 신발까지 다 신고 티비를 보고 있는 윤희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윤희는 보지도 않고 말했고 당연히 난 화가 나 다시 말했더니 그제서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3초간 쳐다보고서는. "응. 괜찮아. 그리고 갈 때는 문 닫고 나가줘....프하하하하하. " 고작 '괜찮아' 이 세 글자. 그리고 쓸 데 없는 말이 더 많았다. 난 괜히 윤희에게 말했다는 후회를 하며 문을 콰-앙 닫고서는 나왔다. 오랜만에 건아와 둘이서 데이트를 한다는 생각에 솔직히 조금은 긴장이 되며 기대를 하며 건아를 만나러 갔다. ...... ................... ...... ....................... "어...? " "같이 놀면 좋잖아. " 건아를 만났다. 그리고 또 올 사람이 있다고 말한 건아와 함께 커피숍에서 누굴까-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 한 예쁜여자가 들어왔다. 두리번거렸고, 그 뒤로 또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 한 남자. 먼저 들어 온 여자는 뒤에 있는 남자에게 상냥하게 웃더니 그 남자는 이 쪽으로 보고선 천천히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건아한테 많이 들었어요. " "..아..네. " "재밌게 놀아요. " "네-에.." 그렇게 해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우리 네 명. 나와 함께 앉은 건아와. 내게 생-긋 웃는 이 여자 옆에는 말없이 빨대로 장난치고 있는. "권요한! 내가 주스 가지고 그러지 말라고 몇 번말해! " 권요한이었다. 이 여자는 내게 상냥하게 말하던 말투 대신에 권요한에게는 아주 친근하게, 편안하게 권요한과 친하듯이 말한다. 나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 있는 이 두사람을 보게 되었다. "국기야, 우리 따로 놀자. " 권요한은 옆에 앉은 여자에게 국기-라는 이름을 부르며 따로 놀자고 말한다. "내가 국기라고 하지 말랬지?! 그리고 오랜만에 셋이 만났는데 같이 놀면 되지! " "셋이 아니라 넷이니까 그러는 거야. " 권요한의 말에 이 여자와 건아, 둘 다 나를 힐끔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느껴진다. 이 세 명은 나보다 훨씬 전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걸.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걸. 권요한은 내게 알려주었다. "뭐 어때! 넷이던 셋이던! " 여자의 말이 끝나자 건아는 조심스레 내 손을 잡는다. 스-윽, "아니에요. 제가 빠져드릴게요. 권요한이 불편해 하는 거 보니까. " "그냥 있어. " 내 손을 잡은 건아의 손을 스윽, 빼면서 자리에 일어나 말했다. 건아는 그냥 있으라며 다시 내 손을 잡았지만, 나도 모르게 권요한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럼 그냥 같이 놀자. " 권요한은 서 있는 나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나가버렸다. 뒤따라 여자도 따라 나갔고, 나와 건아만 남아 있는 상태. "..왜 말 안 해줬어? " "뭘. " "권요한도 같이 논다는 말했잖아. 그리고 저 여자는..." "권국희. 나랑은 친구일 뿐이고. " "......." 타-악, "권요한한테는 친구에서 애인으로. " 나의 손을 잡고 나가면서 말했다. 그 여자는 건아에게 친구일 뿐이지만, 권요한에게는 친구에서 애인이라고. 그러므로, 권요한의 여자친구라는 말이었다. "..........." 여자친구라고 내게 말해주지 않아서 씁쓸한 것일까. "..공윤해? 공윤해. " "..어?" "뭔 생각을 하는거야. " ".........." 아니면, 권요한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게 씁쓸한 것일까. ※ "왜 안 먹어? " "..그냥..속이 안 좋아서 헤. " 우리 네 명은 일단 밥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돈까스 집으로 왔다. 별로 밥 생각이 없던 나였지만 건아 때문에 돈까스를 시켰지만 왠지 속이 안 좋아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요? " 내 앞에서 나와 달리 맛있게 먹는 이 여자는 밥을 먹다 말고 내게 말을 건다. "공윤해에요. 권..국희 라고.." "어? 내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어쨌든 우리 동갑인데 말 놓고 친하게 지내자!" "응, 그래. " 이 여자, 아니. 국희는 내가 생각했던 거와 달리 활발하고 성격이 참 밝은 아이였다. 여성스러운 외모와 청순한 이미지인데. 성격은 그와 달랐다. 그리고 문뜩, 처음 본 권요한을 떠오르게 되었다. "에이, 맛대가리 하나도 없네. " "권요한,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어째 못 보던 사이에 많이 변했냐? " "내가 뭐. 너 자꾸 오빠한테 그럴래? 죽을라고. " "오빠는 개뿔. " 권요한과 국희를 보니 왠지 예전에 나와 권요한을 보는 것만 같았다. 퉁명스럽게 따지는 나의 말에 권요한은 천덕스럽게 오빠-라는 말을 붙이면 넘어가고 했는데. "약이라도 사다줄까? 속 많이 안 좋아? " "응? 아니야. 괜찮아. " 한 참 저 두 사람을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건아는 어느 새 밥을 마저 먹지 않은 채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마저 안 먹어? " "니가 속이 안 좋다는데 내가 밥이 넘어가겠냐. " "괜찮아. 그러니까 그냥 먹어. " "됐어 별로 먹고 싶지도 않아. " "그럼 우리는 그만 일어날까? 배도 채웠으니 노래방이나 갈까? "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국희의 말대로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가는 내내 건아와 내 앞에 가던 국희와 권요한은 티격티격 싸우며 가지만 그 모습이 난 내내 씁쓸할 뿐이었다. . . . . . "얼마만에 불러보는 거냐! " "노래방 잘 안 나와? " "아니! 어제 갔을 걸? 그럼 나 먼저 한 곡! " 그렇게 제일 먼저 국희가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는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의 노래를 감상할 뿐이었다. "너 하나뿐이라고 나 생각하던..지난 기억 잊어버렸다고." 평소 말할 때에는 앙칼진 목소리를 어디에 갔는 가. 노래를 부르니 전혀 평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국희는 꽤 가수 뺨칠 만큼 노래 실력이 끝내주었다. 그렇게 국희의 노래가 끝났고, 혼자 신이 난 국희는 계속해서 예약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저 국희를 보고 있는 나와 건아. 그리고 마주편에 앉아서 멀뚱히 국희를 쳐다보다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권요한까지. "..하, 연속으로 노래 부르니까 너무 힘들다. 이제는 니네가 좀 불러봐." 한 7곡이나 연속으로 부른 국희는 결국에 지쳐 자리에 앉으며 우리를 향해 마이크를 건낸다. 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돌렸고, 건아도 별로-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럼! 권요한 니가 불러봐. " "싫어. 남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제일 싫어. " "우리 남이냐! " "그럼 여냐! " "재미없는 놈...됐다, 됐어! 나 혼자 다 부르면 된다! " 그러더니 결국엔 다시 일어나 자연스럽게 번호를 누르더니 반주와 함께 또 다시 노래를 부르는 국희. 난 국희를 쳐다보고 있다가 마주편에 있는 권요한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휙, 하고 권요한의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 ........................ "아..목아프다. 기달려봐. 나 음료수 좀 사올게. " "내꺼도. " "니꺼 사 올테니까 니 부르고 있어. " "싫어, 안 먹으면 돼." "맘대로 해! " 달칵, 그나마 국희 때문에 분위기 안 어색했는데 국희가 음료수를 사기 위해 이 방에서 나가버린 바람에 우리 셋이 남게 되었다. 어색해져버린 이 분위기. 건아도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뭐, 나도 할 말이 없고. 그저 권요한은 계속 핸드폰만 만지작 할 뿐. "이건아, 노래 불러봐. " "니가 불러. " 권요한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폴더를 닫고서는 건아를 향해 노래를 부르라고 마이크를 건내주지만 그걸 단호하게 거절해버린 건아. 괜히 내가 머쓱해지고 뻘쭘해졌다. 니가 부르라는 건아의 말에 권요한은 건아를 한 참이나 보고 있다가 씨익, 웃더니. "니가 부르라고 했으니까 부른다. " 그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번호를 꾹꾹 누른다. 처음으로 듣는 권요한의 노래. 권요한과 몇 번 노래방에 왔지만 그 때마다 권요한의 노래를 듣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권요한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관심 없는 척 하며 권요한에게 시선을 돌리고 점점 나오는 반주와 함께 마이크를 들고 있는 권요한을. 난 뚫어져라, 권요한과 눈이 마주치며 계속 바라만 보았다. "한 사람을 다 잊는다는 게 지워낸다는 게 이토록 힘든건지. 처음부터 나 잊을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는건데 마음 주는건데..." 낮은 반주와 함께 화날 때가 아닌 권요한의 저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노래와 권요한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래서 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권요한을 쳐다보며, 이 노래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옆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아를 잊은 체. "얼마나 울어야 되나요. 얼마나 아파야 하나요. 지금도 숨 쉴 때마다 그리워서. 죽는 것보다 더 아픈데... 잊으려 가슴을 다 써도 보내려 눈물을 다 써도 사랑이 잊는다고 잊혀지나요. 이별에 다만 익숙해질 뿐." 그 때 전화 이후로 일주일만에 보게 된 권요한이었다. 전처럼 매일 볼 수 없는 권요한은 요즘따라 더 그리워졌다. "그대는 괜찮은 건가요. 또 다른 사랑을 하나요. 난 아직 혹시 그대가 찾을까 봐 한 걸음 조차 못 떼는데.. 잊으려 가슴을 다 써도 보내려 눈물을 다 써도 사랑이 잊는다고 잊혀지나요. 이별에 다만 익숙해질 뿐 다 버리지겠죠 언젠가 지워지겠죠 살다보면..." 나의 시선이 피하지 않으며 계속 나를 쳐다보며 부르고 있는 권요한. 권요한을 보며 노래의 가사말이 내 귀에 잘 들어왔다. 권요한의 심정이라도 말하는 것만 같아서.. 무표정도 아닌, 웃는 표정도 아닌, 화난 표정도 아닌.. "가슴은 막을 수 있지만...눈물은 참을 수 있지만. " ... ........ 슬픈 표정으로... ".........사랑이 멈춘다고 멈춰지나요." '사랑을 잊기 위해 이렇게 숨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슬픔에 다만 무뎌져 갈 뿐....." 갑자기 물어보기 싶었다. 저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며, "세월에 다만 무너져 갈 뿐..." ..... .................... ..... ................................ 왜 내게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는 지... ※ "왜 그래? " "...응? " "아까부터 멍하잖아. " 노래방에서 나온 우리 둘. 권요한의 노래가 끝나자 건아는 내 손을 붙잡고 나와 시내를 걷고 있다. 갑작스레 나오게 되서 그런 지 몰라도 멍하니 걸어가는 나를 보며 말을 걸어주는 건아. "건아야..." "왜." "나..오늘 이만 갈게. " "데려다줄게. " "아니..오늘은 그냥 혼자 가고 싶어. " 나의 말에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는 건아. 그래서 난 말해주었다. "..걱정마, 있다가 전화할게. " 왠지 불안해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써 웃으며 말했다. ........ .............................. ..... ......... 터벅터벅... 터벅터벅... 머릿속이 왜 이렇게 복잡한걸까. 그래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건 권요한의 표정이었다. 밝지 않았지만, 권요한의 그런 표정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신호가는 중. 난 무작정 권요한이라고 생각되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받지 않는 전화. 신호만 갈 뿐, 받지 않는다. 달칵, 포기하고 닫을 때쯤, 달칵 하고 누군가가 받는 소리가 들렸다. 숨을 숨이며 가던 발을 멈추며 상대방의 말이 나올 때까지 난 그냥 묵묵히 기다렸다. "........." [..........] "......." [.......왜 전화했어.] 나를 알고 있다듯이 말한다. 그래서 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 [...왜 전화했어, 공윤해.] "...권요한..." [........] "..나쁜자식...." 권요한 이라는 걸 아는 순간 울컥버리는 나. 그 때 그 문자.. -잘 지내고 있냐- ...이 문자를 권요한이 보냈다는 생각에 울컥해버렸다. [...왜..] "사람 갖고 노니까 재밌냐? 어? 왜 이렇게 사람이 나뻐? " [내가 뭘 했다고.] "말은 진짜 못되게 굴면서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거냐고! 모르겠잖아! 니 마음을 모르겠잖아! " 사람 주변 신경 안 썼다. 지나가는 사람, 핸드폰 붙잡으며 울고 있는 나를 보면서 욕을 해도 상관없다. 전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니까. 지금 상황은. [.....] "왜그래...예전처럼 웃으면서 지내면 안 되는거야? 정말로 예전의 권요한을 잊어야 하냐고..." [.......]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나의 속마음을 다 말하게 되버렸다. 저번에 하지 못했던 그 뒤 말을 다 하는 거 마냥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핸드폰을 붙잡고 울면서 권요한에게 말하게 되었다. "말 좀 해봐...응? 정말로...우리 다시 친하게 못 지내는거야..? 예전의 권요한을 잊어야만 하냐고..." [.....공윤해.] "......." [내가 너에게 편하게 대할 수 있을 때....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편한 친구사이로 대할 수 있을 때.] ....... ................... ....... [그 때...말해줄게. 내가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 지..] "...뭔데.." [늦었다. 얼른 집에 들어가라.] "........" [길거리에서 혼자 울지말고. 끊는다.] 뚜욱... ....길거리에서 혼자 울지말고. 두리번-두리번. 분명 그 근처에 권요한이 있는 게 분명하다. 내가 길거리에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 분명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핸드폰의 폴더를 닫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권요한의 뒷모습이라도 찾기위해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 ................... ...... "...권....권...권요한!!!!!!!!! " 역시나 조금만 움직이다보니 권요한의 뒷모습이 보였다. 난 권요한의 이름을 불렀고, 나의 부름에 우뚝-서버린 권요한. 그리고 내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무표정이었던 권요한의 표정이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가며 해맑게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래서 아까 멈추었던 눈물이 또 다시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말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 멀리 있는 권요한에게 말했다. "권요한!!!!!!!!!!!! " "........" "나 절대로 예전의 권요한 안 잊을꺼야!! 니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꺼야! 내가 그럴 수 있게 만들꺼야! 그러니까......" ".........." 난 권요한의 예전 모습이 그리웠던 것일 수도 있었고, "...예전에 했던 너와 추억들... 잊게 하지마.." 휙, 돌아서버린 권요한은 내게 손을 흔들어주며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난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저 멀리 있는 권요한이 들을 수 있게 소리를 질렸다. "권요한!!!!!!!!!!!!!!!!! " ..... .................... .... "..............보고싶었어!!!!!!!!!!!! "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권요한이라도 보고싶어했던 것이었다. 40편 "아주 눈탱이 방탱이고만. " "........ " "도대체 어제 무슨 있길래 오자마자 펑펑 울었어? "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나는 집에 들어와서도 펑펑 울고 말았다. 그러는 바람에 지금 이렇게 눈이 붓고 말았다. 어제의 나를 본 윤희는 왜 그러냐며 옆에서 계속 꼬치꼬치 물어보지만 별로 대답하기도 싫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치, 걱정해줘도 그러네! " "윤희야. 내 방에서 핸드폰 좀 갖다 줘. " "말해줄꺼야? 그러면 갖다 줄게. " "됐다, 됐어! " "알았어! 갖다주면 되잖아! " 투덜투덜 되면서도 내 방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갖다 준 윤희. 난 핸드폰을 받자마자 어제 전화하지 못한 건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응.] "잤어? " [어, 왜.] "아니야! 나중에 전화할게! " 전화를 해보니 자고 있었던 건아. 그래서 끊으려고 했지만 끊지 말라는 건아의 말에 난 끊지 않은 채 다시 핸드폰을 귀에다가 갔다 됐다. [왜 전화했는데.] "아니..어제 전화 못해서. 혹시나 내 걱정이라도 했을까 봐. " [..아. 지금 전화한 거 보니까 집에 잘 들어갔나 보네.] "....응. " [그럼 됐어, 있다가 전화할게.] 그러고는 끊겨버린 전화. "...뭐야? 언니 건아오빠랑 싸웠어? " "싸우기는 뭘 싸워! " 옆에서 통화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시무룩 해진 나의 표정을 본 윤희는 싸웠냐며 물어본다. 싸운 건 아니었지만 왠지 싸운 분위기인 거 같아서 오히려 화를 냈다. "..씨.." 윤희를 한 번 째려본 다음에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연히 그 궁금했던 번호가 권요한였으니 그 번호를 저장하고 문자를 보냈다. - 권요한 뭐해! - 예전처럼 문자를 했다. 어제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 . . . "아씨! 왜 문자를 씹냐고!!!! " "건아오빠랑 크게 싸웠구먼? 문자를 50개 씹는 거보니까. " "건아랑 안 싸웠거든? 그리고 50개 아니거든! 10개거든! " 권요한에게 문자를 벌써 10통이나 보내지만 권요한에게는 문자 한 통이 오지 않았다. 분명 어제 그렇게 울면서 말했거만 들어주지도 않네. 신호가는 중. ..... .............. "아씨!! 왜 전화도 안 받는거야!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제 언니 건아오빠랑 깨진다. " "공윤희. 조용히 해라. " "치-." 난 권요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화가 나 소리를 질렀다. 그걸 본 윤희는 내가 권요한에게 한지를 모르니 아까부터 계속 건아랑 깨진다며 이상하게 초를 치는 말만 골라서 한다. 그러는 바람에 화가 나버린 난 정말로 화난 목소리로 윤희에게 말하니 윤희도 그제서야 자기가 너무 심했다는 걸 알았는지 눈치껏 자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권요한..진짜 나쁜새끼...." [내가 너에게 편하게 대할 수 있을 때....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편한 친구사이로 대할 수 있을 때.] 도대체 왜 날 예전처럼 대하지 못하겠다는거야.. 어제 했던 권요한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며 분석을 하고 있을 때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 난 혹시나 권요한일까 하는 생각에 얼른 액정안을 들려다 보았지만 전혀 권요한이 아닌, 윤다희. "...왜. " [전혀 내 전화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인데? 끊을까?] "아냐! 그냥..하하하..왜 전화했어? " [심심해서 전화했다! 목소리 왜 그러냐. 왜 이렇게 우울한 목소리여.] "권요한때문에. " [걔는 또 왜?]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그 다음으로. "..그리고 날 예전처럼 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달려달라고 했나? 어쨋든 지금은 날 예전처럼 대할 수 없대. " 아까부터 고민했던 이 말. 그래서 다희에게 말했더니 다희는 그걸 듣자마자. [공윤해!!!!! 지금 당장 우리집으로 와!] "..어? 왜?!" [이 이야기는 얼굴보고 얘기를 해야할꺼 같애.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무슨..말이야? 느낌이 안 좋다니? " 갑작스레 다급한 목소리로 자기네 집으로 오라는 다희의 말에 난 놀라고 말았다. 그보다 느낌이 안 좋다는 다희의 말에 불안한 마음에 알았다며 대충 씻고 옷입은 뒤, 밥도 안 먹고 다희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 "다희야! " "왔어? 먹을래? " 다희네 집으로 들어오니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며 짜장면을 먹고 있는 아까와 다른 다희의 모습이 보였다. 난 다희를 보자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보았지만 전혀 다희는 내 표정을 신경쓰지 않은 체 먹을래? 하며 짜장면 그릇을 내민다. 그걸 무시하며 다희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도대체 느낌이 안 좋다니? " "기달려봐. 이거 마저 보고, 이거 좀 먹을래? " "윤다희! 니가 얼른 오라고 했잖아! " "알았다, 알았어! " 결국엔 소리를 지르는 나의 모습에 다희도 알았다며 먹고 있던 짜장면 그릇을 내려놓고 보고 있던 티비까지 꺼버렸다. 그리고 짜장면 양념이 묻은 입가를 닦으고 난 뒤, 내 쪽으로 휙 고개를 돌리며 아까와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다희. 그러는 바람에 느낌이 안 좋다는 다희의 말이 생각이 나서 또 다시 긴장과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느낌이 안 좋다는거야? " "윤해야. " "응." 심각한 목소리로 심각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다희. 난 침이 꼴딱꼴딱 삼키며 다희의 말을 기다렸다. "...너." "뭔데? 어? " "이건아 정말 좋아해? 진심으로? " 갑작스레 심각한 표정과 심각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저 질문이었다. 그래서 난 당황스레 헛웃음만 나왔지만, 이내 너무 심각한 표정인 다희 때문에 웃음이 멈추며. "..당연..한거 아니야? " "근데... " "..어? " ..... ................. ... "내 생각에는 권요한이 니 좋아하는 거 같은데? " ...어? "그게 무슨 소리야. 권요한이 날 좋아하다니. " "아니, 예전처럼 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달려달라며! 그러면 지금은 예전과 달리 이성의 감정을 느낀다는 거잖아! " "좋아한다고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 사람이 어딨어! " "답답아!!! 이건아가 너 좋아하니까 그렇지! " "..........." "내 생각에는 이건아가 너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거 같애. 너 잊을려고 일부러 정 땔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잖아. 솔직히 난 걔 보면서 살짝 의심가는데. 정말..그럴 줄이야.. " 다희의 말에 멍해져버린 나.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며 괜히 폭소를 하며 말했다. "푸하하하하. 걔가 날 왜 좋아하냐! 하하하하.. " "좋아할 수 도 있는거지. 아-가만히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좋아했던 거 일 수도 있겠네. " 처음부터라니? "아니 생각을 해봐. 처음에 걔 어떻게 만났어? 장난전화 때문에 만났지? 그..뭐지..말복인가 말숙인가..어쨋든 자꾸만 걔가 너라고 그랬는데 니가 아니라고 말해도 자꾸만 너 만나러 오고 그랬잖아. 연락도 하고, 그러다가 너랑 쫌 친하니까 말숙이? 그 이름은 안 꺼내고. " 꽤나 논리적으로 말하는 다희의 말을 곰곰히 들으며 권요한과 처음에 만났던 게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어느 날부터 말순이라고 안 불렀던 거 같아. 그리고.... "그리고 얘기도 들어보니까 너 좋아하는 거 같더만." "듣다니? 뭘? " "내가 옥바다랑 쫌 친해졌잖아? 그래서 어쩌다보니까 니네 둘 얘기 나오면 옥바다 발끈하면서 니 욕해." "날 왜 욕해?" "어떻게 권요한이 버리냐며 나쁜 기집얘라고 욕하던데? 뭐, 장난인 거 같기도 하지만. " "......다희야. " "어-? 왜? " "나 잠시 자고 가도 될까? " "..뭐..맘대로. " 다희에게 말한 뒤, 다희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며 아까 다희가 했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권요한과 처음에 만났던 그 순간도 함께 떠오르며. 그렇게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난 잠을 청했다. . . . . . "윤해야, 공윤해! " "..음...왜.." "일어나! 벌써 저녁이다. 가시나야. " 다희방에서 자다보니 어느 새 조금씩 어두워진 밖. 난 다희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부비고 있는데. "너 잠 한 숨도 못 잤어? 아까부터 몇 번이나 전화 왔는데 그걸 못 듣냐. " "..아 정말? " 다희의 말에 옆에다가 놔둔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부재중전화가 엄청나게 와 있었다. 확인해보니, 역시나 아까전에 전화를 하겠다는 건아의 전화들이었다. "아..나 이만 가봐야겠다. 내일 학교에서 봐.. "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아까 내가 했던 말들 그냥 잊어버려. 내 생각이니까. " "으-응. 내일 봐. " 다희네 집에서 나오면서 건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한 일인가, 내 전화라도 기다렸는 지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달칵, 하고 받는 소리가 들렸다. [공윤해, 왜 전화 안 받아.] "아..자고 있어서.." 받자마자 왠지 화난 목소리로 말하는 건아의 말에 주눅이 들고 만 나. [........] "..여보세요? " [걱정했잖아. 하도 전화 안 받길래.] "......" 그래. 건아는 그런 아이이다. 항상 나를 걱정해주며 날 아껴준다는 걸 잠시 잊고 말았다. "..미안.." [됐어..지금 뭐해? 그럼.] "아, 집에 가는 중이야. " [집에 가는 중이라니? 어디서 잤는데.] 건아가 오해하게 만들어버린 말. 아까는 잤다고 했는데 지금은 집에 가는 중이라며 오해할 만한 말이었다. "아, 다희네 갔는데 피곤해서 다희네에서 자고 왔어. " [걔네 집을 왜 갔어.] "...그냥 할 얘기도 있길래.. " [뭔 얘기.] "....그냥..." [...그럼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하면 전화나 문자해.] "..응." 요즘에 건아를 많이 화나게 만들거나 오해를 할 만한 일이 자꾸만 일어난다. 그래서 인지 건아와 자꾸 서먹해지고 어색해지고, 그리고 뭐든지 내가 잘못을 한거 마냥 건아의 화난 목소리를 듣기만 하면 난 주눅이 들고 만다. 그렇게 난 또 다시 풀이 죽은 어깨로 집으로 가는 중. 말동무도 없고, 혼자가기 너무 심심해 핸드폰을 만지작하다가 아직도 연락 한 통이 없는 권요한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러다가 문뜩, 낮에 말했던 다희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내 생각에는 권요한이 니 좋아하는 거 같은데? ' 말도안돼.. 권요한이 날 좋아할 만한 이유가 없잖아.. - 권요한 계속 문자 씹을꺼냐! - 난 다희가 말했던 그 말을 잊기위해 고개를 절래절래-한 뒤, 권요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답장을 기다리는 건 그냥 포기하지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속에 넣으려고 하자, 짧은 진동이 울리고 말았다. - 응 - 아주 짧은 답장. 응, 이라는 단호한 말로 권요한의 답장이 왔다. 당연히 난 여기서 물러서지 못하겠다는 심보로 다시 문자를 보냈다. - 씹으면 죽을 줄 알어! - - 응 죽여 - 그렇게 내 문자에 답장을 안 올꺼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과 달리 또 다시 답장은 빨리 왔지만 그 문자 내용도 아까와 똑같이 단호가 허탈한 말뿐이었다. "이런 얘가 날 좋아한다고? 역시 말도 안 되는거였어. " - 짜증나 권요한 ㅗ - - 응ㅗ - 그래도 집에 가는 길은 그다지 심심하지는 않았다. 문자를 씹을 줄 알았던 권요한과 문자를 하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권요한의 문자 내용이 '응' 이런 거 뿐이였지만. 41편 "지겹다. 지겨워. " "뭐가? " "매일같이 학교와서 공부하는 거 말이야. " 허무하게 보내버린 일요일이 지나 오늘부터 학생신분으로 돌아와 공부를 해야만 했다. 점심시간에 다희와 함께 오늘따라 더 날씨가 좋아 한결 시원해진 바람과 함께 쉬고 있는 중이다. 다희는 그저 학교에 와 공부를 하는 게 실증이 나고 따분한 지 아까부터 내내 저런 말밖에 안 한다. 난 그저 그런 다희를 보다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내년이면 그리울꺼야. " "뭐가 그립냐! " "왜-에. 이제는 교복도 다시 못 입고 점심시간에 너랑 이렇게 얘기도 못 할테고, 그리울걸? " "난 하나도 안 그립다! " "치,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솔직히 그리울꺼 아니야? 안그래? " "조용히 해. 나 낮잠 잘꺼야. " 그러면서 앉은 채로 눈을 감아버린 다희. 난 그런 다희를 보며 풉, 웃다가 아까 보다 만 하늘을 다시 보았다. 하늘을 보다가 정면을 바라보며 교문쪽으로 시선이 갔는데. "..어? " "왜? " 나의 소리에 눈을 감고 있던 다희는 왜냐며 내게 물어보았다. 다희에게 말을 해줄려고 했지만 확실하지 않아 그냥 묵묵히 계속 보다가 교문에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여자는 해맑게 웃으며 내가 손짓을 하며 이 쪽으로 천천히 뛰어오는데. "저 여자 누구야? " "한국희.." "한국희? 걔가 누군데? 니 언제 저런 친구 만들었냐. 나몰래. " 그렇다. 교문에 있던 야리따운 모습으로 두리번 거리는 여자는 전에 봤던 권요한의 여자친구...국희였다. 누구냐는 다희의 물음에 난 간단히 한국희라고 이름을 말했고, 국희가 이 쪽으로 다 왔을 때쯤. 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옆에 있는 다희만 들을 수 있게 조용히 말했다. "........권요한 여자친구. " "..머?!!!! " 역시나 나의 말을 들은 다희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국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 "왜긴! 너 만나러 왔지! " 국희에게 어쩐 일이냐며 물어봤더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놀라고 말았다. 그저 나를 향해 웃어주는 국희가 마냥 이뻐보이기만 했다. "흠, 윤해야. 누구야? " 자리에 앉아 있던 다희는 이내 내 쪽으로 걸어와 헛기침과 함께 다시 내게 물어보았다. 난 그런 다희를 보며 피식, 웃고서는 국희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국희야. 얘는 내 오랜 친구 한다희. 그리고 여기는...." "한다희? 오, 내 이름이랑 뭔가 비슷한데? 다희야? 프핫, 난 윤해 친구 한국희! " 국희는 내가 소개하기 전에 다희에게 악수를 청하며 내 친구라는 말과 함께 이름을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가운데만 빼고 성과 희가 같네. 왜 죄다 내 주변은 다희, 윤희, 국희 인거지.. "아 국희. 그래, 안-녕. " "응! 윤해야, 너 언제 끝나? 오늘 나랑 놀자. " "어? 나? 오늘 야자하는 날이라서 늦게 끝나는데.." "안돼! 오늘만큼은 빠져! " "..에..? 근데..왜 갑자기.." 솔직히 그 때 한 번보고 그다지 말은 주고 받지 않았지만 이렇게 학교까지 찾아와 놀자고 하는 국희 때문에 살짝 이상하다는 의문점도 들곤 했다. 나의 물음에 아차차차, 하며 무슨 말을 빼먹었다는 말과 함께 다시 내게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사실 나 오늘 다시 일본으로 가야 하거든! 오랜만에 왔는데 여자얘 친구랑 놀고 싶은데 연락 되는 친구도 없길래.. 그래서 제일 최근에 만난 너! 뭐, 그거 때문은 아니지만 그냥 한 번 둘이서 놀고 싶어! " "아...근데 학교는 어떻게.." "권요한한테 물어봤지! 끝까지 안 알려주는데 내가 고집이 세서 알았지롱. " "아...." 근데 국희가 다시 일본으로 가야 한다며..그럼 권요한은? "있잖아..그럼 권요한은 어떡해? " "어? 권요한이가 왜? " "아니..권요한 외로울 꺼 아니야..너 없으면. " "무슨 소리! 나 없어도 그 자식은 잘 지내. 저번에 만나 것도 2년만에 만나는 거였어. 근데 잘 지내냐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놈이야! " 2년만에? 왠지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저기..권요한이랑 사.." "어? 종쳤다. 윤해야 들어가자. 국희야, 우리는 나중에 보자구나. " 국희에게 물어보려고 하다가 마침 종이 치는 바람에 교실로 가야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그래 다희야! 다음에는 셋이 놀자! 오늘은 윤해랑 놀고! " "국희야! 내가 오늘 야자 뺄테니까 6시까지만 기달려줘! " "6시? 오케이! 그 때 다시 올게! " 있다가 다시 물어보기 위해 야자를 빼고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일본에 다시 가야한다며 어쩌면 이게 마지막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 ※ "너까지 혼나면 어쩔려고? " "뭐 어때. 너도 없는데 나 혼자 교실에서 공부나 하라고? 싫다. 집에가서 쳐 잘랜다. " 선생님 몰래 야자를 빠져 나온 나. 거기다 다희도 내가 없다며 집에 가겠다며 같이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 "그럼 내일 봐! " "그래. 내일 보자. " 다희와 헤어지고 교문에서 만나기로 한 국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쪽에서 걸어오는 국희가 보였다. 난 국희에게 손을 흔들며 국희 쪽으로 뛰어갔다. "많이 기다렸어?! 빨리 올려고 했는데 자꾸 권요한이 너 만나지 말라고 해서.." "권요한이 나 만나지말래? " "응!! 그 자식 분명 내가 너한테 약점이라도 말할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걸꺼야. 헤, 가자! " "아, 근데 어디가? " "어디가긴..놀러! 아..그나저나 너 옷 갈아입어야 하지 않을까? " 그러고보니 난 교복차림이지. 국희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며 국희는 씨익, 웃더니 내게 팔짱을 낀다. "내가 잘 아는 옷가게 있는데 거기 가자. 짱 이뻐. " 그러면서 무작정 나를 끌고 가는 국희. 그것보다 옷가게를 간다며 분명 옷을 사야되는 상황이잖아? 돈 없는데... . . . . . "어때? 여기 짱 이쁘지? 언니, 나왔어! " "어? 오늘 간다면서? " "밤에! 친구랑 쫌 놀다가 갈려고. " 국희의 손에 이끌려 온 옷가게를 보고서는 딱 알 수 있었다. 국희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여기서 샀다는 걸. 왠지 딱 봐도 비싼 보이는 옷들이 많아보였다. "아, 친구? " "응! 귀엽게 생겼지? 그리고 짱 착해. " ..이런 민망할 때가... "별로 이쁜 옷은 없지만 한 번 골라봐요." "네-에?! 아..네.." 갑작스레 내게 물어보는 이 여자. 국희가 자꾸 언니라고 부르는 거 보니까 아마도 여기 직원이던가, 사장? 으로 추측된다. 어쨋든 옷을 골라보라는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게 네, 라고 대답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국희를 힐끔 쳐다봤지만 전혀 이미 옷에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윤해야 일로와 봐! 이 옷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 이 옷이 어디서 봐서 나한테 어울려.. 검은색 호피는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고.. "기달려봐! 내가 너한테 짱 어울리는 옷 골라가지고 올게! " 그러면서 이 자리에 나를 냅두고 넓은 이 가게에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옷을 골라오겠다는 국희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아. 돈이 얼마있지? " 그러다가 문뜩 떠오른 돈 생각. 얼른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확인을 해본 결과. "..2만원..." 이거가지고는 택도 없어보이는데 어쩌지.. 국희가 사라고 하기전에 돈 없다고 말해야겠다. "윤해야!!!! " 내 이름을 부르며 이 쪽으로 달려오는 국희. 그리고 손에는 세련되 보이는 원피스가 있었다. "저기..국희야. " "이거 입어봐! 이거 진짜 딱 너한테 어울릴 꺼 같아. " "..어? " "얼른 가서 입어 봐! 얼른 얼른! " 그러면서 앉아 있던 나의 손을 붙잡고서는 무작정 탈의실로 밀어버리는 국희. 그리고 내 한 쪽에 국희가 가지고 왔던 그 옷을 넘겨주었다. 결국엔 한 쪽에 옷을 받고 탈의실로 오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손에 들고 있는 옷을 보니 왠지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고, 에이,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입고 있던 교복을 벗고선 원피스를 입고 말았다.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단 말이야? 진짜 짱 이뻐! " "..괜찮아? " 결국엔 입고 5분간 망설이다가 밖에서 얼른 나오라는 국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 옷을 입고선 나오게 되었다. 뻘쭘하게 나오자 나를 본 국희는 이쁘다며 손뼉을 치며 딱! 이라는 말과 함께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난 칭찬만 하는 국희의 말에 쑥쓰러워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그 때 생각난 이 옷의 가격. 얼른 사라고 하기전에 빨리 벗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해? " "..어? 갈아입게..." "왜! 그거 입고 놀아야지! " "무슨소리! 교복입고 놀려면 불편해! 그러니까 그거 입고 가자. " 그러면서 무작정 내 가방을 들고서는 나에게 팔짱을 낀다. 난 어리둥절하며 국희의 손에 이끌려 문 앞까지 이내 이상하다는 걸 느껴 조심스레 국희에게 물어보았다. 이 옷을 산 지도 않았는데 그냥 무작정 입고 나가도 되냐고. 그랬더니 국희는 한 참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나에게 팔짱을 끼며. 말한다. 해맑에 웃는다. 그 순간, 누군가가 떠올랐지만 이내 누군지는 몰랐다. "선물! 내 선물이니까 입어야 된다? " ※ "어때? 저 남자? " "...국희야. " "응? 왜 별로야? 하긴, 키만 크지 얼굴은 못 생겼어. "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어느 한 분위기가 있는 카페에 들어와 밖이 다 보이는 창가쪽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래. 난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국희를 쳐다보고. 국희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이 남자, 저 남자. 괜찮냐며 물어보기에 바빴다. "국희야. " "응? 왜? " "지금 뭐하는 거야? " "뭐하긴. 일본 가기전에 한국남자랑 일일동안 사겨볼라고. " 엥? 그건 또 무슨 소리? 일본가기전에 남자를 사귀다니? 9시면 갈 얘가 그 전에 사귀다니? 아니! 그것도....사겨? 권요한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랑 사귄다고? "한국희! " "아,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 갑자기 발끈해버리는 나는 무턱대고 국희의 이름을 큰 소리를 불렀다. 그러는 바람에 그 주변에 있는 카페에 있던 사람 뿐만 아니라. 앞에 있던 국희도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그러는 바람에 당황한 나는 어색하게 웃고서는 다시 심각한 얼굴로 국희에게 말했다. "남자를 사귀다니? 너무한 거아니야? " "뭐가 너무해? " "권요한 버리고 다시 일본으로 간다는 말에 난 솔직히 화났어. 아니, 그것보다 2년만에 여기 들어왔다는 소리에도 화났고. 근데 지금도 화나. 왠 줄 알어? 불쌍한 권요한 냅두고 다른 남자를 또 사귀다니? 너무한거 아니야? 권요한이 상처 받을 생각은 안 해본거야? " ".........윤해야.." 난 왠지 모르게 흥분을 하는 바람에 국희가 한마디도 못하게 내 말을 계속 말했고, 내 말이 끝나자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국희. 그러는 바람에 괜히 뻘쭘해지는 나는 헛기침을 하며 괜히 나섰다는-생각이 들고 말았다. 앞에 있는 쥬스를 한 모금을 마쉬고, 다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국희를 힐끔 쳐다보니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푸하하하하하, 하며 박장대소를 하는 국희. 그러는 바람에 난 당황하고 말았다. "푸하하하하하...아 웃겨! 공윤해. 진짜 웃기다. " "..왜..왜! " "푸하하하..설마 나랑 권요한이랑 이러쿵 저러쿵? 그런 사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 저건 또 무슨 말이지.. "..뭐..야? 표정을 보니까 그렇게 생각한거야?! " "........." "누가 그래? 푸하하. 나랑 권요한이랑 사귄다고. " ".......건..아가. " 분명 그 때. 분명 권요한의 여자친구라고 말했는데... "이건아가? 걔가 왜? 아니야! 무슨 내가 권요한 여자친구야! 전혀! " "..............." 그럼..건아가 왜 거짓말을 한거지? '권요한한테는 친구에서 애인으로. ' "참 걔도 이상하네. 누구한테도 그런 뻥을 안 치던 놈이 왜 너한테는 했을까? " ".............." "아아. 나랑 권요한이랑 이복남매야. " "...이복남매? " "응. 권요한의 아빠가 나의 새아빠. 우리엄마가 권요한테는 새엄마. " 그리고 그렇게 국희 입으로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권요한과는 연인사이가 아닌 이복남매라는 사이. 라는 걸.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래서 난 건아의 그런 거짓말에 당연히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푸하하..그래서 아까 그렇게 화내던 거야? 내가 권요한 냅두고 바람피니까? " "........몰라.." "푸하하하하하....아...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 "..뭐? " 갑자기 웃더니 웃는 걸 멈추고서는 살짝 미소만 지은 채로 물어볼게 있다며 물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난 살짝 긴장하며 물어보았다. 그리고 국희가 물어보는 건 뭘까, 하며 얼른 말해주길 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대체 뭘 물어보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그렇게 박장대소를 하며 웃더니, 웃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길래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 걸까. "...있잖아. " "..응." 그리고 드디어 국희의 입에서 있잖아, 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긴장이 된다. 무슨 질문일까. 도대체 뭘 물어보고 싶은걸까. 그럼, 난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이건아가 좋아? " "........" 순간, 국희의 작은 미소마저 없는 그 순간. 그 질문과 함께 심장이 빨라졌다. "아니면, 권요한이 좋아? " 42편 "나 이제 갈게! 연락 자주 할게 잘 지내! " "응. 잘가! 조심히 가고! " "으-응!!!!!! 그리고 오늘 정말 덕분에 즐거웠어! " "...응! 잘가 국희야!! " 그렇게 택시를 타고선 휙, 하고 저 멀리 가버린 국희.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랐던 국희와의 짧은 시간이 아깝기만 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더 일찍 친해졌더라면 다희와 함께 같이 놀고 그랬을텐데..참 국희는 다희만큼 좋은 아이인 거 같다. 국희가 타고 가버린 택시를 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씁쓸하게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 문뜩, 아까가 생각이 난다. '이건아가 좋아?' '.........' '아니면, 권요한이 좋아? ' 국희의 이런 질문에 난 뭐라고 대답했는 지 지금도 가물가물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대답이나 하고 말았으니까. 그 대답이 국희가 웃고 말았다는 건 기억이 나지만 뭐라고 대답을 했는 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 '......글쎄...' "..어? " 가방에서 느껴지는 진동소리. 얼른 가방 앞 주머니에서 꺼낸 액정안을 확인했다. 액정 안에 누군지 알자마자 아무 표정을 짓을 수 없었다. 괜히 긴장이 된다. 어떤 목소리로. 어떤 표정으로 전화를 받아야 할지. 혹시나 들키지 않을까 하며 전화를 받았다. "응. 건아야. " [어디야.] "집에 가는 중. " [한국희가 너 찾아갔다면서.] "응." [목소리 왜그래.] 건아는 항상 빨리 알아채고는 한다. 그래서 인지 건아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호적인 나의 말투와 평소처럼 밝지 않은 나의 목소리에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아는 내게 물어본다. "건아야. " [어. 무슨 일 있었냐?] "잠깐 할 얘기 있는데 만날 수 있을까? " [.........] 나의 말에 대답이 없는 건아. 건아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래. 건아도 오늘은 내가 쫌 평소와 다르다는 걸 전화를 받자마자 알았을 것이다.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아이니까.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 [.......] "건아야. " [알았어.] ...... ......................... ..... .......... "물어볼게 뭔데. " 우리집 근처에 있는 놀이터. 벤츠에 앉아 건아가 오길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몇 분이 안 지나서 건아는 도착했고,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내게 말한다. 물어볼게 뭐냐며, 내게 물어보는 건아를 난 그냥 가만히 쳐다볼 뿐이다. '권요한한테는 친구에서 애인으로. ' '아아. 나랑 권요한이랑 이복남매야. ' "왜 거짓말 한거야?" "무슨 거짓말. " 아무짓도 안 하는 그런 얼굴로. 그런 태연한 얼굴로 말하지마. "국희. 국희 권요한 애인 아니였잖아. " "..........." "왜 거짓말 한거야? " "그래서." 나의 말에 조금은 살짝 놀라며, 당황하며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전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게 말한다. 건아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는 나.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하고 말았지만 이내 그런 건아의 행동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라니? " "한국희. 권요한 여자친구 아닌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나한테 그런 거짓말을 했냐고! " "그냥." "..뭐..그냥? " 오늘따라 왜 건아의 저런 말투와 저런 표정들이 싫어지는걸까.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꺼 아니야!!! " 결국엔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이유가 뭐냐고..어? 이건아!!!!!! " "그래서. " "이건ㅇ.........." "그래서 화나? 내가 그 딴 거짓말 했다고 화났냐고. " 건아의 말에 난 건아를 쳐다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건아를 똑바로 쳐다보면 말했다. "응. 화나.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던 니가 그렇게 당당하게 나오니까 화나. " "공윤해. 나도 지금 무척이나 화났는데 느껴지냐." "...니가 화날 이유가 뭐가 있다ㄱ...." "권요한한테 니 관심 땔려고. 권요한한테 더 이상 관심 갖지 말라고. " "...도대체 무슨 소리ㅇ..." 건아의 알 수 없는 말에 하고 있던 말도 멈춘 채 조용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 "한국희랑 권요한이랑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했을 때 어땠어. " "..어때냐니..무슨 말...이야! " "안심했지? 다행이라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 국희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내 기분이 어땠지. 일단, 건아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화가 났지만. 그 다음. 이복남매라는 걸 생각할 때는. ......... .................... ..... "말했잖아. 너 어디에도 보내주기 싫다고. " .......다행이라고......생각했다. "......." "나 2년동안, 너 안 보는 동안 너 한번도 잊은 적 없어. 매일같이 너 생각했어. 그래서 이렇게 만나기를 빌었어. 그래서 하느님에게 감사해. 나 안 데리고 가서 고맙다고. 공윤해 옆에 다시 나타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 "........." "근데...너 왜 예전의 공윤해가 아니냐. " "........." "...왜....예전처럼 날 바라봐주지 않냐고. " ...무슨소리야.. 내가 널 언제 바라봐주지 않았다고. 나도 너 없는 동안 그리웠고, 보고싶었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데. 그래서 너랑 이렇게 잘 되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데...그런데. 내가 예전의 공윤해가 아니라니. "....이..건아.." "나 다시는 너 안 버려. 절대로 안 그런다고 약속했어. 그 약속 어기면 나 데려가라고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그러니까..제발 그 약속 지킬 수 있게 도와주라.." "........" 지금의 이건아. 예전의 봤던 이건아의 모습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저런 애틋한 표정으로 저런 목소리로. 내게 가끔씩 슬프기 만들었 던 적이 있었다. ".....건아ㅇ....잠깐만.." 건아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핸드폰을 급히 울렸고 액정안을 보니 그만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건아를 한 번 슬쩍 쳐다보았다. "...권요한이야? " "..응." "받지마. " 그러더니 단호하게 받지 말라며 내게 말한다. 건아의 말을 듣고선 많은 생각이 든다. 내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의 진동소리와 함께 내 심장도 빨리진다. "받지마. " "....." 끊기지 않는 전화. "...잠깐......" 혹시나 급한 전화일까 하는 생각에 건아에게 잠깐, 이라고 말한 뒤 폴더를 열고 귀에다가 가져갔다. 앞에 있는 건아를 보니 건아는 이미 굳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 건아를 보다가 시선을 돌리고 권요한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권요ㅎ..." [여보세요? 공윤해씨 핸드폰 맞나요?] 권요한의 이름을 부르자 대답하는 건 권요한의 목소리가 아닌, 어느 한 여자의 목소리. 난 그대로 멍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하며 떨어지지 않는 입을 때려고 할 때쯤. ....... ........................ ...... [유일병원인데요. 권요한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요. 연락할 분이 그 쪽밖에 안 계셔서...여보세요?] ".............." 타학, "무슨 일이야? " 그대로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대로 손의 힘이 풀렸다. 나의 모습에 놀란 건아는 왜 그러냐며 말했다. 난 건아를 보며. 건아의 옷을 잡으며. ".....어떡해......요한이 교통사고 났대.." "...뭐...뭐? " 눈물이 나고 말았다. 나의 말에 역시나 건아도 놀라고 말았다. [유일병원인데요...] "요한이한테 가봐야돼!!!!!!!!!!!! " 타악, ".......뭐야.." 권요한에게 가려고 하는 순간, 건아의 옆을 지나치는 순간. 나의 팔목을 잡아버린 건아. 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건아를 쳐다보았다. 건아는 그저 무표정으로 내 손목을 잡고선 무거운 입을 땐다. "..말해. " "놔!! 얼른 요한이한테 가봐야 한다고! " "말해!!!!!!!!! " "......" 소리를 지르는 건아. 그러는 바람에 놀란 나머지 그대로 건아를 쳐다만 보았다. "....나야, 권요한이야. " "..이건아. 지금 니 친구가 다쳤어! 니 친구가 다쳤다고!!! " "알어. 그러니까 말해. 그 새끼야. 나야!!!! " 진짜..오늘은 보기 싫어진다... 오늘은 정말...... "..........." 타악, 이건아, 미워진다. 그대로 나의 손목을 잡고 있는 건아의 손을 타악, 쳐버리고 그대로 달렸다. 요한이가 있는. 권요한이 있는 그 병원으로. ...... .............. 근데 말이지. 이 순간에 아무 생각도 안 들어. 그냥. 그냥. 그런 순간 있잖아? 마음이 가는 대로 할 때. 마음이 하자고 할 때. 43편 "여기...여기..권요한환자..." "권요한 환자요? 3001호이네요." 건아의 손을 뿌리치고 도착한 유일병원. 권요한이 있는 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난 간호사언니에게 물어봐 권요한이 있는 3001호가 발걸음을 옮겼다. 자꾸만 멈추지 않는 눈물 때문에 손, 발. 마음까지 떨리고 빨라진다. 그리고 3층에 도착하고 이리저리 찾다가 저기 보이는 3001호실. 그리고 그 문 앞에 도착하고 문고리를 잡아 크게 심호흡을 한 뒤에 문을 벌컥, 열었다. 열자마자 권요한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는데... "아씨!! 이 할망구가 다 가져갔네! " "뭐 시키야? 이 시키가 죽을라고!! " "짜증나! 나 광박에다가 피박까지......어? 공윤해? " 그래. 문을 열자마자 권요한은 심한 부상 때문에 침대에 곤히 누워있을 줄 알았다. 그런 생각에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들어갔더니. 권요한의 목소리와 어느 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광경. 침대 위에서 할머니와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고스톱을 하고 있는 권요한. 열심히 점수 계산을 하고 있는데 앞을 보다가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동그란 눈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권요한. 그 순간, 괜히 저 녀석을 걱정했다는 후회가 들지만.... "....나쁜놈아 !!!!!!!!!! " "...왜그래?! 왜울어?? " 울고 있는 내게 달려오는 권요한은 안절부절 못하며 어쩔 줄 몰라는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 난 그런 권요한을 보며 괜히 걱정해서 울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회가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다행스럽고. 많이 다치지 않아 고마울 뿐이었다... ※ "........" "........" 병원에서 나와 병원근처에 있는 벤츠에 앉았다. 권요한과 나란히. 우리 둘 다 할 말이 없어 그냥 묵묵히 있는데. "공윤해."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권요한이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응." "아까 운 이유. " "......" "나 때문이야? "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질문을 하니 아까 울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 쑥스러워 고개를 푹-숙이게 되었다. 권요한의 물음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자. 권요한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정말로 그렇게 보고 싶었던 권요한의 활짝-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기분 좋은데? 나 때문에 울어주니까. " 라고 말하는 권요한. "...있잖아.." "공윤해! " "..어..어? " 권요한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나의 말을 가로채버리는 권요한. 그러는 바람에 내 이름을 부르는 권요한 때문에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 스윽...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벌떡 일어나더니 다친 발 때문에 조심스렇게. 천천히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아까처럼 활짝-웃으며 내게 내민다. 다친 발도 아닌, 머리도 아닌. 악수를 청하는 듯 손을. "안 잡아줄거야?" 난 그냥 권요한의 손을 멀뚱히 쳐다만 보았다. 저 손을 잡아야 하는가. 그리고 저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쳐다보기만 했다. "나 이제 예전의 권요한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안 잡아줄꺼야? " ".....어?.... " "차에 머리를 박았나 봐. 이제서야 정신이 드네. " ".........." "이 오빠 팔 떨어진다. 얼른 잡아라. " 저 말투. 저 목소리. 저 표정. 정말로 예전의 권요한을 보는 듯 했다. 장난스레 내게 말하는 권요한의 말에 난 권요한을 한 번 쳐다보고 내게 아직도 내밀고 있는 손을 조심스렇게...잡았다. "우리 예전처럼 지내자. " 저 말과 함께 권요한의 표정은 다짐이라는 한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굳은 의지라도 한 듯이 내게 말한다. 지금 잡고 있는 권요한의 이 손. 다시 친구로 돌아 갈 수 있고, 다시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지만... "........응.."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정녕 내가 바라는 대로 권요한과 예전처럼 지낼 수 있어 행복할지. 아니면, 아닐지.. "권요한. " 한 참이나 권요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권요한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우리 둘 다 고개를 돌렸고, 그 사람이 누군지 보자마자 내가 아닌, 권요한이 먼저 나의 손을 놓고 말았다. 그것도. 황급히.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이건아!! 이 형이 다쳤는데 이제서야 오냐? " "별로 안 다쳤네. " "존나 아프거든? 아 그러고 보니 왜 니네 둘 같이 안 왔냐? " "............" 권요한의 말에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다가 저 쪽에는 건아를 쳐다보니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선 다시 권요한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능청스럽게, 아까 일이 없었던 거처럼. 권요한에게 말한다. "같이 왔다가 잠깐 볼일이 생겨서. " "아 그래? 볼일이 있어도 말이지. 먼저 나한테 와야하는거 아니냐? 실망이다. 이건아! " "미친새끼. 왔잖아. 그래서. " "흠, 그러면 됐고, 기다려봐! 나 가서 옷 입고 올 테니까 놀자. " "놀긴 뭘 놀아. 다리도 병신주제. " "뭐? 뒤질래? 아니거든? 기다려봐. 이래뵈도 잘 걸어. " 그러면서 절뚝절뚝 걷는 권요한.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난 웃고 말았다. "뭐냐 공윤해? 너도 비웃냐?! " "피식, 다친 주제! " "와. 니네 나 엿 먹이려고 온거지? 아 됐어. 난 우리 할망구랑 놀거야. 가라 빠이. " 그러면서 다친 다리를 이끄며 뒤를 돌아 손을 흔들면서 병원 안으로 들어가버린 권요한. 그런 권요한을 난 없어질 때까지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내 옆에 앉은 건아 때문에 그제서야 아까 일이 생각나고 말았다. "공윤해. " "........." "아까 일 없던걸로 하자. " ".........." "그리고 다시...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 스윽... 그러면서 내 쪽으로 손을 내민다. 내게 내민 건아의 손을 보다가 건아의 얼굴을 보았다. 무표정인 얼굴에 애틋함이 묻어있는 그런 표정. 난 권요한 때랑 달리 덥석 건아의 손을 잡았다. 이내 건아의 무표정은 살짝 미소가 띄우게 되었고, 내 손을 잡은 건아의 손은 꽈악 힘이 들어가며 잡았다. "다시는...어디에도 가지마. " "........." "알았지? 공윤해? " 권요한이 내게 손을 내밀 때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묘한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응." 근데 말이지....건아야. 니가 내게 손을 내밀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들어.. 감정조차도... ※ "에? 그래서 지금 거기 간다고? " "응. 그러니까 나 말 좀 잘해줘. " 다음 날. 모든 수업이 끝나고 이젠 야자를 할 시간. 어제 국희 때문에 야자를 뺐는데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아무 말씀이 없는 거 보니 모르나 보다. 그리고 다희에게 권요한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난 지금 병원에 간다고 말했더니 다희는 이번에 걸리지 모른다며 날 말리기 시작하지만 벌써 가기 위해 학교를 빠져 나왔다. "미친년. 난 걸려도 모른다! " "응!! 어차피 금방 올꺼야! " "그 자식이 뭐가 좋다고 가는건지..휴.." ".....좋아서 가는 거 아니야. 걱정되서 가는거야! " "알았다. 알았어!! 얼른 가라. 걸리겠다. " "아, 응! " 다희에게 인사를 한 뒤 드디어 교문을 빠져 나왔다. 주변에서 택시를 타고 권요한이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 몇 분 지나자 병원에 도착했고,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어제 알아버린 권요한의 병실. 난 3층으로 올라가 저 끝에 있는 3001호에 갔다. 어제처럼 문고리를 잡고서는 심장이 뛴다. 설마 왔다가 내쫓는 건 아닐지. 아니면 오늘은 예전처럼 내게 안 대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문고리만 잡고서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달칵, "어? 아줌마. " 문고리를 한 참 잡고 있는데 갑자기 반대편 쪽에서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보였다. 내게 아줌마 라는 말을 하는 사람. 누가 있겠나. 당연히 옥바다 밖에 없지. "아줌마? 누군데? 오-오랜만! " 옥바다의 아줌마 소리에 이 쪽으로 다가온 김혁. 그리고 옥바다가 부른 아줌마가 나인걸 알고서는 오랜만이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나도 김혁의 인사에 수줍게 손을 흔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근데 아줌마가 여기 왜 왔대?! 우리 요한이 다친 틈을 타서 뭐 하려고 하지?!! "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아니야! " "니네 빨리 가. " "야!!!!!! " 어느 새 권요한도 이 쪽으로 다가와서는 옥바다와 김혁을 복도 쪽으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냥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발견한 권요한은. 타악, "넌 왔으면 얼른 들어오고. " 나의 팔을 잡고서는 병실안으로 끌어들인다. "오늘은 그만 와. 잘가라, 얘들아!! " ' 타앙. 그러면서 문을 타앙, 하고 세게 닫아버린 권요한. 난 원래 이 병실에 할머니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없어서 그런지 둘만 있어서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서 있기 뻘쭘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만지작만지작, 그런 나를 보는 권요한은 띠거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먼지 날리잖아! " "...아.." 나도 모르게 티비위에를 한 번 스윽, 하니 그 위에 있던 작은 먼지들이 날린다. 권요한의 말에 민망해지고 말았다. "서 있지 말고 앉아라 쫌. " "...응." 멀뚱히 서 있는 내가 권요한의 시선에도 거슬렸는지 의자를 주며 앉으라고 한다. 다리 아팠는데 덕분에 앉을 수 있었다. "........" ".........." 이런 어색한 분위기. 분명 어제처럼 해맑게 내게 웃어주며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왜 오늘은 이렇게 또 다시 서먹서먹 해진걸까. 권요한한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근데 이 자식은 아까부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손님이 왔으면 대접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니야? 진짜 괜히 야자 안 하고 왔나. "아, 졌어, 씨발 안해 먹어. " 그러면서 핸드폰을 탁자에다가 올려 놓은 권요한. 어쩐지 집중을 하면서 핸드폰을 만지더니 게임을 한 거구나. "...흠..권요한. " "응." "밥 먹었어? " "......." 이제 서먹해진 이 분위기를 깰 찬스가 왔다. 그래서 권요한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일단 이름 먼저 부르고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저런 형식적인 말을 하게 되었다. 근데 권요한의 나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은 하지 않고 그냥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왜..왜!! " "10분동안 내 눈치 보더니 할 말 있는 거 같아 기회를 줬더만 고작 밥 먹었어? 이거냐." 핸드폰 게임하면서 내가 지 눈치를 본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참나, 알았으면 진작에 그만 하던가. "...이게 할 말이야! " "그거 물어보려고 야자 안 하고 온거야? 어? " 또 야자를 안 하고 온 거 어떻게 알았는지. "내 맘이다! 그리고 넌 어떻게 알았어?! " 나의 물음에 권요한은 드디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의 짐작? 이라고 할 수 있지. " "피식, 웃긴다. 남자의 짐작은 개뿔..." 권요한의 저 말 때문에 드디어 나도 웃게 되었고, 처음의 서먹해지던 분위기를 사라지는 듯 했다. "다리는 괜찮아?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된거야? " "...다리? 이거? " 그러면서 깁스를 한 다리를 올려든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응...근데 교통사고 났는데 다른 데는 안 다쳤어? " "다리. " "아, 다리만 다친거야? " "머리. " 다리만 다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머리도 다쳤다며 말하는 권요한의 말에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왜냐, 권요한의 머리를 멀쩡했으니까. 그래봤자 얼굴에 긁힌 자국만 있을 뿐인데 머리도 다쳤다니. "머리도 다쳤다고? " "응." "어디? 괜찮아 보이는데? " "........" 나의 말에 묵묵히 나를 향해 웃기만 하는 권요한. 권요한의 시선을 피할까..하다가 그냥 권요한의 눈을 마주보았다. "너랑 이렇게 마주보면 얘기할 수 있잖아. " "어...? " "머리가 다쳤는지 정신이 들더라고. " "........" 권요한의 저 말에 살짝 이해가 안 갈 뿐이다. 그래서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권요한을 쳐다보니, 나의 표정에 피식-웃더니. "에이, 좋아!! 오빠가 인심썼다. " "응?" "기억나냐?" "응? 뭐? " "내가 너랑 예전처럼 지내게 되면 그 동안 왜 너한테 못되게 굴었는지. " [내가 너에게 편하게 대할 수 있을 때....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편한 친구사이로 대할 수 있을 때.] "그 이유 말해주기로 했는데. 말해줄까? " [그 때...말해줄게. 내가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 지..] "....뭔데.." 저번에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생각이 나니 궁금해진다. "내가 이제는 너랑 예전처럼 친구사이로 지낼 수 있기 때문에 말해주는거야. " "........" "내가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냐면...." "........." 심장 속도가 빨라진다. 아직 그 이유를 듣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뛰는 걸까. ...... ................... 그리고 바보같이 또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내 생각에는 권요한이 니 좋아하는 거 같은데? ' ........ .... ........... ... ........... "좋아해." ...... ................. 쿵쾅쿵쾅. 쿵쾅쿵쾅.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뛴다. "...어?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권요한의 말 때문에 당황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심장이 마구 뛴다. 이런 당황한 모습에 권요한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 말. 듣는 순간.. "좋아했어. " "......" "좋아했다, 공윤해. " 좋아해의 과거형은... ......좋아했다. 현재가 아닌 과거형이 되버린 저 말. "너 잊으려고. 너 안 좋아하려고 그 동안 못 되게 굴었어. " "........." "근데 정말로 머리도 다쳤는 지 지금은 왠지 전에 보다 마음이 편해졌어. " "......." "피식, 이 오빠 너 잊어나보다. " 왜 이 말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왜 이렇게 마음이 씁쓸한거지. "이제는 아니니까 걱정마. 이건아랑 잘 지내. " ".......있잖아.." "응?" "....건아 때문에...나 잊으려고 한거야? " ' 이건아가 너 좋아하니까 그렇지! ' 나의 말에 권요한은 골똘히 생각하는 지 한 참 말이 없다가 드디어 다 생각을 했는 지 나를 향해 웃으며.. 씁쓸하게 웃으며... ..... ................ "응. 이건아가 너 좋아하니까 내가 포기한거야. " 이 말에 이상하게도 난 기분이 묘해지고 그저 마음의 어디 한 구석이 쿡쿡-쑤실 뿐이었다. 44편 "공윤해? 공윤해! " "..어..어? " "너 왜그래? 몇 일째 멍하니 있고. " "....그냥..." '좋아했다, 공윤해. " '응. 이건아가 너 좋아하니까 내가 포기한거야.' 벌써 3일째. 권요한의 그 말을 듣고 난 지 벌써 3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떠나지 않는다. 그 때. 그 말을 듣고서는 집으로 가는 길에도 여전히 심장은 평소보다 더 빨리 뛰었고, 그러다가 또 마음이 답답해지기 했다. 지금도. 그 말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그 뒤로부터 권요한에게 문자 조차도 보내지 못하게 되었다. 머릿속이 뒤숭숭 하는 바람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오히려 권요한의 전화나 문자를 내가 씹고 말았다. "너 솔직히 말해봐. 권요한한테 갔을 때 무슨 일 있었지? " 건아만큼 눈치가 빠른 다희. 그 때 이후로 계속 멍하니 있으니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챈 다희는 내게 물어본다. 난 다희를 보다가 전에 말했던 다희의 말이 생각났다. "다희야...." "왜! 말해봐. " ".....니 말이 맞았어." "내 말이 맞았다니? ......설마..진짜?!!! " 내가 다 말하지 않아도 벌써 눈치가 빨라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버린 다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내게 말한다. "그러니까 권요한이 진짜 너 좋아한거였어?!!! " "........" "내 말이 맞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 "........" "어? 왜 그러냐니까? " 하는 수 없이 난 다희에게 병원에 있었던 일과 권요한이 내게 했던 말을 다희에게 다 말해주었다. 그걸 들은 다희는 아까와 달리 음, 역시. 이러면서 오히려 나와 같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래서 넌 어땠어? " "응? 뭐가..." "권요한이 예전에 좋아했다고 하니까 어때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 "...그냥..그냥..." "공윤해. " 다희의 말에 얼버부리며 그냥 라고 대답하자 다희는 낮게 깔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힘없이 바닥을 쳐다보던 나의 시선은 다희의 부름에 다희 쪽으로 시선을 옮기게 되었다. 다희는 그저 아무 표정 없는 얼굴을 나를 쳐다본다. 다희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긴장을 하며 그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니 감정의 솔직해 줬으면 좋겠어. " "...응? " "솔직히 너 이러면 안 되는거야. 알어? " "..무슨 소리야? " "지금 니 행동 한 번 생각해 봐. 이렇게 왔다 갔다. 거리는 행동 이건아한테나 권요한한테나 둘 다 상처주는거야. " "..........." 다희의 진지한 충고에 난 그만 주눅이 들고 다희의 말대로 그 동안의 나의 행동을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도 생각해보니 정말 건아에게도. 권요한에게 왠지 못 되게 군거 같아 마음이 착잡해질 뿐이다. 정작 건아에게도 지금 현재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너 솔직히 말해봐. " "........." "이건아 좋아해? " "........." 다희의 단도적인 저 질문에 난 또 한 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건아를 좋아하냐는 물음에는 자신있게 응-이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해야. " "...응? " "너도 아직 모르는거야. 너의 마음에 대해서.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복잡할꺼야. " 다희는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까. "만약에 이건아랑 권요한이 동시에 널 불렀어. 각자 다른 곳에서 만나자고 했어." "........." "그럴 때 니가 가는 곳이 니 마음이 가는 곳이야. " "........" "피식, 임마! 참 부러운 고민도 한다. 둘 중에 누굴 고를지 생각을 하다니..에이 부럽다! " 아까의 그 진지한 표정과 그 목소리는 어디에 간 걸까. 부럽다며 나의 등짝을 한 대 때린다. 다희가 너무 쌔게 때리는 바람에 정신을 들 만큼 등이 아팠다. 아픈 등을 만지며 하늘을 향해 활짝-팔을 피면서. "공윤해 화이팅!!! " 이라고 말하는 다희를 보며 그제서야 난 조금이나마 복잡했던 걸조금씩 사라지면서 웃을 수 있었다. ※ "쫌 일찍 끝내주지. 가뜩이나 날씨도 추워지고 더 어두워지는데. " "진짜 여름은 다 갔나보다. 이제 춘추복을 입으라고 하는 거 보니까. " "난 진작에 있을 걸! 다른 얘들도 입던데. 아 추워. "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그 때 한 번 크게 싸운 이후로 화해는 했지만 연락 한 통이 없는 건아. 교문에서도 날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먼저 할까 하다가 애써 핸드폰을 들고서는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그나저나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러던가. 어느 새 9월달의 반 이상이 지났고, 춘추복을 입어야 할 만큼 추워졌다. "너 전화 오는 거 아니야? " "..어? "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전화도 오는 지 몰랐던 나. 덕분에 옆에 있던 다희가 신나게 나의 벨소리를 한 참 듣고서는 알려주었다. 얼른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액정 안에는 권요한 이라는 이름이 떴다. "왜 안 받아? 이건아야? " "아니..권요한. " "근데 왜 안 받아? " "그냥..." 묵묵히 핸드폰만 쳐다보다가 벨소리가 울리는 그대로 주머니 속에서 다시 넣었다. 몇 번 더 울리더니 잠잠해진 핸드폰. 다시 다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또 다시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얼른 받아...쪽팔리게." 이번에도 권요한의 전화였다. 안 받고 그냥 가만히 있는데 옆에 있던 다희가 얼른 받으라며 짜증이 섞은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제서야 여기는 버스안이고 나의 벨소리 때문에 사람의 시선이 다 내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핸드폰의 폴더를 열어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고 말았다. "...휴, 여보세ㅇ.." [공윤해.] 한 순간에는 건아인 줄 착각할 만큼 낮게 깔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이내 건아가 아니라 권요한인 걸 알았다. [왜 전화 피해.] "...나 지금 버스안이야. 있다가 내가 전화할게. " 하고서는 뚜욱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버스안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권요한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리고 혹시나 다시 전화가 걸려올까 봐 나도 모르게 배터리를 빼고 말았다. "왜? 권요한이 뭐래? " "그냥 왜 전화 피했냐고 하네. " "나도 궁금한데 왜 피하는거야? 권요한이 지금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 "....모르겠어..그냥 권요한 보거나 목소리를 들으면 그 말이 생각나서 마음이 착잡해. " "씨-익. 이 언니는 간다!" 나의 말에 씨익 웃더니 다희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 정거장에서 난 내렸고 내리자마자 주머니속에 넣었던 핸드폰과 배터리를 다시 끼워 전원을 켰다. 그러자 문자 몇 통이 뜨기 시작한다. 권요한의 문자를 한 개씩 확인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여보세요? "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전화가 울렸고 폴더를 열고 있는 바람에 그대로 연결이 되어 난 황급히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귀에다가 가져갔다. 나의 말에 아무 대답이 없다. 그래서 액정안을 확인해보니 [내남자이건아] 라고 적혀 있었고, 난 다시 황급히 핸드폰을 귀에다가 가져 되며. 건아의 이름을 불렀다. "건아야? 이건아. " [내가 연락을 너라고 했어야지. 내가 안 한다고 너도 안 하냐.] 나의 부름에 드디어 말하는 건아. 그런데 목소리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왜그래? 어디 아퍼? " [아니. 자다 일어나서 그래.] ".......아.." [왜 전화 안 했어.] ".....미안.." [..휴....] 느닷없이 한 숨을 쉬는 건아. "..건아야. " [어디야.] "집에 가고 있어.." [지금 집 앞으로 갈게.] "어? 아니야!! 안 와도 도.." [보고싶어......] 건아에게 안 와도 된다며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하지 못했다. 나의 말을 가로채고 보고 싶다는 건아의 말에 그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으니까. ".....응." 그래서 응-이라고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 . . . . 터벅터벅.. 터벅터벅... 집에 다 올 때쯤. 가로등에 누군가가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난 건아가 금방 온 건가, 하고 점점 다가갈 때쯤. 아니란 걸 알았다. 병원복차림으로. 한 쪽 다리에는 여전히 깁스를 한 채로. 힘들게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 ....................... ........ "...권요한." 나의 부름에 돌로 장난을 치고 있던 권요한은 고개를 들더니 나를 확인하고서는 힘들게 일어나 내 쪽으로 다친 다리로 절뚝 거리며 걸어온다. 나를 향해 웃는 권요한을 보며 난 그저 미안해하고 말았다.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늦게 다녀. " "......" "아, 야자 끝나고 오는건가? 니네학교 교장한테 말해줄까? 야자 없애달라고? " "......." 아까 그렇게 전화도 끊어버리고 문자도 보고서는 씹어버리는 바람에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스럽게, 이제는 권요한답게 해맑은 미소와 함께 내게 말한다. "....다리 아픈데 왜 온거야.." "내 전화 씹고 내 문자 씹길래 한 대 쥐어박으라고 왔지. " 콩, "아-아." "너 한 번만 내 문자나 전화 씹으면 뒤질 줄 알어. " "..치..너도 내 문자 씹고 그랬잖아. " "씹은 게 아니라 튕긴거야 임마. " "....치잇. " 권요한의 미소에 나도 웃게 되었고, 예전처럼 웃는 권요한을 보니 전에 말했던 그 고백들이 아까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있던 게 점점 잊혀져만 가고 있는다. 난 권요한과 이렇게 서로를 보며 웃고. 떠들고. 행복한 표정을 짓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도... "공윤해! " "응? 왜? " "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부축 좀 해줘라. " "부축? 아..응. " 다친 다리로 서 있는 게 힘들었는 지 내게 부축을 해달라며 오른쪽 팔을 벌린다. 난 부축을 하기 위해 벌린 오른쪽 팔을 내 어깨에다가 올린 다음. 나도 모르게 나의 왼쪽 손이 권요한의 허리를 잡고 말았다. "..아....미안! " 놀라 권요한의 허리를 잡고 있던 왼쪽 손을 놓으려고 하자 타악, 하고 권요한의 왼쪽 손이 나의 왼쪽 손을 잡고서는 다시 권요한의 허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는 바람에 권요한의 표정을 보니까 그저 싱글벙글 웃는다. 난 그런 권요한을 보고 픽-하고 웃자. 휙, 꽈-악. "..잠시..이러고 있어도 돼? " "............" 갑자기 나를 휙, 하고 돌리더니 자기의 품에 들어오게 한 뒤 꽈악-안고 말았다. 권요한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눈만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가만히 있자 권요한은 그럴수록 나를 더 껴안을 뿐이었다. ........ .................... ...... "그 손놔. " 뒤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그 순간. 잊고 있었던 한 사람도 있고 말았다. "....건아ㅇ..." 권요한의 품에서 벗어나고 뒤를 돌아보니 심히 표정이 굳어있는 건아가 보였다. 건아의 이름을 부르자 건아는 천천히 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그대로.. 퍼-억, "건아야!!!!!!!! " 그저 해맑게 웃고 있던 권요한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말았다. 옆에 있던 나는 놀라 건아의 이름을 부르며 바닥에 쓰러져 버린 권요한에게 다가가 주저앉았다. 입술에 맞았는 지 입술옆에 피가 났고, 권요한은 그저 피식-하고 웃을 뿐이다. "괜찮아? 피나.." "이 오빠 이 정도로 안 죽는다. " "..이 상황에서도 장난 치고 싶냐!! " 그런 상황에서도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저 웃기만 한다. 그런 권요한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화를 내더니 씨익-웃으며 나의 머리를 스담아 줄 뿐이다. "...공윤해. " 그런 권요한을 보고 있자 서 있던 건아가 내 이름을 불렀다. 건아의 부름에 건아를 쳐다보니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난 건아를 한 번 쳐다보다가 권요한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다시 아까처럼 부축을 해주며 권요한을 일으켜 세웠고. 그저 나의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건아를 쳐다보았다. "뭐하는거야.." "......" "공윤해!!!!!!! " "......" 건아는 드디어 폭발을 했는 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 와중에도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하지는 않을까..하며 걱정을 하는 나였다. "...건아야.." 난 건아를 쳐다보았다. 굳어있었던 표정은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아니, 풀리면서 그저 슬픈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옆에 있는 권요한도 그제서야 그런 건아를 보더니 아까 웃던 표정대신 무표정으로 있었다. 그리고... 건아의 외침. "나 미치는 거 보고싶어? 나 죽는 거 보고싶냐고!!!! " "........." "빨리 와. 내 옆으로 빨리 와 공윤해. " "....건아야.." 그저 건아의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다. 내가 부르자 한 참이나 나를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권요한과. 나만 들을 수 있게. 아주 작게 애틋한 목소리로 말한다. ...... ....................... "제발...공윤해. 내 옆으로 와..." 45편 "제발...공윤해. 내 옆으로 와..." 건아의 애틋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지금까지 봤던 모습중에서 제일 안타깝고 제일 안쓰럽다. 그래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건아 쪽으로 한 발자국씩 옮겼다. 세번째로 발을 움직이려고 할 때. 나의 팔을 잡는 권요한의 손. 타악, 나의 팔을 잡는 권요한의 손에 의해서 권요한쪽으로 몸이 돌려지고 말았다. 난 갑작스레 나를 잡는 권요한의 행동 때문에 놀란 얼굴을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은.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은. 이내 활짝-웃는다. 해맑게 웃는다. 이제는 정말로 끝이라는 그런 씁쓸한 미소와 함께. 금방이라도 왈칵 쏫아질 꺼 같은 눈으로. 잡고 있던 나의 손을.. .......... ..... ......스윽.... 놓고 말았다..... "......권..권...." 타악, 나의 손을 놓은 권요한은 이내 내게 씁쓸한 미소를 보여주는 채로 뒤를 돌아 조금씩 멀어져만 간다. 난 그런 권요한을 이름을 부르고 다시 권요한 쪽으로 한 발자국씩 옮길려고 했지만, 나의 오른쪽 손을 잡는 건아의 손에 권요한의 이름 조차도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친 다리 때문에 절뚝거리며 가는 권요한의 씁쓸한 뒷모습이 없어질 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공윤해...." "........" 권요한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쯤, 내 손을 아직도 꽈악-잡고 있었던 건아가 내 이름을 살며시 부른다. 그제서야 건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건아의 표정은 그냥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난 애써 건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지만. "고개들어." 고개를 들라는 건아의 말 때문에 다시 고개를 들게 되었다. "내가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 " "........." "근데 아까 그 행동은 뭐야. 공윤해, 진짜 나 미치는 거 봐야겠냐고! " "........." 건아는 또 끝내 혈압을 올리며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그러는 바람에 또 다시는 난 고개를 숙인 체, 아무 반박도 하지못하고 건아의 말만 들어야 했다. "......." "........" 스윽... 아무 말이 없던 건아는 잡고 있던 나의 손을 살며시 자기 쪽으로 끌여당기더니 나를 살며시 안아준다. 난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건아에게 안겨 묵묵히 있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1분정도 지나서야 건아의 차분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나즘막히 말했다. 아까 내 발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그런 목소리로. 그런 애틋한 목소리로. "...제발..나 불안하게 하지마. " ※ "앗싸, 개교기념일. " "개교기념일이야? 근데 일찍 일어났네. " "엄마가 청소기 돌리는 바람에 시끄러워서 깼잖아! 언니도 깨고! " 오늘은 우리학교 개교기념일. 그래서 학교를 안 가기 때문에 난 지금처럼 집에 있는 것이다. 작년에 개교기념일은 낮 1시까지 자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달리 10시가 안 되서야 일어나고 말았다. 윤희의 말대로 청소기소리의 잠이 깨긴 했다. 어제 집에 들어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바람에 깊이 잠을 자지도 못해서 금방 깬 것이다. "조용히 하고 밥 차렸으니까 언니랑 먹고. 엄마간다. " "다녀오세요. " "엄마! 오늘 고기 먹자! " "청소랑 빨래 다 하면 사온다! " 타앙, 엄마는 이 시간 때쯤이면 항상 회사에 나가시고, 오랜만에 평일에 쉬니까 살짝 마음이 편해지기는 한다. 만약 오늘 학교에 갔더라면 수업 집중도 안 되니까. "언니, 나 오늘 나가! " "왜?" "왜긴! 놀러가지. 1시쯤에 나갈꺼야. " "..그래. " 놀러 나간다면 이제서야 10시가 살짝 넘은 시간인데 벌써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 윤희. 난 그런 윤희는 살짝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이내 쇼파에 드러눕고 말았다. 어제 저녁에 많이 자지 못해서 그런지 눈이 살짝 감긴다. '...제발..나 불안하게 하지마. ' 건아가 날 안아주면서 해줬던 말. 이 말과 함께 그런 애틋한 목소리로 말해서 그런지 아직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다. 도대체 난 건아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 ............................ ...... "...언니 울어? " "....어? " 어느 새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온 윤희는 나를 보고서는 우냐며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본다. 윤희의 말에 눈을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윤희의 말대로 볼에 눈물이 흘려 내리고 있었다. "..왜 울어? " ".....하품...하품해서 그래..." 윤희도 갑작스레 눈물이 흐르는 나를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내 쪽으로 다가온다. 애써 윤희에게 하품했다는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했지만 멈추지 않으며 계속 나의 볼을 따라 흐르는 눈물. ...... .................. 어제 권요한의 그 마지막 미소가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좋아했어, 공윤해.' 떠나지 않는다. . . . . . "...오늘은 야자 안 해.." [그럼 지금 갈게.] "..다희랑 어디 가기로 했어! 미안...." [어디.] "...다희가 살 게 있다고..." [공윤해.] "..응? " [나 불안하게 하지 말라고 했어.] ..... ............ "너도 참..." "휴..." 토요일은 야자를 안 하는 터라 일찍 끝날 수 있었다. 학교 끝나고 다희와 운동장을 가로 질러 교문을 빠져 가고 있는데 걸려온 건아의 전화. 그리고 다희와 약속되지 않은 약속을 만들어 애써 건아를 피하게 되었다. 계속 해서 건아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그래서 집으로 갈려고? " "....권요한한테.." "아, 병원갈라고? " "응.." "그래, 그럼 월요일날 보자. " "응..." 그 날 이후로 먼저 연락을 안 하는 권요한. 어제 문자 한 개를 해보았지만 못 봐서 답장을 안 한거지. 아니면 봤는데도 그냥 씹어버린건지 모르겠지만 괜히 걱정이 되어 다희와 헤어지고 난 뒤 택시를 잡아그대로 권요한이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 . . . . 스르륵, 병원에 도착해 또 한 참이나 3001호실의 문고리를 잡고서는 몇 분정도 있다가 심호흡 한 번 하고서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권요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권요한의 침대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옆 침대에는 처음에 봤던 할머니가 있었다. "..저기 할머니.." "어야. 왜? " "...저기...환자분 어디 갔어요? " "누겨? 아 혹시 니가 공용해냐? " "...아네, 어디 갔어요? " 어디가냐는 나의 말에 내 이름을 알고 있는 할머니. 그러더니 내 얼굴을 한 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버럭-화를 내시는 할머니. "이 가시나야!! 그렇게 애를 말라 뒤지게 할 셈이냐?! 어잉?" "..네? " "뭔 잘못을 했길래 얘가 죽을라고 하는겨! " 갑자기 버럭 화를 내시면 도통 이해 안 가는 말만 하시는 할머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는 전혀 내가 모르는다는 표정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가셨다. "언넝 가서 사과해! 남자시키가 쫌 푼수같어도 니가 이해줘야지! " "............" "이 시키가 내 돈을 따가면서 가시나, 니 자랑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 "........... " "그러니까 얼른 달려가벼..오늘 퇴원 했으니껴. " 그리고 할머니의 마지막 말. 오늘 퇴원을 했다는 말. 눈이 동그랗게 떠진 나는 뒤를 돌아 나가려고 하다가 다시 할머니 쪽으로 몸을 돌린 뒤. 웃으며, 할머니에게 꾸벅-인사를 하며 말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 "허허, 그려-얼른 가봐. " 할머니도 그제서야 웃으며 내게 얼른 가라며 손짓을 했다. 병실에서 나와 오늘 퇴원을 했다는 말에 지나가는 간호사 언니를 붙잡고 말했다. "여기 권요한 환자 언제 퇴원했어요? " "오늘 퇴원했는데요. " "그러니까 몇 시쯤이요??! " "음...별로 안 된거 같은데요? 아까 본 거 같기도 하고. " 간호사 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무거운 가방을 맨 체 뛰었다. 치마가 바람에 날려도 상관이 없었다. 아까전에 본 거 같다는 말에 아직 멀리 가지 않았다는 생각에 병원에서 나와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하..어디있는거야." 결국엔 찾지 못했다. 난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권요한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신호는 가지만 받지 않는 전화. 그러는 바람에 권요한을 끝내 만날 수도. 연락 할 수 도 없었다. ※ [오늘은 또 왜.] "....가족들이랑 외식하기로 했어.." [정말이냐?] "응..." 다음 날. 일요일길래 티비를 보며 쉬고 있는 건아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만나자는 말에 지금은 안 된다고 말했더니 저녁에 만나자는 말에 가족과 외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괜히 찔리는 마음에 안절부절 하며 건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외식언제 끝나.] "......여덟...시? " [그럼 그 때 만나. 할 말 있으니까 이번에는 피하지마.] "........." [내 전화. 내 문자. 나랑 만나는 거 너 피하는 거 알아. 그러니까 8시에 나와.] 역시나 건아는 눈치가 빠르다. 말을 더듬면서 거짓말 하는 걸 알아채버리는 건아는. 내가 자기를 피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응." [중앙공원 시계탑에서 8시에 만나.] "......" [공윤해. 대답해. 나와.] ".....응. " 건아의 협박조와 비슷한 말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응-이라고 대답한 나. 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뚜욱-하고 끊어버린 전화. 나도 전화를 끊으며 한 숨과 함께 보고 있던 티비를 꺼 버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건아 보기싫다..." 건아의 화난 표정. 무표정이 보기싫어진다. 역시 건아에게는 거짓말도 안 통하고 피할 수 없나보다. "...씨 권요한은 계속 내 문자 씹고. " - 권요한! 계속 내 문자 씹을꺼냐! - 난 또 다시 내 문자를 씹는 권요한에게 문자를 해 보았다. 역시나 답장이 없는 권요한. 그래서 연달아 또 문자를 보냈다. - 너 퇴원했다면서? 다리는 괜찮냐? - - 문자한 개라도 보내주지 - - 괜찮다는 말이면 된다고 - - ....나쁜놈..- 끝까지 문자를 하지 않는 권요한 때문에 우울해진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바닥을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 . . . "언니! 이제 좀 일어나봐! " "...아..왜.." "도대체 얼만큼 자는거야! 저녁 먹어! " 한 참 잘 자고 있는데 윤희의 꽥꽥-오리같은 큰 목소리에 힘들게 상체를 일으킨 뒤, 눈을 부비며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니 어느 새 거실에는 아빠가 있었고 부엌에는 엄마가 있었다. 아직 깨지 않은 잠 때문에 화장실로 들어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고 나왔다. 쇼파에 앉아 계신 아빠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얼른 급히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했다. "다녀오셨어요. " "그래. 윤해는 피곤했나보다? " "아..네...어? 지금 비 와요? " 내 귓가에 들리는 물소리. 수돗꼭지에 흐르는 물소리가 아니었다. 밖에서 경쾌하게 물이 많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난 얼른 황급히 아빠에게 물어보니. "그러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아까부터 오네. " 아빠의 말에 창문을 열어 확인을 해보니 컴컴한 어둠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얇은 비들이 오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부엌으로 가는 순간, 갑자기 잊고 있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몇시지?!!!!!! " 밖이 컴컴한 걸 봐서는 저녁인데 건아랑은 8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설마 늦었을까 하는 생각에 얼른 시계를 보았더니. "어떡해!!!!!! " 벌써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난 혹시나 건아가 이 많은 비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봐 나가기 위해 방에 들어가 아무거나 걸친 뒤에 방에서 나오려고 하자 일단 기다리고 있는 건아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핸드폰을 찾는데. "어? 핸드폰 어디있지...." 보이지 않는 핸드폰. 분명 내가 침대에다가 던진 거 같은데 침대에 보이지 않는 핸드폰. "어디있는거ㅇ.....아 여기있다!!!!!! " 침대 밑에 떨어진 핸드폰. 나는 얼른 그걸 주워서 주머니속에 넣는 다음, 방에서 나와 거실에 있는 아빠에게. 잠깐 어디 나갔다 온다며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큰 우산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 "...기다리면 안되는데.. " 우산을 쓰고 5분밖에 되지 않은 거리를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한 쪽 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 쪽 손으로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을 꺼내부재중 전화와 느닷없이 온 음성메세지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건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받는 전화. "..여보세요? 건아..건아야! " [..왜 안와.] "지금 가고 있어!!!!!잠깐만 기달려 얼른 갈게! " [...내가 지금 그 쪽으로 갈게.] 역시나 건아는 이 많은 비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쪽으로 온다는 건아의 말에 아까보다 느려진 걸음으로 공원쪽으로 갔다. 여전히 한 쪽 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 쪽 손으로는 아까 확인하지 못한 부재중 전화와 음성메세지를 확인하는데.. 우뚝, 권요한..권요한...권요한... 부재중 5통. 모두 다 권요한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이내 황급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성메세지를 확인을 해보니. [..미안..그 동안 니 문자 니 전화들 씹어서 미안.] 권요한의 평소와 다른 풀 죽은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저 멀리서 보이는 건아의 모습. 하지만 내 눈에는 저 멀리 있는 건아를 보고 있지만 나의 집중은 권요한의 음성메세지에게로 쏠렸다. [있잖아....나 잊을 줄 알았거든? 진짜 너 보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예전처럼 지낼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아프다...그러기에는....내가 아파서 죽을 꺼 같애....] 권요한의 하나..하나..말을 들으며 눈가에는 벌써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 하나만 말할게..] "........" [..그냥 지나가는 똥개라고 생각하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 알았지 공윤해? ] ".........." "공윤해! " 어느 새 내 쪽으로 다가 온 건아는 살짝 머리가 젖은 모습으로 나를 본다. 내 눈은 건아를 보지만 전혀 내 머릿속에. 내 어디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권요한의 말. "공윤해!!!!! " ".........." ....... ................. ..... [..............공윤해...] ".........." [....이..말..만나서 해주고 싶어. 오늘 7시에 중앙공원 시계탑에서 보자. 기다릴게.] ........ ............................ "...건아야.." "왜. " "혹시..시계탑에서 나 기다리면서..혹시...권요한 봤어? " "....아니. " ...... 아니야. 분명히 권요한은 기다리고 있을꺼야. 이렇게 비가 와도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꺼야. 타악, "어디가려고!!!!!! 그 새끼한테 갈려고?! " "..놔 봐...권요한..." "공윤해!!!!!!!!!!! 그만 좀 나 미치게 하라고!!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 ".........놔..제발... " 한 쪽 손으로 들고 있던 우산이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내 한 쪽 손으로는 핸드폰을 꽈악 잡고 있었다. 권요한에게 가려고 하는 나의 팔을 잡기 위해 건아도 쓰고 있던 우산이 떨어지고 말았다. "......공윤해....." "........" "...제발....제발...." ".........건아야.." ..... ................. ....스르륵..... 나의 팔을 잡고 있던 건아의 손을 한 쪽으로 스르륵-내리고 말았다. 그러는 바람에 힘없게 떨궈지는 건아의 손. 그리고 난 뒤를 돌게 되었다. 뒤를 도는 순간. 건아의 표정을 보았지만 그대로 난 건아의 말도 듣지 못하고. 이 많은 비 때문에 건아의 눈물도 보지 못한 체... .... ...................... ... ............. "........하...하아..." 그렇게 빠르게 달려 도착한 시계탑 앞. 비가 와서 그런지 주변에는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정작 시계탑 앞에 있어야 할 권요한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권요한 때문에 씁쓸한 마음과 함께 뒤를 돌려고 하는 순간. ........... ...................... 시계탑 옆에 보이는 신발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신발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 "..........." 우산도 없이 쭈그려 앉아 비를 다 맞으며 덜덜 떨고 있는 권요한이 있었다. "권요한!!!!!!!!!! " ".........어? 왔네. " 나의 부름에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나를 확인하고서는 벌떡 일어나더니 해맑게 웃으며 내게 말한다. 그런 권요한을 보며 미련하고 한심해보이기는 했지만. "...내가 안 오면 가야지...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 "....니가 나 기다릴까봐. " "............씨..." "........헤헤." 왜 눈물이 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눈물이 난다. 멈추지 않는 눈물과 비와 함께 내 볼을 따라 흘려내린다. ......... ....................... [.......지금도 좋아해, 공윤해.] ...... ......... ".......지금도 좋아해, 공윤해. " 해맑게 웃으며 음성메세지에서 했던 말을 해주는 권요한. 해맑은 미소와 덜덜 떨고 있는 몸과. 아직 풀지 않아 비에 젖은 깁스를 한 채로. 내게 말한다... ......그리고 그 순간, "공윤해. " 나의 이름을 부르는 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권요한은 건아의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건아도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이 공원에. 이 상황에. 이 순간에. 우리 셋 밖에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말해. " "........" "권요한이야, 나야. " "........." "..........." 건아의 말에 난 그저 말없이 건아를 쳐다보았고, 그러다가 내 앞에 있는 권요한을 쳐다보았다. 그저 살짝 웃고 있는 권요한. "이건아. " "권요한...공윤해 안 좋아한다면서!!!!! 잊는다면서!!"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아프더라. " 건아는 벌써 알고 있었나보다. 권요한이 나를 좋아하는 걸.. "....뭐..? " "니가 얼만큼 공윤해 좋아하는 거 알어.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어. 그래서 포기했어. 근데 뭐든지 포기를 하게 되면 그에 대한 상처가 크더라고? 그래서 못 하겠더라. " "...씨발!! " "....근데....여기서 공윤해가 너 선택하면." ".........." "......다시는 공윤해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 .................. ... "..공윤해. " "........" "결정해. " "......" 건아의 말에 빨라지는 심장과 함께 권요한을 한 번 쳐다보다가 건아를 쳐다보았다. 비에 흠뻑 젖어 내린 앉은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건아의 애처로운 눈. "빨리 결정해. " "나 다시는 너 안 봐. " 건아의 말이 끝나고 내 앞에 있는 권요한 내게 말한다. '만약에 이건아랑 권요한이 동시에 널 불렀어. 각자 다른 곳에서 만나자고 했어.' ......... ................. .... ........ ".......권요한..미안..." '그럴 때 니가 가는 곳이 니 마음이 가는 곳이야. ' ...... ............. ...... 꽈악, '....지금도 좋아해. 공윤해. ' "..........늦게서야 알아서 미안해...." 오랜만에 많은 비가 내리던 날. 우리 셋은 비를 맞으며 아무도 없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셋만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숨소리를 멈추게 한 내 말과 함께. 권요한의 숨소리를 멈추게 한 내 손과 함께. 그렇게, 늦게서야 알아버린 나의 마음을 말하게 되었다. 46편 "....늦게서야 알아서 미안해..." 나의 말에 정적이 흐르는 이 속에서 많은 비들이 떨어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들의 숨소리 조차도 그 많은 비 때문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공윤해.." ".........." 터벅터벅. 터벅터벅. 저 쪽에 있던 건아는 이 쪽으로 다가오더니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나와 권요한이 잡고 있는 손이 아닌 다른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걸 본 권요한은 다른 한 손으로 건아의 손을 잡았고, 이렇게 엇갈린 우리의 손들. ".....공윤해. " "......." 권요한의 손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는 건아의 손은 더욱 더 힘이 들어갔고, 나의 얼굴을 쳐다보며 내 이름을 낮게..조용히 부른다. "......제발..이러지 마라. " "........." "내가 2년동안 너 아프게 해서 그런거야? 아니면 말도 없이 사라져서 그런거야? 도대체 왜!!! 왜.........왜....... " "........" 건아의 울부짓는 목소리에도 난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그저 건아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 체 묵묵히 있을 뿐.. 건아에게 해줄 말도. 해줘야 할 말도.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권요한 손 놔. " ".........." "당장 그 손 놓고 나한테 와. " "........" 권요한의 손을 놓으라는 협박조와 명령조와 비슷한 말투로 내게 말하는 건아의 말에 난 조금씩 땅만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건아 쪽으로 옮겼다. 천천히 건아를 쳐다보았다. 점점 그치고 있는 비들. 하지만 건아의 앞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건아의 신발로 떨어진다. "....건아야.." ".........." ...... ............... .... ....... ...스르륵........ 건아와 난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건아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건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건아도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힘없이 나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바닥으로 떨구게 되었다. ....... .............. 터벅...터벅... 터벅...터벅.......... 건아의 발걸음은 권요한과 나에게 등을 보여주며 조금씩 멀어져만 갔다. 난 알았다. 왜, 건아가 나의 손을 놓고 저렇게 멍한 표정으로. 애틋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힘없이..비에 맞아 조금씩 떨리는 어깨로 점점 우리에게 멀어져만 가고 있다. ....... ................. ... 그렇게 숨이 막혔던 상황이 끝남으로써 많이 내리던 눈도 함께 끝나버렸다. 눈치가 빠른 건아는, 알고서야 뒤를 돌아선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내 볼을 따라 건아의 신발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비가 아니라. 나의 눈물이라는 걸. "....건아야......" 그리고 여전히 눈치가 없고, 둔한 나 또한 알지 못했다.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건아의 볼을 따라 흐르는 물방울이, 건아의 앞머리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아니라. .... ........... ..... 눈물이었다는 걸. 난 그걸 끝내 알지 못한 체 건아에게 끝까지 상처를 주고 말았다. ....... ............... ..... ...................... ".....공유..윤해.." ".........." 건아의 씁쓸한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내 앞에 있던, 나의 손을 아직도 꽈악 잡고 있던. 권요한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서야 난 시선을 다시 권요한쪽으로 옮겼다. 살며시 권요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항상 올리던 머리들이 비로 인해파악 가라앉고 말았다. 난 그 모습에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왜 웃냐! " "...내 맘이다. " "이제 니 맘이 내꺼거든? " "........" 갑작스레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권요한의 말에 급정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몰라 고개를 숙이니 여전이 나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 당긴 다음 나를 안긴다. 그러는 바람에 얼떨결에 권요한의 손에 인해 권요한의 차가운 옷이었지만, 권요한의 온기 때문에 따뜻한 품에 안기고 말았다. "..........." "............." 꽈악. "....좋아해. " "........" "....좋아했어. " "........." "...근데...지금도 좋아해.." "......" ...... ................ ........ ... "..계속....좋아해도 돼? " 내게 조심스렇게 물어보는 권요한의 말에 난 그저 권요한의 허리에 손을 두르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권요한은 그저 내 대답이 얼른 나오길 바라며 아무 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 ....................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떴을 때.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난 눈을 감고 뜨려고 한다. ........ ................. 그리고 뜨기 전에,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뜨게 되었다. 눈을 뜨게 되는 순간, 나를 알고 있던 권요한의 손에는 더욱 더 힘이 들어가며 나를 더욱 더... 꽈악......... ..... ................ ...........안아주었다. . . . . 19살이 어른이라면 어른. 애라면 애. 이렇게 애매모호한 시기에 정말로 어른이 되기 전. 난 잊지 못 할 기억, 추억들을 만들었다. 비록, 누가 상처를 받으며. 누가 마음을 아프며. 누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던 그런 추억들이었지만. 하지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았기에. 잊을 수 없는 기억들과 추억들이었다. 47편 "죽을래? 너 때문에 혼났잖아! " "왜-에. 딴 여자들은 좋아하던데. " "그럼 그 여자들한테 가든가! " 내 앞에 있는 이 남자. 22살이라는 나이에 안 맞게 머리에 토끼 머리띠를 하고, 목에는 분홍색 큰 리본을 하고 있는 이 남자. 정확히 9분 전에 내가 공부하고 있는 강의실로 들어와 느닷없이 내 이름을 외치며 좋아한다고 소리를 쳤던 이 남자였다. 그러는 바람에 선생님께 혼을 났어야 하며, 친구로부터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저 부끄러우면서도 창피하기도 했다. "공윤해!!!! 그렇게 말하면 오빠 되게 섭섭하다? " 나의 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내게 씨익-웃고 만다. 난 그저 이 남자를 쳐다보며 이렇게 내가 열 내면서 말해도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에. "...휴..." "한 숨 쉬지마. 그럼 일찍 뒤진다. " "..이게 누구 때문인데! " "어떤 새끼야!!!!!! 죽여줄게. " 그러면서 하고 있던 귀여운 토끼 머리띠를 빼서 구겨버리는 이 남자. 다리에 힘이 없어 벤츠에 털썩, 앉아 앞에서 혼자 열을 내며 화를 내고 있는 이 남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의 웃는 걸 본 이 남자는 뭐가 그리 또 좋은 지 싱글벙글. 해맑게 씨익, 웃으며 내 옆에 앉더니.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손 안 치워?! " "좋으면서, 괜히. " "좋긴, 누..가 좋아! 얼른 이 손 치워라. " "오빠한테 한 번만 화내기만 해 봐라. 죽을 줄 알어. " "오빠? 요즘에 까분다 권요한? " 그래. 내 옆에서 내내 끊이지 않는 미소와 함께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는 이 남자. 벌써 3년? 2년 이라는 시간이 흘렸는데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똑같다. 예전이랑 지금. "오빠한테 까분면 혼날 줄 알어, 우리 말순이. " "..뭐? 말순이? "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 이름. 김말순이라는 이름이 권요한의 입에서 나왔다. 난 놀란 표정으로 하며 권요한을 쳐다보니 권요한은 괜히 말했다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는 아무렇지 않게 씨익, 웃고 만다. "권요한! " "응? " "도대체 말순이가 누구야?! 어? 누구냐고. " "누구긴. 너지. " "또 또 시작이다.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나 아니라고 했지? 근데 왜 자꾸 나라는 거야! " "왜긴, 너니까 그렇지. " 자꾸만 답답하게 나라고 하는 권요한. 난 말이 통하지 않는 권요한 때문에 괜히 열부터 나기 시작했고, 벌떡 일어나 따지는 형식으로 물어보았다. "빨리 말해. 어떤 년이여? 어? 첫사랑? " "뭐야..공윤해 질투하는 거야? 푸하하하하하하. " "..뭐..어?!!! " 질투하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고, 나의 표정을 본 권요한은 그게 웃기는 듯 배를 잡으며 폭소를 하기 시작한다. 난 그런 권요한을 보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권요한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서는 피식-웃고서는 말한다. "그거 정말 너야. " ".....내가 말했지! 나 말순이 아니ㄹ...." "내가 너 겨울에 본 적 있었다고 했지? 큰 나무에서 널 봤다고. " "...음..그런 거 같다. " 권요한의 말에 우연히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이 났고 조금씩 권요한의 말에 귀를 귀울리며 듣게 되었다. 그 말순의 정체를. 그 말순의 실체를. "풉..나 그 때 니 보고 첫 눈에 반했나? 딱 보고 나도 모르게 웃었다? " "왜 웃었는데! " "왜긴! 그냥...뭐..니가 이뻐보였나? 푸하하하하. " "웃지..말고 말해! " "알았어, 뭐 그래서 친구 시켜서 너 번호 알아내고 이름도 알아냈는데 마땅히 만날 이유가 없더라고? " "왜 없어? 그냥 만나자고 하면 되지. " "그냥 안 멋져 보여. " "..참나... " "조용히 하고 들어! " "..아예.." 나의 말에 또 뭐가 웃긴 지 혼자서 푸하하하, 웃더니 다시 나를 보며 말한다. "그래서 그냥....장난전화 아니었는데 어쨌든 니 목소리만 들으면 떨려서 말을 못하겠더라. " "...참나..그냥 말하면 되는 걸..." "근데 니가 전화를 안 받던 날!!! 존나 빡쳐가지고 결국엔 말하다가....옥바다 하필 거기서 말순이라는 이름을 꺼내서!! ...윤해 라는 이름 대신에 말하고 말았어..짜증나 지금도 생각하면 옥바다, 그 새끼 죽여버려야 하는데. " "............." "그러기에는 난 말순이라는 이름에 뻑이 가서. " 이번에는 내가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이렇게 허무한 말순이의 실체. 말순이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에이 몰라. 근데 말순이 이쁘지 않냐? 이 참에 공말순이라고 바꿀래? " "죽을래? " "치, 싫으면 말든가. 그리고 너 오빠한테 죽을래 하면 넌 뒤진다. " ".....치 너도 말순이라고 하면 죽어! " "내 맘이지!! " "싫어!! 이제 앞으로 윤해라고 불러. 공윤해. 말고 윤해!! 알았지? " "..........." 나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급 정색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난 이 녀석를 또 웃게 만들기 위해. "...요한아 알았지? " "씨-익, " 그제서야 웃는 권요한. 그리고 내게 손을 뻗으며 잡아달라는 손짓을 하며 말한다. "손 잡아줘, 윤해야. " ※ "존나 느려요. "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했잖아! " "늦게 나온 사람이 누군데! " 요한이와 투덜투덜 싸우면서 도착한 곳은 어느 한 고깃집. 빨리 훌쩍 훌쩍 가버린 요한이 때문에 힘들게 빨리 걸었던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한 다음에. 나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권요한을 한 번 째려본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같이 좀 들어가자. " "내 맘이거든? 어? 저기 있다 다희야!!!! "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건 다희. 그리고 그 옆으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욕을 하며 싸우던 옥바다와 그 옆에서 옥바다를 도와 준 김혁까지. 손을 흔들며 그들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점점 그들과 가까울수록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한 사람까지 보이게 되었다. 일주일 이렇게 두 세 번 보게 되지만 아직도 어색한 미소와. 씁씁한 미소와 함께 그를 향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건아야, 안녕. " "........." 그 날 이후. 몇 주간 아무에게도 소식이 없었던 건아는 달라졌다. 예전처럼 지낼 수 없다는 건 알았다. 그렇지만 친구라도, 염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마 그래도 친구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건아는 그거 마저 날 허락하지 않는다. "다 모였네? 아 역시 내가 빠지니까 모양이 안 살어. " "병신새끼 뭐래. 푸하하하하. " "푸하하하, 어? 이건아 너도 왔네? 오랜만이네. 연락 좀 해라. " "........" 요한이와 건아사이? 뭐. 이들 사이도 만만치 않다고 해야 하나? "손 치워. " "피식, 알겠습니다! " 건아의 손에 올린 요한이의 손을 탁, 하고 치며 단호하게 말하는 건아. 그런 건아의 말투와 행동에 벌써 익숙해 듯 요한이는 능청스럽게 알았다며, 자리에 앉는다. 이들을 보느냐 아직 자리에 안 앉은 나를 발견한 요한이는 나를 향해 옆으로 오라는 손짓으로 나를 앉힌다. . . . . "아 병신아!!!!!!!! " "죽을래?!!!! 내가 병신이라고 하지 말랬지!!!! " 이 요란한 욕과 함께 들리는 말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쳐다 볼 정도로 험악한 욕을 하며 싸우는 이들은 누구일까. 변함이 없다. 예전이나, 나이가 먹어서도 변하지 않은 저 둘. 옥바다와 다희는 콜라 병 한 개 때문에 욕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김혁. " "왜 임마. " 옥바다와 다희를 보고 있던 요한이는 조심스렇게 옆에서 묵묵히 고기만 먹고 있던 김혁에게 말을 거는 요한이. 나도 고기를 먹으려고 하다가 저절로 시선이 요한이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니까...쟤네 둘이 일주일전부터 사귄다고? 저걸 봐서도 그런 구라칠래?" 에? 요한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난 처음 듣는 소리었다. "무슨 소리야? 다희랑 옥바다랑 사겨? " "몰라. 사귄다는데......원래 사귀면 저러냐? " 요한이의 물음에 요한이에게 갔던 시선을 다시 다희와 옥바다에게 돌렸다. 여전히 콜라 병 한 개를 사이에 두며 험악한 욕을 하며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돼. 저 두 사람이 사귄다고? "에이, 말도 안 돼. " "진짜야. 쟤네 진짜 사겨. 푸하하하하....아씨발 내 고기!!!!!!! " 고기를 먹고 있는 김혁은 나와 요한이에게 충격적인 말을 해 준 다음 그게 웃긴지 폭소를 하다가 들고 있던 고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난 김혁의 말을 듣다가 잠시 멈칫, 하다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고기를 먹었다. 뭐-사귀든 말든. 왠지 사이가 좋아 보이니 되는 거지. "윤해야, 오빠 좀 주고 쳐 먹어라. 그러니까 살 찌지. " "..뭐어?! 살찌기는! 안 쪘다..뭐.." 열심히 고기를 먹고 있는데 옆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던 권요한은 참 한심한 눈빛으로 내게 말한다. 살이 쪘다는 권요한의 말에 심기 불편해진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지만 금방 인상이 펴지고 내 얼굴에 그늘이 지고 말았다. 어쩐지..오늘 입은 이 블라우스가 저번에 입을 때랑 뭔가 달랐어. "짜증나. 안 먹어. " "왜. " "살 쪘다면서? 짜증나. 니 말 때문에 먹기 싫어졌어. " "걍 쳐먹어. 괜히 음식 투쟁하지 말고. " 살 찐다고 먹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참나. "싫다, 안 먹어. 배불러. " "그렇게 나 안 죽고 다 쳐 먹으니까 배부르지. " "권요한!!! " "자-아. " 그러면서 내게 내미는 건, 말하면서 싸던 쌈이었다. 내게 내미면서 아-라면서 해맑게 웃으며 삐진 나의 입 안에서 넣어주는 권요한이었다. "..아야....권요ㅎ...케케케켁!! " 무작정 내 입에 넣어 주는 바람에 난 말을 하다가 목에 걸려 기침을 하고 말았다. 나를 보고 있던 요한이는 놀라 내게 음료수를 주려고 하다가, 주지 못했다. 나의 기침소리와 함께 내 오른쪽에서 물을 건네주는 건아가 있었으니. "괜찮아? " "케..마늘을 왜 넣어! " "왜. 마늘 몸에 좋은 건데. " "..씨이... " 간신히 물을 먹고 그나마 목에 걸렸던 게 내려갔는 지 아까보다 호흡이 편해졌다. 가만히 지켜보던 권요한은 나의 등을 살짝 때려주면서 괜찮냐며 물어보았고, 난 퉁명스럽게 대답한 다음. 아무렇지 않게 옆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건아에게 시선을 돌린 뒤, 너무나도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헤, 건아야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하하하 " "됐어, " 역시나 차가운 말투와 단호한 말투로 내게 말한다. 그러는 바람에 뻘쭘해진 나는 괜히 민망해 아직도 나의 등을 치고 있는 권요한을 쳐다보며 괜히 째려보았다. "왜 째려보냐! " "미워서! " "그럼 나도 째려본다? " "왜? 너도 나 밉냐?! " "아니! 이뻐서! " 권요한..예전과 달리 변하게 있다며 스킨십? 그리고 저런 부끄러운 말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듣는 나는 뭐, 기분은 좋지만 정작 자기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하니. 왠지 진심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한 번 하게 만들기는 한다. . . . . "아, 시원하다. " 배는 불러오는데 떠나지 않는 자리.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들은 더욱 더 열기가 뜨기워졌다. 옛날 얘기를 하다가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고 그러다가 흥분도 하며 열을 내고. 그러다 보니 연기로 꽉 차는 바람에 그 안이 너무나도 더워 잠시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무의식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마침 거기서 나오는. "...건아야.." 건아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의 부름에 아무 표정 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어디로 갈 줄 알았던 건아의 발걸음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내 가까이는 아니었지만 나와 거리를 둔 채로 담배 한 대를 피는 건아였다. "..있잖아. " "솔직히 지금 나 너 이렇게 보는 거 너무 힘들다. " 오늘 처음으로 내게 단호적인, 딱 대답이 아닌 말을 하는 건아. 하지만, 그 긴 말은 그리 좋지 만은 아니었다. ".........." "죽을 만큼 힘든데. " "........" "...힘들어서 잡고 싶을 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도저히 못 잡겠더라. " "..........." 건아는 오랜만에 내게 솔직한 마음을 말한다. 옆에서 보는 건아의 표정은 그리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아마도 지금의 표정. 그리 좋지 만은 않은 표정이고, 그리 밝지 만은 않은 표정일 것이다. ".....눈물을 흐르는 니 모습..." "..........." "자꾸만 눈에 밟혀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 " "...건아야.." "나 너무 힘들다, 공윤해. " 이 말과 함께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건아. 역시 내 생각대로 그 때의 그 표정. 애틋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건아의 표정. "...미안...미안해 건아ㅇ.." 딸랑, "어? 공윤해 여기서 뭐해? 이건아도 있었네. "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 순간, 딸랑-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요한이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술을 몇 잔 마셨는 지 양 쪽 볼에는 살짝 빨개지며 헤벌레-하는 표정이 내게 다가온다. "너 술 취했지? " "나 강하거든? 이 오빠 강하거든? " "푼수. 왜 나왔어? " "그냥. 너 안 보여서...근데 니네 둘 여기서 뭐해. " 요한이의 말에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저 요한이를 보며 어색한 미소만 지었고, 저 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건아는 어느 새 다 피웠는 지 바닥을 떨어트린 뒤 담배꽁치를 발로 밟은 다음. 요한이와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그냥 무표정인 얼굴로. 우리에게 말한다. "공윤해 너 보는 거 힘들어. " ".........." "근데 더 힘든 건 니네 둘 같이 있는 모습이야. " "얌마!!!!너 아직도..." 스윽, 요한이의 말을 가로채고 이 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와 요한이에게 악수를 청하는 듯이 손을 내민다. 건아의 행동에 요한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건아를 쳐다보았고 건아는 아무 표정 없이 요한이에게 여전히 손을 내민 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몇년 뒤. 아니, 더 길어질 수 도 있고. 하여튼 나중에 만날 때는 우리 다시 친구하자. " "피식, 좋아!!! " 건아의 말은 들은 요한이도 만족하는 지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건아를 보던 불편해 보이던 표정이 사라지며 진짜로 행복한 미소를 짓은 듯한 표정으로 건아를 바라보며 건아의 손을 잡으며 악수를 한다. "......그럼..나중에 보자. " 요한이와 잡고 있던 손을 놓고서는 씁쓸히 우리에게 또 한 번 등을 보여주며 뒤를 돌아버린 건아. 건아를 붙잡기 위해 건아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건아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으니까... 우뚝, "...아, 공윤해. " 가던 발을 멈추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 본 건아는 나를 보며 내 이름을 부른다. 대답도 하지 않은 체 멍하니 건아의 얼굴을 보았다. 건아의 무표정. 마지막까지 건아의 무표정, 슬픈 표정, 애틋한 표정으로 기억될 꺼 라고 생각했지만. "...다음에 볼 때, 그 때...우리도 친구하자. " 기억난다. 처음으로 남자가 웃는 모습을 보고 이쁘다고 생각 할 만큼 이쁜 미소가 있다는 걸. 그리고 또 잊고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사랑했다, 공윤해..." 건아의 웃는 모습을 보고 남자가 웃는 모습이 이렇게 이쁘다는 걸. 건아도 웃으면 누구보다 맑고 이쁘게 웃는다는 걸. 그제서야 난 느끼고 말았다. ........ ...................... ........... ............. ...... 그 후로 건아는 다시 호주로 유학을 갔다는 소식을 옥바다에게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건아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떠나버렸다. 그래도 지금은 건아를 생각하면 웃을 수 있다. 건아의 그 마지막 미소 때문에 그나마 내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니가 어린애야? 흙장난하게. " "이거 봐! 내가 놀라운 거 발견했어! " 저녁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해서는 코끼리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에서 기다리겠다고 무작정 나오라는 요한이의 말에 후다닥-놀이터로 나가보니 아무도 없는 놀이터 안에서 혼자 흙장난을 하고 있는 권요한이 보였다. 가까이 가 퉁명스럽게 말했더니 나의 말을 처참히 무시한 체 놀라운 게 있다며 휘둥그래 한 눈으로 나를 보고서는 손짓으로 땅을 가리켰다. [ㄱㅇㅎㄱㅇㅎㄹㅅㅇㅎㄷ] "...뭐야 이게......" 땅을 보니 돌로 자음만 적힌 걸 보았다. "얼른 맞춰봐. 머라고 쓴 거 같애? " "내가 왜 맞춰..." "뽀뽀 해줄게. 어때 땡기지? 우리 오랜만에 쫌 해보자. " 또 또..저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권요한 덕분에 난 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는 바람에 숙인 고개 때문에 시선은 땅으로 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저 자음을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뭘까-하는 궁금증에 이제는 쭈그려 앉아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아무리 생각을 떠 오르는 말이 없다. "..에이 몰라! " "아, 맞춰!! 그래야지 우리 뽀뽀한 단말이야! " "....싫...어!! 모르겠는데 어떻게 맞춰! " "그럼 내가 그냥 알려주는 대신에 뽀뽀해주기? 오키? 좋아! " 자기 혼자 말하고 대답하고, 그러는 요한이의 모습에 난 푸흡-하고 웃고 말았다. "풉, 알았으니까 뭔데? " ".........."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요한이를 보며 말했고 요한이는 그저 짧게 미소를 짓다가 조용히 내게 말해주었다. "공윤해, 권요한을 사랑한다. " "...에? 그거야 정답이? 그리고 내가 널 사랑하는 지 어떻게 알어! " "그리고!! " ....... ............... ..... "권요한, 공윤해를 사랑한다. " 요한이의 저 말에 난 하고 있던 말을 멈추고 요한이를 쳐다보았다.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 지 나의 시선을 피해 배시시-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권요한. " "왜. " "나........사랑해? " ".........." 느닷없는 나의 질문에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던 요한이는 다시 내 쪽으로 돌리더니 아까와 다르게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숨을 숨이며, 요한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항상 요한이와 함께 있으며 평소보다 조금은 빠르게 뛰었던 심장은. 오늘은, 지금은 유난히 더 빠르게 뛰고 있다. "잘 들어. " 그러더니 벌떡, 일어서는 요한이. 쭈그려 앉아 서 있는 요한이를 쳐다보았다. 요한이는 아까 그 무표정은 어디로 가버리고, 또 해맑게 웃으면서 나를 쳐다 본 뒤. 하늘을 쳐다보며 무슨 말이라도 할 거처럼 손으로 입을 갖다 대더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로 말한다. ..... .................... 그렇다. 사랑하는 방법은 달랐다. 자기의 마음을 애써 숨기며 사랑했던 요한이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나도. 질투와 욕심으로 사랑했던 건아도. "사랑할게!!!!!!!!!!!!" 우리 셋은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그래서 달랐을 뿐. "사랑해줄게!!!!!!!!!!!!! "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다. "영원히!!!!!!!!!!!!!!! " ... ............. ............ ... ........................... ...... ... "사랑해 공윤해!!!!!!!! "' 난 그렇게 요한이의 마지막 말과 함께 또 한 번 웃는다. 영원히 끊이지 않을 웃음. 요한이와 함께. ‘ 사랑하는 방법 ’ - End - [modify by CRAutoFix beta1] [modified date: 2010.11.14]